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야! 예수야! 어디 있느냐? 내 말이 아직 들리느냐? 마음 속에 그렇게도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나서 지금 거룩하고 축복받은 네 이름을 외치는 가엾은 네 어미의 말이 들리느냐? 내 사랑이었던 거룩한 네 이름, 네 이름을 부르면서 꿀맛을 보던 내 입술의 사랑, 지금은 그와 반대로 네 이름을 부르면서 네 입술에 남아 있는 쓴맛을, 끔찍한 음료의 쓴맛을 마시는 것 같은 내 입술의 사랑이었던 네 거룩한 이름… 네가 야생 박하꽃의 꽃받침에라도 올라앉을 수 있었을 정도로 그렇게도 몹시 작고 작은 몸으로 하늘에서 내게로 내려왔을 때 네게 피를 옮겨 부어주고 너를 받아들이고 피로 너를 꾸미기 위해서 내 심장이 확장되었던 것과 같이, 그 이름을 부를 때에는 기쁨으로 부풀던 내 마음의 사랑이었던 네 이름.
  그렇게도 위대하고 그렇게도 능력있는 네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하나의 사람의 씨 안에 없어졌었지. 네 어미의 애무, 억지로 떼어내어 너를 죽게 하기까지 고문한 사형집행인들의 팔 안으로 던져진 지금은 내 마음의 고통인 네 이름, 그렇게도 오랜 시간 동안 가두어두어야 했고, 네 고통이 더해짐에 따라 그 부르짖음도 더해져서 마치 거인의 발에 짓밟힌 물건처럼 내 마음을 쓰러뜨리기까지 한 이 이름으로 인해서 내 심장은 부서졌다. 오! 그렇고 말고, 내 고통은 엄청나게 커서 나를 으스러뜨리고 부수며, 이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에게 네 이름을 말하랴? 내 외침에 응답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네 무덤을 막고 있는 바위를 쪼갤 정도로 아우성을 쳐도 너는 죽었으니까 듣지 못하겠지. 이제는 어미의 말이 들리지 않느냐? 오 내 아들아, 이 34년 동안 얼마나 많이 너를 불렀더냐! 내가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내 어린 것이 ‘예수!’ 라고 불리게 되리라는 것을 내가 안 그 순간부터. 네가 아직 나지 않았을 때 네가 자라고 있는 내 배를 어루만지면서 ‘예수야!’ 하고 가만히 너를 부르곤 했다. 그러면 너는 ‘엄마!’ 하고 말하려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는 네게 벌써 목소리를 주었고, 벌써 네 목소리를 꿈꾸곤 했다. 나는 그 목소리가 있기 전에 듣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난 추운 밤에 떨리며 갓난 양새끼의 목소리같이 가는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크나큰 기쁨을 맛보았다…그리고 그것이 춥고 몸이 불편하고 구세주로서의 첫 번째 눈물을 흘리는 내 아이의 눈물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게는 불도 없고 요람도 없었으며, 예수, 너 대신 내가 고통을 당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크나큰 고통을 겪은 것으로도 생각하였다. 불과 베개로서는 내 품밖에 없었고, 내 거룩한 아들 너를 경배하는 데에는 내 사랑밖에 가진 것이 없었다.
  나는 고통의 심연을 겪은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그 고통의 시초였고, 심연의 가장자리였다. 지금은 고통의 절정이고, 지금은 심연의 밑바닥이다. 이 34년 동안에 수많은 일에 떼밀리고 오늘은 네 십자가의 무서운 밑바닥에서 의기소침해서 내려간 다음 지금 내가 이른 것은 심연이다.
  네가 어렸을 때에는 ‘예수야! 예수야!’ 하고 노래하면서 너를 흔들어 주었다. 하늘의 천사들을 미소짓게 하는 이 이름보다 더 거룩하고 더 아름다운 화음(和音)이 어떤 것이냐? 내게는 이 이름이 네가 탄생한 날 밤의 천사들의 그렇게도 기분좋은 노래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나는 이 이름안에서 하늘을 보았고, 내가 이 이름을 통해 보는 것은 하늘나라 전체였다. 그런데 지금은 죽어서 내 말을 듣지 못하고 네가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내게 대답을 하지 않는 네게 네 이름을 말하면서 나는 지옥을 지옥 전체를 본다. 자, 이제야말로 영벌을 받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한다. 그것은 ‘예수’ 라고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소름끼치고, 소름끼치고, 또 소름끼치는 일이다!…
  얼마동안이나 이 지옥이 네 어미에게 계속되겠느냐? 너는 ‘사흘만에 이 성전을 다시 지어 놓겠다’고 말했지. 죽어서 쓰러지지 않고, 네가 돌아 올 때에 네게 인사할 준비를 하고 네게 또 봉사할 준비를 하고 있기  위하여 오늘 나 스스로에게 되풀이 말하는 것이 오직 이것뿐이다… 그러나 네가 사흘동안이나 죽은 채로 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 네가, 생명인 네가 사흘 동안을 죽어 있다니?
  그런데 무한한 지혜이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아는 네가 어떻게 네 어미의 고통을 모른단 말이냐? 내가 예루살렘에서 너를 잃어버렸을 때. 물과 죽음과 오랫동안 싸운 다음 해안에 닿는 난파자와 같은 얼굴로, 고문을 당해서 기진맥진하고 모든 피를 잃고 늙고 쇠약해져서 나오는 여인과 같은 얼굴로 너 주위에 있던 군중을 헤치는 것을 본 때를 기억하면서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없단 말이냐? 그런데 그 때에는 네가 그저 길을 잃기만 한 것으로 생각 할 수 있었다. 나는 그저 그렇거니 하는 환상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오늘은 그렇지 않아. 나는 네가 죽었다는 것을 안다. 환각이 있을 수가 없다. 나는 사람들이 너를 죽이는 것을 보았다. 고통이 나로 하여금 그것을 잊게 한다 하더라도, 내 베일에 묻은 네 피가 이렇게 말한다. ‘그는 죽었습니다! 그는 이제는 피가 없습니다! 이것이 그의 심장에서 나온 그의 마지막 피입니다!’ 하고, 그의 심장에서! 내 아이의, 내 아들의 심장에서! 내 예수에게서! 오! 하느님!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 누가 그의 심장을 뚫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소서….
  예수야, 네가 저기 혼자 있는 동안 내가 여기 혼자 있을 수가 없다. 내가 세상의 길들과 군중들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도 알지만, 그런 내가 네가 나자렛을 떠난 뒤로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 살지 않으려고 점점 더 너를 따라다녔다. 나는 호기심과 업신여김을 무릅썼다. 네가 있는 곳에서 살기 위해 너를 볼 때에는 피로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피로는 셈에 넣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나는 여기 혼자 있고, 너는 저기 혼자 있다. 왜 그들이 나를 네 무덤 속에 그대로 두지 않았느냐? 나는 차디찬 네 침대 곁에 앉아서 내가 너의 곁에 있다는 것을 네게 느끼게 하기 위해 내 양손으로 네 손 하나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네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너는 이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너는 죽었으니까!
  몇 번이나 네 요람 곁에서 기도하고 사랑하고 너를 즐거움으로 삼으면서 밤을 새웠는지 모른다. 네가 어떻게 꽃봉오리 두 개 같은 꼭 쥔 작은 주먹을 네 거룩한 작은 얼굴 곁에 놓고서 잤는지를 말해 주랴? 네가 어떻게 자면서 웃었는지, 어떻게 분명히 네 엄마 젖을 기억하면서 자는 중에 젖빠는 시늉을 했는지 말해주랴? 네가 어떻게 잠이 깨서 네 작은 눈을 뜨고, 네 얼굴을 들여다보는 나를 보고 웃었으며, 어떻게 너를 빨리 안아 달라고 고사리 같은 손을 기쁘게 내밀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꾀꼬리의 떠는 음성 같은 작은 부드러운 외침으로 먹을 것을 달라고 했는지 말해 주랴? 오! 네가 내 품에 매달려서 네 뺨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촉감을 느끼고 네 고사리 같은 손이 내 젖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너는 엄마 없이 혼자 있을 줄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네가 혼자 있구나! 아들아, 너를 혼자 버려 둔 것을, 내 생전 처음으로 반항을 해서 거기 남아 있으려고 하지 않은 것을 용서해다오. 거기가 내가 있을 자리였는데, 만일 내가 네 시신이 놓여 있는 침대 가까이 있으면서 옛날처럼 기저귀를 매만져 주고 갈아 주고 했더라면 슬픔을 덜 느꼈을 것이다… 네가 내게 웃고 말을 하고 하지는 못했더라도 다시 어린애가 된 너를 가진 것 같았을 것이다. 나는 네가 차디찬 돌을 덜 느끼게, 딱딱한 대리석을 덜 느끼게 내 품에 받아들였을 것이다. 오늘도 내가 너를 안아 주지 않았느냐? 어머니의 품은 아들이 어른이 되었더라도 여전히 받아들일 수가 있다.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비록 헌데와 상처투성의 몸으로 십자가에서 내려졌더라도 여전히 어린아이다.
  얼마나! 얼마나 많은 상처였는가! 얼마나 많은 고통이었는지! 오! 내 예수, 그다지도 몹시 상처를 입은 내 예수! 그렇게 상처를 입고! 그렇게 사형을 당한! 아닙니다. 아니예요. 주님, 아닙니다! 이것은 사실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미쳤습니다! 예수가 죽다니요? 제가 헛소리를 합니다. 예수는 죽을 수가 없습니다! 고통을 당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죽을 수는 없습니다. 예수는 생명입니다.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그는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은 죽지 않습니다.
  그는 죽지 않는다고? 그러면 왜 ‘예수’ 라고 불렀는가? ‘예수’란 무슨 뜻인가? 그 뜻은… 오! 그것은 ‘구세주’ 라는 뜻이다! 그는 구세주이기 때문에 죽었다. 그는 자기 자신의 목숨을 버림으로써 모든 사람을 구해야 했다… 나는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 아니야, 나는 미치지 않았다. 미치지 않았어. 만일 내가 미쳤으면 고통을 덜 당할 것이다! 예수는 죽었다. 여기 그의 피가 있다. 여기 그의 가시관이 있고, 여기 못 세 개가 있다. 이 못으로 그들이 예수의 몸을 꿰뚫은 것이다.
  사람들아, 너희들이 무엇을 가지고 하느님인 내 아들의 손발을 꿰뚫었는지 보아라! 그런데 나는 너희를 용서해야 하고 너희를 사랑해야 한다. 그가 너희를 용서했기 때문이다. 그가 나보고 너희들을 사랑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가 나를 너희들의 어머니, 내 아들을 죽인 자들의 어머니도 주었다! 임종의 헐떡거림과 싸우면서 한 그의 마지막 말들 중의 한마디는 ‘어머니, 여기 어머니의 아들… 어머니의 아들들이 있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내가 순종하는 여자가 아니었더라도 오늘은 순종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은 죽어가는 사람의 명령이었으니까.
  그래, 그래. 예수야, 나는 그들을 용서하고 사랑한다. 아! 내 마음은 이렇게 용서하고 이렇게 사랑하는 것으로 인해 부서진다. 내가 그들을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말이 들리느냐? 나는 저들을 위해 기도한다. 보아라,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지… 그들을 용서 할 수 있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기 위해 너를 고문한 이 물건들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는다. 못 하나하나가 내 편으로서는 너를 죽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고 그들을 사랑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으려는 일체의 의지를 못박는 데 소용된다.
  나는 네 요람 곁에 있다고 생각해야 하고 생각하고 싶다. 그 때도 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했다. 그러나 그 때는 쉬웠다. 너는 살아 있었고, 또 나는 비록 사람들을 잔인하다고 판단했어도, 그들에게 지나친 은혜를 베풀어 준 네게 대해서 그렇게 까지 잔인하리라고는 결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네 말이 그들을 착하게 만들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기도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형제들아, 너희가 지금은 나쁘고 병들었다. 그러나 얼마 안있어 그가 너희들에게 말할 것이 있고, 또 너희 안에 있는 사탄을 이길 것이다. 그가 너희에게 잃어버린 생명을 도로 줄 것이다!’ 하고 잃어버린 생명! 네가, 네가, 바로 네가 그들을 위해 생명을 잃었다. 내 예수야!
  만일 네가 배내옷에 싸여 있을 때에 오늘의 소름끼치는 일을 볼 수 있었더라면 내 맛있는 젖이 고통 때문에 독약으로 변했을 것이다. 시므온이 그 고통을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예리한 칼 하나? 수없이 많은 칼들이다! 아들아, 그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네게 입혔느냐? 너는 얼마나 많은 신음을 했고, 얼마나 많은 경련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핏방울을 흘렸느냐? 그런데 핏방울 하나하나가 내게는 칼이 된다. 나는 하나의 칼의 수풀이다. 네 몸에는 상처 아닌 피부의 부분이 한군데도 없다. 내게는 칼로 꿰뚫리지 않은 부분이 한군데도 없다. 칼들은 내 살을 꿰뚫고 내 심장 속에 깊숙이 들어온다.
  내가 네 탄생을 기다리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마를 길쌈해서 네 배내옷과 속옷들을 준비했다. 값은 상관하지 않고 가장 매끈매끈한 옷감을 차지하려고 하였다. 네 엄마가 만든 배내옷에 싸인 너는 얼마나 예뻤는지! 모든 사람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부인의 아기는 아름답습니다!’ 하고. 너는 아름다웠다! 하얀 아마포에서 네 작은 볼그레한 얼굴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네 눈은 하늘빛보다도 더 파랬었고, 네 작은 머리는 금빛 구름에 싸여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네 머리털은 금발이고 보드라왔다. 네 머리털은 겨우 피어난 편도꽃 향기를 풍겼다. 사람들은 내가 네게 향수를 뿌려주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아니다. 내 사랑스러운 아기는 엄마가 빨아서 그 가슴과 입술로 따뜻하게 하고 입맞춘 배내옷의 향기만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너를 위해 일하는 것이 결코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너를 위해 할 일이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3년 전부터 너는 집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너는 아직도 내 하루일들의 목적이었다. 너를 생각하고, 네 옷을 생각하고, 네 음식을 생각하고, 밀가루 반죽을 해서 빵을 만들고, 네게 꿀을 주려고 벌을 보살피며, 네게 과일을 만들어 주라고 나무들을 돌보았다. 너는 어미가 갖다주는 것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호화로운 식탁의 아무 음식도, 귀중한 천으로 만든 어떤 옷도 네게는 어미의 손으로 꿰매고 손질하고 준비한 그 옷감 같지 않았다. 내가 너를 보러 갈 때면, 너는 네가 아주 어렸을 때처럼, 요셉과 내가 너로 하여금 우리가 너를 우리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느끼게 하려고 우리의 초라한 선물을 줄 때에 그랬던 것처럼, 즉시 내 손을 들여다보곤 했었다. 내 아들아, 너는 결코 맛있는 음식을 탐하지 않았고, 오히려 네가 찾는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이 네 음식이었는데, 너는 이것을 우리 보살핌에서 얻어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도 세상 사람들에게서 그렇게도 사랑 받지 못하는 가엾은 내 아들, 네가 얻어 만나는 것, 네가 찾는 것이 이것이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완수되었다. 어미는 이제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이제 아무것도 필요없다… 지금 너는 혼자 있다. 그리고 나도 혼자이다… 오! 이 날을 보지 않은 요셉은 행복하다. 만일 나도 거기 없었더라면! 그러나 그랬더라면 너는 네 가엾은 어머니를 보는 그 위로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너는 지금 네 상처를 지니고 무덤 속에 혼자 있는 것처럼 십자가에서도 혼자였을 것이다.
  오! 하느님! 하느님! 당신의 아들, 제 아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까? 네가 아주 어렸을 때 네가 다치면 까무러치곤 하던 내가 어떻게 그 상처들을 보고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단 말이냐?
  한번은 네가 나자렛의 정원에서 넘어져 다쳤었다. 피가 몇 방울 흘렀었지. 그러나 할례 때에 네 피 몇 방울을 보고 죽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던 나는 -사실 죽는 사람처럼 몸을 떨었기 때문에 요셉이 나를 부축해야 했다- 그 조그마한 상처 때문에 네가 죽게 될 것 같았고, 그래서 물과 기름으로보다는 오히려 내 눈물로 그 상처를 돌보았고, 상처에서 피가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안심을 했었다. 또 한번은 네가 일을 배우다가 톱으로 다쳤다. 작은 상처였지. 그러나 마치 톱이 나를 두동강을 낸 것 같았다. 나는 엿새후 네 손이 나은 것을 보고야 비로소 안심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네 손과 발과 옆구리가 뚫리고, 지금은 네 살이 점점이 떨어지고 네 얼굴은 타박상 투성이다. 감히 살짝 입맞춤도 하지 못하던 그 얼굴이, 네 이마와 목덜미는 상처 투성인데, 아무도 네게 약과 위로를 주지 않았다.
  제 아들을 통하여 저를 치신 하느님, 제 마음을 보십시오! 제 마음을 보십시오! 제 심장이 제 아들이요 당신의 아들인 그의 몸처럼 상처 투성이가 아닙니까? 사람들이 그를 때리는 동안 채찍질이 우박처럼 제 몸을 때렸습니다. 사랑에 대한 거리가 무엇입니까? 저는 제 아들의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 고문들을 제가 혼자 받았으면 좋았을 터인데요! 왜 제가 그 대신 무덤의 돌 위에 있지 않았는지요! 저를 보십시오! 제 심장에서 피가 스며나오지 않습니까? 여기 가시관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느낍니다. 이것은 저를 죄고 꿰뚫는 띠입니다. 여기 못구멍이 있습니다. 제 심장에 꽂힌 날이 좁은 세 개의 단검입니다.
  오! 그 매들! 그 매들! 하느님의 몸을 치는 그 불경한 매 때문에 어떻게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고함도 칠 수 없고, 살인자들에게 무기를 빼앗아 나를 가지고 죽어가는 내 아들의 방어를 만들기 위해 뛰어 들 수가 없었으니, 오히려 그 타격 소리들을 듣고, 들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으니! 못을 한번 내리치면 못이 생살을 뚫고 들어간다. 또 한번 내리치면 한층 더 깊이 들어간다. 또 한번 내리치고. 또 한번 내리치면, 뼈와 힘줄이 부러지고 끊어지며, 내 아들의 살이 꿰뚫어지고 그의 엄마의 마음도 꿰뚫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십자가에 못박힌 너를 들어올렸을 때에? 거룩한 아들아, 얼마나 괴로웠겠니! 넘어질 때에 충격으로 네 손이 찢어지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 심장도 네 손같이 찢어졌다. 나도 너와 같이 타박상을 입고, 채찍질을 당하고, 찔리고, 매를 맞고 꿰뚫리고 했다. 나는 너와 같이 십자가에 달리지 않았다. 그러나 네 어미를 보아라! 너와 다르냐? 아니다. 고통에는 차이가 없다. 그리고 네 수난은 끝나기나 했는데, 내 수난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네게는 이제 거짓 고발이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직 들린다. 너는 이제 가시와 못의 찌르는 아픔도 목마름도 열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내게는 불같은 송곳이 가득 박혀 있고 타서 죽어가며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사람과 같다.
  그들이 다만 내가 네게 물 몇 방울이나마 주게 내버려두었더라면! 잔인한 사람들이 창조주에게 그가 창조한 물을 거절하면 내 눈물이라도 주게 내버려두었더라면, 내 아들아, 우리는 가난했기 때문에, 그리고 에집트로 피난할 때에 우리가 모든 것을 잃었었고, 옷과 음식은 그만 두고라도 거처할 집과 세간을 다시 마련해야 했고, 또 귀양살이가 얼마 동안이나 계속될지, 또 고국에 돌아와서 무엇을 발견할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네게 젖을 무척 많이 먹였었다. 나는 네가 영양부족을 느끼지 않도록 일반적인 시간 이상으로 젖을 먹였다. 우리가 염소새끼 한 마리를 기를 때까지는 네가 네 염소새끼 노릇을 했단다. 네 엄마의 아들아, 너는 벌써 이가 많이 나서 물었었지… 오! 네가 어린애다운 장난을 하면서 웃는 것을 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네가 걸음을 걸으려고 했었지. 너는 아주 건강하고 힘이 세었다. 나는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너를 부축했고, 네가 아장아장 걸으면서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엄마!’ ‘엄마’ 하고 말하는 네게로 몸을 숙이고 있으면서도 허리가 끊어지는 느낌을 가지고 앉았었다. 오! 이 이름을 노래해 주는 것을 듣는 것은 그지없는 기쁨이었다!
너는 오늘도 ‘엄마, 엄마’ 소리를 했었지, 그렇지만 어미는 네가 죽는 것을 보는 일밖에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네 발을 어루만질 수도 없었다! 네 발을? 오! 네 발들이 내 손 닿는 데 있었더라도 네 고통을 더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발을 만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 내 예수야, 네 가엾은 발들이 얼마나 아팠겠니! 너 있는 데까지 올라가서 나무와 네 몸 사이에 들어가 임종의 경련을 하는 중에 나무에 부딪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마지막 힘을 다해서 네 머리가 나무에 부딪치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리고 이 소리, 이 소리가 나를 미치게 한다. 마치 내 머리 속에 망치가 하나 들어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아들, 거룩한 아들아, 돌아오너라! 나는 죽는다. 나는 내 슬픔이라는 이 슬픔에 익숙해 질 수가 없다. 다시 네 얼굴을 보여다오. 또 나를 불러다오. 네 목소리가 없고 눈길이 없고 목숨이 없는 차디찬 유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오! 아버지,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예수는 제 말을 듣지 못합니다! 수난은 끝나지 않았습니까?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이 못들, 이 가시들, 이 피, 이 눈물들이면 넉넉하지 않습니까? 사람을 고치기 위하여 아직도 다른 것이 필요합니까?
  아버지, 저는 그에게 고통을 주고 제 눈물을 자아낸 도구들의 이름을 들어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중 작은 것입니다. 초인간적인 고민 속에서 그를 죽게 한 것은 아버지의 버림이었습니다. 저로 하여금 부르짖게 하는 것도 아버지의 버림입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어디 계십니까? 저는 ‘은총이 가득한 여자’ 였습니다. 천사가 이 말을 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니 모든 여인중에 복되십니다’ 하고 말입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자기 죄 때문에 아버지께 저주를 받은 여인과 같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저와 힘께 계시지 않습니다. 은총은 제가 죄지은 둘째 하와인 것처럼 물러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버지께 항상 충실했습니다. 제가 무엇으로 아버지를 불쾌하게 해드렸습니까? 아버지는 저를 가지고 좋으실 대로 하셨고 저는 아버지께 항상 ‘예, 아버지, 저는 그렇게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대관절 천사들이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까? 또 고통의 시간에 아버지께서 제게 당신 천사를 주실 것이라고 말한 안나는요? 저는 혼자입니다. 저는 이미 아버지의 눈에 총애를 얻지 못하게 되었고 제 안에 은총이신 아버지를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이제 천사가 없습니다. 그러면 성인들도 거짓말을 합니까? 그분들이 거짓말을 하고 제가 이 시간을 자초하였다면, 제가 무슨 일로 아버지를 화나게 해드렸습니까?
  그리고 예수는요? 아버지의 순결하고 온유한 어린양이 무엇을 게을리하였습니까? 저희가 무엇으로 아버지께 죄를 지었기에 사람들에게서 받은 수난 이외에 아버지의 버림이라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당해야 합니까? 그리고 그가 아버지의 아들이었고, 또 세상을 어떻게 하고 동정의 흐느낌으로 몸을 흔들게 한 목소리로 아버지를 부르던 그가 말입니다! 어떻게 그를 그 많은 고통 중에 혼자 내버려두실 수가 있었습니까?
  아버지를 그다지도 사랑하던 예수의 가엾은 마음! 심장의 상처의 표가 어디 있느냐구요 여기 있습니다. 아버지, 이 표를 보십시오. 이것이 창으로 찔린 넓은 상처 속으로 들어갔던 제 손이 찍은 자국입니다. 여기… 여기… 눈물과 입맞춤으로 자기의 눈을 태우고 입술을 소멸시킨 어미의 눈물과 입맞춤도 이 표시를 지우지 못합니다. 이 표가 부르짖고 비난합니다. 이 표가 아벨의 피보다도 더 크게 땅에서 아버지께 부르짖습니다. 그런데 카인을 저주하시고 그에게 복수를 행하신 아버지께서는 그의 카인들에 의해서 벌써 피를 흘린 제 아벨에 대해서는 간섭을 안하시고, 마지막 모욕까지도 허락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을 버리시므로 그의 마음을 부수어 놓으셨고, 어떤 사람이 그를 적신으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셔서 제가 그것을 보고 그것으로 인해서 저도 부서지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상관없습니다. 아버지께 이 청을 드리고 대답해 주십사고 아버지를 부르는 것은 그를 위해, 그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 아버지, 용서하십시오! 거룩하신 아버지, 용서하십시오! 제 자식의 죽음을 슬퍼하는 한 어머니를 용서하십시오… 그는 죽었습니다! 제 아들이 죽었습니다! 뚫어진 심장을 가지고 죽었습니다. 오! 아버지, 아버지,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저희는 아버지를 사랑하였고, 아버지께서는 저희를 지극히 사랑하셨습니다! 어떻게 우리 아들의 심장이 상처를 입도록 허락하셨습니까? 오! 아버지!… 가엾은 여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아버지, 저는 정신착란을 일으킵니다. 저는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버지의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감히 아버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착하셨습니다. 그를 아프게 하지 않은 상처, 유일한 상처는 이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버리신 것은 그를 해가 지기 전에 죽게 해서 그에게 다른 고문을 피하게 하는 데 소용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인자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인자의 목적으로 하십니다. 저희는 모두 다 이해를 못하는 인간들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착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인자하셨습니다. 내 영혼아, 네 고통의 심한 공격을 없애기 위하여 이 말을 하여라. 내 영혼아, 하느님께서는 인자하셔서 너를 항상 사랑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시간의 모든 기쁨을 네게 주셨다. 모두.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네게 주셨다. 하느님은 선하시고, 또 선하시고 또 인자하시다. 주님, 고맙습니다. 당신의 무한한 인자 때문에 찬미를 받으십시오.
  예수야, 고맙다. 네게도 고맙다는 말을 한다. 네 심장이 뚫린 것을 보았을 때 나 혼자만이 마음 속에 그것을 느꼈다. 지금은 너를 찌른 창이 내 심장에 꽂혀 있어 그것을 파헤치고 찢어놓고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는 것이 낫다. 너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니까.
  그러나 예수야, 불쌍히 여겨다오! 네게 대한 표시를 하나 다오! 가슴이 찢어진 네 가엾은 어미를 한번 어루만져 주고 말 한마디를 해 다오! 예수야, 네가 돌아와서 살아있는 나를 만나고 싶거든 표시를 하나, 표 하나를 다오.”

  누군가가 대문을 과감히 두드리는 바람에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집주인은 용감하게 도망친다. 제베대오의 마리아는 자기 아들도 그를 따라가기를 원하여 마당쪽으로 밀어낸다. 다른 여자들은 막달레나를 빼고는 모두 비명을 지르며 서로 바싹 다가앉는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몸을 꼿꼿이 하고 용감하게 문으로 가서 묻는다. “누구요?”
여자의 목소리가 대답한다.
  “‘니까’입니다. 어머니께 보여 드릴 것이 있으니 문을 열어 주세요! 빨리, 순찰대가 순찰을 하고 있어요.”
  어머니에게서 빠져나와 막달레나 곁으로 달려온 요한이 오늘 저녁은 모두 제 자리에 있는 자물쇠들을 서둘러 연다. 니까는 하녀와 그를 따라온 튼튼한 남자와 함께 들어온다. 문을 닫는다.
  “나는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어요….” 니까는 울어서 말을 하지 못한다…
  “뭐요? 뭐야?” 모두들 호기심을 가지고 그의 곁으로 온다.
  “골고타에서… 나는 구세주께서 그런 상태에 계신 것을 보았어요… 나는 선생님께서 사형집행인들이 주는 넝마를 쓰지 않으시도록 허리에 두르는 수건을  준비했었지요… 그렇지만 선생님은 눈에 피가 고여 있고 땀투성이셨어요. 그래서 얼굴을 닦으시라고 수건을 드릴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얼굴을 닦으셨습니다… 나는 이 수건을 선생님의 땀과 피가 밴 유물처럼 간직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유다인들이 악착스럽게 구는 것을 보고는 조금 뒤에 뿔아우띠나와 다른 로마 여자들이 리디아와 발레리아와 함께 돌아오기로 결정했어요. 그 사람들이 이 수건을 빼앗을까봐 무서웠던 것이지요. 로마 여자들은 씩씩한 여자들입니다. 그 여자들은 하녀와 나를 가운데에 있게 해서 우리를 보호했습니다… 하기는 그 여자들이 이스라엘에게는 부정을 타게 하는 사람들이고… 또 쁠라우띠나를 건드리는 것이 위험한 일이기는 하지요. 그렇지만 이런 것은 평온할 때에 생각하는 것이지요. 오늘은 그들이 모두 취해 있었거든요… 집에서 나는 울었어요… 여러 시간 동안을… 그러다가 지진이 와서 나는 까무러쳤어요… 깨어나서 이 수건에 입맞추려고 했는데 이것이 보였어요… 오! 이 위에 구세주의 얼굴이 있어요!…”
  “어디 봐요! 보여 줘요!”
  “안됩니다. 먼저 어머니께. 그분의 권리인걸요.”
  “어머니는 아주 기진맥진하셨어요! 견디어내질 못하실 거예요….”
  “오! 그런 말씀 마세요! 이것이 오히려 어머니께 위로가 될 것입니다. 어머니께 알려 드리세요!”
  요한이 문을 가만히 두드린다.
  “누구요?”
  “접니다. 어머니. 밖에 니까가 있습니다… 니까는 밤인데도 왔습니다… 니까는 어머니께 기념품을…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그것으로 어머니를 위로해드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 오직 한 가지 선물만이 나를 위로할 수 있다. 예수의 얼굴의 미소가 그것이다….”
  “어머니!” 요한은 마리아가 쓰러질까봐 겁이 나서 얼싸으면서, 마치 하느님의 참 이름을 일러주듯이 말한다.
  “선생님이십니다. 니까가 골고타에서 선생님의 얼굴을 닦아 드린 수건에 박힌 선생님의 얼굴의 미소입니다.”
  “오! 아버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거룩한 아들! 영원한 사랑! 찬미받으소서! 표가! 제가 청한 표가! 들여보내라, 들어오라고 해라!”
  마리아는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앉으신다. 그리고 요한이 니까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여자들에게 눈짓을 하는 동안 정신이 돌아온다.
  니까가 들어와 하녀를 곁에 데리고 마리아의 발 앞에 무릎을 꿇는다. 마리아 뒤에 서 있는 요한은 그분을 부축하려는 것처럼 어깨 뒤로 팔을 돌린다. 니까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상자를 열고 수건을 꺼내어 펼친다. 그러니까 예수의 얼굴, 예수의 살아 계신 얼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소를 지으시는 예수의 얼굴이 어머니를 보고 미소지으신다.
  마리아는 고통스러운 사랑의 절규을 하면서 팔을 내미신다. 여자들도 그들이 몰려 있는 입구 쪽에서 마리아에게 외침으로 응답을 하며 마리아를 본받아 구세주의 얼굴 앞에 무릎을 꿇는다.
  니까는 말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는 수건을 자기 손에서 어머니의 손으로 넘겨 드리고 나서 몸을 숙여 가장자리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나서 마리아가 넋을 잃은 상태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뒷걸음질로 나간다.
  니까는 떠나간다… 사람들이 그를 생각하였을 때에는 니까가 벌써 밖에 나가 있다… 이제는 대문을 전에 있던 대로 잠그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마리아는 아들의 모습과 마음의 대화를 혼자서 다시 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러나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동안에… 누가 향유를 우리에게 주지요?”
  여자들은 모두 낙심한다.… 그러다가 마르타가 말한다. “요안나에 대해서… 폭동에 대해서 하는 말이 사실인지 니까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는데….”
  “맞아요! 우린 정말 바보들이예요. 그때 우리가 향유도 구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돌아올 때에 이사악이 자기 집 문간에 있었거든요….”
  “저택에는 작은 향유병이 많이 있고 고운 향도 있어요. 내가 가서 가져 오겠어요.” 그러면서 마리아 막달레나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겉옷을 입는다.
  마르타가 외친다. “가지마.”
  “갈 거야.”
한동안 시간이 흐른다. 그런 다음 마르타가 말한다. “향유는 어떻게 하지요? 내일은 안식일인데….”
  “그럼 우리가 아무것도 가져올 수가 없겠구먼…” 하고 살로메가 말했다.
  “그렇지만 가져와야 할텐데요… 노회(蘆 )와 몰약(沒藥)을 여러 군… 그렇지만 선생님이 도무지 잘 씻겨지지 않았어요….”
  “모두가 안식일 다음 첫날 새벽에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텐데” 하고 알패오의 마리아가 지적한다.
  “그런데 파수병들은요? 어떻게 하지요?” 하고 수산나가 물어본다.
  “파수병들이 우리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요셉에게 그 말을 합시다.” 하고 마르타가 말한다.
  “우리가 바위를 옮기지 못할텐데요.”
  막달레나가 대답한다. “오! 우리 다섯이서 못한단 말이예요? 우리는 모두 튼튼한데… 그리고 나머지는 사랑이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도 당신들과 같이 가겠어요.” 하고 요한이 말한다.
  “안된다. 너는 정말 안된다. 아들아, 나는 너도 잃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 마세요. 우리들이면 넉넉해요.”
  “너 미쳤구나! 그들이 너를 붙잡을거다!”
  “언니 말이 옳아요. 가지 말아요!”
  “오! 쓸데없고 잔소리만 하는 약한 여자들 같으니라구! 당신들은 여축해 둔 용기를 벌써 다 써 버렸어요? 반대로 나는 용기를 쓰면 쓸수록 더 많이 옵이다.”
  “나도 마리아와 같이 가겠어요. 나는 남자니까.”
  “안심하세요. 마리아 살로메, 그리고 당신 요한도, 혼자 가겠어요. 난 무섭지 않아요. 밤에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알아요. 나는 죄를 짓기 위해 이 일을 수없이 많이 했어요… 그런데 하느님의 아들에게 봉사하러 가는 지금 무서워해야 하겠어요?”
  “그렇지만 오늘은 도시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 사람 말을 들었지.”
  “그 사람은 겁쟁이구요. 당신들도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겁쟁이예요. 나는 가요.”
  “그리고 병사들을 만나면?”
  “‘카이사르의 충실한 종인 시리아 사람 데오필로의 딸이요’ 하고 말하겠어요. 그러면 나를 가게 내버려 둘 것입니다. 그리고 젊고 아름다운 여자 앞에 있는 남자는 지푸라기로 만든 장난감같아요. 창피스럽게 나는 그걸 알아요….”
  “그렇지만 저택에는 여러 해째 사람이 살지 않는데, 저택의 어느 구석에서 향유를 찾아 낼 거냐?”
  “그렇게 생각해? 아이구 언니! 그 곳이 내 애인들과 밀회하던 장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우리를 억지로 그 저택을 떠나게 한 것이 생각안나? 거기에는 그들을 나한테 한층 더 열중하게 만드는데 소용되는 모든 것이 있었어. 내 구세주께 구함을 받았을 때 나는 나 혼자만이 아는 곳에다 내 사랑의 대향연을 위해서 내가 쓰던 설화석고(雪花石膏)들과 향들을 감추어 두었어.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맹세했어. 내 죄에 대한 눈물과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님께 대한 경배 만이 회개한 마리아의 향수요 타고 있는 향이 될 것이고, 관능과 육체에 대한 세속적인 숭배의 표들은 예수님의 몸에서 거룩하게 하고 그분께 발라드리는 데에만 쓰겠다고, 지금이 그 시간이야. 나는 가요. 여기 그대로들 있어요, 안심하고 갔다 올께요. 소식을 가지고 오겠어요. 그리고 어머니께는 아무 말씀도 드리지 말아요… 어머니의 고민만 더하게 할거예요….”
  그러면서 막달라의 마리아는 자신만만하고 위엄있게 나간다.
  “어머니에게는 이것이 교훈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어머니의 아들이 겁쟁이라고 말하지 않게 하라고 어머니께 말해야 합니다. 내일, 아니 벌써 오경이 쳤으니까 오늘이지요. 어머니가 하라시는 대로 동료들을 찾으러 가겠어요….”
  “안식일이니까… 가자 못해요.” 하고 살로메가 그를 붙잡으려고 반대한다.
  “‘안식일은 죽었습니다’ 하고 저도 요셉과 같이 말하겠어요. 새로운 시대가 다른 법률과 다른 제사와 다른 의식(儀式)을 가지고 시작되었습니다.”
  마리아 살로메는 머리를 무릎 위로 숙이고 더 이상 항의하지 않고 운다.
  “오! 라자로의 소식을 알았으면!” 하고 클레오파의 마라아가 탄식한다.
  “저를 가게 그냥 두면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나안 사람이 그렇게 하라는 명령을 받아서 동료들이 그의 집으로, 라자로의 집으로 인도되었거든요. 예수께서 저 있는 데서 시몬에게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아이구! 모두가 거기 있어요! 그럼 모두 가망이 없어요!” 클레오파의 마리아와 살로메가 슬픈 눈물을 흘린다.
  울고 기다리는 가운데 시간이 흐른다. 그런 다음 마리아 막달레나가 귀중한 병이 가득 든 주머니들을 가지고 의기양양해서 돌아온다.
  “보세요, 아무일도 없었지요? 여러 갖가지 종류의 기름과 감송향(甘松香)과 유향(乳香)과 안식향(安息香)이 있어요. 몰약과 노회는 없어요… 나는 쓴 것은 원치 않았거든요… 쓴 것은 내가 지금 전부 마시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우선 이것들이나 섞읍시다. 그리고 몰약과 노회는… 내일 가져옵시다… 오!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지요. 이사악이 안식일에도 그것을 줄 것입니다….”
  “그 사람들한테 들켰어요?”
  “아무한테도. 내가 돌아다니는데 박쥐 한 마리도 만나지 않았어요.”
  “병사들은?”
  “병사들이요? 그들은 짚을 넣은 매트를 깔고 코를 골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렇지만 소요니… 체포니… 하는 것은?”
  “그것은 그 사람의 공포가 본 것입니다….”
  “저택에는 누가 있어요?”
  “그야 레위와 그의 아내가 있지요. 어린아이들처럼 안심하고, 무장한 사람들은 도망쳤답니다… 아!아! 우리는 훌륭한 용사들을 두었습니다. 참말이지!… 그들은 사형선고 소식을 듣자마자 떠났답니다. 나는 사실을 말합니다. 로마는 엄격하고 채찍을 써요… 그렇지만 그것을 가지고 자기를 무서워하게 하고 섬기게 합니다. 그리고 로마는 군인들을 데리고 있지 토끼들을 데리고 있지는 않아요… 오! 그렇고말고요! ‘내 지지자들은 나와 같은 운명을 맛 볼 것이다’ 하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 흠! 많은 로마인이 예수님을 믿는다면 그것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순교자가 있게 되면… 선생님 혼자 남아 계실 것입니다… 보아요, 이것은 내 주머니이고 또 하나는 요안나의 주머니예요, 요안나는… 예, 우리는 비겁할 뿐만 아니라 거짓말쟁이입니다. 요안나는 그저 지쳤을 뿐이예요. 요안나와 엘리사는 골고타에서 몸이 불편했답니다. 한 여인은 자기 아들이 죽는 것을 본 어머니라, 예수님의 헐떡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몸이 불편함을 느꼈답니다. 또 요안나는 허약해요. 그렇게 많이, 그것도 햇볕에서 걷는 버릇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렇지만 상처 같은 것은 하나도 없고 단말마의 고통 같은 것도 도무지 없어요. 그도 확실히 우리처럼 울고 있어요. 그 이상은 없습니다. 요안나는 멀리 떨어지게 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일 오겠다고 하면서 이향료를 보내는데, 이것은 요안나가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쁠라우띠나의 명령으로 요안나와 함께 발레리아가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노예들과 같이 글라우디아의 집으로 떠났습니다. 그 여자들은 향을 많이 가지고 있답니다. 발레리아가 오면 요안나도 다행히 언제나 발발 떠는 토끼 같은 여자는 아니니까요 -목에 칼이 와 닿는 것처럼 소리지르기 시작하지 마세요. 자, 일어 나세요! 절구를 가지고 일을 합시다. 우는 것은 소용이 없어요. 혹은 적어도 울면서 일을 하세요. 우리 향유가 우리 눈물로 녹을 것이고, 선생님은 당신 몸에 우리들의 눈물을 느끼실 것이고… 우리의 사랑을 느끼실 것입니다.” 그러면 막달레나는 울지 않으려고 또 정말 기진맥진한 다른 여자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입술을 깨문다.
  여자들은 힘차게 일한다.
  마리아가 요한을 부른다.
  “어머니, 무슨 일입니까?”
  “저 치는 소리….”
  “여자들은 향을 찧는 것입니다….”
  “아!… 그렇지만… 미안해요… 그 소리를 내지 말아요… 꼭 망치 소리 같아요….”
  과연 절구통 바닥에 부딪치는 청동 절굿공이가 정말 망치 소리를 낸다.
  요한이 그 말을 여자들에게 하니 여자들은 절굿공이 소리가 덜 들리게 마당으로 나간다.
  요한이 어머니께로 돌아간다.
  “저들이 향료를 어떻게 구했느냐?”
  “라자로의 마리아가 제 저택과 요안나한테 갔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향료들을 또 가져올 것입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느냐?”
  “니까가 다녀간 뒤로는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한아 보아라. 예수는 고통을 당하는 중에도 얼마나 아름다우냐!” 마리아는 무거운 물건으로 팽팽하게 하여 궤에다 펴 놓은 포목 앞에서 합창을 하고 골똘히 들여다보신다.
  “예, 어머니, 아름다우십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미소를 보내십니다… 이제는 울지 마세요… 벌써 여러 시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이 돌아오시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요한은 운다….
  마리아는 그의 뺨을 어루만지신다. 그러나 당신 아들의 모습만 들여다 보신다. 요한이 눈물로 앞이 안보이게 되어 나온다.
  항아리를 가지러 돌아온 막달레나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사도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운다는 것을 보여 주지 말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 여자들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될 터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일을 해야 되거든요….”
  “… 그리고 믿어야 해요.”하고 요한이 말을 마친다.
  “예, 믿어야 해요. 믿을 수가 없으면 절망일 것입니다. 나는 믿어요. 사도님은요?”
  “나도 믿어요….”
  “사도님은 그 말을 제대로 못하네요. 사도님은 아직 넉넉히 사랑하지 못하고 있어요. 사도님이 전력을 다해서 사랑하면 믿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사랑은 빛이요 목소리입니다. 부정(否定)의 어둠 앞에서도, 죽음의 침묵 앞에서도 사랑은 ‘나는 믿는다’고 말합니다.”
  그의 신앙고백을 하는 막달레나는 훌륭하고 몹시 고귀하고 당당하고 명령적이다! 막달레나는 마음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 틀림없고, 눈물로 빨개진 눈이 그것을 말한다. 그러나 마음은 지지 않고 있다.
  요한은 막달레나를 감탄하여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당신은 용맹합니다!”
  “항상 그래요. 나는 세상에 도전할 정도였어요. 그렇지만 그 때에는 하느님을 모시고 있지 않았어요.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 지금은 지옥까지도 도전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착한 사도님은 나보다 용감해야 할 것입니다. 죄는 사람을 풀죽게 하기 때문이예요. 아시겠어요? 체력소모보다도 더 그래요. 사도님은 무죄하시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사도님을 그렇게까지 사랑하셨어요….”
  “선생님은 마리아도 사랑하셨어요….”
  “그런데 나는 무죄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나는 선생님의 전리품이었지요. 그리고….”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린다.
  “발레리아일 것입니다. 열어 주세요.”
  요한은 마리아의 침착함에 압도되어 겁 없이 문을 연다.
  과연 노복(奴僕)들과 같이 온 발레리아였다. 발레리아는 노복들이 들고 온 가마에서 내렸다. “살베”(Salve-안녕하십니까?) 하고 라틴어로 인사하면서 들어온다.
  “평화가 자매와 함께 있기를. 들어오세요.” 하고 요한이 말한다.
  “어머니께 쁠라우띠나의 인사를 전해드릴 수 있을까요. 글라우디아도 같이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저를 보는 것이 어머니께 고통이 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요한이 마리아에게 들어간다.
  “누가 문을 두드리느냐? 베드로냐? 유다냐? 요셉이냐?”
  “아니올시다. 발레리아입니다. 값진 수지(樹脂)를 가지고 왔습니다.그것을 어머니께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것이 어머니께 괴롭지 않으면 말입니다.”
  “나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예수는 그의 나라에 이스라엘의 아들들과 이교도들을 불렀다. 그들을 모두 불렀어. 이제는… 그가 죽었다… 그러나 내가 그 대신 여기 있다. 그러니 모든 사람을 받아들인다. 들어오라고 해라.”
  발레리아가 들어온다. 그는 짙은 빛깔의 겉옷을 벗었고 하얀 레이스 어깨걸이를 걸치고 있다. 발레리아는 방바닥까지 몸을 숙여 인사하며 말한다. “마님, 마님께서는 저희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지요. 우상숭배의 암흑상태에서 제일 먼저 구속된 사람들입니다. 저희들은 진흙이고 암흑이었는데, 아드님이 저희들에게 날개와 빛을 주셨습니다. 지금은 아드님이… 평화 속에 잠들어 계십니다. 저희는 이곳 풍습을 압니다. 그래서 로마의 향유도 승리자 위에 뿌려지기를 원합니다.”
  “내 주님의 딸들이여, 하느님께서 그대들에게 강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말을 할 줄 모르는 것을 용서하시오….”
  “마님, 무리하지 마십시오. 로마는 당합니다. 그러나 고통과 사랑을 이해할 줄도 압니다. 고통스러우신 어머님, 로마는 마님을 이해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발레리아, 평화가 그대와 함께 있기를! 쁠라우띠나와 그대들 모두에게 내 축복을 줍니다.”
  발레리아는 그의 향과 다른 향유들을 두고 물러간다.
  “어머니, 보세요. 모두가 하늘과 땅의 왕을 위하여 물건을 바칩니다.”
  “그래” 하고 마리아가 말씀하신다. “모든 사람이. 그런데 어미는 그에게 눈물밖에는 줄 수가 없었구나.”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닭 한 마리가 운다. 요한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무슨 일이냐 요한아?” 하고 성모님이 물으신다.
  “시몬 베드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베드로가 사도님과 같이 있지 않았어요?” 하고 방으로 들어 온 막달레나가 묻는다.
  “같이 있었지요. 안나의 집에서요. 그런 다음 나는 이리로 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뒤로는 도무지 못보았어요.”
  “조금 있으면 새벽이예요.”
  “그래요. 문을 여시오.”
  그들은 창문들을 연다. 그러니까 얼굴들은 새벽의 연한 초록빛을 받아 한층 더 흙빛깔같이 보인다.
  성 금요일 밤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