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

DECRETUM DE APOSTOLATU LAICORUM
APOSTOLICAM ACTUOSITATEM

1965. 11. 18.

하느님의 종들의 종 바오로 주교는 거룩한 공의회의 교부들과 더불어
영구적인 기록으로「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을 공포한다.

서론

1. 사도직 활동(Apostolicam Actuositatem), 하느님 백성의 사도직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거룩한 공의회는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에게 커다란 관심을 기울인다. 다른 문서들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교회의 사명에서 평신도의 고유한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평신도 사도직은 바로 그리스도인의 소명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결코 교회 안에 없을 수 없다. 성서는 이러한 활동들이 초대 교회에서 얼마나 자발적이고 효과적이었는지 분명하게 보여 준다(사도 11,19-21; 18,26; 로마 16,1-16; 필립 4,3 참조).
현대는 그에 못지않은 평신도들의 열성을 요구한다. 오히려 오늘날의 상황은 더욱더 활발하고 광범위한 평신도 사도직을 요청하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인구, 과학 기술의 진보, 더욱 긴밀해지는 인간 관계 등은 평신도 사도직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켰다. 그 영역은 대부분 평신도들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평신도들의 깊은 관심과 연구가 요구되는 새로운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간 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성의 증대는,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때때로 윤리 종교 질서의 일탈과 그리스도인 생활의 중대한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므로 평신도 사도직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더구나 사제가 너무 적거나 때로 교역 수행에 필요한 자유가 없는 많은 지역에서는 평신도들의 활동이 없다면 교회의 현존과 활동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오늘날 평신도들이 더욱더 자기 책임을 깨닫고 어디서든 그리스도와 교회에 봉사하도록 재촉하시는 성령의 뚜렷한 활동은 바로 이 평신도 사도직을 다양하고 절실하게 요청하는 표시이다.
공의회는 이 교령에서 평신도 사도직의 본질, 성격, 다양성과 더불어 기본 원칙을 밝히며 그 효과적인 실천을 위한 사목 지침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모든 것은 교회법을 개정할 때에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규범이 될 것이다.

제1장 평신도의 사도직 소명

교회 사명에 대한 평신도의 참여
2.
교회의 설립 목적은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나라를 온 세상으로 넓히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시키며, 그들을 통하여 온 세상이 실제로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한 신비체의 모든 활동을 사도직이라 한다. 교회는 모든 지체를 통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 사도직을 실천한다. 사실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본질적으로 사도직을 위한 소명이다. 살아 있는 몸에서 그 지체들이 단순히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몸의 생명과 활동에 참여하는 것처럼, 바로 교회인 그리스도의 몸에서도 “모든 지체가 자기 구실을 다함으로써 온 몸이 자라난다”(에페 4,16 참조). 또한 이 몸에서 지체들의 관계와 결합은 매우 밀접한 것이므로(에페 4,16 참조) 자기 역량에 따라 몸의 성장을 위하여 일하지 않는 지체는 교회나 자신에게 아무 쓸모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봉사 직무가 있지만, 그 사명은 하나이다.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은 그리스도의 이름과 권능으로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며 다스리는 임무를 그분께 받았다. 또한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효과적으로 참여하여 하느님 백성 전체의 사명에서 맡은 자기 역할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수행한다. 평신도들은 복음화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도록 노력하여 실제로 사도직을 수행한다. 이렇게 평신도들은 그 활동으로 현세 질서 안에서 그리스도를 분명하게 증언하며 인간 구원에 봉사한다. 세상 한가운데에서 세속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신도의 신분이므로 바로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불타올라 마치 누룩처럼 세상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름 받았다.

평신도 사도직의 토대
3.
평신도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자신의 결합에서 사도직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받는다.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결합되고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의 힘으로 튼튼해진 평신도들은 바로 주님께 사도직을 받았다. 평신도들은 모든 활동을 통하여 영적 제물을 봉헌하며 세상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도록 왕다운사제로, 거룩한 겨레로(1베드 2,4-10 참조) 축성되었다. 모든 사도직의 생명인 사랑은 성사 특히 성체성사로 전달되고 자라난다.3)
사도직은 성령께서 교회의 모든 지체의 마음 속에 불어넣어 주시는 믿음과 바람과 사랑 안에서 이루어진다. 더욱이 주님의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의 계명은 하느님의 나라가 와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모든 사람이 참되시고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도록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촉구하고 있다(요한 17,3 참조).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세상 어디서나 모든 사람이 구원의 복음을 알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하여야 할 영광스러운 임무가 주어졌다.
봉사 직무와 성사를 통하여 하느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께서는 이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신자들에게 특별한 은총을 주신다(1고린 12,7 참조). 성령께서는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시어”(1고린 12,11) “각자가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가지고 서로 남을 위해서 봉사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갖가지 은총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1베드 4,10) 사랑으로 몸 전체를 완성해 나가게 하신다(에페 4,16 참조). 아주 단순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런 은사를 받았으므로 모든 신자에게는 교회와 세상에서 인간의 행복과 교회의 건설을 위하여 이 은사를 사용할 권리와 의무가 생긴다. 그러나 이 은사는 “불고 싶으신 대로 부시는”(요한 3,8) 성령의 자유로운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들과 특히 자기 목자들과 일치를 이루며 사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은사의 순수성과 올바른 사용에 대한 판단은 목자들이 할 일이다. 이 판단은 성령의 불을 꺼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시험해 보고 좋은 것을 보존하려는 것이다(1데살 5,12.19.21 참조).

평신도의 사도직 영성
4.
하느님 아버지께서 보내신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의 모든 사도직의 원천이시며 기원이시므로 평신도 사도직의 결실은 그리스도와 평신도의 산 일치에 달려 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5).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와 긴밀하게 일치하는 이러한 삶은 모든 신자에게 공통된 영적인 도움으로 특히 거룩한 전례의 능동적인 참여에서 그 힘을 얻는다. 평신도는 이러한 도움을 활용하여, 일상 생활의 현세 임무를 올바로 이행하면서도 그리스도와 이루는 일치와 자기 삶을 분리시키지 말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기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이 일치 안에서 성장하여야 한다. 이렇게 평신도는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성덕에 정진하여야 하며 지혜와 인내로 어려움을 이겨 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영성 생활을 이유로 가정을 돌보지 않거나 다른 세속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사도의 말씀대로, “무슨 말이나 무슨 일이나 모두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분을 통해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려야”(골로 3,17) 한다.
이러한 생활은 믿음, 바람, 사랑의 끊임없는 실천을 요구한다.
오로지 신앙의 빛으로 또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그분 안에서 “우리가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가는”(사도 17,28) 하느님을 깨닫고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가깝거나 멀거나 모든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며, 현세 사물의 참 의미와 가치를 그 자체로서 또 인간 목적에 관련시켜 올바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신앙을 지닌 사람은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리라는 희망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삶의 순례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께 의탁하며 재물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영원한 보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를 넓히며 그리스도 정신으로 현세 질서를 바로 세우고 완성하기 위하여 아낌없이 자신을 온전히 바친다. 또한 현세 생활의 곤경 속에서도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로마 8,18) 여기며 희망 안에서 용기를 찾는다.
이들은 하느님의 사랑에 충동을 받아 모든 사람에게, 특히 믿음의 가족들에게 선을 행하며(갈라 6,10 참조) “모든 악의와 기만과 위선과 시기와 온갖 비방을 버리고”(1베드 2,1)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이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 속에 부어 주신”(로마 5,5) 하느님의 사랑은 평신도들에게 참 행복의 정신을 자기 삶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들은 가난하신 예수님을 따라 현세 재물이 부족해도 위축되지 않으며, 풍족하더라도 교만해지지 않는다. 겸손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잘난 체하지 않고(갈라 5,26 참조) 사람보다는 하느님의 마음에 들도록 노력하며, 언제나 그리스도를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루가 14,26 참조) 정의를 위하여 박해를 당할 각오가 되어 있으며(마태 5,10 참조)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 16,24)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그들은 서로 그리스도인의 우애를 다지며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도와 준다.
이러한 평신도들의 영성 생활은 혼인과 가정 생활, 독신이나 수절 생활, 건강 상태, 직업과 사회 활동에 따른 특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타고난 자질과 재능을 자기 상황에 알맞게 끊임없이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하며, 성령께 받은 은혜를 활용하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명에 따라 교회가 승인한 단체나 조직에 가입한 평신도들은 그 고유한 영성 생활의 특성을 충실히 갖추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평신도들은 직업의 전문 지식, 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사회 생활과 관련된 덕 곧 정직, 정의, 성실, 친절, 용기를 존중하여야 하며 이러한 덕행 없이는 진정한 그리스도인 생활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 같은 사도적 영성 생활의 완전한 모범은 사도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이시다. 성모님께서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상에서 사시는 동안, 가정을 돌보시고 일에 파묻혀 지내시면서도 언제나 당신의 아드님과 밀접히 결합되셨으며 구세주의 활동을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도와 주셨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지금은 “당신의 모성애로 아직도 나그넷길을 걸으며 위험과 곤경을 겪고 있는 당신 아드님의 형제들을 돌보시며 행복한 고향으로 이끌어 주신다.” 모든 이는 성모님을 열심히 공경하며 자기 생활과 사도직을 성모님의 보호에 맡겨 드려야 한다.

제2장 평신도 사도직의 목표

서론
5.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은 인간 구원을 그 목적으로 하며 모든 현세 질서의 개선도 포함한다. 따라서 교회의 사명도 그리스도의 복음과 은총을 사람들에게 가져다 줄 뿐 아니라,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교회의 이상을 수행하며, 교회와 세상 안에서, 영적 질서와 현세 질서 안에서 자신의 사도직을 이행한다. 이 두 질서는 서로 구별되지만 하느님의 하나인 계획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온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시고, 이 새로운 창조를 지상에서 시작하시어 마지막 날에 완성하실 것이다. 신자이며 동시에 시민인 평신도는 이 두 질서 안에서 지속적으로 한 그리스도교 양심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복음화와 성화 사도직
6.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그분의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인간 구원을 지향한다. 따라서 교회와 그 모든 지체의 사도직은 말과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드러내고, 그분의 은총을 전달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주로 말씀과 성사의 교역을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특별한 방식으로 성직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그러나 평신도들도 “진리의 협력자”(3요한 8)가 되기 위하여 수행하여야 할 대단히 중대한 역할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특히 평신도 사도직과 사목 교역은 서로 보완하여야 한다.
평신도들에게는 복음화와 성화 사도직을 수행할 기회가 무수히 열려 있다. 바로 그리스도교 생활의 증거와 초자연적 정신으로 실천하는 선행은 사람들을 하느님과 신앙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도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그러나 이러한 사도직이 생활의 증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참된 사도직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든, 신자들을 가르쳐 굳세게 하여 더욱 열정적으로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것이든, 말로 그리스도를 선포할 기회를 찾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그토록 강요하고 있다”(2고린 5,14). 사도의 저 말씀이 모든 이의 마음에 메아리쳐야 한다. “만일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화가 미칠 것이다”(1고린 9,16).
현대에는 새로운 문제들이 일어나고 중대한 오류들이 널리 퍼져, 종교, 도덕 질서, 인간 사회 자체의 기초를 무너뜨리려 하기 때문에, 평신도들이 각자 타고난 재능과 지식에 따라, 교회 정신대로, 그리스도교 원리를 밝히고 옹호하며, 이 시대의 문제들을 올바로 적응시켜야 할 자신의 역할을 더욱 열심히 수행하도록 이 거룩한 공의회는 진심으로 권고한다.

현세 질서의 그리스도교화
7.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사람들이 마음을 합하여 현세 질서를 개선하고 끊임없이 완성해 나아가는 것이다.
현세 질서를 이루는 것들, 곧 삶의 행복, 가정의 선익, 문화, 경제, 예술과 직업, 국가 제도, 국제 관계 그리고 이러한 것들의 발전과 진보 등 이 모든 것은 인간을 그 궁극 목적으로 이끄는 수단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보든지 현세 질서 전체의 한 부분으로 보든지, 하느님께 받은 고유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31). 이러한 것들의 자연적 선성은 인간과 이루는 관계에서 그 특수한 품위를 갖추게 된다. 그것들은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자연적인 것이든 초자연적인 것이든 모든 것이 “만물의 으뜸”이신(골로 1,18)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렸다. 그러나 이 같은 목적은 현세 질서의 자율성이나 고유한 목표, 법칙, 수단, 그리고 인간 행복을 위한 중요성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의의와 가치를 완성하며, 동시에 지상에 있는 인간의 소명 전체에 알맞게 만드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현세 사물은 심각한 악습으로 잘못 쓰여 왔다. 그것은 원죄에 물든 인간이 참 하느님, 인간 본성, 도덕률의 원칙과 관련하여 자주 많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관습과 제도가 부패하고 때로는 인간 그 자체마저 짓밟히게 되었다. 현대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과신한 나머지 현세 사물을 마치 우상으로 섬기며, 그 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노예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현세 질서를 바로 세우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힘껏 도와 주는 것이 온 교회의 임무이다. 목자들은 창조 목적과 세계 이용에 관한 원칙을 분명하게 밝혀 주고 현세 질서가 그리스도 안에서 바로 세워지도록 도덕적 영성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한 평신도는 현세 질서의 개선을 고유 임무로 받아들이고, 그 질서 안에서 복음의 빛과 교회 정신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확고하게 바로 행동하여야 한다. 평신도는 시민으로서 전문 지식과 고유한 책임감을 지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며 어디서나 모든 일에서 하느님 나라의 정의를 찾아야 한다. 현세 질서는 그 고유 법칙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더 높은 그리스도교 생활의 원리에 맞게, 그리고 다양한 시대, 장소, 민족의 상황에 알맞게 개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도직 활동 가운데 그리스도인의 사회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거룩한 공의회는 이 운동이 현세의 모든 분야와 문화에 펼쳐지기를 바란다.

자선 활동
8.
모든 사도직의 실천이 사랑에서 시작되고 사랑에서 힘을 얻어야 하지만, 어떤 활동은 본질적으로 그 자체가 사랑의 생생한 표현이 된다.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이러한 활동이 당신의 메시아 사명의 표지가 되기를 바라셨다(마태 11,4-5 참조).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마태 22,37-40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이웃 사랑의 이 계명을 당신의 계명으로 삼으시어 새로운 뜻으로 풍요롭게 하셨고, 당신 자신과 형제들이 사랑의 동일한 대상이 되기를 바라시며 말씀하셨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인성을 받아들이신 주님께서는 온 인류를 초자연적 연대로 당신 가족이 되도록 모으시고, 사랑을 당신 제자들의 표지로 삼으시며 말씀하셨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거룩한 교회는 처음에 성찬례와 ‘애찬’을 결합시켜 온 교회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사랑의 유대로 일치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이처럼 교회는 어느 시대에나 이 사랑의 표지로 알아볼 수 있다. 교회는 다른 사람들의 자선 활동을 기뻐하면서도, 자선 활동이 남에게 넘길 수 없는 자신의 의무이며 권리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에 대한 동정, 이른바 자선 활동 그리고 사람들의 온갖 어려움을 덜어 주는 상부상조를 교회는 특별히 존중한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더욱 편리해지고 인간들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 극복되어 전세계 주민들이 한 가족처럼 된 현대에, 자선 사업과 활동은 매우 절실해지고 더욱 광범위해졌다. 오늘날의 자선 활동은 모든 사람과 온갖 빈곤에 다 미칠 수 있고 또 미쳐야 한다. 음식, 음료, 의복, 주택, 의료, 직업, 교육 등 참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없고, 재난이나 질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추방을 당하고 옥고를 겪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그리스도인의 사랑이 그들을 찾아 내어 열성적으로 보살피고 위로하며 도와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의무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부유하게 사는 모든 사람과 민족에게 지워져 있다.
이러한 사랑의 실천은 온갖 이견을 넘어서 이렇게 드러나야 한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이웃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모습과 그리스도를 보아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무엇이든 실제로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드리는 것이다.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유와 품위를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 순수한 지향이 사리 추구나 지배욕으로 더럽혀지지 않아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먼저 정의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정의에 따라 이미 주었어야 할 것을 마치 사랑의 선물처럼 베풀어서는 안 된다. 불행한 결과만이 아니라 불행의 원인을 없애야 한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점차 외부 종속에서 해방되어 자족할 수 있도록 원조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사적이든 공적이든 국제적이든 사회 원조 사업과 자선 활동을 소중히 여기고 힘껏 도와, 곤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민족에게 효과적인 도움을 주며,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과 함께 이러한 활동에 협력하여야 한다.

제3장 사도직의 여러 분야

서론
9.
평신도들은 교회와 세상에서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한다. 이 두 질서에는 사도직 활동의 여러 분야가 있으므로, 여기서 그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곧 교회 공동체, 가정, 청소년, 사회 환경, 국가와 국제 질서들이다. 또한 사회 생활 전반에 걸쳐 여성들이 더욱더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오늘날, 교회의 여러 사도직 분야에도 더 폭넓은 여성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교회의 공동체들
10.
평신도들은 사제요 예언자이며 왕이신 그리스도의 임무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교회의 생활과 활동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 공동체에는 평신도들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평신도들의 활동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사목자들의 사도직도 완전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참된 사도 정신을 갖춘 평신도들은 일찍이 복음을 전파하는 바오로를 도와 주던(사도 18,18.26; 로마 16,3 참조) 남녀 교우들처럼, 형제들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 주고, 사목자들과 다른 신자들에게 힘을 북돋워 준다(1고린 16,17-18 참조). 평신도들은 자기 공동체의 전례 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힘을 얻어, 그 공동체의 사도직 활동에서 자기 역할을 열심히 수행한다. 교회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교회로 인도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일에 특히 교리교육에 적극 협력하며, 자기 역량을 바쳐 교회의 사목 활동과 재산 관리도 더욱 효과적으로 도와 준다.
본당 사목구는 공동체 사도직의 훌륭한 표본이다. 본당은 그 안에서 발견되는 모든 인간적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 이를 교회의 보편성에 융합시킨다. 평신도들은 본당에서 자기 사제들과 긴밀히 일치하여 활동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다. 인간 구원에 관련되는 문제들은 물론, 자신과 세상의 문제들을 교회 공동체에 들고 와서 함께 논의하고 연구하고 해결하여야 한다. 그리고 자기 교회 가족의 모든 사도직과 선교 활동을 힘껏 도와 주어야 한다.
평신도들은 또한 교구에 대한 의식을 길러야 한다. 본당 사목구는 교구의 세포와 같은 것이므로 자기 목자인 주교의 부름이 있을 때에는 언제나 교구 사업에 자신의 역량을 바칠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도시와 시골 지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그 협력을 본당이나 교구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초본당적, 초교구적, 전국적, 국제적 영역에까지 넓혀 나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날이 갈수록 인구 유동이 증대되고, 상호 관계가 발전하고 커뮤니케이션이 편리해짐에 따라, 사회의 어느 부분도 이제는 저만이 폐쇄된 채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신도는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하느님 백성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선교 활동을 자기 것으로 삼아 물질적 원조나 인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하느님께 받은 좋은 것을 하느님께 돌려 드리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며 영예이다.

가정
11.
만물의 창조주께서 부부 공동체를 인간 사회의 원천과 기초로 삼으시고, 또 당신 은총으로 그리스도와 교회 안에서 큰 성사가 되게 하셨으므로(에페 5,32 참조), 부부와 가정의 사도직은 교회를 위해서나 시민 사회를 위해서나 독특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스도인 부부는 서로 자신들에게 또 자기 자녀들과 다른 가족들에게 은총의 협력자이며 신앙의 증인이 된다. 그들은 자기 자녀들에게 최초의 신앙 선포자요 교육자가 된다. 말과 모범으로 자녀들에게 그리스도인 생활과 사도직 생활을 가르치며, 자녀들의 소명 선택을 현명하게 도와 주고, 자녀들에게서 성소가 발견되면 온갖 배려로 이를 길러 주어야 한다.
언제나 부부의 의무였던 다음과 같은 일들은 오늘날에도 부부 사도직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곧 혼인 유대의 거룩함과 불가해소성을 자신의 삶으로 드러내고 증명하며, 자녀들에 대한 그리스도인 교육은 부모와 후견인의 권리요 의무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가정의 존엄과 정당한 자율성을 수호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부부들과 다른 그리스도인들은 선의를 지닌 사람들과 협력하여, 국법 제정에서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 정책에서는 주거, 아동 교육, 노동 조건, 사회 보장, 납세 등에 관한 가정의 요구를 고려하며, 이주 정책에서는 가정 생활을 온전히 보호하도록 하여야 한다.
가정은 바로 사회의 첫째가는 핵심 세포가 되어야 할 사명을 하느님께 받았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며, 바로 교회의 가정 성소가 될 때에, 가정은 그 사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온 가족이 교회의 전례에 참여할 때에, 그리고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며, 어려운 모든 형제의 요구에 봉사하는 정의와 다른 선업을 증진할 때에 가정은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가정 사도직의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에서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버려진 아이들을 자녀로 입양하는 일,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일, 학교 운영을 도와 주는 일, 청소년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는 일, 정혼자들이 혼인을 더 잘 준비하도록 도와 주는 일, 교리를 가르치는 일, 경제적 도덕적 위기에 놓인 부부들과 가정들을 도와 주는 일,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할 뿐 아니라 경제 발전의 혜택도 공평하게 돌아가게 하는 일 등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특별히 복음의 첫 씨앗이 뿌려졌거나, 교회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어떤 중대한 위기에 놓인 지역에서는 그리스도인 가정들이 온 삶을 통하여 복음에 충실하며 그리스도교 혼인 생활의 모범을 보여 주는 것은 세상에 그리스도를 가장 웅변적으로 증언하는 것이다.
사도직 목적을 더욱 쉽게 달성하기 위하여 가정들이 어떤 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청소년
12.
청소년들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커다란 힘을 지니고 있다. 그들의 생활 환경과 정신 자세는 물론 가족 관계 자체도 완전히 바뀌었다. 흔히 그들은 새로운 사회 경제 상황으로 너무 빨리 옮겨 간다. 청소년들의 사회적 정치적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어 가지만, 새로운 임무를 제대로 짊어질 준비는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에서 이처럼 커지는 청소년들의 비중이 거기에 비례하는 능동적인 사도직 활동을 요구하며, 그들의 타고난 품성 또한 그러한 사도직 활동에 적합하다. 자기 인격에 대한 의식이 성숙함에 따라 삶에 대한 열정과 넘치는 활력으로 고유한 책임을 맡아 사회 문화 생활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 열정이 그리스도 정신으로 충만하고 교회의 목자들에 대한 순종과 사랑을 갖춘다면, 참으로 풍요로운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야말로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첫째 사도가 되어야 하며, 자기들이 살고 있는 사회 환경을 고려하여 자기 자신들 가운데에서 자기 자신들을 통하여 사도직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과 사랑의 대화를 가져, 연령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 이해하고, 서로 자신의 보화를 나누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어른들은 먼저 모범을 보이고 기회가 닿는 대로 현명한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 청소년들을 사도직으로 이끌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심을 길러야 하며, 비록 새로운 것에 자연히 이끌린다 하더라도 귀중한 전통은 마땅히 존중하여야 한다.
어린이들에게도 어린이다운 사도직 활동이 있다. 친구들 가운데에서 그 나름대로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참 증인이 되는 것이다.

사회 환경
13.
사회 분야의 사도직, 곧 자기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정신, 풍습, 법률, 구조 등을 그리스도 정신으로 충만하게 하는 노력은 결코 다른 사람이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평신도들의 의무이며 책임이다. 이 분야에서 평신도들은 서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으로서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평신도들은 삶의 증거를 말씀의 증언으로 완성한다. 노동, 직업, 연구, 거주, 여가, 단체의 영역에서 평신도들은 동료들을 더욱 적절하게 도와 줄 수 있다.
평신도들은 그 무엇보다도 먼저 신앙과 생활을 일치시켜 세상의 빛이 됨으로써, 세상에서 교회의 이 사명을 완수하여야 한다. 무슨 일에서나 성실성을 보여 주어 사람들을 진리와 선에 대한 사랑으로 이끌고, 마침내 그리스도와 교회 안으로 이끌어들인다. 또한 형제애로 동료들의 생활 조건, 노동, 고통, 열망 등에 참여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이 저절로 구원의 은총을 받도록 이끌어 준다. 평신도들은 사회 건설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자각하여, 가정, 사회, 직업의 임무를 그리스도인의 도량으로 완수하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하여 평신도들의 행동 방식은 점차 그들의 생활과 노동의 영역에 스며들어 간다.
이 사도직은 거기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다 포함하여야 하며, 그들에게 베풀 수 있는 선이라면 영신적이든 현세적이든 하나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도들은 이러한 활동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웃 사람에게 말씀으로도 그리스도를 선포하도록 마음을 쏟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이웃 평신도를 통해서만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를 알 수 있다.

국가적 국제적 영역
14.
국가적 국제적 영역의 사도직 분야는 실로 광대하며 거기서는 주로 평신도들이 그리스도교 지혜의 청지기가 된다. 애국심으로 또 국민 의무의 충실한 이행으로 가톨릭 신자들은 진정한 공동선을 증진하여야 할 책무를 자각하여, 국가 권력이 올바로 행사되고 법률이 도덕률과 공동선에 부응하도록 그 의견을 관철시켜야 한다. 공직에 대한 전문 역량과 더불어 그리스도교 신앙과 교리 지식을 충분히 갖춘 가톨릭 신자들은 공직 수행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올바른 공직 수행을 통하여 공동선에 이바지하고 동시에 복음의 길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과 협력하여, 무엇이든 참된 것과 옳은 것과 거룩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을(필립 4,8 참조) 증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과 더불어 더욱 현명하고 친절하게 대화를 나누며, 사회와 국가의 제도들을 복음의 정신으로 완성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이 시대의 징표들 가운데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것은 날로 커 가는, 막을 길 없는 모든 민족의 연대 의식이다. 이 연대 의식을 신중하게 발전시켜 성실하고 참된 형제애로 바꾸어 주는 일이 바로 평신도 사도직의 임무이다. 더 나아가 평신도들은 국제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거기서 일어나는, 특히 개발 도상의 민족들과 관련된 이론적 실천적 문제들과 그 해결에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다른 나라에 원조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민족들의 관계가 서로 주고받는 참다운 형제적 교류여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국제 활동이나 사업 또는 관광의 목적으로 외국에 여행을 하는 사람은 어디서든지 자신이 그리스도의 선포자로서 여행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참으로 그렇게 행동하여야 한다.

제4장 사도직의 다양한 형태

서론
15.
평신도들은 개인적으로 또는 다양한 공동체나 단체에 가입하여 사도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개인 사도직의 중요성과 다양성
16.
개인이 수행하여야 할 사도직은 참된 그리스도인 생활의 샘에서 흘러 나오는 것으로서(요한 4,14 참조) 단체 활동을 포함한 모든 평신도 사도직의 근원이고 조건이며 그 무엇이든 이를 대신할 수 없다.
개인 사도직은 언제나 어디서나 유익한 것이지만, 어떤 환경에서는 오로지 개인 사도직만이 적절하고 가능하다. 비록 단체 활동에 협력할 기회와 가능성이 없다 하더라도 모든 평신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개인 사도직에 부름 받았으며 이 사도직을 수행할 의무가 있다.
평신도들이 교회를 세우고 세상을 거룩하게 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에 생명을 주는 사도직의 형태는 수없이 많다.
개인 사도직의 가장 독특한 형태로서 신자들 안에 살아 계시는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이 시대의 가장 적합한 표지는 믿음, 바람, 사랑에서 나오는 평신도 생활 전체의 증거이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서는 말씀의 사도직이 반드시 필요하며, 말씀의 사도직으로 평신도는 각자 그 처지와 역량에 따라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밝히고 전파하며 이를 충실하게 고백한다.
더 나아가서 평신도는 이 세상의 시민으로서 현세 질서를 이루고 움직이는 일에 협력하며, 가정, 직업, 문화, 사회 생활에서 더 높은 행동 원리를 신앙의 빛으로 찾아 내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자기가 창조주이시며 구세주이시고 성화주이신 하느님의 협력자가 되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린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 마디로 평신도는 사랑으로 살아가며, 할 수 있는 대로 사랑을 행동으로 드러내어야 한다.
모든 이는 공적 예배와 기도와 참회로써 그리고 삶의 노고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고난을 당하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2고린 4,10; 골로 1,24 참조), 자신을 모든 사람과 결합시켜, 온 세상의 구원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특수 상황의 개인 사도직
17.
교회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을 받는 지역에서는 개인 사도직이 반드시 필요하고 매우 절실하다. 이 어려운 환경에서 평신도들은 사제들의 임무를 보완하여,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며 때로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교 교리를 가르치며, 신앙 생활과 가톨릭 정신을 교육하고, 그들이 성사를 자주 받고 특히 성체 신심을 기르도록 지도하고 있다. 거룩한 공의회는 현대에서도 박해 속에서 영웅적인 용기를 지닌 평신도들을 끊임없이 일으켜 주시는 하느님께 충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어버이의 애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그들을 그러안는다.
가톨릭 신자가 적고 흩어져 사는 지역에서는 개인 사도직의 특수한 분야가 열려 있다. 그런 지역에서는 위에서 말한 이유나 직업 활동에서 생기는 특수한 이유 때문에, 평신도들은 오로지 개인으로서만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어떤 기구나 단체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작은 대화 모임을 가져,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교회 공동체의 표지가 참사랑의 증거로 드러나게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여 우정과 경험을 나누고, 서로 영적으로 힘을 북돋워 주어, 고립된 생활과 활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욱더 풍요로운 사도직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단체 사도직의 중요성
18.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생활 환경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부름 받았다. 그러나 인간은 본성상 사회적이며, 하느님께서도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1베드 2,5-10 참조) 또 한 몸으로 결합되기를(1고린 12,12 참조) 바라셨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단체 사도직은 신자들의 인간 조건과 그리스도인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것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일치 단결하여 사도직을 수행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가정 공동체는 물론 공동체 사도직의 특성을 지닌 본당 사목구와 교구에서 그리고 스스로 결성한 임의 단체에서 사도들이 되어야 한다.
단체 사도직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교회 공동체나 다른 분야에서 사도직 자체가 흔히 공동 활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도직의 공동 활동을 위하여 설립된 단체들은 그 회원들을 뒷받침해 주고, 사도직을 위하여 회원을 양성하며, 그들의 사도직 활동을 준비하고 지도하므로, 개인이 따로 행동하는 것보다 거기서 더욱더 풍요로운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보아, 평신도들의 활동 분야에서, 조직적인 단체 사도직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그것은 긴밀한 협력만이 현대 사도직의 모든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그 선익을 확고히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일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그 사도직이 지향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사고와 사회적 조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흔히 여론과 사회 제도의 압력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단체 사도직 형태의 다양성
19.
사도직 단체들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단체는 교회 사도직의 일반적인 목적을 추구하고, 어떤 단체는 특별히 복음화와 성화를 그 목적으로 삼고, 어떤 단체는 현세 질서의 그리스도화를 그 목적으로 추구하며, 어떤 단체는 특히 자선 활동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증언한다.
이러한 단체들 가운데 회원의 실생활과 신앙의 더욱 긴밀한 일치를 도와 주고 북돋워 주는 단체들을 특별히 중시하여야 한다. 단체들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고 세상을 향한 교회의 사명 완수에 봉사하여야 한다. 사도직의 힘은 그 단체가 교회의 목적과 일치하고 회원 각자와 그 단체 전체가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복음 정신을 갖추는 데 달려 있다.
교회 사명의 보편적 성격을 사회 제도의 진보와 현대 사회의 급변과 함께 살펴보면, 가톨릭 신자들의 사도직 활동도 국제 분야에서 더더욱 조직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여러 단체와 그 회원들이 국제적으로 더욱 긴밀히 결합될 때에, 국제 가톨릭 단체들은 그 목적을 더 쉽게 달성할 것이다.
교회 권위와 마땅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평신도들은 단체를 결성하고 운영하며 단체에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힘의 분산을 막아야 한다. 충분한 이유도 없이 새로운 단체나 사업을 추진하거나 또는 무익한 단체나 낡은 방법을 고수할 때에 힘이 분산되는 것이다. 또 다른 나라에서 시작된 사도직 형태를 분별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언제나 바람직하지는 않다.

가톨릭 운동
20.
수십년 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평신도들이 날로 더욱 열심히 사도직에 헌신하며 결성한 여러 가지 형태의 운동과 단체는 교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참된 사도직 목적을 추구해 왔고 또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나 좀더 오래 된 유사한 단체들 가운데에서 특별히 주목하여야 할 것은 ‘가톨릭 운동’이다. 이 운동은 서로 다른 활동 방식을 따르면서도 그리스도 왕국에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다 주었으며, 여러 교황들과 수많은 주교들이 이를 마땅히 권장하며 추진하고 ‘가톨릭 운동’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였다. 이 운동은 흔히 교계 사도직에 대한 평신도들의 협력이라고 일컬어졌다.
이러한 형태의 사도직은 ‘가톨릭 운동’이라는 이름을 가졌거나 달리 불리거나, 현대의 귀중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가) 이러한 조직의 직접 목적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사람들을 거룩하게 하며, 그들의 양심을 그리스도교적으로 형성하고, 다양한 공동체와 환경에 복음의 정신을 불어넣는 교회의 사도직 목적이다.
나) 교계와 그 나름대로 협력하는 평신도들은 자기 경험을 살려 책임지고 이러한 조직을 운영하며, 교회의 사목 활동이 전개되어야 할 조건을 연구하고 활동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실천하여야 한다.
다) 평신도들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결합되어 행동함으로써 교회 공동체를 더 적절하게 드러내고 사도직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라) 교계 사도직과 직접 협력하여 활동하도록 권유를 받았거나 자발적으로 헌신한 평신도들은 그 교계의 상급 지도 아래 행동한다. 주교는 이러한 협력 단체를 명시적 위임으로 승인할 수 있다.
이 모든 특성을 다 갖추었다고 교계의 판단을 받은 조직들은 여러 지역과 민족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이름을 지니더라도 ‘가톨릭 운동’으로 여겨야 한다.
거룩한 공의회는 많은 민족들 가운데에서 교회 사도직의 요구에 분명하게 부응하고 있는 이 단체들을 적극 권장한다. 또한 이러한 단체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제들과 평신도들은 위에서 말한 특성들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며 교회 안에서 다른 모든 형태의 사도직과 언제나 형제로서 협력하도록 권고한다.

중요한 단체
21.
모든 사도직 단체는 올바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계가 시대와 장소의 요청에 따라 훌륭한 단체로 인정하고 권장하거나 그 시급한 설립을 결정한 단체를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특별히 중요시하고 각자 자기 역량에 따라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단체들 가운데서 국제 가톨릭 기구나 단체들은 오늘날 특별히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교회 봉사에 헌신하는 평신도
22.
직업적인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어떤 단체의 봉사나 그 활동에 헌신하는 평신도들은 독신이든 기혼이든 교회 안에서 특별한 영예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국가와 국제 영역에서 특히 가톨릭 선교 공동체와 신생 교회에서 사도직 단체와 그 활동에 봉사하는 평신도의 수가 날로 늘어 간다는 사실은 교회의 커다란 기쁨이다.
교회의 사목자들은 이러한 평신도들을 기꺼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생활 조건이 정의와 평등과 사랑의 요구에 최대한 합치하도록 배려하여야 하며, 특히 그들과 그 가족들이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하고 필요한 교육과 영적 위안과 격려를 받을 수 있도록 돌보아 주어야 한다.

제5장 사도직에서 준수하여야 할 질서

서론
23.
개인이든 단체든 그리스도인들이 수행하는 평신도 사도직은 바른 질서로 교회 전체의 사도직과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 더욱이 하느님의 교회를 다스리도록 성령께서 세워 주신(사도 20,28 참조) 주교들과 이루는 일치는 그리스도인 사도직의 본질적 요소이다. 또한 다양한 사도직 활동 사이에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교계가 적절히 조정하여야 한다.
사실 교회의 모든 사도직에서 형제애가 빛나고 공동 목적을 달성하며 해로운 경쟁을 삼가도록 일치의 정신을 증진하려면, 교회 안에서 온갖 형태의 사도직이 서로 존중하며, 각기 그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교회의 특수 운동이 교구 사제와 수도 사제,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의 조화와 사도직 협력을 요구할 때에는 더더욱 조정이 필요하다.

교계와 맺는 관계
24.
평신도 사도직을 증진하며 그 원칙을 제시하고 영적인 도움을 주며 교회 공동선을 위하여 사도직 실천을 지도하고 교리와 질서가 보전되도록 감독하는 것은 교계의 임무이다.
평신도 사도직은 그 사도직의 다양한 형태와 목표에 따라 교계와 맺는 관계도 서로 다를 수 있다.
교회 안에는 평신도들이 자유로운 선택으로 시작하고 그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운영해 나가는 많은 사도직 활동이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어떤 환경에서는 교회의 사명이 더 잘 이행될 수 있다. 따라서 교계에서는 가끔 이런 활동을 훌륭한 것으로 인정하고 권장한다. 그러나 어떠한 활동이든지 합법적인 교회 권위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가톨릭’이란 명칭을 지닐 수 없다.
평신도 사도직의 어떤 형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교계에서 명시적인 인정을 받는다.
더 나아가서 교회의 공동선이 요구할 때에는 영적인 목적을 직접 지향하는 사도직 단체나 활동 가운데에서 어떤 것을 교회 권위가 선택하여, 특별한 방식으로 추진하고, 거기에 대한 특별한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렇게 교계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사도직을 지도하며, 어떤 형태의 사도직 활동을 자기 자신의 사도 임무와 밀접히 결합시킨다. 그러나 쌍방의 고유한 성격과 차이를 보존하여야 하며, 따라서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데 필요한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 교계의 이러한 행위를 교회의 여러 문서에서는 위임이라고 한다.
더욱이 교계는 그리스도교 교리교육, 특정한 전례 예식, 사목 활동 등에서 사목자들의 직무에 밀접히 관련된 어떤 임무까지도 평신도들에게 위임한다. 이러한 위임에 따라 평신도들은 임무 수행과 관련하여 교회 장상의 지도에 온전히 종속된다.
현세 질서의 제도나 활동과 관련하여, 현세사에서 따라야 할 도덕 원리를 가르치고 유권 해석을 하는 일은 교계의 임무이다. 교계는 또 모든 것을 심사숙고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현세 제도와 활동이 도덕 원리에 부합되는지를 판단하고, 초자연적 질서의 선익을 수호하고 증진하는 데 필요한 것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다.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성직자의 배려
25.
주교, 본당 사목구 주임, 그 밖의 교구 사제와 수도 사제들은 사도직 수행의 권리와 의무가 성직자나 평신도나 모든 신자에게 공통된 것이며, 교회 건설에서 평신도들도 고유한 역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사목자들은 교회 안에서 교회를 위하여 평신도들과 함께 형제로서 일하여야 하며, 사도직 활동을 수행하는 평신도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하여야 한다.
특수한 형태의 평신도 사도직을 도와 주기 위하여 적절한 교육을 받은 적합한 사제들이 세심하게 선발되어야 한다. 교계의 위임을 받아, 이러한 교역에 종사하는 사제들은 그 사목 활동에서 교계를 대표한다. 이러한 사제들은 교계와 평신도들의 원활한 관계를 증진하며 언제나 교회 정신과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그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가톨릭 단체들의 영성 생활과 사도 정신을 발전시키는 데에 진력하고, 지혜로운 조언으로 평신도들의 사도직 활동을 도와 주며, 그 사업을 촉진시켜야 한다. 평신도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며, 더욱더 효과적인 사도직 활동 방법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그 단체의 일치는 물론 다른 단체들과도 일치 정신을 증진시켜야 한다.
끝으로, 남녀 수도자들은 평신도들의 사도직 활동을 존중하고, 자기 수도회의 정신과 규범에 따라 평신도들의 활동 증진에 기꺼이 헌신하여야 하며, 사제들의 임무를 뒷받침하고 도와 주고 보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상호 협력을 위한 조직
26.
각 교구에는 되도록, 복음화와 성화 활동, 자선 사업이나 사회 사업, 그 밖의 다른 분야에서,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평신도들과 적절히 협력함으로써 교회의 사도직 활동을 돕는 협의체를 두어야 한다. 이 협의체는 평신도 단체들의 고유한 특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그 다양한 단체들과 활동들의 상호 조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러한 협의체는 가능하다면 본당 사목구는 물론 본당 간, 교구 간 또는 국가나 국제 차원에서도 설치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성좌에는 평신도 사도직에 봉사하며 이를 촉진하는 특별한 중앙 사무국이 설치되어야 한다. 이 사무국은 적절한 수단을 통하여, 평신도들의 여러 가지 사도직 활동에 관한 소식을 제공하고, 이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대의 문제들을 조사 연구하며, 사도직 활동에 관하여 교계와 평신도들에게 조언을 해 줄 것이다. 전세계에 있는 평신도 사도직의 다양한 운동 단체들이 이 사무국에 참여하고, 성직자들과 수도자들도 여기서 평신도들과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비가톨릭인들과 함께 하는 협력
27.
복음의 공동 자산과 거기서 따라나오는 그리스도 증거의 공통 직무는 가톨릭 신자들과 다른 그리스도인들의 협력을 권장하고 자주 요구한다. 이러한 협력은 신자 개인과 교회 공동체들이 여러 운동들이나 단체에서 국가와 국제 차원에서 실천하여야 한다.
또한 인간의 공통 가치들은, 사도직 목적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를 믿지는 않지만 그 가치들을 인정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협력을 드물지 않게 요구하고 있다.
현세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이 역동적이고 지혜로운 협력을 통하여 평신도들은 세상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증거와 인류 가족의 일치에 대한 증거를 보여 준다.

제6장 사도직을 위한 양성

사도직 양성의 필요성
28.
사도직은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양성을 통해서만 완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양성은 평신도가 영성 생활과 교리 지식에서 계속 진보하는 데에 필요할 뿐 아니라 또한 다양한 사물과 인물과 직무의 환경 속에서 활동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사도직을 위한 이 양성은 거룩한 이 공의회가 다른 문서에서 천명하고 선언한 그 기초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을 양성하는 공통 교육 이외에도, 개인과 환경의 다양성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사도직은 고유한 특수 양성을 요구한다.

평신도 사도직 양성의 원리
29.
평신도들은 그 나름대로 교회의 사명에 참여하므로, 평신도들의 사도직 양성은 바로 평신도 신분의 고유한 세속성과 그 영성 생활의 특성에 맞게 이루어진다.
사도직을 위한 양성은, 각자의 재능과 환경에 맞는 전인 교육을 전제로 한다. 평신도는 현대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자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절한 교양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평신도는 신앙으로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의 신비 안에서 살아가며, 하느님의 백성에게 생명을 주시고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 안에서 세상과 인간을 사랑하도록 재촉하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명을 완수하도록 배워야 한다. 이러한 양성을 모든 효율적 사도직의 기초와 조건으로 여겨야 한다.
영성 교육 이외에, 연령, 재능, 여건에 따라, 신학, 윤리학, 철학 등의 견실한 이론 교육도 필요하다. 실천적 기술적 교육과 더불어 일반 교양의 중요성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원만한 인간 관계를 돈독히 하려면 참으로 인간적인 역량을 계발하며 무엇보다도 형제적 공동 생활과 협력과 대화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
사도직을 위한 양성은 이론 교육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평신도는 자신의 양성 초기부터 점차 신중하게 배워, 모든 것을 신앙의 빛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활동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을 형성하고 완성시켜, 활기찬 교회 봉사에 들어서야 한다. 인간은 지속적으로 성숙해 가고 여러 문제들이 계속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이러한 양성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날로 더욱 깊은 지식과 더욱더 적합한 활동을 요구한다. 이러한 양성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언제나 인간의 단일성과 통합성을 염두에 두고 인격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고 증진하여야 한다.
이렇게 평신도는 바로 현세 질서의 현실 속에 완전히 깊숙이 파고들어 현실 운용에서 자기 역할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며, 또한 동시에 교회의 살아 있는 지체와 증인으로서 현세사 한가운데에서 교회가 현존하고 활동하게 한다.

사도직을 양성하는 사람들
30.
사도직을 위한 양성은 아동 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별히 청소년들을 사도직으로 이끌어들이고 그들에게 사도 정신을 불어넣어야 한다. 새로 맡는 임무의 요구에 따라, 이러한 양성은 평생 동안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도직을 위한 양성의 책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녀들의 가정 교육은 부모의 책임이다.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물심양면으로 어려운 이웃 사람들을 배려하도록, 특히 모범으로 자녀들을 점차 가르쳐 나가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가정과 가정의 공동 생활은 사도직의 실습이 되어야 하겠다.
더 나아가서 어린이들이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교회 공동체와 현세 사회로 마음을 넓히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어린이들을 본당 사목구의 지역 공동체 안에 받아들여, 거기서 어린이들이 하느님 백성의 살아 움직이는 지체임을 깨닫게 하여야 한다. 사제들은 교리교육과 말씀의 교역에서 또 영혼의 지도나 다른 사목 교역에서 사도직 양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톨릭 계통의 학교, 대학, 그 밖의 다른 교육 기관도 청소년들에게 가톨릭 정신을 심어 주고 사도직 운동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여야 한다. 가톨릭 계통의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또는 다른 이유로 이러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양성은 부모들과 영혼의 목자들과 사도직 단체들이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기 직업과 직무로 탁월한 형태의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과 교육자들은 이러한 교육을 더욱 효과적으로 실시하는 데 필요한 교육 이론과 교수법을 터득하여야 한다.
또한 사도직이나 다른 초자연적 목적을 지향하는 평신도들의 모임이나 단체들은 그 목적과 규범에 따라, 사도직을 위한 양성을 열심히 또 끊임없이 촉진하여야 한다. 이 단체들이야말로 흔히 적절한 사도직 양성의 일반적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 단체들 안에서, 교리와 영성과 실천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회원들은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작은 모임을 통하여, 자신들의 사도직 활동의 방법과 성과를 검토하고, 일상의 생활 방식을 복음과 비교한다.
이러한 양성은 평신도 사도직 전체를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평신도 사도직은 그 단체의 모임만이 아니라 평생 동안 모든 환경에서 특히 직장과 사회에서 수행하여야 한다. 또한 모든 신자가 사도직 수행을 위하여 철저히 준비하여야 하지만, 특히 성년에 이른 신자들에게는 그 준비가 더욱 긴요하다. 나이가 더해 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을 더 정확히 발견할 수 있으며, 자기 형제들의 선익을 위하여 성령께 받은 은사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사도직 양성
31.
사도직의 여러 형태에 따라서, 거기에 특별히 알맞은 양성이 필요하다.
가) 인간 성화와 복음화를 위한 사도직에서 평신도들은 특별히 믿는 사람이든 안 믿는 사람이든 함께 대화를 나누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선포할 수 있도록 양성되어야 한다.
현대에는 여러 가지 유물론이 어디에나,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까지 널리 퍼져 있으므로 평신도들은 가톨릭 교리를 열심히 배울 뿐만 아니라 특히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을 연구하여, 온갖 형태의 유물론을 거슬러 복음 생활의 증거를 보여 주어야 한다.
나) 현세 사물의 질서를 그리스도교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평신도들은 현세 사물이 그 자체로 가지고 있고 또 인간의 온갖 목적과 관련하여 지니고 있는 참된 의의와 가치를 배워야 한다. 또한 교회에서 가르치는 도덕 원리와 사회 원리에 따라 언제나 공동선에 관심을 기울이며 현세 사물의 올바른 사용과 여러 제도의 조직 운영을 익혀야 한다. 평신도들은 무엇보다도 사회 교리의 원리와 그 결론들을 배워 익혀 자기 나름대로 교리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이를 개별 사안에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 사랑과 자선 활동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탁월한 증거가 되므로, 사도직 양성은 자선 활동을 실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려서부터 형제들을 동정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도와 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보조 수단
32.
사도직에 헌신하는 평신도들에게는 회의, 대회, 피정, 영성 수련, 잦은 집회, 강연회, 서적, 해설서 등 많은 보조 수단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성서와 가톨릭 교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영성 생활을 발전시키며, 세계 정세를 파악하고, 적합한 사도직 방법을 모색하고 활용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양성 보조 수단들은 사도직이 수행되는 환경과 그 다양한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목적으로 중심 기관이나 상급 기구들이 설치되었고, 이미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거룩한 공의회는 이미 여러 곳에서 성행하고 있는 이러한 사업들을 기쁘게 여기며, 필요하다면 다른 곳에서도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바란다.
더 나아가서 신학뿐 아니라, 인간학, 심리학, 사회학, 방법론등에 관한 자료를 갖춘 연구 기관들이 사도직의 모든 분야를 위하여 세워져야 한다. 거기에서 남녀노소 모든 평신도는 재능과 역량을 더 잘 길러야 한다.

권고

33.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평신도에게 간청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을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목소리와 성령의 인도에 기꺼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즉각 응답하기 바란다. 특히 청소년들은 바로 여러분을 향한 이 부르심을 넓은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주님께서 친히 이 거룩한 공의회를 통하여 모든 평신도를 거듭 부르시며, 평신도들이 날로 더욱 친밀하게 주님과 결합되어 주님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필립 2,5 참조) 주님의 구원 사명에 동참하도록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