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간신히 머뭇거리며 온다. 그리고 하늘에 구름이 없는데도 새벽이 이상하게 늦어진다. 별들도 기운을 모두 잃은 것 같다. 밤 동안 달이 창백 했던 것과 같이 해도 뜰 때에 창백하다. 흐릿하다. 주님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금까지 울었고 지금도 울고 있는 착한 사람들의 눈이 그런 것처럼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달과 해도 아마 운 모양인가?
문들이 다시 열렸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요한은 어머니의 애원을 못들은 체 밖으로 나간다. 여자들은 사도도 떠나간 지금은 더 겁이 나서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
마리아는 여전히 그 방에서 양손을 무릎에 얹은 채 정원쪽으로 나 있는 창으로 뚫어지게 내다보고 계시다. 그 정원은 대단히 넓지는 않지만 넉넉히 크고 높은 담과 제멋대로 된 화단을 끼고 장미꽃이 만발하였다. 반대로 백합 무더기들은 장차 꽃이 필 빽빽하고 아름다운 대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잎만 있을 뿐이다. 마리아는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하시지만 피로한 그분의 가련한 뇌 속에 있는 것, 즉 아들의 임종의 고통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자들은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은 마리아에게 가까이 가서 어루만지고 음식을 드시라고 청한다…. 그리고 그들이 올 때마다 무겁고 섞이고 어지럽게 하는 향 냄새가 파도같이 밀려온다.
마리아는 그 때마다 전율을 느끼신다. 그러나 그 뿐이다. 말 한 마디, 몸짓 하나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기진맥진해 계시다. 마리아는 기다리신다. 기다리실 뿐이다. 마리아는 기다리는 여인이시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들이 뛰어가서 연다. 마리아는 당신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벙싯 열린 입구를 뚫어지게 보신다.
막달레나가 들어온다. “마나엔입니다… 무슨 일에든 써 달라고 합니다.”
“마나엔… 들어오라고 그래요. 그 사람은 언제나 착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요….”
“누군줄 아셨습니까, 어머니?…”
“다음에… 다음에 들여 보내요.”
마나엔이 들어온다. 그는 여느 때처럼 화려하지 않다. 거의 검정 같은 갈색의 매우 수수한 옷을 입었고, 같은 빛깔의 겉옷을 입었다. 보석도 지니지 않았고 칼도 차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다. 넉넉한 사람 같지만, 서민층의 삶 같다.
그는 우선 인사하기 위하여 두 손을 가슴에 십자 모양으로 얹고 몸을 숙이다가 제단 앞에서처럼 무릎을 꿇는다.
“일어나세요. 그리고 당신의 절에 답례를 하지 않는 것을 용서하세요. 나는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그렇게 하시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누군지 아시지요. 그래서 어머니께 저를 하인처럼 생각하시라고 부탁드립니다. 어머니는 제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보아하니 어머니 주위에는 남자가 한 사람도 없군요. 모두들 도망쳤다는 것을 니고데모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선생님께 저희를 보시는 위로는 드려야 했습니다. 저는… 식쓰트에서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그 다음에 뵙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하지만 그 말씀은 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도 사탄이 원한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려고 왔습니다. 어머니, 명령하십시오.”
“라자로의 소식을 알고 라자로에게 알리고 싶어요… 라자로의 누이들이 걱정을 하고 있고, 또 내 시누이와 또 다른 마리아도 걱정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라자로, 야고보, 유다, 그리고 또 다른 야고보가 무사한지 알고 싶어요.”
“유다? 가리옷 사람이요? 하지만 그 사람은 배반했는걸요!”
“내 남편의 아우의 아들 유다 말입니다.”
“아!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러면서 일어난다. 그러나 마나엔은 일어나면서 고통스럽게 몸을 움직인다.
“아니, 어디 다치셨어요?”
“흠!…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팔 하나가 조금 아픕니다.”
“아마 우리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그 때문에 산꼭대기에 가지 않으셨어요?”
“예,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괴로울 뿐, 상처 때문에 괴롭지는 않습니다. 제 안에 있던 바리사이주의, 히브리지상주의, 사탄주의의 나머지가, 왜냐하면 사탄주의가 이스라엘의 종교가 되었거든요. 이 모든 것이 그 피와 함께 나갔습니다. 저는 신성한 탯줄이 끊어진 다음 어머니의 피와는 접촉이 끊어졌고, 또 잘린 탯줄 안에 있는 피 몇 방울은 아마끈으로 막혀서 그의 몸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갓난아기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몇 방울의 피는 이제 쓸데없게 되어… 떨어집니다. 갓난 아이가 이제는 제 심장과 제 피로 삽니다. 저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었습니다. 이제는 달이 차서 제가 왔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저는 어제 태어났습니다. 제 어머니는 나자렛의 예수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외치실 때 나를 낳으셨습니다. 저는… 오늘 밤 니고데모의 집으로 도망쳐 가서 있었기 때문에… 압니다. 다만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오! 무덤에 가실 때 말씀해 주십시오. 저도 가겠습니다… 선생님의 구세주로서의 얼굴을 저는 모르거든요!”
“마나엔, 그는 당신을 보고 있어요. 돌아서세요.”
고개를 몹시 숙이고 들어왔었고, 그 다음에는 마리아밖에 보지 않았던 그 사람이 갑작스럽게 공포에 사로잡혀 돌아서며 수건을 본다. 그는 경배를 하기 위하여 방바닥에 엎드린다…
그리고 운다. 그런 다음 일어나 마리아 앞에 머리를 숙여 절하고 말한다.
“가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안식일이예요. 당신도 알지요? 그들은 벌써 그의 선동으로 우리가 율법을 어긴다고 비난합니다.”
“우리는 마찬가지입니다. 저들도 사랑의 계율을 어기고 있으니까요. 첫째 계율이 제일 큰 것입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께서 어머니를 위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나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간다.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얼마나 느린지 모른다…
마리아는 일어나서 세간에 의지하며 출입구에 나타나신다.. 입구의 넓은 현관을 건너질러 가려고 하신다. 그러나 의지할 데가 없어지자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신다. 현관 끝에 열린 출입문 너머에 있는 마당에서 마리아를 본 마르타가 달려온다.
“어디 가려고 그러세요?”
“저 안으로. 당신들이 내게 약속했지요.”
“요한을 기다리세요.”
“넉넉히 기다렸어요. 봐요. 나는 지금 침착해요. 자, 당신들이 안에서 잠그게 했으니 열게 해요. 나는 여기서 기다릴 터이니까.”
수산나가 -다들 달려왔었다- 열쇠를 가진 집주인을 부르러간다. 그동안 마리아는 당신 의지의 힘으로 작은 문을 열고자 하는 듯이 거기서 기대신다. 남자가 온다. 벌벌 떨고 기가 죽어서 문을 열고는 물러간다. 그러자 마리아는 마르타와 알패오의 마리아에게 안겨서 최후의 만찬실로 들어가신다.
모든 것은 아직 최후의 만찬이 끝났을 때와 같다. 잇달아 일어난 사건들과 예수께서 내리신 명령으로 흐트러뜨리지 못하게 되었었다. 의자들 만이 다시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마리아는 최후의 만찬실에 없었는데도 당신의 예수가 앉았던 자리로 곧바로 가신다. 어떤 손이 마리아를 인도하는 것 같다. 마리아는 거의 몽유병 환자 같으시다. 그만큼 그리로 가려고 애쓰므로 몸이 뻣뻣하다… 마리아는 가서 침대형 의자 둘레를 돌아 의자와 식탁 사이로 슬그머니 들어가서… 잠시 그대로 서 계시다가 식탁에 가로 엎어지며 흐느껴 우신다. 그러다가 진정하시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식탁 가장자리에 대고 기도하신다. 마리아는 식탁보, 의자, 그릇들, 어린양이 놓였던 큰 쟁반의 전, 어린양을 자르는데 쓴 칼, 그 자리 앞에 놓인 항아리를 어루만지신다. 마리아는 가리옷 사람이 만졌던 것을 만진다는 것을 알지 못하신다. 그리고는 식탁 위에 십자가형으로 얹고 팔에 머리를 기대고 얼빠진 사람같이 그대로 계신다.
모든 사람이 말이 없다가 마침내 시누이가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 이리 오세요. 유다인들을 두려워합시다. 당신은 유다인들이 여기 들어오기를 원하세요?”
“아닙니다. 아니예요. 여기는 거룩한 곳입니다. 갑시다. 나를 도와주세요… 내게 말해 주길 잘했습니다. 내 모든 보물을 넣게 아름답고 크고 잠그는 궤가 있었으면 해요.”
“내일 저택에서 가져오게 하겠습니다. 그것은 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궤입니다. 튼튼하고 안전해요. 그것을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하고 막달레나가 약속한다.
여자들이 나온다. 마리아는 정말 기진맥진하셨다. 층계 몇 단을 내려오면서 비틀거리신다. 그리고 그분의 고통이 덜 비참한 것은 이제는 그럴 힘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침착한 가운데 한층 더 비극적이시다.
여자들은 먼저 있던 방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마리아는 당신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수건에 박힌 거룩한 얼굴을 살이 붙은 얼굴처럼 어루만지신다.
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여자들은 급히 나가서 문을 반쯤 연다. 마리아는 지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제자들, 그중에서도 시몬 베드로와 유다이거든 즉시 나를 와서 보라고 해요.”
그러나 그것은 이사악이었다. 그는 몇 분 후에 울면서 들어와 예수의 얼굴이 박힌 수건 앞에 엎드린 다음 어머니 앞에 엎드리고, 무슨 말을 할 지를 모른다. 마리아가 말씀하신다. “고마와요. 그가 당신을 보았고 나도 보았어요. 나는 그것을 알아요. 그는 할 수 있을 때까지 당신을 보았어요.”
이사악은 더 크게 운다. 울음을 그친 다음에야 비로소 말을 할 수 있다. “저희는 떠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요나타가 저희들에게 권했습니다. 유다인들이 여자들을 위협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는 다시 오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끝났었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어디로 가야 했습니까? 저희들은 들판에 흩어졌다가, 밤이 되어서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사이의 길 중간쯤 되는 곳에 다시 모였습니다. 그분이 나신 동굴로 가면 그분이 죽음을 멀리하는 것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리로 가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이기주의였습니다. 그래서 시내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베다니아에 가 있게 되었습니다….”
“내 아들들!”
“라자로!”
“야고보!”
“그들은 모두 거기 있습니다. 새벽에 라자로의 밭들은 울면서 헤매는 사람들로 뒤덮혀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쓸데없는 벗들과 제자들이었습니다!… 저는… 라자로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간 줄로 생각했습니다. 천만에요. 거기에는 벌써 아주머니의 두 이들, 또 아주머니의 아들이 안드레아와 바르톨로메오와 마태오와 같이 있었습니다. 열심자 시몬이 그리로 가라고 설득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막시미노가 아침 일찍 들에 나와 보니 다른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라자로가 모두를 도와 주었고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선생님이 그렇게 하라는 명령을 주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열심자도 같은 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내 다른 아들들, 시몬과 요셉은 어디 있어요?”
“아주머니,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지진이 날 때까지는 같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정착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어둡고 번개가 치는 가운데, 다시 살아난 사람들과 지진과 회오리바람 가운데에서 저는 이성을 잃을 만큼 당황했었습니다. 저는 성전에 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거기 신성한 경계 너머에 가 있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저와 향료 제단 사이에는 50센티미터 거리밖에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제가 발을 들여놓고 있는 곳이 근무중인 사제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리고 저는 지성소를 보았습니다!… 예, 보았어요. 지성소의 휘장이 어떤 거인의 뜻으로 잡아채진 것같이 위에서 아래까지 찢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거기 있는 것을 누가 보았더라면 저는 돌에 맞아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죽은 사람의 유령과 산 사람의 유령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번개불빛과 화재로 인한 불빛으로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어서 유령들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오! 내 시몬! 내 요셉!”
“그럼 시몬 베드로는? 그리고 가리옷의 유다는? 그리고 토마와 필립보는?”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저들이 부인들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라자로가 저더러 가보라고 보내서 왔습니다.”
“그러면 곧 가서 안심시키시오. 벌써 마나엔을 보내기는 했지만, 당신도 가서 말하세요… 그만 죽임을 당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그와 함께 나도 죽었다고. 그리고 다른 제자들을 만나거든 그리로 데리고 가세요. 그렇지만 가리옷 사람과 시몬 베드로는 내가 보기를 원합니다.”
“어머니… 저희가 그 이상의 일을 하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모든 것을 용서합니다… 가 보세요.”
이사악이 나가니, 마르타와 마리아, 살로메와 알패오의 마리아는 부탁과 충고와 명령을 숨가쁘게 한다. 수산나는 아무도 자기 남편 말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조용히 울고 있다. 그러자 살로메도 자기 남편 생각을 하고 운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다시 침묵이 흐른다.
시내가 조용하므로 여자들은 겁을 덜낸다. 그러나 반쯤 열린 대문으로 수염을 깎은 론지노의 옆얼굴이 나타나는 것을 보자 여자들은 마치 수의를 입힌 송장이나 마귀 귀신을 보기나 하듯이 도망친다. 현관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던 집주인이 제일 먼저 도망친다.
마리아와 같이 있던 막달레나가 달려온다. 론지노는 본의 아닌 비웃는 듯한 미소를 약간 입술에 띠고 들어와서 직접 무거운 대문을 닫는다. 군복을 입지 않고 짧은 회색옷을 입고 역시 짙은 빛깔의 겉옷을 그 위에 입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그를 쳐다보고 그도 막달레나를 바라본다. 그런 다음 여전히 대문에 기대 선 채 묻는다. “아무도 부정하게 하지 않고 아무도 놀라게 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소? 오늘 아침 새벽녘에 요셉 시민을 만났는데, 어머니의 소원을 내게 말해 주었소. 나 자신 스스로 그 생각을 못한 것을 용서하시오. 여기 창이 있소. 나는 이것을 한 성인의… 성인중의 성인의 기념품으로 간직했었어. 오! 기념품이야 기념품이지요! 하지만 어머니가 그것을 가지는 것이 옳소. 옷은… 더 힘드오. 그 말은 어머니께 드리지 마시오… 하지만 몇 데나리온 값에 벌써 팔렸는지도 모르오… 그것은 병사들의 권리요. 하지만 찾아내도록 해보겠소….”
“오세요. 어머니가 여기 계십니다.”
“하지만 나는 이교도요!”
“상관없어요. 원하시면 말씀드리겠어요.”
“오! 아니오… 나 같은 것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소.”
마리아 막달레나는 동정녀 마리아에게로 간다. “어머니, 론지노가 저기 밖에 있습니다 .그 사람이 창을 어머니께 드린답니다.”
“들어오라고 하게.”
문지방에 있는 집주인이 불평한다. “하지만 저 사람은 이교도인데요.”
“여보시오. 예수가 모든 사람의 구세주인 것처럼 나는 모든 사람의 어머니요.”
론지노가 들어온다. 그리고 문지방에서 팔을 움직여(겉옷은 벗는다) 로마식으로 인사를 하고 나서 말로 인사를 한다. “아베, 도미나(마님, 안녕하십니까). 한 로마인이 인류의 어머니께 인사드립니다. 참 어머니, 저는 그… 그… 그일에 상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께 원하시는 것을 드리는 데 소용되면 저는 그 소름끼치는 일을 하라고 선택된 것에 대해서 운명을 용서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러면서 붉은 나사(羅紗)에 싼 창을 마리아께 드린다. 자루는 없이 쇠붙이 뿐이다.
마리아는 한층 더 창백해지면서 창을 받으신다. 얼굴의 창백함으로 인하여 입술 빛깔까지 없어진다. 창이 마리아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입술까지도 떨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당신의 어진 마음씨 때문에 그가 당신을 자기에게로 인도하기를 바랍니다.”
“그분은 제가 광대한 로마제국에서 만난 유일한 의인이었습니다. 저는 다만 동료들의 말을 통해서만 그분을 알게 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너무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아들이여. 그는 복음 전파를 끝냈습니다. 그러나 복음은 남아 있습니다. 그의 교회 안에.”
“그분의 교회가 어디에 있습니까?”
론지노는 약간 빈정거린다.
“여기 있습니다. 오늘은 매를 맞아 흩어졌지만, 내일은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 가지와 잎이 제 자리를 도로 찾는 나무와 같이 다시 모일 것입니다. 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교회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이고 내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전부 내 마음 속에 쓰여 있습니다. 내 마음만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그것을 말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오겠습니다. 이러한 영웅을 창립자로 모신 종교는 신의 종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베, 도미나(마님, 안녕히 계십시오)!”
론지노는 떠나간다.
마리아는 당신 아들의 피가 아직 묻어 있는 창에 입맞추신다… 그리고 그피를 없애기를 원치 않으며, “잔인한 창에 놓인 하느님의 홍옥” 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날 하루는 이와 같이 잠시 개었다가 뇌우가 사라지다가 하는 중에 흘러간다.
요한은 해가 천정점(天頂點)에 있어 오정이라는 것을 알릴 때쯤이 되어서야 돌아온다.
“어머니, 가리옷의 유다 말고는…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이 어디 있느냐?”
“오! 어머니! 정말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어떤 올리브 나무에 목이 매달려 있는데, 죽은 지 여러 주가 되는 것처럼 붓고 새까맣게 되었습니다. 썩고 소름끼쳤습니다… 그 위에는 독수리들과 까마귀들, 또 무언지 모를 새들이 무서운 싸움을 하며 웁니다… 그놈들의 소란에 끌려서 제가 그 방향으로 갔었습니다. 저는 올리브 나무 동산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어떤 비탈 위에서 까만 새들의 그 소용돌이를 보았습니다. 저는 갔습니다… 왜 갔느냐구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정말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네 말대로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로구나! 그러나 인자 위에 정의가 있었구나. 과연 이 시간에 인자는 없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런데 베드로는!… 요한아, 창은 내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옷은… 론지노는 옷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어머니, 저는 게쎄마니 동산에 가볼 생각입니다. 선생님이 잡히실 때 겉옷을 안입고 계셨습니다. 어쩌면 아직 거기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다음 베다니아로 가겠습니다.”
“가거라. 겉옷을 찾으러 가거라… 다른 제자들은 라자로의 집에 있단다. 그러니까 라자로의 집에 가지 말아라. 필요없다. 갔다가 이리로 돌아오너라.”
요한은 음식을 들지 않고 계신 마리아처럼 음식도 먹지 않고 뛰어서 떠난다. 여자들은 그들의 향유를 만들면서 서서 빵과 올리브를 먹었다.
쿠자와 요안나가 요나타와 같이 온다. 꼭 곡녀(哭女) 같은 얼굴이다. 마리아를 보자마자 요안나는 말한다. “선생님은 저를 구해 주셨어요! 선생님은 저를 구해 주시고, 당신은 돌아가셨어요! 이제는 제가 구함을 받지 않았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해요!”
고통을 당하시는 어머니가 이 병은 고쳐졌지만 병적인 감수성은 여전히 가지고 있는 이 소녀를 위로하셔야 한다. 마리아는 이렇게 말하면서 소녀를 위로하고 용기를 굳게 해 주신다. “너는 그를 알지 못하고 사랑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지금 그를 섬기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장차 할 일이 얼마나 많으냐! 너도 보니까 알겠지만 우리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남아 있었고 남자는 도망쳤다. 생명을 주는 것은 언제나 여자이다. 선을 위해서나, 악을 위해서나 우리는 새로운 믿음을 낳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정배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그 새로운 믿음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의 이익을 위해 이 세상에 그것을 낳을 것이다. 보아라, 얼마나 아름다우냐! 그가 얼마나 미소를 짓고 우리가 할 거룩한 일을 간청하느냐! 요안나야, 너도 알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다. 이제 울음을 그쳐라.”
“그렇지만 선생님은 돌아가셨어요! 예, 여기 이 모습은 아직 살아 계신 분 같군요. 그렇지만 이제 선생님은 살아 계시지 않아요. 선생님이 안 계신 세상은 뭐예요?”
“그는 돌아올 것이다. 가서 기도하고 기다려라. 네가 많이 믿으면 믿을수록 그가 일찍 부활할 것이다. 이 믿음이 내 힘이다… 그리고 그의 부활에 대한 이 믿음이 얼마나 심한 공격을 받는지는 하느님과 사탄과 나만이 알고 있다.”
물을 너무 많이 머금은 백합꽃과 같이 가냘프고 기울어진 요안나에게로 간다. 그러나 요안나가 떠난 다음 마리아는 다시 고통에 빠지신다.
“모두에게! 나는 모두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내게는 누가 힘을 주겠는가?” 그러면서 초상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우신다. 지금은 수건이 펼쳐져 있는 궤 곁에 앉아 계신 것이다.
요셉과 니고데모가 그리고 그들이 여러 개의 향 주머니를 가져오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몰약과 노회를 사러 나가는 일을 면하게 해 준다. 그러나 천에 새겨진 얼굴과 어머니의 초췌한 얼굴을 보고는 그들의 힘이 쭉 빠진다.
그들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린 다음 한 구석에 앉아 말이 없이 심각하고 침울한 얼굴로 있다가… 떠나간다. 그런데 마리아는 이제 말을 할 힘도 없어졌다. 그러나 저녁의 어둠이 내리덮이고 숨이 막히는 구름 덩어리가 다가옴에 따라 더 고민하는 가엾은 인간이 되신다. 저녁의 어두움은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나 마리아에게나 더 큰 고통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다른 여자들도 더 슬퍼하고, 특히 살로메와 알패오의 마리아와 수산나가 그러하다. 그러나 그 여자들에게는 마침내 위안이 온다. 그것은 제베대오와 수산나의 남편과 알패오의 시몬과 요셉이 떼를 지어 왔기 때문이다. 제베대오와 수산나의 남편은 요한이 오벨문밖을 지나다가 그들을 발견하였다는 것을 설명하는 동안 그대로 현관에 있다. 알패오의 시몬과 요셉은 들에서 시내로 돌아올까, 베다니아에 있다고 추측하는 형제들을 만나러 갈까하고 망설이며 서성거리다가 이사악에게 발견되었다.
시몬이 말한다. “아주머니는 어디 계십니까?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 들어와서 몹시 슬퍼하고 있는 친척 아두머니를 포옹한다.
“너 혼자냐! 왜 요셉이 너하고 같이 오지 않았니? 왜 서로 헤어졌니? 또 사이가 멀어졌니? 그러면 안된다. 알겠니? 충돌의 원인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수건의 얼굴을 보이신다.
시몬은 그 얼굴을 들여다보고 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다시는 헤어지지 않았고 헤어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예, 충돌의 원인이 없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아주머니가 생각하시는 것처럼은 아닙니다. 이유가 없어진 것은 지금은 요셉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요셉은 밖에 있어요… 감히 오지를 못한답니다….”
“오! 안된다. 나는 절대로 무섭지가 않고 오직 연민일 뿐이다. 나는 배반자까지도 용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자살을 했다.”
그리고 마리아는 일어나신다. 마리아는 몸을 구부리고 걸으면서 부르신다. “요셉아! 요셉아!”
그러나 요셉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마리아는 유다에게 말하려고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문으로 와서 문틀에 의지하면서 다른 손은 내밀어 조카들 중에서 가장 나이 많고 가장 고집 센 조카의 머리에 얹으신다. 마리아는 그를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신다. “요셉에게 기대게 해다오! 내가 이 이름을 우리집의 왕으로 모시고 있는 동안은 모든 것아 평화롭고 고요했다. 그러다가 내 거룩하신 분은 돌아가셨다. 그리고 불쌍한 마리아의 모든 인간 재물도 죽었다. 내게는 내 하느님이요 아들의 초자연적인 재물이 남아 있었다… 지금 나는 버림을 받은 여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한 요셉의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품에 안길 수 있으면 나는 덜 버림받은 것으로 느끼겠다. 내게는 뒤로 돌아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같이 생각될 것이다. ‘예수는 나갔다. 그렇지만 죽지는 않았다. 예수는 일하느라고 가나에, 나임에 가 있지만 이제 돌아온다…’고, 요셉아, 오너라. 그가 네게 미소를 보내려고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함께 들어가자. 그는 원한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려고 그의 미소를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요셉이 들어온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의 손을 잡고 계시다. 마리아가 앉는 것을 보자 요셉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마리아의 무릎에 얹고 흐느낀다. “용서하세요! 용서하세요!”
“내게 용서를 청할 것이 아니라 그에게 청해야 한다.”
“예수는 제게 용서를 주실 수 없어요. 골고타에서 저는 그의 시선을 끌려고 애썼어요. 그는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았지만 저는 보지 않으셨어요… 예수 생각이 옳아요… 저는 예수를 너무 늦게 선생으로 알고 사랑했거든요. 이제는 끝났어요.”
“이제 시작이다. 나자렛에 가서 ‘나는 믿는다’고 말해라. 네 믿음은 무한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오직 정신으로만 안 예수를 사랑하는 공을 세울 미래의 사도들과 같은 사랑으로 그를 사랑해라. 그렇게 하겠느냐?”
“예! 예! 속죄하기 위해서요. 그렇지만 예수에게서 말 한 마디를 듣고 싶은데, 다시는 결코 듣지 못하게 됐어요….”
“그는 사흗날에 부활해서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아주머니는 복되십니다….”
“요셉아! 요셉아! 내 남편은 네 아저씨였는데, 이것보다도 더 믿기 어려운 일을 믿었다. 그는 가엾은 나자렛의 마리아가 하느님의 배필이고 어머니라는 것을 믿을 줄 알았다. 그 의인의 조카이며 또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네가 왜 하느님께서 죽음에게 ‘이제 그만!’ 이라고 말씀하시고 생명에게 ‘돌아오너라’ 하고 말씀하실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단 말이냐?”
“저는 나빴기 때문에 이 믿음을 가질 자격이 없어요. 저는 그에 대해서 옳지 못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는 어머니이시니, 제게 축복하시고 저를 용서하고… 제게 평화를 주세요….”
“그래… 평화… 용서를… 오! 하느님! 한번은 내가 ‘<구세주>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 하고 말했었다. 지금은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냐!’ 하고 말하겠다. 불쌍히 여기십시오. 하느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요셉아, 가거라. 네 어머니가 요 얼마 동안 고통을 많이 당했다. 위로해 드려라… 나는 여기… 내 아들이 남긴 모든 것을 가지고 남아 있겠다… 그리고 내 고독한 눈물이 네게 믿음을 얻어 줄 것이다. 잘 가거라. 조카야. 모두에게 내가 말없이… 곰곰이 생각하고… 기도하고 싶어한다고 말해라… 나는… 나는 낭떠러지 위에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는 가련한 여인이다… 실은 내 믿음이다… 그리고 너희들의 믿음의 부족은 -아무도 전적으로 거룩하게 믿을 줄 모르니까- 이 실에 끊임없이 부딪힌다… 그리고 너희는 내게 얼마나 많은 피로를 강요하는지 모른다… 너희는 사탄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돕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가거라….”
그래서 마리아는 혼자 남아 계시다….
마리아는 수건 앞에 무릎을 꿇으신다. 그리고 아들의 이마와 눈과 입에 입을 맞추면서 말씀하신다. “이렇게! 이렇게! 기운을 얻기 위하여… 나는 믿어야 한다. 나는 믿어야 한다. 모두를 위하여.”
별 하나 없고 어둡고 숨 막히는 밤이 되었다. 마리아는 당신의 고통을 간직하고 어둠 속에 남아 계시다.
안식일 하루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