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동쪽 평야는 계속된 비로 인하여 늪이 된 것 같다. 특히 예수께서 사도들과 같이 계신 곳이 그러하다 그들이 근처에 있는 야산들 사이의 협곡으로 해서 내려오는 급류를 건너온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야산들은 요르단 강을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거대한 둑을 쌓아놓은 것 같은데, 둑이 여기저기 작은 계곡으로 끊어지고, 그리로 해서 으레 급류들이 흘러나온다. 이쪽 요르단강의 큰계곡을 둘러싸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긴 야산들로 된 꽃줄 장식을 놓아두신 것 같다. 야산들의 활등같이 생긴 모양이 똑같고, 똑같은 높이이기 때문에 단조로운 꽃들 장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도들의 무리는 마지막 두 급류 사이에 있는데, 게다가 그 급류들은 강변 근처에 와서는 넘쳐흐르고 있다. 따라서 하상(河床)이 더 넓은데, 특히 남쪽에 있는 급류는 산에서 내려오는 많은 물 때문에 억압적이고, 그 흐린 물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요르단강 쪽으로 빨러 흘러 내려간다. 강은 또 강대로 그 목이 계속적으로 졸린다고 할 수 있는 자연적인 만곡(彎曲)을 이룬 곳이나 지류가 하류하여 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곳에서는 터무니없이 큰 소리를 낸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물이 불은 물줄기 셋으로 이루어진 이 사다리꼴 안에 계시며, 이 수렁에서 다리를 빼기가 쉽지 않다.
사도들의 기분은 날씨보다 더 어둡다. 그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각자가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의견의 형태 속에 비난을 품고 있다. “내가 뭐했어?”, “내 의견을 따랐더라면”등등과 같은 말이 나오는 때인데, 이런 말들은 잘못을 저 지른 사람,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한것은 매우 난처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몹시 모욕적인 것들이다.
어떤 사람은 “펠라 근처에서 강을 건너가서 덜 어려운 건너편으로 가는 편이 더 나았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그 마차를 타는 것이 좋았어! 우리는 용감한 체했지만, 그 다음에는…”하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산 위에 있었으면, 이 진흙탕에 있지는 않았을 텐데”하고 말한다.
요한은 이렇게 말한다. “자네들은 과거에 대한 예언자들이구먼. 비가 그렇게 계속 올 줄 누가 예측할 수 있었어?”
“그런 계절이야. 예측할 수 있었어”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점잔을 빼며 말한다.
“다른 해는 과월절 전에 이렇지 않았어. 내가 자네들한테로 왔을 때는 키드론 개울이 분명히 물이 꽉 차 있지 않았어. 그리고 작년에는 가물기까지 했네. 불평을 하는 자네들, 우리가 펠리시데 평야에서 목이 말라 고생한 것을 기억 못하나?” 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허! 그건 당연해! 두 현인이 그 말을 하고 이해시키니까 말이야”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비꼬면서 말한다.
“자넨 제발 입 다물게. 자낸 비판밖엔 할 줄 몰라. 그렇지만 마침 좋은 때에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이나 그와 비슷한 어떤 사람에게 말해야 할 때는 자낸 혀를 묶어 놓은 것처럼 벙어리가 되어 있단 말이야”하고 타대오가 화가 나서 말한다.
“그래, 이 사람 말이 맞아, 마지막 마을에서 자낸 왜 그 간사한 자들에게 한마디도 대꾸를 안 했나? 지 스칼라와 메예론에서 우리가 경의를 표하고 순종했다는 것과, 거기에는 바로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위대한 선생들을 공경하시기 때문에 가고자 하셨다는 걸 자네도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자넨 말을 안 했어! 선생님이 우리에게 율법과 사제들에게 대한 존경을 어떻게 요구하시는지 자넨 알고 있어. 그런데 자넨 말을 안 했어! 그런데 지금은 자네가 말을 하고 있어. 지금은 우리 중에서 제일 착한 사람들을 비꼬고, 선생님이 하시는 일을 비판하는 일이니까 그래”하고 안드레아가 계속하여 말한다. 안드레아는 평소에는 참을성이 많은데, 오늘은 정말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었다. “입 다물어. 유다가 잘못이야. 많은 사람을 친구로 가진, 너무나 많은 사마리아 사람들을 친구로 가 유다가 잘못이야….”
“내가? 누구누구야? 할 수 있으면 이름을 대봐.”
“그래, 친구지. 모든 바리사이파 사람들, 사두가이파 사람들, 또 자네가 친하다고 자랑하는 권력자들, 그 사람들이 자네를 알지. 그건 분명해! 그들이 내게는 한 번도 인사하는 일이 없는데, 자네에겐 인사한 단말이야.”
“자넨 그걸 질투하는구먼! 그렇지만 나는 성전 출신이고, 자넨 그렇지 않아.”
“하느님 덕택으로 나는 어부야, 맞아. 그리고 나는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해.”
“이 날씨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어부야.”
“아니야! 난 이렇게 말했어. ‘니산랄은 비를 동이로 퍼못는다’고”이렇게 베드로가 격언조로 말한다.
“아! 문제는 이 사람이 여기서 어떻게 했느냐에 있어! 알패오의 유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안드레아 자넨? 우두머리인 베드로까지도 선생님을 비난한단 말이야!”
“나는 사실 아무도 비난하지 않네. 나는 격언을 인용한 거야.”
“그 격언은 잘 이해하면, 비판과 비난이야.”
“그래.…그러나 내 생각에는 이 모든 것이 땅을 말리는 데는 소용이 없는 것 같네. 이제 우리는 여기 와 있고, 또 여기 남아 있어야 하네. 이 수렁에서 발을 빼기 위해 숨을 아끼세”하고 토마가 말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예수께서는 잠자코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진창 속을 좀 걸으시거나 풀이 물 위로 솟아오른 곳을 찾으시면서 앞으로 나아가신다. 그러나 거기도 밟기만 하면, 풀포기가 아니라 오줌통을 밟아 터뜨린 것처럼 물이 다리 중간까지 된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제자들이 순전히 인간으로, 조그마한 방해만 만나도 성을 내고 옳지 못하게 되는 인간 뿐으로서 불만스럽게 말을 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신다.
이제는 그들이 가장 남쪽에 있는 급류 근처에 있다. 예수께서는 물에 잠긴 개울가에 노새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시고, 물으신다. “다리가 어디 있습니까?”
“더 윗쪽에 있습니다. 나도 그리로 건넙니다. 하류에 있는 다른 다리, 즉 로마인들이 놓은 다리는 지금은 물에 잠겨 있습니다.” 또 한 번 일제히 불평소리를 낸다.…그러나 그들은 예수와 말을 하는 그 사람을 서둘러 따라간다.
“그렇지만 당신은 산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하고 그 사람이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얄록내 다음 세번째 개울을 만나거든평야로 돌아가시오. 그러면 걸어서 건너는데 근처에 가게 될 겁니다. 그러나 강물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하시오. 계절이 참 고약하군요! 처음에는 서리가 내리고, 다음에는 비가오고, 그것도 억수로 쏟아지는 비가 말입니다. 이건 하느님의 벌입니다. 그렇지만 정당합니다! 율법을 모독하는 자들을 돌로 쳐죽이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벌을 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우린 그런 자들을 가지고 있단 말입니다! 당신은 갈릴래아 사람이지요? 그럼 나자렛 사람을 알겠군요. 그 사람이 모든 악의 원인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은 그를 버립니다. 그 사람은 그의 말로 벼락을 끌어당깁니다! 벌을 말입니다! 그 사람과 같이 있던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합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그가 어떤 도둑인지 누가 압니까? 그 사람은 베엘제불처럼 겁을 줄 겁니다. 처음에는 그사람에 대해서 좋은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을 들으러 가볼 생각이 있었지요. 그러나…그건 그의 일당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모두가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거리낌 없는 사람들이지요. 좋은사람들은 그를 버리는데, 잘하는 일입니다. 내게 관한 한, 그 사람을 보러 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혹 우연히 그 사람이 내 곁에 오면 하느님을 모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렇게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그에게 돌을 던지겠습니다.”
“그럼 내게 돌을 던지시오. 내가 나자렛의 예수요. 나는 도망치지 않고, 당신을 저주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피를 흘려 세상을 구속하러왔습니다. 내가 여기 있으니, 나를 제물로 바치시오. 그러나 의로운 사람이 되시오.”
예수께서는 팔을 약간 벌려 땅 쪽으로 내미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천천히, 조용히, 슬프게 이 말씀을 하신다. 그러나 예수께서 저주를 하셨더라도 그 사람이 그보다 더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은 하도 갑자기 고삐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옆으로 빗나가서 하마터면 강둑에서 물이 불은 강 속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예수께서는 때맞추어 재갈을 붙잡아 짐승을 억제하여 사람과 노새를 구해 주신다. 그 사람은 “당신이! 당신이!”하고 계속 되풀이 한다. 그리고 자기를 구해주는 몸짓을 보면서 외친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돌을 던질 거라고 말했는데.…알아듣지 못하시오?”
“그렇지만 나는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오.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당신을 구속하기 위해서 고통을 당하겠다는 말까지도 하겠소. 이렇게 하는 것이 구세주요.”
그 사람은 또 예수를 바라다보다가 노새에 박차를 가해 급히 떠나간다. 그는 달아난다.…예수께서는 고개를 숙이신다. 사도들은 진창과 비와 그밖의 모든 괴로움을 잊고 선생님을 위로 해드릴 필요를 느낀다. 그들은 예수를 둘러싸고 말한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악당들은 필요 없는데, 저 사람은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망나니나 선생님에 대한 중상을 믿고, 선생님을 무서워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선생님, 아주 조심성 없는 일입니다! 그 사람이 선생님을 해치면 어쩌려고 그러셨습니까? 왜 선생님이 나자렛의 예수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것은 사실이니까.…그 사람이 권고한 대로 산 쪽으로 가자. 우리가 하루를 손해 보겠지만, 너희가 늪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선생님두요”하고 그들이 반박한다.
“오! 내게는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죽은 영혼들의 늪이다.”그러면서 눈에서 눈물 두 줄기를 흘리신다.
“울지 마십시오, 선생님. 저희들이 투덜대기는 하지만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저희가 만일 선생님을 중상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만 있으면! 선생님의 원수를 갚아드리겠습니다.”
“너희들도 내가 용서하는 것처럼 용서해라. 그러나 나를 울게 그냥 놔둬라. 요컨대 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배반당하고, 부인을 당하고, 버림을 받는 것이 내게 고통을 준다!”
“저희들을 보십시오. 저희들을 보세요. 저희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착합니다. 저희들 중의 아무도 선생님을 배반하지 않고,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선생님.”
“어떤 말은 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저희가 선생님을 배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희들 마음에 대해서 모욕적인 것입니다!”하고 가리옷 사람이 부르짖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대단히 슬퍼하신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피로하고 야윈 얼굴의 창백한 뺨으로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들은 산에 가까이 간다. “저 위로 올라갑니까. 그렇지 않으면 산밑을 끼고 갑니까? 산 중턱에 마을들이 있습니다. 보십시오. 강 양쪽에 있습니다”하고 사도들이 지적한다.
“어두워지니, 마을에까지 가도록 해보자. 이 마을이나 저 마을이나 상관없다.”
눈이 썩 좋은 유다 타대오가 산비탈을 살펴본다. 그는 예수께 다가가서 말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산에 갈라진 곳이 있습니다. 저기 보이지요? 그리로 피신하십시다. 그편이 아무래도 진창에 있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불을 피우겠습니다”하고 안드레아가 그들의 사기(士氣)를 북돋우기 위하여 말한다.
“젖은 나무를 가지고?” 하고 가리옷의 유다는 빈정거리며 묻는다. 아무도 그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베드로가 중얼거린다. “우리가 여자들과 마륵지암을 데리고 있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인 걸.”
그들은 계곡 안쪽에 있는 정말 구식인 다리를 건너, 남쪽 강 언덕으로 해서 어떤 마을로 가는 좁고 가파른 길을 따라간다. 날이 빨리 어두워진다, 그래서 그들은 세찬 소나기를 피하기 위하여 넓은 굴속으로 피신하기로 결정한다. 거기에는 마초와 오물들과 투박한 화덕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아마 목자들의 피신처로 쓰이는 굴인 것 같다.”
이건 침대로 쓰일 수는 없구먼. 그렇지만 불을 피우는 데는…”하고 토마가 마른 고사리와 노간주나무나 그와 비슷한 가지들과 함께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더럽혀진 잔가지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는 그것들을 막대기로 화덕 쪽으로 밀어서 쌓아놓고 불을 붙인다. 불에서는 송진내와 노간주나무 냄새가 섞인 역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따뜻한 기운은 기분이 좋다. 그래서 모두가 반원형으로 앉아서 불꽃의 흔들리는 빛을 받으며 빵과 치즈를 먹는다.
“그래도 마을에 가려고 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하고 목이 쉬고 몸이 언 마태오가 말한다.
“아! 여보게! 사흘 전 저녁의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그래? 여기선 아무도 우릴 내쫓지 않을 걸세. 이 나무 위에 앉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불을 피우세, 잘 보이는 지금 보니까 나무가 많이 있네! 보라구, 봐! 또 짚도 있어!…이건 정말 양의 우리야, 틀림없이 여름이나 옮겨 갈때에 쓰이는 걸 거야. 그런데 여기서는 어디로 가는 거지? 안드레아야, 불붙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어라. 봐야겠다”하고 베드로가 운좋게 발견하고 돌면서 명한다. 안드레아가 순종한다. 그들은 동굴 벽에 있는 통로로 들어  간다.
“위험한 짐승이 있지 않는지 조심하게!”하고 다른 사람들이 외친다.
“혹은 문둥병자들이나”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조금 후에 베드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게들! 와! 여긴 더 나아. 깨끗하고 건조해. 그리고 나무 걸상들도 있고 땔나무도 있네. 아니, 이건 우리에겐 왕궁이야. 즉시 불을 피우게 불붙은 나뭇가지들을 가져오게.”
이것은 정말 목자들의 피신처일 것이 틀림없다. 이 부분은 목자들이 쉬고 잠을 자는 부분이고, 다른 부분에서 양떼를 지키는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지키는 곳이다. 이것은 산이 파진 곳인데, 어쩌면 사람의 손으로 팠는지도 모르겠고, 적어도 넓히고 천장을 받치게 되어 있는 말뚝으로 튼튼하게 한 것만은 틀림없다. 조잡한 굴뚝 덮개가 첫번 굴과 통하고 있어, 그 방향으로 연기가 빠져 나갈 수 있게 한다. 벽을 따라 널빤지들과 짚이 있는데, 벽에는 등잔이나 옷이나 배낭을 걸어 두는 배목들이 박혀 있다.
“아니, 이건 아주 안성맞춤인데! 자, 불을 많이 피우세! 그러면 따뜻할 것이고, 겉옷도 말리세. 허리띠들을 끌러서 밧줄을 만들고 겉옷들을 걸세”하고 베드로가 명한다. 그런 다음 널빤지들과 짚을 바로 잡고 말한다.”그럼 이제는 번갈아가면서 자고, 그동안 한 사람이 불을 보살펴서 볼 수 있게 하고 따뜻하게 할 수 있겠네. 정말 하느님의 은혜일세!”
유다는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베드로는 화가 나서 돌아다본다. “주님이 나신 베들레헴의 동굴에 비하면 이건 왕궁이야. 주님이 그런 조건에서 나셨으니, 우리도 여기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을 걸세.”
“이 동굴은 아르벨라의 동굴보다도 더 아름다워. 거기엔 아름다운곳이라곤 지금보다 더 좋았던 우리들의 마음밖에 없었어 ”하고 신비적인 추억에 잠기며 요한이 말한다.
“그리고 선생님이 전도를 준비하실 때에 계셨던 동굴보다도 훨씬 낫고”하고 열성당원은 입을 다물라고 말하기 위한 것처럼 가리옷 사람을 보며 엄하게 말한다.
끝으로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저 데벳달에 시몬의 유다, 너를 위해 내가 보속을 한 저 동굴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따뜻하고 더 편안하다.”
“저를 위해서 보속을 하셨다구요? 왜요?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요.
“정말이지 너를 둔하게 하는 모든 것에서 너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너와 내가 일생을 보속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도 부족할 것이다.”
조용히 그러나 매우 단호하게 표현하신 이 선언은 겁을 집어먹는 사도들의 무리에 벼락같이 떨어진다.…유다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한구석에 남아 있다. 그는 대담하게 반발을 하지 못한다. 조금 후에 예수께서는 명령을 내리신다. “나는 깨어 있겠다. 내가 불을 보살필 터이니, 너희들은 자거라.”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나무가 탁탁 취는 소리에, 짚 무더기를 덮고 널빤지들에 누운 피로한 열두 사도의 무거운 숨을 쉬는 소리가 섞인다. 예수께서는 짚이 떨어져서 자는 사람들의 몸이 드러나면 일어나셔서 어머니처럼 자애롭게 짚을 자는 사람들 위에 다시 펴 놓으신다. 그렇지만 잠이 든 어떤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얼굴이나, 평화로운 얼굴이나 또는 성난 얼굴을 들여다보시며 우신다. 예수께서는 자면서도 비웃는 것 같고, 주먹을 불끈 쥐고 위협하는 것 같은 가리옷 사람을 들여다보신다.…손을 한편 뺨 아래 넣고, 얼굴은 금발로 뒤덮인 채 볼그레한 빰을 하고 요한에 있는 어린아이처럼 조용히 자고 있는 요한을 들여다보신다. 베드로의 성실한 얼굴, 나타나엘의 엄한 얼굴, 열성당원의 얽은 얼굴, 사촌 유다의 귀족적인 얼굴을 들여다보신다. 그리고 아주 젊었을 때의 나자렛의 요셉을 그대로 닮은 알패오의 야고보의 얼굴을 오랫동안 지체하시며 들여다보신다. 그리고 선생님께 말씀드린 것 같은 토마와 안드레아의 혼잣말을 들으시고는 빙그레 웃으신다. 예수께서는 숨을 어렵게 쉬는 마태오에게 짚을 많이 덮어 주시고, 그를 따뜻하게 해주시려고 짚을 더 가져다가 불에 죄어서 마태오의 발에 펴 놓으신다. 예수께서는 야고보가 “선생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하고 선언하는 야고보의 말을 들으시고 미소 지으신다.…그런데 야고보는 꿈속에서 보는 사람들에게 계속 전도한다. 그리고 필립보가 그의 소중한 기념품을 넣어서 간직하는 주머니를 주으려고 몸을 숙이고 그 주머니를 살그머니 그의 머리맡에 다시 놓아주신다. 그러는 사이사이에는 묵상을 하시고 기도를 하신다.…
제일 먼저 잠이 깬 사람은 열성당원이다. 그는 매우 따뜻한 동굴 속에 피워 놓은 불 옆에 예수께서 아직도 앉아 계신 것을 본다. 그리고 나무무더기가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많이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잠자리에서 내려와, 발끝으로 걸어서 예수께로 간다. “선생님, 안 주무십니까? 제가 깨어 있겠습니다.”
“시몬아, 새벽이 되었다. 조금 전에 나갔었는데, 하늘이 벌써 밝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왜 저희들을 부르지 않으셨습니까? 선생님도 지치셨는데요!”
“오! 시몬아! 나는 생각할 필요가 많이 있었다.…그리고 기도할필요도.” 그러시면서 머리를 시몬의 가슴에 기대신다.
앉아 계신 예수 곁에 서 있는 열성당원은 예수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쉰다. 그리고 묻는다. “선생님,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선생님은 생각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아시니까요.”
“나는 무슨 말을 할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의 교활과 마귀의 간사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활한 세상 앞에서는 내가 무력하다. 세상은 의기양양하고.…나는 몹시 지쳤다….”
“그리고 괴로우시지요. 거기에는 선생님을 모실 자격이 없는 저희들이 얼마간 탓이 있습니다. 저를 용서하시고, 제 동료들도 용서하십시오. 모두를 대신해서 이 말씀을 드립니다.”
“나는 너희들을 몹시 사랑하고.…또 몹시 괴로워한다.…너희들은 왜 그렇게도 자주 나를 이해하지 못하느냐?”
두 사람의 대화로 가장 가까이 있는 요한이 깼다. 그는 하늘색 눈을 뜨고,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기억이 나서 즉시 일어나, 말을 하고 있는 두 사람 뒤로 온다. 이렇게 해서 그는 예수의 말씀을 듣는다. “모든 증오와 모든 몰이해가 내가 견딜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위해서는 너희들의 사랑과 너희들의 이해만 있으면 넉넉할 것이다.…그런데 반대로 너희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이것이 내 첫째 고통이다. 이 고통이 힘들다! 힘들어! 그러나 이것이 너희들의 탓은 아니다. 너희는 사람들이니까.…너희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 때에야 이것이 너희들의 고통이 될 것이다.…이 때문에, 즉 너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경박한 것, 비루한 것, 옹졸한 것을 속죄하겠기 때문에, 나는 너희들을 용서하고, 미리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버지, 이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제게 당하게 하는 고통도 모르오니, 이들을 용서하십시오’ 하고.”요한은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무릎을 꿇고, 고민하시는 그의, 예수의 무릎을 껴안는다. 그가 “아이고! 우리 선생님!”하고 속삭일 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괸다.
가슴이 여전히 예수의 머리가 얹혀 있는 열성당원은 몸을 구부려 예수의 머리에 입맞춤하며 말한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선생님을 몹시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선생님을 보호하고, 저희들을 지키고 승리할 가능성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사람이신 것을, 선생님이 사람들에 억눌리시고, 일기불순과 비참과 악의를 당하시고 생활의 궁핍을 당하시는 것을 보고 모욕을 느낍니다.…저희들은 어리석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이렇습니다. 저희들에게는 선생님이 왕이시고 승리자이시고 하느님이십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의 자기희생과 저희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 많은 일을 당하시는 굴복의 숭고함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선생님만이 홀로 사랑할 줄 아시고, 저희들은 사랑할 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시몬이 말을 제대로 했습니다. 저희들은 하느님이신 선생님이 사랑하시는 것처럼 사랑할 줄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무한한 인자와 무한한 사랑을 약함으로 생각하고 남용합니다.…저희들의 사랑을 증가시키시고, 선생님의 사랑을 더 크게 하십시오. 사랑의 근원이신 선생님이 지금 강물들이 넘치는 것과 같이 선생님의 사랑을 넘치게 하시고,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풀밭이 지금 그런 것처럼, 저희들 안으로 깊숙히 들어오시고 가득 채 우십시오. 선생님이 원하시는 것처럼 완전하게 되기 위하여는 지혜와 가치와 엄격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사랑만 있으면 됩니다.…주님, 저는 모두를 대신해서 스스로 인정합니다. 저희들은 사랑할 줄을 모릅니다.”
“나를 더 많이 이해하는 너희들이 스스로 너희들을 책하는구나. 너희들은 겸손하다. 그러나 겸손은 사랑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이 점에 있어서 너희와 아주 적은 차이밖에 없다. 그리고 이 차이를 내가 없애 버리겠다. 과연 나는 왕이고, 승리자이고,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영원히. 그러나 지금은 내가 사람이다. 내 이마는 벌써 내 왕관이 주는 고통으로 숙여진다. 사람이 되는 것은 언제나 고통을 주는 왕관이었다.… 벗들아 고맙다. 너희가 나를 위로했다. 사람이 되는 것에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진실한 친구들을 가진다는 이런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동료들을 깨우자. 이제는 비가 그치고, 겉옷이 말랐고, 몸을 쉬었다. 먹어라. 그리고 떠나자.”
예수께서는 천천히 목소리를 높이신다. 그러나 “떠나자”하는 말씀은 정확한 명령이다. 모두가 일어난다. 그리고 예수께서 깨어 계신 동안 줄 곧 잔 것을 뉘우친다. 그들은 준비하고, 음식을 먹고, 겉옷을 입고, 불을 끄고 축축한 오솔길로 나와 내려오기 시작하여, 산허리를 따라 나 있는, 나귀나 다닐 수 있는 길까지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 사면은 꽤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진흙바다가 되지는 않았다. 빛은 아직 약하고, 해는 나지 않고, 날씨는 흐렸다. 그러나 길을 가기에는 빛이 넉넉하다.
안드레아와 알패오의 두 아들이 아주 앞장서 간다. 어느 한 순간 그들은 몸을 굽히고 들여다보더니 뛰어서 돌아온다. “여자가 한 사람 있습니다! 죽은 것 같습니다! 오솔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아이고! 골치 아픈 일이 생겼구먼! 시작이 좋지 않은 걸. 어떻게 한다? 이제는 우리가 정결례도 해야 할 판일세.” 이 날의 첫번째 불평들이다.
“그 여자가 죽었는지 우리가 가서 보세”하고 토마가 가리옷 사람에게 말한다.
“난 절대로 안 가네”하고 가리옷 사람이 대답한다.
“토마, 내가 자네와 같이 가지”하고 열성당원이 말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은 여자에게 가까이 가서 몸을 구부린다. 그리고 토마는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서 돌아온다.
“그 여자가 아마 암살된 모양이지”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혹은 얼어 죽었는지도 모르지”하고 필립보가 대답한다. 그러나 토마가 그들 있는 데로 와서 외친다. “그 여자는 문둥병자들이 입는 해진 옷을 입고 있어…”하고. 그리고 어떻게나 겁을 내는지 마귀라도 본 것 같다.
“그렇지만 죽었던가?” 하고 그들이 묻는다.
“누가 그걸 알아! 나는 도망쳐 왔으니까.”
열성당원이 일어나서 급히 예수께로 간다. 그리고 말한다. “선생님, 문둥병자 자매입니다. 그 여자가 죽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죽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심장이 아직 뛰는 것 같습니다.”
“그 여자를 만졌나?!”하고 여러 사람이 피하면서 외친다. “만졌네. 나는 예수의 제자가 된 뒤로는 문둥병을 무서워하지 않네. 그리고 문둥병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나는 통정하네. 그 불행한 여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 맞은 것 같아. 아마 음식물을 얻으려고 내려왔던 모양이야. 자네들 알겠나? 굶어죽게 되어서 빵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도전하는 것은 무서운 일일세.”
“상처를 많이 입었더냐?”
“아닙니다. 그 여자가 어떻게 문둥병자들 가운데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는 인비늘도 흉터도 회저(?疽)도 없습니다. 문둥병에 걸린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제발 가십시다. 제게 대해서처럼 문둥병자 자매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가자. 빵과 치즈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얼마 안 되는 포도주를 다오.”
“우리가 마시는 데로 마시게 하지는 않으시겠지요!”하고 가리옷 사람이 공포에 질려 말한다.
“염려 말아라. 내 손바닥에 마실 것이다. 시몬아, 가자.”
그들은 가까이 간다.…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에 끌린다. 물에 젖어 있어 그들이 움직이는 나뭇가지에서 비오듯 물을 떨어지게 하는 잎들이나 물이 맨 이끼는 상관하지 않고, 여자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 보려고, 비탈로 올라간다. 그들은 예수께서 팔을 밑으로 넣어 그 여자를 안아 옮겨서 바위에 앉히시는 것을 본다. 그 여자는 죽은 것처럼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시몬아, 포도주를 조금 이 여자의 목구멍으로 내려 보낼 수 있게 머리를 쳐들어라.”
열성당원은 두려워하지 않고 순종하고, 예수께서는 호리병을 높이 드시고 벙싯 벌어진 파랗게 질린 입술 사이로 떨어뜨리신다. “불쌍한 이 여자는 꽁꽁 얼었다! 게다가 흠뻑 젖었다.”
“이 여자가 문둥병자가 아니면, 우리가 있던 곳으로 데려갈 수 있을텐데”하고 안드레아가 동정해서 말한다.
“설상가상이겠구먼!”하고 유다가 화가 나서 말한다.
“그렇지만 이 여자가 문둥병자가 아니면! 이 여자에게는 문둥병자의 흔적이 없단 말이야.”
“문둥병자 옷을 입고 있어. 그것으로 충분해.”
그러는 동안 포도주가 작용한다. 여자는 피로한 한숨을 내쉰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가 삼키는 것을 보시고, 입속에 한 모금을 흘려 넣으신다. 여자는 흐리고 놀란 눈을 뜬다. 남자들을 본다. 여자는 일어나서 달아나려고 애쓰면서 외친다. “나는 감염한 여자예요! 감염한 여자!” 그러나 그에게는 힘이 없다. 그 여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신음한다. “나를 돌로 치지 마세요! 배가 고파서 내려왔어요.…사흘째나 아무도 내게 아무것도 던져 주지 않았어요….”
…여기 빵과 치즈가 있으니, 드시오. 겁내지 마시오. 내 손바닥에 있는 포도주를 좀 마시시오”하고 예수께서 손을 오목하게 한 데 포도주를 조금 따라서 그에게 주시며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무섭지 않으세요?”하고 그 불행한 여자는 깜짝 놀라서 묻는다.
… 나는 무섭지 않습니다”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시며 일어 나신다. 그러나 빵과 치즈를 아귀아귀 먹는 여자 결에 그대로 계신다. 그 여자는 굶주린 야수와 같다. 그 여자는 먹어야 하겠다는 걱정으로 시근거린다.
그리고 일단 빈 창자의 동물적인 욕망을 채우고 나서는 주위를 휘둘러본다.…그리고 큰 소리로 센다. “하나.…둘.…셋.…열셋.…아니 그러면?…아이고! 누가 나자렛 선생님이세요? 선생님이시지요? 선생님만이 가지신 것 같은 문둥병자에 대한 연민은 선생님만이 가지실 수 있어요!….” 여자는 허약함으로 인하여 어렵게 무릎을 끊는다. “나입니다. 무엇을 원하시오? 병 낫기를 원하시오?”
“예.…그러나 그전에 선생님께 한가지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선생님에 대한 말을 들었었습니다. 지나가는 어떤 사람들이 아주 오래 전에 선생님에 대해 말했었습니다.…아주 오래 전? 아닙니다. 지난 가을 이였으니까요. 그렇지만 문둥병자에게는.…하루하루가 1년이나 되는 것 같습니다.…저는 선생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고러나 제가 유다나 갈릴래아에 어떻게 갈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들은 저를 문둥병자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저는 가슴에 헌데가 하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헌데는 처녀이고 건강한 저와 결혼한 제 남편에게서 받은 것입니다. 남편은 건강한 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 남편은 거물입니다.…그리고 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병든 몸으로 그에게 가서 그를 배반했다고 말할 권력과, 따라서 그가 좋아하던 여자를 얻기 위해 저를 버릴 권력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저를 문둥병자라고 고발했고, 제가 제 자신을 변호하려고 했더니, 사람들이 제게 돌을 던졌습니다. 주님, 그것이 옳은 일이었습니까? 어제 저녁 어떤 사람이 벳야복으로 지나가면서, 선생님이 오신다고 알리고, 선생님을 내쫓으려고 마중 간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곳에 있었습니다.…배가 고파서 집들 있는 데까지 내려 왔었으니까요. 배불리 먹기 위해서 두엄더미라도 뒤질 판이었습니다….‘귀부인’이었던 제가 시어진 닭 모이를 조금 닭들에게서 빼앗아 먹으려고 할 참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운다.…그러다가 말을 다시 계속한다. “선생님께는 선생님을 위해 ‘피하십시오’하고 말씀드리고, 저를 위해서는 ‘불쌍하게 여겨주십시오!’하고 말씀드리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내겠다는 극도의 불안 때문에, 저는 우리 율법에 어긋나게 개, 돼지, 닭들은 이스라엘의 집 가까이에서 살지만 문둥병자는, 그가 비록 이름으로만 문둥병자인 여자일지라도 빵을 청하러 내려올 수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이 어디 계신지 물으려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들이 어둠 속에서 저를 즉시 보지는 못하고 ‘그가 강둑을 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곧 저를 보고는, 빵 대신에 돌을 제게 던졌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만나려고, 또 개 같은 자들을 피하려고 밤사이에 달려 왔습니다. 저는 배가 고프고, 춥고, 무서웠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저를 발견하신 곳에서 쓰러졌습니다. 여기에서요. 저는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주님, 저는 문둥병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젖에 있는 이 헌데 때문에 산 사람들 가운데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저는 제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처럼 예리고의 장미가 다시 되기를 청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면서 선생님을 따르기를 청합니다! 10월에 제게 말을 한 사람들은 선생님이 여자 제자들을 두셨고, 그 여자들과 같이 계신다고 말했습니다.…그러나 우선 도망하십시오. 돌아가지 마세요. 인자하신 선생님!”
“나는 때가 되지 않는 한 죽지 않을 것입니다. 저기 있는 저 바위로 가시오. 안전한 동굴이 하나 있소. 쉬시오. 그리고 사제를 가서 만나시오.”
“주님, 왜요?” 여자는 불안해서 몸을 떤다.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신다. “광야에서 피고, 죽은 것같이 보이면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예리고의 장미꽃이 다시 되시오.” 여자는 가슴 위의 옷을 약간 벌리고 들여다보더니 외친다. “이젠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 주님! 하느님!”그러면서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린다.
“이 여자에게 빵과 먹을 것을 주어라. 마태오, 너는 네 샌들 한 켤레를 주어라. 나는 이 여자가 식사를 한 다음에 사제를 보러 갈 수 있게 겉옷 하나를 주겠다. 유다야, 정결례의 비용을 위해 돈도 좀 주어라. 이 여자를 게쎄마니에서 기다렸다가 엘리사에게 주자. 엘리사는 말을 하나 내게 청 했었다.”
“아닙니다, 주님. 저는 쉬지 않고, 즉시, 즉시 가겠습니다.”
“그러면 강으로 내려가 몸을 씻고 겉옷을 입으시오….”
“주님”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겉옷은 제가 문둥병자 여인에게 주겠습니다. 제가 엘리사에게 이 여자를 데리고 가게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이 여자를 저로 보고, 두번째 병이 나으므로 행복합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여라. 이 여인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라, 내 말을 잘 들으시오. 가서 정결례를 한 다음 베다니아로 가서 라자로를 찾으시오. 그리고 내가 도착할 때에는 그의 집에 두어 달라고 말하시오. 평안히 가시오.”
“주님! 언제 주님의 발에 입맞춤할 수 있겠습니까?”
“멀지 않아, 가시오. 그러나 죄만이 내게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것을 아시오. 그리고 당신 남편을 중개로 해서 나를 만났으니까, 남편을 용서하시오.”
“맞습니다. 저는 남편을 용서합니다. 저는 가겠습니다.…오! 주님! 사람들이 주님을 미워하는 여기서 지체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려고 하룻밤 동안 기진맥진하며 걸어 왔다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만일 주님을 만나는 대신에 다른 사람들을 만났더라면, 제가 그들에게 뱀처럼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기억하겠소. 아주머니, 가시오. 옷을 불사르시오. 시몬아, 이 여자를 데리고 가라. 우리는 뒤에 따라 가겠다. 다리 있는 데서 너희와 합류할 것이다.”
그들은 헤어진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가 정결례를 행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부정을 합습니다.”
“그 여자는 문둥병자가 아니었다. 시몬의 유다야.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어떻든 저는 정결례를 행하겠습니다. 제 몸에 부정이 있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요.”
“순박한 백합꽃이로군!”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주님이 당신은 부정을 탄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데, 자네는 부정을 탄다는 건가?”
“그리고 주님이 문둥병자가 아니라고 잘라 말씀하시는 그 여자는! 선생님, 그 여자의 병은 무엇이었습니까? 헌데를 보셨습니까?”
“보았다. 남자의 음탕의 결과이다. 그러나 그 여자는 문둥병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남자가 성실한 사람이었더라면, 자기가 그 여자보다 더 병이 중했으니까 아내를 내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음탕한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소용된다. 유다, 너는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 게쎄마니에서 다시 만나자. 그리고 너를 깨끗하게 하여라! 너를 깨끗하게 해! 그렇지만 깨끗하게 하는 것의 첫째 것은 진실성이다. 너는 위선자다. 이것을 기억하여라. 그러나 가도 된다.”
“아니, 그냥 있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믿겠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같이 있겠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음란해서 이 기회를 이용해서…라는 뜻으로 말씀하시지만…저는 선생님이 제 사랑이라는 것을 이렇게 증명해 드립니다.” 그들은 빨리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