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먼지가 아직 젖어 있고, 그러면서도 진흙탕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온 지 얼마 안 되는 소나기로 축축하게 된 자연위에 해가 겨우 떠오르는 참이다. 길이 그렇기 때문에 비가 온 지가얼마 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소나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가을의 첫번째 비, 팔레스티나의 길들을 질척거리는 진흙띠로 변하게 할 11월의 비의 전조이다. 그러나 여행자들에게 유리한 이 가벼운 비는 먼지를 -진흙탕이 겨울 몇 달 동안에 골칫거리인 것과 같이, 여름 몇 달 동안을 위하여 남겨둔 팔레스티나의 또 다른 골칫거리- 적시고, 공기와 나뭇잎들과 풀들을 씻어서 모두가 첫 햇살에 반짝이게만 해 놓았다. 부드럽고 깨끗한 가벼운 바람이 나자렛의 야산들을 덮고 있는 올리브나무들 사이로 지나가는데, 평온한 나무들 사이로 많은 천사가 날아 지나가는 것 같다. 그 정도로 그 잎들이 살랑거리는 것이 날아 갈 때 움직이는 큰 날개 소리를 연상시키고, 마치천사들이 날아간 뒤에 천국의 빛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처럼 잎들이 모두 한쪽으로 쏠려 빛나는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도시를 지나 이미 몇 백미터 가량 왔을 때, 야산들 사이에 있는 지름길을 걸어오신 예수께서 나자렛에서 에스드렐론 평야로 가는 큰길로 들어서신다. 여행자들이 지나가면서 점점 더 활기를 며는 대상들의 길이다. 큰 길로 수백미터를 더 가신다. 어떤 곳에 이르러 양쪽에 글씨가 씌어 있는 이정표(里程標)가 있는 근처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이정표 서쪽에는 “야피아-베들래험 갈멜”이라고 씌어있고, 동쪽에는 “살로-나임 쉬토폴리스-엔간님”이라고 씌어 있다. 거기서 예수께서는 사촌형 요셉과 시몬이 길가에 멈추어 있는 것을 만나신다. 그들은 제베대오의 요한과 함께 이내 예수께 인사를 한다.
“형님들께 평화! 벌써 와 계셨습니까? 제가 먼저 와서, 여기서 형님들을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벌써 와 계시군요.” 그러면서 눈에 띄게 기뻐하시며 그들에게 입맞춤 하신다.
“자네가 먼저 올 수야 없었지. 자네가 우리 도착하기 전에 지나갈까봐 염려돼서, 별빛을 이고 떠났거든. 별들은 이내 구름으로 가려졌지만.”
“저를 만나게 되리라고 형님들께 말했었는데요. 요한아, 그럼 너는 자지 못했겠구나.”
“별로 자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분명히 선생님보다는 많이 잤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것에 항상 만족한 그의 훌륭한 성격을 나타내는 진짜 거울과 같은 요한의 차분한 얼굴이 미소짓는다.”
“그런데, 형님이 제게 말씀을 하고자 하셨다면서요?” 하고 예수께서 요셉에게 말씀하신다.
“그렇네…. 포도밭 안으로 좀 들어가세. 우리가 더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서 알패오의 요셉이 이미 포도를 다 딴 포도나무 두 줄 사이로 먼저 들어간다. 누렇게 되어서, 얼마 안 있어 떨어지게 된 잎들 가운데 작은 포도송이 몇 개가 가지에 남아 있는데, 그것은 모세의 명령에 따라 굶주린 가난한 사람과 나그네를 위하여 남겨 놓은 것이다.
예수께서는 시몬과 함께 요셉을 따라 가신다. 요한은 길에 남아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그를 부르신다. “요한아, 너도 와도 된다. 너는 내 증인이다.”
“그러나… ” 하고 사도는 어리둥절하여 알패오의 두 아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그래, 자네도 오게. 우리는 자네가 우리말을 듣기를 바라기도 하네” 하고 요셉이 말한다. 그러니까 요한도 포도밭으로 내려온다. 모두가 포도나무들이 구불구불하게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따라서 포도밭 안으로 들어가서 길에서는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예수, 나는 자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기뻤네” 하고 요셉이 말한다.
“형님이 그걸 의심할 수 있었습니까? 제가 형님을 항상 사랑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자네를 항상 사랑했네. 그렇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서도 얼마 전서부터 서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었네. 나는… 자네가 하는 일이 자네와 자네 어머니와 우리의 파멸인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찬성할 수가 없었네. 정말이지…, 우리 갈릴래아의 늙은이들은 갈릴래아 사람인 유다가 어떻게 타격을 받았고, 그의 친척들과 제자들이 어떻게 흩어졌고, 그들의 재산이 어떻게 몰수당했는지를 기억하고 있네. 죽임을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징역살이를 하게 되고, 그들의 재산은 몰수당했네. 나는 우리가 그런 일을 당하기를 원치 않았네. 그것은… 그렇지, 바로 다윗 가문인 우리 집에서 그런 일이 사실일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는 했네. 그래, 그러나… 우리는 생계 걱정은 안 해도 되네. 생계는 걱정없어. 그리고 여기 대해서 지극히 높으신 분을 찬미해야 하네. 하지만 모든 예언이 메시아일 사람에게 특유한 것으로 간주하는 왕으로서의 위엄이 어디 있나? 자네는지배하기 위해서 치는 막대기인가? 자네는 날 때에 빛나지 않았네. 자네는 집에서 나지도 못했거든!… 오! 나도 예언들은 잘 알고 있네! 이제는 마른 나무가 된 우리에게서 주님이 잎이 돋아나게 하시리라는 징조는 도무지 없었네. 그런데 자네는 의인 외에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우리의 파멸을 한탄하면서 자네를 반대했었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탄식하고 있는데 유혹하는 자들이 와서 위대함과 왕권에 대한 내 생각을 한층 더 흥분하게 만들었네… 당신의 아우 예수는 바보였다고. 나는 그들의 말을 믿고 자네를 화나게 했었네. 이런 일을 실토하는 것은 힘드는 일이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해야 하네. 그리고 자네는 내 안에 나처럼 어리석고, 메시아의 모습이 자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라고 나처럼 확신하는 이스라엘 전체가 들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나는 잘못 생각했네. 우리는 잘못 생각했고, 지금도 잘못 생각하고 있네. 오래 전서부터…’ 하고 말하기는 힘드는 일일세. 그러나 자네 어머니가 예언자들의 말을 내게 설명해 주었네.
오! 그래! 야고보의 말이 옳아. 유다의 말도 옳고. 그 애들이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것처럼 예언자들의 말을 자네 어머니의 입을 통해서 들으니까, 자네가 메시아라는 것을 알게 되네. 보게, 내 머리가 희어 가네. 나는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니까. 그리고 마리아 아주머니가 아저씨 요셉의 아내로 성전에서 돌아왔을 때에도 나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네. 그리고 나는 그 날을 기억하네. 또 내 아버지가 그분의 아우가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질책했던 것도 기억하네. 아버지도 깜짝 놀라고, 나자렛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험담을 했지. 그것은 자기 자신이 죄지을 수 있는 상황에 있으면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그렇게 여러 달이 지나가게 하는 것은 관례가 아니기 때문일세.
예수, 나는 마리아 아주머니를 존경하고, 돌아가신 아저씨의 평판을 존중하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좋은 세월이 아니었네…. 자네는… 오! 이제는 내가 아네. 자네 어머니가 내게 예언서들을 설명해 주셨네. 하느님께서 결혼식이 늦추어지기를 원하신 것은 그 때문이었네. 자네가 태어나는 것이 칙령과 일치하고, 자네가 유다의 베들레헴에서 나게 하시려는 것이었지. 그리고… 마리아 아주머니는 모두 설명해 주셨네. 그래 모두. 그리고 아주머니가 겸손해서 말하지 않은 것을 내가 이해하도록 일종의 빛이 있었네. 그래서 내가 말하는 건데, 자낸 메시알세. 내가 이렇게 말했고, 또 이렇게 말할 걸세. 그러나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그것은 아직 정신을 바꾸는 것은 아니었네…. 내 정신은 메시아가 왕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예언들이 말하고 있는데… 메시아에게 왕이라는 것 이외의 성격이 있다고 믿는 것은 어려운 일이거든…. 내 말 듣고 있나? 자네 피곤한가?”
“아닙니다.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을 유혹하려고 애쓰던 자들이 다시 와서 나더러 자네에게 강요하라는 것이었네….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그들의 얼굴에서 베일이 벗겨져서 그들의 정체가 나타났네. 거짓 친구들이고 진짜 원수였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죄인들처럼 울면서 왔기에, 그들의 말을 들었는데 그들은 쿠자의 집에서 자네가 한 말을 옮겼네…. 이제 나는 자네가 정신을 지배하리라는 것을, 즉 새롭고 보편적인 가르침을 주기 위해 이스라엘의 온 지혜가 그 안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네. 자네에게 성조들과 재판관들의 지혜가 있고, 예언들의 지혜와 우리 조상 다윗과 솔로몬의 지혜가 있으며, 왕들과 느헤미야와 에스드라를 인도한 지혜가 자네에게 있고, 마카베오 형제들을 인도한 지혜가 자네에게 있네. 한 민족, 우리 민족, 하느님의 백성의 지혜가 있네. 나는 자네의 권한에 전적으로 굴복한 세상에 자네의 지극히 지혜로운 규칙들을 주리라는 것을 아네. 그리고 자네의 백성이야말로 정말 성인들로 이루어진 백성일걸세.
동생, 그러나 자넨 이 일을 자네 혼자서는 할 수가 없네. 모세는 이보다 훨씬 더 작은 일을 위해서 조수들을 선택했었네. 그런데 그것은 하나의 민족에 지나지 않았었네! 그런데 자네는… 모든 사람일세, 전체가 자네 발 앞에 엎드린!… 아!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네를 알게 해야 하네…. 왜 자네는 눈을 감고 있으면서 입술에는 그 미소가 감돌고 있는 건가?”
“저는 들으면서 ‘형님은 내가 온 집안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를 알리게 한다고 나무라던 것을 잊으시는 건가!’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웃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2년 반전부터 저를 알리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고도 생각합니다.”
“그건 사실이네. 그러나… 누가 자네를 아는가? 가난한 사람들, 농부, 어부, 죄인, 여자들이지! 자네를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치없는 무능한 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세는 데는 한 손의 손가락으로도 넉넉할걸세. 내 말은 자네를 이스라엘의 실력자들, 사제, 대사제, 장로, 율법학자, 이스라엘의 고명한 선생, 즉 별로 많지 않지만 다수와 같은 가치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이네. 그런 사람들이 자네를 알아야 하네! 자네를 사랑하지 않는 그 사람들의 비난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내가 이제는 깨닫지만, 그 비난 중에는 참된 것, 옳은 것이 하나 있네. 자네가 그들을 무시한다는 비난일세. 왜 그들에게 자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건가? 그리고 왜 자네의 지혜로 그들을 사로잡지 않는 건가? 성전에 올라가서 솔로몬 행각(行閣)에 자리잡게 -자네는 다윗의 후예이고 예언자이니 그 자리는 자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하네. 그 자리는 당연히 자네 아닌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돌아가지 않네.- 그리고 말하게.”
“저는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들이 저를 미워한 겁니다.”
“버티어 나가게. 그리고 왕으로서 말을 하게. 자네는 솔로몬의 행위의 힘과 당당함을 기억 못하나? 만일(이 ‘만일’이라는 말은 장려하다!) 자네가 정말 예언자들이 예언한 그 사람이면, 정신의 눈으로 본 예언들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자네는 사람 이상일세, 그런데 솔로몬은 인간에 지나지 않았거든. 그러니 자네의 정체를 드러내게. 그러면 그들이 자네를 숭배할 걸세.”
“유다인들과 우두머리들과 이스라엘의 가장들과 족장(族長)들이 저를 숭배하겠습니까? 모두는 아니지만 저를 숭배하지 않는 몇몇 사람이 정신과 진리로 저를 숭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이 아닙니다. 저는 그 전에 왕관을 쓰고, 왕홀(王笏)을 들고 주홍빛 옷을 입어야 합니다.”
“아! 그럼 자넨 왕이로구먼. 자네는 머지않아 왕이 될거로구먼! 자네가 직접 그 말을 하는구먼! 내가 생각한 대로야! 많은 사람이 생각한 대로야!”
“정말로 형님은 제가 어떻게 군림할지 모르십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과 저, 그리고 주님의 성령께서 지금과 과거에 가르쳐 주기를 좋아하신 몇몇 사람만이 이스라엘의 왕, 하느님의 기름바름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군림할 것인지를 압니다.”
“그렇지만 동생, 내 말도 들어보게”하고 알패오의 시몬이 말한다.
“그렇지만 형님의 말이 옳으네. 만일 자네가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항상 피하면, 어떻게 그들이 자네를 사랑하거나 두려워하란 말인가? 자네는 이스라엘에게 무기를 들라고 호소하지 않으려나? 옛날의 전쟁과 승리의 함성을 자네는 지르고 싶지 않나? 그러나 적어도 -이스라엘에서 왕권에 대한 호소가 이렇게 일어나는 것이 처음이 아니네.- 적어도 백성의 호산나로, 적어도 선생님과 예언자로서의 자네의 능력으로 그 호산나 소리를 이끌어낼 줄 안 것으로 인해서 왕이 되게.”
“저는 벌써 왕입니다. 애초부터.”
“그래”하고 시몬이 대꾸한다. “그 말은 성전의 어떤 지도자가 우리에게 한 말이네. 자네는 유다인들의 왕으로 태어났네. 그러나 자네는 유다를 사랑하지 않네. 자네는 유다에 가지 않으니까 의무를 버린 왕일세. 만일 백성의 뜻이 자네를 왕으로 세울 성전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네는 거룩하지 않은 왕이네. 백성의 뜻이 없이는, 자네가 백성에게 폭력으로 자네를 인정하게 하지 않으면, 군림할 수가 없네.”
“하느님의 뜻이 없으면이라는 뜻이지요, 시몬 형? 백성의 뜻은 무엇입니까? 누구의 힘으로 백성이 되는 것입니까? 백성을 백성이 되게 뒷받침 하는 것이 누굽니까? 하느님이십니다. 시몬 형, 그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저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의해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되는 것을 아무 것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모이라고 소리 지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저를 선언하는 자리에 이스라엘 전체가 참석할 것입니다. 저는 환호를 받기 위해서 성전에 올라갈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저들이 저를 그리고 모셔갈것입니다. 한 국민 전체가 제가 왕좌에 오르라고 그리로 모셔갈 것입니다. 형님들은 제가 유다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시는데… 저는 이 유다의 중심인 예루살렘에서 ‘유다인들의 왕’이 될 것입니다. 사울은 예루살렘에서 왕으로 선포되지 않았고 다윗도 그러지 못했고, 솔로몬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예루살렘에서 왕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공연하게 성전에 가지 않겠고, 거기에 자리 잡지 않겠습니다. 제 때가 아니니까요.”
요셉이 다시 말한다. “자네는 자네 시간이 지나가게 내버려두고 있네. 내 말은 이 말일세. 백성은 외국의 압제자들과 우리 지도자들에게 싫증을 내고 있네. 지금이 때란 말이야. 유다 지방을 빼놓은 팔레스티나 전체가, 아직 전부는 아니지만, 자네를 선생님으로 또 그 이상으로 인정하고 따르고 있네. 자네는 산 위에 올린 깃발과 같아서 모두가 자네를 쳐다보고 있네. 자네는 수리와 같아서, 자네가 나는 것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네. 자네는 복수자와 같아서 자네가 활을 쏘기를 모두가 기다리고 있네.
가게, 갈릴래아와 데카폴리스와 베레아와 다른 지방들을 버리고 이스라엘의 심장부, 모든 악이 들어 있지만, 거기에서 모든 선이 나와야 하는 도시로 가서 그곳을 정복하게. 거기에도 자네의 제자들이 있지만, 자네를 별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적지근하네, 그리고 자네가 그곳에 별로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에 수가 별로 많지 않고, 다른 데서 행하는 일들을 그곳에서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네. 유다로 가서 그들도 자네의 업적을 보고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하게. 자네는 유다인들이 자네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네. 그러나 만일 자네가 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으면, 어떻게 사랑받기를 바랄 수 있겠나? 공중 앞에서 갈채를 받으려고 애쓰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일을 숨어서 하지 않고, 군중이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하네. 그러니까 만일 자네가 사람들의 마음과 몸과 자연의 힘에 기적을 행할 수 있으면, 그리로 가서 세상에 자네를 알리게.”
“저는 형님들에게 말했습니다. 제 때가 아니라구요. 제 때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형님들에게는 언제나 좋은 시기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제 시간인 때를 택해야 합니다. 전에도 안 되고, 후에도 안 됩니다. 전에 하는 것은 무익할 것입니다. 저는 제 사업을 완성하기 전에 세상과 사람들의 마음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미할 일은 결과를 나타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오직 말 한 마디나 오직 행동 하나만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완전히 끝마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에 의해서 완성되지 못하고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아버지께 순종해야 합니다. 그래서 형님들이 바라시는 것은 제 아버지의 계획에 해를 끼치는 데 소용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형님들을 이해하고 관대하게 보아 드립니다. 저는 형님들에 대해서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저는 형님들의 몰이해 때문에 피로도 권태도 느끼지 않습니다…. 형님들은 모르십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형님은 알지 못하시고, 세상의 얼굴의 표면을 보십니다. 그러나 저는 속 깊은 곳을 봅니다. 세상은 형님들에게 아직 좋은 얼굴을 보이고 있습니다. 형님들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형님들이 세상의 미움을 받을 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보기에 형님들은 문제가 별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세상에 대해서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에 저는 미워합니다. 세상은 거짓이고, 탐욕이고, 폭력인데, 제가 거기에 대해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빛입니다. 그런데 빛은 비춥니다. 빛이 세상의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에 세상은 빛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저를 사랑하지 않고, 저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세상을 이기고 세상을 지배하고 빗나가게 하는 암혹의 왕 안에서 세상을 이기기 위해서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제가 그의 의사이고 약이라는 것을 믿기를 원치 않고, 미치광이 모양으로 병을 고치지 않기 위해서 저를 쓰러뜨리려고 합니다. 제가 세상이 말하는 것과 반대되는 말을 하기 때문에, 세상은 제가 선생이라는 것을 아직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제가 하느님을 가르치기 위해서, 그리고 나쁜 그의 행동의 참된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에게 말하는 목소리를 들리지 않게 하려고 애씁니다.
세상과 저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는데, 그것은 제 탓이 아닙니다. 저는 세상에 빛과 길과 진리와 생명을 주려고 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저를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제 빛이 유죄판결의 원인이 되겠기 때문에 그에게는 제 빛이 어두움이 됩니다. 그리스도에게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그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든 빛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에게는 저를 미워하고 배척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든 어두움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세상에 태어난 초기에 제가 예언적으로 ‘반대의 표’로 지적되었습니다. 그것은 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구원이나 영벌, 죽음이나 삶, 빛이나 어두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분명히 말합니다만, 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빛의 아들, 즉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받아들였으므로 하느님 안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사람들을 하느님의 아들들을 만들기 위해서 왔으니, 어떻게 제가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이 사랑으로나 미움으로 또 순박함으로나 악의로 저를 그렇게 만들기를 원하는 것과 같은 왕이 될 수 있습니까? 형님들은 제가 저 자신을, 나자렛의 마리아와 요셉의 예수가 아니라, 진짜 저 자신을 즉 메시아를 파멸시키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십니까? 제가 왕중의 왕, 동정녀에게서 난 구속하는 사람, 임마누엘이라고 불리고 놀라운 사람, 충고하는 사람, 강한 사람, 미래시대의 아버지, 평화의 왕, 하느님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파멸하게 하리라는 것을, 인간적인 계보(系譜) 때문에 다윗의 옥좌에 앉지만, 시편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하느님에게서 기원하는 초인적인 권리로 세상을 그의 발판을 삼고, 그의 모든 원수를 그의 발판을 만들고, 아버지를 곁에 모심으로써 권세와 평화가 한이 없을 그 사람을 파멸시키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십니까?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완전한 인자로나 사람이 되시지, 달리는 사람이 되실 수 없지만, 당신 자신을 하찮은 인간사에까지 낮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형님들은 깨닫지 못하십니까? 만일 제가 형님들이 생각하시는 것과 같은 왕관과 왕권을 받아들인다면, 제가 가짜 그리스도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고, 하느님께 거짓말을 하고 저 자신을 부인하고 아버지를 부인하는 것이 될 것이고, 하느님에게서 형님들과 모든 사람을 가지는 기쁨을 빼앗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제가 루치펠보다도 더 나쁜 사람이 될 것이고, 여러분을 천당에 갈 희망없이 영영 하느님을 떠나 임보에서 귀양살이 하도록 강요할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에게는 제가 카인보다도 더 고약한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형님들은 깨닫지 못하십니까?
이 모든 것을 형님들은 깨닫지 못하십니까? 사람들이 저를 빠뜨리고자 하는 함정을 깨닫지 못하십니까? 영원하신 분이 사랑하시는 분과 그분의 피조물인 사람들을 통하여 영원한 분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한 사탄의 계략을 말입니다. 이것이 제가 인간 이상이고, 제가 하느님인 사람이라는 표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십니까?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영적인 나라를 주기 위하여 제가 오직 영적인 일만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형님들은 그 표를 깨닫지 못하십니까? 제가….”
“가믈리엘이 한 말이야!”하고 시몬이 외친다.
“…제가 보통 왕이 아니라, 유일한 왕이라는 것을, 이것이 재게 대한 온 지옥과 온 세상의 증오라는 것을 형님들은 깨닫지 못하십니까? 저는 가르치고, 고통을 당하고, 모든 사람을 가르쳐야 합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이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사탄은 원치 않고, 사탄같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것입니다. 두 분 중의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가믈리엘이 한 말이야’하고 들어보십시오. 그 사람은 제 제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제 제자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의인입니다. 그러면 하찮은 인간의 왕국을 제게 제공하고 형님들에게 제안하는 사람들 가운데 혹 가믈리엘이 있습니까?”
“아! 아닐세!”하고 시몬이 말한다.
“스테파노가 말하는데, 쿠자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이렇게 외쳤다네. ‘내 정신은 그 사람이 정말 그가 말하는 것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하면서 설렌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일에 동의했더라면, 일체의 질문이 내 정신에서 형성되기 전에 영원히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가 어린 아이었을 적에 내가 들었던 바로는 노예의 신분과 왕권은 우리가 예언자들의 말을 잘못 이해해서 믿고 있는 것과 같은 것, 즉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죄를 구속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울 그리스도의 덕택으로 영적인 것일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말에 비추어서 그 선생을 판단한다. 만일 그를 판단하면서 그가 이 품위보다 못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나는 그를 죄인과 거짓말쟁이로 배척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린 아이가 내게 준 소망이 허무 속으로 분해되는 것을 보게 될까봐 몸을 떨었었다’하고 말일세.”
“그래. 하지만 우선은 그 선생을 메시아라고 부르지는 않았네” 하고 요셉이 말한다.
“그는 표를 하나 기다린다고 말했답니다” 하고 시몬이 대답한다.
“그럼, 자네가 표를 그에게 주게나! 그리고 표가 강력한 것이 되게 하게.”
“저는 그분에게 약속한 것을 주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형님들은 이 명절을 지내러 가십시오. 저는 제 때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으로 예언자로 저를 인정시키기 위해서 공적으로는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유다에 가기는 가겠지? 유다인들에게 그들을 설득하는 증거를 보여 주겠지? 그들이 이렇게 말할 수 없게….”
“예. 그러나 그 증거들이 제게 평화를 마련해 주는데 소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형님, 저는 행동하면 할수록 더 미움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형님을 만족시키겠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증거들을 보여 주겠습니다. 그리고 늑대들을 어린 양으로 바꾸어 놓고, 단단한 돌을 물렁물렁한 초로 변하게 할 수 있을 말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 소용도 없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침울하시다.
“내가 자네를 괴롭혔나? 나는 자네의 이익을 위해서 말한 건데.”
“아닙니다. 형님이 저를 슬프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형님이 저를 이해하고 제 정체를 아셨으면 합니다…. 저는 형님이 제 벗이라는 것을 아는 기쁨을 가지고 떠나고 싶습니다. 벗은 이해하고, 벗의 이익을 보살피니까요….”
“그럼,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자네에게 분명히 말하네. 나는 그들이 자네를 미워한다는 것을 아네. 이제는 그걸 알아.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온 걸세. 그러나 알겠나, 나는 자낼 지키겠네. 나는 맏이니 중상(中傷)을 반박하고 자네 어머니를 생각하겠네” 하고 요셉이 약속한다.
“형님, 고맙습니다. 제 짐이 무거운데, 형님이 그걸 덜어주시는군요. 고통이 바다와 같이 저를 가라앉히려고 파도와 함께 밀려옵니다…. 그러나 제가 형님들의 사랑을 가지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람의 아들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 마음에는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나는 그 사랑을 자네에게 주네. 그래. 나를 보시는 하느님의 눈앞에서 내가 자네에게 사랑을 준다고 단언하네. 예수, 안심하고 일을 하러 가게. 내가 자네를 돕겠네. 우리는 서로 많이 사랑하네. 그리고…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서로 옛날의 우리로 돌아가세. 자네는 성인(聖人)이고 나는 사람이네. 그러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일치해 있네. 잘 가게, 아우.”
“안녕히 가세요, 형님.”
두 사람은 서로 입맞춤 한다. 이번에는 시몬이 청한다. “우리의 마음이 활짝 열려 온 빛을 받아들이게 우리에게 강복해 주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강복하신다. 그리고 그들과 헤어지시기 전에 그들에게 또 말씀하신다.
“형님들께 제 어머니를 맡겨 드립니다.”
“안심하고 떠나게. 아주머니께는 우리가 두 아들이 될 걸세.”
그들은 헤어진다.
예수께서는 길로 돌아오셔서, 요한을 옆에 데리고 빨리, 매우 빨리 걷기 시작하신다.
얼마 후에 요한이 침묵을 깨고 묻는다.
“그런데 알패오의 요셉, 그분이 이제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겁니까, 아닙니까?”
“아직은 아니다.”
“그럼, 그분은 선생님을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메시아? 사람? 왕? 하느님? 저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분이….”
“요셉형의 정신은 마치 밤새 비현실적인 꿈이나 혹은 악몽을 주던 깊은 잠에서 빠져나와 곧 현실의 세계로 되돌아오는 아침의 꿈 속에 있는 것과 같다. 밤의 환상들은 멀어져 간다. 그러나 정신은 아직 꿈 속에서 떠돌고 있다. 아름답기 때문에 끝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꿈 속에서 말이다…. 요셉형의 경우는 이것이다. 잠을 깰 때가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직 자기의 꿈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 꿈이 그에게는 아름답기 때문에, 말하자면 꿈을 붙들어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줄 수 있는 것을 받을 줄 알고,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지극히 높으신 분을 찬미할 줄 알아야 한다. 어린이들은 매우 행복하다! 그들은 그렇게 쉽게 믿거든!”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요한에게 당신의 사랑을 느끼게 하시기 위하여, 어린이가 되고 믿을 줄을 아는 그의 허리에 한 팔을 감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