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은 집 뒤쪽에 있는 요셉의 큰 작업장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중이다. 작업대는 식탁 노릇을 하며 필요한 모든 것이 그 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작업장이 공동침실로 쓰인다는 것도 알겠다. 목수의 다른 두 탁자 위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어 간이침대로 변하며, 벽에 기대서 작은 낮은 침대(널빤지로 사립짝처럼 만들어서 돗자리를 깐 것)들이 놓여 있다. 사도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도 하고 선생님과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정말 리반산에 가시는 것입니까?” 하고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나는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그것을 두 번이나 약속하였다. 목자들에게와 쿠자의 요안나의 유모에게 약속하였다. 나는 내가 말한 닷새 동안을 기다렸고, 또 신중을 기하느라고 오늘 하루를 더 보탰다. 그러나 이제는 가겠다. 달이 뜨는 대로 떠나자. 베싸이다까지 배를 이용한다 해도 길이 멀 것이다. 그러나 나는 베냐민과 다니엘에게도 인사를 해서 내 마음에 그 기쁨을 주고 싶다. 목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너도 알지. 오! 그들은 우리가 가서 경의를 표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하느님도 자신도 당신 종들 중의 하나를 명예롭게 하시는 것으로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당신의 공평(公平)하심을 보이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더위에! 하시는 일을 조심하십시오. 이것은 선생님을 위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밤에는 벌써 숨이 덜 막힌다. 태양이 아직 사자자리에 있지만 얼마 안 갈 것이고 소나기로 더위가 좀 식는다. 그리고 되풀이한다마는, 나는 아무도 가자고 강요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서, 또 내 주위에는 모든 거이 자발적이다. 만일 너희들이 볼일이 있거나 피로를 느끼거든 가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하자.”
“예, 선생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저는 가족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수확기가 되었는데, 어머니가 친구들을 보러 오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 따지고 보면 저는 가장이거든요. 제 가족의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베드로가 투덜댄다. “아버지 다음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제일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으니 다행이로군.”
유다는 못들어서 그러는 것인지 듣고자 하지 않아서 그러는 것인지 베드로가 투덜대는 것을 들은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하기는 예수께서 눈짓으로 베드로를 제지하시고, 베드로 곁에 앉아 있는 제베대오의 야고보는 입을 다물게 하려고 그의 옷을 잡아당긴다.
“유다야, 가거라. 오히려 가야 한다. 어머니에게 순종하는 것을 소홀히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선생님이 허락하신다면 곧 떠나겠습니다. 아직 숙박할 곳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늦지 않게 나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친구들, 잘들 있게.”
“평화의 친구가 되어라. 그리고 항상 하느님을 모실 수 있도록 행동하여라. 잘 가거라.”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무더기로 인사한다.
사람들은 그가 떠나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베드로는 아마 유다가 후회할까봐 염려해서 그러는지 그의 배낭의 끈을 졸라매고 엇비슷이 어깨에 메는 것을 도와주기…까지 한다. 그는 정원 쪽으로 나 있는 다른 문처럼 벌써 열려 있는 작업장의 문까지 유다를 배웅한다. 작업장의 문들은 틀림없이 못비 더운 하루를 지나서 숨막힐 듯하게 된 방을 환기시키려고 열어 놓았을 것이다. 베드로는 유다가 떠나는 것을 보려고 출입문에 서 있다가 그가 정말로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 그에게 명랑하게 얼굴을 찡긋하고 빈정거리는 작별인사를 보내고는 손을 비비면서 돌아온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그러나 이미 모든 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를 본 어떤 제자가 몰래 웃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사촌 야고보를 지켜 보고 계시기 때문에 거기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신다. 야고보는 올리브는 그대로 둔 채 얼굴이 새빨개지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예수께서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신다.
“선생님은 ‘어머니께 대한 순종을 소홀히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들은 그럼?”
“가책을 느끼지 말아라.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 육체에 의한 사람, 육체에 의한 아들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말이다. 그러나 누가 다른 본성과 다른 부성(父性)을 얻었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 더 고상한 이 부성은 그것이 명령하고 바라는 것대로 따라야 한다. 유다는 너보다, 또 마태오보다도 먼저 왔다. … 그러나 그는 아직 도착이 늦어졌다. 그는 인격을 길러야 하는데, 아주 느리게 할 것이다. 그에게 대하여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비위를 거스르는 사람을 참아견디는 것을 가치가 없지 않은 덕행이다. 그 덕행을 닦아라.”
“그러겠습니다. 선생님… 그러나 그 사람이 그런 것을… 그런 것을 보게 되면… 됐다, 베드로야, 입다물어라, 선생님은 썩 잘 이해하시니까… 저는 바람으로 너무 팽팽하게 된 돛같이 생각됩니다. … 저는 미는 힘 때문에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고, 제 안에서는 언제난 무엇이 부서지는 것이 있습니다. … 그러나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아니 뱃사람으로서는 선생님이 도무지 유능하지 못하시니까 오히려 모르시겠지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만일 돛을 너무 팽팽히 당겨서 잡아맨 줄이 모두 끊어지면, 정말이지 경험이 없는 뱃사람은 하도 세게 뺨을 얻어맞아서 정신이 멍해집니다. … 그렇습니다. 저도 이런 것을 느낍니다. … 저도 잡아맨 모든 끈이 끊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는 그 사람이 가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바람이 없으니까 돛이 조용해지고, 그래서 붙잡아맨 끈들을 늦지 않게 강화하게 됩니다.”
예수께서 빙그레 웃으시고 올바르고 성질이 괄괄한 베드로에 대하여 대단히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거리에서 편자를 박은 말발굽의 요란한 소리와 어린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깁니다! 여기예요! 멈추세요.” 그리고 예수와 제자들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바깥문 어귀에 땀이 번들번들하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말의 시꺼먼 형태가 나타나고, 타고 있던 사람이 내리더니 쏜살같이 안으로 달려와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리며 경건하게 발에 입맞춤한다.
“누구십니까? 무슨 일입니까?”
“저는 요나타올시다.”
요셉의 외침이 그에게 응답한다. 요셉은 큰 작업대 뒤에 앉아 있었는데, 요나타가 벼락같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였었기 때문이었다.
“요나타 아저씨, 요나타 아저씨로군요!…”
“그래. 나는 경배를 받으신 주님을 경배하는 것이다! 바라기를 30년 동안, 아이고!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그 세월이 이제는 고독한 용설란꽃 모양으로 활짝 피었습니다. 그리고 복된 황활로 단번에 더 활짝 피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꽃보다도 훨씬 더 행복하게요! 아이고! 나의 구세주!”
여자들과 어린이들과 몇몇 남자도 입구에 몰려와서 방안에까지 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선량한 사라의 알패오가 아직 손에 빵조각과 치즈를 든 채 서 있다.
“요나타, 일어나시오, 내가 당신을 찾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베냐민과 다니엘도 보려고…”
“저도 압니다…”
“당신 동료들에게 한 것같이 입맞춤하게 일어나시오.” 예수께서는 그를 억지로 일으키시고 입맞춤하신다.
“저도 압니다.” 하고 건장하고 건강하고 옷을 잘 입은 노인이 되풀이해서 말한다. “저도 압니다. 그 여자 생각이 옳았습니다. 그것은 죽어가는 사람의 헛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아이고! 주 하느님! 주님이 부르실 때는 영혼이 정말 잘 보고 듣는군요!” 요나타는 감격해 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침착해진다. 경배하면서도 부지런히 대뜸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우리의 메시아이신 예수님, 저는 주님을 모시고 가려고 왔습니다. 저는 에스텔과 이야기를 했는데, 에스텔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아니 그 전에, 그 전에 요안나가 주님께 말씀을 했었는데, 요안나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아이고! 행복한 사람을 비웃지 마시오. ‘가겠다’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기까지는 행복하면서도 몹시 불안해 하는 내 말을 듣는 여러분은 나를 비웃지 마시오. 주님은 제가 죽어가는 여주인을 모시고 여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시지요. 기막힌 여행이었습니다! 티베리아에서 베싸이다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배를 버린 다음 마차를 이용했는데, 최선을 다해서 장비했습니다만, 그것은 하나의 고문이었습니다. 밤 동안에 천천히 갔습니다. 그러나 여주인은 괴로와했습니다.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에서는 피를 토하면서 죽을 뻔했습니다. 저희들은 거기서 길을 멈추었습니다. … 일주일 전 사흘째 되던 날, 여주인이 저를 불렀습니다. 어떻게나 창백하고 기진맥진했는지 벌써 죽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불렀더니 죽어가는 영양과 같은 다정스러운 눈을 뜨고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여주인은 목소리가 아주 가늘었기 때문에 그 차디찬 손으로 저더러 몸을 기울이라는 표를 하고 말했습니다. ‘요나타, 나를 집으로 도로 데려다 주게. 지금 즉시 말이야’ 하고 말입니다. 평소에는 얌전한 어린 아이보다도 더 온순한 여주인이 제게 명령을 할 때 얼마나 힘을 썼는지 뺨에 핏기가 오르고 눈이 반짝 빛나기까지 했습니다. 여주인은 계속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꿈에 내 집을 보았네. 안에 어떤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의 얼굴이 별과 같았어. 그 분은 키가 크고 금발이고, 하늘색 눈에 목소리는 하프 소리보다도 더 부드러웠어. 그 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어. “나는 생명이다. 오너라, 들어오너라, 나는 네게 생명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다.” 하고. 그래서 나는 가려고 하네.’ 저는 여주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주인님! 그렇게는 못하십니다! 지금 몸이 편치 않으신데! 좀 나으시면 생각해 보십시다’하고요. 저는 그것이 죽어가는 사람의 헛소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여주인은 울었습니다. 그리고는…___아이고! 제가 여주인을 모신지가 6년이 되는데, 그 6년동안에 그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예, 여주인은 움직이지도 못하던 사람이 일어나 앉기까지 하고는 성이 나 있었습니다..___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인, 명령일세. 나는 자네 주인이네, 복종하게!’ 하고요. 그리고는 피투성이가 되어서 뒤로 쓰러졌습니다. 저는 여주인이 죽는 줄 알았습니다. … 그래서 말했습니다. ‘여주인을 기쁘게 해드리자. 죽어도 좋다!… 항상 여주인을 만족하게 하려고 하고 나서 마지막에 와서 불만을 품게 했다는 가책은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 하고요. 기막힌 여행이었습니다! 여주인은 오전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의 사이에만 좀 쉬었습니다. 저는 더 빨리 가려고 말들을 녹초가 되게 했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아침 아홉시에 티베리아에 도착했습니다. … 그리고 에스텔이 제게 말을 했습니다. … 그 때에야 저는 주님이 제 여주인을 부르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가 주님이 에스텔에게 기적을 약속하신 시간과 날짜였고, 제 여주인의 영에 주님이 나타나신 시간과 날짜였으니까요. 여주인은 오후 세 시에 즉시 다시 떠나려고 했고, 자기를 앞질러 가라고 저를 보냈습니다. … 아이고! 내 구세주, 오십시오!”
“즉시 가겠습니다. 믿음은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나를 갈망하는 사람은 나를 차지하게 됩니다. 갑시다.”
“좀 기다리십시오. 저는 어떤 젊은이에게 돈주머니를 던져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이 없으면 나귀를 자네 맘대로 세마리든지 다섯마리든지 구해 가지고 빨리 예수님 집으로 오게’ 하고요. 나귀들이 곧 올것입니다. 그러면 저희가 더 빨리 가게 될 것입니다. 가나 근처에서 여주인을 만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일 적어도… .”
“요나타, 무슨 말입니까?”
“적어도 아직 살아 있으면 말입니다… .”
“분명히 살이 있습니다. 그러나 죽었다 하더라도 나는 생명입니다. 내 어머니가 저기 오십니다.”
과연 동정녀는 아마 누군가가 알려 드린 모양이어서 뛰어 오고 계시다. 그 뒤에는 알패오의 마리아가 따라온다. “얘야, 떠나는거냐?”
“예, 어머니, 요나타와 같이 갑니다. 요나타기 왔습니다. 저는 요나타를 어머니께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하루를 더 기다린 것입니다.”
요나타는 우선 파을 가슴에 십자로 포개고 몸을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 이제는 무릎을 꿇고 마리아의 옷자락을 겨우 약간 쳐들고 끝에 입맞춤하면서 말한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 문안드립니다!”
사라의 알패오는 구경꾼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 어때? 우리들만이 믿음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
거리에서 수많은 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나귀들이다. 나자렛의 나귀가 전부 온 것 같은데, 어떻게나 많은지 기병중대 하나를 만들기에도 넉넉할 것 같다. 요나타는 제일 훌륭한 놈들을 골라서 흥정을 하고, 인색하게 굴지 않고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도중에 어떤 나귀가 편자가 빠져 나갈까봐 염려해서, 그리고 이 요란스러운 나귀떼를 모두 다시 데려올 수 있게 하려고 다른 나귀들과 나자렛 사람 두 명을 고용한다. 이동안 두 분 마리아는 보따리와 배낭 묶는 것을 돕는다.
알패오의 마리가 아들들에게 말한다. “너희들 침대를 그대로 놔두고 어루만지겠다. … 그러면 너희들을 어루만지는 것 같을거다. 얘들아, 착하게 지내고 예수를 모실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라. … 그러면 나는… 나는 행복하겠다. …” 그러는 동안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리아는 마리아대로 당신 아들 예수를 돕고 어루만지며 수많은 당부를 하고, 또 예수께서 리반산의 목자들을 찾아보고야 돌아오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정스러운 안부를 전하라고 하신다.
일행이 떠난다. 어둠이 내리깔리고 그때 상현달이 뜬다. 앞에 예수와 요나타가 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뒤에 온다. 시내에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보통걸음으로 간다. 그러나 시내을 벗어나자마자 속보(速步)로 달린다. 발굽 소리와 방울 소리를 울리는 한 떼를 이룬다.
“여주인은 에스텔과 함께 마차 안에 있습니다.”하고 요나타가 설명한다. “아이고! 주인님! 주인님을 기쁘게 해 드리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을 모셔다 드리다니! 아리고, 주님! 주님을 제 곁에 모시다니요! 주님을 차지하다니! 여주인이 본 것과 같이 주님의 얼굴은 별빛같이 빛나고, 하늘빛 눈에 금발이시고, 주님의 목소리는 꼭 하프 소리 같습니다. … 오! 그렇지만 주님의 어머님은! 언젠가 어머님을 제 여주인에게 모시고 오시겠습니까?”
“당신의 여주인이 어머니께 올 것입니다. 두 분이 친구가 될 것입니다.”
“예? 아이고! … 예, 제 여주인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요안나는 아내이고 어머니도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동정녀같이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안나는 복되신 마리아 곁에 있을 수가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요한의 발랄한 웃음소리를 들으시고 돌아다보신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따라 웃고 있다.
“선생님, 저 때문에 모두 웃는 것입니다. 저는 배에서는 고양이보다도 더 편하게 있습니다. … 그렇지만 이놈을 타고 있자니! 꼭 서남풍에 앞뒤로 흔들리는 배의 갑판을 맘대로 굴러 다니는 통과 같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고 오래지 않아 속보가 끝날 것이라고 약속하시며 그를 격려하신다.
“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웃어도 나쁠 것 없습니다. 자, 저 선량한 여자를 기쁘게 해주러 가세.”
예수께서는 또 다시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신다. 베드로가 외친다. “아니, 이건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왜 말씀 못드리겠어요.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의 위대하신 대신은 한 부인 앞에서 뽐낼 기회를 놓친 것을 알면 제 손톱을 깨물거야’하고 말입니다. 이 사람들은 웃지만, 그건 사실입니다. 만일 그 사람이 이걸 상상할 수 있었더라면 아버지의 포도밭 돌보는 일을 잊어버렸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예수께서는 대꾸를 안하신다.
영양이 좋은 그 나귀들을 타고 가니 길을 빨리 갈 수 있다. 달빛 아래 가나를 지나갔다.
“주님이 허락하시면 제가 앞서 가겠습니다. 마차를 멈추게 하겠습니다. 마차가 흔들리는 바람에 병자가 몹시 고통을 당합니다.”
“가시오.”
요나타는 말을 전속력으로 달리게 한다.
달빛 아래 또 꽤 먼 거리를 달려 가니, 길가에 멈추어 서 있는 지붕있는 큰 마차의 꺼먼 형체가 나타난다. 예수께서 나귀를 자극하시니 나귀는 보통 구보(驅步)로 달린다. 예수께서는 마차곁에 이르러서 나귀에서 내리신다.
“메시아님이십니다.” 하고 요나타가 알린다.
늙은 유모는 마차에 곤두박질해서 길로 내려오고, 길에서 먼저 속으로 뛰어 들어온다. “아이고! 요안나를 살려 주십시오! 지금 죽어갑니다.”
“내가 왔소.” 그러면서 예수께서 마차로 올라가신다. 거기에는 방석을 잔뜩 깔아놓고 그 위에 허약한 육체를 뉘어 놓았다. 한구석에는 등불과 컵들과 항아리들이 있고, 곁에는 젊은 하녀가 울면서 죽어가는 사람의 식은 땀을 닦아 주고 있다. 요나타는 마차의 등불 하나를 가지고 달려 온다.
예수께서는 정말 다 죽어가면서 척 늘어진 여자에게로 몸을 기울이신다. 그 여자의 아마포로 지은 옷의 흰 빛깔과 야윈 손과 얼굴의 약간 파란 기운이 도는 창백한 빛깔 사이에는 구별이 없다. 다만 숱이 많은 눈썹과 새까만 긴 속눈썹만이 백설같인 흰 그 얼굴에 색채를 좀 준다. 그 여자는 폐병 환자들읜 불길한 징조인 핼쓱한 뺨에 나타나는 붉은 빛조차 없어졌다. 그저 어렴풋한 보라빛도는 분홍빛이 보이는데, 그것은 호흡이 곤란하기 때문에 반쯤 벌어진 입술이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 곁에 무릎을 꿇고 살펴보신다. 유모가 그 여자의 한 손을 잡고 부른다. 그러나 벌써 영원의 문턱에 가 있는 영혼은 아무 의식도 없다.
제자들과 나자렛의 두 젊은이가 도착하여 마차를 둘러싼다.
예수께서 죽어가는 여자의 이마에 손을 얹으시니, 그 여자는 안개낀 것 같고 분명치 않은 눈을 잠깐 동안 떴다가 다시 감는다.
“의식을 잃었습니다.”하고 유모가 탄식한다. 그리고 더 크게 운다.
예수께서는 손짓을 하신다. “할머니, 요안나가 듣습니다. 신뢰를 가지세요.” 그리고나서 부르신다. “요안나! 요안나! 나요! 내가 요안나를 부르오. 나는 생명이오. 요안나, 나를 보시오.”
더 생기있는 눈길로 죽어가던 여자가 커다란 까만 눈을 뜨고 자기 위에 숙이고 있는 얼굴을 쳐다본다. 그 여자는 기쁨을 나타내는 몸짓을 하고 방긋 웃는다. 그 여자는 가만히 입술을 벌리고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들을 수 있게 말을 하지는 못한다.
“그렇소, 나요. 요안나가 왔고, 나는 또 요안나를 구하려고 왔소. 나를 믿을 수 있소?”
죽어가던 여자는 머리로 표시를 한다. 그 여자의 온 생명력은 그의 눈길에 모였다.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것을 그 눈길이 말한다.
예수께서는 무릎을 꿇고 한 손은 그 여자의 이마에 얹으신 채로 몸을 일으키시며 기적을 행하실 때에 취하시는 태도를 취하시면 말씀하신다. “그러면! 명령이오. 나아서 일어나시오.” 예수께서는 손을 떼시고 일어나신다.
잠깐 동안이 지나고 난 다음 쿠자의 요안나는 아무런 도움도 없이 앉아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예수의 발 아래 엎디어 기뻐서 큰 소리로 외친다. “오! 내 생명, 주님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저는 주님의 것! 영원히 주님의 것입니다! 유모! 요나타! 나 나았어요! 아이고! 빨리! 달려가서 쿠자에게 알려요. 와서 주님께 경배하라고 해요! 오! 제게 축복하십시오, 또, 또, 또! 오! 나의 구세주.” 그 여자는 예수의 옷과 손에 입맞춤하면서 울고 웃고 한다.
“그래, 강복합니다. 다른것 무엇을 또 원하시오?”
“주님,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주님이 저를 사랑해 주시고 제가 주님을 사랑하게 허락하시는 것만을 원합니다.”
“그리고 아기는 바라지 않겠소?”
“아이고! 아기!… 그렇지만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저를 온전히 주님께 맡겨 드립니다. 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저는 주님의 덕택으로 받았으니, 모든 것을 주님께 바칩니다. 주님은 주님이 가장 좋은 것인 줄을 아시는 것을 주님의 여종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행복하게 사시오. 하느님께서 요안나를 사랑하십니다. 나는 갑니다. 요안나를 축복하고 여러분에게도 축복합니다.”
“아니올시다, 주님. 제 집에 들르십시오. 지금은 오! 지금은 제 집이 정말 만발한 장미밭입니다. 주님을 모시고 제 집으로 돌아가게 허락해 주십시오. … 아이고!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나는 가겠소. 그러나 내 제자들을 데리고 있소.”
“주님, 형제들입니다. 요안나는 주님께와 마찬가지로 제자분들에게도 음식과 필요한 모든 것을 주겠습니다. 저를 기쁘게 해 주십시오!”
“가자. 나귀들을 돌려보내고 걸어서 따라오너라. 이제는 갈 길이 얼마 되지 않는다. 너희들이 따라올 수 있게 우리가 천천히 가마. 이즈마엘과 아세르, 잘 가게. 내 대신 어머니께 또 인사드리게. 그리고 내 친구들에게도.”
두 나자렛의 젊은이는 깜짝 놀라서 요란스러운 나귀떼를 데리고 떠나고 그동안 마차는 이제는 신나는 승객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뒤에는 제자들이 떼지어 따라오며 일어나 일에 대해 이런 말 저런 말을 한다.

-이로써 모든 것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