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 여행자들과 유다인들이 베다니아에 오다

  사랑과 증오가 예루살렘에 모인 많은 순례자들과 예루살렘의 주민들까지도 해 가 완전히 지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베다니아로 오도록 부추긴다. 그래서 해가 겨우 지기 시작하였는데, 벌써 그 중의 제일 이른 사람들이 라자로의 집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하인들에게 불린 라자로가, 제일 먼저 온 사람들이 바로 가장 비타협적인 유다민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안식일 위반을 보고 놀라니, 그들은 정말 바리사이파다운 이런 대답을 한다.
  “양떼의 성문에서는 벌써 해가 보이지 않소. 그래서 우리는 해가 성전의 둥근 지붕 뒤로 넘어가기 전에는 분명히 규정된 거리를 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길을 떠났소.”
  라자로는 어지간히 마른 얼굴에 약간 비꼬는 웃음을 짓는다. 얼굴이 말랐다고 말한 것은 그가 건강하고 안색이 좋기는 하지만, 확실히 뚱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의바르게, 그러나 약간 비꼬는 말투로 대답한다.
  “그래 무엇을 보고자 하시오? 선생님께서는 안식일을 존중하셔서 쉬고 계시오, 선생님께서는 휴식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시는 데에는 해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으시고 마지막 햇살이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셔서 ‘안식일이 끝났다’고 말씀하시오.”
  “선생님이 완전하시다는 것은 우리도 아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잘못했다면 선생님을 뵐 이유가 더 있는 거요. 우리의 죄를 사해 주실 시간만큼, 조금만.”
  “유감이지만 그렇게 못하겠소. 선생님께서는 피곤하셔서 쉬고 계시니, 성가시게 해 드리지는 않겠소.”
  그러나 다른 사람들, 즉 사방에서 온 순례자들이 예수를 뵙겠다고 청하고 조른다. 히브리인들 가운데에는 이방인들도 섞여 있고, 그들과 함께 개종자들도 있다. 그들은 라자로를 마치 비현실적인 사람인 것처럼 살펴보고 곁눈질해 본다. 라자로가 그가 추구하지 않은 이 명성으로 인한 귀찮음을 참아 견디고, 그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참을성 있게 대답한다. 그러나 하인들에게 대문을 열라는 명령은 하지 않는다.
  “선생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분입니까?”하고 어떤 사람이 묻는다. 그 사람은 외형으로 보아 확실히 혼혈이다. 유다인다운 것이라고는 매우 크고 매부리 모양으로 생긴 독특한 코뿐이고, 그의 말투라든지 옷 모양은 그를 외국인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렇소 이것은 나를 당신 메시아의 종을 만드시려고 나를 죽음에서 끌어내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요.”
  “하지만 그게 진짜 죽음이었습니까?”하고 다른 사람들이 묻는다.
  “이 유다인 명사들에게 물어보시오. 이분들은 내 장례식에 왔었고, 내가 부활할 때에도 여러분이 있었소.”
  “그렇지만 뭘 느끼셨습니까? 어디 계셨습니까? 무얼 기억하싲니까? 다시 살아났을 때 무슨 일을 당하셨습니까? 그분이 어떻게 선생을 다시 살리셨습니까?…. 선생이 묻혔던 무덤을 볼 수 없습니까? 무슨 병으로 돌아가셨습니까? 선생은 지금 정말 건강하십니까? 선생의 헌데 흔적이 없어졌습니까?”
  라자로는 참을성 있게 모든 사람들에게 대답하려고 애쓴다. 그가 부활한 뒤로 여러 달이 지나는 동안 매우 건강하다는 것과 헌데 자국이 이제는 다 지워졌다는 것을 말하기는 쉽지마는 그가 무엇을 느꼈는지,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 는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 정원 안에 내 하인들과 누이동생들 사이에 살아 있게 되었어요. 수의가 벗겨지고 나는 해와 빛을 보았고, 시장기를 느꼈고, 음식을 먹었고, 생명과 내게 대한 선생님의 큰 사랑을 누렸습니다. 그 나머지는 나보다 거기 있었던 사람들이 더 잘 압니다. 그 중에 말을 하고 있는 세 분이 여기 있고, 저기 두 사람이 옵니다.” (지금 오는 두 사람은 최고회의 의원인 요한과 엘르아잘이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세 사람은 율법학자 두 사람과 바리사이파한 사람인데, 사실 그들을 라자로의 부활때 보았지마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겠다. )
  “저 사람들은 이방인인 우리들에게는 말하지 않습니다! 유다인인 당신들이 가서 물어보시오…. 그러나 선생은 선생이 묻혔던 무덤을 우리에게 보여 주시오.”
  그들은 그 이상 조를 수 없을 만큼 몹시 조른다. 라자로는 결심한다. 그는 하인들에게 무슨 말인지 하고 나서 사람들을 향하여 돌아서서 말한다.
  “이 집과 내 다른 집 사이에 있는 길로 가시오. 내가 당신들을 맞으러 가서 무덤으로 인도하겠습니다. 돌로 된 지층에 뚫린 구멍밖에 볼 것이 없지만.”
  “상관없습니다! 갑시다! 갑시다!”
  “라자로! 서시오! 우리도 가도 되겠소? 외국인들에게는 허용되는 것을 우리들에게는 금한다면 모르지만”하고 한 율법학자가 말한다.
  “아니오. 아르켈라우스 무덤에 가까이 가도 부정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 당신도 오시오.”
  “그 속에 주검이 들어 있지 않으니까 그것은 이제 무덤이 아니오.”
  “그러나 그 안에는 주검이 나흘 동안이나 들어 있었소. 이스라엘에서는 그보다 훨씬 덜한 것 때문에도 부정한 것으로 여기는데요! 시체를 만진 사람을 옷으로 스친 사람도 부정하다고 당신들은 말하는데, 내 무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열려 있기는 하지만 아직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소.”
  “상관없소. 우리는 정화를 하겠소.”
  라자로는 요한과 엘르아잘 두 바리사이파 사람을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들도 가겠소?”
  “예, 우리도 가겠소.”
  라자로는 담처럼 높고 두꺼운 울타리로 경계가 지어진 쪽으로 빨리 가서, 울타리 중의 하나에 끼워 넣은 대문을 열고 시몬의 집으로 가는 길로 나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나아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리고 그들을 무덤으로 인도한다. 꽃이 핀 장미나무 한 그루가 무덤 어귀를 둘러 감고 있다. 그러나 열린 무덤에서 풍기는 무시무시함을 없애는 데에는 부족하다. 홍예 모양으로 꽃이 핀 아래에 기울어진 바위에는 “라자로, 밖으로 나오시오!” 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악의를 품은 사람들이 곧 그것을 보고 즉시 말한다.
  “왜 저 말들을 새기게 했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왜요? 내 집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소. 그리고 내게 생명을 돌려준 하느님의 외침의 말을 지워지지 않도록 바위에 새겨놓고자 했다고 나를 죄 지었다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게 될 때에, 그래서 라삐의 능력을 찬양하지 못하게 될 때에, 나는 해가 아직 저 말들을 돌 위에서 읽고, 바람들이 나무들에게 저 말을 일러주고, 새들과 꽃들이 저 말들을 쓰다듬어, 나를 죽음에서 끌어내신 그리스도의 외침을 내 대신 계속 찬미하기를 원하오.”
  “당신은 이교도요! 당신은 독성자(瀆聖者)요! 당신은 우리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오. 당신은 베엘제불의 아들의 요술을 찬양하오. 라자로, 당신 조심하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내가 내 집에 있고 당신들은 부름을 받지 않은 채 비열한 의향을 가지고 내 집에 와 있다는 것을 당신들에게 상기시키오, 당신들은 이 사람들보다 더 못하오. 이 사람들은 이교도이지만, 나를 부활시키신 분을 하느님으로 인정하오.”
  “저주받은 사람! 그 선생에 그 제자이로구먼. 소름끼치는 일이야! 우리 여기서 떠납시다! 이 더러운 소굴에서. 이스라엘을 타락시키는자, 최고회의가 당신의 말을 기억할 거요.”
  “그리고 로마는 당신들의 음모를 기억할 거요, 나가시오!”
  항상 온유한 라자로도 자기가 테오필로의 아들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들을 개떼처럼 내쫓는다. 여러 지방에서 온 순례자들은 남아서 청하고 쳐다보고, 그리스도를 보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당신들은 예루살렘에서 선생님을 뵐 것입니다. 지금은 안 됩니다.나는 할 수 없습니다.”
  “아! 그렇지만 선생님이 시내에 가십니까? 정말입니까? 거짓말입니까? 저들이 저 정도로 선생님을 미워하는데도 가십니까?”
  “가십니다. 이제는 안심하고 가시오. 집이 어떻게 쉬고 있는지 보십니까? 아무도 보이지 않고, 말 한 마디도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보기를 원하던 것, 즉 다시 살아난 사람들과 그가 묻했던 곳을 보셨습니다. 이제는 가시오, 그리고 당신들의 호기심을 보람없게 만들지 마시오.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고 지극히 거룩하신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의 살아 있는 증거인 나를 본 것으로 인하여 당신들이 모두 그분의 길로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 바람 때문에 내가 다시 살아난 것을 기뻐합니다. 나는 이 기적이 의심하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이교도들을 개종시키고, 그들 모두에게 참 하님은 한 분뿐이시고, 참 메시아는 거룩한 선생님이신 나자렛의 예수한 분뿐이시라는 것을 확신하게 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마지못해 헤어진다. 그런데 새로 사람들이 계속 오기 때문에, 한 사람이 가는 대신에 열 사람이 온다. 그러나 라자로는 하인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모든 사람을 밖으로 내몰고 격자문을 닫는데 성공한다.
  라자로는 “사람들이 울타리를 부수거나 뛰어넘지 않는지 살피게. 곧 저녁 어두움이 내리깔릴 터이니까 저 사람들은 그들이 몸 둘 곳로 갈 걸세”하고 명령하면서 물러가려고 하는데, 미르타(지중해 연안지방의 상록수) 덤불 속서 엘르아잘과 요한이 나오는 것이 보인다.
  “아니? 당신들이 보이지 않기에 나는 당신들이….”
  “우리를 쫓아내지 마시오. 우리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덤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우리는 요셉과 니고데모보다 의심을 덜 받기 때문에 우리가 온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과 선생님을 빼놓고는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하인들은 믿을 수 있습니까?”
  “라자로의 집에서는 주인의 마음에 드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또 외부 사람에 대하여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 관습입니다.
  그러나 담보다도 더 두꺼운 이 푸른 나무로 된 두 담 사이에 있는 이 오솔길로 해서 오시오.”
  라자로는 그들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회양목과 월계수의 두 겹으로 된 울타리 사이에 있는 작은 길로 인도한다.
  “여기 계십시오, 예수님을 모셔 오겠습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하시오!….”
  “염려 마세요.”
  기다림은 오래 가지 않는다. 오래지 않아 나뭇가지들이 얽혀서 좀 어두운 오솔길에 하얀 아마포 옷을 입으신 예수께서 나타나신다. 그리고 라자로는 보초를 선 것처럼, 또는 조심성으로 오솔길 가장자리에 남아 있다. 그러나 엘르아잘이 그에게 “이리 오시오”하고 말한다. 아니 오히려 손짓을 한다.
  예수께서 두 사람에게 인사하시고, 두 사람은 예수께 대단한 경의를 표하고 있는데, 라자로가 가까이 간다.
  “선생님, 그리고 당신 라자로, 들으십시오, 선생님께서 오셔서 여기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최고회의가 가야파의 집에서 열렸습니다. 하는 것 모두가 남용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선생님, 기대를 가지지 마십시오! 라자로, 조심성을 가지세요! 최고회의의 위장된 동작이고 표면상의 무기력에 지나지 않는 평온에 속지 마십시오. 이것은 위장된 동작입니다, 선생님. 군중이 동요하고 선생님을 지킬 준비를 하지 않는 사이에 선생님을 끌어들여서 잡기 위한 위장된 동작입니다. 선생님의 운명은 정해져 있고, 명령은 변함없습니다. 최고회의는 절대로 그의 복수를 잊지 않습니다. 최고회의는 기다립니다. 유리한 기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곧이어!…. 그리고 라자로 당신도. 그들은 당신도 없애고자 합니다. 당신 때문에 그들을 버리고 선생님을 따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당신을 붙잡아서 없애버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바로 말했지만, 당신은 선생님의 능력의 증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증언을 없애고자 하는 것입니다. 군중들이 이내 잊어버리리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사라지고 선생님께서 없어지시면 많은 열의가 식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엘르아잘! 열의가 타오를 것입니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오! 선생님! 그러나 만일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선생님께 대한 믿음이 있다고 가정하고, 만일 선생님께서 사라지시면 무엇이 그 믿음을 타오르게 하겠습니까? 저는 기분 좋은 일만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선생님을 초대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제 아내가 오래지 않아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 아들은 선생님께서 풍파를 겪고 있는 두 마음 사이에 평화가 다시 오게 함으로 선생님의 정의가 꽃피운 아이입니다. 그 아이는 오순절 무렵에 날 것입니다. 오셔서 그 아이에게 강복을 주심사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집에 들어오시면, 어떤 불행도 제 집에서 멀리 떠나버릴 것입니다”하고 바리사이파 사람 요한이 말한다.
  “지금부터 당신에게 내 강복을 줍니다….”
  “아! 선생님에서는 제 집에 오기를 원치 않으시는 거로군요! 저를 성실하다고 믿지 않으시는 거로군요! 저는 성실합니다. 선생님! 하나님께서 저를 보고 계십니다!”
  “나도 압니다. 그런데… 오순절에는 내가 당신들 가운데 있지 않게 되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기는 별장에서 날 것입니다.”
  “압니다. 그러나 거기에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당신과 당신의 아내와 장차 태어날 아기와 이미 있는 당신 아들들도 내 강복을 받고 있습니다.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는 가시오. 이분들을 오솔길로 해서 시몬의 집 저쪽으로 인도하시오. 아무의 눈도 띄지 않게 하시오…. 나는 집으로 돌아가오. 당신들에게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