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한낮의 태양 아래 벌써 타고 있다. 집들의 흰 벽을 내리쬐고 길의 흙을 태우는 햇빛에 눈부시게 된 눈에는 그들을 이루는 장식 홍예창틀이 시원하게 해주는 물건이 된다.백열(白熱)하는 벽의 흰 빛깔과 장식 홍예창틀은 예루살렘을 흰 빛깔과 검은 빛깔로 된 이상한 그림처럼 만들어 놓았고, 강렬한 빛과 이 강렬한 빛과의 대조로 어두움같이 보이는 희미한 빛이 갈마들게 하는데, 이렇게 강렬한 빛과 희미한 빛이 갈마드는 것이 하나의 망상과 같이 괴롭힌다. 그것은 너무 강한 빛 혹은 너무 지나친 어두움으로 인하여 보는 기능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아가며 빛과 열이 있는 구역에서는 뛰어가려고 애를 쓰고, 장식 홍예창틀 아래에서는 걸음을 늦춘다. 거기서는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는 것이 빛과 어두움의 대조로 인하여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도들은 한낮의 시간에 사람의 발길이 끊긴 도시를 이렇게 걸어간다. 그들은 땀을 흘리며, 두건으로 얼굴과 목을 닦고 헐떡거린다….
  그러나 그들이 시내에서 나가야 할 때에는 그들에게 장식 홍예창틀의 위안도 없어진다. 성벽을 끼고 가며 북쪽과 남쪽으로 백열하는 먼지의 눈부신 리본처럼 멀어져 가서 보이지 않게 되는 길은 큰 화덕의 바닥과 같다. 길에서는 아궁이에서와 같이 뜨거운 기운이 오른다. 허파를 말리는 뜨거운 기운이다. 성벽 너머에 있는 작은 급류는 조약돌로 된 개울바닥을 흘러가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이루고 있는데, 해로 인하여 타서 석회처럼 된 두 개골같이 희게 되었다. 사도들은 그 가느다란 물줄기로 마구 뛰어가서 물을 마신다. 그리고 두건을 물에 담갔다가 세수를 한 다음에 젖은 두건을 머리에 올려 놓는다. 맨발로 그 가느다란 물줄기에 들어가서 흙탕물을 일으키며 왔다갔다 한다. 그렇고 말고! 그러나 그것은 매우 빈약한 납량(納凉)이다. 물은 활활 타는 불에 올려놓았던 남비에서 쏟아 놓은 것처럼 뜨겁다.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물이 뜨겁고 또 많지도 않구먼. 진흙과 잿물 맛이 나는데, 물이 이렇게 얼마되지 않을 때는 새벽에 한 빨래맛이 그대로 남아 있단 말이야.”
  그들은 골고타를 올라가기 시작한다. 보름 전에는 누르스름한 산 위에 드문드문 나 있는 솜털처럼 보이던 얼마 안 되던 풀을 뜨거운 햇빛이 말려버린 타는 듯한 골고타산을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은 잎이 없고 가시만 돋힌 뻣뻣한 가시나무 같은 풀덤불들만이 드물게 땅 속에서 파낸 해골 같은 줄기를 여기저기 세워놓고 있는데, 산의 먼지로 누르스름한 초록빛을 띠고 있어서 정말 방금 땅 속에서 꺼낸 해골과 같다. 그렇다. 정말이지 석회처럼 된 해골 다발을 땅에 심은 것 같다. 그 중에는 손바닥 길이 둘쯤 되는 곧은 줄기가 올라가다가 갑자기 구부러지면서 팔렛트 모양이 된 다음 다섯 손가락의 형태로 끝나는 식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지나가는 사람을 움켜잡아서 무시무시한 이곳에 붙잡아 두려고 내밀고 있는 해골의 손 같다.
  “먼 길로 가겠어. 가까운 길로 가겠어?” 하고 이 산에 올라와 본 사람으로는 오직 그뿐인 요한이 묻는다.
  “더 가까운 길로! 더 가까운 길로! 빨리하자구. 여기선 더워 죽겠구먼!” 하고 열성당원과 알패오의 야보고를 빼놓은 다른 사람 모두가 말한다.
  “가세!”
  길에 깔린 돌들은 마치 불에서 꺼낸 판처럼 뜨겁다.
  “아니 여기선 앞으로 갈 수가 없구먼! 갈 수가 없어!” 하고 그들은 몇 미터를 간 다음에 말한다.
  “그렇지만 주님은 저 가시덤불이 있는 곳까지 올라오셨단 말이야. 게다가 주님은 벌써 상처를 입으시고 십자가를 지고 가셨어” 하고 요한이 지적한다. 요한은 갈바리아에 올라온 때부터 울고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기진맥진하여 땅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고 있다. 개울물에 적셨던 두건들은 벌써 햇볕에 말랐고, 반대로 옷은 땀으로 얼룩졌다.
  “너무 가파르고 너무 덥구먼!”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그래 너무 가파르고 너무 더워” 하고 얼굴이 새빨개진 마태오가 확인한다.
  “해는 다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올라가는 데는 이 길로 가세. 이 길은 더 멀지만 덜 피로해. 론지노 자신도 주님이 올라가실 수 있게 하려고 이 길로 갔어. 여기가 보이나? 좀 어두운 빛깔이 저 돌이 있는 이곳 말이야. 여기가 주님이 넘어지신 곳이야. 우리는 주님이 돌아가신 줄 알았어. 우리는 여기서 북쪽으로 거기를 바라보고 있었어. 저기 보이지. 비탈이 가파르게 되기 전에 움푹 들어간 그 곳 말이야. 주님은 움직이지 않고 계셨어. 아이고! 어머니의 비명소리 지금도 여기에 울려와! 나는 생전 그 비명소리를 잊지 못할 거야. …한 시간 동안에 우리를 늙게 하고,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어. 자, 가세! 고통을 당하시는 주님은 자네들보다 덜 멈추셨어!” 하고 요한이 격려한다.
  그들은 정신이 멍해서 일어나 요한을 따라 돌을 깐 길과 꼬불꼬불한 오솔길의 교차점까지 가서 오솔길로 돌아간다. 그렇다! 여기는 덜 가파르다. 그러나 햇빛은! 그런데 이 오솔길이 끼고 도는 비탈이 벌써 햇볕에 그을린 길손들에게 태양의 열기를 반사하기 때문에 더위는 한층 더 심하다.
  “그런데 왜 이런 시간에 여길 올라가게 하시지? 우리가 어디에 발을 디디는지 볼 수 있게 새벽 해뜰 무렵에 올라오게 하실 수는 없었나? 더군다나 우리는 성밖에 있었기 때문에 성문 여는 걸 기다리지 않고도 올 수가 있었는데 말이야.” 그들은 불평하며 자기들끼리 투덜거린다.
  아직도 여전히 사람들이며, 죽어가시면서도 여전히 영웅적이고 당당하셨던 그리스도의 비극이기보다는 오히려 한층 더 오만하고 비겁하였던 그들의 인간성의 비극이었던 성 금요일의 비극이 지난 후인 지금도 인간이며, 군중의 호산나 소리에 취하고 라자로의 집에서 있었던 호화로운 축제와 연회를 생각하고 몹시 기뻐하던 그런 때와 마찬가지로 인간들이었으며… 가까이 다가온 폭풍우의 모든 징조와 경고에는 깜깜한 귀머거리요 소경이었던 사람 그대로인 인간들이다.
  알패오의 야보고와 열성당원은 조용히 울고 있다. 안드레아도 요한의 마지막 말을 들은 다음에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한이 이제는 그의 기억을 새롭게 하면서 말을 하는데, 그 회상은 불평하지 말라는 하나의 형제적인 경고이고 권고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이 주님께서 여기 올라오신 시간이야. 그런데 주님은 벌써 오래 전부터 걷고 계셨어. 오! 주님이 최후의 만찬실에서 나오신 순간부터 한 순간도 휴식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날도 굉장히 더웠어! 소나기가 가까이 오는 숨막히는 무더위였어. …그리고 주님은 열에 들떠 계셨어. 니까는 주님의 얼굴에 수건을 갖다 댔을 때 불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어. 여기가 주님이 여인들을 만나신 곳일 거야. …우리는 반대편에 있어서 그 만남을 보지는 못했어. 그렇지만 니까와 다른 여자들이 말한 것에 의하면 그래… 자, 나아가세! 가마를 타고 다녀 버릇한 로마여자들이 주님이 사형선고를 받으신 때인 아침 아홉시부터 햇빛을 줄곧 받으면서 이 길을 걸어 왔다는 것을 생각들 하게. 아이고! 이교도인 그 여자들은 모든 사람들을 앞질러 가면서, 어떤 이유로 그 곳에 없었던 다른 여자들에게 알리려고 노예들을 보냈어….”
  그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이 길은 불의 수난이다! 그들은 비틀거리기까지 한다. 베드로는 말한다. “만일 주님이 기적을 행하지 않으시면, 우리는 일사병으로 쓰러질 걸세.”
  “그래. 심장이 목 안에서 퍼지는 것 같아” 하고 마태오가 맞장구를 친다.
  바르톨로메오는 이제 말이 없다. 술에 취한 것 같다. 요한은 피로 물든 금요일에 어머니를 그렇게 한 것과 같이 바르톨로메오의 팔꿈치를 잡고 부축한다. 요한은 그의 기운을 북돋워 준다. “여기서 얼마 안 가서 그늘이 좀 있어 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곳이야. 거기서 쉬어 가도록 하세.”
  그들은 점점 더 천천히 간다. …그들은 이제 성모 마리아가 가 계셨던 바위 앞에 왔고, 요한이 그 말을 한다. 과연 그늘이 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기가 움직이지 않아 매우 덥다.
  “아니스 한 대만이라도, 박하잎 하나라도, 풀 한 포기라도 있었으면! 내 입은 불꽃 옆에 놓인 양피지와 같아. 그렇지만 아무 것도 없단 말이야! 아무것도!” 하고 목과 이마에 핏줄이 부풀어 오른 토마가 탄식한다.
  “나에게 물 한 방울을 준다면 내게 남아 있는 여생도 내놓겠어” 하고 제베대오의 야보고가 말한다.
  유다 타대오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우리 가엾은 형제, 얼마나 괴로웠어! 주님은 말씀하셨어. …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었다고 말씀하셨어. 생각들 나나? 오! 이제는 알아듣겠어! 그 말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이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었어! 주님은 목이 말라 돌라가실 것 같았어! 그런데 주님이 아직 물을 마실 수 있을 때에 물 한 모금을 주님께 드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 말이야! 그리고 주님은 햇볕 외에 열이 나고 있었단 말이야!”
  “요안나가 목을 축일만한 것을 가져 왔었는데…” 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그 때는 이미 마실 수가 없으셨어! 말씀도 하실 수가 없었어. … 우리 있는 데에서 열 걸음쯤 되는 곳에서 어머니를 만나셨을 때에도 ‘어머니!’라는 말밖에는 못하셨고, 키레네 사람 시몬이 십자가를 대신 졌는데도, 멀리서나마도 입맞춤을 보내실 수가 없었어. 주님의 입술은 상처로 단단해지고 타 있었어. …오! 나는 군사들이 늘어서 있는 너머로 주님을 잘 보고 있었어! 이쪽으로 넘어오질 못했거든. 그들이 나를 지자가게 놔두었더라면 내가 주님의 십자가를 졌을 거야! 그렇지만 그들은 내 걱정을 해 준 거야. …그리고 우리를 돌로 쳐 죽이려고 하는 군중 때문에 그랬었지. …주님은 말씀도 하실 수 없고… 물을 마실 수도 없고… 입맞춤을 보내실 수도 없었어. …주님은 이마에서 흘러 내려와 딱딱하게 엉긴 피 사이로 그 아픈 눈을 가지고 거의 보실 수가 없게 되었었어! …주님의 옷은 무릎언저리가 찢어졌는데, 무릎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어. …손은 붓고 상처가 나 있었어. …턱과 뺨에도 상처가 있었어. …벌써 채찍으로 맞아 터진 어깨에 십자가로 인해서 상처가 더 생겼었어. …허리는 밧줄로 묶여 상처가 났었고… 머리카락은 가시에서 흐르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어. …주님은…”
  “그만둬! 그만둬! 자네 말을 들을 수가 없어! 입 닥쳐! 제발 부탁이야, 그리고 명령이야!” 하고 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베드로가 외친다.
  “내 말을 들을 수가 없다구! 자네들은 내 말을 들을 수가 없다구! 그렇지만 나는 주님을 봐야 했고, 주님의 경련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어! 그리고 어머니는? 그럼 어머니는?”
  그들은 흐느끼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하고, 또 걷는다. 이제는 자기들 때문에 불평을 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고통을 생각하며 운다.
  그들은 이제 산꼭대기에 올라왔다. 첫 번째 작은 광장에. 그 곳은 뜨거운 금속판과 같은 곳이다. 태양빛의 반사가 얼마나 심한지 사막의 불타는 것 같은 모래위에 태양이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그 현상의 결과로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아 보일 지경이다.
  “이리들 오게. 이쪽으로 올라가세. 백부장(百夫長)이 우리를 이리로 건너오게 했어 나도. 그들은 나를 마리아의 아들인 줄 알았던 거야. 여자들은 거기 있었고, 목자들은 여기에, 그리고 여기에 유다인들이 있었지…” 요한은 여러 장소를 가리키며 말을 마친다. “그렇지만 군중은 아래쪽에 있었어. 계곡까지, 길 있는 데까지 비탈을 뒤덮고 있었어. 군중은 성벽 위에도 있었고, 성벽 근처 고개에도 있었어. 눈으로 볼 수 있는 데까지 차 있었어. 나는 해가 가려지기 시작할 때에 그걸 보았어. 그 전에는 지금과 같아서 볼 수가 없었어….”
  과연 예루살렘은 저 아래에서 떨리고 있는 신기루 같다. 빛이 너무 강렬해서 그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의 눈에는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그런데 요한은 이렇게 말한다. “언제 왔었는지 또 왜 왔었는지는 모르지만, 라자로의 마리아가 말했는데, 다른 시간에는 벼락으로 불탄 집들의 시꺼먼 잔해가 보인다네. 가장 죄 많은 사람들의 집들 말이야. …적어도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죄가 있었어. …자, 보라구! 여기(요한은 발걸음을 세면서 그 때 광경을 재현한다) 여기 론지노가 있었고, 여기 어머니 마리아와 내가 있었어. 여기는 뉘우친 도둑의 십자가가 있었고, 거기는 다른 도둑의 십자가가 있었어. 그리고 여기서 옷을 놓고 제비를 뽑았어. 주님이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가 쓰러지신 것이 저기였어. …그리고 주님의 심장이 찔리는 것을 내가 본 것이 여기서였어(요한은 죽은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해진다) 주님의 십자가가 여기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경배하기 위하여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땅에 얼굴을 댄다. 땅은 십자가의 가로대의 그늘에 따라, 그리고 세로대 둘레에 피흐른 자리가 눈에 띄게 패어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돌과 파편들이 섞여서 일종의 단단한 껍질이 되다시피 한 그 단단한 땅을 적어도 손바닥 너비 하나만큼의 깊이로 그렇게 파느라고 무척 힘든 일을 하였음이 틀림없다! 사도들은 모두 땅에 엎드려, 그 먼지에 입맞춤을 하는데, 지금은 그들의 눈물로 그 먼지를 적신다….
  그러나 요한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다정스러우면서도 무자비하게 모든 삽화(揷話)를 환기 시킨다. …그는 이제 태양을 깨닫지 못한다. …아무도 태양을 깨닫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예수께서 몰약(沒藥)을 탄 포도주를 물리치신 순간에 대하여 말하고, 옷을 벗고 어머니의 베일을 두르신 수간, 심하게 채찍으로 맞아 상처를 입으신 상태로 나타나신 순간, 십자가 위에 누우시고, 첫 번째 못을 박을 때 비명을 지르시다가, 어머니께서 너무 괴로워하지 않으시도록 비명 지르는 것을 그치는 순간, 사형 집행인들이 예수의 손목을 찢고, 미리 만들어 놓은 구멍에까지 팔을 끌어당기느라고 팔을 탈구(脫臼)시킨 순간, 예수께서 완전히 못 박히신 다음, 못을 사리기 위하여 십자가를 뒤집어 놓아서 그 무게가 희생자의 몸을 찍어 누르는 바람에 희생자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리던 순간, 십자가를 다시 젖혀놓고 세워서 끌고 가 구멍에 떨어뜨리고 쐐기로 고정시킨 순간, 몸이 떨어지면서 손들이 찢어지고, 가시관이 움직이면서 머리를 찢어놓은 순간에 대해서 말한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리는 말씀,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사람들을 위하여 용서를 비시던 말씀, 또 뉘우치는 도둑을 용서하신 말씀, 그리고 어머니와 요한에게 하신 말씀, 모든 사람에게 도전하여 그렇게도 공공연하게 영웅적인 행동을 한 요셉과 니고데모가 온 일, 막달라 마리아의 용기, 당신을 버리신 아버지께 대한 고민의 부르짖음, 목마름, 쓸개를 탄 초 마지막 임종의 고통, 어머니를 부르던 가냘픈 목소리, 고통, 고통의 연속 때문에 이미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던 영혼으로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 그리고 인종(忍從)하시며 하느님께 맡기심, 소름끼치는 마지막 경련, 세상을 떨게 한 외침, 예수께서 돌아가신 것을 보았을 때 지르신 어머니의 비명…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그만해! 그만해! 그만 해!” 하고 베드로가 외치는데, 그 자신이 창에 찔리는 것같이 보인다. 다른 사도들도 요한에게 “그만 해! 그만 해!…” 하고 부탁한다.
  “이젠 아무 것도 말할 것이 없어. 희생이 끝났었어. 장사… 주님의 애 끊는 듯한 괴로움이 아니라, 우리의 지극한 괴로움, 그러나 우리의 괴로움은 어머니의 고통으로써만 가치가 있었어. 애를 끊는 듯한 우리의 괴로움!1 이것이 동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인가?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사하고 청하는 대신에 동정을 주님께 드리세. 우리는 고통과 피로와 저버림을 항상 너무나 피하고, 모든 것을 주님께, 주님께만 맡겨 드렸어. 정말이지, 우리는 사랑받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나라에서 위대한 인물이 된다는 교만 때문에 주님을 사랑했지만, 고통 중에서는 주님을 사랑할 줄 모르는 부당한 제자들이었어. …지금도 그래. 여기, 여기서는 우리는 맹세해야 하네. 그리고 여기 제단이 있어, 제단은 하늘과 땅 앞에 세워져 있어. 다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해야 하네. 지금 주님께는 기쁨이 있고, 십자가는 우리의 것일세.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하세. 이렇게 해야만 우리가 우리 영혼에 평화를 줄 수 있을 거야. 여기서 메시아이시며 주님이신 나자렛의 예수님이 구세주와 구속자가 되시려고 돌아가셨어. 여기서 사람으로서의 우리가 죽고, 참된 제자가 다시 살아나야 하네. 일어들 나게! 우리가 세상의 구속을 위해 죽을 줄 알기까지 주님의 가르침을 믿겠다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하신 이름을 걸고 맹세하세.” 요한은 세라핌(Seraphim=치품-熾品-천사)같다. 그가 몸짓을 하는 바람에 두건이 떨어져서 금발이 햇빛에 반짝인다. 그는 아마 도둑들의 십자가의 받침대였던, 한편에 치워놓은 파편들 위에 올라가서 얼떨결에 예수께서 가르치실 때 자주 하시던 태도, 특히 십자가 위에서 가지셨던 태도인 양팔을 벌리는 태도를 취하였다.
  다른 사도들은 몹시도 아름답고 매우 정열적이며 대단히 젊은, 모든 사도들 중에서 제일 어리면서도 정신적으로는 그렇게도 성숙한 그를 쳐다본다. 갈바리아는 그를 완전한 나이에 이르게 하였다. …그들은 요한을 쳐다보며 외친다. “우리는 그걸 맹세하네!”
  “그러면 아버지께서 우리의 맹세를 단단하게 해 주시기를 기도드리세. ‘하늘에 계신 저희들의 아버지…’ 하고.”
  열한 목소리의 합창은 그들이 계속하는 데 따라서 점점 더 참착해진다. 베드로는 “저희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하고 말할 때에 가슴을 친다. 그리고 마지막 간청인 “저희들을 악에서 구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 때에는 모두가 무릎을 꿇는다. 그들은 이렇게 땅에까지 몸을 숙이고 묵상한다….
  예수께서 그들 가운데에 계신다. 나는 언제 어디서 나타나셨는지 보지 못하였다. 사람이 올라 갈 수 없는 산 쪽에서 오신 것 같다. 예수께서는 한낮의 환한 빛을 받으면서 사랑으로 빛나시며 말씀하신다. “내 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마귀에게서 손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너희들에게 말한다마는, 모든 사람의 구원을 원하시는 지극히 높으신 조물주를 섬김으로서 나와 결합해 있는 사람은 마귀를 내쫓을 수 있을 것이고, 하느님께서 당신을 섬기라고 그들이 세상에 남아 있기를 원하시는 동안은 맹수와 불길 가운데로 지나가도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주님, 언제 오셨습니까?” 하고 그들은 무릎을 꿇은 채 말한다.
  “너희들의 맹세가 나를 불렀다. 그리고 이제는, 내 사도들의 발이 이 땅을 밟은 지금은 빨리 시내로, 최후의 만찬 집으로 내려가거라. 오늘 저녁 갈릴래아의 여자들이 내 어머니와 같이 떠날 참이다. 너와 요한은 그 여자들과 같이 가거라. 우리는 모두 갈릴래아의 다볼산 위에서 다시 모인다.” 하고 열성당원과 요한에게 말씀하신다.
  “언제입니까, 주님?”
  “요한이 그것을 알게 될 것이고 너희들에게 말해 줄 것이다.”
  “주님, 저희들을 떠나십니까? 저희들에게 강복을 주지 않으십니까? 저희들은 주님의 강복이 무척 필요합니다.”
  “너희들에게 여기서도 강복을 주고, 최후의 만찬실에서도 주마. 엎드려라.” 예수께서 그들에게 강복을 주신다. 그리고 변모 때와 같이 태양 광채가 예수를 둘러싼다. 그러나 여기서는 예수를 감춘다. 예수께서는 이미 그곳에 계시지 않는다.
  그들은 머리를 든다. 태양과 타는 듯한 땅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일어나세! 주님은 가셨네!” 하고 그들은 서글프게 말한다.
  “우리들 가운데에는 점점 짧게 계시는구먼!”
  “그렇지만 오늘은 어제 저녁보다는 더 만족하신 것 같았어. 형,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어?” 하고 타대오가 알패오의 야보고에게 묻는다.
  “우리의 맹세가 주님을 기쁘시게 했어. 요한이 우리에게 그렇게 하게 했으니, 축복받게!”하고 베드로가 요한을 껴안으면서 말한다.
  “나는 주님이 당신 수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것으로 바랐었는데! 우리에게 이리 오라고 하시고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셨을까?” 하고 토마가 말한다.
  “오늘 저녁에 여쭈어 보세” 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그러세. 그렇지만 이젠 떠나세. 길은 멀고, 또 우리는 어머니 마리아가 떠나시기 전에 좀 같이 있고 싶어” 하고 알패오의 야보고가 말한다.
  “또 한가지 즐거움이 끝나는구먼!” 하고 타대오가 한숨짓는다.
  “우리는 고아로 있을 터이니, 어떻게 하지?”
그들은 요한과 열성당원쪽으로 몸을 돌리며 약간 부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자네들은 적어도 어머니를 모시고 가지. 그리고 항상 모시고 있고”
  요한은 “그렇게 됐어” 하고 말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그러나 악의 없이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그들은 즉시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그건 정당해. 자넨 어머니와 같이 여기 있었고, 또 자네는 순종으로 여기 오는 것을 단념했으니까 우리는….”
  그들은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더 아래쪽에 있는 작은 광장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제일 가파른 길로 한 여인이 와서 말없이 그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는 더 위쪽에 있는 작은 광장을 향하여 자신 있게 가는 것을 본다.
  “벌써 사람이 여기 오는구먼! 마리아만 오는 것이 아니야. 그렇지만 저 여잔 뭘 하는 걸까 땅에서 뭘 찾으면서 울고 있는데. 아마 그날 무엇인가 잃어버린 여자인 모양이지?” 하고 서로들 묻는다. 누군지 모르겠으니, 아마 사실 그런지도 알 수 없다. 여자의 얼굴은 완전히 베일로 가려져 있다.
  토마가 우렁찬 목소리로 묻는다. “부인, 무엇을 잃었습니까?”
  “아무 것두요. 나는 주님의 십자가가 서 있던 자리를 찾는 겁니다. 오빠가 죽어 가는데, 친절하신 선생님이 세상에 안 계시니…” 베일을 쓴 여자는 운다. “사람들이 그분을 쫓아 버렸어요!”
  “그분은 부활하셨습니다, 부인. 영원히 거기 계십니다.”
  “그분은 하느님이시고, 하느님은 죽지 않으시니까 그분이 영원히 계시다는 것은 나도 알아요. 그렇지만 우리들 가운데는 안 계시게 됐어요. 세상이 그분을 원치 않으시니까 떠나셨어요. 세상이 그분을 모독했고, 그분의 제자들까지도 도둑이기나 한 것처럼 그분을 버렸어요. 그래서 그분도 세상을 버리셨습니다. 나는 그분의 피를 조금 구하러 왔어요. 나는 그분 제자들의 안수보다는 오히려 그 피가 내 오빠를 낫게 하리라고 믿어요. 나는 그 제자들이 불충실한 뒤에도 기적을 행할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으니까요.”
  “부인, 주님이 방금 여기 계셨었습니다. 주님은 영혼과 육체로 부활하셨고, 아직도 우리들 가운데 계십니다. 주님의 강복의 향기가 아직도 우리 위에 있습니다. 보세요. 여기가 조금 전에 주님이 디디고 계셨던 곳입니다” 하고 요한이 말한다.
  “아니, 나는 그분의 피 한 방울을 찾는 것입니다. 나는 여기 없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모릅니다.…” 그러면서 몸을 잔뜩 구부리고 땅 위를 찾는다.
요한이 여자에게 말한다. “여기가 주님의 십자가가 서 있던 곳입니다. 나는 여기 있었습니다.”
  “당신은 여기 있었어요? 친구로 있었나요, 또는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느라고 있었나요? 그분이 좋아하시던 제자 중의 한 사람만이 그분의 십자가 아래 있었고, 충실한 다른 제자 몇 사람도 그와 같이 이 근처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나는 주님을 못 박은 어떤 사람과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부인,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보세요. 여기에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팠지만 아직도 흙이 피 때문에 붉은 빛깔입니다. 피가 너무도 많이 흘러서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자, 받으시오. 그리고 부인의 믿음이 갚음받기를 바랍니다.” 요한이 십자가가 서 있었던 구멍 속을 손가락으로 파서 불그레한 부식토를 꺼내 주니 여인은 작은 수건에 그것을 받는다. 그 여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 보물을 가지고 빨리 간다.
  “우리가 누구라는걸 알리지 않길 잘 했네.”
  “왜 자네가 누구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나?” 하고 사도들이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인간적인 생각이 반대를 한다.
  요한은 그들을 바라다보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제일 먼저 돌을 깐 가파른 길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것이 올라가는 곳보다는 쉽지만, 해는 아직도 견디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래, 골고타산 맡에 내려왔을 때는 정말 목이 마르다. 그러나 양들이 개울에 들어가 있고, 목자들도 양들과 같이 있다. 그들은 틀림없이 저녁이 되기 전에 양들에게 풀을 뜯게 하려고 어떤 이웃 외양간에서 나온 모양이었다. 물은 흐르고 마실 수가 없다.
  하도 목이 말라서 바르톨로메오가 어떤 목자를 보고 말한다.
  “당신 수통에 물 한모금있소?”
  그 사람은 그들을 엄한 눈으로 바라다보며 말을 안 한다.
  “그럼, 양 젖을 좀 주시오. 당신 양들의 젖이 퉁퉁 불었소. 돈을 내겠소. 우리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싶지만, 아무거나 마시기만 하면 되겠소.”
  “나는 그들의 선생을 버린 사람들에게는 줄 물도 없고 양 젖도 없소. 난 당신들을 알아보오, 알겠소? 어느 날 벳수르에서 당신들을 보고 당신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소. 바로, 마실 것을 청하는 당신 말이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죽인 그분을 내렸을 때 당신들을 보지 못했고 저 사람밖에 없었소. 그분에게는 물을 주지 않았다고 산꼭대기에 있었던 사람들이 내게 말했소. 그러니까 당신들에게 줄 물도 없소.” 그는 휘파람을 불어 그의 개를 부르고 양들을 모아서 북쪽으로 간다. 그 곳에서는 올리브나무와 풀이 뒤덮인 야산들이 시작 된다.
  사도들은 압도되어 다리를 건너 시내로 들어간다.
  그들은 두건을 눈 위에까지 푹 내려쓰고 몸을 약간 구부리고 성벽에 바짝 붙어서 걸어간다. 지금은 오후가 되면서 대단히 더웠던 시간이 지난 다음 거리가 활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 집에 가기 전에 온 시내를 건너질러 가야 하는데. 사도들을 아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들이 아무 말썽 없이 지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 얼마 안가서 어떤 율법교사가(나는 이제 이 사람들은 안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좋아하고 있었다) 분수의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그 좁은 네거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기 그자들이 온다! 저자들을 보라구! 위대한 왕의 패잔병들! 비겁한 용사들이고, 유혹자의제자들! 저들에게는 경멸과 조소가 있어야 하고, 미치광이들에 대한 것과 같은 동정이나 있어야 해!” 하고 외치는 동안 가혹한 웃음이 그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이 질풍같이 몰아치는 조소의 시초였다.
  어떤 사람들은 외친다. “그자가 고통을 당할 때 당신들은 어디 있었소?” “제자들이 이젠 그자가 거짓 예언자였다는 걸 확신하게 됐나?”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당신들이 그자를 훔쳐다가 감춰도 소용없소. 사상은 사라졌고, 나자렛 사람은 죽었소. 갈릴래아 사람이 야훼의 벼락을 맞았고, 당신들도 그자와 같이 벼락을 맞았소.” 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거짓 동정을 가지고 “저 사람들을 가만 놔두라고! 저 사람들은 그걸 깨닫고 뉘우쳤어. 너무 늦긴 했지만, 그래도 마침 좋은 때에 도망칠 만큼은 알맞게 뉘우친 거야!” 하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도들의 편을 드는 경향이 있는 여자들이 대부분인 서민들에게 연설을 한다.
  “우리의 정의를 아직 의심하는 당신들은 나자렛 사람의 충실한 제자들의 행동으로 진상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만일 그 사람이 하느님이었다면 저 사람들을 강하게 했을 것입니다. 만일 저 사람들이 그를 진짜 메시아로 인정했다면, 사람의 힘이 그리스도를 이기지 못하리라고 생각해서 도망을 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그 사람은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죽었고, 저 사람들은 잠든 경비병들을 습격한 다음 시체를 훔쳐 갔지만 소용없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는지 지키던 병사들에게 물어보시오. 그 사람은 죽었고, 그의 제자들은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그 사람의 마지막 흔적을 지워 버리는 사람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눈에 위대한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나자렛 사람의 지지자들을 저주합시다! 오! 거룩한 백성이여, 돌을 집으시오. 이 사람들을 성 밖에서 돌로 쳐 죽이시오.”
  그것은 사도들의 아직 단단하지 못한 용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비난하는 자들에 대한 무모한 도전으로 민중이 들고 일어나는 것을 부추기지 않으려고 벌써 성벽 쪽으로 좀 물러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중보다도 공포가 더 우세해진다. 그래서 그들은 등을 돌리고 성문 쪽으로 도망쳐 달아난다. 알패오의 야보고와 제베대오의 야보고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침착하고 자기를 더 억제하는 요한과 베드로와 열성당원과 함께 뛰지 않고 동료들을 따라가는데, 성문으로 나가기 전에 돌 몇 개를 맞고, 특히 오물을 많이 맞는다.
  초소에서 나온 경비병들이 성 밖으로 쫓아가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사도들은 뛰고 또 뛰어서 요셉의 사과밭, 무덤이 있는 곳으로 피신한다.
  그 곳은 고요하고 조용하며, 요사이 잎이 나기 시작해서 많지는 않아도 그 에메랄드 빛깔이 든든한 나무줄기 아래 기분 좋은 빛깔의 베일을 만들어 놓아 나무 밑에는 햇빛이 부드럽다. 그들은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멈추게 하려고 땅에 주저앉는다. 정원 안쪽에서는 한 남자가 젊은이의 도움을 받으며 괭이로 땅을 파고 야채에 북을 주는데, 어떤 울타리 뒤에 몸을 숨긴 사도들이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늘을 살펴보고 큰 소리로 “요셉아. 이리 오너라, 그리고 나귀를 데려와서 짐수레를 달아라.” 하고 말하고 나서야 사도들 쪽으로 온다. 거기에는 가시덤불에 가려진 촌스러운 우물이 있는데, 가시덤불로 그늘이 져 있다.
  “뭣들 하시오? 당신들은 누구요?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동산에서 뭘 찾는 거요? 그리고 바보 같은 녀석, 너는 요셉님이 철책을 만들어 놓은 지금 그걸 잠그라고 하셨는데 왜 열어 놓았니? 주님의 시체를 모셨던 이곳에는 요셉님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걸 알지 못하니?”
  나는 예수의 시체를 모시는 것을 보는 슬픔 속에서, 그리고 부활을 보고 깜짝 놀라는 가운데 회양목과 가시나무로 된 울타리 너머로 동산에 철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눈여겨보지 못했었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철책이 만들어진 지가 얼마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철책이 아주 새 것이고, 정사각형의 기둥 두 개로 지탱되어 있는데, 그 기둥의 칠이 오래 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요셉도 라자로처럼 예수께서 거룩하게 하신 장소에 잠그는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요한은 열성당원과 알패오의 야보고와 동시에 땅에서 일어나서 무서워하지 않고 말한다. “우리는 주님의 사도들이오. 나는 요한이고, 이 사람은 요셉의 친구 시몬이고, 또 이 사람은 주님의 형제 야보고요. 주님이 우리를 골고타로 부르셔서 갔었소. 주님은 우리에게 어머님이 계시는 집으로 가라고 명령하셨소. 그러다가 군중에게 쫓겼소. 그래서 여기로 들어와서 저녁때를 기다리기로 한거요….”
  “아니, 그런데 상처를 입었군요? 당신도 그렇고, 또 당신도! 치료를 해 줄 터이니 이리 오시오. 목이 마릅니까? 숨이 차시는군요. 너는 빨리 물을 길어 오너라. 첫 번째 물은 깨끗하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두레박 때문에 물이 흐려진다. 이분들에게 마실 물을 드려라. 그런 다음 저 신선한 상치를 씻어서 접지(接枝)에 바르는 기름을 부어라. 나는 이것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내 집은 여기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기다리신다면 내가 당신들을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아니오, 아니오. 우리는 주님을 만나 뵈러 가야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갚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물을 마시고 치료를 받는다. 그들은 모두 머리를 다쳤다. 유다인들은 겨냥을 잘 한다!
  “너는 길에 가서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어떤 정탐꾼이 있는지 살펴보고 오너라” 하고 동산지기는 소년에게 말한다.
  “아버지, 아무도 없어요. 길엔 사람이 없어요.” 하고 소년이 돌아와서 말한다.
  “가서 성문 쪽을 살펴보고 빨리 돌아오너라.”
  그는 아니스 줄기를 뜯어서 사도들에게 주면서 지금은 사과 꽃이 막 진 계절이기 때문에 야채와 상치와 아니스밖에 줄 것이 없다고 하며 미안해한다.
소년이 돌아와서 말한다. “아버지 아무도 없어요. 성문 저쪽 길에도 사람이 없어요.”
  “그러면 갑시다. 짐수레를 나귀에게 메우고 우리가 자른 풀을 그 위에 던져 넣어라. 우리는 밭에서 돌아오는 농부들처럼 보일 것입니다. 나하고 같이 갑시다. 길은 더 멀 겁니다. …그렇지만 돌 세례를 받는 것보다는 이편이 낫지요.”
  “그래도 우리는 역시 시내로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쪽에 있는 어둡고 좁은 골목길로 해서 들어갈 것입니다. 겁내지 말고 가십시다.”
  그는 큰 열쇠로 든든한 문을 잠그고, 나이 많은 사도들은 짐수레에 오르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괭이와 쇠스랑을 주고, 토마에게는 자른 나뭇가지 한 단을 지우고, 요한에게는 풀 한 다발을 지운다. 그리고는 성벽을 끼고 침착하게 남쪽을 향해 간다.
  “그렇지만 당신 집은… 여긴 집이 없는데요.”
  “집은 저쪽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집은 달아나지 않습니다. 아내는 기다릴 거구요. 나는 우선 주님의 종들에게 봉사하겠습니다. 그는 사도들을 바라다본다. …이거 보세요! 모든 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분의 이름 때문에 미움을 받습니다. 요셉님까지도. 그러나 그러면 어떻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와 같이 계시는데. 사람들은!… 미워하고 또 사랑합니다. 사랑하다가 또 미워하고. 그리고는! 오늘 하던 일을 내일은 잊어버립니다. 물론입니다. …잔인하고 비열한 사람들만 없었다면! 그야 그자들이 사람들을 선동하는 거지요. 그자들은 주님이 부활하셨기 때문에 화가 잔뜩 나 있습니다. 아이고! 주님이 성전의 첨탑에 나타나셔서 백성들에게 부활하셨다는 확증을 주셨으면 좋겠는데, 왜 그렇게 안 하실까요? 나는 믿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믿을 줄을 모릅니다. 그리고 그자들은 당신들이 벌써 썩은 시체를 훔쳐다가 요사팟의 어떤 동굴에 묻거나 태웠다고 백성들에게 말하는 자들에게 돈을 듬뿍 줍니다.”
  그들은 이제 시내의 남쪽 힌놈 계곡에 와 있다.
  “여기는 시온 성문입니다. 여기서 그 집까지 가는 길을 알겠습니까? 금방입니다.”
  “압니다. 당신의 친절 때문에 하느님께 당신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보기로는 당신들은 여전히 선생님의 성인들입니다. 당신들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입니다. 선생님만이 인간 이상이시니 떠실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해 할 줄도 알고 동정할 줄도 압니다. 그래서 말하는 건데, 당신들이 오늘은 약하지만 내일은 강할 것입니다. 평화가 당신들에게 있기를.”
  그는 사도들에게서 풀과 농기구를 치우고 뒤로 돌아간다. 그동안 사도들은 산토끼처럼 날래게 변두리 골목으로 해서 최후의 만찬실이 있는 집 쪽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이 날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마군단의 병사 한 떼가 근처 술집으로 가다가 그들과 마주쳤는데, 그 중 한사람이 그들을 살펴보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을 가리킨다. 그리고는 모두 웃기 시작한다. 그라고 학대를 당하는 그 가엾은 제자들이 그들 앞을 지나갈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성문에 기대있던 병사들 중의 한 사람이 그들에게 갑자기 말을 건다. “여보시오! 갈바리아가 당신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소? 그리고 사람들이 당신들을 때렸소? 제기랄! 난 당신들이 용기가 더 있는 줄 알았었단 말이야! 그리고 당신들이 저 위엘 올라갈 만한 용기가 있었으니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었소. 산의 돌들이 당신들을 비겁하다고 나무라지 않았소? 그런데 당신들은 거기 올라 갈 만큼 용기가 많았었소? 나는 항상 죄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죄가 생각나는 곳은 피하는 걸 봤는데. 네메시스가 그들을 뒤쫓은 거요. 그렇지만 어쩌면 그 여신이 당신들을 끌고 가서 그때 당신들이 동정으로 몸을 떨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공포로 떨게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술집 주인인 듯한 한 여자가 성문으로 와서 웃는다. 그 여자는 무서운 매춘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히브리 여인들, 당신들 배에서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지 보시오! 위험이 지나간 다음에야 자기들의 소굴에서 나오는 믿지 못할 비겁한 자들이오. 로마 여자의 배는 영웅들밖에 배지 않아요. 당신들은 와서 로마의 권세에 축배를 드시오. 특제 포도주와 아름다운 여자들이 있소….” 그러면서 병사들의 앞장을 서서 그의 어두운 소굴로 멀어져 간다.
  한 히브리 여인이 바라다보다가 – 물 항아리를 든 여인들이 길에 있는데 거기서는 벌써 최후의 만찬실이 있는 집 근처에 있는 분수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 동정을 한다. 나이 먹은 여인이다. 그 여인은 동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이 잘못했어. …그렇지만 백성 전체가 잘못을 했는걸.” 그 여인은 사도들 있는 데로 가서 인사를 한다. “여러분에게 평화. 우리는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 마디만 해 주십시오. 선생님이 정말 부활하셨습니까?”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들이 맹세합니다.”
  “그러면 두려워 마세요. 선생님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이기실 것입니다. 오라버니들에게 평화. 그리고 주님께 이 백성을 용서해 주십사 하고 말씀드리세요.”
  “그럼 부인들은 백성이 우리를 용서해 주고 우리가 일으킨 분노를 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부인 여러분, 나 시몬 베드로가 여러분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하고 베드로는 운다….
  “여보세요, 우리는 어미이고 누이이고 아내들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죄는 우리 아들들과 오라비들과 남편들의 죄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주님이 연민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그 경건한 여자들은 사도들과 집에까지 동행하고, 빗장을 지른 대문을 그들이 직접 두드린다. 그런데 예수께서 대문을 열러 나오셔서 어두운 입구를 영광스럽게 되신 당신으로 가득 채우신다. 그리고 그 여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당신들의 동정 때문에 당신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여인들은 깜짝 놀라서 화석같이 되었다. 그 여자들은 대문이 다시 닫히고 예수와 사도들이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있다. 그러다가 정신이 돌아온다.
  “선생님을 보았어? 선생님이었어. 아름다우셨어! 전보다도 더 아름다우셨어. 그리고 살아계셨어! 유령이 아니었어! 진짜 사람이야. 그분의 목소리! 그분의 미소! 손을 움직이고 계셨어. 그 상처가 얼마나 빨간지 봤어? 아니야. 난 그분의 가슴이 산 사람과 같이 정말 숨을 쉬고 있는 걸 봤어. 오! 그자들이 와서 우리더러 그게 참말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고 해! 가세! 집에 가서 이 말을 하세! 아니야, 선생님을 또 보게 여기 문을 두드리세.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분은 부활하신 하느님이셔. 보잘 것 없는 여자들인 우리에게 나타나신 것만 해도 벌써 좋은 일이야. 선생님은 어머니와 여제자들과 사도들과 같이 계셔. 아니야. 그래…” 신중한 여자들이 우세하다. 그래서 여인의 떼는 떠나간다.
  그동안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같이 최후의 만찬실로 들어가셨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살펴보시고 빙그레 웃으신다. 그들은 붕대 모양으로 썼던 두건을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벗었다가 관습에 따라 다시 썼다. 그러므로 상처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지친 몸으로 말없이 앉았는데, 지치기보다는 오히려 괴로움이 더하다.
  “늦었구나.” 하고 예수께서 부드럽게 말씀 하신다.
  침묵
  “내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 말하여라! 나는 여전히 예수이다. 오늘의 너희 용기가 벌써 꺾였느냐?”
  “아이고! 선생님! 주님!” 하고 베드로가 예수의 발 앞에 무릎을 꿇으며 부르짖는다. “저희들의 용기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주님의 믿음에 대해서 저지른 잘못을 확인하고 풀이 꺾였습니다. 저희들은 납작해졌습니다!”
  “교만이 죽으면 겸손이 생기고, 지식이 쌓이면 사랑이 불어난다. 염려 말아라. 이제야말로 너희들이 사도가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것이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백성들이 저희들을 조롱합니다. 그건 잘 하는 일입니다! 저희들은 주님의 사업을 망치고, 주님의 교회를 파괴했습니다!” 하며 모두가 괴로워 한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을 친다….
  예수께서 장중하게 침착하시다. 손짓으로 당신의 말씀을 뒷받침하시며 말씀하신다. “조용, 조용하라! 지옥자체도 내 교회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돌 하나가 아직 단단히 박히지 않아서 흔들린다고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조용해라! 조용해! 일들을 해라. 그러니까 너희들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겸손되이 알게 된 지금, 일을 하란 말이다. 그것은 너희들이 이제는 큰 지혜로 슬기로운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큰 지혜란 어떤 행위든지 대단히 광범위하고 때로는 사라지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아는 지혜이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 등불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높은 곳에 놓아야 하지만,  바로 모든 사람이 보는 그것 때문에 불꽃이 맑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여라 –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완전한 사람이 될 의무를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지혜이다. 내 아들들아, 알겠느냐? 어떤 신자가 했을 때에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지나가거나 용서받을 만한 것으로 보일 것도 사제가 행하면, 눈에 띄지 않게 지나가지 않고, 신자들의 심판은 준엄하다. 그러나 너희들의 미래는 너희과거를 지울 것이다. 골고타에서 나는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말하게 내버려두었다. 내가 너희를 위로한다. 자, 울지들 말고, 이제는 음식을 먹어라. 내가 너희들을 고쳐 줄 테니 가만히 있어라. 이렇게.” 예수께서는 그들의 다친 머리를 가볍게 스치신 다음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너희들이 여기서 떠나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다볼산으로 기도하러 가라’고 말한 것이다 너희들은 이웃 마을에 머무르면서 매일 새벽에 올라와서 나를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주님, 세상 사람들은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하고 타대오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세상 사람들을 설득하겠다. 내가 너희들을 도와 세상을 이기게 하겠다. 너희들은 내게 충실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희를 모욕하는 사람들이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것이니, 그들에게 축복하여라.”
  예수께서는 빵을 잘라서 바치신 후 나누어 주시며 말씀하신다.
  “길을 떠나는 너희들에게 줄 먹을 것이 여기 있다. 나는 내 순례자들을 위해 벌써 먹을 것을 마련해 놓았다. 너희들도 장차 길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여라. 내가 하거나 너희에게 시키는 것을 모두 너희들도 하여라. 그리고 고통의 길에서 묵상을 하고 묵상을 하도록 시키면서 하는 갈바리아의 여행을 장래에도 하여라. 눈여겨 보아라! 내 고통을 곰곰히 생각하여라. 내가 너희를 구원한 것이 고통으로 한 것이지, 현재의 영광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옆방에 라자로가 누이들과 같이 있다. 그들은 어머니께 인사드리러 왔다. 너희들도 그 방에 가거라. 내 어머니가 조금 후에 라자로의 마차로 떠나실 테니까. 너희들에게 평화..”예수께서는 일어 나셔서 빨리 나가신다.
  “주님! 주님!” 하고 안드레아가 외친다.
  “아우, 왜 그래?”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주님께 많은 것을 청하려고 했는데. 병을 고쳐 주시기를 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모르겠어! 주님이 우리 가운데 계실 때에는  우리가 아무 말도 할 줄을 모른단 말이야!” 그러면서 안드레아는 주님을 찾으려고 뛰어 나간다.
  “사실이야! 우리가 기억력을 잃은 것 같이 돼” 하고 모두가 시인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 더 없이 친절하셔. 주님이 우리를 어떻게나 다정스럽게 ‘아들’ 이라고 부르셨던지 내 마음이 확 열렸어!” 하고 알패오의 야보고가 외친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말 하느님 같으셔! 주님이 내 곁에 계실 때에는 마치 지성소 곁에 있는 것처럼 몸이 떨려” 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안드레아가 돌아와서 말한다. “주님은 여기 안 계셔. 공간과 시간과 벽이 주님께 복종해.”
  “주님은 하느님이셔! 주님은 하느님이셔!” 하고 모두가 말하며 지극히 숭배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