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스드렐론의 평야를 낮에 본다. 늦가을의 어느 흐린 날이다. 땅이 젖어 있으면서 질척거리지 않는 것을 보면 밤 사이에 비가 온 모양이다. 음산한 초겨울에 오는 그런 비 말이다. 그리고 바람도 분다. 노랗게 된 나뭇잎들을 떨어뜨리고, 습기를 머금은 기운으로 뼈 속까지 파고드는 축축한 바람이다.
이곳 저곳 밭에는 짝을 지어 밭을 갈고 있는 소들이 어쩌다 보인다. 소들은 씨뿌리기를 준비하느라고 비옥한 이 평야의 기름진 땅을 힘들게 간다. 또 보기에 가슴아픈 광경은 사람들 자신이 소들이 하는 일을 해서 이미 파헤쳐진 땅에 발로 버티고 팔의 온 힘과 가슴의 힘까지도 합쳐서 쟁기를 끌며 튼튼한 송아지라도 힘이 들 그 일을 하느라고 노예들처럼 지쳐버리는 일이다.
예수께서도 눈을 들어 이 광경에 눈길을 멈추신다. 예수의 얼굴은 눈물이 날 정도로 서글퍼진다.
유다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목자들은 떠났기 때문에 열 한 명인 제자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베드로가 이렇게 말한다. “작고 보잘 것 없고 피로하게 하는 배지만… 그래도 소나 말처럼 혹사당하는 사람들의 저 일보다는 백배나 낫겠는걸!”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저 사람들이 벌써 도라의 하인들일까요?”
대답을 하는 것은 열성당원 시몬이다. “그렇지 않을걸. 그 사람들의 밭들은 이 과수원 너머에 있는 것 같은데, 그 밭들이 아직 보이지 않거든.”
그러나 언제나 호기심이 많은 베드로는 길을 떠나 두 밭 사이에 있는 비탈을 따라간다. 그 비탈가에 땀이 뒤범벅이 된 야윈 농부 네 사람이 잠시 앉아 있다. 베드로가 그들에게 “당신들은 도라의 사람들이요?” 하고 묻는다.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친척 중 한 사람의 하인입니다. 우리는 죠가나의 하인들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나는 지브(Ziv)달까지는 갈릴래아의 어부였던 요나의 아들 시몬이요. 지금은 기쁜 소식의 메시아이신 나자렛 예수의 베드로요. “베드로는 어떤 사람이 “나는 높고 신성한 로마의 카이사르의 사람이오.” 하고 말할 것과 같은, 아니 그보다도 한층 더한 경의와 긍지를 가지고 이 말을 한다. 그의 성실한 얼굴은 예수께 속해 있다는 것을 공언하는 기쁨으로 정말 환해진다.
“오! 메시아! 어디 계십니까?” 하고 불쌍한 네 사람이 말한다.
“짙은 붉은 색 옷을 입으신 금발에 키가 큰 저 분입니다. 지금 여기를 보시고 나를 기다리시며 미소짓고 계신 분입니다.”
“오! … 우리가 가면 … 쫓아버리실까요?”
“당신들을 쫓아버리시다니? … 왜요? 저분은 불행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과 압제받는 사람들의 친구이십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 그런 사람들 같은데요 ….”
“아이고! 우리가 그런 사람들이고 말구요! 그렇지만 절대로 도라의 하인들만큼은 불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빵을 맘대로 먹을 수 있고, 또 일을 돌보지 않는 때가 아니면 매질은 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
“그러니까 만일 그 훌륭한 죠가나씨가 당신들이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당신들은 ….”
“그 사람은 그의 개를 패는 것보다도 더 심하게 우리를 매질할 것입니다 ….”
베드로는 의미있는 듯이 휘파람을 불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이 낫겠군요.” 그러면서 두 손을 깔때기 모양으로 입에 갖다 대곤 큰 소리로 외친다. “선생님, 이리 오십시오.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인데, 선생님을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니, 당신 무슨 말을 하는거요? 선생님을?! 우리에게로 오시라구?! 아니, 우리는 천한 하인들인데!” 네 사람은 그런 대담성에 겁이 난다.
“그렇지만 채찍질은 기분 좋은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그 훌륭한 바리사이파 양반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나까지도 한몫 얻어맞기는 싫단 말입니다 …” 베드로는 웃으면서, 그리고 넷 중에서 가장 겁을 많이 내는 사람을 투박한 손으로 흔들면서 말한다.
뒤에 계시던 예수께서 성큼성큼 걸어오신다. 네 사람은 어떻게 할지를 모른다. 뛰어나가 마중을 하고 싶지만 존경을 인하여 꼼짝을 못한다. 인간의 악의로 인하여 아주 겁장이가 된 가엾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땅 위에 넓적 엎드려 그들에게로 오시는 메시아를 그런 자세로 경배한다.
“나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원하는 사람은 선을 원하는 것이니, 나는 그 사람을 친구로 사랑합니다. 일어나시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그러나 네 사람은 겨우 얼굴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베드로가 말한다. “ 이 사람들은 도라의 친척 죠가나의 하인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 주인이 갑자기 오면 이 사람들은 몽둥이로 매를 맞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오십시오’ 하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젊은이들 일어나시오. 선생님이 당신들을 잡아 잡수시지는 않아요! 신뢰를 가지시오! 선생님이 당신들의 친구라고 생각하시오.”
“저희들은 … 저희들은 선생님에 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 요나가 그러는데 …”
“나는 요나 때문에 왔습니다. 그가 나를 알렸다는 것은 나도 압니다. 내게 대해서 무엇을 압니까?”
“선생님이 메시아라는 것을 압니다. 요나가 선생님이 아주 어렸을 때 보았고, 선생님이 오셨을 때 천사들이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의 노래를 불렀고, 선생님이 박해를 당하셨다는 것… 그러나 선생님은 피신을 하셨고, 이제는 선생님이 그 목자들을 찾으시고 … 그 사람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압니다. 여기서 요나는 이제 이 마지막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목자들을 사랑하고 찾아 다니실 만큼 착하신 분이면 우리들에게도 행복을 좀 베풀어주시겠지 … 하고 말입니다. 저희들은 누가 저희를 사랑해 줄 필요를 우리는 정말 많이 느낍니다….”
“나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당신들은 많은 괴로움을 당합니까?”
“아이고! … 그렇지만 도라의 하인들은 훨씬 더합니다. 만일 죠가나가 여기서 저희가 말하고 있는 것을 봤다간! … 그렇지만 오늘은 게르게사에 갔습니다. 장막절에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관리인이 오늘 저녁 저희들이 일한 것을 재고 나서야 음식을 줄 것입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오정때 식사 시간에 쉬는 것을 쉬지 않고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겠습니다.”
“여보시오, 젊은이, 내가 이 일을 진척시킬 수 없겠소? 어려운 일입니까?”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어렵지야 않지요. 그렇지만 피로하게 하는 일입니다. 힘을 써야 하는 일이지요.”
“나는 힘이 있소.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시오. 내가 제대로 하면 말을 하시오. 그러면 내가 소노릇을 하겠소. 요한 자네, 그리고 안드레아와 야고보는 내가 배우는 걸 보게. 우리는 물고기잡이에서 지렁이잡이가 되는거야. 자!” 베드로는 쟁기의 가로장을 두 손으로 잡는다. 쟁기 하나에는 가로장 양쪽에 한 사람씩 두 사람이 매달린다. 그는 농부의 모든 몸놀림을 보고 그대로 흉내를 낸다. 기운이 세고 쉬었으므로, 그는 일을 훌륭하게 한다. 그래서 농부가 칭찬을 한다.
“내가 우두머리 농부다.” 하고 마음좋은 베드로가 만족하여 외친다. “자, 요한, 이리 오게! 쟁기마다 소 한 마리, 송아지 한 마리다. 다른 쟁기에는 야고보와 내 동생이라는 벙어리 송아지. 자! 아! 끌어올려!” 그래서 이렇게 장비된 두 쟁기가 밭을 따라 땅을 파엎고 고랑을 내면서 간다. 끝까지 가서는 쟁기를 돌려서 새 고랑을 시작한다. 그들은 이 농사일을 늘 해온 것 같다.
“선생님의 친구들은 정말 친절하군요.” 하고 죠가나의 하인들 중에서 가장 대담한 사람이 말한다. “선생님이 저런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나무가지치는 작은 낫을 가지고 하듯이 그들의 친절에 방향을 잡아 주었지요. 그러나 친절이 그들 안에 있었어요. 그것이 지금 돌보아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피어나는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하인들에게 이렇게 봉사를 하다니, 선생님의 친구들은 겸손도 하군요!”
“나하고는 겸손과 온유와 절제를 사랑하고, 사랑을, 모든 것보다도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수 있어요. 그것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또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따라서 모든 덕행을 얻게 되고 하늘나라를 얻게 되기 때문이요.”
“저희들도, 기도를 할 시간도 없고, 성전에 갈 시간도 없고, 밭고랑 위로 얼굴을 쳐들 시간도 없는 저희들도 하늘나라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대답하시오. 당신들을 그렇게 사정없이 다루는 사람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을 당신들이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들을 최하위의 사람들 추게 끼이게 하신 것에 대해 당신들은 하느님께 반항하고 하느님을 비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이고! 아닙니다. 선생님! 이것은 저희들의 운명입니다. 그렇지만 기진맥진해서 초라한 침대에 몸을 던질 때 저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아브라함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기진맥진했다는 것과 우리가 그분께「주님, 찬미받으십시오!」하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신다’고. 그리고 저희들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죄를 짓지 않고 살았다.’ 하고 … 아시겠습니까? … 저희들은 좀 속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빵과 함께 과일 한 개쯤 먹고, 맹물에 삶은 야채에 기름을 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인들은 빵과 삶은 야채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수확을 할 때에는 목을 축이고 기운을 차리게 물에 초를 조금 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복종합니다. … 결국 …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그런데 나는 당신들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참말이지 아브라함의 하느님께서는 당신들의 마음에는 미소를 보내시지만, 동포들은 사랑하지 않으면서 성전에서 거짓기도로 하느님을 모욕하는 자들은 엄한 얼굴로 보십니다.”
“아이고!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는 합니다. 적어도 … 절과 선물로 그들의 경의를 표하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랑을 가지지 않는 것은 저희들에게 대해서뿐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그 사람들하고는 다른 사람들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하지요.”
“아닙니다.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는 그것이 정당한 일이 아니고, 판단하는 방식도 다를 것입니다. 부자와 세도가들이 부자나 세도가라고 해서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다만 하느님을 자기 자신들과 돈과 권력과 여자와 맛있는 음식 따위 모든 것보다 더 사랑함으로써 항상 하느님을 사랑하였을 사람들, 또 부자나 가난한 사람, 유명한 사람이나 이름없는 사람, 유식한 사람이나 무식한 사람,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따위 모든 사람이 포함되는 동포들을 사랑함으로써 항상 하느님을 사랑하였을 사람들만이 영광을 누릴 것입니다. 그래요. 악한 사람들까지도 사랑해야 합니다. 그들의 악의 때문에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그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서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고쳐 주시고 구속해 주시기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간청하는 사랑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만이 매우 행복할 것입니다. 진실과 정의로 주님을 공경하고, 자시를 낳아주신 부모와 친척들에게도 그들을 공경함으로써 사랑을 표시한 사람들, 아무런 모양으로도 아무 것도 훔치지 않은 사람들, 즉 하인들의 일에 대해서까지도 정당한 것을 주고 주장한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마음을 멸시와 반항을 하도록 부추길 정도로 가혹한 사람들이라도 그들의 명성이나 육체를 죽이지 않고, 죽일 욕망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 거짓 맹세를 하지 않아서 이웃에게 해를 입히거나 진실을 어기지 않은 사람들, 간음을 하지 않고, 어떤 것을 막론하고 육욕의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 온유하고 인종(忍從)해서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항상 그들의 운명을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하늘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리고 거지까지도 그곳에서는 매우 행복한 왕이 될 수 있는데, 분봉왕도 권력에 관한 한 허무보다도 더 못하게 되고, 허무보다도 더 못한 운명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만일 그가 십계명의 영원한 율법을 어겼으면 맘몬의 희생물이 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예수의 말씀을 듣는다. 예수 곁에는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시몬, 필립보, 토마, 알패오의 야고보와 유다가 있다. 다른 네 사람은 얼굴이 시뻘개지고 땀을 흘리며, 그러나 명랑하게 일을 계속한다. 계속 쾌활하게 일하는 데에는 베드로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 요나가 선생님을 ‘성인!’ 이라고 말한 건 정말 옳은 말이었습니다. 선생님께 있는 것은 모두가 거룩합니다. 말씀과 눈길과 미소 모두요. 저희들은 지금처럼 저희 영혼을 의식한 적이 없었습니다! …”
“당신들이 요나를 보지 못한 것이 오래 됩니까?”
“그 사람이 병든 다음부터입니다.”
“병들었어요?”
“예, 선생님. 그 사람은 기진맥진했습니다. 그전에도 벌써 간신히 걸어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여름일과 포도 수확을 한 뒤부터는 피곤해서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 그에게 일을 시킵니다. 저 … 아이고! 선생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지만 하이에나를 사랑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도라는 하이에나보다도 더 고약한 사람입니다.”
“요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나가 우리 주 하느님께 충실하려고 박해를 받아 죽은 사람들처럼 성인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말 잘했습니다. 이름이 무엇이요?”
“미케아입니다. 이 사람은 사울이고, 저 사람은 요엘,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이사야입니다.”
“아버지께 당신들의 이름을 상기시켜 드리겠소? 그래 요나가 대단히 앓는다고 말했지요?”
“그렇습니다. 요나는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잠자리에 듭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은 도라의 다른 하인들이 말해 준 것입니다.”
“그 사람이 이 시간에 일을 하고 있을까요?”
“성하기만 하면 그럴 것입니다. 저 사과밭 저쪽에 있을 것입니다.”
“도라의 농사가 잘 되었소?”
“아이고! 이 지방 일대에서 유명합니다. 과일들이 놀라울 정도로 굵기 때문에 나무들을 버티어 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포도가 어떻게나 많이 열렸는지 지금까지 있던 양조통들로는 자리가 모자라기 때문에 도라는 새 양조통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면 도라는 하인에게 상을 주었겠군요!”
“상이요! 아이고! 주님, 그 사람을 정말 모르시는군요!”
“하지만 요나는 몇 해 전에 포도를 몇 송이 잃어버린 것 때문에 죽도록 매를 맞았고, 수확한 것을 좀 잃은 것을 주인이 그의 책임으로 돌려가지고, 빚 때문에 노예가 되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니까 놀라우리 만큼 풍성한 수확을 거둔 올해는 그에게 상을 주어야 했을텐데요.”
“아닙니다. 지난 몇 해 동안에는 땅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똑같이 풍성한 수확을 올리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심하게 매질을 했습니다.”
“아니, 그 사람은 맹수 같은 사람이군요!” 하고 마태오가 외친다.
“아니다, 그 사람은 감수성이 없는 사람이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자 젊은이들, 나는 당신들에게 축복을 주고 갑니다. 오늘 먹을 빵과 음식이 있습니까?”
“저희들은 이 빵이 있습니다.”고 말하면서 그 사람은 땅에 던져져 있는 자루에서 검은 둥근 빵 하나를 꺼내보인다.
“내 음식을 받으시오. 나는 이것밖에 없지만 오늘은 도라의 집에 가니…”
“선생님이 도라의 집에를요?”
“그렇소, 요나를 석방시키기 위해서요. 당신들은 그걸 몰랐습니까?”
“여기서는 아무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 선생님, 조심하십시오. 선생님은 마치 늑대굴에 들어가는 양 같으십니다.”
“그 사람은 내게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내 음식을 받으시오. 야고보야, 우리가 가진 것을 주어라. 너희들의 포도주까지도. 가엾은 친구들, 당신들도 좀 즐기시오. 이것은 영혼과 육신을 위한 것이요. 베드로야! 가자.”
“선생님, 곧 갑니다. 이 밭고랑을 끝마치는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피로로 인하여 얼굴이 시뻘개져서 예수께로 달려온다. 그는 벗어 놓았던 겉옷으로 몸을 닦는다. 그는 겉옷을 다시 입고 만족해서 웃는다.
네 사람은 한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선생님, 이리로 지나가실겁니까?”
“그렇습니다. 기다리시오. 요나에게 인사를 하시오.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러믄요. 밭은 오늘 저녁까지 갈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3분의 2이상이 끝났습니다. 아주 썩잘, 그리고 아주 빨리 했습니다! 선생님의 친구들 힘이 세군요! 하느님의 축복들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늘이 저희들에게는 유월절보다 훨씬 더 좋은 날입니다. 오!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복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모두에게! 모두에게!”
예수께서는 사과밭으로 곧장 가신다. 일행은 사과밭을 지나 도라의 밭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다른 농부들이 쟁기를 끌거나 밭고랑에서 뽑힌 잡초들을 치우느라고 몸을 굽히고 있다. 그러나 요나는 거기에 없다. 사람들은 예수를 알아보고, 일을 놓지 않은 채 인사를 한다.
“요나는 어디 있습니까?”
“두 시간 후에 밭고랑에 쓰러져서 집으로 옮겨졌습니다. 가엾은 요나, 그 사람은 고통을 당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정말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저희들은 그보다 더 나은 친구를 다시는 결코 얻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이 세상에서는 나를 가졌고, 아브라함의 품에서는 요나를 가질 것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산 사람들을 두 가지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즉 그들의 사랑과 그들이 하느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받는 사랑, 따라서 완전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이고! 즉시 요나에게 가십시오. 요나가 고통 중에 선생님을 뵙게 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축복을 하시고 가신다.
“그럼 이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도라에게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하고 제자들이 묻는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가겠다. 만일 그 사람이 비밀이 드러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요나와 다른 하인들을 못살게 굴 수도 있을 것이다.”
“자네 친구의 말이 옳구먼, 이 사람은 남의 노력의 결과를 이용하려는 비열한 사람이로구먼.” 하고 베드로가 시몬에게 말한다.
“라자로는 절대로 진실밖에는 말하지 않네. 그리고 그 사람은 남을 헐뜯는 사람이 아니야. 자네도 그 사람을 알게 될 터인데, 그 사람을 좋아할걸세.” 하고 시몬이 대답한다.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이 보인다. 지금은 가지를 친 과수원 가운데 있는 넓고 낮은 집이다. 그러나 잘 지은 집이다. 별장이지만 호화롭고 편리한 집이다. 베드로와 시몬이 알리기 위하여 앞으로 간다.
도라가 나온다. 욕심많은 늙은이다운 냉혹한 얼굴을 가진 늙은이이다. 빈정거리는 눈길이고, 검은 털보다는 오히려 흰 털이 더 많은 수염 속에서 거짓미소를 막연하게 지어보이는 뱀과 같은 입이다. “안녕하시오, 예수 선생” 하고 그는 친숙하면서도 분명히 깔보는 인사를 한다.
예수께서는 “평화”라는 말씀을 안하시고 “선생의 인사가 선생에게 돌려지기를 바랍니다.”
“들어오시오. 내 집이 선생을 환영합니다. 선생은 왕과 같이 어김이 없군요.”
“성실한 사람처럼 어김이 없습니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도라는 그것이 농담이기나 한 것처럼 웃는다.
예수께서는 돌아보시며 주인이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들어들 오너라, 내 제자들입니다.”
“들어오라고 하시오. … 아니 … 이 사람은 알패오의 아들 세리가 아닙니까?”
“이 사람은 그리스도의 제자 마태오입니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는데, 그 어조를 … 도라가 깨닫고, 처음보다도 더 쓴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도라는 내부가 정말 호화로운 그의 집의 부유함으로 “보잘 것 없는” 갈릴래아 선생을 압도하고 싶어한다. 내부는 호화롭지만 얼음같이 냉랭한 기운이 돈다. 하인들은 노예와 같다. 그들은 몸을 굽히고 다니며, 항상 벌받을까봐 무서워서 빨리 사라진다. 여기는 쌀쌀함과 미움이 지배하는 집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호화로운 것들을 보시고 재산과 친척관계를 상기시키는 것을 들으시고도 아무렇지도 않으시다. … 그러니까 도라는 선생님이 태연하신 것을 알아차리고, 과수원으로 데리고 간다. 그는 진귀한 나무들을 보이고, 하인들이 금쟁반과 금잔에 담아서 가져오는 과일들을 드린다. 예수께서는 그 과일들을 맛보시고, 맛이 좋다고 칭찬하신다. 시럽에 넣어서 보존한 과일들도 있고, 있는 그대로 보존된 훌륭한 복숭아들도 있고, 엄청나게 큰 배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가진 것은 온 팔레스티나에서 나 혼자뿐이요. 그리고 반도 전체에도 이런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은 페르시아에서 가져온 것이고, 그보다 더 먼 곳에서도 가져왔지요. 대상(隊商) 임금이 1달란트는 확실히 들었지요. 분봉왕들조차도 이런 과일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아마 카이사르도 못가졌을걸요. 나는 과일 숫자를 세어두고 씨를 모두 요구합니다. 배는 내 식탁에서만 먹을 수 있습니다. 누가 씨를 가져가는 것을 나는 원치 않기 때문이지요. 안나에게는 배를 좀 보내지만 씨가 번식력이 없어지게 하느라고 익혀서 보냅니다.”
“그래도 그것들은 하느님의 나무들이고, 모든 사람은 평등한데요.”
“평등이라구요? 아니! 내가 선생의 갈릴래아 출신 제자들과 … 평등하다구요?”
“영혼은 하느님에게서 오는데, 하느님께서는 영혼을 평등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성실한 바리사이파 사람 도라요! …” 그가 이 말을 할 때는 꼬리를 부채같이 펴는 칠면조와 같다.
예수께서는 파란 눈으로 그를 꿰뚫어 보시는데, 그 눈은 점점 더 빛난다. 이 것은 그분 안에서 연민이나 엄격이 넘쳐흐른다는 것을 알리는 표이다. 예수께서는 도라보다 키가 훨씬 커서 그를 내려다보시고, 넓고 술이 엄청나게 많이 달린 옷을 입고 있는 작고 등이 좀 굽고 주름투성이인 바리사이파 사람 곁에 그 진홍빛 옷을 입고 계시니 위풍당당하시다.
도라는 한동안 스스로 자기 몸을 찬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나서 외친다. “그러나 예수 선생, 순수한 바리사이파 사람인 도라에게 매춘부의 오빠인 라자로를 보내셨습니까? 라자로가 선생의 친구입니까? 그것은 안될 말입니다! 그의 여동생 마리아가 매춘부이기 때문에 그가 파문당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나는 오직 라자로와 올바른 그의 행실만을 알 뿐입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이 집의 죄악을 기억하고 있고, 그 오점이 친구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 집에 가지 마시오. 왜 선생은 바리사이파에 안들어오십니까? 만일 원하시면 … 나는 세력이 있으니 … 비록 선생인 갈릴래아 사람이긴 하지만 바리사이파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하겠습니다. 나는 최고법원에서 전권을 가지고 있어요. 안나는 이 내 겉옷 조각 모양으로 내 손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선생을 더 두려워 할 것입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선생을 사랑할 것입니다. 선생은 내가 선생의 소원을 들어서 요나를 주는 것으로 벌써 선생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시지요.”
“나는 그의 몸값을 치렀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선생이 어떻게 그만한 돈을 치를 수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라, 나를 위해 친구가 치른 것이요.”
“좋습니다. 좋아요. 조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내 말은 내가 선생을 사랑하고 선생을 기쁘게 해 주기를 원한다는 걸 선생도 아실거란 말입니다. 식사 후에 요나를 데려가시오. 선생이기에 내가 이런 희생을 하는 것입니다. ….” 그러면서 그는 그의 잔인한 웃음을 웃는다.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시고 점점 더 엄해져가는 시선으로 그를 꿰뚫어보신다. 그들은 식사를 기다리며 아직 과수원에 있다.
“하지만 선생도 나를 기쁘게 해야 합니다. 기쁨에는 기쁨을. 나는 선생에게 내 제일 훌륭한 하인을 주는 거요. 나는 이 때문에 짭짤한 수입을 포기합니다. 올해는 선생의 축복이 – 선생이 삼복더위가 시작할 때에 오셨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 그러니까 선생의 축복이 내 소유지를 유명하게 만든 수확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내 가축떼와 밭에 축복해 주시오. 그렇게 되면 내년에 나는 요나를 잃은 것을 애석해하지 않을 것이고 … 또 그 동안 훌륭하게 그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낼 것입니다. 와서 축복을 해 주시오. 내게 온 팔레스티나에서 유명하게 되고 모든 재산이 넘쳐흐르는 양의 우리와 곡식광을 가지게 해 주시오. 오시오.” 그러면서 금전욕에 사로잡혀 예수를 붙잡고 끌고 가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순순히 따라가지 않으시고 “요나는 어디 있습니까?” 하고 엄하게 물으신다.
“밭갈이하러 가 있습니다. 그는 마음 좋은 주인을 위해서 아직도 그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기 전에 올 것입니다. 그 동안 이리 와서 가축떼와 밭들과 과수원과 포도나무와 압착기에 축복을 해 주시오. 모두, 모두 … 오! 내년에는 얼마나 풍년이 들 것인가! 자 오시라니까.”
“요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예수께서 우뢰 같은 목소리로 물으신다.
“아니,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밭갈이를 지휘하고 있다니까요. 그는 하인 우두머리라 일은 하지 않고 지휘를 합니다.”
“거짓말장이!”
“거짓말장이라니, 내가요? 야훼를 두고 맹세합니다.”
“거짓 맹세하는 사람!”
“내가 , 내가 위증자라구요? 성실한 사람들 중에서 제일 성실한 사람인 내가요?”
“살인자!” 예수께서는 점점 더 큰소리로 말씀하셨고, 이 마지막 말씀은 정말 천둥과 같다.
제자들이 예수를 꼭 둘러싸고, 하인들은 벌벌 떨며 여러 문에 나타난다. 예수의 얼굴은 하도 엄해서 견딜 수가 없다. 눈에서는 인광(燐光)을 발하는 빛살이 발산되는 것 같다.
도라는 한 순간 겁에 질린다. 어두운 붉은 빛깔의 무거운 모직옷을 입으신 예수의 우뚝 솟은 몸 앞에서 그는 더 작아져서 한 뭉치의 고운 천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내 다시 자존심이 생겨서 그의 여우 같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친다. “내 집에서 명령하는건 나뿐이요. 이 천한 갈릴래아 사람, 나가시오.”
“금년과 오는 여러 해에 걸쳐서 당신의 밭과 가축과 포도나무들을 저주하고나서 나가겠소.”
“아니, 그건 안됩니다! 예, 맞습니다. 요나는 병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를 잘 받고 있어요. 선생의 저주를 거두시오.”
“요나는 어디 있소? 하인더러 나를 즉시 그에게 데려다 주라고 하시오. 내가 그의 몸값을 치렀고, 또 당신에게는 그 사람이 하나의 상품이고 기계이니까 나도 그 사람을 그렇게 보겠소. 그의 값을 치렀으니, 그를 내놓으시오.”
도라는 그의 품에서 금으로 만든 호각을 꺼내더니 세 번을 분다. 집과 밭에 있던 많은 하인이 사방에서 튀어나와서 달려 오는데, 어떻게나 몸을 굽히는지 꼭 기어오는 것같이 무서운 주인 곁에까지 온다. “요나를 데려다가 이분에게 드려라. 어디로 가십니까?”
예수께서는 대답조차 하시지 않고, 정원 저쪽에 있는 농부들의 집쪽으로, 가엾은 농부들의 음산한 집 쪽으로 급히 가는 하인들을 따라가신다. 그들은 요나의 누추한 집으로 들어간다.
요나는 해골같이 되었다. 그는 열에 시달려 반쯤 벗은 몸으로 갈대로 엮은 초라한 침대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누덕누덕 기운 옷 하나가 요노릇을 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겉옷이 이불노릇을 한다. 지난번에 본 젊은 여자가 힘자라는 데까지 그를 보살핀다.
“요나! 내 친구! 당신을 데리러 왔습니다!”
“아니? 주님께서! 저는 죽어갑니다. … 그렇지만 주님을 여기 모시니 행복합니다!”
“충실한 벗, 당신은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고, 여기서 죽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당신을 내 집으로 데려가겠어요.”
“자유의 몸? 왜요? 주님 집에? 아! 그렇지요! 주님께서는 제게 어머님을 뵙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예수께서는 온전히 사랑이 되시어 불행한 사람의 초라한 침대에 몸을 굽히고 계시니, 요나는 기쁨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베드로야, 너는 힘이 세니 요나를 쳐들어라. 그리고 너희들은 겉옷을 내놓아라. 이 침대가 요나와 같은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 딱딱하다.”
제자들은 재빨리 겉옷을 벗어서 접어서 겹쳐 가지고 펴놓는다. 그리고 몇 벌을 가지고는 베개를 만든다. 베드로가 뼈만 앙상한 짐을 내려놓으니 예수께서는 당신의 겉옷을 덮어 주신다.
“베드로야, 돈이 있느냐?”
“예, 40데나리온이 있습니다.”
“됐다, 가자. 요나, 기운을 내시오. 조금만 더 피로를 겪고 나면, 내 집에가서 마리아 곁에서 큰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
“마리아 … 그렇지요. … 오! 주님의 집!” 가엾은 요나는 기진맥진한 가운데 울고 있다. 그는 그저 울기만 한다.
“안녕히 계세요, 아주머니. 주께서 당신의 자비에 축복하실 것입니다.”
“주님, 안녕히 가십시오. 요나, 안녕히 가세요.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두분 다.” 젊은 여인은 운다 ….
그들이 문지방에 이르렀을 때 도라가 온다. 요나는 무서워하는 몸짓을 하며 얼굴을 가린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재판관보다도 더 엄한 모습으로 요나의 곁에 서서 나오신다. 비참한 행렬이 촌스러운 마당으로 나와 과수원 길로 접어든다.
“그 침대는 내 것이요. 나는 하인을 팔았지 침대는 팔지 않았소.”
아무 말씀도 없이 예수께서는 그의 발 앞에 돈주머니를 던지신다. 도라는 그것을 주워 돈을 꺼낸다. “40데나리온에 5 드라크마. 몇 푼 안되는군!”
예수께서는 탐욕스럽고 불쾌한 감시인을 아래위로 훑어보신다. 글로 표현할 수가 없는 광경이다. 예수께서는 아무 대답도 안하신다.
“적어도 당신의 저주를 거둔다는 말은 해 주시오!”
예수께서는 다시 한번 그를 무섭게 노려보시면서 짧은 대꾸를 하신다. “시나이산의 하느님께 당신을 맡겨 드리오.” 그러시고는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조심스럽게 들고 나오는 촌스러운 가마 곁에서 몸을 꼿꼿이 세우고 나오신다.
도라는 모든 것이 소용없고 선고가 확정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부르짖는다. “예수, 어디 두고 봅시다! 오! 당신을 내 손아귀에 넣고 말거요! 나는 당신과 사생결단을 하는 싸움을 할거요. 그 겉껍데기만 남은 사람을 가져가시오. 그 사람이 내게는 소용이 없소. 그러면 나는 장례비를 절약하게 될거요. 가시오, 가. 저주받은 사탄! 그러나 나는 온 최고법원이 당신을 반대하게 할거요. 사탄! 사탄!”
예수께서는 들은 척을 안하신다. 제자들은 비탄에 잠겨 있다. 예수께서는 요나만을 돌보신다. 예수께서는 가장 덜 울퉁불퉁한 오솔길, 가장 상태가 좋은 오솔길을 찾으시고 마침내 일행은 죠가나의 밭 근처에 있는 네거리에까지 이른다. 농부 네 사람은 떠나는 그들의 친구에게 인사를 하려고 달려오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축복하신다.
그러나 에스드렐론에서 나자렛까지는 길이 멀고, 또 그들은 그 비참한 짐을 가지고 매우 빨리 갈 수가 없다. 큰 길에는 마차 하나, 손수레 하나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일행은 말없이 나아간다. 요나는 자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손은 예수의 손을 놓지 않는다.
저녁 무렵에 로마 군대마차 한 대가 그들을 쫓아와 따라잡았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부탁합니다. 멈추시오.” 하고 예수께서 손을 들고 말씀하신다.
두 병사가 마차를 멈춘다. 비가 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내렸던 마차의 포장 밑으로 지나치게 치장을 한 계급을 지난 병사가 머리를 내밀고 “무슨 일이요?” 하고 묻는다.
“내 친구가 죽어갑니다. 그를 위해서 마차에 자리를 하나 부탁합니다.”
“그래서는 안되는거지만 … 올라오시오. 우리도 인정없는 사람들은 아니오.” 들것을 올린다.
“당신 친구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나자렛의 선생 예수요.”
“선생이? 오! …” 계급을 지닌 병사는 호기심을 가지고 예수를 바라본다.
“선생님이시면 …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올라타시오. 사람들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됩니다. … 이것은 수칙(守則)입니다. … 그러나 수칙 위에 인정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선생님은 점잖은 분이십니다. 나도 압니다. 뭐! 우리 병사들은 무엇이든지 다 압니다. … 어떻게 아느냐구요? 돌들까지도 좋게 또는 나쁘게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카이사르를 섬기기 위해 그 말들을 듣는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전에 폭동을 선동하고 반란을 일으켰던 다른 사람들처럼 거짓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선생님은 점잖으십니다. 로마도 그걸 알고 있어요. 이 사람은 … 병이 대단하군요.”
“그렇게 때문에 내 어머니께로 데려가는 겁니다.”
“흠! 어머님은 오래 간호하실 필요가 없겠는걸요! 포도주를 좀 먹이세요. 이 수통 속에 좀 있습니다. 아귈라, 너는 말에 채찍질을 해라. 그리고 귄투즈 너는 꿀과 버터의 할당량을 다오. 이것은 내 몫이지만 이 사람에게 이로울 것입니다. 이 사람이 기침을 많이 하는데, 꿀이 기침이 좋지요.”
“당신은 친절하군요.”
“아닙니다. 많은 사람보다 덜 나쁜 것입니다. 나는 선생님을 모신 것이 기쁩니다. 이탈리아 군단의 뿌블리우스 귄띨리아누스를 기억해 주십시오. 나는 가이사리아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돌레마이다로 가는 길입니다. 명령된 서찰입니다.”
“당신은 내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군요.”
“내가요? 악인들의 적은 되지만, 결코 착한 사람들의 적은 안됩니다. 그리고 나도 착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거 보십시오. 우리들 군인에게는 어떤 교의(敎義)를 가르치십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교의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정의와 정직과 절제와 연민입니다. 자기의 직무를 남용하는 일 없이 다하는 것입니다. 군대의 직무의 엄격한 필요 속에서도 인간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리를 알려고, 즉 오직 한분뿐이시고 영원하신 하느님을 알려고 힘쓰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지식이 없으면 어떤 행위도 은총을 받지 못하고, 따라서 영원한 상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죽으면 내가 행한 선행이 어떻게 됩니까?”
“참하느님께로 오는 사람은 저 세상에서 그 선행을 도로 찾습니다.”
“내가 두번째 태어난단 말입니까? 내가 군단사령관이나 황제까지도 된단 말입니까?”
“아니요, 당신은 하늘에서 하느님의 영원한 지복(至福)에 결합해서 그분과 비슷하게 될 것입니다.”
“뭐라구요? 내가 올림퍼스산에 가서 신들 사이에 있게 된단 말입니까?”
“신이 여럿이 있지 않고 참하느님 한 분밖에 안계십니다. 내가 전하는 하느님이시지요. 당신의 말을 들으시고, 당신의 친절과 선을 알고자 하는 당신의 소원을 알아차리시는 그 하느님이십니다.”
“그 말이 내 마음에 듭니다. 나는 신이 보잘 것 없는 이교도 병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었습니다.”
“뿌블리우스, 당신을 창조하신 것은 그분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시고, 당신을 곁에 두기를 원하십니다.”
“그야 … 그러지 말란 법도 없지요. 그렇지만 … 아무도 하느님에 대해서 말해 주는 일이 없습니다. … 한번도 ….”
“내가 가이사리아에 갈 터이니까 내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렇구 말구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러 가겠습니다. 나자렛에 다 왔습니다. 더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누가 보면 ….”
“내려가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친절에 대해서 당신에게 축복을 하겠소.”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병사들, 주께서 당신들에게 당신을 나타내 보이시기를 바랍니다. 잘들 가시오.”
일행은 내려서 다시 걷는다.
“이제 얼마 안가서 쉬게 될 것입니다, 요나.” 하고 예수께서 그의 용기를 돋우어 주시려고 말씀하신다.
요나는 미소를 짓는다. 그는 저녁나절 시간이 점점 지나가고 도라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됨에 따라 점점 더 침착해진다.
요한과 그의 형은 마리아께 알리려고 먼저 뛰어간다. 작은 행렬이 해질 무렵이 되어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는 나자렛에 이르렀을 때 마리아는 벌써 문지방에 나와 아들을 기다리고 계시다.
“어머니, 요나가 왔습니다. 요나는 그의 천국을 맛보기 시작하기 위해서 친절하신 어머니한테 피난하려고 합니다. 요나, 기뻐요?”
“기쁩니다! 기뻐요!” 하고 기진맥진한 사람이 탈혼 상태에서 그러는 것처럼 속삭인다.
요나는 요셉이 세상을 떠난 작은 방으로 옮겨진다. “당신은 지금 내 아버지의 침대에 있는 것입니다. 여기 어머니가 계시고, 여기는 내가 있어요. 알겠어요? 나자렛이 베들레헴이 되었어요. 이제는 당신이 아기 예수가 되어서 당신을 매우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있고, 이 사람들은 당신을 충실한 종으로 공경하는 사람들입니다. 천사들을 당신을 보지 못하지만, 그들은 빛을 발하는 날개를 쳐서 당신 위로 날아 다니면서 탄생의 시편 말씀을 노래합니다 ….”
예수께서는 가엾은 요나에게 당신의 친절을 베풀어 주시는데, 요나는 시시각각으로 약해져간다. 그는 여기서 죽으려고 이 순간까지 지탱한 것 같다. … 그러나 그는 대단히 행복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예수의 손과 마리아의 손에 입맞춤하려고 애쓰고, 말을 하려고, 말을 하려고 애를 쓴다. … 그러나 기진맥진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마리아는 어머니처럼 그를 위로해 주신다. 그러니까 요나는 그 앙상한 얼굴에 지극히 행복한 미소를 띠면서 “예 … 예” 하고 되풀이한다.
정원 문께에서 제자들은 깊이 감격하여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오랜 소원을 들어 주셨습니다. 당신의 긴 밤의 별이 당신의 영원한 아침의 별이 되었습니다. 그 이름을 알지요.”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예수님, 주님의 이름! 오! 예수님! 천사들이 … 누가 내게 천사의 찬가를 노래하는건가요? 제 영혼이 그걸 듣습니다. … 그렇지만 제 귀도 그걸 듣고 싶어합니다. 저를 행복하게 잠들게 하기 위해 누가? … 너무 졸립니다! 저는 정말 많이 참아 견디었습니다! 눈물을 많이 흘리고 …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 도라 … 그를 용서합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싫은데,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그것은 죽어가는 제 곁에서 사탄의 목소리같이 들려옵니다. 누가 천장에서 오는 말로 이 목소리를 들리지 않게 해 줄까요?”
그러니까 마리아는 당신이 부르시는 자장가와 같은 곡조로 조용히 노래하신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사람들에게 평화.”
마리아는 요나가 그 노래를 들으면서 침착해지는 것을 보시고 두세 번을 되풀이하신다.
“도라는 이제 말하지 않습니다.” 하고 얼마 후에 요나가 말한다.
“천사들만이 … 아기가 있었습니다. … 구유에 … 소와 나귀 사이에 … 그런데 아기가 메시아였습니다. … 나는 아기에게 경배했습니다. … 그리고 아기와 함께 요셉과 마리아가 있었습니다. ….” 목소리가 짧게 갈그랑거리는 소리가 되어 사라지고 뒤이어 침묵이 흐른다.
“하늘에는 착한 뜻을 가진 사람에게 평화! 요나가 세상을 떠났다. 그를 우리의 보잘 것 없는 무덤에 묻어주자. 이 사람은 내 아버지인 의인 곁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을 기다릴 자격이 있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누가 알렸는지 알패오의 마리아가 오는 동안 모든 환상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