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라자로의 저택에 들어가실 때, 나는 베다니아에서 온 많은 하인들이 가득 차서 준비에 골몰하고 있는 것을 본다. 침대에 누워 있는 라자로는 매우 괴로워한다. 그는 창백한 미소로 그의 선생님께 인사한다. 예수께서는 빨리 그에게로 가셔서 그의 침대 위로 아주 다정스럽게 몸을 굽히시고 물으신다. “벗이여, 마차의 흔들림 때문에 대단히 고통스러웠지요?”
“많이요, 선생님” 그가 겪은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에 눈물이 괼 정도로 기진맥진한 라자로가 대답한다.
“그것은 내 탓이오. 용서하오!”
라자로는 예수의 손 하나를 잡아 자기 얼굴로 가져간다. 그는 그 손을 그의 야윈 빰에 갖다 대고, 입맞춤을 하면서 속삭인다. “오! 주님, 그것은 주님의 탓이 아닙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저와 같이 과월절을 지내시는 것이 저는 무척 기쁩니다.…제 마지막 과월절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만일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당신은 아직도 과월절을 많이 지낼 거요. 라자로! 그리고 당신 마음은 항상 나와 같이 있을 거요.”
“오! 저는 끝났습니다! 주님께서는 제 용기를 돋우어 주시지만…이제는 끝장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는 매우 슬픕니다….” 라자로는 운다.
“주님, 보세요. 오빠는 늘 울기만 합니다”하고 마르타가 측은해서 말한다. “그러지 말라고 말씀하셔요. 오빠는 지쳐버립니다.”
“육체는 아직 권리를 가지고 있다. 고통은 힘드는 것이다. 그래서 육체는 우는 것이다. 육체에는 이런 위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혼은 인종하고 있지요. 라자로? 당신의 의로운 영혼은 주님의 뜻을 기꺼이 행하고 있소….”
“예…그러나 저는 주님이 그렇게 박해를 당하셔서 제 죽음을 지켜보지 못하시겠기 때문에 웁니다.…저는 죽음이 소름이 끼치고 두렵습니다.…그러나 만일 주님이 제 곁에 계시면 저는 그런 모든 감정을 가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저는 주님의 품으로 피해 들어가…그렇게 잠들 것입니다.…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무서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데 대해 반항하지 않고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자! 그런 일은 생각하지 마시오! 알겠소?…당신은 누이들을 울리고 있소. 주님은 너무도 자애롭게 당신을 도와 주셔서 공포를 가지지 않을 거요. 공포는 죄인들이나 가져야 하는 거요!… .”
“그러나 주님은, 만일 오실 수 있으면, 제 임종에 오시겠지요? 약속해 주십시오!”
“약속하오. 그것과 그 이상의 것을.”
“준비들을 하는 동안, 오늘 아침 무슨 일을 하셨는지 이야기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침대전에 앉으셔서 라자로의 야윈 손 하나를 두 손으로 잡으시고, 일어난 일들을 상세히 이야기하시는데, 라자로는 기진맥진해서 잠이 든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때에도 그를 떠나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그 잠을 방해하지 않으시려고 움직이지 않고 계시며, 할 수 있는 대로 소리를 덜 내라는 손짓을 하신다. 그래서 마르타는 예수께 잡수실 것을 가져다 드린 다음 발끝으로 걸어 물러가면서 무거운 커어튼을 내리고, 육중한 문을 닫는다. 사람들이 몹시 움직이는 집안의 소음이 이렇게 해서 겨우 들릴까 말까한 웅성거림으로 약해진다. 라자로는 잔다. 예수께서는 기도하시고, 묵상하신다.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데, 마침내 밤이 되어 창문들을 닫쳤기 때문에 마리아가 희미한 등잔을 하나 가져온다.
“아직 자고 있습니까?” 하고 마리아가 속삭인다.
“그렇다. 오빠는 안심하고 있다. 이것이 오빠에게 이로울 것이다.”
“여러 달째 이렇게 많이 자질 못했습니다.…죽음에 대한 공포로 몹시 불안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곁에 계시니까 오빠는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겁니다.…아무것 두요.…오빠는 행운아입니다!”
“왜 그러냐, 마리아야?”
“오빠는 죽을 때 선생님을 곁에 모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저는…”
“왜 너는 그렇게 안 된다는 거냐?”
“그것은 선생님이 돌아가시고자 하시기 때문입니다.…그것은 멀지 않아. 그런데 저는 언제 죽을지 누가 압니까? 선생님, 제가 선생님보다 먼저 죽게 해주세요!”
“아니다. 너는 아직도 오랫동안 내게 봉사해야 한다.”
“그러면 오빠는 행운아라고 제가 말한 것은 옳은 말입니다!”
“사랑받는 사람들은 모두 오빠와 같은 행운을 얻을 것이다. 그보다도 더!”
“그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깨끗한 사람들이지요?”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너 같은 사람이다. 마리아야.”
“오! 선생님!”마리아는 그 방의 돌을 깐 바닥에 깔아 놓은 여러가지 빛깔의 돗자리에 미끄러 내려 엎드려서 그의 예수께 경배하는 자세를 취한 채로 있다.
마리아를 찾던 마르타가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말한다. “이리 좀 오너라! 주님의 만찬을 위해 붉은 빵을 준비해야 한다.”
“마르타야, 아니다. 그 빵은 가장 비천한 사람들에게, 가령 죠가나의 농부들에게 주어라.”
“아니, 왜요. 선생님?”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예수이고, 내가 그들 안에 있기 때문이다. 만일 너희가 완전하기를 원하면,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가난한 사람을 항상 공경하여라. 나를 위하여는 안뜰에 차려 놓아라. 안쪽으로 향한 많은 문을 열면, 모두가 나를 볼 것이고, 나도 모두를 볼 것이다.”
마르타는 별로 만족하지 않아 반대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현관에 계시다니!…그것은 선생님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자, 자. 하라는 대로 하여라. 선생님이 권고하는 대로 하는 것은 대단히 의젓한 일이다.”
마르타와 마리아는 소리 없이 나가고, 예수는 쉬고 있는 친구를 지키시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남아 계신다.
만찬은 사방에서 진행 중이다. 손님의 분류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별로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세상이 보통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주도록 더 높은 관점에서 행하여졌다.
그래서 붉은 반암(斑岩)으로 된 기둥 두 개가 떠받치는 원천장이있고, 두 기둥 사이에 긴 식탁을 차려놓은 찬란하고 으리으리한 붉은 방에는 죠가나의 농부들이 마륵지암과 이사악과 필요한 숫자를 채우기 위한 다른 제자들이 앉아 있다. 전날 저녁 식사를 한 방에는 가장 비천한 사람들 가운데 다른 제자들이 있다. 순진의 꿈과 같은 흰 방에는 동정녀 제자들이 있고, 네 사람인 그들과 함께 라자로의 누이동생들과아나스타시카와 다른 젊은 여자들이 있다. 그러나 명절의 여왕은 전형적인 의미의 동정녀이신 성모 마리아이시다. 두루마리들이 담겨 있거나 전에 담겨 있었던 우중충한 높은 계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서재인 것 같은 옆방에는 과부들과 남편 있는 부인들이 있는데, 그들의 어른은 벳수르의 엘리사와 알패오의 마리아이다. 그리고 계속 이와 같다.
그러나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예수께서 대리석을 깐 안뜰에 계시다는 것이다. 라자로의 두 누이동생의 세련된 취미로 네모난 현관이 어떤 방보다도 더 찬란하게 밝혀지고 꽃으로 꾸민 참다운 응접실처럼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역시 현관은 현관이다! 예수께서 열두 사도와 함께 계신다. 그러나 옆에는 라자로가 있다. 또 막시민도 있다.
만찬은 관례에 따라 진행된다.…그리고 예수께서는 당신의 모든 충실한 제자들 가운데 계신 기쁨으로 환히 빛나신다. 만찬이 끝나고, 마지막 잔을 비운 후, 마지막 시편을 노래한 후, 여러 방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안뜰로 모여든다. 그러나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식탁 때문에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선생님, 붉은 방으로 가십시다. 저희들이 식탁을 밀어서 벽에 기대놓고, 모두 선생님 둘레에 있겠습니다”하고 라자로가 권하고, 하인들에게 그렇게 배치하라는 손짓을 한다.
이제는 값진 두 기둥 사이에서 큰 등불의 환한 빛을 받으시며, 만찬에 사용된 식사용 침대 두 개로 만든 발판 위에 올라가 한가운데 앉아계신 예수님이 정말 조신(朝臣)들 가운데 옥좌에 앉아 있는 왕과 같으시다. 만찬 전에 입으신 아마포로 지은 옷은 값진 실로 짠 것 같고, 벽의 우중충한 붉은 빛깔과 기둥들의 빛나는 붉은 빛깔 위에 두드러지게 보여 한층 더 흰 것 같다. 말씀을 하시거나 둘레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시는 동안, 예수의 얼굴은 정말 숭고하고 위엄 있다. 예수께서 아주 가까이에 있으라고 하신 가장 비천한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형제와 같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안심하고 이야기하며, 그들의 바람과 그들의 걱정을 순진하게 믿음을 가지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도 많은 행복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마륵지암의 할아버지이다! 그는 손자를 잠시도 떠나지 않고, 손자를 보고 손자의 말을 들으면서 매우 즐거워한다.…이따금씩 서 있는 마륵지암 곁에 앉아서 백발이 된 머리를 손자의 가슴에 기대면, 손자는 그 머리를 쓰다듬는다.
예수께서는 할아버지가 여러 번 그렇게 하는 것을 보시고 노인을 불러 말씀하신다.”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마음은 행복합니까?”
“아이고! 대단히 행복합니다. 주님! 그리고 이것은 정말인 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 제 소원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떤 소원입니까?”
“제 손자에게 말한 소원입니다만, 이 애는 그걸 찬성하지 않습니다.”
“무슨 소원인데요?”
“할 수 있으면, 이 평화 속에서 죽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멀지 않아서요. 이제 저는 가장 큰 행복을 얻었으니까요. 인간이 이 세상에서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는 없습니다. 떠나야 합니다.…더 이상 고생을 하지 않고…가는 것입니다.…주님이 성전에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재물을 가지고 제물을 바치는 사람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그의 아들을 죽이는 사람과 같습니다. ‘죠가나는 오직 주님이 그에게 불러일으키시는 두려움 때문에 도라와 경쟁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도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그의 밭은 농사가 잘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 밭들을 저희 땀으로 기름지게 합니다. 땀은 혹 가난한 사람의 재물이 아닙니까? 자기 힘에 부치는 피로로 다 써버리는 자기 자신이 아닙니까? 그 사람은 저희들을 때리지는 않고, 일에 견딜 만한 것을 저희에게 줍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저희들을 소들보다도 더 이용하지 않습니까? 내 동료들인 자네들이 말해 보게 ….”
죠가나의 전부터 있던 농부들과 새로온 농부들이 동의한다. “흠! 저는 걱정이 되는데요.…그렇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으로 그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한 흡혈귀가 되어서 이 사람들의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선생님, 왜 그 말씀을 하셨습니까?”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벌써 그런 말을 들어 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렇지요. 밭에서 온 여러분?”
“아이고! 그렇구 말구요! 첫 번 몇 달 동안은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전보다도 더 못합니다”하고 미케아가 잘라 말한다. “우물의 두레박은 제 무게로 내려갑니다”하고 사제 요한이 격언조로 말한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늑대는 어린 양인 체하는데 이내 싫증을 냅니다”하고 헤르마가 한술 더 뜬다.
여자들은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자기들끼리 속삭인다. 예수께서는 불쌍한 농부들을 구해줄 능력이 없음을 슬퍼하시며,연민으로 커진 눈으로 그들을 바라다보신다.
라자로가 말한다. “저는 그 밭들을 사서 이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려고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제의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밭들을 사는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도라는 모든 점에 제 아버지와 같아서 저를 미워합니다.”
“그러면… 저희들은 이렇게 죽어 갈 것입니다. 이것이 저희들의 운명입니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의 품에서 휴식이 분명히 올 것입니다”하고 죠가나의 다른 농부 사무엘이 외친다.
“여보시오. 하느님의 품에서요. 하느님의 품에서 구속이 완수되고, 하늘의 문이 열리고, 여러분은 하늘로 갈것입니다. 그리고….” 그러나 대문을 쾅쾅 힘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세게 울린다. 모여 있는 사람들 모두가 경계 상태로 들어간다.
“누구지?”
“누가 과월절 저녁에 돌아다닐까?”
“군대인가?”
“바리사이파 사람들인가?”
“헤로데의 병사들인가?”
그러나 불안이 번져 가고 있는데, 저택을 지키는 사람인 레위가 나타나며 “선생님,용서 하십시오”하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선생님을 찾습니다. 그 사람은 출입구에 있습니다. 대단히 괴로워하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인데 서민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을 뵙고자 합니다. 그것도 빨리요.”
“저런! 오늘은 기적을 행하시는 저녁이 아닌데! 내일 다시 오라고 하시오…”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아니다. 어떤 저녁이든지 기적과 자비의 시간이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안뜰로 가시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혼자 가십니까? 저도 가겠습니다.”
“아니다. 너는 너 있는 곳에 그대로 있어라.”
예수께서는 fp위의 곁에서 나가신다.
전에 그곳을 밝히던 등불들을 껏기 때문에 어둠침침한 안뜰 저쪽 육중한 대문 곁에 몹시 불안해하는 노인 한 사람이 있다. 예수께서 그에게로 가까이 가신다.
“선생님, 거기서 멈추십시오. 어쩌면 제가 죽은 사람을 만졌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선생님을 오염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안나리아의 약혼자 사무엘의 친척입니다. 저희들은 만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엘은 술을 먹고…그렇게 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얼마 전부터 미친 것같이 보였습니다. 주님, 그것은 가책입니다! 반취가 돼 가지고 또 마시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선생님에게 내가 미워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돼요. 저는 선생님을 저주했다는 걸 아셔야 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카인 같아 보였습니다. 그 사람이 이렇게 되풀이해 말했거든요. ‘제 죄는 너무 큽니다. 저는 용서를 받을 자격이 없어요! 난 술을 먹어야 해요! 기억을 하지 않기 위해서 마셔야 해요! 하느님을 저주하는 자는 제 죄를 지고 다니고, 죽음을 당해야 한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그 사람이 벌써 이렇게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때 안나리아의 어머니의 친척 한 사람이 안나리아를 버린데 대한 해명을 요구하려고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반취가 된 사무엘은 욕지거리로 반항했고, 그 사람은 사무엘이 그의 집안의 명예를 손상시킨 것 때문에 그를 재판관 앞에 끌고 가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사무엘이 우선 그 사람의 뺨을 때렸습니다. 두 사람은 치고받고 했습니다.…저는 늙었고, 제 누이도 늙었고, 하인과 하녀도 늙었습니다. 저희 네 사람과 사무엘의 누이 동생 두 처녀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희들은 그저 소리나 지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떼어놓으려고 해볼 수나 있었습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그런데 사무엘은 저희가 어린 양을 굽는데 쓸 나무를 준비했던 도끼를 집어 들고 상대편의 머리를 한 번 내리쳤습니다. 도끼날이 아니라, 등으로 쳤기 때문에 머리가 갈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대편 사람은 꾸르륵거리며 비틀거리더니 쓰러졌습니다.…저희들은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게 하려고…소리 지르는 것을 그쳤습니다.…저희들은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공포에 사로잡혀서…저희들은 그 사람의 머리에 물을 끼얹어서 깨어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자꾸 꾸르륵거리기만 합니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 어떤 때는 벌써 죽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 한 순간에 저는 선생님을 청하려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내일…어쩌면 그보다도 일찍 친척들이 그 사람을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가 저희들 집에 온 것을 분명히 알 터이니까 저희 집으로 찾아와서 그 사람이 죽은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그리고 사무엘은 율법에 따라 죽음을 당할 것입니다.…주님! 주님! 불명예가 벌써 저희들 머리를 덮치고 있습니다.…그러나 이것은 안 됩니다! 제 누이를 불쌍히 여기십시오. 주님! 사무엘은 선생님을 저주했습니다.…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주님을 사랑합니다.…저희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기서 기다리시오. 곧 오겠습니다.”그러면서 예수께서는 방 쪽으로 돌아오시며 문에서 부르신다. “가리옷의 유다야, 나와 같이 가자.”
“주님, 어디로 갑니까?” 유다는 즉시 순종하며 말한다.
“알게 될 거다. 여러분은 평화와 사랑 속에 계속 있으시오. 우리는 이내 돌아올 것입니다.”
그들은 방에서, 현관에서, 집에서 나간다. 사람이 없고 어두운 거리를 빨리 지나간다. 그들은 비극적인 집에 도착한다. “사무엘의 집?! 왜요?….”
“조용히, 유다야. 나는 네 양식을 믿기 때문에 너를 데리고 왔다.” 노인은 자기라는 것을 알렸다. 그들은 들어간다. 그들은 맞은 사람을 끌어다 놓은 만찬실로 올라간다.
“죽은 사람?! 아니 선생님! 우리는 부정을 타게 됩니다!”
“이 사람은 죽지 않았다. 이 사람이 숨쉬는 것이 보이고,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이제 나는 이 사람을 낫게 하겠다….”
“그러나 이 사람은 머리를 한 대 맞았습니다! 여기서는 범죄가 저질러졌군요! 누가 이 사람을 쳤습니까?…그것도 어린 양의 날에!” 유다는 공포에 질려 있다.
“저 사람이다”하고 예수께서는 사무엘을 가리키며 말씀하신다. 사무엘은 한 구석에 몸을 던지고, 죽어가는 사람 자신보다도 더 초주검이 되어, 상대편 사람이 죽어가면서 그르렁거리는 것처럼 그는 공포에 그르렁거리며, 사람들을 보지 않고, 사람들에 보이지도 않으려고 겉옷 한 자락으로 머리를 가린 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모두 그를 공포를 가지고 바라다보는데, 다만 그의 어머니는 살인에 대한 공포에다, 죄를 지어서 이스라엘의 엄격한 법에 의해 미리 단죄된 아들에 대한 격렬한 고통을 곁들인다. “첫 번째 죄가 어디로 끌고 가는지 보느냐? 유다야, 이런 데로 끌고 간다! 저 사람은 처음에 자기 아내 될 사람에 대한 맹세를 어겼다. 그 다음에는 하느님께 대한 맹세를 어겼다. 그 다음에는 중상(中傷)하는 사람, 거짓말쟁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 다음에는 술에 빠졌고, 이제는 살인까지 했다. 유다야, 사람은 이렇게 해서 사탄에게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것을 항상 기억하여라….” 예수께서는 팔을 펴서 사무엘을 가리키시는 데 무서우시다.
그러나 곧 이어 창문에 기대서 몸을 벌벌 떨며 서 있기가 힘든 것 같고, 거의 죽어가는 것 같은 어머니를 바라다보신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서글프게 말씀하신다. “유다야, 어머니들은 아들의 죄 말고는 다른 무기 없이 이렇게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가엾은 어머니들!…나는 저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들을 블쌍히 여긴다. 어머니에 대하여 동정을 보지 못하게 될 아들인 내가….”
예수께서 우신다.…유다는 깜짝 놀라 예수를 쳐다본다….
예수께서는 죽어가는 사람에게로 몸을 굽히시고, 한 손을 그의 머리에 얹으신다. 그리고 기도하신다. 그 사람이 눈을 뜬다. 그는 좀 취한듯하고, 놀란 것같이 보인다.…그러나 이내 정신이 돌아온다. 그는 주먹으로 방바닥을 짚고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 예수를 쳐다본다. 그는 “선생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다.
“나자렛의 예수요.”
“거룩하신 분! 그런데 왜 제 곁에 계십니까? 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겁니까? 내 누이와 그 딸은 어디 있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는 기억하려고 애쓴다.
“여보시오. 당신은 나를 거룩한 사람이라고 불렀지요. 그러면 나를 그런 사람으로 믿습니까?”
“예, 주님. 선생님은 주님의 메시아이십니다.”
“그러면 내 말은 당신에게 신성한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주님!”
“그러면”하고 예수께서 몸을 일으키신다. 예수께서는 위엄이 있다. “그러면 나는 선생님으로서 메시아로서 당신에게 용서하라고 명하오. 당신은 이리로 왔고, 모욕을 당했소….”
“아! 사무엘! 맞아!…도끼! 나는 그를 고발….” 그는 일어나면서 이렇게 말한다.
“안 되오.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하시오. 이 때문에 내가 당신을 고쳐 주었소. 당신은 안나리아의 어머니가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그에게 관심을 쏟고 있소. 그런데 사무엘의 어머니는 한층 더 괴로움을 겪을 거요. 용서하시오.”
그 사람은 좀 망설인다. 그는 자기를 친 사람을 분명한 원한을 가지고 바라다본다. 괴로워하는 어머니를 바라다본다.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시는 예수를 쳐다본다.…그는 결정을 하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려 그를 끌어안으시며 말씀하신다. “내게 대한 사랑으로!”
그 사람은 울기 시작한다.…이렇게 메시아의 품에 안겨서, 그분의 입김을 머리카락에 느끼고, 타격을 받은 곳에 입맞춤을 느끼다니!…그는 울고 또 운다.…
“그렇게 하지요?”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내게 대한 사랑으로 용서하지요? 오! 자비로운 사람들은 행복하오! 내 가슴에서 울고 또 우시오. 눈물과 더불어 일체의 원한이 나가기를 바라오! 완전히 새사람! 완전히 깨끗한 사람이 되시오! 자 이렇게! 은순하게! 오! 하느님의 아들이 그래야 하는 것처럼 온순하게….”
그 사람은 얼굴을 들고 울면서 말한다. “예, 그러겠습니다. 선생님의 사랑은 정말 다정스럽습니다! 안나리아의 말이 맞습니다. 이제는 그애를 이해하겠습니다.…아주머니, 이제는 울음을 그치세요! 과거는 지나갔습니다. 제 입으로는 아무도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아주머니 아들이 아주머니에게 기쁨을 줄 수 있으면, 다시 찾은 아들을 즐기세요. 아주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서 나가려고 한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다. “여보시오. 나도 당신과 같이 가겠소.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아브라함, 안녕히 계십시오. 처녀들, 잘 있어요.” 사무엘에게는 한 마디도 안하신다. 사무엘도 역시 할 말을 찾아내지 못한다.
어머니는 그의 머리에서 겉옷을 젖히고, 일어난 일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들에게 달려들며 말한다. “구세주께 감사드려라. 이 무자비한 녀석아! 감사드려, 이 비열한 녀석아!…”
“아주머니, 가만 놔두세요. 놔두세요! 그의 말은 가치가 없을 것이다. 술 때문에 얼이 빠졌고, 그의 마음은 닫혀 있습니다. 그를 위해 기도하세요.…안녕히 계세요.”
예수께서는 층계를 내려오셔서 유다와 다른 사람이 있는 길로 가신다. 예수께서는 손에 입맞춤을 하려고 하는 늙은 아브라함에게서 빠져나오셔서, 떠오르는 달빛을 받으시며 빨리 걸으신다. “먼 곳에 사시오?” 하고 그 사람에게 물으신다.
“모리아산 밑에 삽니다.”
“그러면 우리는 헤어져야 하겠소.”
“주님, 주님께서는 저를 제 아이들과 아내와 생명에 보존해 주셨습니다, 주님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착하게 살고, 용서하고, 입을 다무는 것이오. 절대로, 어떤 이유로도, 지금 일어났던 일을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되오. 약속하겠소?”
“거룩한 성전을 걸고 맹세합니다! 주님이 저를 살려 주셨다는 것을 말할 수 없는 것은 괴롭습니다마는….”
“의롭게 사시오. 그러면 내가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겠소. 그리고 이것은 당신이 말해도 되오. 잘 가시오. 평화가 당신과 함께 있기를.” 그 사람은 무릎을 꿇고 인사한다. 그리고 그들은 헤어진다.
“기막힌 일입니다! 기막힌 일이예요!”둘만이 있게 된 지금 유다가 말한다.
“그렇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유다야, 너도 여기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안하겠습니다. 주님! 그러나 왜 저를 선생님과 함께 오라고 하셨습니까?”
‘너는 내 신뢰가 만족하지 않느냐?”
“오! 대단히 만족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거짓말, 돈에 대한 욕심, 술취함, 영적인 감정과 실천이 없는 종교의 죽은 예배행위가 어디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라고 그런 것이다. 그래 사무엘에게는 상징적인 식사가 무엇이었느냐? 아무것도 아니었다! 푸짐한 식사였고, 독성(瀆聖)이었다. 그리고 이 식사 중에 그는 살인자가 되었다. 장차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이 될 것이다. 어린 양의 맛을, 양에게서 난 어린 양이 아니라, 하느님의 어린양의 맛을 혀에 느끼면서, 그들은 죄악을 향하여 갈 것이다. 왜 그렇게 되느냐? 어떻게 그렇게 되느냐? 너는 이것을 내게 묻지 않느냐? 그러나 나는 그래도 그것을 네게 말해 주겠다. 그들은 이 시간을 처음에는 많은 부주의로 준비하고, 그 다음에는 고집을 부렸겠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기억하여라. 유다야!”
“예, 선생님.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말합니까?”
“대단히 중한 사람이 있었다고, 이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빨리 길로 돌아가고, 나는 그들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