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와 안드레아와 요한과 같이 오신 예수께서 나자렛의 당신 집 문을 두드리신다. 어머니가 이내 문을 여신다. 그리고 아들 예수를 보시자 빛나는 미소로 얼굴이 환해진다.
“아들아, 마침 잘 왔다! 어제부터 너를 기다리는 순결한 처녀 한 사람을 데리고 있다. 멀리서 왔는데, 그 처녀와 같이 왔던 사람은 더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 처녀가 의견을 청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말해주기는 했다. 그러나 너만이 지혜를 가졌다. 자네들도 잘 돌아왔네. 즉시 와서 식사를 하게.”
“그래, 너희들은 여기 남아 있어라.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처녀를 곧 보러 가겠다.”
세 사람에게는 강한 호기심이 나타난다. 그러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베드로는 마치 벽을 뚫고 보기를 바라는 듯이 사방을 관심을 가지고 곁눈질로 살펴본다. 요한은 성모님의 미소지은 얼굴에서 알지 못하는 처녀의 이름을 읽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와 반대로 안드레아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서 온 시선을 예수께로 집중시키며, 말없이 애원이 그의 눈길과 입술에서 떨고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세 사람은 성모님이 음식과 따뜻한 불을 주시는 부엌에 들어가기로 결심하는데, 예수께서는 정원으로 나가는 출입구를 가린 커어튼을 쳐드시고 정원으로 나가신다. 정원에 있는 큰 편도(扁桃) 나무의 꽃이 만발한 가지들이 부드러운 햇빛으로 인하여 한층 더 가볍고 환상적으로 보인다. 홀로 꽃이 피어 있고, 정원의 나무들 중에서 제일 크며, 모두 아직 윤기가 없고 잎이 없는 배나무, 사과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 따위 다른 나무들이 헐벗은 가운데 담홍색 비단옷을 호사스럽게 입고, 초라한 회색 옷을 입은 올리브나무 곁에서 부풀은 선명한 베일을 화려하게 쓴 이 편도나무는 파란 하늘밭에 길을 잃고 있는 아주 가벼운 구름을 그 긴 가지로 붙잡아서 그것으로 리본을 만들어 달고서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봄의 결혼이 다가왔으니, 나무들아, 짐승들아 기뻐해라. 지금은 바람이나 벌이나 꽃들이 서로 입맞춤을 하는 시기이다. 오, 하느님의 새들과 흰 양들아, 지금은 기와 밑에서나 나무덤불의 우거진 나뭇잎 아래에서 입맞춤을 하는 시기이다. 오늘은 입맞춤, 내일은 우리의 하느님이신 창조주의 사업을 영속시키기 위하여 새끼들이 나올 것이다.”
예수께서는 팔을 가슴에 십자로 포개얹으시고 햇볕을 받으며 서서 깨끗하고 조용하고 우아한 어머니의 정원에 미소를 보내신다. 정원에는 잎무더기가 새로 돋아나는 것으로 알 수 있는 백합꽃 화단이 있고, 아직 잎이 나지 않은 장미나무와 은빛도는 올리브나무가 있고, 지금 막 푸르러지기 시작하는 보잘 것 없는 야채와 상치밭 사이로 여러가지 종류의 꽃나무들이 돋아나고 있다. 깨끗하고 정돈되고 얌전한 이 정원은 완전한 동정의 순진한 기운을 풍기는 것 같다.
“얘야, 내 방으로 오너라. 처녀를 데려오마. 그 처녀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서 저 안쪽으로 피해 갔다.”
예수께서는 어머니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신다. 천사와의 대화의 말을 들은 순결하고 지극히 순결한 작은 방, 오랜 세월을 두고 그 방에 사시는 분의 순결하고 천사 같은 성질과 그 분을 자기의 모후로 공경한 대천사의 순결한 성질이 정원보다도 더 많이 발산하는 순결하고 지극히 순결한 작은 방이다. 그 만남이 30년 이상이나 전의 일이었는가, 혹은 어제 있었던 일인가? 오늘도 아직 토리개에는 보드랍고 거의 은빛인 양질의 털실 뭉치가 감겨 있고, 가락에는 실이 감겨 있다. 수를 놓던 천 개켜진 것이 문 옆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양피지 두루마리와 잎이 무성한 꽃핀 편도나무 가지가 꽂혀 있는 구리 항아리 사이에 놓여 있다. 그리고 지금도 아직 순결한 방의 신비 위에 드리워진 줄친 커어튼이 가벼운 바람에 팔락거리고 있으며, 한 구석에는 지금 막 처녀 시절로 들어서는 소녀가 쓰는 얌전한 침대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정돈된 침대가 놓여 있다. 저 작은 베개에서는 얼마나 많은 꿈이 꾸어졌고 또 꾸어질 것인가?
성모님의 손에 커어튼이 쳐들린다. 문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서 이 순결한 거처를 바라보시던 예수께서 돌아서신다.
“얘야, 여기 데려왔다. 어린 양이다. 그리고 너는 착한 목자이다.” 그러시면서 날씬하고 아주 젊은 갈색머리의 처녀의 손을 잡고 들어오셨던 성모님은 커어튼이 내려지게 하면서 조용히 물러가신다. 처녀는 예수 앞에 나타나면서 얼굴이 새빨개진다.
“네게 평화가 있기를.”
“주님 … 평화 …” 처녀는 몹시 흥분해서 말없이 있다. 그러나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다.
“일어나거라, 내게서 무엇을 원하느냐? 무서워하지 말아라 ….”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 그렇지만 … 주님을 몹시 바라다가 … 이렇게 주님 앞에 있게 된 지금 … 주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쉽고 필요한 것같이 보이던 모든 것을 더 이상 찾아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이젠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 저는 바보입니다. … 주님, 용서하십시오 ….”
“너는 이 세상을 위한 은총을 청하느냐? 기적이 필요하냐? 회개시켜야 할 사람들이 있느냐? 아니라고? 그러면? 자, 말해 봐라! 너는 그렇게도 용기가 많았는데, 이제는 용기가 없단 말이냐? 너는 내가 강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안다고? 그걸 알아? 그러면 내가 네게 아버지뻘이 되는 것처럼 말해라. 너는 어리구나. 몇 살이냐?”
“열 여섯입니다. 주님.”
“어디서 왔느냐?”
“예루살렘에서요.”
“이름은?”
“안나리아입니다 ….”
“내 할머니와 이스라엘의 많은 거룩한 여인들의 정다운 이름이었고, 그와 더불어 야곱의 착하고 상냥하고 충실하고 다정스러웠던 아내의 이름이기도 하였다. 그 이름이 네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너는 모범적인 아내와 어머니가 될 것이다. 아니라고? 머리를 내저었느냐? 우느냐? 혹 거절을 당했느냐? 그것도 아니라고? 네가 결혼하기로 되어 있던 남자가 죽었느냐? 아무도 아직 네게 청혼을 하지 않았느냐?”
처녀는 여전히 머리를 내젓는다. 예수께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처녀를 쓰다듬어 주시고, 억지로 고개를 쳐들고 당신을 쳐다보게 하신다. … 예수의 미소가 처녀의 불안을 이겼다. 처녀는 용기를 내서 말한다. “주님, 저는 주님의 덕택으로 아내가 되고 행복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주님, 저를 못 알아보십니까? 저는 주님이 주님의 제자 요한의 청을 들으셔서 고쳐 주신 폐결핵으로 죽어가던 약혼자입니다. … 주님의 은총을 받은 뒤로 저는 … 저는 다른 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에 죽어갈 적에 가졌던 몸 대신에 건강한 몸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영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 병이 나았다는 기쁨, 그러니까 결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은 – 아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죽어가는 제 한이었습니다. – 처음 몇 시간 밖에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 처녀는 점점 더 대담해진다.
그 처녀는 선생님과 단둘이만 있으므로 당황해서 잃어버렸던 말과 생각을 다시 찾아낸다. “ … 그러다가 제가 이기주의자가 되어서도 안 되고, ‘이제는 내가 행복하게 되겠구나.’ 하고만 생각해도 안 되고, 그보다 더한 그 무엇을 주님께로, 주님과 제 아버지이신 하느님께로 가야 하는 그 무엇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찮은 것, 그러나 제가 감사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그 무엇을 생각해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안식일에 약혼자를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 보세요, 사무엘씨. 기적이 없었더라면 나는 몇 달 만에 죽었을 거고 사무엘씨는 나를 영원히 잃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를 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어떤 희생을 드리고 싶어요. 사무엘씨도 나와 같이요.’ 그랬더니 사무엘은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즉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전에 같이 가서 희생제물을 바칩시다.’ 하고.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님, 저는 가난하고 서민의 딸입니다. 저는 무식하고 능력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제 병든 가슴에 얹으신 주님의 손을 통해서 좀먹은 제 허파에뿐 아니라 제 마음 속에도 무엇인가 왔었습니다. 허파에는 건강이 오고 마음 속에는 지혜가 왔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 주님을 사랑하는 제 영이 원하는 제물은 어린 양을 드리는 제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녀는 사랑의 고백을 하고 나서 얼굴을 붉히고 입을 다문다.
“두려워 말고 계속하여라. 네 영은 무엇을 원했느냐?”
“하느님의 아들이신 주님께 어울리는 어떤 것을 희생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 저는 그것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과 같이 정신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즉 제 구세주이신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제 결혼을 연기하는 희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혼은 큰 기쁨입니다. 주님도 아시겠지요? 서로 사랑하면 그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을 바라고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고 초조해합니다! … 그렇지만 저는 며칠 전의 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결혼을 가장 아름다운 것처럼 원하지를 않았습니다. … 그 말을 사무엘에게 했더니 … 사무엘도 저를 이해했습니다. 사무엘도 결혼식 날짜로 잡았던 날부터, 즉 아달달 초이튿날부터 1년 동안 수도자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약혼자를 돌려주셨던 분을 사랑하기 위해서, 즉 주님을 사랑하고 알기 위해서 주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사무엘은 몇 달 후에 주님을 ‘고운 내’*에서 찾아냈습니다. 저도 갔습니다. … 그리고 주님의 말씀은 제 마음을 아주 바꿔놓았습니다. 이제는 그 전의 맹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밖에 있는 저 편도나무가 여러 달 동안 죽은 채로 있다가 점점 더 따뜻해지는 햇볕을 받아 다시 살아나고, 그 다음에 잎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것 모양으로 저도 더 좋은 것에 대한 지혜가 점점 더 향상되었습니다. 마지막 번에는 저 자신과 제가 하려고 하는 것에 자신이 생겨서 – 지난 여러 달 동안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그러나 마지막 번에 ‘고운 내’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이 거기에 안 계셨습니다. … 그 사람들이 주님을 내쫓았었습니다.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 기도를 들어주셔서 분봉왕의 조신들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티베리아에 가는 친척 한 분과 함께 저를 보내도록 제 어머니를 설득하셨습니다. 관리인이 여기 오면 주님을 만나뵐 것이라고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어머니를 만나뵙고 … 그 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주님의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이틀 동안 그 곁에 있는 것만으로 주님의 은총의 열매가 다 익었습니다.” 처녀는 마치 제대 앞에 무릎을 꿇듯이 두 팔을 십자로 포개어 가슴에 얹고 무릎을 꿇었다.
“좋다, 그러나 네가 바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이냐? 너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겠니?”
“주님, 저는 … 저는 대단한 것을 바랍니다. 그리고 생명과 건강의 주재자이신 주님만이 그것을 제게 주실 수 있습니다. 주님이 주실 수 있는 것은 가져가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 저는 주님이 제게 주신 생명을 제가 서원을 한 그 해에, 그 해가 끝나기 전에 거두어 가셨으면 합니다 ….”
“아니 그건 왜? 네가 회복한 건강에 대해서 하느님께 고맙다는 생각을 안하느냐?”
“대단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없이요! 그렇지만 다만 한 가지 일 때문에만 그렇습니다. 그것은 제가 하느님의 은총과 주님의 기적으로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엇이냐?”
“천사들처럼 사는 것입니다. 주님의 어머니처럼 … 주님이 사시는 것처럼 … 주님의 요한이 사는 것처럼 … 주님, 이 분들은 세 송이 백합꽃, 세 개의 흰 불꽃, 세상의 세 진복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하느님을 차지하는 것이 진복인데, 하느님은 순결한 사람들의 차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순결한 사람은 하느님을 가운데 모시고, 주위에 천사들이 빙 둘러 있는 하늘과 같습니다. … 오! 주님! 제가 바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 저는 주님 말씀을 별로 듣지 못했고, 주님의 어머니 말씀도 제자의 말도 이사악의 말도 별로 듣지 못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제게 해주는 다른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 영은 항상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 같고, 제 영에 대해서 주님은 항상 선생님이신 것같이 생각됩니다. … 주님, 다 말씀드렸습니다 ….”
“안나리아야, 너는 많은 것을 청하고 많은 것을 준다. … 내 딸아, 너는 하느님을 이해하였고, 인간이 지극히 순결하신 분과 비슷해지고 지극히 순결하신 분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올라갈 수 있는 완전을 이해하였다.” 예수께서는 무릎을 꿇고 있는 처녀의 갈색 머리를 두 손으로 잡으시고 그에게로 몸을 기울이시면서 말씀하신다. “동정녀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 백합꽃 무더기 위가 아니고는 그의 거처를 정할 수가 없었으니까 – 세상의 세 가지 탐욕에 불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아들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아시는 아버지께서 내 고민하는 마음을 부축하기 위하여 사랑가득한 도움으로 개입하지 않으시면 그런 불쾌감에 찍어눌려 주저앉을 것이다. 순결한 사람들이 내 기쁨이다. 너는 세상이 그 한없는 야비함으로 내게서 빼앗아 가는 것을 내게 돌려준다. 그로 인해 아버지께서 찬미받으시기 바라며, 너도 축복받기를 바란다. 안심하고 가거라. 네 서원을 영원한 것이 되게 할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어린 길에 흩어진 백합꽃 중의 하나가 되어라.”
“오! 주님 … 저는 또 한 가지를 바랍니다 ….”
“무엇이냐?”
“주님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 저는 제 생명이신 분이 돌아가시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조용히 웃으시고, 갈색 얼굴로 흘러내리는 두 줄기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신다. “울지 말아라. 백합꽃은 슬퍼하는 일이 없다. 너는 왕이 왕관을 쓰고 그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때에 네 천사의 화관의 모든 진주와 더불어 웃을 것이다. 가거라. 주님의 성령이 내가 오가는 도중에 너를 인도하시기를 바란다. 영원한 사랑의 불꽃으로 네게 강복한다.”
예수께서는 정원으로 나아가시며 어머니를 부르신다. “어머니! 여기 어머니께 온전히 맡겨진 소녀가 있습니다. 이제는 이 처녀가 행복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지금과 우리가 성도(聖都)에 갈 때마다 이 처녀를 어머니의 순결 속에 잠그셔서 어린 양의 옥좌 위에 흩어지는 눈같이 흰 하늘 꽃잎이 되게 하십시오.” 그리고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로 돌아오시고, 성모님은 처녀를 쓰다듬어 주시며 같이 데리고 계시다.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요한은 질문하는 듯한 눈으로 예수를 쳐다보는데, 예수의 환한 얼굴을 보면 그 분이 행복하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드로는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묻는다. “선생님, 누구와 그렇게 오랫동안 말씀하셨습니까? 그리고 무슨 말씀을 들으셨기에 기쁨으로 얼굴이 그렇게 환해지셨습니까?”
“인생의 새벽에 있는 여자와 이야기하였다. 그 여자는 장차 올 수많은 여자들의 새벽빛이 될 것이다.”
“어떤 여자들이요?”
“동정녀들.”
안드레아는 혼자서 가만히 중얼거린다.
“그 여잔 아니구나 ….”
“아니다, 그 여자는 아니다. 그러나 싫증내지 말고 참을성과 친절을 가지고 기도하여라. 네 기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상기시키는 것같이 되고 밤중의 불빛 같은 것이 되어 그 여자를 붙들어 주고 인도한다.”
“아니 그런데 제 동생이 누구를 기다리는 겁니까?”
“베드로야, 한 영혼, 큰 재산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빈곤을 기다린다.”
“그런데 도무지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안하고 앞장서는 행동을 취하는 일이 없는 안드레아가 그 여자를 어디에서 만났습니까?”
“내 오솔길에서. 안드레아야, 나하고 같이 가자. 알패오의 집에 가서 그의 수많은 손자들 가운데 있는 알패오에게 축복을 하자. 너희들은 야고보와 유다의 집에서 나를 기다려라. 내 어머니는 오늘 하루는 줄곧 혼자 계실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몇 사람은 이쪽으로 몇 사람은 저쪽으로 간다. 그래서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동정에 몸을 바친 첫 번째 여자의 기쁨이 비밀에 둘러싸인다.

* 역주: 불어 원문의 ‘Belle Eau(아름다운 물)’을 ‘아름다운 시내’라는 뜻으로 ‘고운 내’라고 옮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