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벨라도 이제는 멀어졌다. 예수의 일행 중에 이제는 아르벨라의 필립보가 있고, 또 다른 제자 한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 사람을 마르코라고 부르는 것을 듣는다.
길은 비가 많이 온 것처럼 질척질척하다. 하늘은 회색이다. 강이라는 이름을 넉넉히 들을 만한 작은 강이 아에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분명히 이 지방에 쏟아진 비로 물이 불은 이 강은 확실히 파란 하늘빛이 아니고, 철분이 섞인 땅을 지나온 물을 흘려 내려 보내는 것처럼 불그스럼한 누런 색이다.
“이제는 날씨가 잔뜩 찌푸렸군요. 선생님이 여자들을 돌려보내시기를 잘하셨습니다. 이제는 여자들이 길을 다닐 날씨가 아닙니다”하고 야고보가 점잔을 빼며 말한다. 그러니까 자기를 선생님께 절대적으로 바쳐 항상 평온한 열성당원 시몬이 언명한다. “선생님이 하시는 것은 모두 잘 하시는 거야. 선생님은 우리처럼 우둔하지 않으셔. 선생님은 모든 것을 최고로 잘 보시고 예견하시는데, 당신을 위해서보다는 오히려 우리를 위해서 그러셔.”
예수 곁에 있는 것이 기쁜 요한은 웃는 얼굴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말한다.“선생님은 가장 거룩하신 외에도, 저희가 모실 수 있었고, 모실 수 있고, 모실 수 있을 가장 사랑하는 가장 착하신 선생님이셔요.”
“저 바리사이파 사람들… 얼마나 실망했겠습니까! 그리고 날씨가 고약한 것도 그 사람들이 엔도르의 요한이 여기 있지 않은 것이 이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엔도르의 요한에 대해서 그런 태도를 취합니까?” 하고 엔도르의 요한에 대하여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헤르마스테아가 묻는다.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 사람들의 미움은 요한을 향한 것도 아니고, 요한에 대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고 그것은 내게 대해서 조종하는 방편이다.”
아르벨라의 필립보가 말한다. “그러면 비가 그들을 설득해서 기다리는 것과 엔도르의 요한에 대해서 의심을 품는 것이 쓸 데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했군요. 비 만세! 비는 또 선생님을 제 집에 닷새 동안 붙잡아 두는데도 소용됐습니다.”
“아에라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걱정을 하는지 누가 알겠어! 형이 우리 마중을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는게 이상해” 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우리 마중을 나온다고? 우리 뒤에 올 거야”하고 마태오가 말한다.
“아니야, 형은 호수로 가는 길로 갔을 거야. 그건 가다라에서 호수까지 가고, 거기서 배로 베싸이다에 가서 형수님을 보고, 어린아이가 나자렛에 갔는데, 곧 돌아올 거라고 말했을 거야. 베싸이다에서 메론으로 가는 데에는 얼마 동안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로 가다가 아에라로 가는 길로 갔을 거야. 형은 분명히 아에라에 있어.”
침묵이 흐른다. 그런 다음 요한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그런데 주님, 저 작은 할머니 말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가리옷의 사울에게와 같이 선생님 품에서 세상을 떠나는 기쁨을 주실 줄로 생각했었습니다”하고 열성당원 시몬이 말한다.
“나는 그리스도가 하늘의 문을 열 찰나에 있기를 기다려서 할머니를 내게로 부르기로 했으니까 그에게 더 많은 행복을 원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 작은 할머니는 나를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할머니가 추억으로 살 것이고, 또 필립보 네 아버지의 도움으로 그의 생활은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나는 너와 네 부모에게 다시 한 번 강복한다.
“요한의 기쁨은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보다도 더 두꺼운 암영(暗影)으로 가려진다. 예수께서 그것을 보고 말씀하신다. ‘너는 저 작은 노파가 빨리 천국에 가는 것이 기쁘지 않으냐?”
“왜요, 기쁘지요. 그렇지만 이것은 선생님이 떠나신다는 뜻이 되니까 기쁘지가 않습니다.…주님, 왜 돌아가십니까?”
“여인에게서 난 사람은 죽기 마련이다.”
“주님은 그 할머니만 데리고 가실 것입니까?”
“오!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하느님으로서 구원하고, 내가 사람으로서 사랑한 사람들의 행진은 얼마나 즐겁겠느냐….”
아주 가까이에 있는 두 개울을 건넜다. 계곡을 이용하여 북쪽으로 계속 되는 길과 교차하는 곳에서 야산들을 넘은 여행자들 앞에 펼쳐지는 평야지대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북쪽, 아니 오히려 서북쪽에는 높고 우람한 산맥이 나타나는데, 그 위로 어마어마하게 큰 구름 덩어리들이 겹쳐져서, 산허리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산꼭대기에는 눈이 덮인 바위투성이의 실제적인 산꼭대기에 구름으로 된 허위의 산꼭대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산맥이다.
“여기는 비가 오고, 저 위에는 눈이 있고. 저것은 헤르몬 산맥입니다. 저 산맥은 꼭대기에 눈으로 된 더 큰 겉옷을 입었습니다. 우리가 아에라에서 해를 보게 되면, 태양이 장밋빛으로 물들일 때 저 큰 봉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실 것입니다.” 고향에 대한 사랑으로 자기 고장의 아름다움을 자랑할 충동을 느끼는 티몬이 말한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비가 오는 걸요. 아에라는 아직 멀었나요?” 하고 마태오가 묻는다.
“그렇습니다. 저녁 늦게나 도착할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우리 건강의 걱정을 덜어 주시기를“ 하고 이런 날씨에 길을 가는 것이 색 마음에 내키지 않는 마태오가 말한다. 그들은 겉옷으로 몸을 푹 감쌌다. 그리고 그들의 옷을 습기에서 보호하여 도착하면서 이내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하려고 여행용 배낭들을 그 밑으로 메고 간다. 지금 입고 있는 옷들은 물이 줄줄 흐르고, 아랫도리는 진흙으로 인하여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앞장을 서서 가시는데, 생각에 잠겨 계시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빵을 조금씩 갉아먹는데, 요한이 농담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목을 축이려고 샘을 찾을 필요는 없는 걸,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입을 벌리고만 있으면 돼, 그러면 천사들이 우리에게 물을 준단 말이야.” 젊음으로 인하여 아르벨라의 필립보와 요한과 더볼어 모든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부러운 처지에 있는 헤르마스데아가 말한다. “요나의 시몬은 약대에 대해서 불평을 했지만, 나는 이 진흙탕보다는 지진으로 흔들리는 그 탑에 있는 게 낫겠어. 어떻게 생각해?”
그러니까 요한이 말한다. “나는 예수님만 계시면 아무 데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 ….”
세 젊은이는 그들끼리 끊임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더 나이 많은 네 사람은 예수 계신 데로 따라가려고 걸음을 재촉한다. 남아있는 티몬과 마르코의 집단은 맨 뒤에 처진다.… “선생님, 아에라에는 시몬의 유다가 있겠지요.…” 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물론. 그리고 그와 함께 토마와 나타나엘과 필립보도 있고“
“선생님 … 저는 평화스럽던 요 며칠 동안이 그리워집니다” 하고 야고보가 말한다.
“야고보야, 그렇게 말하면 못쓴다.”
“저도 그건 압니다.…그렇지만 그렇게 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쉰다.
“시몬 베드로도 내 사촌들과 같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너는 기쁘지 않으냐?”
“저는 대단히 기쁩니다! 선생님, 그런데 시몬의 유다는 왜 저희들과 그렇게 다릅니까?”
“왜 비가 해와 갈마들고, 더위가 추위와, 빛이 어두움과 갈마드느냐?”
“그야 사람이 항상 같은 것을 가질 수는 없을 터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세상에 있는 생명의 끝일 것입니다.”
“야고보야, 말 잘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유다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 대답해 보아라. 왜 별들이 모두 해와 같이 크고 뜨겁고 아름답고 강력하지 않으냐?”
“그것은… 그 많은 불의 작용으로 지구가 타버릴 터이니까요.”
“왜 초목들 모두가 저 호두나무 같지 않으냐? 초목이란 말은 무슨 식물이든지 다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짐승들이 그것을 먹지 못하겠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왜 그것들이 모두 풀 같지 않으냐?”
“그것은… 우리가 땔나무나 집을 짓고 연장과 마차와 배와 가구들을 만들 나무를 얻지 못할 터이니까요.”
“왜 새들은 모두가 수리 같지 않고, 짐승들은 모두가 코끼리와 낙타 같지 않느냐?”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 꼴이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다양성이 네게는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는 말이지?”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네 생각에는… 그런데 네 생각에는 왜 하느님께서 그것들을 만드셨겠느냐?”
“우리에게 가능한 모든 도움을 주시려구요.”
“그러니까 좋은 의향으로 만드셨다는 말이지? 확실하냐?”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러면 동물과 식물과 천체의 종류에 다양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왜 사람들은 모두가 같기를 바라느냐? 각자가 그의 임무를 가지고 있고 그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종류가 무한히 다양한 것이 조물주의 능력의 표로 생각되느냐, 무능의 표로 생각되느냐?”
“능력의 표로 생각됩니다. 하나가 다른 것을 돋보이게 합니다.”
“말 썩 잘 했다. 유다도 같은 일에 소용된다. 또 너도 동료들에게 소용되고, 동료들도 네게 소용된다. 우리 입안에는 이가 서른 두 개가 있다. 그런데 그것들을 잘 들여다보면, 서로들 매우 다르다. 그리고 세 가지 부류 사이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같은 부류의 개체들 사이에도 그렇다. 그렇지만, 마침 네가 무엇을 먹고 있는 중이니 이들의 구실을 살펴보아라. 별로 유익해 보이지 않고, 별로 일을 하지 않는 그 이들이 바로 빵을 잘라서 다른 이들에게로 가져다주는 첫번째 일을 하고, 다른 이들이 그것을 부스러기를 만들어서 또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면, 이 이들이 그것을 죽 모양을 만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냐? 네 생각에는 유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잘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유다 남쪽에 복음을 전했고, 전해도 잘 전했으며, 너도 말한 것과 같이 그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요령 있게 접촉할 줄 안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그것은 사실입니다.”
마태오는 이런 지적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돈을 얻는 재능이 대단히 많기도 해. 그 사람은 청하는 데도 내가 할 줄 모르는 방식으로 청할 줄을 안단 말이야…아마 이제 나는 돈에 진저리가 나서 그런지도 모르겠어.”
열성당원 시몬이 붉어지다 못해 새빨개지는 얼굴을 숙인다. 안드레아가 그것을 보고 묻는다. “어디 불편한가?”
“아니, 아니야…피로해서 … 모르겠어.”
예수께서 그를 뚫어지게 바라다보신다. 그러니까 그는 점점 더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티몬이 앞으로 뛰어와서 말한다. “선생님, 저기 아에라 못 미쳐 있는 마을이 보입니다. 거기에 들러서 나귀들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가 그친다. 그대로 계속 가는 것이 낫겠다.”
“선생님 좋으실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허락하시면 제가 앞서 가겠습니다.”
“가거라.”
티몬은 마르코와 같이 뛰어 간다. 그러니까 예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지적하신다.” 저 사람은 우리가 위풍당당하게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모두가 다시 한 집단이 되었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여러 지방의 다양성에 대하여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내버려두시고 열성당원을 데리시고 뒤로 가신다. 단둘이 되자 예수께서 물으신다. “시몬아 왜 얼굴을 붉혔느냐?” 시몬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는데, 그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거듭 물으시니, 그는 점점 더 얼굴이 빨개지고 말이 없다. 예수께서는 질문을 되풀이 하신다.
“주님, 주님은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왜 저더러 그 말을 하라고 그러십니까?” 하고 열성당원은 고문이라도 당하는 듯이 괴로워하며 외친다.” 거기에 대한 확신이 있느냐?”
“그 사람도 그것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선견지명으로 이렇게 하는 거야. 난 분별력이 있거든. 선생님은 미래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으신단 말이야’ 하고요. 그것이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것은 언제나… 선생님이 정확한 단어를 말씀하십시오.”
“그것은 언제나 유다가 오직 하나의 ‘인간’일 뿐이라는 증거이다. 그는 영만이 되기 위하여 고상해질 줄을 모른다. 그러나 더하고 덜한 차이는 있어도 너희는 모두가 같다. 너희는 바보스런 일을 두려워한다. 너희는 쓸 데 없는 배려를 하느라고 몹시 걱정한다. 섭리가 효력이 있고 너희와 같이 있다는 것을 너희는 믿을 줄을 모른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 둘만 알고 있기로 하자. 알았지?”
“예, 선생님.”
잠간 침묵이 흐른 다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우리는 곧 호수로 돌아간다.…이렇게 많이 걷고 난 후에는 명상을 좀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둘이는 등불 명철께쯤 얼마 동안 나자렛에 가 있자. 너는 혼자 몸이지…다른 사람들은 가족과 같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나와 같이 있어라.”
“주님, 유다와 토마, 그리고 마태오까지도 혼자 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라. 각자가 가족과 함께 명절을 지낼 것이다. 마태오는 누나가 있다. 너는 너 혼자다. 라자로의 집에 가고 싶다면 모르지만…”
“아닙니다. 주님” 하고 시몬은 감정이 폭발한다. “아닙니다. 저는 라자로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주님을 모시고 있는 것은 천국에 있는 것입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예수의 손에 입맞춤한다.
작은 마을을 지나친 지가 얼마 안 되었는데, 소나기가 다시 쏟아지는 가운데 티몬과 마르코가 물이 흥건한 길에 다시 나타나며 외친다. “멈추세요! 시몬 베드로가 작은 당나귀들을 끌고 옵니다. 오는 걸 만났어요. 비를 맞으면서 짐승들을 끌고 여기 오는 것이 사흘째나 된답니다.”
일행은 비를 조금 피할 수 있는 참나무들 밑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그러니까 베드로가 타는 짐승 여러 마리를 한 줄로 끌고 맨 앞에 있는 나귀에 걸터앉아 오는 것이 보인다. 베드로는 담요를 써서 머리와 어깨를 가린 바람에 꼭 수사 같아 보인다.
“선생님, 하느님의 강복 받으시기를! 정말이지 저는 선생님은 호수에 빠진 사람처럼 흠뻑 젖어 계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 어서 어서 모두 안장에 올라들 앉아요. 선생님의 옷을 말려드리기 위해서 난로란 난로는 모두 불을 피워 놓고 있기 때문에 아에라는 사흘 전부터 타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꼴좋구먼! 아니 좀 보라구! 아니, 그래 자네들은 선생님을 말릴 수도 없었나? 아! 내가 없으면! 좀 보라구! 선생님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머리가 착 달라붙었단 말이야. 선생님 몹시 추우시겠습니다. 이런 비를 맞으시면서! 무분별도 유분수지! 또 자네들은? 자네들은 말이야? 아이고! 쓸모없는 사람들! 너부터 그렇다. 이 바보 같은 아우야, 그리구 모두 다 그래 ! 꼴들 좋구먼! 자네들은 연못에 빠진 자루들 같아. 자, 빨리! 아! 이젠 선생님을 자네들에게 맡겨드릴 자신이 없어졌네. 소름이 확 끼치네….”
“말도 많다. 시몬아” 하고 예수께서 타신 나귀가 일행의 앞장을 서서 베드로의 나귀와 나란히 종종걸음을 치고 있는 동안 예수께서 침착하게 말씀하신다. 예수께서 되풀이해 말씀하신다. “쓸 데 없는 말만 하고, 또 하고 하는구나. 다른 사람들이 왔는지… 여자들이 떠났는지, 네 아내가 잘 있는지는 말하지 않고 너는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전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왜 이 비를 맞으면서 떠나셨습니까?”
“그러면 너는 왜 왔느냐?”
“그것은 선생님이 빨리 뵙고 싶어서였습니다. 내 선생님.”
“나는 너를 빨리 다시 만나고 싶어서였다, 내 시몬아.”
“아이고! 사랑하는 내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아내요? 아이요? 집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소용없습니다! 선생님이 안 계시면 모든 것이 추합니다. 제가 선생님을 이렇게 사랑한다는 걸 믿으십니까?”
“믿는다. 시몬아,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
“어떤 사람입니까?”
“작은 결점을 잔뜩 가지고 있는 큰 아이이다, 그런데 그 작은 결점들 밑에는 아주 많은 훌륭한 장점들이 묻혀 있다. 그러나 묻혀 있지 않은 장점이 하나 있다. 모든 일에 있어서의 네 성실성이다. 그런데, 아에라에는 누가 있느냐?”
“선생님의 사촌 유다와 야고보가 있구요, 그리고 가리옷의 유다와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다가 좋은 일을 많이 했나 봅니다. 모두가 그 사람을 칭찬합니다….”
“그 사람이 네게 질문을 하더냐?”
“오! 많이 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아무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여자들을 가다라 근처까지 데려다 준 것 외에 제가 무엇을 압니까? 아시겠지요.…엔도르의 요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요한이 선생님과 같이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말씀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아니다. 그들도 너처럼 요한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해야 소용없다. 그러나 이 나귀들은! …사흘 동안이나! …쓸데없는 낭비다! 또 가난한 사람들은 어떡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유다가 돈을 잔뜩 가지고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봅니다. 이 나귀들은 돈 한 푼 들지 않습니다. 아에라 사람들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돈을 주지 않아도 나귀를 천 마리나 제게 주었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나귀를 많이 끌고 선생님 마중을 나오겠다는 것을 제가 언성을 높여서야 막을 수 있었습니다. 티몬의 말이 맞습니다. 여기서는 모든 사람이 선생님을 믿습니다. 그 사람들이 저희들보다 낫습니다….” 그러면서 베드로는 한숨을 쉰다.
“시몬아, 시몬아! 요르단강 건너편에서도 우리는 존경을 받았다. 그리고 죄수와 이교도 여자들과 죄녀들과 여자들이 너희에게 완전의 교훈을 주었다. 요나의 시몬아, 그것을 기억하여라. 항상.”
“주님, 그렇게 하도록 힘쓰겠습니다. 보십시오, 저기 아에라의 첫번째 사람들이 나옵니다. 얼마나 사람이 많이 오는지 보십시오! 저기 티몬의 어머니가 옵니다. 저기 군중 속에 선생님의 사촌들이 있습니다. 저기 가리옷의 유다와 같이 온 사람들보다 먼저 보내신 제자들이 있습니다. 저기 아에라의 제일 큰 부자가 하인들을 데리고 옵니다. 저 사람이 자기 집에 선생님을 모시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티몬의 어머니가 그의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 머무르시게 됩니다. 보십시오, 보세요! 저 사람들은 비로 인해서 횃불이 꺼지기 때문에 난처해합니다. 병자들이 많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병자들은 선생님을 즉시 뵈려고 성문 가까운 시내에 있습니다. 나뭇광을 가진 사람이 병자들은 광에 들어가 있게 했습니다. 그 가엾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 지가 나흘이나 됩니다. 저희가 도착해서 선생님이 안 계신 것을 보고 이상히 여긴 그때부터요.”
군중의 함성으로 베드로는 말을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입을 다물고 시종(侍從)처럼 예수 곁에 모시고 있다. 군중 있는 데까지 가니 군중이 양쪽으로 갈라졌고 예수께서는 나귀 새끼를 탄 채 지나가시는데, 지나가시면서 줄 곧 강복을 하신다.
일행은 시내로 들어간다.
“즉시 병자들에게로 가자.” 예수께서는 당신이 너무 고통을 당하실까 봐 걱정이 되어 집안으로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고 불을 쬐시게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정자들은 나보다 더 고통을 당한다”고 대답하신다.
일행은 오른쪽으로 돈다. 저기 나뭇광의 투박한 울타리가 보인다.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안에서는 신음소리가 들려 나온다. “다윗의 후손 예수님,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호칭기도(呼稱祈禱)처럼 근질지게 애원하는 합창이다. 어린이들의 목소리, 여자들의 목소리, 남자들의 목소리, 늙은이들의 목소리. 아파서 매애매애 하고 우는 어린 양들의 울음소리와 같이 슬픈 목소리, 죽어가는 어머니들의 목소리와 같이 괴로워하는 목소리, 다만 한 가지 바람밖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같이 낙심한 목소리, 이제는 울 줄밖에 모르게 된 사람들의 목소리같이 떨리는 목소리들이다….
예수께서 울타리 안으로 발을 들여 놓으신다. 등자(?子)를 밟고 할 수 있는 대로 높이 서시어 오른 손을 드시고 우람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나를 믿는 모든 이에게 인사와 강복을 드립니다.” 예수께서 다시 안장에 앉으셔서 길로 돌아오려고 애쓰신다. 그러나 군중이 몰려들고, 병이 고쳐진 사람들이 예수 곁으로 바싹 몰려든다. 그리고 문간 지붕에 가려 타면서 황혼을 비추는 횃불들의 빛에 열광적인 기쁨을 나타내며 주님을 환호하는 군중을 볼 수 있다. 주님은 어머니들이 팔과 가슴과 심지어 나귀의 목에까지 올려놓고 떨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는 병이 고쳐진 어린아이들로 이루어진 꽃다발 가운데 파묻혀 보이지 않다시피 되셨다. 예수께서는 어린아이들이 끝인 양 팔에 가득 안으시고, 그렇게 안고 계시므로 강복은 하실 수가 없으므로 입맞춤을 하시며 지극히 행복하게 미소 지으신다. 마침내 어린아이들은 예수에게서 내려졌다. 그러니까 예수께서 병을 고쳐 주신 노인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분의 옷에 입맞춤을 하고, 다음에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그렇게 한다….
아주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예수께서는 티몬의 집으로 들어가셔서 마른 옷을 입으시고 불 옆에서 쉬실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