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오의 친구의 이질 집단을 먹여 살리는 농장은 매우 초라한 농장이다. 더구나 겨울인 지금은 그것이 확실히 마음을 기쁘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사랑하고 예수께 자랑스럽게 보여드린다. 갈아서 갈색을 떤 밀밭 세 뙈기, 많은 수확을 올리는 나무 몇그루와 아직 어려서 열매를 맺기를 바랄 수 없는 다른 나무들이 있는 과수원, 보잘것없는 포도나무 몇 줄, 채소밭… 암소 한 마리와 물 푸는 수차(水車)를 위한 나귀 한 마리가 있는 외양간, 암탉 몇마리, 비둘기 다섯 쌍, 양 여섯 마리가 있는 헛간, 부엌 하나와 방 셋이 있는 오막살이, 장작광과 건초광으로 쓰이는 창고, 전이 이가 빠진 우물 하나, 흙탕물이 있는 빗물받이 웅덩이 하나이다. 이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날씨가 좋으면….”
“가축들이 새끼를 낳으면….”
“어린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면….”
모든 것이 조건부이다…. 매우 불안정한 희망들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지난 어느 해에 대하여 들은 것을 기억한다. 도라가 그의 하인 농부들에 대하여 인정 있으라고 선생님이 주신 강복 덕택으로 도라가 얻었던 기적적인 수확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이곳에 강복하시면… 도라도 죄인이었습니다….”
“당신 말이 옳소. 그 마음을 바꾸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한 것을, 마음을 바꾼 당신들을 위해서도 해 주겠소.” 그리고 강복하기 위해서 팔을 벌리시면서 말씀하신다.
“내가 당신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신시키기를 원하기 때문에 즉시 이렇게 하오.”
그런 다음 일행은 기름진 검은 흙을 가진 경작한 밭들과 계절 때문에 잎이 떨어진 과수원들을 끼고 강을 향하여 길을 계속한다.
어떤 길모퉁이에서 바리사이파 사람 몇이 온다.
“선생님께 평화. 선생님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내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들은 잘 했습니다. 내가 그 여자나 그 여자와 같이 있는 어떤 사람도 볼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확실히 아시오. 당신과 당신은 자캐오의 집에서 지키고 있었으니까 우리 중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들은 나보다 길을 앞서 갔고, 우리 중의 아무도 앞서 가지 않은 것을 보았습니다. 당신들은 그 여자와 면담하는데 대하여 내게 요구할 조건들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요구하기 전에 그 조건들을 받아들인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그러나… 만일 선생님이 그 조건을 알지 못하시면….”
“당신들이 조건들을 내놓고자 한다는 것이 사실이 아닙니까?”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당신들만이 알고 있는 당신들의 의향을 내가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들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알고, 당신들이 내게 제의하고자 하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그것이 진리를 찬미하는데 소용될 터이니까요. 말들 하시오.”
“무슨 문제 인지 아십니까?”
“나는 당신들이 그 여자를 마귀들린 여자로 생각한다는 것과, 그런데도 어떤 구마자(驅魔者)도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마귀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나는 압니다. 그 여자가 말하는 것을 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은 그 여자를 보신 적이 없다는 것을 맹세하실 수 있습니까?”
“의인은 말을 하면 사람들에게 믿음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로 맹세를 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들에게 말하는 것은 내가 그 여자를 본 일이 없고, 그의 마을로 지나간 일이 한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을 사람 전부가 확인할 수 있는 일입니 다.”
“그렇지만 그 여자는 선생님의 얼굴과 목소리를 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 여자의 영혼은 하느님의 뜻에 의해서 나를 압니다.”
“선생님은 하느님의 뜻에 의해서라고 말씀하시지만, 어떻게 그것을 단언하실 수 있습니까?”
“사람들은 그 여자가 영감을 받은 말들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귀도 하느님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틀린 생각으로 빗나가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오류를 섞어서 말합니다.”
“그러면… 저희들은 선생님이 저희들에게 그 여자를 시험하게 내버려두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방식으로?”
“선생님은 정말 그 여자를 알지 못하십니까?”
“알지 못한다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하십시오. 저희들은 어떤 사람을 보내서 ‘여기 주님이 오셨소’ 하고 외치게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인 것처럼 그렇게 외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사람에게 그 여자가 인사를 하는지 보는 것입니다.”
“하찮은 증거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당신들이 앞으로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고르시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당신들을 따라 가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여자가 말하면, 내가 그의 말을 판단하게 그 여자가 말하게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협정은 이루어졌고, 저희들은 이 협정을 성실하게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이 당신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데 소용되기를 바랍니다.”
“선생님, 저희들은 모두가 반대자는 아닙니다. 저희들 중의 어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따르기 위해 참된 것을 본 진실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고 한 율법학자가 말한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하느님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율법학자들은 사도들을 살펴보고, 여럿이, 특히 가리옷 사람이 없는 것을 이상히 여긴다. 그리고 유다 타대오와 요한을 고른다. 그들은 그 외에 얼굴이 창백하고 야위고 약간 적갈색 머리를 가진 회개한 도둑도 고른다. 요컨대 나이와 얼굴 모습이 선생님과 공통된 점이 있는 사람들을 고른다.
“저희들이 이 사람들과 먼저 가겠습니다. 선생님은 저희 동료들과 선생님의 제자들과 같이 여기 계시다가, 조금 뒤에 저희를 따라 오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한다.
그들은 벌써 강가에 있는 수풀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넘어가려고 하는 겨울 해가 나무 꼭대기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나무 근처에 모여 있는 사람들 위에 강렬한 노란 빛을 퍼뜨린다.
“여기 오십니다! 메시아께서 여기 오십니다! 일어들 나시오! 마중 나오시오!” 하고 앞서간 율법학자들이 떡갈나무 있는 데까지 가는 오솔길로 들어서면서 외친다. 그 떡갈나무는 엄청나게 큰데, 굵은 뿌리들이 반쯤 드러나 있어서 그 줄기 곁에 몸을 의지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의 걸상 노릇을 할 수 있다.
나무를 빙 둘러싸고 모여 있는 사람들의 무리는 몸을 돌리고 일어나서 오는 사람들에게 마주 가기 위하여 서로 갈라서서 헤어진다. 나무줄기 가까이에 남아 있는 것은 다만 율법학자 세 사람, 에페소의 요셉, 그리고 남자 한 사람과 여자 한 사람뿐이고, 그 밖에 또 한여자가 줄기에 기대고, 머리는 양팔로 꼭 껴안은 무릎 위로 숙이고 툭 튀어나온 뿌리에 앉아 있는데, 하도 짙은 보라빛이어서 검게 보이는 베일을 푹 쓰고 있다. 그 여자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외치는 소리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한 율법학자가 그의 어깨를 건드리면서 말한다. “사베아야, 선생님이 여기 오셨소. 일어나서 인사드리시오.” 여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세 율법학자는 서로 바라보며 다가가는 다른 율법학자들에게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몸짓을 하면서 빈정거리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예수께서 보이지 않으므로 잠자코 있자, 그들과 동료들은 여자가 협잡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느라고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크게 외친다.
“여보시오”하고 한 율법학자가 딸과 같이 있는 늙은 어머니에게 말한다. “아주머니만이라도 선생님께 인사를 하시오. 그리고 딸더러도 그렇게 하라고 말하시오.”
여인은 남편과 동시에 타대오와 요한과 뉘우친 도둑 앞에 엎드린다. 그리고 일어나서 딸에게 말한다. “사베아야, 선생님이 여기 오셨다. 숭배해라.”
젊은 여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율법학자들은 한층 더 비꼬는 미소를 짓고, 그 중의 하나, 마르고 코가 큰 사람이 느릿느릿한 콧소리로 말한다. “당신은 이런 시험을 당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지? 그래서 당신의 마음이 떨리고, 여자예언자라는 당신의 명성이 위태롭게 됐다는 걸 느끼고 당신의 운을 시험하지 않는 거지… 내 생각에는 이것으로 당신을 거짓말쟁이라고 넉넉히 선언할 수 있어….”
이번에는 그 여자가 고개를 들고, 베일을 뒤로 젖히고, 눈을 똑바로 뜨고 말한다.
“율법학자님,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진실 속에 있기 때문에 무섭지 않습니다. 주님이 어디 계십니까?”
“뭐라구? 당신이 그분을 안다고 하면서 그분을 보지 못해? 당신 앞에 계셔.”
“이분들 중에 아무도 주님이 아니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분들 중의 아무도 아닙니다.”
“이분들 중의 아무도 아니라구? 뭐라구? 이 금발의 갈릴래아 사람이 주님이 아니시라구? 나는 그분을 알지 못해. 하지한 그분이 금발이라는 것과 눈이 하늘빛이라는 건 알아.”
“이분은 주님이 아니십니다.”
“그러면 키가 크고 준엄한 이분은? 얼마나 왕자다운 모습인지 보게. 틀림없이 이분이야.”
“아닙니다. 그분도 주님이 아닙니다. 주님은 이분들 중에 안 계십니다.” 그러면서 여자는 전과 같이 고개를 무릎 사이로 숙인다.
시간이 얼마 동안 지난다. 그리고 예수께서 앞으로 나아오신다. 율법학자들은 거기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명하였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오신 것이 아무런 호산나 소리로도 드러나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사촌 야고보 사이에서 나아오신다. 천천히 걸으신다…. 조용히… 무성한 풀이 발소리를 일체 죽여 버린다, 늙은여인이 베일로 자기 눈물을 훔치고, 한 율법학자가 “당신 딸은 미치광이고 거짓말쟁이입니다”하고 그에게 모욕을 주고, 아버지는 한숨을 쉬면서 딸을 나무라기까지 하는 동안, 예수께서 오솔길 끝까지 오셔서 걸음을 멈추신다.
젊은 여자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아무 것도 보지 못하였는데, 펄쩍 뛰어 일어나 베일을 뒤로 젖혀 머리를 전부 드러내고, 팔을 앞으로 내밀면서 큰 소리로 외친다. “자, 내 주님이 제게로 오십니다! 저를 속이고 제게 모욕을 주려고 하는 여러분, 이분이 메시아이십니다. 저는 이분 위에 이분이라는 것을 제게 가리켜 주는 하느님의 빛을 봅니다. 그래서 이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면서 땅에 엎드린다. 그러나 예수에게서 2미터쯤 떨어진 그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얼굴을 풀 속으로 땅바닥에 대고 외친다. “오, 모든 민족의 임금님, 오 놀라우신 분, 오 평화의 왕, 끝없는 세기의 아버지, 하느님의 새 백성의 지도자, 인사드립니다!”
그러면서 베일과 같이 거의 검게 보일 정도의 보라빛 넓은 겉옷아래 엎드린 채로 있다. 그러나 그 여자가 검은 나무줄기를 등지고 일어섰을 때 -그리고 베일을 젖히고 나서 조상과 같이 팔을 앞으로 내민 채로 있었다. – 나는 그 여자가 겉옷 속에 목과 허리에 그저 끈으로만 졸라맨 상아색의 두꺼운 모직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그의 중년부인다운 아름다움을 감탄하며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여자는 서른 살쯤 되어 보인다. 그러나 팔레스티나에서 서른 살이면 적어도 일반적으로 우리네 여자들의 마흔살과 맞먹는다. 성모님은 이 통칙에 예외가 되시지만, 다른 여자들에게는 중년기가 일찍 온다. 특히 머리와 얼굴이 갈색이고, 이 여자처럼 풍만한 여자들의 경우는 더 그러하다.
이 여자는 히브리 여자의 전형적인 유형(類型)이다.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라켈과 롯과 유딧이 그러하였으리라고 생각한다. 키가 크고 풍만하지만 그래서 늘씬하고, 살갗은 반들반들하고 약간 갈색을 띤 흰 빛깔이고, 입은 작고 약간 통통한 입술은 새빨갛고, 코는 곧고 길고 날씬하며, 그윽한 두 눈은 어둡고, 길고 숱한 속눈썹이 활처럼 구부러진 속에서 부드럽게 보이며, 이마는 넓고 반들반들 하며 완벽하고, 얼굴 전체는 약간 긴 타원형이고, 머리채는 줄마노(瑪瑙)로 만든 관과 같이 눈부신 흑발이다. 무슨 보석 같은 것이 아니라, 조각과 같은 육체로, 여왕과 같은 위엄이다.
그 여자가 가는 손목으로 팔에 이어진 매우 아름다운 갈색의 손을 보이면서 일어난다. 다시 우중충한 나무줄기에 기대고 서 있다. 이제는 선생님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데, 율법학자들이 “사베아, 당신은 잘못 생각하는 거요. 그분은 메시아가 아니고, 당신이 조금 전에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 그 분이오” 하고 말하기 때문에 머리를 흔들고 있다.
그 여자는 단호하고 엄하게 머리를 흔들며, 주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여자의 얼굴이 변모하여 어떤 표정을 띠는데, 그것이 열렬한 기쁨을 나타내는 것인지 또는 넋을 잃은 비몽사몽(非夢似夢)간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과 저것이 다 들어 있는 것이어서, 기절하려고 하는 사람같이 창백해졌는데, 온 생명이 눈으로 집중하는 것 같아, 기쁨과 승리와 사랑의 빛으로 빛나게 된다…. 모르겠다. 그 눈이 웃는 것인가? 아니다. 엄한 입이 웃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도 웃지 않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눈에는 빛이 있고,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점점 더 강렬한 빛을 떤다. 예수께서는 다정스럽고 약간 슬픈 눈길로 그 여자를 바라보신다.
“이 여자가 미치광이라는 것을 아시겠지요?” 하고 한 율법학자가 예수께 속삭인다.
예수께서는 대꾸를 하지 않으신다. 왼손은 옆구리로 늘어뜨리시고, 오른손으로는 당신 겉옷을 가슴께에서 잡으시고 바라보시며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여자는 아까처럼 입을 열고 팔을 내민다. 그 여자는 보라빛 날개에 오래된 상아빛 몸을 가진 어머어마하게 큰 나비와 같다. 그리고 새로운 외침이 그의 입술에서 나온다. “오 아도나이(주님), 주님은 위대하십니다! 주님만이 위대하십니다. 오 아도나이! 주님은 하늘과 땅에서 위대하시고, 시간과 영원과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으로부터 영원에 이르기까지 위대하십니다. 오 주님의 아들이신 주님. 주님의 발밑에 주님의 원수들이 있고,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이 주님의 옥좌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목소리는 점점 더 확실하고 힘차지는데, 그의 눈은 예수의 얼굴에서 떨어져서, 자기 주위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머리들 약간 위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 여자는 떡갈나무 줄기에 기대 서 있는데, 그 나무 자체가 두두룩한 땅 위에 서 있기 때문에 머리들을 쉽게 내려다볼 수 있다.
조금 쉰 다음에 그 여자는 다시 말을 잇는다. “내 주님의 옥좌는 열두 개의 보석, 의인들의 열두 지파의 보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옥좌인 커다란 진주에, 지극히 거룩하신 어린 양의 희고 값진 찬란한 옥좌에 황옥들이 자수정들과 같이, 에메랄드들이 사파이어들과 같이, 루비들이 붉은 무늬 마노들과 같이, 마노들과 귀감람석(貴橄欖石)들과 녹주석(綠柱石)들과 줄마노들이 박혀 있습니다. 믿는 사람들, 바라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뉘우치는 사람들, 의덕으로 살고 죽는 사람들, 고통당하는 사람들, 오류를 버리고 진리를 찾아오는 사람들, 마음이 냉혹하다가 주님의 이름으로 부드럽게 된 사람들, 죄없는 사람들, 날쌔게 되어 주님을 따르기 위하여 모든 것을 떨어버린 사람들, 하느님의 하늘의 새벽과 같은 빛으로 빛나는 정신을 가진 동정녀들입니다…. 주님께 영광! 아도나이께 영광! 당신 옥좌에 앉아계신 임금님께 영광!”
목소리는 울리는 소리와 같다. 사람들은 몸을 떤다. 여자는 마치 그가 황홀한 눈길로 지켜보는 것 같은 맑은 하늘을 유유히 저어가는 금빛 구름이 하늘의 영광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렌즈인 것처럼 그가 말하는 것을 실제로 보는 것 같다. 그 여자는 피로한 것처럼 쉰다. 그러나 태도는 바꾸지 않는다. 다만 그의 얼굴은 살갗의 창백함과 눈의 광채로 한층 더 변모한다.
그런 다음 그 여자는 눈길을 예수께로 내리고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예수께서는 믿지 않고 비웃으며 머리를 흔드는 율법학자들과 거룩한 감동으로 창백해진 사도들과 믿는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들으신다. 그 여자는 분명하지마는 덜 큰 목소리로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저는 봅니다! 저는 사람을 보고, 사람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을 봅니다. 사람은 거룩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사람안에 들어 계신 거룩한 분들 중에서도 거룩하신 분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목소리는 다시 커지고 명령을 하는 것처럼 강압적인 말투가 된다. “오 하느님의 백성아, 네 왕을 쳐다보아라! 그분의 얼굴을 알아보아라! 하느님의 아름다움이 네 앞에 있다. 하느님의 지혜가 너를 가르치기 위하여 입을 취하셨다. 오 이스라엘 백성아, 이제는 예언자들이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분에 대해서 네게 말하지 않고, 당신이 직접 말씀하신다. 하느님이라는 신비를 아시고, 하느님에 대해서 네게 말씀하시는 그분이. 하느님의 생각을 아시고, 그렇게도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 어린 백성인 너를 당신 품으로 가까이 당기시어, 너를 하느님 안에서 어른이 되게 하려고 하느님의 지혜의 젖을 먹여주시는 그분이. 이를 위하여 그분은 한 태 중에서 사람이 되셨다.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어떤 다른 여자보다도 위대한 한 이스라엘 여인의 태중에서. 그 여인은 그 비둘기 같은 심장의 고통 중의 하나로 하느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영의 아름다움이 지극히 높으신 분을 사로잡았고, 그리하여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는 그 여인을 당신의 옥좌를 삼으셨다.
아론의 마리아는 그의 안에 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죄를 지었다. 데보라는 해야 할 일을 판단했으나, 자기 손으로 그것을 하지 않았다. 야헬은 용맹하였으나 자기를 피로 더럽혔다. 유딧은 의롭고 주님을 두려워하였으며, 하느님께서 그의 말 속에 계셨고,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게 그의 행위를 허락하셨다. 그러나 그는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사람을 죽이는 꾀를 섰다. 그러나 그분을 낳은 여인은 하느님의 완전한 종이고, 죄를 짓지 않고 하느님을 섬기기 때문에 이 여자들을 능가한다. 온전히 깨끗하고 죄없고 아름다워 떠오를 때부터 질 때까지 하느님의 아름다운 별이다. 온전히 아름답고 찬란하고 깨끗하여 별과 달이 되며, 사람들이 주님을 찾도록 그들을 위한 빛이 된다. 그 여인은 자신이 성궤(聖櫃)이기 때문에 아론의 마리아와 같이 성궤를 앞서 가지도 따라 가지도 않는다. 죄의 홍수로. 뒤덮인 땅의 흐린 물 위로 이 성궤는 미끄러져 가며 구원한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주님을 만나기 때문이다. 티없는 비둘기인 그 여인은 나가서 사람들에게 올리브나무 가지를, 평화의 올리브나무 가지를 가지고 온다. 그 여인이 아름다운 올리브이기 때문이다.” 그 여인은 잠자코 있다.
그러나 그의 침묵 속에서 데보라와 야헬과 유딧보다 더 말을 하고 일을 더 완수한다. 그러나 싸움을 권하지 않고 살육을 부추기지 않으며, 가장 선택받은 자기의 피, 그것으로 자기 아들을 만든 자기의 피 이외의 다른 피를 홀리지 않는다. 불행한 어머니! 숭고한 어머니!… 유딧은 주님을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그의 처녀성은 한 남자의 것이 되었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침범되지 않은 그의 꽃을 지극히. 높으신 분께 드렸고, 하느님의 불이 그윽한 백합꽃의 꽃받침 안으로 내려왔고, 이리하여 한 여인의 태는 하느님의 능력과 지혜와 사랑을 받아 간직하였다. 그 여인에게 영광! 이스라엘의 여자들아, 그 여인의 찬미 노래를 불러라!”
여인은 그의 목소리가 다한 것처럼 입을 다문다. 사실 그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큰 목소리로 계속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율법학자들은 말한다. “이 여자는 미쳤습니다! 미쳤어요! 말을 하지 못하게 하세요. 미치광이이고 마귀 들렸습니다. 이 여자를 붙잡고 있는 영더러 나가라고 명령하십시오.”
“나는 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영만이 계실 뿐인데,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쫓아내실 수 없습니다.”
“이 여자가 선생님을 칭찬하고 선생님과 선생님의 어머니를 칭찬해서, 그것이 선생님의 교만을 기쁘게 하니까 그렇게 안 하시는 거지요.”
“율법학자 양반, 당신이 내게 대해서 아는 것을 곰곰 생각해 보시오. 그러면 내가 교만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여자가 그렇게 한 여자를 찬양하는 것을 보면, 이 여자 안에서 말하는 것은 마귀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자! 도대체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에게 여자란 무엇입니까? 또 여자는 하느님의 눈에 죄 이외의 무엇입니까? 유혹을 받았고, 유혹을 한 여자! 율법이 없었더라면, 우리들은 여자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망설일 것입니다. 그의 부정 때문에 여자에게는 지성소에 가까이 오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는 하느님께서 여자 안에 내려오셨다고 말합니다!…” 하고 한 율법학자가 분개하여 말하고, 그의 동료들이 찬동한다.
예수께서는 아무도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시고 말씀하신다. 당신자신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여자가 뱀의 머리를 밟아 으스러뜨릴 것이다….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부를 것이다…. 이새의 뿌리에서 싹이 나올 것이고, 이 싹에서 꽃이 올 것이며, 주의 영이 그 싹 위에 머무르실 것이다.’ 이여인, 내 어머니. 율법학자 양반, 당신 지식의 명예를 위해서 성경의 말씀을 기억하고 이해하시오.”
율법학자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모른다. 이 말들은 그들이 천번 만번 말하였고, 진실한 말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니 지금 그 말들을 부인할 수 있는가? 그들은 잠자코 있다. 저녁 바람이 지나가는 강가 근처에서는 추위가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불을 피우라고 명령한다. 순종하여 나뭇가지를 태우는 불이 군중을 둘러싸고 둥글게 타오르니, 사람들이 바싹 다가선다. 펄럭이는 불빛이 마치 정신집중을 하는 듯이 말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있는 여인을 깨우는 것 같다. 그 여인은 눈을 다시 뜨고 몸을 흔든다. 예수를 다시 쳐다보며 외친다. “아도나이! 아도나이! 주님은 위대하십니다! 하느님이신 분께 새로운 찬송가를 노래합시다! 샬롬! 샬롬! 말키슈!…. 평화! 평화! 오 아무 것도 대항할 수 없는 임금님이여! ….”
여인은 갑자기 입을 다문다. 말을 하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예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리고, 율법학자들을 처음으로 보는 것처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이유없이 그의 큰 눈에 눈물이 생기고, 얼굴은 침울해지고 싱싱한 아름다움이 없어진다. 그 여자가 이제는 천천히, 어떤 괴로운 일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과 같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닙니다. 주님께 대항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들으세요! 베틀레키의 여러분, 제 고통 이후에 제가 말하는 것을 여러분은 들었습니다. 여러 해 동안 말을 하지 않고 고통을 당한 후에 저는 들었고, 들은 것을 말했습니다. 이제 저는 베틀레키의 작은 푸른 숲속에 있으면서 주님 안에서 평화를 얻은 처녀과부가 아닙니다. 제 둘레에는 제 동향인들만이 있지 않은데, 저는 이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을 시간이 왔으니 주님을 두려워합시다. 주님 앞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게 우리 옷을 아름답게 합시다. 그리스도의 시기는 시련의 시기이니 용기를 지닙시다. 그리스도를 보내시는 분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제단에 바쳐지는 제물처럼 깨끗하게 됩시다. 착한 사람은 더 착해지시오. 교만한 사람은 겸손하게 되시오. 음란으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어린 양을 따르기 위하여 자기의 육체를 버리시오. 하느님께서 당신 메시아를 통해서 우리를 충족시켜 주시니, 인색한 사람은 너그럽게 되시오. 그리고 각자는 오시는 복되신 분의 백성의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정의를 실천하시오.’ 지금 저는 그분과 그분을 믿는 사람들, 그리고 또 그분을 믿지 않고 거룩하신 분과, 그분의 이름으로 말하고 그분의 이름과 그분을 믿는 사람들을 비웃는 사람들 앞에서도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말하고, 내 안에서 마귀가 말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당신들이 나를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여자라고 해서 돌로 쳐 죽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내가 할 말이 당신들에게는 모욕적인 말과 하느님을 모욕하는 말같이 들리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는 무섭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분이 나타나시기 전에 그분에 대해서 말하는 마지막 목소리로서 다른 여러 목소리와 같은 운명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무섭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의 품과 아브라함의 품보다도 더 거룩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열어 주시는 하느님의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세상의 추위와 고독 속에서 지내는 귀양살이는 너무나 깁니다. 아론의 후손인 가르멜의 사베아는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사베아는 주님이 말을 하라고 시키실 때에는 불복종하지 않기 위해 말을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에게 주시는 말로 하느님에 대해서 말하기 때문에 진리를 말합니다. 당신들이 나를 마귀라고 부르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여자라고 해서 돌로 쳐 죽인다 하더라도 나는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내 아버지 어머니와 형제들이 이 불명예 때문에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공포와 마음의 고통으로 떨지 않겠습니다. 나는 내 안에서 악한 불씨가 일체 잠잠하기 때문에, 마귀가 내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온 베틀레키도 그것을 압니다. 나는 돌들이 내 노래를 숨 한번 쉬는 동안밖에는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고, 곧 이어서 나는 이 세상 저 너머에서 더 자유롭게 노래 부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내 핏줄의 사람들의 고통을 위로해 주실 것이고, 그 고통은 짧을 것인데, 그 후 순교자의 고통당하는 부모형제로서의 그들의 기쁨은 영원하리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당신들이 주는 죽음은 무서워하지 않고, 내가 불복종하면 하느님에게서 올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내게 전달된 것을 말합니다. 오 여러분, 들으시오. 이스라엘의 율법학자 당신들도 들으시오.”
그 여자는 다시 괴로워하는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한 목소리가,한 목소리가 하늘에서 내게로 와서 내 마음속에서 외칩니다. 그 목소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옛날 백성은 그의 구세주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새 찬송가를 부르지 못한다. 새 찬송가를 부를 사람들은 모든 나라에서 구원을 받을 사람들, 주 그리스도의 새 백성의 사람들이지, 내 말씀을 미워할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하고…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그 여자는 실제로 몸을 오싹하게 하는 소리를 지른다). 목소리는 빛을 주고, 빛은 보게 합니다! 소름끼치는 일을! 나는 봅니다!”
그 여자는 외친다기 보다는 차라리 울부짖는다. 그 여자는 그의 마음을 몹시 괴롭히기 때문에 도망쳐서 그것을 끝내게 하려고 애쓰는 어떤 몹시 무서운 광경 앞에 억지로 붙들려 있는 것과 같이 몸을 뒤튼다. 겉옷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리고, 그 여자는 그 흰 옷 차림으로 검은 나무줄기에 기대 서 있다. 수풀의 푸른 반사광과 춤추는 불꽃의 불그스름한 반사광 속에서 그의 얼굴은 비극적이고 힘찬 모습을 띤다. 눈아래 콧구멍 둘레와 입술 밑에 그늘이 생긴다. 고통으로 움푹 꺼진 얼굴 같다. 그 여자는 손을 비틀면서 더. 가만히 되풀이 말한다. “나는 봅니다! 나는 보아요!” 그리고 눈물을 삼키면서 계속한다. “ 나는 내 민족인 이 백성의 죄를 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말릴 힘이 없습니다. 나는 내 동포들의 마음을 봅니다. 그런데 그것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소름끼는 일! 소름끼치는 일! 사탄이 제가 있는 곳을 떠나서 내 동포들의 마음속에 머무르려고 왔습니다.”
“이 여자에게 말을 못하게 하시오”하고 율법학자들이 예수께 명한다.
“당신들은 이 여자가 말을 하게 가만 놔두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여자는 계속한다. “아직 주님을 사랑할 줄 아는 이스라엘아, 얼굴을 땅에, 진흙에 갖다 대라. 몸에 재를 뿌리고, 말총 내의를 입어라. 너를 위하여! 저들을 위하여! 예루살렘! 예루살렘아, 구원을 받아라! 나는 죄악을 요구하기 위하여 소동을 일으키는 한 도시를 본다. 나는 듣는다. 나는 증오에 불타며 자기들 위에 피가 내려오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외침을 듣는다. 나는 피의 과월절에 사람들이 희생을 높이 올리고 그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그 피가 아벨의 피보다 더 크게 외치는데 하늘이 열리고 땅이 흔들리고 해가 어두워지는 것을 본다. 그런데 이 피는 복수를 외치지 않고, 자기를 죽이는 자기 백성을 위하여 연민을, 우리를 위하여 연민을 빈다! 예루살렘아!!! 회개하여라! 저 피! 저 피! 강! 일체의 병을 고치고, 일체의 죄를 없애서 세상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강…, 우리,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저 피가 물이고, 우리에게는 저 피가 야곱의 후손들의 이마에 하느님을 죽인 자라는 이름과 하느님의 저주를 써 놓는 해부도(解剖刀)이다. 예루살렘아! 너 자신과 우리를 불쌍히 여겨라!….”
“아니, 이 여자가 말을 못하게 하시오. 명령입니다!” 하고 율법학자들이 외치는데, 그동안 여자는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운다.
“나는 진리가 말하는 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진리라구요! 진리라구요! 이 여자는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미치광이입니다!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여자의 말을 진리로 생각하시는 선생님은 어떤 선생이십니까?”
“그리고 한 여자에게 입을 다물게 할 줄을 모르시면 무슨 메시아십니까?”
“그리고 마귀를 도망치게 할 줄을 모르면 무슨 예언자이십니까? 그렇지만 선생님은 여러번 마귀를 내쫓으셨는데요!”
“선생님이 그렇게 하신 것은 사실이야. 그러나 지금은 적당치 않다고 생각하시는 거야. 이것은 군중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서 잘 꾸며낸 연기(演技)야!”
“그러면 내가 예리고에서 이렇게 할 수 있었고, 5천명도 넘는 사람이 나를 따르고 둘러싼 것이 여러번 있었고, 성전의 구내가 내 말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좁았었는데, 그래 그것을 하려고 이 시간과 이곳, 그리고 몇 명 안 되는 이 사람들을 골랐겠습니까? 혹 마귀가 지혜로운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당신들 중의 누가 저 입술에서 틀린 말이 나왔다고 양심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 이 여자의 입술에서는 여자의 목소리를 빌어 예언자들의 무시무시한 말들이 울리지 않습니까? 예레미야의 울부짖음과 이사야와 다른 예언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인간을 통하여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당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받아들여지려고 애쓰는 목소리가? 내 말은 당신들이 듣지 않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말한다고 당신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내가 알지 못하는 이 여자는 그 말로 무슨 특별한 호의를 바라는 것입니까? 그 말로 인해서 당신들의 업신여김, 당신들의 위협, 어쩌면 당신들의 보복 외에 무엇을 얻을 것입니까? 아닙니다. 나는 이 여자에게 침묵을 명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이 몇 사람이 이 여자의 말을 듣도록, 당신들도 이 여자의 말을 듣고 뉘우칠 수 있도록 이 여자에 명령합니다. ‘말하시오! 주님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니, 말하시오!’하고.”
이제는 예수께서 위압하신다. 파란별같이 찬란한 가운데 사람의 마음을 끄는 눈을 가지신, 기적을 행하시는 시간의 강력한 그리스도이시다. 그 눈은 여인과 예수 사이에 피워 놓은 장작불로 인하여 한층 더 반짝인다.
반대로 여인은 고통에 짓눌리어 덜 위엄있고 머리를 기울이고, 얼굴은 손과 검은 머리채로 가려진 채로 있다. 머리채는 풀어져서, 마치 그의 흰 옷 위에 걸친 검은 베일처럼 어깨와 앞으로 늘어져 있다
“말하라니까요. 당신의 고통스러운 말들은 효과가 없지 않소. 아론 가문의 사베아, 말하시오.”
여인은 순종한다. 그러나 가만히 말한다. 하도 가만히 말하여 모든 사람이 더 잘 듣기 위하여 더 가까이 다가올 정도이다. 그 여자는 넘어가는 해의 마지막 어렴풋한 빛을 받아 물이 마지막으로 반사하면서 오른 쪽에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다. 그 여자는 강보고 말하는 것 같다.
“깨끗한 별들과 흰 달빛을 반사하며, 네 양기슭의 버드나무들을 어루만지는 푸르스름하고 쪼글쪼글한 물을 가진, 우리 조상들의 신성한 강인 요르단강아, 너는 평화의 강이면서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에는 불어나고 흐려진 네 물로 수많은 급류의 모래와 그것들이 억지로 떼어낸 것을 나르고, 때로는 그 위에 새 둥지가 있는 어린 나무를 뿌리채 뽑아, 소용돌이치며 사해의 심연을 향하여 날라가는 요르단강아, 너는 네 폭력으로 부수어진 그놈들의 둥지를 따라서 날아가며 고통으로 우는 새 한 쌍을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신성한 요르단강아, 이와 같이 너는 메시아를 원치 않은 백성이 하느님의 분노로 벌을 받아 집과 제단에서 억지로 떼어져서 그의 파멸로 가서 더 큰 죽음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볼 것이다. 내 백성아, 너 자신을 구하여라! 네 구세주를 믿어라! 네 메시아를 따라라! 메시아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아라. 민족들과 군대들의 왕이 아니라, 영혼들의 왕, 네 영혼들의 왕, 모든 영혼의 왕이시다. 그분은 의로운 영혼들을 모으려고 내려오셨고, 그들을 영원한 나라로 데려가시려고 다시 올라갈 것이다. 아직도 사랑할 수 있는 여러분, 거룩하신 분 가까이로 바싹 다가오시오! 조국의 운명에 관심을 가진 여러분은 구세주와 결합하시오. 아브라함의 후손 전체가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구원에서 억지로 떼어내고자 하는 거짓말을 하는 입과 약탈을 하려는 마음을 가진 거짓 예언자들을 피하시오. 여러분을 둘러싸고 생기는 어두움에서 빠져 나오시오.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여러분이 오늘 두려워하는 권력자들은 하느님의 명령으로 벌써 하찮은 것이 되어 있습니다. 살아 계신 분은 오직 한분뿐이십니다. 저들이 지배하고 압제하는 곳들은 벌써 폐허가 되었습니다. 오직 한 분만이 지속하십니다.
예루살렘아! 네가 자랑하던 시온의 아들들이 어디 있느냐? 네 장식이고 네가 좋아하던 라삐들과 사제들이 어디 있느냐? 그들을 바라보아라! 그들은 짓눌리고 사슬에 묶여, 네 궁궐들의 잔해 사이로, 검이나 굶주림으로 죽은 사람들에게 나는 역한 냄새를 맡으며 유배지를 향하여 간다. 네 그리스도를 배척하고, 그의 얼굴과 마음을 때리는 예루살렘아, 하느님의 분노가 네 위에 있다. 네게서는 아름다움이 모두 망가졌고, 네 경우에는 모든 희망이 죽어 버렸다. 성전과 제단이 더럽혀 졌다.”
“이 여자가 말을 못하게 하시오! 이 여자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합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여자가 말을 하지 못하게 하시오.” “… 제복(祭服)이 벗겨졌다. 그것은 이제 소용이 없다….”
“만일 선생님이 이 여자에게 침묵을 명하지 못하시면, 선생님에게 죄가 있습니다!”
“… 이제는 그가 군림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대사제, 영원한 대사제이시며, 거룩하시고 하느님께 보냄을 받으신 분이시니, 그리스도에게 하는 모욕을 당신께 대한 모욕으로 생각하셔서 거기 대하여 원수를 갚으시는 분에 의하여 영원히 왕이시고 사제이시다. 다른 대사제. 하느님과 그의 희생에 의하여 기름이 발라진 참되고 거룩하신 대사제이시니, 소름끼치는 생각들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치욕이 되는 삼층관을 이마에 쓰고 있는 그들 대신 들어서시는 대사제이시다! ….”
“입닥쳐라, 고약한 것! 입닥쳐라. 그렇지 않으면 때릴 테다!” 그러면서 율법학자들은 그 여자를 거칠게 다룬다. 그러나 그 여자는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군중이 맹렬하게 항의한다.
“말을 몹시 많이 하는 당신들, 그 여자가 말을 하게 가만 놔두시오. 그 여자는 진실을 말합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당신네들 가운데에서는 거룩함이 없어졌습니다. 오직 한 분만이 거룩하신 분이신데, 당신들은 그분을 박해합니다.”
율법학자들은 잠자코 있는 것이 신중한 일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여자는 지치고 처량한 목소리로 말을 계속한다.
“그분은 네게 평화를 가져다주려고 오셨는데, 너는 그분을 공격하였다…. 구원을 주려고 오셨는데, 너는 그분을 업신여겼다…. 사랑을 가져 오셨는데, 너는 그분을 미워하였다…. 기적을 가져 오셨는데, 너는 그분을 마귀라고 불렀다…. 그분의 손은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그런데 너는 그 손을 꿰뚫었다. 그리고 그분의 얼굴에 침을 뱉고 오물을 끼얹었다. 그분은 네게 생명을 가져다 주셨는데, 너는 그분을 죽였다.
이스라엘아, 네 잘못을 슬퍼하여라. 그리고 유배지로 가면서 주님을 비난하지 말아라. 그 귀양살이는 옛날의 귀양살이처럼 끝이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아, 너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닐 것이다. 그러나 패배하고 저주받은 민족으로서, 하느님의 목소리와 카인에게 한 말과 같은 말에 쫓기며 두루 다닐 것이다. 그리고 다른 민족들과 더불어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 주님의 아들 주님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는, 여기에 다시 돌아와 튼튼한 거처를 다시 짓지 못할 것이다….”
여인의 목소리는 고통과 피로로 인하여 억양이 없어졌고, 죽어 가는 사람의 목소리와 같이 지쳐빠졌다.
그러나 그 여자는 아직 입을 다물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시 기운이 나서 마지막 명령을 한다.
“아직 사랑할 줄 아는 백성아, 땅에 엎드려라. 머리에 재를 뿌리고 말총 내의를 입어라. 하느님의 분노가 저주받은 밭 위에 드리워진 우박과 번개를 품은 구름처럼 우리 위에 드리워져 있다.”
여인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예수께로 내밀고 외친다. “정의와 평화의 임금님, 평화, 평화! 아버지 자신도 저항하지 못하시는 위대하고 능하신 아도나이여, 평화! 구세주이시고 메시아이시며, 구속자이시고 왕이시고 하느님이시며, 세번 거룩하신 예수님, 주님의 이름으로 저희들을 위해 평화를 간청해 주십시오!” 그러면서 흐느낌으로 몸이 흔들리면서, 풀에 얼굴을 대고 쓰러진다.
율법학자들은 예수를 에워싸고 외따로 끌고가 눈짓과 위협하는 말로 다른 사람은 누구나 멀리하게하고, 그중 한 사람이 예수께 말한다.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저 여자를 고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저 여자가 마귀들리지 않았다고 정말 말하고자 하시더라도, 저 여자가 병자라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시겠기 때문입니다. 여자들!… 그리고 운명에 의해 희생된 여자들… 여자들의 생명력은 어딘가로 넘쳐흘러야 합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횡설수설하고… 사실이 아닌 것들을 봅니다…. 그리고 특히 젊고 미남인 선생님을 봅니다…. 그리고….”
“간사한 입을 가진 당신, 입을 다무시오. 당신 자신 당신이 말하는 것을 믿지 않소” 하고 예수께서 명령적인 태도로 쏘아 붙이시니 코가 크고 야윈 율법학자의 입술에서 말이 뚝 끊어진다. 그 사람은 처음에 여자를 거짓 예언자라고 우롱하였던 사람이다.
“선생님을 모욕하지 맙시다. 우리는 선생님을 우리가 판단하기에 이르지 못하는 어떤 일에 대한 심판으로 택했습니다…” 하고 다른 율법학자 한 사람이 말한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길로 예수를 맞이하러 가서, 모든 율법학자가 예수께 반대하지는 않고, 어떤 사람들은 판단도 하기 위하여, 그리고 만일 예수를 하느님이라고 판단하면 예수를 따를 진정한 뜻을 가지고 살펴본다고 예수께 말한 사람이다.
“아비아의 아들이고 알라못이라고 하는 요옐, 입 닥치시오! 당신같은 팔삭동이나 그런 말을 할 수 있소”하고 다른 사람들이 심술궂게 말한다.
그 율법학자는 모욕을 당하여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러나 자제하고 이렇게 대답한다. “자연(自然)이 내 풍채는 유리하게 배려하지 않았지만, 내 지능을 축소하지는 않았소. 오히려 내게서 많은 쾌락을 없애서 자연은 나를 현인을 만들었소. 그러니 만일 당신들이 거룩한 사람이면, 사람을 모욕하지 않고, 현자를 존경할 것입니다.”
“좋소! 우리 관심사나 말합시다. 선생님은 저 여자를 고쳐 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저 여자가 정신착란을 일으켜 사람들을 불안하게하고, 사제직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우리를 모욕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저 여자가 당신들을 칭찬했더라면, 저 여자를 고치라고 내게 청했습니까?” 하고 예수께서 조용히 물으신다.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 즉 마음속으로 우리를 미워하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때에는 우리를 업신여기는 이 변덕스러운 백성이 우리에게 공손하게 되게 하는데 도움이 될 터이니까요”하고 한 율법학자가 함정에 빠진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래도 역시 병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저 여자를 고쳐 줄 의무가 내게 있지 않을까요?” 하고 예수께서 역시 조용히 물으신다. 마치 어떻게 해야 할지 선생에게 물어보는 국민학교 아동과도 같으시다. 그런데 교만으로 눈이 어두운 율법학자들은 자기네 본심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저 여자를 정신착란을 일으킨 채로 그대로 놔두어야 합니다. 그대로 놔두어야 해요! 가능한 노력을 다 기울여서 사람들이 저 여자를 예언자로 믿게 해야 합니다. 저 여자를 존경하게 해야 합니다! 저 여자를 가리켜….”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들이면요?!….”
“오! 선생님! 일단 저 여자가 저희들에게 불리하게 말하는 것만 없애면, 나머지는 로마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긍지를 더 높이고, 저희에게 대한 군중의 교만을 꺾는 데 유익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는 말하지 말아라’하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하고 예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그건 왜 그렇습니까?”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말하니까요.”
“오! 돈과 몇 마디 위협으로…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언자들도 이렇게 조절되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지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로군요….”
“허! 그야 선생님이 글 뒤에 숨은 뜻을 읽을 줄 모르시고, 또 모든 것이 글로 쓰여서 내려오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율법학자 양반, 예언자적 정신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 정신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인데, 하느님은 매수되지도 않으시고, 그분을 우리가 무섭게 하지도 못합니다” 하고 예수께서 말투를 바꾸어서 말씀하신다. 이것이 예수의 반격의 시작이다.
“그렇지만 저 여자는 예언자가 아닙니다. 예언자들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예언자들의 시대가 이미 지나 갔다구요? 그건 왜요?”
“그것은 우리가 예언자를 가질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무 타락했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런데 당신이 그 말을 하십니까? 조금 전에는 저 여자가 그와 같은 말을 했다고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하던 당신이 ?”
율법학자는 어찌 할지를 모른다. 다른 사람이 도와준다. “예언자의 시대는 요한과 더불어 끝났습니다. 예언자들은 이제 소용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그것은 선생님이 여기 오셔서 율법을 말씀하시고, 하느님에 대해서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언자 시대에도 율법이 있었고, 지혜가 하느님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예언자들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예언했습니까? 선생님의 오심을 예언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이제 소용이 없습니다.”
“나는 백번 천번 당신들과 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서 내가 그리스도인지 아닌지 묻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리스도라고 말했기 때문에 내가 하느님을 모독하는 사람으로 미치광이로 취급되었고, 사람들이 돌을 집어내게 던지려고 했습니다. 당신은 값진 율법학자라고 불리는 사독이 아닙니까?” 하고 예수께서 코가 큰 율법학자를 가리키며 말씀하신다. 여자를 속이려고 해보다가 구박을 한 그 사람이다.
“내가 사독입니다. 그런데요?”
“그러면 지스칼라와 성전에서 내게 대해서 폭력을 제일 먼저 시작한 사람이 당신입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다만 내가 당신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당신은 내가 그리스도일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했는데, 지금은 그 반대를 주장한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또 내가 케데스에계 당신에게 한 도전도 상기시킵니다. 얼마 안 있어 당신은 그 일부분이 실현되는 것을 볼 것입니다. 달이 지금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것과 같은 월상(月相)이 다시 되면, 나는 증거, 첫째 증거를 당신에게 보여 주겠습니다. 다른 증거는 지금 땅 속에서 잠자고 있는 씨가 아직 푸른 이삭을 니산달의 바람에 흔들 때에 당신이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예언자들이 쓸데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누가 지극히 높으신 분께 한계를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대답하겠습니다. 나 당신들에게 분명히 말합니다만, 사람들이 있는 한, 항상 예언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어두움을 비추는 횃불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얼음 가운데 있는 화덕입니다. 그들은 잠든 사람들을 깨우는 나팔들입니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잊혀지고 소홀히 다루어지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진리들을 상기시키고, 하느님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사람에게 전해 주어서 잊어버리고 무감각한 사람의 아들들에게 감동의 전율을 일으키는 목소리들입니다. 그들의 이름은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고통과 초인간적인 기쁨이라는 같은 사명과 같은 운명을 가질 것입니다. 세상이 미워하고 하느님께서는 지극히 사랑하시는 저 사람들이 없으면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주님께 대한 순종으로 고통을 당하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일하지 않으면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 세상은 어두움 가운데에서 추위와 치명적인 무기력과 감각의 마비와 야만적이고 어리석게 만드는 무지로 멸망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일으키실 것이고, 예언자가 항상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하느님께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사독 당신입니까? 당신입니까? 당신입니까? 나 당신들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아브라함과 야곱과 모세와 엘리야와 엘리세오의 영도 하느님께 이 한계를 강요하지 못할 것이고, 하느님만이 그들이 얼마나 거룩했는지, 그들이 어떤 영원한 빛인지를 아십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저 여자를 고치는 것도 저 여자를 단죄하는 것도 원치 않으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 여자를 예언자로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영감을 받은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선생은 저 여자와 같이 마귀입니다. 갑시다. 마귀들과 함께 다른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적당치 않소” 하고 사독이 그리스도를 비키게 하려고 인형 모양으로 밀어젖히며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를 따라 간다. 더러는 남아 있는데, 그 중에는 그들이 요엘 알라못이라고 부른 사람도 있다.
“그런데 당신들은 저 사람들을 따라 가지 않으십니까?”
“예. 밤이 되기 때문에 저희들도 떠나겠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선생님의 판단을 믿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수많은 죄에 떨어지는 저희들을 위하여는 저희들에게 정의를 일깨워 줄 사람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하고 그 중에서 매우 나이 많은 사람이 말한다.
“바른 말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이 보이시는 겸손은 하느님이보시기에 선생의 지식보다 더 큽니다.”
“그러면 선생님의 나라에 가셨을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러지요, 야곱.”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십니까?”
예수께서는 대답은 하지 않으시고 빙그레 웃으신다.
“선생님, 저희들도 기억해 주십시오”하고 다른 세 사람이 말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말하는 요엘 알라못이 “그리고 우리에게 이 시간을 주신 주님을 찬미합시다”하고 말한다.
“주님을 찬미합시다”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예수께서는 당신 사도들 있는 데로 가셔서 그들과 같이 여인 곁으로 가신다. 그 여자는 처음에 가졌던 자세를 다시 취하였다. 즉 툭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불안하여 선생님께 묻는다. “그러면 저희 딸이 마귀입니까? 그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따님은 마귀가 아닙니다. 안심하시오. 그리고 따님의 운명은 그의 운명과 비슷한 모든 운명이 그렇듯이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니 따님을 많이 사랑하시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선생님이 그렇게 판단하셨다고 말했는데요.”
“그 사람들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안심하시오.”
에페소의 요한이 솔로몬과 다른 제자들과 같이 앞으로 나아오며 말한다. “사독이 이분들을 위협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분들이냐 혹은 이 여자냐?”
“이분들과 이 여자를 모두요. 그렇지요, 두 분.”
“예. 그 사람들은 제 어미와 저에게 만일 저희가 딸에게 입을 다물게 하지 못하면 화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베아에게는 ‘만일 네가 말을 하면 너를 최고회의에 고발하겠다’하고 말했습니다. 저희들은 장차 불행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을 예견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것 때문에 마음은 편안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을 참아 받겠습니다. 그러나 저애는…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주님, 조언을 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곰곰 생각하시더니 대답하신다. “베틀레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친척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 예수께서는 곰곰 생각하시더니 얼굴을 드시고 요셉과 에폐소의 요한과 아르벨라의 필립보를 보신다. 그리고 명령하신다. “너희들은 이분들과 같이 길을 떠나거라. 그리고 베틀레키에서는 사베아의 옷가지를 가지고 사베아와 같이 아에라로 가거라. 거기서 티몬의 어머니에게 내 이름으로 사베아를 데리고 있으라고 말해라. 티몬의 어머니는 박해 받은 아들을 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훌륭한 결정입니다” 하고 세 사람이 말한다.
사베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선생님의 손에 입맞춤 하고 감사하고 찬양한다.
예수께서는 여자에게로 몸을 구부리시고 베일을 쓴 그의 머리를 만지시며 가만히 불으신다. “사베아, 내 말을 들으시오!”
여자는 고개를 쳐들고 예수를 쳐다보더니 무릎을 꿇는다.
예수께서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사베아, 들으시오. 당신은 내가 보내는 곳의 어떤 어머니에게로 가시오. 내 어머니께로 보내고 싶지만 그렇게는 할 수가 없소, 정의와 순종으로 주님께 계속 봉사하시오. 당신에게 강복하오. 평안히 가시오.”
“예, 내 주님이시고 내 하느님. 그러나 제가 말을 해야 할 때에는 말을 해도 되겠습니까?”
“당신을 사랑하시는 성령께서 때에 따라 당신을 인도하실 거요. 성령의 사랑을 의심하지 마시오. 겸손하고 순결하고 소박하고 솔직하시오. 그러면 성령께서 당신을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평안히 가시오!”
예수께서는 다른 구경꾼들도 막을 겸해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머물러 있던 사도들과 자캐오와 그의 친구들에게로 다시 가신다.
“가자 밤이 되어 간다. 예리고로 가야 하는 당신들은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구려.”
“오히려 저 여자와 그 부모가 걱정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좋다고 생각하시면, 저희들은 집 밖에 있을 터이니까 선생님과 저분들은 집 안에서 아침까지 주무실 수 있을 것입니다”하고 자캐오의 친구중의 한 사람이 말한다.
“좋은 생각이오. 사베아에게 가서 부모님과 제자들과 같이 오라고 말하시오. 그분들은 집 안에서 쉬게 하지요. 나는 당신들과 같이 있겠소. 바람이 부는 밤이 아니오. 불을 피워 놓고 이렇게 새벽을 기다립시다. 나는 당신들을 가르치고, 당신들은 내 말을 듣고 하면서.”
그리고 첫번 달빛을 받으시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