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오늘 새벽 일찍부터 내 정신적인 보는 능력과 내 정신적인 듣는 능력을 사로잡고 있던 것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하느님의 일을 보고 들어야 하고, 내 정신이 보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견딜 수가 없는데, 바깥세상의 일이나 집안일을 듣기 위하여 하는 노력 때문에 나는 고통을 당한다.
내가 예수님께 “제가 여기 왔습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셔도 됩니다!”하고 말씀드릴 순간을 기다릴 때, 참을성을 잃지 않으려면.…얼마나 참을성이 내게 필요한지 모른다! 왜냐하면, 벌써 여러 번 말하였고, 지금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내가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거나 시작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에는 그 장면이 처음부터 또는 내가 방해를 받은 그 시점에서 중단되었다가, 내가 자유롭게 그 장면을 지켜볼 수 있게 될 때에 다시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세세한 점을 빠뜨리거나 틀리는 것을 피하게 하시려고 그러시는 것으로 생각한다. 만일 내가 얼마 후에 쓰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고 듣기 때문에 쓰는 그것을, 나는 보고 듣는 동안에 쓴다는 것을 양심적으로 단언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내가 오늘 아침부터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게 마음 속으로 알려 주시는 분은 이것이 길고 아름다운 환시의 시초라고 말씀하신다.
예수께서 몹시 고약한 날씨에 말할 수 없이 진흙으로 된 길을 가신다. 길은 작은 진흙 개천이어서 발을 옮겨놓을 때마다 진음이 튀는데, 누름스름하고, 착착 달라붙고, 멀렁멀렁한 비누처럼 미끄러운 진흙이다. 그 진음이 샌들에 달라붙고, 부항 항아리처럼 샌들을 빨아들이고는 동시에 어디론가 새버려, 끊임없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걷기가 힘들다. 지난 며칠 동안에 비가 오고 또 온 모양인데, 하늘은 아직도 비를 예고하고 있다. 하늘은 착 내려앉았고, 납빛깔이며, 동남풍이나 동풍에 불린 짙은 구름들이 마구 돌아다닌다. 그 바람의 밀도가 너무 강해서 입안에 들어오는 공기가 마치 꿀을 바른 들척지근한 물체로 느껴질 정도이다. 풀과 나물가지를 휘게 하는 이 단속적인 바람의 기운도 날씨를 가볍게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모든 것이 소나기가 쏟아질 듯한 무거운 부동(不動)의 상태로 돌아간다. 가끔 구름이 터지면서, 마치 미지근한 샤워에서 오는 것처럼 뜨뜻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진흙탕에 거품을 일게 하며, 옷과 다리에 흙탕물을 한층 더 튀게 한다.
예수와 사도들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속옷을 치켜 올려 허리까지 올라오게 하여 끈으로 허리띠에 매놓았는데도 아랫쪽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어서, 아랫도리는 축축하고, 더 위에 튀어 오른 진흙 얼룩들은 거의 말랐다. 옷들과 겉옷들은 그것들을 깨끗하게 보존하고, 또 짧기는 하지만 세찬 소나기를 이중으로 막으려고 할 수 있는 대로 높이 들고 가는 것까지도 흙탕물로 온통 더럽혀졌다. 발과 다리는 다리 중간까지 진흙이 밴 두꺼운 모직 양말을 다리에 박아 넣은 것 같이 보인다. 제자들은 날씨와 길에 대하여 조금 불평을 하고, 말이 나온 김에 말하지만, 이런 날씨에 길을 가려고 하는 선생님의 별로 위생적이 아닌 의지에 대하여도 불평을 한다.
예수께서는 못 듣는 체하신다. 그러나 듣고 계시다. 두세 번 약간 뒤돌아 보신다 -그들은 오른쪽보다 좀 더 높아서, 그 때문에 덜 진 길 왼쪽으로 가기 위하여 거의 일렬종대로 걸어간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시려고 돌아다보시지만, 말씀은 하지 않으신다. 마지막으로 제자들 중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말한다. “아이고! 불쌍한 내 신세! 내 몸에서 마르는 이 습기하고, 나는 이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나는 이제 늙었단 말이야! 서른 살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마태오도 투덜거린다. “또 나는 어떡하구! 나는 이런 것에 습관이 돼 있지 않아. 가파르나움에 비가 올 때면, 베드로 자네가 잘 알다시피, 나는 집에서 나오지를 않았어. 염세서(鹽稅署)의 계산대에 사무원들을 배치하면, 그들이 돈 내야 하는 사람들을 내게로 데려오곤 했었어. 나는 이런 목적으로 진짜 집무체계를 마련했었어, 사실이야.…그리고 또 날씨가 나쁠 때 누가 출입을 하냐? 흠! 어떤 우울증환자나 그러지. 장과 여행은 날씨 좋을 때에 하는 거야….”
“입들 다물어! 선생님이 들으셔!”하고 요한이 말한다.
“천만에, 듣지 못하셔. 선생님은 지금 생각하시는 중인데, 생각하실 때는…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아”하고 토마가 말한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한번 결정하시면, 아무리 정당한 주의를 드려도 생각을 바꾸지는 않으신단 말이야. 선생님은 당신하고 싶으신 대로하셔. 당신 자신밖에 안 믿으셔. 이것이 선생님의 파별일 거야. 내 말을 좀 들으시면 좋을 텐데.…나는 아는 게 참 많거든!”유다가 능수능란한 사람이 라는 자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한다.
“자네가 뭘 아나?” 하고 베드로가 화가 나서 시뻘게져서 갑자기 묻는다.
“자넨 무엇이든지 알지! 자넨 어떤 친구들이 있나? 자넨 아마 이스라엘의 거물인 모양이지? 그러나 웃기지 말아! 자네도 다른 사람들이나 나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야. 좀 더 미남자이지…그러나 젊음의 아름다움은 하루밖에 가지 못하는 꽃이야! 나도 미남자였어!” 요한의 밝은 웃음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진다. 다른 사람들도 웃는다. 그리고 베드로의 주름과 모든 뱃사람의 다리처럼 좀 벌어진 그의 다리와 약간 소 눈 같고 호수의 바람으로 붉어진 그의 눈 때문에 그를 좀 놀려먹는다.
“실컷 웃게, 그렇지만 이건 사실이야. 그리고 내 말을 막지들 말라구. 유다, 자네 말 좀 해보게. 자네가 어떤 친구들을 두었나? 자네가 뭘 아나? 자네가 안다고 이 해시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네가 예수님의 적들 가운데 친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런데 적들 가운데 친구를 가진 사람은 배반자야. 이봐, 총각! 자네의 아름다움에 애착을 가지고 있거든 조심하게! 내가 이제는 미남자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아직 힘이 세다는 것도 사실이고, 자네 이빨 몇 개 부러뜨리는 거나 눈 하나 꿰뚫는 것 따위는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말이야”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저 말투 좀 봐! 정말이지 교양 없는 어부의 말투야!”하고 유다가 모욕을 당한 왕자와 같은 경멸하는 태도로 말한다.
“그렇고 말고! 그리고 난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해. 어부야. 그렇지만 우리 호수처럼 솔직한 어부란 말이야. 우리 호수는 폭풍우를 일으킬 생각이면, ‘잔잔하게 해주마’ 하고 말하지 않고, 좀 몸서리를 치고, 하늘꼭대기에다 구름 몇 덩어리를 증인처럼 놔둔단 말이야. 그 경고를 알아듣고 거기 따라서 행동하려면 바보이거나 술취해 있지만 않으면 된단 말이야. 그런데 자네는…대단한 것같이 보이는 이 진흙과 같단 말이야. 보라구”(그러면서 발로 힘껏 밟아서 흙탕물을 미남인 가리옷 사람의 턱에까지 튀게 한다).
“아니, 베드로! 이런 태도는 비열한 짓이야! 이게 사랑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의 결과 전분가!”
“또 자네의 경우에는 겸손과 솔직성에 대한 말씀은 어떻고? 자! 자네가 아는 걸 말해보게. 자네가 뭘 아나? 자네가 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지 않으면 자네가 유력한 친구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하려고 잘난 체하는 건가? 벌레같이 보잘 것 없는 자네가 말이야!”
“내가 아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지만, 자네에게 말해서, 갈릴래아 사람인 자네 같은 사람이 좋아할 싸움을 걸지는 않겠네. 내가 되풀이해 말하지만 선생님이 고집을 덜 부리시면 대단히 좋을 걸세. 그리고 또 덜 과격하시면 말이야.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하는 말을 듣는데 지친단말이야.”
“과격하시다고? 그렇지만 선생님이 과격하시면, 자네를 즉시 강 속으로 날려 보내셔야 할 걸세. 저 나무들 위로 근사하게 날아갈 걸세. 그렇게 되면 자네 얼굴에 더럽게 붙어 있는 진흙이 씻어질 걸세. 그렇게 하는 것이 자네 마음을 씻는 데 소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 자네 마음은, 내 생각이 틀리지 않으면, 내 다리보다도 더러운 것이 더 먹지 먹지 붙어 있을 것이 틀립없네,” 과연 털이 매우 많고 키가 작은 베드로의 다리는 어지간히 진흙이 많이 묻었다. 베드로와 마태오는 거의 무릎에까지 진흙투성이이다.
“아니, 이젠 그만들 해 두게”하고 마태오가 적절하게 말한다. 예수께서 걸음을 늦추시는 것을 알아차린 요한은 예수께서 들으신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이 나서, 걸음을 재촉하여 동료 두세 사람을 앞질러 예수 계신 곳까지 가서 그 곁에 가서 “선생님!”하고 부른다.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가만히, 그리고 머리를 쳐들면서 사랑 가득한 눈길로 부른다. 머리를 쳐드는 것은 키가 더 작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더 높은 둑으로 걸어가는데 요한은 길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 요한아! 나를 따라왔니?”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며 미소를 보내신다.
요한은 선생님이 들으셨는지 알기 위하여 선생님의 얼굴을 다정스럽게, 그러면서도 겁도 내고 살펴보면서 대답한다. “예, 선생님. 저를 원하십니까?”
“나는 항상 너를 원한다. 나는 너희 모두 가지고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너 같은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네가 지금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 흠백 젖고 말겠다.”
“선생님, 그건 상관없습니다! 선생님 곁에 있는 것 말고는 제게 중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고 싶으냐? 너는 내가 조심성이 없고, 너희들까지도 난처한 처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너는 내가 네 의견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모욕을 당한다고 느끼지 않느냐?”
“아이고! 선생님! 그럼 들으셨군요?” 요한은 어쩔 줄을 모른다. “다 들었다. 맨 처음부터. 그러나 슬퍼하지 말아라. 너희들은 완전하지 못하다. 내가 너희들을 고를 때 그것을 알고 있었다. 또 너희가 빨리 완전하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너희들은 우선 두 가지 이식(移植)을 통해서 야생 상태에서 가정 상태로 건너와야 한다.”“어떤 이식 입니까, 선생님?”
“하나는 피의 이식이고, 하나는 불의 이식이다. 그런 다음에는 너희들이 하늘의 용사가 돼서 우선 너희부터 시작해서 세상을 회개시킬 것이다.”
“피와 불이요?”
“그렇다, 요한아. 피는 내 피다….”
“안 됩니다, 예수님!”하고 요한은 신음하며 말을 막는다. “침착해라, 이 사람아. 내 말을 중단하지 말고, 우선 제일 먼저 네가 이 진리들을 들어라. 너는 그럴 자격이 있다. 피는 내 피이다. 너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이 때문에 왔다. 나는 구속자이다.…예언자들을 생각하여라. 그들은 내 사명을 묘사할 때에 점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나는 이사야가 묘사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피를 잃었을 때, 내 피가 너희들을 풍부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겠다. 너희들이 하도 불완전하고, 약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겁이 많기 때문에, 영광스럽게 되어 아버지 곁에 있을 나는 너희들에게 불과 힘이신 분을 보내겠다. 이 불과 힘이신 분은 내가 아버지에게서 났다는 그 사실에서 나오시는 분이시고, 하나를 가지고 생각과 피와 사랑이라는 셋을 만듦으로 풀리지 않는 고리로 아버지와 아들을 맺어놓는 분이시다. 하느님 성령, 아니 그보다도 하느님의 성령의 영이, 하느님의 모든 완전을 갖추신 완전이 너희 위에 오실 때에는 너희들이 지금의 너희가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새롭고, 힘있고, 거룩한 너희가 될 것이다.…그러나 너희들 중의 한 사람에게 이 피가 아무것도 아닐 것이고, 그 불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의 경우에는 피가 그를 영별에 처할 능력을 가질 것이고, 그는 영원히 다른 불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른 불 속에서 그는 피를 토하고 피를 삼키면서 탈 것이다. 그것은 그가 하느님의 피를 배반할 순간부터 그가 육체의 눈길이나 영적인 눈길을 보내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피를 보겠기 때문이다.”
“아이고! 선생님! 그게 누굽니까?”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모르는 체 해라. 그리고 사랑으로, 알려고 애쓰지도 말아라. 알려고 하는 것은 의심한다는 것을 가정한다. 의심은 벌써 사랑의 결점이니까 네 형제들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제가 배반자가 아닐 거라는 것과 야고보도 아닐 거라고 선생님이 보증만 해주시면, 저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 너는 아니다! 또 야고보도 아니고 충실한 요한, 너는 내 위안이다!”그러시면서 예수께서 한 팔로 요한의 어깨를 감싸시고 그를 당신께로 끌어당기신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렇게 껴안은 채 걸어간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다. 다른 사람들도 이제는 말이 없다. 땅위에 걸음 옮겨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끊어 넘치는 소리다. 독감에 걸린 사람이 무겁게 코고는 소리와도 같다. 이따금씩 가벼운 폭발음으로 중단되는 단조로운 끊어 넘치는 소리이다.
“들리느냐?”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강이 가까웠다.”
“그렇지만 우리는 밤이 되어서야 걸어서 건너는 데에 갈 겁니다. 곧 어두워 질 데니까요.”
“어떤 오막살이에서 자기로 하자. 그리고 내일 강을 건너자. 물이 시시각각으로 불어나기 때문에 더 일찍 도착하기를 바랐었는데, 들리느냐? 강가에 있는 갈대들이 불어난 물의 무게를 못 이겨 부러진다.”
“데카폴리스의 저 마을들에서는 선생님을 몹시 붙잡았는데요! 우리 그 병자들에게 ‘다음번에 봅시다!’하고 말했지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병든 사람은 낫기를 원한다, 요한아. 그리고 동정심을 가진 사람은 즉시 고쳐 준다, 요한아. 그러나 상관없다. 그래도 우리는 건너갈 것이다. 나는 오순절을 위해서 예루살렘에 돌아가기 전에 강 건너편에도 전도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다시 침묵을 지킨다. 비오는 날은 으레 그렇듯이 빨리 어두워진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황혼 속에서 걸음은 한층 더 어려워진다. 길가에 있는 나무들도 그 우거진 잎으로 더 어둡게 한다. “길 저편으로 건너가자. 이제는 걸어서 건너는데 아주 가까이 에와 있다. 오막살이를 하나 찾자.”
그들이 길을 건너가니, 다른 사람들도 따라 건넌다. 그들은 진흙투성이의 도랑을 하나 건너간다. 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진흙탕인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들은 더듬다시피 하면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건너가면서, 소리가 더 가까워지고 더 세게 들리는 강을 향하여 간다.
달빛 한 가닥이 구름을 뚫고 두 구름 사이를 지나 내려와서, 물이 매우 늘고 이 지점에서는 매우 넓은 요르단강의 물방물을 반짝이게한다. 평소에는 고요하고 얕은 물이, 지금도 여전히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갈대들이 시작되는 호숫가의 모래밭의 가는 모래들을 드러내던 하늘색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그런 강이 아니다. 지금은 물이 사방에 들어와서 첫번째 갈대들은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물에 잠겨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기껏해야 잎으로 만들어진 리본이 물 위에 찰랑거리며 작별 인사를 하거나 조난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물이 벌써 첫째 나무들 밑에까지 왔다. 그 나무들은 크고 잎이 우거졌으며 밤 어두움 속에 두껍고 어두운 일종의 담을 만들어 놓고 있다. 수양버들 몇 그루가 누르스름한 물속에 흐트러진 머리채 같은 가지끝들을 잠그고 있다.
“여기는 걸어서 건너갈 수가 없겠는데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여기는 안 돼. 그렇지만 저기로는 아직 건너다니고 있어”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과연 네발짐승 두 마리가 조심조심 강을 건넌다. 물이 짐승들의 배에까지 찬다.
“짐승들이 건너다니면 배들도 건너가겠지.”
“그렇지만 밤이라도 지금 곧 건너가는 게 나을 거야. 구름이 걷히고 달이 있어. 이 시기를 놓치지 말자. 배가 있는지 찾아보자….” 그러면서 베드로는 구슬프게 “어.…이!”하는 소리를 세 번 길게 지른다. 대답이 없다.
“더 아랫쪽에 있는 건너는 여울목에 가자. 거기에는 멜키아가 아들들과 같이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지금이 대목이다. 그가 우리를 건네줄 것이다.”
그들은 강을 끼고 나 있는, 거의 강을 스치며 가는 오솔길로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걸어간다.
“아니 저건 여자가 아니냐?” 하고 예수께서 이제는 말을 타고 강을 건너와서 오솔길에 멈추어 있는 두 사람을 바라다보시면서 말씀하신다.
“여자요?” 베드로와 다른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아 말에서 내려기다리고 있는 저 어두운 형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 여자다. 마리아…다. 지금 달빛을 받고 있는 저 여자를 보아라.”
“선생님은 눈이 잘 보여 좋으시겠습니다. 눈이 좋으시군요!”
“마리아다, 무슨 일일까?” 그러면서 예수께서 “마리아야!”하고 외치신다.
“선생님! 선생님이세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하느님을 찬미합니다!”그러면서 마리아는 영양처럼 예수께로 달려온다. 울통불통한 오솔길에서 마리아가 어떻게 걸려 넘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마리아는 매우 무거운 첫째 겉옷을 떨어뜨리고, 이제는 베일을 쓰고, 더 가벼운 겉옷은 우중충한 옷 위의 몸 둘레에 감고서 앞으로 나아온다. 예수 계신 데로 와서는 진흙은 상관하지 않고 예수의 발 앞에 무릎을 끊는다. 숨을 헐떡인다. 그러나 기뻐한다. 마리아는 되풀이 말한다.”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영광!”
“마리아야, 왜 그러느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너는 베다니아에 있지 않았느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베다니아에서 선생님의 어머니와 다른 여자들과 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 마중을 나왔습니다.…오빠는 많이 아프기 때문에 올 수가 없었습니다.…그래서 하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네가 이 계절에 총각과 혼자서 여행을 하다니!”
“오! 선생님! 선생님은 제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는 그 많은 악을 행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이제는 선을 행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왔느냐?”
“건너오지 마시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건너편에는 선생님을 해치려고 그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제가 그것을 알았습니다.…저는 그것을 전에…전에 저를 사랑했던…헤로데 당원을 통해서 알았습니다.…그가 아직 사랑으로 그 말을 했는지 미움으로 그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제가 아는 것은 어제 그가 철책을 통해서 저를 보고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어리석은 마리아, 너는 지금 네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 잘하는 일이다. 이것이 마지막일 테니까 말이다. 그가 유다로 건너오면 붙잡힐 거다. 그를 잘 봐둬라. 그리고 빠져 나오너라. 지금 그의 곁에 있는 것은 조심성 있는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하고요. 그러니…제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사정을 알아보았는지 생각하실 수 있지요.…선생님도 아신다시피…저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압니다.…그런데 그 사람들이 저를 미친 여자로나…마귀들린 여자로 취급하면서도 제게 아직 말은 합니다.…저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어머니께는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고 말 두 필을 가지고 왔습니다. 피하십시오. 선생님, 즉시 피하십시오. 만일 선생님이 여기 요르단강 건너편에 계시다는 것을 그들이 알면 이리로 올 것입니다. 그리고 헤로데는 선생님을 찾습니다.…이제는 선생님께서 마케론테에 너무 가까이 계십니다. 떠나십시오. 멀리 떠나세요. 제발, 제발, 선생님!”
“마리아야, 울지 말아라….”
“무섭습니다, 선생님!”
“아니다! 밤중에 강을 건널 만큼 용감한 네가 무서워하다니!…”
“그러나 이것은 강이지요. 저 사람들은 선생님의 적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미워합니다.…선생님에 대한 그들의 증오가 무섭습니다.…저는 선생님을 사랑하니까요.”
“두려워 말아라. 그들이 나를 아직은 잡지 못할 것이다. 내 때가 아직 되지 않았다. 그들이 길마다 많은 군대와 부대들을 배치하더라도 나를 잡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네가 원하는 대로 하마. 뒤로 돌아가겠다
유다가 막연히 무엇이라고 중얼거리니,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유다야, 그렇다. 네가 말하는 바로 그대로다. 그러나 네 말의 첫째 부분은 정확히 맞았다. 내가 마리아의 말을 옳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맞았다. 그러나 네가 암시하는 것과 같이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길에 가장 많이 전진한 여자이기 때문에 그를 옳다고 여기는 것이다. 마리아야, 네가 할 수 있는 한 집으로 돌아가거라. 나는 뒤로 돌아가서, 건너갈 수 있는 데에서…건너가서 갈릴래아로 가겠다. 내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나의 수산나의 집으로 오너라. 거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축복을 받고 평안히 가거라,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예수께서는 마리아의 머리에 한 손을 얹으시고, 이렇게 강복을 하신다.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손을 잡아 입맞춤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돌아간다. 예수께서는 그가 가는 것을 바라다보시고, 그가 두꺼운 겉옷을 주워서 다시 입고, 말 있는 데로 가서 건너는 데로 다시 가서 건너가려고 말을 타는 것을 바라다보신다.
“그럼 이제는 떠나자”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들을 쉬게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유다가 어떻게 생각하건 나는 너희들의 보호에 마음을 쓴다. 그리고 만일 너희들이 내 원수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그것이 너희 건강에는 물과 진흙보다도 더 고약하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라…”
모두가 숨은 비난을 알아듣고, 그 비난이 그들이 앞서 이야기한 것들에 대한 대답으로 주어진 것임을 깨닫고 고개를 떨어뜨린다. 그들은 밤새껏 잠시 갰다가 잠깐 소나기가 오고하는 것이 반복되는 가운데 걷고, 또 걷는다. 강 근처에 더러운 오막살이들이 널려 있는 작은 마을에 그들이 이르렀을 때 창백한 새벽빛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걸어서 건너는 데보다는 강이 덜 넓다. 작은 배들은 불어난 물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마른땅에 끌어올려져 있는데, 집들이 있는 뒤에까지 끌어올려져 있다.
베드로가 “어…이!”하고 외친다.
어떤 오막살이에서 튼튼하지만 나이 먹은 남자가 나온다. “왜 그러시오!”
“강을 건널 배를 구하오.”
“안 되오! 강이 너무 불었소.…물살이….”
“아! 여보시오!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요? 나는 갈릴래아의 어부요.”
“바다는 바다요.…하지만 여긴 강이오.…나는 내 배를 잃고 싶지 않소. 또 그리고…나는 배가 하나뿐인데, 당신은 당신 친구들하고 사람이 많지요.”
“거짓말 마시오! 당신 정말 배가 한 척뿐이오?”
“내가 거짓말을 하면 내 눈이 멀어도 좋소….”
“당신 눈이 실제로 멀지 않을지 조심하시오. 이분은 갈릴래아의 선생님이신데, 소경들에게 눈을 주시지만.…당신의 눈을 밀게 해서 당신을 만족시킬 수도 있소.”
“아이고 맙소사! 선생님! 용서하십시오. 선생님!”
“그러시오.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마시오. 하느님께서는 진실한 사람들을 사랑하시오. 마을 사람 모두가 당신 말이 거짓말이라고 부인할 수 있는데, 왜 배를 하나밖에 가지지 못했다고 말하시오? 사람으로서는 거짓말을 했다가 그것이 폭로되면 너무나 창피스러운 일이오! 당신 배를 내게 주겠소?”
“모두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베드로야, 몇 척이나 필요하냐?”
“보통 때면 두 척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물이 불어서 조종하기가 더 어려우니까 세 척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부 양반, 쓰시오. 그렇지만 배들을 어떻게 되찾아옵니까?”
“배 하나에 타고 오시오. 아들들이 없소?”
“아들이 하나 있고, 사위가 둘에 손자들도 있소.”
“한 배에 두 사람이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소.”
“갑시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부른다. 그리고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야고보와 요한의 도움을 받으며 배들을 물에 띄운다. 물살이 세어서 배들을 끌고 가려고 한다. 가장 가까운 나무들에 배들을 붙잡아맨 밧줄들이 활시위처럼 쟁쟁하게 켕겨져서 힘을 쓰는 바람에 삐걱거린다. 베드로는 바라다본다. 배들을 보고, 강을 본다. 바라다보고 머리를 내저으며 반백이 된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리고 예수께 이상야릇한 눈길을 보낸다.
“무서우냐, 베드로야?”
“어! 거의 그렇습니다…”
“무서워 말아라. 믿음을 가져라. 그리고 당신도. 하느님과 하느님이 보내신 사람들을 모시는 사람은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타자, 내가 첫배에 타겠다.”
배주인은 체념한다는 몸짓을 한다. 그는 자기와 자기 친척들의 최후가 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적어도 그는 배들을 잃게 되거나 물결치는 대로 떠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예수께서는 벌써 배에 오르셔서 이물에 서 계신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와 같은 배를 타기도 하고, 다른 배들을 타기도 한다. 뭍에서 작은 노인 한 사람만이 남아서 밧줄을 살펴보고 있는데, 아마 사환인 모양이다.
“다들 탔느냐?”
“다들 탔습니다.”
“노들이 준비되었느냐?”
“준비되었습니다.”
“당신은 강가에서 밧줄을 푸시오.”
작은 노인은 나무줄기 가까이에 매놓았던 갈고리에서 밧줄들을 푼다. 배들은 풀려나는 대로 밧줄들을 물이 흘러가는 방향인 남쪽으로 빗나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기적을 행할 때의 얼굴을 하고 계신다.
예수께서 강에 대고 뭐라고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물살이 거의 멈추었다는 사실이다. 물살은 요르단강의 물이 불지 않았을 때의 느린 움직임밖에 없다. 배들은 어렵지 않게 물살을 가르고, 빨리 나아가기까지 한다. 그래서 배 주인이 놀라는 모양이다.
배들은 건너편 강 언덕에 닿았다. 사람들은 쉽게 배에서 내린다. 그리고 노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도 물살이 배들을 끌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선생님, 선생님은 정말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하고 배주인이 말한다. “선생님의 종에게 강복하십시오. 그리고 죄인인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왜 능력이 있다고 말하오.”
“이거 보십시오! 이런 일이 선생님께는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까? 선생님은 물이 불은 요르단강의 흐름을 정지시겠습니다!”
“여호수아가 벌써 이런 기적을, 그것도 이보다 더 큰 기적을 행했소. 언약의 궤를 지나가게 하려고 강물이 없어졌었으니까요…”
“여보시오. 당신은 하느님의 진짜 언약의 궤를 건너오시게 했소”하고 유다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예, 믿습니다! 선생님은 참 메시아이십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오! 저는 강가의 도시와 마을들에 가서 이 말을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행하신 것을, 선생님이 행하시는 것을 제가 본 것을! 선생님, 다시 오십시오! 불쌍한 제 고장에는 병자가 참 많습니다. 오셔서 그들을 고쳐 주십시오!”
“가겠소. 그동안 당신은 내 이름으로 믿음과 거룩함을 권해서 그들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사람들이 되게 하시오. 안녕히 계시오. 평안히 가시오. 그리고 돌아가는 데 대해서 염려하지 마시오.”
“염려하지 않습니다. 만일 걱정이 되면, 제 목숨을 불쌍히 여겨 주십사고 선생님께 청할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믿고, 선생님의 친절을 믿고, 아무것도 청하지 않고 갑니다. 안녕히 가십시오!”그는 다시 배에 올라 제일 먼저 이물을 강 가운데로 돌리고, 무사히 빨리 간다. 건너편 강가에 닿았다.
그가 뭍에 내릴 때까지 그대로 계시던 예수께서 강복하는 손짓을 하신다. 그리고 길로 들어서신다.
강물은 다시 빨리 흐르기 시작한다.…그리고 모든 것이 이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