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혼자 계신다. 약간 분지 모양으로 된 고원에 계신데, 그 고원은 가벼운 기복을 일으키며 계속되어, 틀림없이 갈릴래아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야산들의 비탈로 해서 올라간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그 호수가 저 아래 오른쪽에 보이기 때문이다. 호수는 해가 지기 시작해서 그 대부분의 수면에서 햇살의 반짝임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 찬란한 파란 빛깔이 어두워진다. 분지 뒤로 북쪽에는 아르벨라산이 있고, 그 너머로는 호수 저쪽 메이에론과 지스칼라가 세워져 있는 더 높은 산들이 있으며, 동북쪽으로는 멀리, 그러나 크고 장엄한 대헬몬산이 보인다. 넘어가는 해는 그 가장 높은 뾰족한 산봉우리를 이상하게 비추어 서쪽은 불그레한 황옥(黃玉) 빛을 띠게 하고, 나머지 부분에는 유백색(乳白色)을 남겨 주는데, 이 빛깔은 내가 우리 국경에 있는 알프스산에서 몇 번 본 일이 있는 눈오는 하늘빛의 저 막연한 뉘앙스를 띠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런 것이 보이고, 오른쪽 저 아래로는 호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왼쪽으로는 해안의 평야를 보지 못하게 막는 더 높은 야산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몸을 남쪽으로 돌리면, 비탈이 완만한 야산들 너머로 다볼산이 보이는데, 그 야산들은 나자렛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일 것이 틀림없다. 저 아래에는 사람의 왕래가 매우 많은 길 옆에 작은 도시가 하나 있고, 그 길에서는 사람들이 두 숙박지 사이에서 쉴 곳을 찾아가기 위하여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바라보지 않으신다. 다만 앉을 곳을 찾으시다가 엄청나게 큰 사철 푸른 떡갈나무 밑으로 정하신다. 이 나무의 잎들은 땅에 있는 풀을 삼복더위에서 보호하였다. 그래서 그 풀은 마치 더위가 모든 것을 말리면서 지나가지 않은 것처럼 아직 싱싱하게 우거져 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해서 당신 앞에는 호수가 있고, 옆에는 당신이 올라오신 나무들 사이에 나 있는 오솔길이 있고, 다른 쪽에는 분지의 북쪽을 당신이 계신 풀밭과 수풀로 둘러싸는 땅의 기복이 있게 되었다. 수풀은 늘 푸른 떡갈나무와 가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상록수들 덕택으로 아주 푸르다. 다만 군데군데 피 빛깔의 붉은 반점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새로 나는 잎에 자리를 내주기 위하여 떨어지기 전에 빛깔이 변하는 잎의 반점인데, 새 잎은 죽어 가는 잎 바로 곁에서 벌써 돋아나고 있다.
매우 피로하신 예수께서는 굵은 나무줄기에 기대셔서 쉬시려는 것처럼 한동안 눈을 감고 계신다. 그러나 곧이어 줄기에서 떨어지시며 당신이 늘 취하시는 자세를 취하시어,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시고, 팔꿈치를 무릎에 괴신 채 팔을 앞으로 내미시고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신다. 그리고 생각하신다. 틀림없이 기도하고 계실 것이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어떤 소리 때문에 -밤을 지낼 자리를 찾으면서 싸우는 새들, 비탈로 돌을 떨어뜨리는 풀속의 짐승, 바람이 한번 불고 지나가 다른 가지와 부딪는 나뭇가지- 눈을 들어, 틀림없이 보지는 못하시는 명상에 잠긴 시선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리신다. 특히 늘 푸른 떡갈나무들 사이로 올라오는 오솔길 쪽에서 소리가 들려오면 그렇게 하신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내리뜨시고 정신을 집중하신다. 두번에 걸쳐 이미 어둠에 잠긴 호수를 주의깊게 내려다보시고, 그 다음에는 머리를 돌려 나무가 우거진 야산 뒤로 해가 사라진 서쪽을 바라보신다. 그리고 두번째는 일어나셔서 누가 올라오는지 보시려고 정말 오솔길에까지 가신다. 그런 다음 당신 자리로 돌아오신다. 마침내 발소리가 들리고 두 모습이 나타난다. 짙은 파란색 옷을 입으신 성모님과 배낭들을 멘 요한이다. 그리고 요한은 두번 “선생님!” 하고 외친다. 그리고 예수께서 돌아다 보시자마자 덧붙인다. “여기 어머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리고 성모님이 작은 개천을 건너고 오솔길에 깔린 조약돌들 위로 건너는 것을 도와드린다. 그 조약돌들은 오솔길을 튼튼하게 해서 오르거나 내려가는데 편리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간 것인데, 실제로는 신을 제대로 신지 않은 발에 진짜 함정을 만들어 놓은 결과가 되었다.
예수께서는 즉시 일어나셔서 어머니께로 마주 나가 무너진 돌더미를 올라오시도록 요한과 함께 어머니를 도와 드리신다. 돌무더기는 둔덕을 무너져 내리지 않게 해야 할 것이지만, 이 임무는 떡갈나무의 뿌리들만이 하고 있다. 이제는 성모님이 아들의 부축을 받고 계신데, 아들은 어머니를 살펴보고 물으신다.
“어머니, 피로하십니까?”
“아니다, 예수야.” 그러시면서 성모님은 미소 지으신다.
“그러나 반대로 어머니께서는 피로하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오시게 한 것이 후회가 되는군요. 그러나 저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 아무렇지도 않다. 땀을 좀 흘렸다마는 여기는 좋구나…. 오히려 네가 피로했구나. 그리고 가엾은 요한도….”
그러나 요한은 웃으면서 머리를 젓고 물건이 가득한 예수의 새 배낭과 그의 배낭을 떡갈나무 아래 풀에 내려놓고 물러가면서 말한다. “저는 조금 아래로 가겠습니다. 작은 샘을 하나 보았는데, 그 물로 몸을 좀 식히겠습니다. 그렇지만 두 분께서 부르시면 들릴 것입니다.” 그러면서 두 분을 자유롭게 해드리기 위하여 물러간다.
성모님은 겉옷을 늦추시고. 이마에 송알송알 방울져 있는 땀을 닦으려고 베일을 벗으신다. 그리고 예수를 들여다보시며 미소를 보내시고, 예수께서도 어머니의 손을 어루만지고 그 애무를 받으시려고 뺨에 갖다 대시면서 미소를 보내시기 때문에 그 미소에 빨려 들어가듯 바라다보신다. 다른 때도 그렇게 하시는 것을 보았지만, 이 행위를 하시는 예수는 지극히 “아들” 다우시다! 성모님은 손을 빼서 예수의 머리카락을 가다듬어 주시고, 머리채에 남아 있는 떡갈나무의 작은 껍질 조각을 떼어내신다. 그리고 그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애무인데, 그 움직임을 하시는 사랑이 대단히 크다. 성모님이 말씀하신다.
“예수야, 땀이 흥건하구나. 네 겉옷 어깨가 비를 맞은 것처럼 젖어 있구나. 그렇지만 이제는 다른 겉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겉옷은 내가 벗기겠다. 해와 먼지로 빛깔이 낡았구나. 내가 모든 것을 준비했었다. 그리고… 잠깐! 나는 네가 겨우 무얼 좀 먹을까 말까 했다는 걸 안다. 굳어져서 딱딱한 빵 한 조각과 목구멍이 알알할 정도로 소금에 절인 올리브 한 줌. 요한이 그 말을 해 주었다. 요한은 집에 오자 물만 마시더라. 그러나 나는 신성한 빵을 가져왔다. 빵을 화덕에서 막 꺼낸 길이었다. 그리고 시몬의 아이들에게 주려고 어제 땄던 봉방(蜂房)도 하나 가져왔다. 그러나 그 애들 줄 것은 또 있다. 아들아, 이걸 먹어라. 우리 집에서 온 것이다….” 그러면서 배낭을 여시려고 몸을 굽히신다. 배낭에는 나머지 모든 것 뒤에 과일이 가득 들어있는 버들가지로 만든 작은 바구니가 있고, 그 위에 긴 포도잎들로 싼 봉방이 있다. 성모님은 그 모든 것을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운 빵과 함께 아들에게 주신다.
그리고 예수께서 잡수시는 동안, 성모님은 배낭에서 당신이 겨울 여러달 동안을 위하여 준비하신 튼튼하고 따뜻하고 추위와 비를 막을 수 있는 옷들을 꺼내서 예수께 보여 드리니,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머니, 일을 정말 많이 하셨군요! 지난겨울에 입던 옷이 아직 있는데요….”
“남자들은 아내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아무 것도 고치지 않아도 나무랄데 없이 되도록 모든 것을 새 것으로 갈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낭비하지 않았다. 내가 입고 있는 겉옷은 네가 입던 것을 줄이고 물을 다시 들인 거다. 내게는 아직 쓸만하다. 그러나 네게는 이제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너는 예수이니까….”
이 말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너는 예수다.” 간단한 말이다. 그러나 어머니와 제자, 언약된 메시아를 기다리는 옛날 이스라엘 여인, 예수를 모시는 축복받은 시대의 이스라엘 여인의 사랑 전체가 이 몇 마디 말에 들어 있다. 만일 어머니가 아들을 하느님으로 흠숭하며 땅에 엎드렸더라면, 그것은 그래도 그의 존경하는 표시에 한정된 형태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굽히고 땅에 이마를 조아리는 흠숭보다 더한 것이 있다. 거기에는 마리아의 존재 전체, 그의 살과 피와 영혼과 마음과 정신, 그리고 하느님이신 사람을 전적으로 완전히 흠숭하는 사랑이 들어 있다.
나는 그분이 당신의 아들이지만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마리아의 이 흠숭보다 더 크고 더 절대적인 것을 아무 것도 본 일이 없다. 그들의 구세주를 흠숭하는 것을 내가 본, 예수에 의하여 병이 고쳐지거나 회개를 한 인간들 중의 아무도, 가장 열렬한 사람들까지도, 또 자각은 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있어서 극적으로 맹렬한 사람들까지도 이와 비슷한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들도 전적으로 사랑한다. 그러나 완전하게 되는 데에는 항상 무엇인가 부족한 인간으로서 사랑한다. 마리아는 하느님답게 사랑한다고 감히 말하겠다. 마리아는 인간 이상으로 사랑한다. 오! 마리아는 참으로 잘못이 하나도 없는 하느님의 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원죄로 무엇을 잃었는지를 생각한다…. 나는 사탄이 첫째 조상들을 유혹함으로써 우리에게서 무엇을 훔쳐 갔는지를 생각한다. 사탄은 마리아가 하느님을 사랑하신 것처럼 하느님을 사랑하는 능력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갔다…. 사탄은 우리에게서 제대로 사랑하는 능력을 빼앗아 갔다.
내가 와전하신 두 분을 바라보면서 이 생각을 하는 동안, 식사를 끝내신 예수께서는 미끄러져 내려가 어머니의 발 앞에 풀에 앉으셔서, 마치 위로해 줄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에게로 피해 들어오는 지치고, 또 슬퍼하기도 하는 어린 아이처럼 성모님의 무릎에 머리를 얹으신다. 그러니까 성모님은 예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시고, 매끈한 이마를 살짝 스치신다. 성모님은 그 애무의 덕택으로 당신 아들을 슬프게 하는 모든 피로와 마음의 고통을 쫓아버리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예수께서 눈을 감으신다. 그러니까 성모님은 당신의 애무를 중단하시고, 손을 예수의 머리에 얹으신 채 생각에 잠겨서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앞을 바라보신다. 아마 예수께서 잠드신 것으로 생각하시는가 보다. 예수님은 너무도 지치셨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거의 즉시 눈을 다시 뜨시고 저녁때가 되어오는 것을 보시고, 이 위로의 시간을 연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신다. 그래서 머리를 다시 드시고 앉으신 그대로 말씀하신다.
“어머니, 제가 어디서 오는지 아십니까?”
“안다. 요한이 말해 주었다. 두 영혼이 하느님께로 돌아온다지. 너와 내게 기쁨이 되는 일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기쁨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내려갑니다.”
“우리가 헤어진 바로 그날 네가 가쳤던 실망에 대한 위안을 받으려고.”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요한이 말씀드렸습니까? 요한만이 그 일을 아는데요….”
“아니다. 내가 그에게 그 말을 물어 보았다. 그러나 요한은 ‘어머니, 곧 선생님을 보실 텐데, 선생님께 물어보십시오’하고 대답했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요한은 소심할 정도로 충실합니다.” 잠간 사이를 둔 다음, 예수께서 물으신다. “그럼, 누가 그 말씀을 해 드렸습니까?”
“내게 해 준게 아니다. 사람들이…  네 형 요셉의 집에 왔다. 그리고… 요셉이 내게 왔다. 요셉은 아직 좀… 그렇지. 아들아, 사실을 말하는 것이 낫지. 네가 가파르나움에서 그를 만난 다음에, 그리고 특히 유다와 야고보와 이야기를 한 다음에 화가 좀 나 있었다. 그들은 네가 없는 동안에 서로 만났었는데, 야고보도, 아니 더 적절히 말하자면 특히 야고보가 준엄했었다…. 매우… 지나치게 라고 나는 말하겠다. 그러나 항상 인자하신 영원하신 분께서는 그 가벼운 불일치에서 이익을 끌어내셨다. 그것은 틀림없이 그 불일치가 사람의 두 가지 근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근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사랑이다. 불완전한 것도 사실이다. 만일 그 근원이 완전한 것이었더라면, 적어도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에게는 분노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노를 말하는 것은 야고보의 심경에 붙이는 이름으로 좀 너무 심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히 야고보는 준엄했다. 매우 준엄했어… 너는 아마 사랑을 하라고 그에게 명령했을 거다.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참을성이 있는 야고보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그 까닭을 알았기 때문에 동정했다. 그더러 완전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는 사람이다. 그도 역시 아직 너무나 인간적이다. 오! 야고보가 내 요셉이 의인이었던 것과 같은 의인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요셉은… 항상 자제할 줄을 알았고… 항상 착할 줄을 알았다.
그러나 내가 횡설수설 하는구나! 네게 대한 두 사랑의 불완전한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들은 너를 사랑한다. 오! 몹시 사랑하지. 얼핏 보아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요셉도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가 이 가엾은 여인에 대해서 가지는 모든 마음 씀은 네게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제 아버지처럼 그의 사상에 집착하는 옛날 이스라엘 사람으로서의 그의 사고방식도 네게 대한 사랑이다. 네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그가 무엇인들 주지 않겠느냐! 물론… 그 나름대로…, – 그러나 본론으로 돌아와서, 야고보의 단호한 태도에서 해를 입지 않은 요셉이 날마다 내게 오기 시작했다. 왠지 알겠니? 나더러 성경을 해석해 달라고 오는 것이다.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아들이 이해하는 것처럼’이라고 요셉은 말했다. 진리에 비추어서 성경을 해석하는 것!… 설명을 듣는 사람이 알패오의 요셉 같은 사람일 때, 즉 메시아의 현세적인 왕국과 그의 왕자다운 탄생이며 그 밖에 아주 많은 것을 굳게 믿는 사람일 때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은 왕족이어야 하고 다윗의 후손이라야 한다. 그렇다. 그러나 그가 왕궁에서 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그에게 인정시키게 하는 데에는, 그의 자존심 자체가 내게 도움이 되었다. 요셉은… 오! 다윗 가문의 사람이라는 데에 어떻게나 집착하는지 모른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아주 많은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이 사상을, 그의 머릿속에 바로잡아 주었다. 요셉이 이제는 예언들에 비추어 네가 예언들이 예고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를 찾으러 두번이나 오지 않았더라면, 네가, 네 참 위대함은 바로 너를 보편적이고 영원한 왕이 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인 정신의 왕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믿게 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 성공 못했고말고…  첫번 사람들은 가파르나움 사람들과 그들과 같이 온 다른 사람들이었는데, 온 집안을 위해서 눈부신 영화의 약속으로 다시 그의 마음을 꾄 다음, 그가 그들을 위해 양보할 마음을 덜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들은 네게 왕관을 받아들이게 하도록 요셉이 너와 내게 강요하기를 바랐었다. – 위협으로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본심을 드러냈다…. 그들이 늘 사용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협이다. 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라고 보드러운 양털로 감싼 날카로운 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요셉은 이렇게 말하며 반발했다. ‘내가 맏이기는 하오. 그러나 그 사람도 성인(成人)이오. 그리고 우리집안에는 어리석은 사람도 미친 사람도 일찌기 있었던 것 같지 않소. 그 사람은 성인이 된 지가 벌써 20년이나 되었으니, 자기의 일은 알아서 하오. 그러니 그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시오. 그래서 그 사람 이 거절하면 귀찮게 굴지 말고 놔두시오. 그 사람은 자기 행위에 대해서 책임이 있소.’
그러나 그 뒤, 바로 안식일 전날 네 제자들 몇 사람이 왔다…. 아들아, 바라보는 거냐? 그들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을 허락해 다오. 그러나 그들을 용서해 주라고 네게 말하게 하락해 다오…. 아버지의 백발을 향해서 손을 들었을 아들이나 제단을 더럽혀 야훼의 분노를 두려워할 성직자도 그들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가파르나움으로 너를 찾아 갔다가 왔었다…. 그들은 너를 만나기를 바라며 호수로 해서 가파르나움에서 막달라로, 그 다음에는 티베리아로 갔었다. 그러다가 가믈리엘의 집에서 며칠 동안 손님으로 있다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예루살렘으로 내려가던 헤르마와 스테파노를 만났다. 그들이 한 말을, 네게 말하고 싶어하는 말을, 네게 말하기를 열망하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사람을 속이는 감동시키는 말투로 너를 기만하고자 하는 자들과 합류할 정도로 길을 잃었던 제자들의 고통을 한층 더하게 했다. 그들이 왔을 때 요셉은 내게 와 있었다. 마침 잘 되었었다. 요셉은 아직 빛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벌써 새벽이 시작되고 있다. 요셉은 계략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우리 요셉이 이제는 너를 많이 사랑한다. 요셉은 너를 사랑한다. 옳게 사랑한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적어도 네 고통 때문에 괴로워하고, 네 보호를 보살피고, 네 원수들을 아는 맏이로서는 사랑한다….
아들아, 이래서 그들이 네게 어떻게 했는지를 안다. 고통… 또 네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본 사람이 여럿이기 때문에 기쁨이기도 하다. 이 고통과 이 기쁨은 너와 나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에게 용서해 준다. 그렇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뉘우친 사람들에게는 벌써 용서해 주었다.”
“어머니 제 대신까지도 모두 용서하실 수 있는 건데 그랬습니다. 저는 그들의 마음을 보고 벌써 용서했거든요. 그들은 사람들입니다…. 어머니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나 저는 요셉 형이 참 빛의 새벽을 향해 전진하는 것을 보는 기쁨도 누립니다….”
“그렇다. 요셉은 너를 보기를 바랐었다. 네가 요셉을 보는 것이 좋았을 텐데. 오늘은 해질 때까지 집에 없었다. 그런데 너를 보지 못하면 섭섭해 할 거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너를 볼 수 있겠지.”
“아닙니다, 어머니. 저는 사람들의 눈에 띄도록 예루살렘에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저는 성도와 그 근방에서 복음을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를 발견하면 즉시 내쫓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선만을 행하기를 원하면서도 악을 행하는 사람처럼 행동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러면 요셉을 보지 못하겠단 말이냐? 그 사람은 장막절을 지내러 내일 떠나니까, 너희가 같이 여행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그 정도로 벌써 너를 박해하느냐. 아들아?”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얼마나 큰 고민이 들어 있는가!
“아닙니다. 어머니, 아니예요. 이전보다 더 하지는 않습니다. 안심하세요. 또 그리고… 착한 사람들이 제게로 오기까지 합니다. 착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전에는 이유없이 해쳤었는데, 지금은 중지하고 곰곰 생각합니다. 제자들이 늘어나고, 노인들이 점점 더 교양을 쌓고, 사도들이 완성됩니다. 요한에 대해서 말씀드리는게 아닙니다. 요한은 항상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은총이었습니다. 저는 요나의 시몬과 다른 사람들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날이 갈수록 변해서 사람이던 그가 사도가 돼 간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시몬, 어머니는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는 것인지 아시겠지요. 그래서 그 사람은 제게 많은 기쁨을 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상의 끈에서 풀려나는 나타나엘과 필립보, 그리고 토마와… 아니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모두 정말 그렇습니다. 모두가 이 시간에는 착합니다. 그래서 제 기쁨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어머니의 아들의 친구요, 위로자요, 옹호자인 그들과 같이 있는 것을 아시니, 안심하셔야 합니다. 어머니도 그렇게 보호를 받으시고 사랑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 내게는 마리아가 있다. 요셉과 시몬의 아내들과 그들 자신과 그들의 아이들이 있다. 내게는 착한 알패오가 있다. 또 그리고 나자렛에서 누가 나자렛의 마리아를 사랑하지 않니? 너도 안심해야 한다…. 온 마을이 네 어미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들이 몇 사람만 빼놓고는 아작 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걸 압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대한 그들의 사랑은 미친 사람과 떠돌이의 어머니에 대해서 가지는 동정의 기운이 배어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제가 누군지를 아시고 제가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걸 아십니다. 어머니는 제가 어머니와 이별하는 것이 순종이라는 것을 아십니다. 가장 큰 순종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아버지께서 제게 요구하시는 감정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순종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렇다, 아들아! 그래 나도 안다. 나는 아무 것도 불평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네가 멀리 떠나가 있고, 내가 너를 생각할 때에 네가 어떤지 알지 못하는 동안, 집에 있는 대신에, 네가 그렇게도 여러번 그런 것처럼, 너와 함께 진흙탕 속에, 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한데서 박해를 당하고 지치고, 집도 없고 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이 있기를 원하고, 그렇게 있는 것을 더 낫게 생각한다. 네가 나와 함께 있고, 내가 너와 같이 있으면, 너도 덜 괴로울 것이고. 나도 덜 괴로울 것이다…. 네가 내 아들이기 때문이고 너를 항상 품에 안고, 내 사랑으로 내 가슴으로 내 품으로 너를 추위와 딱딱한 돌과 특히 냉혹한 마음에서 너를 보호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너는 내 아들이다. 나는 동굴에서, 에집트를 왕래할 때에 항상, 그리고 계절이나 사람들에게서 오는 생각지 못한 위험이 네게 해를 끼칠 수 있을 때에 그렇게 많이 너를 가슴에 꼭 껴안았다. 왜 내가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겠니? 네가 이제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혹 내가 네 어머니가 아니란 말이냐? 어미는 아들이 이제는 어리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모든 것이 될 수 없게 된단 말이냐? 나는 만일 내가 너와 같이 있으면 그들이 너를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도… 아니, 내가 어리석다. 너는 구세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의 어머니조차도 불쌍히 여기지 않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러나 내가 네 가까이에 가 있게 내버려두어 다오. 내게는 멀리 있는 것보다는 모든 것이 낫다….”
“사람들이 더 나아졌더라면 제가 또 나자렛에 돌아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자렛조차도… 상관없습니다. 그들도 제게로 올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다른 사람들에게로 갑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갈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들이 제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 다음에나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은 유다 지방으로 갑니다…. 성전에 올라갑니다…. 그런 다음 그 지방에 머물러 있겠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사마리아를 두루 다니겠습니다. 할 일이 제일 많은 곳에서 일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 봄에 제게로 오시도록 준비하셔서 예루살렘 근처에 자리 잡으시도록 권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더 쉽게 만날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몇 번 데카폴리스까지 다시 올라갈 것이니, 또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저는 대개 유다에 있을 것입니다. 예루살렘은 가장 많이 보살펴야 할 양입니다. 그것은 예루살렘이 정말 늙은 양처럼 고집이 세고, 야생 염소같이 호전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메마른 땅에 싫증내지 않고 떨어지는 이슬과 같이 거기에 말씀을 뿌리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일어서서 그대로 서서, 당신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시는 어머니를 보신다. 예수께서는 입을 벌리신다. 그리고 머리를 흔드시며 말씀하신다. “마지막 말씀을 드려야 하기 전에 또 이 말씀을 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머니, 요셉 형님이 제게 말을 하고 싶다면, 모레새벽녘에 나자렛에서 다볼산으로 해서 예즈라엘로 가는 길에 와 있으라고 하십시오. 제가 혼자나 요한과 같이 그리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마.”
침묵이 흐른다. 황혼이 어두워 가는데, 새들도 나뭇잎 속에서 싸움을 그쳤고 바람도 잔잔해졌기 때문에 깊은 침묵이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해야 할 말을 어렵게 찾으신 것 같은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어머니, 휴식은 끝났습니다…. 어머니, 입맞춤을 해 주시고 축복을 해 주십시오.”두 분은 입맞춤을 하시고 서로 축복을 하신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어머니의 베일을 주으려고 몸을 굽히시며, 당신 말씀을 덜 엄숙하게 하시려는 것처럼 요한을 부르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유다에 오실 때에는 제 가장 아름다운 옷을 가지고 오십시오. 제일 큰 명절 때 입으라고 어머니께서 짜신 그 옷을요. 예루살렘에서 저는 가장 넓은 의미로, 또 상당히 인간적인 의미로라도 ‘선생’이어야 합니다. 저 폐쇄적이고, 위선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가르침이라는 내용보다는 옷과 같은 외적인 것을 더 중하게 여기니까요. 그렇게 하면 가리옷의 유다도 기뻐할 것이고… 정말 왕의 옷을 입은 저를 볼 요셉 형님도 기뻐할 것입니다. 오! 그것은 하나의 개선(凱旋)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짜신 옷이 거기 이바지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들이 감추는 가혹한 진실을 완화하기 위하여 머리를 끄덕이신다.
그러나 성모님은 거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신다. 성모님은 일어나셔서 예수의 팔에 몸을 기대시며 외치신다. “아들아!” 애를 끊는 듯한 괴로움으로 외치시는 바람에 내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가슴에 꼭 껴안으시니, 성모님은 아들의 가슴에 안겨 우신다….
“어머니, 저는 이 조용한 시간에 이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어머니께 제 비밀을 말씀드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어머니께 맡겨 드립니다. 모든 것이 이루어진 후가 아니면, 우리가 이리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제자들 중의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머니께 대해서는 비밀이 없습니다…. 어머니께 약속드렸었지요. 울지 마세요. 아직 같이 있을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다로 오십시오’ 하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어머니를 가까이에 모시는 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방해하는 저 냉혹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는 가장 어려운 복음 전파에서 오는 피로를 보상해줄 것입니다. 갈릴래아의 여자 제자들을 데리고 오십시오. 어머니와 제자들이 제게 대단히 유익할 것입니다! 요한이 어머니와 제자들을 위해서 거처할 곳을 얻는 일을 떠맡을 것입니다. 이제는 요한이 오기전에 같이 기도를 드리십시다. 그런 다음 어머니는 마을로 돌아가십시오. 저도 밤에 가겠습니다….”
두 분이 같이 기도를 드리신다. 그리고 주의 기도 마지막 몇 마디에 이르셨는데, 그때 요한이 나타난다. 요한이 가까이 왔을 때 희미한 빛으로 성모님의 얼굴에 눈물 흔적을 보고 놀란다. 그러나 거기대하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말한다. “저는 새벽에 나자렛 밖의 길에 가 있겠습니다…. 어머니, 오십시오. 수풀 밖에는 아직 밝습니다. 그리고 저 아래에는 길이 그리고 왕래하는 마차들의 등불로 잘 밝혀집니다.…”
성모님은 베일 속에서 우시면서 예수께 입맞춤 하시고 나서 팔꿈치를 잡아 드리는 요한의 도움을 받으면서 오솔길을 내려가시고, 그다음에는 아래쪽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신다. 예수께서는 혼자 기도하시고, 곰곰 생각하시고, 우신다. 예수께서 어머니가 내려가시는 것을 보고 우시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아까 계시던 곳으로 돌아오셔서 아까 취하셨던 자세를 다시 취하신다. 그동안 예수의 주위에는 어두움과 고요가 점점 짙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