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올리브 동산의 조용한 푸르름 속으로 들어가신다. 마륵지암은 여전히 예수 곁에 있는데, 분명히 베드로가 그들을 따라오려고 숨을 헐떡이며 뛰어 올 것을 생각하면서 웃는다. “아이고! 선생님! 아버지가 뭐라고 하실까요? 그리고 선생님이 여기서 멎지 않으시고 베다니아로 계속 가셨더라면 아버지는 정말 비참한 꼴이 될 겁니다.”
예수께서도 소년을 내려다보시면서 빙그레 웃으시고 대답하신다. “맞았다. 베드로는 푸념을 수없이 네게 퍼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음 번에는 더 주위를 기울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말을 하고 있는데, 베드로는 이 사람 저 사람과 수다를 떨면서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주님”하고 – 마륵지암이 베드로를 변명하느라고 말한다. 이제는 웃고 있지 않다. “나중에 주님이 말씀을 안 하고 계실 때 대답하겠다고 기분 좋게 표를 하는 거다. 네 장래를 위해서 이것을 잘 기억해라. 네가 사제가 될 때를 위해서, 가르침을 주는 시간과 장소에서는 가장 큰 경의를 요구하여라.”
“주님, 그렇지만 그때에는 이 보잘 것 없는 마륵지암이 말을 할 텐데요….”
“상관없다. 하느님의 봉사자들이 성직을 행하는 시간에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그들의 입술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것이다. 하느님의 봉사자들은 그런 사람들인 만큼 그들의 말을 조용히 경의를 가지고 들어야하는 것이다.”
마륵지암은 그의 마음속에서 하는 추리를 해석하기 위하여 얼굴을 의미있게 한 번 찡그린다.
그를 살펴보시던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야? 왜 그런 얼굴을 하느냐? 얘야, 염려 말고 말해라.”
“주님, 저는 지금의 사제들의 입술에도 하느님께서 계신지 생각해보았습니다.…그리고…미래의 사제들도 저들과 같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두려웠습니다.…그리고 거기서 결론을 끌어낸 것은…많은 사제들이 주님의 체면을 상하게 하리라는 것입니다.…제가 분명히 죄를 지었지요.…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하도 마음이 나쁘고, 인색하고, 무뚝뚝해서….”
“판단하지 앉아라. 그러나 이 혐오감을 기억하여라. 그 혐오감이 장래에 네게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네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여 노력하여라. 또 네게 속해 있을 사람들도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여라. 네가 보는 악까지도 선에 도움이 되게 하여라. 어떤 행동이나 어떤 지식도 올바른 판단과 의지를 통해 지나가면서 선으로 변해야 한다.”
“오! 주님! 벌써 보이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또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십시오! 선생님도 지금의 사제단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인정하시지요. 그리고 저더러 판단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판단하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정의를 가지고 판단하십니다. 이제는 주님, 제가 생각하는 것을 들으십시오. 지금의 사제들이 하느님과 종교에 대해서 말할 때, 대부분이 그런 사람인 만큼, 저는 지금 그 중에서 가장 나쁜 사람들을 말을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그들이 진리를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합니까?”
“얘야, 그들의 임무에 대한 경의로 항상 그래야 한다. 그들이 그들의 성직의 행위를 할 때에는, 이미 인간 안나나 인간 사독 등등이 아니라‘사제’이다. 성직에서 보잘 것 없는 인성(人性)을 항상 분리시켜라.”
“그러나 그 사람들이 성직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면요?….”
“하느님께서 보충하실 것이다. 또 그리고!…마륵지암아, 잘 들어라! 완전히 좋은 사람도 없고, 완전히 나쁜 사람도 없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형제들을 완전히 나쁘다고 판단할 권리가 있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좋지는 못하다. 우리의 결점을 참작하고, 그것들을 우리가 판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장정과 대립시켜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자비로운 판단의 올바른 척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 완전히 나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도라까지도 그렇습니다, 주님?”
“그도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이 성실한 남편이고 다정스러운 아버지이니까.”
“도라의 아버지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 사람도 성실한 남편이고 다정스러운 아버지였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이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점으로는 그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가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 유다도 나쁘지 않습니까?”
“그렇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좋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이 완전히 나쁘지 않은 것처럼 완전히 좋지도 않다. 내가 말하는 것을 믿지 못하겠느냐?”
“선생님이 온전히 착하시고 절대로 악의를 안 가지고 계시다는 것은 제가 확신합니다. 예, 그것은 확실히 믿습니다. 선생님은 너무도 착하시고 악의가 없어서 아무에게 대해서도 비난거리를 찾아내지 않으십니다….”
“아! 얘야! 만일 내가 비난하는 말의 첫글자만 말하면 너희들은 비난받은 사람에게 맹수처럼 덤벼들 것이다!…나는 너희가 그렇게 해서 판단의 죄로 너희들 자신을 더럽히는 것을 피한다. 마륵지암아, 내 말을 알아들어라. 악이 있는 곳에서 내가 악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있는 악과 선의 혼합을 내가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떤 영혼이 내가 데려다 준 정도에서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에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얘야, 이런 것 중에서 아무것 때문에도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너희들에게서 사랑을 어기는 일이 있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심성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이렇게 행동하겠다. 미래에 있어서 내가 어떤 인간에 대하여 의사를 표시해야 할 때에도 그렇게 하겠다. 얘야, 때로는 칭찬하는 말, 격려하는 말이 수많은 비난보다 더 낫다는 것을 너는 모르느냐? 비교적 좋은 것이라고 알려 온 매우 나쁜 사례 백 가지 중에서 적어도 반은 실제로 좋아질 터인데, 그것은 내가 친절한 말을 한 다음에는 착한사람들의 도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그 착한 사람들은 내가 친절한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타락한 사람이라고 알려진 사람을 피했을 터인데 말이다. 영혼들을 짓누르지 말고 부축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내가 맨 먼저 그 영혼들을 부축하고, 나쁜 것이 있으면 덮어주고, 너희들에게 그들에 대한 친절과 도움을 일으키지 않으면, 너희들은 결코 적극적인 자비로 그들에게 헌신하지 않을 것이다. 마륵지암아, 잘 기억하여라….”
“예, 주님.…(깊은 한숨). 기억하겠습니다.…(다시 한숨)…그렇지만 어떤 명백한 사실 앞에서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신다. 그러나 소년이 얼굴을 많이 숙이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마 위쪽밖에는 보지 못하신다.
“마륵지암아, 얼굴을 들고 나를 쳐다보아라. 그리고 대답하여라. 무시하기가 어려운 명백한 사실은 무엇이냐?”
마륵지암은 어물어물 한다.…그의 약간 갈색을 띤 살갗이 붉어진다.…그리고 대답한다. “그렇지만…주님, 그런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를 재촉하신다. “왜 유다의 이름을 말했느냐? 그것이‘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아마 네가 이겨내기 어려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지…. 유다가 네게 어떻게 했느냐? 무슨 일로 너를 분개하게 했느냐?”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신다. 소년의 얼굴이 이제는 얼마나 빨개졌는지 홍당무와 같다.
마륵지암은 눈을 반짝이며 예수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빠져나가서 달아나며 외친다. “유다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사람입니다!…그렇지만 저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주님, 저를 존중해 주십시오!….” 그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몸을 숨기러 간다. 낙심하고 괴로운 몸짓을 하시는 예수께서 부르셨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나 예수께서 부르느라고 외치신 소리가 게쎄마니의 집에 있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래서 부엌 문지방에 요나가 나타나고, 예수의 어머님이 나타나시고, 뒤에는 여자제자들, 클레오파의 마리아, 마리아 살로메, 폴피레아가 나타난다. 여자들은 예수를 보고 예수를 향하여 걸어오기 시작한다.
“모두에게 평화!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혼자서? 왜?”
“저는 먼저 달려 왔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성전에서 헤어졌습니다.…그러나 마륵지암과 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보이지 않는데요”하고 폴피레아가 약간 걱정이 되어 묻는다.
“저리로 올라갔다.…그러나 이내 올 것이다. 모든 사람이 먹을 음식이 있느냐? 다른 사람들이 얼마 안 있어 올 터인데.”
“없습니다, 주님. 주님이 베다니아로 가신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다.…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했다. 빨리 가서 필요한 것을 사 오너라. 나는 어머니와 함께 있겠다.” 여자 제자들은 따지지 않고 순종한다.
예수께서는 혼자 성모님과 함께 남아 계신다. 그리고 두 분은 가지들이 얽힌 아래를 천천히 걸으신다. 나뭇가지들 사이로는 햇살이 새어 내려와 꽃이 핀 푸른 풀 위에 금빛 동그라미들을 그려 놓는다.
“식사 후에 베다니아로 가겠습니다. 시몬과 함께, ”
“요나의 시몬?”
“아닙니다. 열성당원 시몬과 같이 가겠습니다. 그리고 마륵지암을 데리고 가겠습니다…”하고 말씀하시고, 예수께서는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기신다.
성모님은 예수를 살펴보시고는 물으신다. “마륵지암이 네게 걱정을 끼치느냐?”
“아닙니다, 어머니.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왜 생각에 잠겨 있느냐?…왜 그애를 명령조로 불렀느냐? 그리고 그 애가 왜 너를 떠났느냐? 왜 부끄러운 것처럼 네게서 떨어져 나갔느냐? 그 애는 제 어머니와 내게 인사도 하러 오지 않았다!”
“그 애는 제가 한 어떤 질문 때문에 도망쳤습니다.”
“오!…” 성모님은 몹시 놀라신다. 한동안 잠자코 계시다가 혼잣말처럼 속삭이신다. “지상낙원에서 두 사람은 죄를 지은 다음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도망쳤다.…그러나 아들아, 어린아이를 불쌍히 여겨야 한다. 그 애는 어른이 되기 시작한다.…그리고 혹…아들아, 사탄은 모든 사람을 괴롭힌다….” 성모님은 지극한 연민을 가지시고 간절히 애원하신다.…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들여다보시며 말씀하신다. “어머니는 정말 모성적이시군요! 정말 ‘어머니’이십니다! 그러나 그 애가 죄를 지었다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 애가 어떤 새 사실의 충격 때문에 괴로워한다고 믿으셔야 합니다. 그 애는 매우 깨끗하고, 매우 착합니다.…저는 제가 그 애를 이해한다는 것을 말을 하지 않고 알아듣게 하기 위해서 오늘 데리고 가겠습니다. 어떤 말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그리고 결백을 침해한 사람을 변명할 만한 말을 저는 찾아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이 마지막 말을 하실 때에는 엄하시다.
“오! 아들아! 우리가 그 지경에 이르렀구나! 네게 이름을 묻지는 않겠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에 어린아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밖에 없다.…무서운 마귀다!”
“어머니, 마륵지암을 찾으러 갑시다. 어머니 앞에서는 도망치지 않을 것입니다.”
두 분은 가신다. 그리고 산사나무 뒤에서 그를 발견하신다.
“얘야, 나 주려고 꽃을 꺾고 있었니?” 하고 성모님이 다가가셔서 껴안으시며 물으신다.…
“아니오. 그렇지만 어머님을 원했습니다”하고 마륵지암이 아직 눈물이 있는 얼굴로 말한다.
“그래서 내가 왔다. 빨리 가자! 오늘 네가 내 예수와 함께 베다니아에 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너는 옷을 예의 바르게 입어야 한다.”그가 느끼던 불안을 벌써 잊고, 마륵지암의 얼굴이 환해지며 말한다. “예수님하고 저 혼자요?”
“열성당원과 함께,”
아직 매우 어린 마륵지암은 기뻐 깡총깡총 뛰며, 숨어 있던 곳에서 뛰어나와 예수의 가슴에 가서 쓰러진다. 그는 매우 부끄러워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셔서 그를 자극하신다. “네 아버지가 오셨는지 뛰어 가 보아라.”
그리고 마륵지암이 뛰어서 가는 동안 예수께서는 이런 지적을 하신다. “저 애는 생각은 벌써 성숙하지만 참다운 어린아이입니다. 그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은 큰 죄악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것을 살피겠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하시면서 어머니와 함께 집을 향하여 가신다. 그러나 아직 집에 이르지 않으셨는데 마륵지암이 마구 달려서 뒤돌아 오는 것이 보인다.
“선생님…어머니…사람들이 왔어요.…성전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개종자들이 …여자가 한 사람 있는데…어머니를 뵙기를 원하는 여자입니다. 그 여자가 어머니를 베들레헴에서 알았다고 합니다.…이름이 노에미라고 해요.”
“그때 나는 많은 여자를 알았었단다! 그러나 가자….” 그들은 집이 있는 작은 공간에 도착한다. 사람 한 떼가 기다리고 있다가, 예수를 보자마자 엎드린다. 그러나 한 여자가 일어나서 성모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발 앞에 엎드린다.
“누구세요? 나는 아주머니를 기억하지 못하겠는데요. 일어나세요.” 여인이 일어나 말을 하려고 하는데, 사도들이 숨이 턱에 닿아서 도착한다.
“아니, 선생님! 아니,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저희들은 미치광이처럼 예루살렘 시내를 뛰어 다녔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요안나의 집이나 안나리아의 집에 가신 줄로 생각했었습니다.…왜 머무르지 않으셨습니까?” 질문과 소식이 어수선하게 엇갈린다.
“이제는 우리가 함께 있게 되었다. 왜 그랬는지 설명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이 아주머니가 조용히 말하게 가만 놔두어라.” 모두가 들으려고 모여든다.
“오 베들레헴의 마리아,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는군요. 그러나 저는31년 전부터 어머니의 이름과 얼굴을 연민의 이름과 얼굴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멀리 페르가에서 칙령 때문에 베들레헴에 갔었습니다. 저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때맞추어 돌아가기를 바랐었습니다.
그런데 제 남편이 도중에서 병이 들어 베들레헴에서 죽기까지 쇠약해졌습니다. 제가 아기를 낳은 지 20일 만에 남편이 죽었습니다. 제 부르짖음 소리가 하늘을 뚫었고, 제 젖을 마르게 하거나 나쁘게 했습니다. 제 얼굴은 작은 종기투성이가 되고, 제 아들도 작은 종기투성이가 되었습니다.…그래서 사람들이 저희를 어면 동굴에 처넣어 거기에서 죽으라고 했습니다.…그런데…어머니만이 근 한 달 동안이나 조심스럽게 오셔서, 제게 음식을 갖다 주시고, 제 종기를 치료해 주시고, 저와 같이 우시면서 제 아이에게 젖을 주셨습니다. 제 아이는 어머니 덕택으로, 순전히 어머니 덕택으로 살아 있습니다.…사람들이 저를 ‘문둥병자’라고 불렀기 때문에 어머니는 돌에 맞아 돌아가실 위험을 무릅쓰신 것입니다.…오! 다정스러우신 제 별! 저는 그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병이 나은 다음에 떠났습니다. 에페소에서 대학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아주 많이 찾았습니다! 아주 많이! 많이! 저는 어머니가 그 무서운 날 밤 아드님과 함께 죽임을 당하셨다고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영 만나지 못했습니다. 지난여름, 에페소의 어떤 사람이 아드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누구신지를 알았고, 얼마 동안 따라 다녔고, 장막절에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아드님을 따라다녔습니다.…그리고 돌아와서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죽기 전에 어머니를 뵈려고 왔습니다. 오 거룩하신 어머니 제 요한에게 주시려고 복되신 아드님에게서 빼앗으신 젖방울 수효만큼 어머니를 찬미하려고 왔습니다….” 여인은 성모님의 팔을 두 손으로 꼭 잡고 공손한 태도로 몸을 약간 구부리고 운다.…
“젖은 절대로 거절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매님, 그리고….”
“아이고! 아닙니다. 저는 어머니의 자매가 아닙니다! 어머니는 구세주의 어머니이셨고, 저는 여름의 작은 개울처럼 말라붙은 젖가슴에 젖먹이 아들을 데리고 있는 과부로 집에서 멀리 떨어져 갈 데 없는 가엾은 여자였습니다.…어머님이 아니셨더라면 저는 죽었을 것입니다. 어머님은 제게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님 덕택으로 에페소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오빠들에게 돌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두 어머니, 세상에 두 아기를 데리고 있는 두 어머니였습니다. 자매님은 과부가 된 고통이 있었고, 나는 성전에서 시므온 노인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들을 통해 심장이 꿰뚫려야 하는 고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자매님이 가지지 못하게 되었던 것을 주는 것으로 자매의 본분을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매님의 아들은 살아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드님이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아드님은 그 일로 찬미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인은 구세주 앞에 엎드리며 외친다. “요한아, 와서 주님께 감사를 드려라.”
예수와 같은 나이의 남자가 같이 있던 사람들을 떠나 건장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오는데, 얼굴이 아름답지는 않으나 성실하게 생겼다. 아름다운 것은 그의 그윽한 눈의 표정이다.
“베들레헴의 형제, 그대에게 평화. 내가 무슨 병을 고쳐 주었나?”
“주님, 실명(失明)을 고쳐 주셨습니다. 한 눈을 잃었고, 또 한 눈도 거의 잃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회당장이였는데, 거룩한 두루마리를 읽을 수가 없게 되었었습니다.”
“이제는 더 큰 믿음을 가지고 읽을 걸세.”
“아닙니다, 주님. 이제는 주님을 읽겠습니다. 저는 제자로 남아 있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기른 젖가슴에서 제가 빨아먹은 젖방울에 대한 권리는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관계를 맺는데 한 달이라는 세월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때의 주님의 어머님의 연민과 오늘 아침 주님의 연민은 전부입니다.”
예수께서는 여인에게로 몸을 돌리시고 말씀하신다. “그럼 아주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아들이 두 번 주님의 사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님, 제 아들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면 불쌍한 노에미의 꿈이 이루어지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대는 그리스도의 사람이 될 걸세. 너희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이 동료를 받아라”하고 사도들을 보고 말씀하신다. 개종자들은 감격으로 흥분한다. 남자들은 즉시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모두. 그러나 예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아니오. 당신들은 지금대로 있으시오. 집으로 돌아가서 믿음을 보존하고, 부름의 때를 기다리시오. 그리고 주님께서 항상 당신들과 함께 계시기를. 가시오!”
“여기서 주님을 또 뵐 수 있을까요?” 하고 그들이 묻는다.
“아닙니다. 나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다니는 새처럼 끊임없이 돌아다니겠습니다. 당신들은 나를 여기서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일정한 여정(旅程)과 거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옳은 일이면, 우리가 만나게 될 것이고, 당신들은 내 말을 들을 것입니다. 가시오. 아주머니는 새 제자와 같이 남아 계셔요.”
그리고 예수께서 집으로 들어가시는데, 여자들과 사도들이 따라 들어가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와 성모님의 깊은 자비심에 대하여 감격하며 이야기한다.

예수께서는 빠른 걸음으로 베다니아로 가신다. 양옆에서는 얼성당원 시몬과 마륵지암이 있는데, 두 사람 다 이 방문을 위하여 선택된 것을 기뻐한다. 마륵지암은 완전히 명랑해져서, 에페소에서 온 여자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한다. 예수께서 그 사실을 알고 계셨는가 등등을 물어본다.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내 어머니의 친절한 행위는 한이 없고 아주 조용한 침묵 속에서 행해져서 대부분은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다.”
“하지만 그 일화는 매우 아름답습니다”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그렇다. 하도 아름다워서 엔도르의 요한에게 알려 주고 싶다.”
“어떻습니까, 선생님? 베다니아에 그의 편지들이 와 있을까요?”
“나는 그걸 거의 확신한다.”
“우리는 문둥병이 나은 여자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하고 열성당원이 지적한다.
“그렇다. 그 여자는 계명을 충실히 지켰다. 그러나 지금은 정결례의 기간이 지났을 것이다.”
베다니아가 그 둔덕 위에 나타난다.
그들은 전에 공작들과 홍학들이 있던 집 앞을 지나간다. 지금은 그 집이 버려져 있고 닫혀 있다. 시몬이 그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그의 관찰이 대문에서 나오는 막시민의 반가운 인사로 중단된다.
“오! 거룩하신 선생님! 큰 고통 중에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자네에게 평화. 고통이라니, 왜?”
“라자로님이 궤양이 된 다리 때문에 고통을 당하시는데, 저희들은 그 고통을 어떻게 해야 덜어 드릴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뵈오면 적어도 정신적으로 좀 나으실 것입니다.”
그들은 정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막시민이 앞으로 뛰어가는 동안, 그들은 천천히 집을 향하여 걸어간다.
막달라의 마리아는 “선생님”숭배의 말을 외치면서 밖으로 뛰어 나온다. 그리고 뒤에는 좀 더 침착한 마르타가 따라온다. 두 사람 다 고통을 겪고 밤샘을 한 사람들처럼 창백하다.
“일어들 나거라. 즉시 라자로를 보러 가자.”
“아이고! 선생님! 무엇이든지 다 하실 수 있는 선생님, 제 오빠의 병을 고쳐 주십시오!”하고 마르타가 애원하며 말한다.
“예, 인자하신 선생님! 오빠는 견딜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고통을 겪습니다! 기진맥진하고 신음합니다. 만일 이렇게 계속되면 오빠는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 주님, 오빠를 불쌍히 여기십시오!”하고 마리아가 간청한다.
“나는 몹시 측은히 여긴다. 그러나 라자로에게는 기적의 때가 되지 않았다. 라자로가 용맹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너희들도 라자로와 함께. 오빠가 주님의 뜻을 행하도록 도와주어라.”
“아! 오빠가 죽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하고 마르타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신음한다.
마리아의 눈에는 눈물이 잔뜩 괴었고, 두 가지 격정으로, 예수께 대한 격정과 오빠에게 대한 격정으로 빛난다. “아이고! 선생님, 그러나 그렇게 하심으로 제가 선생님을 따라 다니며 봉사하지 못하게 하시고, 오빠가 제 부활을 즐기는 것을 막으십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라자로의 집에서 한 부활을 즐기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까?”
예수께서는 미묘하고 인자한 미소를 띠고 마리아를 보시며 말씀하신다. “한 부활 때문에? 오직 한 부활 때문에만? 자, 자! 만일 너희들이 내가 오직 한 가지 일밖에 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너희들이 나를 아주 하찮은 사람으로 믿는 것이다! 올바르고 용맹하게 되어라. 자, 그렇게 울지들 말아라. 괴로운 의심으로 오빠를 괴롭힐 것이다.”그러면서 먼저 떠나신다.
분명히 치료를 더 쉽게 하기 위해서였겠지만, 라자로는 연회에 쓰이는 큰 방 맞은편에 있는 서재 곁에 있는 방으로 옮겨졌었다. 막시민이 예수께 문을 가리킨다. 그러나 예수 혼자 들어가시게 놔둔다.
“나의 벗 라자로, 당신에게 평화!”
“오! 거룩하신 선생님! 선생님께 평화. 제게는, 제 지체에는 이미 평화가 없어졌습니다. 제 정신은 지쳐 있습니다. 주님, 저는 대단히 고통을 겪습니다! ‘라자로야, 밖으로 나오너라’하는 주님의 귀중한 명령을 내리십시오. 그러면 제가 나아서 일어나 주님의 시중을 들겠습니다….”
“그 명령을 주겠소. 그러나 지금은 아니오”하고 예수께서는 그를 껴안으시며 대답하신다.
라자로는 매우 야위었고, 누렇고, 눈이 쑥 들어갔다. 병색이 완연하고 매우 쇠약해졌다. 그는 불고 푸르스름한 다리를 보이면서 운다. 정맥류성(靜脈瘤性)이라고 할 수 있는 헌 데들이 있는데, 여러 군데가 터져있다. 그는 그렇게 상한 것을 예수께 보이면 아마 예수께서 마음이 움직여 기적을 행하실 것으로 바라는 모양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향유를 바른 헝겊을 헌 데 위에 다시 살짝 놓기만 하신다. “여기 머무르러 오셨습니까?” 하고 라자로가 실망해서 묻는다.
“아니오. 그러나 자주 오겠소.”
“뭐라구요? 올해에도 저와 같이 과월절을 안 지내십니까? 저는 일부러 이리로 옮기게 했는데요. 장막절 때에 선생님께서는 등불 명절 후에 아주 오랫동안 저와 같이 계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요….”
“사실 여기 머무르겠소. 그러나 지금은 아니오. 내가 당신 침대가에 앉아 있는 것이 거북하오?”
“아! 아닙니다. 차가운 선생님의 손은 제 뜨거운 열을 식혀 주십니다. 주님, 왜 여기 머무르지 않으십니까?”
“당신이 헌 데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내 원수들 때문에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오. 비록 베다니아가 모든 사람을 위해서는 만찬을 할 수 있는 경계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내게 대해서는 여기서 과월절 음식을 먹는 것을 죄라고 생각할 거요. 최고회의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는 내가 하는 것은 모두가 낙타와 들보로 보이오….”
“아! 바리사이파 사람들!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제 집들 중의 하나에서요.…이것만이 라도요!”
“그것은 좋소. 그러나 신중을 기해서 최후 순간에 말하겠소.”
“아! 그렇구 말구요. 믿지 마십시오. 요한의 일은 모두가 잘 되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어제 프톨레마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왔는데,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들을 제게 가져왔습니다. 제 누이동생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르타와 마리아는 어디 있습니까? 그 애들은 선생님께 경의를 표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건가요?” 라자로는 많은 병자가 그렇듯이 신경질이 나 있다.
“안심하시오! 동생들은 시몬과 마륵지암과 같이 밖에 있소. 나는 그들하고 같이 왔소. 그리고 아무것도 필요치 않소. 내가 그들을 부르겠소.” 그러면서 과연 사려 깊게 밖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부르신다. 마르타는 나갔다가 두루마리들을 가지고 들어와서 예수께 드린다. 마리아는 니고데모의 하인이 주인의 앞장을 서 왔는데, 주인이 아리마태아의 요셉과 함께 온다고 말하더라고 보고한다. 그와 동시에 라자로는 “어제 선생님의 이름으로 나타난“여자를 기 억한다고 말한다.
“아! 그래요! 누군지 아시오?”
“그 여자가 저희들에게 말했습니다. 예리고의 어떤 부자의 딸인데, 그 사람은 여러 해 전에 아주 어려서 시라아로 갔답니다. 그 사람은 딸의 이름을 사막의 꽃을 기 억해서 아나스티시카라고 불렀답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남편의 이름은 알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하고 마르타가 설명한다.
“그럴 필요 없다.…남편은 그 여자를 버렸으니까, 그 여자는 ‘제자’일 뿐이다. 어디 있느냐?”
“매우 피곤해서 자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 낮과 밤을 그 여자는 매우 힘들게 보냈습니다. 선생님이 원하시면, 가서 불러 오겠습니다.”
“아니다. 자게 그냥 놔두어라. 내일 보살피겠다.” 라자로는 마륵지암을 감탄하며 바라다본다. 그런데 마륵지암은 안절부절한다. 그는 두루마리에 무슨 말이 씌어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예수께서 그것을 알아차리시고 두루마리들을 펴신다. 라자로가 말한다. “아니? 이 애도 알고 있습니까?”
“그렇소. 나타나엘, 필립보, 토마 그리고 유다를 빼놓고는 이 애도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소….”
“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두신 것은 잘 하셨습니다!”하고 라자로가 말을 막는다. “저는 의심을 많이 합니다….”
“여보, 나는 무모하지 않소”하고 예수께서 말을 막으시고 두루마리들을 읽으신다. 그런 다음 주요한 소식들, 즉 두 사람이 새 환경에 잘 적응했다는 것과 학교가 잘 되어 나간다는 것, 그리고 요한이 쇠약해지는 것만 아니면 모든 일이 잘 되어 나갈 것이라는 소식을 알리신다. 그러나 니고데모와 요셉이 도착한다는 전갈이 왔기 때문에 말씀을 더하실 수가 없다.
“선생님, 하느님께서 선생님을 지켜 주시기를! 오늘 아침과 같이 언제나!”
“고맙소, 요셉. 그런데 니고데모, 당신은 그곳에 있지 않았소?”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오셨다는 말을 듣고, 선생님을 만나리라고 거의 확신하면서 라자로의 집에 올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요셉도 저와 같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나자로의 침대 곁에서 아침 나절에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말하는데, 라자로는 하도 거기에 흥미를 느껴 그의 고통을 잊는 것 같다.
“그러나 저 가믈리엘은! 주님, 들으셨습니까?”하고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말한다.
“들었소.”
니고데모는 말한다. “저는 오히려, 저 가리옷의 유다는! 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떠나신 후에 저는 그 사람이 교사들의 학생들 한 떼 가운데에서 악마처럼 소리소리 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선생님을 비난하기도 하고 동시에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정말 잘하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그들의 선생님들의 부추김으로 충동되어 선생님의 잘못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유다는 그들의 비난에 슬퍼하는 정열로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한 가지 잘못밖에 없어! 당신의 능력을 너무 발휘하지 않으시는 거야. 선생님은 기회를 놓치신단 말이야. 선생님은 지나친 유순으로 착한 사람들을 지치게 하신단 말이야. 선생님은 왕이셔! 그리고 왕으로 행동하셔야 해. 그런데 유순하기만 하는 것으로 자멸하신단 말이야. 비겁하고 흉포한 너희들에게는 절대적이고 세찬 권력의 채찍만이 필요해, 오! 나는 왜 선생님을 과격한 사울처럼 만들 수 없을까?’ 하고.”
예수께서는 말없이 머리만 흔드신다.
“하지만 그 사람은 선생님을 사랑합니다”하고 니고데모가 지적한다.
“정말이지 어리둥절하게 하는 사람이구먼!”하고 라자로가 말한다. 그래, 자네가 바로 말했네. 나는 이년째나 그 사람과 같이 있지만, 아직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네”하고 열성당원이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막달라의 마리아는 여왕과 같은 위엄으로 일어나며 장려한 목소리로 선언한다. “저는 그 사람을 모든 사람보다 더 잘 이해했습니다. 그는 완전 곁에 있는 치욕입니다. 그밖에 다른 말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무슨 볼 일을 보려고, 마륵지암을 데리고 나간다.
“마리아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구먼”하고 라자로가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하고 요셉이 말한다.
“그럼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유다가 ‘인간’ 이라고 말하겠소. 가믈리엘 같이, 무한하신 하느님 곁에 있는 한정된 인간. 인간은 누가 그에게 초자연적인 것을 호흡하게 하지 않는 한 너무도 생각이 좁아서 한 가지 사상밖에는 받아들일 수가 없고, 그 사상을 자기에게 박아 넣고, 자기도 그 사상 속에 박히고, 그 사상으로만 만족하게 되오. 명증(明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고 완고하게. 사실 가믈리엘은 한 어린이에게서 희미하게 보고 인정했던 메시아에 대해서 이스라엘에서 그렇게 믿는 사람이 별로 없을 만큼 믿고 있소. 그리고 그 어린아이의 말에 충실하고 있소.…유다도 마찬가지지요.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품고. 있는 것과 같은 메시아 사상이 가득 차 있는데다가, 내게서 본 첫번째 표시로 그 사상의 확인을 받아, 그리스도를 왕으로 보고, 또 보기를 원하오. 현세적이고 강력한 왕으로… 그리고 그가 만들어 가진 생각에 충실하오. 오! 미래에 있어서도 일체의 이치에 어긋나는 믿음에 대한 그릇된 생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파멸할지 모르오! 그러나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어떤 일에서나 진리와 정의를 따르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시오? 가믈리엘 같은 사람이거나 사도 유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구원을 받기가 쉽다고 생각하시오? 아니오. 정말 잘 들어 두시오. 어떤 특별한 직책이나 어떤 특별한 임무에 올려진 어떤 사람보다는 어린이나 일반 신자가 구원을 받기가 더 쉽소. 어떤 특별한 운명에 불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의 부름 받은 데에서 오는 교만이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오는 것을 내버려두는데, 이 교만은 하느님을 내쫓고 사탄에게 문을 열어 주오. 별들이 떨어지는 것은 조약돌들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쉽게 일어나오. 사탄은 천체의 빛을 끄려고 애쓰고, 선택한 사람들을 떨어지게 하기 위해, 그들에게 지렛대 노릇을 하려고 비집고 들어가오. 교활하게 비집고 들어가요. 천 명이나 만 명의 사람이 보통 오류에 빠지면, 그들의 타락은 그들만을 끌고 갈 뿐이오. 그러나 떨어지는 사람이 어떤 특수한 운명을 위해 뽑힌 사람인데, 하느님을 위한 연장이 되지 않고 사탄의 도구가 되고, ‘내’목소리가 되지 않고 사탄의 목소리가 되며, ‘내’제자가 되지 않고 사탄의 제자가 되면, 그때에는 그의 파멸이 더 크고, 수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심각한 이단들을 생겨나게 할 수도 있소.
내가 어떤 사람에게 주는 선이 겸손한 땅에, 겸손한 채로 있을 줄을 아는 땅에 떨어지면 많은 선을 생겨나게 할 것이오. 그러나 이것이 교만한 땅에, 또는 받은 선물 때문에 교만하게 되는 땅에 떨어지면, 선이 악이 되오. 가믈리엘에게는 그리스도의 첫 번째 나타남 중의 하나가 주어졌소. 그것이 그에게는 그리스도에게로 오라는 때 이른 부름이었을 것이오. 이것이 그를 부르는 내 목소리에 그가 귀를 막고 있는 이유요. 유다에게는 사도가 되는 것이 허락되었소. 이스라엘 사람 수천 수만 명 중에서 열두 사도 중의 한 사람이 되도록 허락되었소. 이것이 그의 성화(聖化)가 되었어야 할 것이오. 그러나 어떻게 되겠소?…이거 보시오. 사람은 영원한 아담이오.…아담은 한 가지만 빼놓고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소. 그는 그것을 가지고자 했소. 그런데 사람이 아담으로 남아 있기만 해도 좋겠소! 그러나 흔히는 루치펠(Lucifer -사탄의 별명)이 되오. 사람은 천주성만 때고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소. 그런데 이 천주성을 가시기를 원하오. 그는 놀라게 하고, 환호를 받고, 두려워함을 받고, 알려지고, 찬양받기를 위하여 초자연적인 것을 가지기를 원하오.…그리고 하느님만이 홀로 거저 주실 수 있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하여, 하느님의 흉내를 내는, 그리고 소위 초자연적인 선물을 주는 사탄에게 매달리오. 오! 저 사탄이 접한 자들의 운명은 정말 소름끼치는 운명이오! 친구들, 나는 당신들을 떠나오. 잠시 물러가 있겠소. 하느님 안에서 묵상할 필요를 느끼오….” 예수께서는 매우 불안해지셔서 나가신다.…남아 있는 사람들, 라자로, 요셉, 니고데모, 열성당원은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선생님께서 얼마나 불안해하시는지 보았소?” 하고 요셉이 작은 목소리로 나자로에게 묻는다.
“보았소. 선생님께서는 어떤 소름끼치는 광경을 보시는 것 같았소.”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까?” 하고 니고데모가 묻는다.
“그것을 아는 것은 선생님과 영원하신 분뿐이겠지요”하고 요셉이 대답한다.
“시몬, 당신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오?”
“모르오. 확실한 것은 몇 달 전부터 대단히 괴로워하신다는 사실이오.”
“하느님께서 선생님을 지켜 주시기를! 그러나 증오가 커지는 것은 확실하오.”
“그렇소. 요셉, 증오가 커지고 있소.…나는 증오가 멀지 않아 사랑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오.”
“시몬, 그렇게 말하지 말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이제 다시는 병 낫기를 청하지 않겠네! 가장 소름끼치는 오류를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나을 걸세.”
“가장 소름끼치는 독성(瀆聖)이라고 말해야 할 걸세. 라자로….”
“그렇지만.…이스라엘은 이렇게 할 수가 있어요. 이스라엘은 루치펠의 행동을 되풀이해서 축복받으신 주님과 전쟁을 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소”하고 니고데모가 한숨을 쉰다.
그들의 목을 죄는 물어뜯은 상처 모양으로 고통스러운 침묵이 시작된다.…성실한 네 사람이 미래의 죄인들을 생각하는 방안에 밤이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