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남녀 제자들이 하직을 하고 그들이 머무는 집으로 돌아가거나, 그들이 왔던 길을 다시 간다.
이 4월말의 찬란한 오후에 라자로의 집에는 엄밀한 의미의 제자들, 특히 전도에 가장 헌신하는 제자들이 남아 있다. 즉 목자들, 헤르마와 스테파노, 사제 요한, 티몬, 헤르마스테아, 엠마오의 요셉, 솔로몬, 갈릴래아의 베들레헴의 아벨, 코라친의 사무엘과 아벨, 아가페, 나자렛의 아세르와 이스마엘, 코라진의 엘리야, 아르벨라의 필립보, 티베리아의 뱃사공 요셉, 에페소의 요한, 안티오키아의 니콜라이이다. 알려진 여자제자들 외에 여자들도 남아 있는데, 안나리아, 도르카, 유다의 어머니, 미르타, 아나스타시카, 필립보의 딸들이다. 야이로의 미리암과 야이로 자신도 보이지 않는다. 야이로는 아마 그가 머물던 집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그들은 집의 마당과 옥상을 천천히 돌아다니는데, 라자로의 침대 곁에 앉아계신 예수의 둘레에는 거의 모든 여자들과 오래 된 모든 여자 제자들이 있다. 그 여자들은 라자로와 말씀하시면서, 과월절 여행 전 마지막 몇 주일 동안에 지나오신 지방들을 묘사하시는 것을 듣는다.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요새 이야기를 들은 다음, 라자로는 엄마 품에 안겨서 행복스럽게 자고 있는 아기를 가리키며, “선생님께서는 아기를 구하시게 때맞추어 가셨였군요”하고 말한다. 그리고 라자로는 덧붙인다. “잘 생긴 아이입니다! 아기 엄마, 아기를 더 가까이 보여 주시오!”
도르카는 일어나서, 말없이 그러나 자랑스럽게 그의 아기를 병자에게 보여 감탄하게 한다.
“잘 생긴 아이야! 정말 아름다워! 주님께서 이 아이를 보호하시고, 힘과 성덕으로 자라게 하시기를.”
“그리고 그의 구세주께 충실하도록 이요. 만일 이 아이가 장차 그의 구세주께 충실하지 않게 되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고 죽기를 바랍니다. 무엇이든지 좋지만, 구함을 받은 뒤에 주님께 배은망덕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하고 도르카가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꿋꿋하게 말한다.
“주님은 구하시기 위해 언제나 때맞추어 오십니다”하고 베들레헴의 아벨의 어머니 미르타가 말한다. “제 아이도 도르카의 아기와 마찬가지로 죽어가고 있었어요. 죽음은 또 어떤 죽음이구요! 그러나 주님이 오셔서 살려 주셨습니다. 얼마나 무서운 시간이었는지요!….” 미르타는 그것을 생각하며 지금도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제게도 때맞추어 오시겠지요? 제게 평화를 주시게…”하고 라자로는 예수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한다.
“그런데 좀 나은 것 같지 않아요, 오빠?” 하고 마르타가 묻는다. “어제부터 오빠의 고통이 좀 더 덜어진 것 같아요….”
“그래, 그 점이 나도 이상하게 생각된다. 아마 예수님이….”
“아니오. 그것은 내 평화를 당신에게 부어 주었기 때문이오. 당신 영혼에 내 평화가 가득 차 있소. 그리고 그것이 사지의 고통을 가라앉히오. 당신이 고통을 겪는 것은 하느님의 명령이오.”
“그리고 제가 죽는 것도 그렇지요. 그 말씀도 하셔요. 그러면…선생님께서 가르치는 것처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병이 낫기를 청하지도 않고, 고통이 덜하기를 청하지도 않겠습니다. 저는 하느님께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동생 마리아를 바라다본다). 그래서 이 같은 행복 대신에 제 복종을 드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거 보시오. 더 많은 것을 하시오. 인종하고, 고통을 참아 받는 것도 벌써 대단한 일이오. 그러나 당신은 하느님께 더 큰 가치를 드리시오.”
“주님, 그것이 어떤 것입니까?”
“그 고통을 사람들의 구속을 위해 바치시오.”
“선생님, 저도 보잘 것 없는 인간입니다. 저는 구속자가 되기를 열망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만, 당신 생각은 잘못이오. 하느님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람이 되셨소. 그러나 사람들도 하느님을 도와드릴 수 있소. 의인들의 행동이 구속의 시간에 내 행동에 합쳐질 거요. 여러 세기 전에 죽은 의인이나 미래에 살 의인들의 행동이 말이오. 당신은 지금부터 당신의 행동을 저들의 행동에 합치시오. 하느님의 인자하심에 결합하여, 우리가 우리의 한있는 친절로 드릴 수 있는 것을 거기에 보태면서 ‘아버지, 저도 제 형제들의 행복에 협력합니다’하고 말씀드리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오.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우리 형제들에게 영원한 구원을 줄줄 아는 것보다 주님과 이웃에 대한 더 큰 사랑이 있을 수 없소.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것? 그것은 별것이 아니오. 그것은 ‘최소한’의 거룩함이오. 구원하는 것, 구원하기 위하여 자기를 바치는 것, 구원하기 위하여 자기를 희생의 열화(熱火)가 되기까지 사랑을 이끌어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오. 그러면 사랑이 완전하오. 그리고 너그러운 사람의 성덕은 매우 클 거요.”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동생들아?” 하고 라자로는 그의 섬세한 얼굴에 꿈과 같은 미소를 띠고 말한다.
마르타는 감격하여 머리를 끄덕여 동의한다.
그가 늘 취하는 겸손하고 열렬한 숭배자의 자세로 예수의 발 앞에 방석을 깔고 앉아 있는 마리아는 말한다. “오빠에게 이런 고통을 당하게 하는 것은 아마 저일 거예요. 주님, 제 고민이 철저하게 되도록 그 말씀을 해 주셔요!….”
라자로가 외친다. “아니다. 마리아야, 아니야. 나는… 나는 그로 인해서 죽게 되어 있었다. 네가 네 믿음을 스스로 꿰뚫지 말아라.”
그러나 예수께서는 끝까지 솔직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확실히 그렇다! 나는 네 착한 오빠가 기도를 드릴 때와 마음이 설렐 때에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인해서 너를 둔하게 하는 고민을 얻게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네가 치르게 한 대가 때문에 완전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게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뻐하여라! 기뻐해! 라자로가 너를 얻기 위해 마귀에게서 너를 빼앗아 왔기 때문이다….”
“제가 아닙니다! 선생님이시지요.”
“…너를 마귀에게서 빼앗아 온 것으로 오빠는 장차 하느님께 상을 받을 자격을 얻었다. 그 상의 덕택으로 사람들과 천사들이 라자로에 대해 말할 것이다. 그리고 라자로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사탄에게서 그에게 사로잡힌 영혼을 그들의 용맹으로 빼앗아 온 다른 남자들과 특히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다.”
“그게 누굽니까? 누굽니까?” 하고 여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다. 그리고 아마 모두가 각기 자기를 위하여 그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를 바란다.
유다의 마리아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생님을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예수께서도 그를 바라다보신다. 예수께서는 마리아를 착각 속에 그대로 있게 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신다. 그를 괴롭히지 않으신다. 그러나 잘못 생각하게도 하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모든 여자에게 대답하신다. “하늘에서 알게 될 것이오.”
끊임없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살고 있는 유다의 어머니는 묻는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도 성공하지 못하면요? 그의 운명은 어떻겠습니까?”
“그의 영혼이 착함으로 자격을 얻게 되는 운명이지요.”
“하늘나라요? 그렇지만 주님,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원하는데 성공하지 못해서 그들이 영벌을 받는 것을 보게 되는…아내나 자매나 어머니가 천국에 있으면서도 천국을 차지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살에서 나온 살, 그의 피에서 나온 피가 영별의 선고를 받아 마땅하게 되겠기 때문에… 그는 영영 기쁨을 누리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혹독한 벌의 희생물이 된 것을 보면 즐길 수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주머니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하느님을 뵙고, 하느님을 차지하는 것은 하도 무한한 지복(至福)의 근원이어서 영복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고뇌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직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돕는 데에는 적극적이고 친절한 그들은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하느님 안에 있는 그들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 때문에는 고통을 받지 않게 됩니다. 성인들의 통공(通功)은 성인들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아직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돕는다면, 이 사람들이 아직 성인이 아니라는 표인데요”하고 베드로가 반대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성인이 되려는 적어도 소극적인 의지는 가지고 있다. 하느님 안에 있는 성인들은 물질적인 필요까지도 도와서 소극적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적극적인 의지로 옮겨가게 한다. 알아들었느냐?”
“알아듣기도 하고 알아듣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만일 제가 하늘에 가 있는데, 가령 바리사이파 사람 엘리에게서 일시적인 착한 마음의 충동을 보게 된다고 가정하면, 제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그 착한 충동을 더 커지게 하려고 모든 방법을 다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무 소용도 없으면요? 그 다음엔 어떻게 합니까?”
“그 다음에 그가 영벌 선고를 받고 나면 그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가 지금 실재로 그런 것과 같이 아주 영벌 선고를 받아 마땅한데 -그럴 리는 절대로 없겠지만 -그 사람이 제게 소중한 사람이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 사람이 네게 소중하지 않고, 또 결코 소중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네가 영벌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우선 알아라. 그런 다음 만일 네가 사랑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하늘에 있으면, 그의 심판의 순간까지 네가 그를 위하여, 그의 구원을 위하여 기도하리라는 것을 알아라. 그들을 위한 기도의 일생이 지난 뒤에 최후 순간에 구원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인 한 사람이 들어와서 말한다. “마나헨이 왔습니다. 선생님을 뵙겠다고 합니다.”
“들어오라고 하게. 틀림없이 중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할 것이다.” 여자들은 조심스럽게 물러간다. 그리고 제자들도 여자들을 따라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사악, 사제 요한, 스데파노와 헤르마, 마티아와 요셉, 목자 제자들을 도로 불러들이신다. 그리고 “제자들인 너희들도 알고 있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신다.
마나헨이 들어와서 몸을 굽혀 인사한다.
“당신께 평화”하고 그에 인사하시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께 평화. 해가 져갑니다. 안식일 후의 제 걸음은 주님을 위해서입니다.”
“과월절을 잘 지냈소?”
“잘이라구요!! 헤로데와 헤로디아가 있는 곳에는 좋은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가 그들과 같이 어린 양을 먹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서 제가 죽어야 한다고 해도 그들과 오래 더 머물러 있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잘못 생각한다고 믿습니다. 당신은 그대로 있으면서 선생님께 봉사하실 수 있습니다….”하고 가리옷 사람이 반박한다. “맞아요.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붙들려 있는 것이 이 때문이지요. 그러나 얼마나 메스꺼운 일이요! 쿠자가 나 대신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르톨로메오가 이런 지적을 한다. “쿠자는 마나헨이 아닙니다. 쿠자는…그렇지요. 그 사람은 일을 재주 있게 해낼 줄 알지요. 그 사람은 절대로 주인을 비판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더 솔직하지요.”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쿠자는 조신입니다. 그는 왕위의 매력에 홀립니다.…왕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요? 왕의 타락한 상태지요! 그러나 그 사람은 왕과 함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왕인 것같이 생각되는 겁니다.…그 사람은 왕의 총애를 잃을까 봐 두려워합니다. 저번 날 저녁 그 사람은 아주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선생님께 쫓겨난 살로메의 탄식을 들은 다음 헤로데가 쿠자를 불렀을 때, 그는 기다시피하며 헤로데 앞에 나타났습니다. 쿠자는 괴로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선생님을 비난하고, 선생님이 틀렸다고 해서라도 자신을 구하고자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헤로데는 이제는 그 처녀의 어머니에 싫증이 난 것과 같이 싫증이 난 그 처녀를 희생시키면서 웃으려고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쿠자가 선생님의 말씀을 되풀이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미친 사람처럼 웃었습니다. ‘이 어린…(그러면서 너무도 상스러운 말을 했기 때문에 선생님께 그대로 옮기지는 않겠습니다)에게 대해서는 아직도 너무, 너무 부드럽다. 그 탐욕스러운 젖가슴을 짓밟아야 했을 거다.…그러나 그러면 그 사람이 부정을 탔겠지!’그리고는 진지하게 되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모욕이 왕권에 대해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관대하다(관대하다는 것은 그의 고정관념 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에게 그렇다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선생이 살로메에게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그를 용서한다. 그러나 선생이 조정에 와서 살로메를 완전히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나는 그를 보고, 그의 말을 듣고, 그에게 기적을 행하게 하기를 원한다. 그더러 오라고 해라. 그러면 내가 그를 보호해 주겠다’. 저번날 저녁에 헤로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쿠자는 무슨 말을 할지 몰랐습니다. 왕에게 아니라고 말하고자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예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선생님께서 분명히 헤로데의 뜻을 받아들이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틀림없이 그 사람을 만나겠지.…그에게 내 뜻을 말해라’ 하고. 저는 그 뜻을 말합니다. 그러나…벌써 무슨 대답이 나올지 압니다. 그렇지만, 그 대답을 전할 수 있게 말씀해 주십시오.”
“안 가오!” 벼락 치는 것 같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선생님은 너무나 강력한 적을 만들지 않으시겠습니까?” 하고 토마가 묻는다.
“사형집행인까지도. 그러나 나는 ‘아니’ 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그는 우리를 박해할 것입니다….”
“오! 사흘만 지나면 잊어버릴 것입니다”하고 마나헨이 어깨를 들썩하며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무언광대극을…그에게 약속했는데…광대들이 내일 온답니다.…그러면 모두 잊어버릴 것입니다!… .”
하인이 다시 와서 말한다. “선생님, 니고데모와 요셉과 다른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최고회의 우두머리들이 왔습니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라자로는 의아하다는 태도로 예수를 쳐다본다. 예수께서는 알아들으시고 말씀하신다. “오시라고 하게! 그분들에게 기꺼이 인사하겠네.” 조금 후에 니고데모. 요셉, 엘르아잘(이스마엘의 연회 때의 의인), 요한(오래 전에 있었던 아리마태아의 연회 때의 의인), 그리고 여호수아, 필립보, 유다라 불리는 다른 사람들과 끝으로 요아킴이 들어온다. 인사가 끝없이 계속된다. 다행히 빵이 넓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어떻게 그 많은 절과 포옹을 하고 호화로운 겉옷을 펼칠 것인가? 그러나 방이 아무리 커도 이내 꽉 찬다. 그래서 제자들은 빠져나간다. 이제는 예수와 라자로만 남았다. 어쩌면 이분들에게도 그 많은 최고회의 의원들의 눈동자의 주목을 받는 것이 적절하게 생각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라자로, 우리는 당신이 예루살렘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았소. 그래서 왔소!”하고 요아킴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말한다. “나는 그것이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오. 때로는 당신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거든요…”하고 라자로가 약간 비꼬는 투로 말한다. “그러나…당신도 알겠지만…늘 오려고 했소. 하지만…당신은 자취를 감췄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은 참말 같아 보이지 않소! 하긴 불행한 사람을 찾아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아니오! 그렇게 말하지 마시오! 우리는…당신이 바라는 것을 존중하오. 그러나 지금은…지금은…그렇지요. 니고데모?”
“그렇소, 라자로. 당신 소식을 알아보고 또 선생님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 오랜 친구들이 다시 왔소.”
“무슨 소식을 가지고 오셨소?”
“흠!… 사실은…흔히 있는 일이오.…세상…그렇소….” 그들은 예수 쪽을 바라다본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리에 꼿꼿하게 앉으셔서 약간 생각에 잠겨 계신다.
“안식일이 겨우 끝났는데, 어떻게 오늘 이렇게 함께?”
“특별회의가 있었소.”
“오늘?! 무슨 긴급한 이유로?”
거기 있는 사람들은 의미 있게 예수를 바라다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생각에 잠겨 계신다.” 여러 가지 이유지요….”하고 곧이어 그들이 대답한다.
“그런데 그것들은 선생님과는 관계가 없는 것들이겠지요?”
“관계가 있소. 라자로, 선생님과도 관계가 있소. 그러나 명절로 인해 우리가 모두 성도에 모여 있는 동안 중대한 사건 하나도 판결했소….”하고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대꾸한다.
“중대한 사건이라니? 어떤 거요?”
“젊은이의…한 가지…실수…흠! 그렇소! 격렬한 토론이 일어난 까닭은…선생님, 저희 말을 들어보십시오. 선생님께서는 성실한 사람들 축에 드시지요. 저희들은 제자는 아니지만 적들도 아닙니다. 이스마엘의 집에서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정의에서 멀지 않다고 말씀하셨지요”하고 엘르아잘이 말한다.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저는 요셉의 연회 때에 펠릭스에 대해서 선생님을 변호했습니다”하고 요한이 말한다.
“그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도 저희들과 같이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오늘 무슨 결정을 하라고 소집되었습니다.…그런데 저희들은 결정된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다수에 의해서 압도되었기 때문입니다. 솔로몬보다도 더 지혜로우신 선생님께서 듣고 판결하십시오.” 예수께서는 당신의 통찰력 있는 눈길로 그들을 꿰뚫어보시고 나서 말씀하신다.“말씀해 보시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확실합니까? 이것은…소름끼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하고 유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말한다. “문을 닫고 커어튼을 내리시오. 그러면 우리가 무덤 속에 있는 것과 같을 거요”하고 라자로가 그에게 대답한다.
“선생님, 어제 아침 안나의 엘르아잘에게 어떠한 이유로도 부정을 타지 말라고 말씀하셨지요. 왜 그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하고 필립보가 묻는다.
“그 말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부정을 타지만, 나는 부정을 타지 않습니다. 성서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그가 부정을 탄다는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혹 처녀가 죽기 전에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습니까?”
“어떤 처녀 말입니까?”
“겁탈을 당하고 나서 죽은 처녀 말입니다. 그리고 처녀와 함께 어머니두요. 그들이 고통으로 인해서 죽었는지, 자살을 했는지, 또는 말을 못하게 하려고 누가 그들을 독살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나는 안나의 아들의 타락한 영혼을 보았습니다. 악취를 맡았구요. 그래서 말한 것입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했습니다.”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났소?” 하고 라자로가 흥미를 느껴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면, 안나의 엘르아잘이 과부의 외동딸인 어떤 처녀를 보았소.…그리고는 그 처녀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옷 만드는 일을 했기 때문에, 표면상으로는 일거리를 주겠다고 꾀어서 오게 하고는…그 처녀를 농락했소. 처녀는 사흘 후에…죽었소, 그리고 어머니도 같이 죽었소. 그러나 위협을 받았는데도, 죽기 전에 하나밖에 없는 친척에게 모든 것을 다 말했소.…그래서 그 친척은 고발을 하려고 안나의집에 갔소. 그리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요셉과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말을 했소.…안나는 그를 붙잡아 옥에 가두게 했소. 거기서 그 사람은 죽음을 당하든가 평생 갇혀 있든가 할 거요. 오늘 안나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고 했소”하고 니고데모가 말한다.
“우리가 벌써 알고 있다는 것을 알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요”하고 요셉이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렇소.…허울뿐인 투표와 재판 시늉을 하고서, 불행한 사람 셋에 대한 명예와 생명을 결정하고 죄지은 사람에 대한 처벌을 결정 했소”하고 니고데모가 말끝을 맺는다.
“그래서요?”
“그래서! 뻔한 일이지요! 그 사람의 석방과 엘르아잘의 처별 쪽으로 투표한 우리들은 위협을 당하고 불공평한 사람으로 취급되어 쫓겨났소.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루살렘은 내게 혐오감을 일으키고, 또 예루살렘에서 가장 역한냄새를 풍기는 종기는 성전이라고 생각합니다”하고 예수께서는 천천히, 그리고 무서운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마치신다. “이 말을 성전 사람들에게 전하십시오.”
“그런데 가믈리엘은 어떻게 했소?” 하고 라자로가 묻는다.
“사실을 알자마자, 얼굴을 가리고 ‘빨리 새 삼손이 와서 썩어빠진 펠리시데인들을 없애버려야 해’ 하고 말하면서 나갔소.”
“제대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멀지 않아 새 삼손이 올 것입니다.”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럼 저분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소?” 하고 라자로가 예수를 가리키며 묻는다.
“아이고! 왜 말이 없어요! 나머지 모든 것보다 먼저 말했지요. 선생님이 이스라엘 나라를 ‘보잘 것 없다’고 선언하셨다는 보고를 했고, 따라서 선생님을 하느님을 모욕하는 사람으로 선언했습니다. 독성자(瀆聖者)라고까지 했습니다. 이스라엘 왕국은 하느님의 것이니까요.”
“아! 그래요?! 그러면 대사제는 처녀를 겁탈한 자를 무엇이라고 불했습니까? 그의 사제직을 더럽힌 사람을 말입니다. 대답하십시오!”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그 사람은 대사제의 아들입니다. 안나가 그 안에서는 여전히 진짜 왕이니까요”하고 요아킴이 말한다. 그는 그의 앞에 팔을 내밀고 서 계신 예수의 위엄에 겁을 집어먹고 말한다.…
“그렇습니다. 퇴폐의 왕입니다. 그런데 더럽혀지고 살인자인 분봉왕과 겁탈을 하고 살인을 한 자의 공범인 대사제가 있는 나라를 나더러 보잘 것 없는’ 나라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까?…”
“어쩌면 처녀가 자결을 했거나 고통으로 죽었는지도 모릅니다”하고 엘르아잘이 중얼거린다.
“그 처녀는 아무튼 그를 범한 자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 것입니다.…그리고 이제는 그 친척이 말을 하지 못하도록 가두어 둠으로써 제3의 희생자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많은 죄악으로 더럽혀진 몸으로 제단에 가까이 감으로 제단을 모독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너무도 적은 최고회의의 의인들에게 침묵을 강요함으로써 정의를 억누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새 삼손이 빨리 와서 저 더럽혀진 곳을 때려 부수고, 병을 고치기 위하여 추방해야 합니다!…나는 심한 불쾌감 때문에 토할 것만 같아서, 이 불행한 나라를 보잘 것 없는 나라라고 부르기만 할 뿐 아니라, 말할 수 없는 죄악이 가득 차고, 사탄의 소굴이 된 그 썩은 심장부에서 멀리 떠나겠습니다.…나는 떠나오.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내가 겁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여리분에게 보여주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 때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진주를 이스라엘의 더러운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가난한 지방의 오막살이와 산과 들에 흩어져 있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갖다 주기 위해서 떠납니다. 그들을 가르칠 사람이 있으면, 아직도 믿고 사랑할 줄을 아는 곳에. 여기에서는 신성한 속옷과 겉옷, 그보다도 한층 더 제복(祭服)과 흉패(胸牌)(유다교의 대사제가 가슴에 걸던 보석으로 꾸민 헝겊)가 더러운 시체를 가리고, 살인용 무기를 감추는데 사용되는데, 거칠은 옷 속에 영들이 있는 곳에 말입니다. 나는 참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들이 유죄판결을 받게 하고, 새로운 미카엘 대천사가 되어 그들을 낙원에서 쫓아낸다고 그들에게 말씀하십시오. 그것도 영원히 신이 되기를 원하지만 사실은 마귀들인 그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심판을 받기 위하여 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차 없이.”
최고회의의 위엄 있는 의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무서운 분노 앞에서 어떻게나 몸을 움츠리는지 아주 작아진 것같이 보인다. 반대로 예수의 눈길은 하도 번쩍거리고, 몸짓이 하도 격렬하여 거인이 되신 것같이 보인다.

라자로가 신음한다.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께서 그의 말을 들으시고 말투와 모습을 바꾸시고 말씀하신다.
“친구, 무슨 일이오?”
“아이고!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지 마십시오! 선생님답지 않으십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무서워지시면, 어떻게 자비에 희망을 걸겠습니까?”
“그렇지만 사실이 그렇소. 그리고 내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때에는 한층 더 무서울 거요. 그러나 라자로, 안심하시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벌써 심판을 받았소….” 예수께서는 다시 앉으신다. 침묵이 흐른다.
마침내 요한이 묻는다. “그럼 저희들은, 정의에 대한 거짓말보다는 비난 받는 길을 택한 것으로 인해, 어떤 심판을 받겠습니까?”
“정의로 심판을 받으실 것입니다. 꾸준하십시오. 그러면 라자로가 이미 가 있는 곳, 즉 하느님의 우정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그들은 일어난다.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가겠습니다. 선생님께 평화. 그리고 라자로, 당신에게도 평화.”
“여러분들에게 평화.”
“우리가 말한 것은 여기서 나가지 않기를 바랍니다”하고 여러 사람이 간청한다.
“걱정하지 말고, 가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모든 행동을 인도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나간다.
예수와 라자로만이 남았다. 조금 후에 라자로가 말한다. “정말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그렇소.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오!…라자로, 나는 예루살렘에서 떠날 준비를 하겠소. 과월절이 끝날 때까지 베다니아의 당신 집에 머물겠소.” 그리고 나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