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베다니아의 만찬

  만찬은 예수께서 여자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하얀 큰 방에 차려졌다. 그것은 온통 희고 은빛깔로 찬란한 것인데, 거기에 사과나무나 배나무 또는 다른 과일나무 가지 다발들이 덜 희고 덜 차가운 색조를 가미한다. 그 나뭇가지 다발들은 눈같이 희기는 하지만, 멀리서 밝아오는 새벽빛의 애무가 스치는 눈을 연상시키는 분홍빛을 약간 띠고 있다. 그 나뭇가지 다발들은 식탁들과 방의 벽에 기대서 놓은 작은 궤들과 찬장들 위에 놓인 불룩한 꽃병이나 훌쪽한 은항아리에 꽂혀 우뚝 서 있다. 꽃들은 깨끗한 봄의 과일나무 꽃의 독특한 냄새인 산뜻하고도 약간 맵싸한 냄새를 방 안에 풍긴다….
  라자로가 예수 곁에 서서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 뒤로는 사도들이 둘씩 둘씩 또는 더 많이 떼를 지어 들어온다. 맨 마지막으로 라자로의 두 누이동생이 막시민과 같이 들어온다.
  여자 제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성모님조차도 보이지 않으신다. 아마 여자 제자들은 슬퍼하시는 어머님 곁에 집에 그대로 있는 것을 더 낫게 생각한 모양이다.
  황혼이 가까워온다. 그려나 햇살이 좀 남아 있어, 방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몇 그루의 종려나무의 살랑거리는 나뭇잎들과 참새들이 자기 전에 서로 다투는 엄청나게 큰 월계수꼭대기를 비춘다. 종려나무와 월계수 저쪽, 장미와 재스민으로 된 울타리와 은방울꽃과 다른 꽃들이 심겨 있는 화단들과 향기로운 화초들 저 너머로는 한 무더기의 철늦은 사과나무 또는 배나무의 첫 번째 꽃들의 연한 초록색의 점이 박힌 흰 반점이 있다. 그것은 가지에 매달린 채로 남아 있는 구름 같다. 예수께서는 가지를 꽃은 항아리 곁으로 지나가시면서 지적하신다.
  “이것들은 벌써 작은 첫번째 열매들이 달렸소. 보시오! 꼭대기에는 꽃들이 있는데, 다 아래쪽에는 꽃이 벌써 떨어지고 자방(子房)이 부풀고 있소.”
  “마리아가 이것들을 꺾어 오기를 원했습니다. 마리아는 선생님의 어머니께도 몇 다발 갖다 드렸습니다. 마리아는 또 하루해가 이 가냘픈 꽃부리를 상하게 할까봐 염려해서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 대량 파괴소식을 들은 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농부 하인들처럼 그것에 분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만물의 모든 아름다움을 만물의 왕이신 선생님께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당신 자리에 앉으셔서 마리아를 바라보신다. 마리아는 언니와 함께 하녀인 것처럼 식사 시중을 하려고, 깨끗하게 하는 의식을 위한 잔과 수건들을 가져오고, 그 다음에는 포도주를 잔에 따르고, 하인들이 부엌에서 가져오는 대로 요리 접시를 식탁에 놓거나 찬장 위에서 잘라 내놓거나 한다. 두 자매가 모든 회식자의 시중을 예의 바르게 들지만, 자연히 그들의 열의는 예수와 라자로라는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회식자에게로 특별히 간다.
  한 순간에, 맛있게 먹고 있던 베드로가 지적한다.
  “이거 보라구! 이제서 알아차렸는데! 모든 요리가 갈릴래아에서 나오는 것과 같아. 내 생각에는… 그렇고 말고! 꼭 혼인 잔치에 온 것 같아. 그렇지만 여기서는 가나에서처럼 포도주가 떨어지지는 않는구먼.”
  마리아는 미소 지으면서 매우 맑은 호박색 포도주를 사도의 잔에 다시 붓는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라자로가 설명한다.
  “사실 선생님께서 당신의 갈릴래아에 계신 것 같은 인상을 가지실 그런 식사를 대접하려는 것이 누이동생들, 특히 마리아의 생각이었습니다. 여기서 하는 것보다 불완전하기는 해도 분명히 더 나은 것, 훨씬 더 나은 것이었겠지요만….”
  “그러나 선생님께 그것을 생각나게 하려면, 어머니께서 이 식탁에 계셨어야 할 것입니다. 가나에는 어머님이 계셨거든요. 어머님을 통해서 기적이 일어났었지요.”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지적한다.
  “그 포도주는 명주(銘酒)였겠군요!”
  “포도주는 즐거움의 상징인데, 번식력이 강한 포도나무에서 얻은 즙이니까 생식력의 상징이기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포도주는 많이 수태시킨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산나는 아이가 없으니까요.” 하고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오! 그것은 포도주였어! 그 포도주는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했어” 하고 요한이 하느님께서 행하신 기적으로 마음속으로 볼 때에는 항상 그러는 것처럼 약간 공상에 잠기면서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끝맺는다.
  “그것은 동정녀에 의해서 행해졌어…. 그래서 순결의 영향이 그 포도주를 맛 본 사람에게서 내려왔어.”
  “아니, 그럼 자넨 수산나가 동정녀라고 생각하나?”하고 가리옷 사람이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네, 동정녀는 주님의 어머니시지. 어머니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서는 순결이 생겨나네. 나는 어머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얼마나 순결하게 만드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네….” 그리고 어떤 환상을 보고 웃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공상에 잠긴다.
  “저 총각은 정말 매우 행복해! 나는 저 사람이 지금은 세상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생각하네, 저 사람을 살펴보게” 하고 베드로가 요한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예수께서도 요한을 보시려고 약간 몸을 구부리신다. 요한은 U자 모양으로 배치된 식탁의 측면 모퉁이에 있으며, 따라서 중앙 식탁 한가운데에 계신 주님의 약간 뒤쪽에 있다. 예수의 왼편에는 사촌 야고보가 있고, 오른편에는 라자로가 있으며, 라자로 다음에는 열성당원과 막시민이 있고, 야고보와 다른 야고보 다음에는 베드로가 있다. 반대로 요한은 안드레아와 바르톨로메오 사이에 있고, 그 다음에는 토마가 있는데, 토마의 맞은편에는 유다가 필립보와 마태오와 같이 있고, 타대오는 가운데 긴 식탁이 시작되는 바로 모퉁이에 있다.
  라자로의 마리아가 방에서 나가는데, 마르타는 새 무화과꽃과 회향(茴香)풀의 푸른 줄기와 갓 딴 편도와 딸기인지 나무딸기인지 모를 것이 가득 담긴 쟁반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딸기는 연초록색 회향풀과 꽃들과 또 그 곁에 있는 편도와 작은 멜론들과 남부 이탈리아의 퍼런 멜론을 연상시키는… 같은 종류의 다른 과일들과 황금빛 오렌지 가운데에 있으니까 한층 더 빨갛게 보인다.
  “벌써 이런 과일들이? 아무 데서도 익은 것을 보지 못했는데” 하고 베드로가 눈을 크게 뜨고 딸기와 멜론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일부는 이런 것이 나는 내 채소밭이 있는 가자 저쪽 해안지방에서 왔고, 일부는 집 위에 있는 온실에서 온 것인데, 온실은 서리를 막아주어야 하는 더 약한 작은 초목의 묘판이지요. 어떤 로마인 친구가 그 경작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내게 좋은 것 가르쳐준 것은 그것뿐이지요….” 라자로는 얼굴이 흐려지고, 마르타는 한숨을 쉰다…. 그러나 라자로는 이내 손님들을 슬프게 하지 않는 완전한집 주인이 다시 된다. 바이에(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명.)와 시라쿠사(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명.), 그리고 시바리스만(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명.)둘레에 있는 별장들에서는 이 방법으로 이 맛있는 것들을 일찍 얻으려고 이것들을 가꾸는 데 매우 익숙합니다. 드세요, 리비아의 끝물 오렌지, 온실에서 자란 에집트의 맏물 멜론, 게다가 라틴 사람들의 열매, 우리 조국의 흰 편도, 연한 잠두(蠶豆), 아니스의 맛이 나는 소화를 촉진하는 줄기들이 있습니다…. 마르타야, 너 어린 아이 생각을 했니?”
  “다 생각했어요. 어머님은 에집트 생각을 하시면서 감회에 잠기셨어요….”
  “우리 초라한 정원에 그런 식물이 조금 있었소. 삼복더위 때에는 깊고 시원한 이웃집 우물에 멜론들을 담갔다가 저녁때에 먹는 것이 즐거움이었소…. 나도 기억하오…. 그리고 나는 욕심 많은 염소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놈이 새로 돋아나는 싹과 연한 과일을 잘 먹기 때문에 지켜야 했소….” 고개를 갸웃이 기울이고 말씀하시던 예수께서 머리를 드시고 내려오는 저녁 바람에 살랑거리는 종려나무들을 바라보신다.
  “나는 종려나무들을 볼 때면… 종려나무들을 볼 때면 언제나 에집트와 바람이 아주 쉽게 먼지를 일으키던 누렇고 모래가 많은 땅, 그리고 멀리에는 희박해진 공기 속에서 피라미드들이 떨고 있던 것이 눈에 선하오…. 그리고 우리 집… 그러나 그 이야기는 해야 소용없소. 그 때 그 때 근심거리가 있는 법이오…. 라자로, 이 과일 몇개를 내게 주겠소?  마리아와 마티아에게 갖다 주고 싶소. 요안나가 이런 과일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소.”
  “요안나는 이런 과일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요안나는 어제 이 과일들에 대한 말을 하면서 베델에 온실들을 짓게 해서 이 과일나무들을 심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일들을 지금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익은 과일들을 모두 땄기 때문에 며칠 동안 익은 과일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과일들을 보내겠습니다. 그보다도 목요일까지 과일을 가져갈 사람을 보내십시오. 그 아이들을 위해서 이 과일을 담은 얌전한 바구니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렇지, 마르타야?”
  “예, 오빠. 그리고 요안나가 몹시 좋아하는 골짜기의 백합꽃들을 거기에 곁들입시다.”
  막달라의 마리아가 다시 들어온다. 마리아는 목이 매우 가늘고 새부리같이 우아한 부리가 달린 항아리를 들었다. 설화석고(雪花石膏)는 금발 여자들의 어떤 살색처럼 분홍빛을 떤 정교한 노란색이다. 사도들은 마리아가 아마 흔치 않은 맛있는 것을 가져오나보다고 생각하면서 그를 바라본다. 그러나 마리아는 가운데로, 즉 언니가 있는 U자 모양으로 된 식탁 안쪽으로 가지 않고, 침대 모양의 의자들 뒤로 지나서 예수의 의자와 라자로의 의자, 그리고 두 야고보가 있는 의자사이에 가서 자리 잡는다.
마리아는 설화석고 항아리를 열고, 열린 항아리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끈적거리는 액체 몇 방울을 받으려고 부리 밑에 손을 가져다댄다. 월하향(月下香)과 다른 향유의 진한 냄새, 강력하고 기분좋은 향기가 방 안에 퍼진다. 그러나 마리아는 조금밖에 나오지 않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몸을 구부리고 예수의 침대식 의자 모서리에 대고 항아리의 목을 착실한 손짓으로 깨뜨린다. 가는 목이 방바닥에 떨어지면서 향기로운 방울들을 대리석 바닥에 퍼뜨린다. 이제는 항아리에 넓은 구멍이 생겼고 많은 향유가 콸콸 넘쳐 나온다.
  마리아는 예수 뒤로 가서 진한 기름을 그의 예수의 머리에 붓고, 그것으로 굽슬굽슬한 머리카락을 모두 바르고, 그것들을 길게 늘여, 자기 머리에서 빼낸 빗으로 흠숭하는 머리에 잘 정리한다. 붉은 기운을 떤 예수의 금발 머리는 이렇게 기름을 바른 뒤에 매우 반짝이며 진한 금과 같이 빛난다. 하인들이 켜놓은 큰 촛대의 빛이 마치 아름다운 청동 투구에 반사하듯이 그리스도의 금발 머리에 반사한다. 향기는 황홀하다. 이렇게 한없이 퍼진 향기는 어떻게나 잘 스며드는지, 재채기를 나게 하는 가루처럼 자극적인 나머지 콧구멍 속으로 스며들고 머리에 올라간다.
  라자로는 머리를 뒤로 돌린다. 그는 마리아가 얼마나 정성 들여 예수의 굴슬거리는 머리카락에 향유를 바르고 빗겨, 향기로운 맛사지를 한 후에 그 머리가 잘 정돈된 것으로 보이게 하는지를 보면서 빙그레 웃는다. 마리아는 그의 땋은 머리채가 핀들과 어울려서 고정시키던 넓은 빗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점점 더 목으로 흘러내리고 완전히 어깨로 흘러내리게 되어 있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마르타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다른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서로 말을 하며 얼굴에는 여러 가지 다른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마리아는 아직 만족하지 않다. 깨진 항아리에는 아직 향유가 많이 남아 있고 예수의 머리카락이 아무리 숱이 많다 해도 향유를 가득 머금었다. 그러니까 마리아는 오래 전 저녁의 사랑의 행동을 되풀이 한다. 침대식 의자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예수의 샌들 끈을 풀고 발을 벗긴다. 그리고 그의 매우 아름다운 손의 긴 손가락을 항아리 속으로 집어넣어, 끌어낼 수 있는 향유를 전부 끌어내어 벗은 발 발가락 하나하나에 바르고 그 다음에는 발바닥과 발뒤꿈치, 그리고 아마포 옷을 뒤로 젖혀 드러나게 한 발목 위에까지 바른다. 그리고 마침내 발등에서는 무서운 못들이 들어갈 중족(中足)에서 오래지체하며 오목한 항아리 안에 향유가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한다. 그러자 항아리를 방바닥에 부딪쳐 깨뜨린다. 그리고 손이 자유롭게 되자 굵은 핀들을 뽑아 그의 숱한 땋은 머리를 풀고, 그 살아있고 부드럽고 매끈매끈한 황금빛 머리채로 향유가 뚝뚝 떨어지는 예수의 발에서 향유의 나머지를 훔쳐낸다.
  유다는 그 때까지 매우 아름다운 여인과 그 여인이 머리와 발에 기름을 바르는 선생님을 음탕과 시기의 불순한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그 때까지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다가 목소리를 높인다. 공공연한 비난의 유일한 목소리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는 아니고 몇몇 사람이 약간 불평을 하거나 놀란 몸짓을 하였다, 그래도 조용한 몸짓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발에 향유를 바르는 것을 더 잘 보기 위하여 일어나기까지 한 유다는 심통 사납게 말한다.
  “얼마나 무익하고 이교적인 낭비야! 왜 그렇게 하는 거요. 그러고서도 최고회의 지도자들이 죄 이야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단 말이야! 그것은 음탕한 창녀의 행위이고, 여보시오, 당신의 새 생활하고는 어울리지 않소. 그 행위는 너무나 당신의 과거를 환기하오!”
  모욕이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모두가 깜짝 놀랐다. 모욕이 얼마나 심한지 모두가 흥분하여, 어떤 사람들은 침대형 의자에 일어나 앉고, 어떤 사람들은 일어선다. 모두가 유다를 마치 갑자기 미친 것처럼 바라본다.
  마르타는 얼굴이 빨개졌다. 라자로는 갑자기 일어나 식탁을 탕 치고 말한다.
  “내 집에서….” 그러나 곧이어 예수를 쳐다보고 말을 중단한다.
  “그래, 자네들 나를 바라보지? 자네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불평을 했네. 그러나 내가 자네들의 생각을 대변했고 자네들이 생각하던 것을 공공연하게 말한 지금 자네들은 나를 비난하려고 하네. 나는 내가 말한 것을 되풀이 하겠네. 물론 나는 마리아가 선생님의 애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세. 그러나 어떤 행위는 선생님께도 마리아에게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일세, 이것은 무모한 행동이고, 옳지 않은 행동이기도 하네. 그렇네. 왜 이렇게 낭비를 하는 건가? 만일 마리아가 그의 과거의 기억을 소멸시키고 싶었으면 그 항아리와 그 향유를 내게 주어도 되는 건데 그랬단 말일세. 값이 매우 비싼 순수한 감송향(甘松香)이 적어도 한 파운드는 있었네! 나는 그걸 300 데나리우스를 받고 팔 수 있었을 걸세. 그만한 가치의 감송향은 그 값까지 갈수 있으니까. 또 아름답고 값진 그릇도 팔 수 있었을 거야. 나는 그 돈을 우리에게 몰려드는 거지들에게 주었을 걸세. 돈은 넉넉히 있다는 법이 절대로 없고, 또 내일 예루살렘에는 우리에게 동냥을 달라고 할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거야.”
  “그건 사실이야!”하고 다른 사도들이 시인한다.
  “자넨 그 돈을 선생님을 위해서 조금 쓸 수 있었을 거야. 그리고 나머지는….”
  막달라의 마리아는 듣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풀어진 그의 머리카락으로 계속하여 그리스도의 발을 훔친다. 이제는 그 머리카락들도 특히 아래쪽에, 향유로 무거워지고, 머리 꼭대기에보다 더 짙은 빛깔이 되었다. 오래 묵은 상아 빛깔인 예수의 발은 마치 새 피부를 한 벌 입힌 것과 같이 반들반들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리스도께 다시 샌들을 신겨 드리는데, 예수께 대한 그의 사랑이 아닌 모든 것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발에 신발을 신겨 드리기 전과 신겨 드린 후에 이 발 저 발에 입맞춤을 한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입맞춤을 하느라고 숙인 마리아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면서 그를 변호하여 말씀하신다.
  “마리아가 하는 대로 놔두어라. 왜 마리아를 괴롭히고 귀찮게 하느냐? 너희들은 마리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마리아는 내게 대해서 옳고 착한 일을 하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들 가운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곧 갈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너희들과 같이 있겠지만, 나는 머지않아 너희들과 같이 있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너희들이 언제나 동냥을 줄 수 있겠지마는, 이제 얼마 안 있어, 사람들 가운데 있는 사람의 아들인 나에게는, 사람들의 뜻에 의해서 그리고 때가 왔기 때문에, 아무 영광도 드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마리아의 생각에 사랑은 빛이다. 마리아는 내가 곧 죽으리라는 것을 느끼고 내 몸에 장사 지낼 때 하는 향유 바르기를 미리 하고자 한 것이다. 나 분명히 너희들에게 말하지만, 기쁜 소식이 전해지는 곳에서는 마리아의 예언적인 사랑의 행위도 기억할 것이다. 온 세상에서, 언제까지나, 어느 사람이나 모두 다른 마리아가 되어서, 마리아와 같이 값을 따지지 않고, 애착을 키우지 않고, 과거의 가장 작은 추억까지도 간직하지 않고, 육체와 세상의 것 무엇이든지 소멸시키고 짓밟으며, 마리아가 감송향과 설화석고 항아리를 그렇게 한 것처럼 자기를 부수고, 주님 위에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부어졌으면 좋겠다.
  마리아야, 울지 말아라. 내가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과 네 언니 마르타에게 한 말을 이 시간에 다시 한다. ‘네가 전적으로 사랑할 줄 알기 때문에 너는 모든 것에 대한 용서를 받았다.’ 너는 가장 좋은 몫을 골라잡았으며, 너는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다시 찾은 내 다정스러운 양아, 안심하고 있어라. 안심하고 있어라. 사랑의 풀밭이 영원히 네 먹이가 될 것이다. 일어 나거라, 네 죄를 사해 주고 네게 강복한 내 손에도 입맞춤 하여라…. 내 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죄를 사해 주고, 강복하고, 은혜를 많이 베풀었느냐! 그런데도 나 너희들에게 분명히 말 한다마는, 내가 은혜를 많이 베푼 백성이 이 손에 대한 고문을 준비하고 있다….”
  스며드는 향기로 인하여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풀어진 머리가 어깨로 내려와 겉옷 노릇을 하고, 얼굴로 내려와 베일 노릇을 하는 마리아는 예수께서 내미시는 오른손에 입맞춤하며, 거기에서 입술을 뗄 줄을 모른다….
  마르타는 감동하여 마리아에게로 다가가서 그의 머리카락을 모아 땋아 주고, 그 다음에는 그를 어루만지며, 눈물이 뺨으로 흘러 내리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가 닦아주려고 애쓴다…. 아무도 이제는 음식을 먹을 생각이 없어졌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그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제일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알패오의 유다이다. 그는 물러갈 허락을 청한다. 그의 아우 야고보도 그가 하는 대로 하고, 안드레아와 요한도 그렇게 한다. 다른 사도들은 남아 있다. 그러나 벌써 일어서서 하인들이 그들에게 내놓은 은대야에 손을 씻는 일에 골몰한다. 마리아와 마르타는 예수와 라자로와 같이 손을 씻는다. 하인 한 사람이 들어와서 몸을 구부리고 막시민에게 말한다. 그의 말을 들은 다음 막시민이 말한다.
  “선생님, 선생님을 뵙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그들 말로는 멀리서 왔다고 한답니다. 어떻게 할까요?”
  예수께서는 필립보와 제베대오의 야고보와 토마를 불러서 명령하신다.
  “가서 기쁜 소식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고, 내 이름으로 행하여라. 그리고 내가 내일 성전에 올라간다고 알려라.”
  “주님, 그 말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하고 열성당원 시몬이 묻는다.
  “성도에서는 친구들보다도 원수들이 벌써 그 말을 더 했으니, 그 말을 안 해야 소용이 없다. 가거라!”
  “흠! 친구들이 그걸 아는 한…. 우리도 알지. 그렇지만 친구들은 배반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지 모르겠어.”
  “많은 친구 중에는 언제나 어떤 원수가 있는 걸세. 요나의 시몬. 이제는 친구들이… 너무나 많아, 그리고 너무 쉽게 그들을 친구로 받아들인단 말이야!…. 내가 얼마나 청을 하고 기다렸는지를 생각하면!… 그러나 그 때는 초기였고, 조심을 했었지. 그리고는 대성공에 현혹되어서 조심을 하지 않게 되었지. 그런데 그게 나빴어. 그렇지만 승리한 사람 모두가 이런 일을 당하는 법이네. 승리는 맑은 눈을 가리고, 행동에 있어서의 신중성을 약하게 하는 걸세. 물론 이 말을 우리 제자들에 대해서 하는 것이지 선생님에 대해서 하는 것은 아닐세. 선생님은 완전하시니까. 만일 우리가 열두 사람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배반을 걱정해서 떨게 되지는 않을 걸세!”하고 가리옷의 유다는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배신자 사도를 바라보시는 그리스도의 눈길을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한한 주의 환기와 고통이 담긴 눈길이다. 그러나 유다는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식탁 앞으로 지나 나가는 쪽으로 향한다…. 예수께서는 그를 지켜보시다가, 그가 실제로 나가는 것을 보시고 물으신다.
  “어디 가느냐?”
  “밖에요…”하고 유다는 회피하는 태도로 대답한다.
  “이 방 밖으로 나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가느냐?”
  “밖으로요… 이렇게… 좀 거닐려구요.”
  “가지 말아라, 유다야. 나와 같이, 우리와 같이 있어라….”
  “선생님의 사촌들이 나갔고, 요한도 안드레아와 같이 나갔습니다. 왜 저는 나가서 안 됩니까?”
  “너는 그들처럼 쉬러 나가는 것이 아니다….”
  유다는 대답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대로 나간다. 방 안에서는 말이 없다. 주인들과 남아 있는 네 사도는 서로 바라본다. 예수께서는 밖을 내다보신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유다의 움직임을 지켜보시려고 창문으로 가셨다. 그가 벌써 겉옷을 걸치고 집에서 나가 거기서는 보이지 않는 대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시고는 큰 소리로 그를 부르신다.
  “유다야! 기다려라! 네게 한 마디 할 말이 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괴로워하시는 것을 짐작하고 허리를 한 팔로 껴안았던 라자로를 살그머니 밀어내시고 유다를 쫓아가려고 방에서 나가신다. 유다는 더 느린 걸음이기는 하지만 계속 걷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집에서 정원 울타리까지의 거리의 3분의 1 남짓 되는 곳, 잎이 두꺼운 관목림 근처에서 그를 따라 미치셨다. 그 잎들은 진한 초록색 도자기 같고, 사방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작은 꽃들이 확 깔려 있는데, 꽃 하나하나는 겨우 노랗게 된 밀초로 만든 것처럼 무거운 꽃잎이 있고 향기가 강한 작은 십자가와 같다. 나는 그 꽃 이름은 알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유다를 그 덤불 뒤로 끌고 가시어, 아래팔에 항상 힘을 주고 있는 손을 잡으시고 다시 물으신다.
  “유다야, 어디 가느냐? 제발 여기 남아 있어라!”
  “모든 것을 아시는 선생님이 그걸 왜 제게 물으십니까? 물어 볼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시는 선생님이? 제가 친구들 한데 간다는 것을 선생님도 아십니다. 선생님은 제가, 그리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는군요. 그들은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갑니다.”
  “네 친구들이라고! 네 파멸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너는 네 파멸을 향해 가는 것이다. 너는 진짜 너를 죽이는 살인자들에게로 가는 것이다. 유다야, 가지 말아라! 너는 죄를 지으러 가는 것이다…. 너는….”
  “아! 선생님은 무서워하시는군요!  마침내 무서워하시는군요?! 선생님은 마침내 자기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시는군요! 선생님은 사람이십니다! 사람이상 아무 것도 아니십니다! 사람만이 죽음을 무서워하니까요.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죽을 수 없다는 것을 아십니다. 만일 선생님이 하느님이라는 것을 느끼시면, 죽을 수 없다는 것을 아실 것이고, 무서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선생님은 지금,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끼는 지금, 모든 사람에게 공통하는 그 공포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방법을 다해서 그것을 멀리 하려고 애쓰시고, 사방에서 무슨 일에서나 위험을 보시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훌륭한 대담이 어디 있습니까? 선생님이 희생을 완수하는 것이 만족스럽고, 희생을 완수하기를 갈망한다고 자신만만하게 하시던 선생님의 단언이 어디 갔습니까? 선생님은 마음속에 그 단언의 반향도 이제는 가지지 못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이 시간이 절대로 오지 않으리라고 믿으셨지요. 그래서 용감한 체, 아량이 있는 체하시고, 장중한 말들을 하셨습니다. 자! 선생님은 위선자라고 비난하시던 그 사람들보다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아부하고 우리를 배반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선생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 때문에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의 파멸의 원인이십니다….’”
  “그만 해라. 자! 자! ‘남아 있게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를 지켜 주십시오!’하고 내게 말한 후로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느냐? 한 가지만 더 말해라. 그리고 그 말을 하기 전에 곰곰 생각하여라. 이것이 순전히 네 뜻이냐? 네 친구들에게 가겠다는 뜻, 그들을 나보다 더 낫게 여긴다는 뜻이 말이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곰곰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래 전부터 저는 이 의지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가라!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자유를 강제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에게 등을 돌리시고 천천히 집을 향하여 돌아오신다. 집에 가까이 오셨을 때, 라자로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당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끌려 고개를 드신다. 그것은 충실한 친구에게 미소 지으려고 애쓰는 매우 창백한 얼굴이다.
  예수께서는 네 사도가 막시민과 말을 하고 있는 방으로 다시 들어가신다. 그동안 마르타와 마리아는 식사 동안에 쓰인 식탁보와 냅킨들을 치워 방을 다시 정돈하는 하인들의 일을 지휘한다. 라자로는 문지방으로 가서 다시 예수의 허리에 한 팔을 감고 어떤 하인 앞으로 지나가면서 말한다.
  “내 서재 탁자 위에 있는 두루마리를 가져오게.”
  그는 예수를 앉으시게 하려고 창문틀 앞에 있는 그 넓은 의자들 중의 하나에 모시고 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라자로가 말씀드리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애쓰시며 그냥 서 계신다…. 그렇지만 비록 당신께로 가까이 와서 보살피며 이웃에 있는 사람과 떠들고 선생님을 가리키는 눈짓을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의심을 없애기 위하여 미소를 지으시지만, 예수의 생각은 딴 데 가 있고, 또 매우 슬퍼하신다는 것이 분명하다.
  하인이 두루마리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 양피지에는 그의 머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고상한 것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안 베드로는 이렇게 말하면서 물러간다.
  “고기들이 어떤 미끼는 물지 않습니다. 막시민과 나무와 농작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마르타는 일을 계속한다. 마리아는 잠자코 있으면서 라자로가 이야기하는 것에 참여한다. 라자로는 양피지에 쓰여 있는 어떤 대목들을 선생님께 알리면서 말한다.
  “이 이교도가 저희들 중의 많은 사람보다 더 독특한 투시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 만일 이 사람이 선생님께서 저희 선생님으로 계신 동안 여기 있었더라면, 선생님의 제자들 중에 있었을 것이고, 가장 훌륭한 제자들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들 중의 많은 사람이 이해할 능력이 있는 것보다 선생님을 더 잘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는 선생님을 대한 찬미를 그의 영에 끌어다 주었을 것입니다! 이교도의 정신이면서도 빛나는 정신으로 받아들여지고 보존되는 선생님의 말씀! 총명하고 맑은 이 지능으로 쓰여진 선생님의 생애! 저희는 이제 작가도 시인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너무 늦게, 이기주의와 사회적-종교적 타락이 저희 안에 시와 재능을 소멸시켰을 때 오셨습니다. 선생님을 알지 못하면서 선생님에 대해서 우리 현인들과 예언자들이 쓴 것이 선생님을 따르는 사람들 중의 하나의 살아있는 말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특별히 사랑하시는 사람들, 선생님께 충실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지식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아닙니다. 저희는 이제 군중에게 선생님의 지혜의 말씀과 선생님의 모습을 전할 콜레헷 같은 사람들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이 이제 그런 사람들을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은 그렇게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보다도 정신과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인간적으로 가장 정선된 부분은 망그러진 나팔처럼 울리지 않아서 하느님의 영광과 놀라운 일들을 노래할 줄 모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분적으로는 능력이 없음으로 인해서, 부분적으로는 악의로 모든 것이 잃어지고 변질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합니다….”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요. 주님의 성령께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시면, 내 말을 되풀이 하시고,그 뜻을 설명해 주실 거요. 하느님의 성령께서 그리스도의 입술로 말씀하시오. 그리고… 그 후에는 성령께서 직접 사람들의 정신에 말씀하시고, 내 말을 상기시킬 거요.”
  “오! 곧 그렇게 되었으면! 선생님의 말씀을 사람들이 별로 듣지 않고, 이해는 더구나 하지 못하니까 곧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우 부드럽기 예문에 사람들의 정신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폭력으로 거기에 새겨 넣기 위한 성령의 포효는 타오르는 불길처럼 맹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타오르는 성령께서 미지근하고 마비된 양심에 선생님의 말씀을 쓰기 위해 양심들을 물론으로 태우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선생님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그렇게 원하십니다! 그러나 언제입니까?”
  “내가 사랑의 제사로 타서 없어질 때요. 그 때에는 사랑이 올 것이오. 그 사랑은 마치 제헌된 희생에서 올라오는 아름다운 불꽃과 같을 것이오. 그리고 제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니까 그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오. 한번 세워지고 나면, 그 제사는 세상이 있는 동안 지속될 것이오.”
  “그러나 그렇다면… 그렇게 되려면 선생님께서 정말 희생으로 바쳐져야 합니까?”
“그렇소.”하고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의 운명에 동의하는 것을 나타내는 늘 하시는 몸짓을 하신다. 예수께서는 팔을 내밀고 손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시고 고개를 기울이신다. 그리고 다시 머리를 드시고 라자로에게 미소를 보내시며 말씀하신다.
  “그러나 사랑의 성령의 비물질적인 목소리는 포효처럼 맹렬하지는 않을 것이고, 니산달의 바람과 같이 기분 좋으면서도 죽음처럼 강한 사랑처럼 부드러울 것이오! 내 임무의 보충과 완수일 것이오. 선생으로서의 내 임무의 완성일 것이오…. 나는 당신이 염려하는 것처럼, 내가 준 것 중에서 무엇이 잃어지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소. 당신에게 분명히 말하오 마는 오히려 빛살이 내 말을 비추어서 당신들이 내말의 정신을 보게 될 것이오. 나는 내 가르침을 성령께 맡겨 드리고, 내 영은 내 아버지께 맡겨 드리니까 차분하게 떠나가오.”
  예수께서 곰곰 생각하시면서 고개를 숙이신다. 그런 다음 대화의 시발점이 되었던 두루마리를 흑단(黑檀)이나 짙은 빛깔의 다른 나무로 만든 일종의 높은 찬장이나 궤위에 내려놓으신다. 그 궤는 온통 노란 상아로 상감세공(象嵌細工)을 한 것으로 하인 넷이 옆방에서 가져왔는데, 마르타가 가장 값진 식탁보들을 그 속에 정리한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라자로, 밖으로 나오시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소.”
  “곧 나갑니다. 주님” 하고 말하며, 라자로는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예수를 따라 정원으로 간다. 해의 마지막 빛살이 하늘에서 죽어가는 중이고, 달빛은 아직 약하게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정원에는 빛이 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