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이 불 가까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고 예수께서 제자들이 활활 타는 불 둘레에 있는 것을 보시고 물으신다. 불은 에스드렐론 평야의 한 네거리에서 저녁의 첫번 어두움을 혜치고 빛난다.
  사도들은 예수께서 오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 불은 잊어버린 채 선생님께 인사를 드린다. 선생님을 보지 못하는 것이 백년이나 된 것 같다. 그리고 설명을 한다. “저희들은 에즈라엘의 두 형제사이의 분쟁을 조정했습니다. 그랬더니 두 형제가 너무도 좋아서 각기 어린양 한마리를 저희들에게 주었습니다. 저희들은 그놈들을 익혀서 도라의 농부들에게 갖다 주려고 생각했습니다. 죠가나의 미케아가 어린 양들의 멱을 따서 준비를 했고, 저희들은 그놈들을 구울 참입니다. 선생님의 어머님은 마리아와 수산나와 같이 도라의 농부들에게 저녁 늦게 관리인이 술을 마시려고 그의 집에 틀어박혀 있을 때에 오라고 이르려고 가셨습니다. 여자들은 남의 시선을 덜 끕니다. 저희들은 여행자들처럼 밭으로 지나오면서 그 사람들을 보려고 해보았지만 별로 한 일이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저녁 여기모여서 영혼을 위해서 말을 좀더…해주고 선생님이 다른때 여러 번 하신 것과 같이 그들의 육체에도 기분좋은 느낌을 가지도록 말을 해주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이 계시니까 더 잘 될 것입니다.”
  “누가 말하려고 했었느냐?”
  “그야! … 모두 조금씩 말하는 거지요.…이렇게 격식부리지 않고요. 더구나 요한과 열성당원과 선생님의 사촌, 그리고 시몬의 유다까지 말을 하려고하지 않고, 바르톨로메오도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저희들은 그 때문에 다투기까지 했습니다…”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그런데 그 다섯 사람은 왜 말을 하지 않겠다는 거냐?”
  “요한과 시몬은 언제나 그들이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기 때문이고 …선생님의 사촌은 제가 시작하는 때가 한 번도 없으면…이라고 말하면서 저더러 말하라고 하기 때문이고…바르톨로메오는 너무 선생답게 말하다가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할까 봐 겁이 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핑계라는 걸아시겠지요….”
  “그런데 시몬의 유다 너는 왜 말하기를 원치 않느냐?”
  “그야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이유이지요! 그 이유들이 모두 옳으니까 동시에 그 모든 이유 때문입니다….”
  “이유가 많구나. 그런데 너희가 말하지 않은 이유가 하나 있다. 이제는 내 가 판결을 한다. 그리고 내 판결은 결정적인 것이다. 타대오가 말한 것과 같 이, 말을 해도 지혜롭게 말한 것과 같이 요나의 시몬 네가 말하여라. 또 시몬 의 유다, 너도 말하여라. 이렇게 하면 많은 이유 중의 하나, 하느님도 아시고 너도 아는 이유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선생님, 정말입니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고 유다가 대꾸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베드로가 그의 말을 막고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주님! 제가 주님 앞에서 말을 하다니요? 저는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웃음을 자아내게 될까 봐 겁이 납니다….”
  너는 혼자 있기도 원치 않고, 나와 함께 있기도 원치 않는다.…그러면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나…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
  “어린 양들을 가지고 오는 네 아우를 보아라. 그를 도와주어라. 그리고 양들이 익는 동안 그 생각을 해라. 모든 것이 주제를 찾아내는 데 소용된다.” “불 위에 얹은 어린 양두요?” 하고 베드로는 쉽게 믿지 않고 묻는다.
  “그렇다. 순종하여라.”
  베드로는 정말 가엾은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더 이상 대꾸는 하지 않는다. 그는 안드레아에게 마주 나가서, 쇠꼬챙이 대신을 하는 끝을 뽀족하게 깍은 막대기에 짐승들을 꿰는 일을 도와준다. 그리고 고기가 익는 것을 살피기 시작하는데, 얼굴에는 정신을 집중하는 모습을 띠고 있어, 판결을 하려는 순간의 재판관의 모습과 같다.        
  “시몬의 유다야, 여자들 마중을 나가자” 하고 예수께서 명령하시고 도라의 황폐한 밭들 쪽으로 가신다.
  “유다야, 훌륭한 제자는 선생이 업신여기지 않는 것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하고 예수께서 얼마 후에 서두 없이 말씀하신다.
  “선생님, 저는 업신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바르톨로메오같이 제가 이해를 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말을 안하는 편을 택하는 것입니다.”
  “나타나엘은 내 소원을 만족시키지 못할까 봐, 즉 사람들의 마음을 비추고 도움을 주지 못할까 봐 염려해서 그러는 것이다. 주님께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도 잘못 하는 것이다. 그러나 네게는 네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아니라, 덕행에 관한 것을 빼놓고는 모든것에 대해서 무식한 보잘 것 없는 농부들에게 네 말을 알아듣게 하는 일을 무시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너는 훨씬 더 잘못 한다. 덕행의 문제에 있어서는 저 농부들이 너희중의 많은 사람보다 정말 우월하다. 유다야, 너는 아직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였다. 복음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과 노예들과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기쁜 소식이다.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져다주는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기쁜 소식은 바로 불행한 사람들이 도움과 위안을 받으라고 주어진 것이다.”
  유다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하지 못한다.
  어떤 작은 숲에서 성모님과 클레오파의 마리아와 수산나가 나온다.
  “어머니, 안녕하셨습니까? 다른 분들에게도 평화!”
  “아들아! 나는 큰 고통을 당하는…저 사람들한테 갔었다. 그러나 기쁜 소식을 들어서 지나치게 괴로워하지 않게 되었다. 도라가 이 땅을 처분했고 죠가나가 이 땅을 샀단다. 낙원은 아니지만…그래도 이제 지옥은 아니다. 관리인이 오늘 이 말을 농부들에게 했단다. 관리인이 밀을 마지막 한 알까지 마차에 싣고 떠나서 농부들은 모두 먹을 것이 없이 남아 있게 되었단다. 그리고 죠가나의 관리인은 오늘 그의 사람들이 먹을 식량밖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라의 농부들이 굻고 지내야 할 참이었다. 그 어린 양들을 얻게 된 것은 정말 하느님의 섭리였다!”
  “그 농부들이 이제는 도라에게 속해 있지 않게 된 것도 섭리입니다. 저희들은 그들이 사는 집을 보았는데요.…돼지우리 같았습니다…” 하고 수산나가 분개하며 말한다.
  “그 불쌍한 사람들이 아주 행복해요!” 하고 클레오파의 마리아가 말을 끝마친다.
  “저도 기쁩니다. 어쨌든 그들은 이전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시며 사도들에게로 돌아오신다.
  엔도르의 요한이 헤르마스데아와 같이 물병들을 들고 예수께로 온다. 그리고 예수께 경배한 후에 설명을 드린다. “죠가나의 농부들이 이것을 주었습니다.”
  모두가 어린 양 두 마리가 구름같이 피어오르는 짙은 연기 속에서 구워지고 있는 곳으로 온다. 베드로는 계속해서 막대기를 돌리며, 그동안에 생각을 가다듬는다. 한편 유다 타대오는 동생의 허리를 껴안고 끊임없이 말하면서 왔다 갔다 한다. 다른 사람들로 말하면, 어떤 사람은 나무를 가져오고 어떤 사람은 걸상으로 쓰려는지 식탁으로 쓰려는지 모르지만, 커다란 돌들을 갖다가 식탁을…준비한다.
  도라의 농부들이 오는데, 전보다도 더 마르고 더 누더기 옷을 걸쳤다. 그러나 몹시 행복하다! 20명쯤 되는데 어린이와 여자가 한명도 없다. 가엾은 남자들뿐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더 나은 주인을 주신데 대해서 함께 주님을 찬미합시다. 여러분을 대단히 괴롭힌 사람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그렇지요? 할아버지,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합니다. 제가 아이를 데리고 더 자주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그 말씀을 드렸습니까? 할아버지가 기뻐서 우시는 거지요? 오세요, 두려워 말고 오세요….” 예수께서 마륵지암의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노인은 몸을 잔뜩 구부려 울면서 예수의 손에 입맞춤하면서 중얼거린다. “저는 이제 지극히 높으신 분께 아무것도 청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청한 것 이상의 것을 주셨습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 살아서 다시 고통을 당하게 될까 봐 겁이 나기 때문에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과 같이 있는 것이 조금 거북하였던 농부들은 이내 대담해졌다. 아까 가져온 돌들 위에 넓은 나뭇잎들을 깔고 그 위에 두 마리 어린 양을 놓고 노느매기를 하여 각 사람의 몫을 접시 대신 접시 노릇을 하는 얇고 넓은 일종의 밀전병에 놓는다. 농부들은 순진하게 벌써 침착해져서 맛있게 먹어 쌓이고 쌓인 허기를 달래고 지난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저는 메뚜기와 두더쥐와 개미들을 늘 저주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놈들이 모두 주님의 심부름꾼같이 생각됩니다. 그놈들 덕분에 저희들이 지옥을 떠나게 됐으니까요.” 비록 메뚜기와 개미들을 천사의 무리들과 비교하는 것이 좀 지나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말 속에 숨어 있는 비극적인 일을 느끼기 때문에 아무도 웃지 않는다.
  불꽃이 그 사람들의 집단을 비춘다. 그러나 얼굴들은 불꽃을 향하지 않고, 그들 앞에 있는 것을 보는 얼굴은 별로 없다. 모든 눈이 예수의 얼굴로 향해있고, 다만 노느매기를 하는 일을 맡은 알패오의 마리아가 허기진 농부들의 밀전병에 새로운 몫을 놓으려고 다시 올 때에만 잠간 눈을 돌린다. 알패오의 마리아는 구운 양의 넓적다리 고기 두 덩어리를 다른 넓은 나뭇잎에 싸는 것으로 일을 마치며 마륵지암의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받으세요. 여러분은 내일 또 조금씩 잡술 것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 죠가나의 관리인이 마련해 주겠지요.”
  “그렇지만 아주머니네는?…”
  “우리는 짐이 덜어질 것입니다. 받으세요, 할아버지, 받으세요.”  두 마리 어린 양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갉아먹은 뼈와 꺼져 가는 나무 위에서 아직 타고 있는 녹은 비계의 오래 가는 냄새뿐이다. 이제는 피워 놓았던 불 대신 달빛이 비춘다.
  죠가나의 농부들도 다른 농부들과 합친다. 이제 말을 할 시간이다. 예수께서는 파란 눈을 들어 조금 그늘진 나무 곁에 있는 가리옷의 유다를 찾으신다. 그리고 유다가 그 눈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체 하므로 예수께서는 큰 소리로 “유다야!” 하고 부르신다. 그래서 그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오게 하신다.
  “떨어져 있지 말아라. 제발 내 대신 복음을 전하여라. 나는 매우 피곤하다. 그리고 내가 오늘 저녁에 오지 않았더라면 너희들이 말을 해야 했을 것 아니냐?“
  “선생님…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질문이라도 해주십시오.”
  “질문을 할 것은 내가 아니다. 여러분이 질문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슨 말을 듣기를 원하십니까? 또는 무엇에 대한 설명을 듣기를 원하십니까?” 하 고 이어서 농부들에게 물으신다.
  그 사람들은 서로 쳐다본다 …그들은 어쩔 줄을 모른다.…마침내 한 농부 가묻는다. “저희들은 주님의 능력과 주님의 친절은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주님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정말 별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죠가나와 같이 있게 되었으니까 어쩌면 그것을 더 많이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메시아가 약속하시는 나라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간절한 소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 나라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유다가 대답한다. “여러분이 매우 고생스러운 처지에 있다는 것은 확실합 니다. 여러분의 안과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결합해서 여러분을 나라에서 멀 어지게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마음대로 선생님께 올 자유가 없는 것, 도 라같이 잔인하고 비열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떻든 제 하인들을 포로처럼 잡 아두는 집지키는 개 같은 주인의 하인이라는 사실은 모두 여러분이 나라에 선택되는데 불리한 조건들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을 가혹하게 다루는 사람에 대해서 여러분이 원한과 앙심과 비판과 복수의 감정을 품지 않기가 어렵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소한의 필요한 것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 없이는 구원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운명에 나타나는 하느님의 뜻에 소극적으로 복종하는 마음을 늘 가지도록 주의해야 하고 여러분의 주인을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 견디고, 마음대로 판단하는 생각은 여러분에게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 판단은 여러분의 주인에 대해서 호의적일 수가 없을 것이고 또 여러분의… 여러분의…무엇에 대해서 감사하는 것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요컨대 여러분은 반항하지 않기 위해서 깊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반항이 사랑을 죽일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사랑이 없는 사람은 구원을 얻지 못합니다. 첫째 계명을 어기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나는 말하자면 여러분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것은 여러분 안에 착한 뜻이 있고, 그 착한 뜻과 더불어 미움과 복수심을 여러분에게서 멀리할 줄을 알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온화한 마음씨가 있는 것을 내가 보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는 매우 크기 때문에 여러분의 완전에 아직 부족한 것이 있는 것은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
  침묵. 예수께서는 머리를 대단히 숙이고 계셔서 그분의 얼굴 표정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다른 얼굴들은 볼 수 있는데,그 얼굴들은 참말이지 만족한 얼굴이 아니다 . 농부들은 전보다 더 모욕을 당한 것 같아 보이고 사도들과 여자들은 깜짝 놀란 얼굴이다. 거의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참을성과 용서가 아닌 어떤 생각도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게 하도록 힘쓰겠습니다” 하고 노인이 겸손하게 대답한다.
  또 다른 농부 한 사람이 한숨지으면서 말한다. “우리로서는 완전한 사랑에 이르기가 물론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자가 되지 않는 것만도 대단한 것입니다! 정신은 괴로워하고,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비록 미워하지는 않는다 해도 저 빼빼마른 어린 아이들이 자라기가 어려운 것과 같이 사랑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보시오. 그렇지 않아요. 나는 오히려 여러분이 고통을 그렇게까지 당하면서도 살인을 하거나 복수를 하기에 이르지 않은 바로 그것 때문에, 사랑에 있어서는 우리 정신보다 더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고 베드로가 농부들을 위로하려고 말한다. 베드로는 그가 발언을 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하던 것을 중단하고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선생님! … 그러나… 선생님은 제가 말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우리 형제들을 위해서 그들의 처지에 알맞은 좋은 말을 찾으려고 계속 어린 양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저는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에 적당한 것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제 생각이 아주 먼 데까지 미쳤습니다. 그 생각들이 엉뚱한 생각인지 거룩한 생각인지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엉뚱한 생각이면 분명히 제게서 오는 것이고, 거룩한 생각이면 분명히 하늘에서 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생각들을 떠오른 그대로 말하겠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그 설명을 제게 해주시든지 틀렸다고 말씀하시든지 하십시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여러분 모두가 저를 동정하십시오.
  그러니까 나는 우선 불꽃을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자, 불꽃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나무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나무는 제 힘으로 타오르지는 못한다. 또 잘 마르지 않아도 전혀 불이 붙지 않는다. 물이 나무를 무겁게 해서 부싯깃이 나무를 타오르지 못하게 한다. 나무가 죽으면 벌레들의 작용으로 썩고 먼지가 된다. 그러나 제 힘으로 불이 붙지는 못한다. 그런데 누가 나무를 적당히 모아놓고 부싯깃과 부시를 가까이 갖다 대고 불똥을 튀게 하고, 불꽃을 크게 하기 위해서 잔가지들 위를 불어서 -언제나 제일가는 가지부터 시작하니까 -불이 잘 붙게 하면 불꽃이 일어나서 아름답고 유익하게 되어서 전체에 미치고 굵은 장작에까지도 불이 붙는다’ 하고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나무다. 우리 힘으로는 불이 붙지 않는다. 그래도 살과 피의 둔한 물이 너무 우리에 배지 못하게 조심해서 부싯깃이 우리에 불을 붙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불살라지기를 바라야 한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은 채로 있으면 악천후와 벌레에 의해서, 즉 인간성과 마귀에 의해서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만일 우리가 사랑의 불꽃에 우리를 내맡기면, 그 사랑의 불이 우선 잔가지들을 태워 없애고 -그런데 내 생각에 이 잔가지들은 결점들이었습니다 ―그 다음에게 더 커져서 가장 굵은 장작들을, 즉 가장 강한 열정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물질적이고 단단하고 빽빽하고 거칠기도 한 나무인 우리는 불꽃이라는 아름답고 비물질적이고 빠른 물건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모든 일은 죄인들이라는 비참한 우리 존재를 가지고 미래의 천사와 하늘 나라의 시민을 만드는 부시와 부싯깃인 사랑에 우리가 동의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내 첫번째 생각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약간 고개를 드셨다. 그리고 눈을 감으시고 입술에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으시고 귀를 기울이고 계시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놀라서 베드로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겁에 질려 있지는 않다. 베드로는 침착하게 계속한다.
  “짐승들이 익고 있는 동안에 다른 생각이 또 하나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내 생각이 유치하다고 말하지 마시오. 선생님께서 나더러 내가 보는 것에서 생각들을 찾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래서 나는 순종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짐승들을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자, 여기 죄없고 온순한 짐승 두 마리가 있다. 우리 성경에는 어린 양에 대한 기분 좋은 암시가 대단히 많다. 그것은 모세의 어린 양으로 그분이 상징된 때부터 언약된 메시아와 구세주이신 분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신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예언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메시아는 당신의 양들을 모아서 상처입은 양들은 구해주고 다리가 부러진 양들은 안아 데려오시려고 오셨다. 이 얼마나 큰 인자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보잘것없는 우리를 이다지도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을 정말이지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또 이렇게도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죄없는 사람들은 아니니만큼 온순하기는 해야 한다. 적어도 온순하기는 해야 한다. 온순도 해야 하고 사랑으로 불살라지기를 갈망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온순하고 깨끗한 어린 양비라도 죽고 나서 불꽃으로 익혀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 말이다. 썩은 냄새가 나는 시체가 된다. 그러나 불에 둘러싸이면 건전하고 축복받은 영양들이 된다’ 이렇게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요컨대 모든 선은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사랑은 우리에게서 인간성의 둔함을 없애서 우리를 빛나고 유익하게 만들고, 형제들에게 친절하고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사람을 만든다. 사랑은 우리의 타고 난 좋은 자질들을 높은 곳으로 올려서 정화한다. 거기서 그것들은 초자연적인 덕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런데 덕행이 있는 사람은 거룩하고, 거룩한 사람은 하늘을 차지한다. 왠고하니 완전의 길을 닦아 주는 것은 지식도 아니고 공포도 아니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주님을 슬프게 해드리지 않겠다는 소원으로 벌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훨씬 더 우리를 악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우리 형제들에 대한 동정을 준다. 그들이 하느님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사람의 구원이고 성화이다’ 하고요.
  어린 양이 구워지는 것을 들여다보면서 또 내 예수님께 순종하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 생각들밖에 없다는 것을 용서해 주시오. 그러나 이 생각들이 내게는 이로웠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로우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 생각들을 여러분에게 드립니다.”
  예수께서 눈을 뜨시는데, 그 눈이 빛난다. 예수께서는 팔을 뻗어 손을 베드로의 어깨에 얹고 말씀하신다. “정말이지 너는 찾아내야할 생각들을 찾아냈다. 순종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네가 그 생각들을 찾아내게 되었다. 겸손과 형제들에게 위로를 주겠다는 소원은 그 생각들을 가지고 그들의 하늘의 밤에 별이 되게 할 것이다. 요나의 시몬아, 하느님께서 네게 강복하시기를 바란다!”
  “선생님께 하느님께서 강복하시기를! 그런데 선생님은 말씀을 안하십니까?”
  “내일 이 사람들은 새 주인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나는 이들이 들어가는 것을 말로 축복해 주겠다. 이제는 평안히들 가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