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나리야의 어머니
안나리야의 어머니 엘리사가 그의 집에서 한 작은 방에 틀어박혀 절망적으로 울고 있다. 그 작은 방에는 침구가 없는 작은 침대가 하나 있다. 아마 안나리야의 침대인 모양이다. 엘리사는 머리를 양팔에 힘없이 얹고 있는데, 팔은 또 팔대로 작은 침대 전체를 안으려는 듯이 그 위에 뻗은 채로 있다. 그의 몸은 무기력한 자세로 무릎에 실려 있다. 힘찬 것이라고는 오직 그의 울음뿐이다.
열린 창문으로 빛이 조금 들어 온다. 조금 전에 날이 밝기 시작 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 들어오실 때에는 강한 빛이 생긴다. 예수께서 그 전에 안 계시던 방에 계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나는 들어오신다는 말을 쓴다. 그리고 닫혀 있는 어떤 곳에 예수께서 나타나시는 것을 알릴 때에는 항상 이렇게 말하겠다. 예수께서 어떻게 변모 때 나타났던 것과 같은 환한 빛 뒤에서, 즉 이렇게 비교할 수가 있다면, 예수께서 숨을 쉬고 단단하고 그러면서도 영광스럽게 된 참다운 육체를 가지고 나타나실 수 있도록 벽과 문을 액화(液化)시키는 것 같은 흰 불빛 뒤에서 나타나시며, 예수께서 가실 때에는 그분을 감싸고 감추는 빛 뒤로 어떻게 사라지시는지를 되풀이하여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부활하신 분의 대단히 아름다운 자세를 취하시지만, 사람으로, 이미 수난 전에 가지셨던 것보다도 백배나 더 아름다움을 가지신 진짜 사람의 모습을 취하신다. 예수님이시다. 그러나 영광스러우신 예수, 왕이신 예수님이시다.
“엘리사, 왜 울어요?”
혼동할 수 없는 이 목소리를 이 여자가 못 알아 듣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 고통으로 인하여 얼이 빠진 모양이다. 엘리사는 아마 안나리야가 죽은 다음에 자기를 찾아온 어떤 친척에게 말하는 것처럼 대답한다.
“어저께 그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선생님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했어요. 마술적인 능력이지 하느님의 능력이 아니었다고. 나는 내 딸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으며 평안히 있다고 생각하며 그 애의 죽음을 단념하고 있었는데…선생님이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울음이 더 심해진다.
“그러나 그분이 부활하신 걸 본 사람이 많이 있어요. 하느님만이 당신의 힘으로 부활하실 수 있어요.”
“나도 어제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당신도 그 말을 들었지요. 그 사람들의 말은 내 바람과 내 평화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말에 반대했어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 당신도 그 사람들의 말을 들었어요? – 이렇게 말했어요. ‘그것은 모두가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자기들이 미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꾸며낸 연극이오. 그 사람은 죽었어요. 진짜로 죽었고, 또 썩었어요. 제자들이 시체를 훔쳐다가 없애버리는 그 사람이 부활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하고. 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그 때문에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그들의 불경한 거짓말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그들에게 깨닫게 하시려고 두 번째 지진을 보내셨다고. 아이고! 나는 이제 위안이 없어졌어요!”
“그렇지만 만일 당신이 부활하신 주님을 당신의 눈으로 보고, 당신의 손으로 주님을 만져보면 믿겠어요?…”
“나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그렇지만 믿기야 물론 믿지요! 주님을 뵙기만 하면 내겐 충분해요. 나는 주님의 살을 감히 만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주님이 부활하셨다면 하느님의 살일 터인데, 여자는 거룩하신 분 중에서 거룩하신 분께 가까이 갈 수가 없으니까요.”
“엘리사, 고개를 들고 누가 당신 앞에 있는지 보시오!”
여인은 백발이 된 머리와 눈물로 보기 흉하게 된 얼굴을 들고 본다. …여인은 발꿈치에 받친 몸을 한층 더 낮추고 눈을 비비고,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벌린다. 그러나 외치는 소리는 올라오려고 하지만 놀람으로 인하여 목이 꽉 막힌다.
“주님인 나요. 내 손을 만지고 입맞춤하시오. 당신을 딸을 내게 희생으로 바쳤으니, 그럴 자격이 있어요. 그리고 이 손에서 당신 딸의 영적인 입맞춤을 다시 찾아내시오. 당신 딸은 지금 하늘에서 지극히 행복을 누리고 있어요. 이 말을 제자들에게 하시오, 오늘 당장.”
여인은 하도 매혹되어서 감히 몸짓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예수께서 친히 당신의 손가락 끝을 그의 입술에 꼭 대주신다.
“아이고! 주님 정말 부활 하셨군요!!! 저는 기쁩니다! 기뻐요! 저를 위로 해 주신 것 때문에 찬미 받으십시오!”
여인은 예수의 발에 입맞춤하려고 몸을 구부린다. 여인은 입맞춤을 하고 그대로 있다. 초자연적인 빛이 찬란하게 그리스도를 감싸고, 방에서는 예수님이 없어진다. 그러나 어머니의 마음에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가득 차 있다.
2. 가리옷에서 시몬의 마리아에게
요안나의 어머니 안나의 집. 예수께서 유다의 어머니와 같이 가셔서 안나의 병을 기적으로 고쳐 주신 별장이다. 여기에도 어떤 방에 한 여인이 침대에 누워 있다. 이 여인은 견딜 수 없는 극도의 불안으로 어떻게나 보기 흉하게 되었던지 알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얼굴이 야위었다. 얼굴은 열에 들뜨고 광대뼈가 새빨갛게 되고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에 뺨이 푹 팼다. 검은 테가 둘러쳐지고 열과 눈물로 새빨개진 눈은 눈꺼풀 밑에 반쯤 감겨 있다. 열로 빨개지지 않은 곳의 얼굴빛은 몹시 누렇고, 피 속에 담즙이 확 퍼져 있는 것처럼 푸르스름하다. 바짝 마른 팔과 가느다란 손은 헐떡임으로 인하여 들먹거리는 담요 위에 기운없이 던져져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유다의 어머니인 병자 곁에는 요안나의 어머니 안나가 있다. 안나는 눈물과 땀을 씻어 주고, 종려나무 잎으로 된 부채를 흔들어 주고, 향료를 섞은 초에 담근 갈아서 병자의 이마와 목에 얹어 주고, 손을 어루만지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검은 머리보다는 흰 머리가 더 많아진 그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흩어져 있고 말갛게 된 귀에 달라 붙어 있다. 그리고 안나도 위로의 말을 하면서 울고 있다. “그러지 말아요, 마리아! 그러지 말라구! 그만해요? 죄를 지은 건 그 애지… 그 애란 말이야. 그렇지만 당신은 주 예수님이 어떠시다는 걸 알고 있지…”
“입 닥쳐! 그 이름을… 내게 말하면… 그 이름을 더럽히는 거야. … 나는… 하느님을 죽인… 카인의… 어미란 말이야! 아아!” 조용하던 울음이 길고 가슴을 애는 듯한 흐느낌으로 변한다. 병자는 물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친구의 목에 매달리니, 친구는 병자가 담즙을 토하는 동안 도와준다.
“조용히! 조용히! 마리아! 그러지 말아! 아이고!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고 계시다는 걸 설득하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되풀이해 말하겠어! 나는 이 말에 대해서 내게 제일 거룩한 것, 즉 구세주와 내 아이를 두고 맹세해! 당신이 내게 주님을 모시고 왔을 때, 주님이 내게 그 말씀을 하셨어. 주님은 당신에 대해서 무한한 사랑과 배려의 말씀을 하셨어. 당신은 죄가 없어.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셔 난 그걸 확신해. 주님은 고통을 당하는 가엾은 어머니인 당신에게 평화를 주시기 위해서 당신을 바치실 것이라고 확신해.”
“하느님을 죽인 카인의 어미! 저 소리가 들려? 저 밖의 바람소리… 저 바람이 그걸 말하고 있어. …저 목소리가… 저 바람소리가 세상을 두루 다니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어. ‘스승을 배반하고 넘겨줘서 십자가에 못박게 한 유다의 어미, 시몬의 마리아’ 라고 저 소리가 들려? 모든 것이 그 말을 하고 있어.… 저밖에 있는 개울도 말하고… 멧비둘기들도… 양들도… 온 세상이 외치고 있어. 내가 누구라고… 아니야, 난 낫기 싫어. 난 죽고 싶어!… 하느님께서 공평하시니까 저 세상에서는 나를 벌하지 않으실거야. 그렇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 세상은 나를 용서하지 않고… 구별하지도 않아. …세상이 ‘당신은 유다의 어미야!’ 하고 외치기 때문에… 나는 미치겠어.” 마리아는 기진맥진하여 베개위에 다시 쓰러진다. 안나가 그를 다시 일으켜 앉히고 더럽혀진 수건을 밖으로 내가려고 나간다….
마리아는 눈을 감고 힘을 쓴 뒤라 핼쓱해진 얼굴로 탄식한다. “유다의 어미! 유다의! 유다의 어미!” 하고 헐떡이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아니, 유다가 뭐지? 내가 뭘 낳았어? 유다가 뭐야? 내가 뭘….”
넓은 방을 밝게 하기에는 햇빛이 아직 약하기 때문에 흔들리는 빛으로 겨우 비추인 방 안에 예수께서 계신다. 침대는 하나밖에 없는 창문에서 아주 멀리 그 큰 방 안족에 있다. 예수께서 가만히 “마리아! 시몬의 마리아!” 하고 부르신다.
여인은 거의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있어서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여자는 그 고통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정신이 나가서, 그의 뇌를 사로잡고 있는 생각을 벽시계의 뚝딱거리는 소리와 같이 단조롭게 되풀이 한다. “유다의 어미! 내가 뭘 낳았나? 세상은 ‘유다의 어미’하고 외친다….”
예수의 지극히 온화한 두 눈가에 눈물 두 방울이 맺혔다. 나는 그 눈물을 놀랍게 생각한다. 나는 부활하신 후에도 우실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예수께서는 몸을 숙이신다. 키가 대단히 큰 예수께서는 그 침대가 너무 낮다! 예수께서는 초에 담궜던 수건을 밀어 놓으시고 열이 있는 이마에 손을 얹으시며 말씀하신다. “불행한 사람, 이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세상은 외치지만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외침을 들리지 않게 하시며 당신에게 이렇게 말씀하니 ‘내가 너를 사랑하니 안심해라’ 하고. 가엾은 어머니 나를 보시오! 방황하는 당신 정신을 다시 불러다가 내 손에 놓으시오. 나는 예수요!…”
시몬의 마리아는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듯이 눈을 뜨고, 주님을 보고, 그분의 손을 이마에 느낀다. 그래서 떨리는 두 손을 얼굴로 갖다 대고 신음한다. “저를 저주하지 마십시오! 만일 제가 어떤 자식을 낳을 것인지 알았더라면, 그 애가 태어나지 못하게 태를 떼어냈을 것입니다.”
“그러면 죄를 지었을 것이오. 마리아! 오! 마리아! 다른 사람의 죄 때문에 당신의 정의를 떠나지 마시오. 의무를 다한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죄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마리아, 당신은 의무를 다했어요. 그 가엾은 손을 내게 주시오. 가엾은 어머니 안심하시오.”
“저는 유다의 어미입니다. 마귀가 만진 모든 것이 그런 것처럼 저는 더럽습니다. 마귀의 어미! 저를 만지지 마십시오.” 마리아는 그를 붙잡으려고 하는 하느님의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친다. 예수의 눈물 두 방울이 열이 나서 새빨개진 그의 얼굴에 떨어진다.
“마리아, 내가 당신을 깨끗하게 했어요. 내 연민의 눈물이 당신 위에 떨어졌어요, 나는 내 고통을 다 당하고 난 뒤로는 누구를 보든지 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에 대해서는 내 다정한 모든 연민을 가지고 웁니다.”예수께서는 마침 내 병자의 손을 잡으실 수 있었고, 떨리는 그 손을 당신 두 손으로 잡으신 채 앉으신다. 그렇다. 정말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으신다.
예수의 빛나는 눈의 다정스러운 연민이 불행한 여인을 어루만지고, 감싸고, 보살피니, 여인은 진정되어 소리없이 울면서 속삭인다. “주님은 제게 대해서 원한을 품지 않으십니까?”
“나는 사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왔습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시오.”
“주님은 저를 용서하십니다! 그러나 세상은! 주님의 어머님은! 어머님은 저를 미워 하실 것입니다.”
“내 어머니는 당신을 언니처럼 동생처럼 생각하십니다. 세상은 가혹해요.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 어머니는 사랑의 어머니이시고, 인자하십니다. 당신은 세상을 돌아다닐 수가 없지요. 그러나 모든 것이 평안할 때에 내 어머니가 당신에게 오실 것입니다. 세월이 모든 것을 진정 시킵니다….”
“주님이 저를 사랑하시면 저를 죽게 해 주십시오….”
“잠시 동안만 더. 당신 아들은 내게 아무 것도 줄 줄을 몰랐습니다. 당신은 잠시동안 당신의 고통을 내게 주시오. 그 시간은 짧을 것입니다.”
“제 아들은 너무 많은 것을 주님께 드렸습니다. 무한한 추악을 주님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고통도 주었어요. 이제 추악한 것은 지나가서 더 이상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고통은 소용이 됩니다. 당신의 고통은 내 상처와 결합하고, 당신의 눈물과 내 피는 세상을 깨끗이 합니다. 모든 고통이 결합해서 세상을 깨끗하게 합니다. 당신의 눈물은 내 피와 내 어머니의 눈물 사이에 있고, 그 둘레에는 그리스도와 사람들을 위하여, 내게 대한 사랑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위하여 고통을 당할 성인들의 모든 고통이 있어요. 가엾은 마리아!” 예수께서는 병자를 조용히 누이시고, 손을 십자형으로 포개 주시고, 병자가 진정되는 것을 들여다 보신다…
안나가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서 문지방에 그대로 서 있다.
다시 몸을 일으키신 예수께서는 안나를 바라다보시며 말씀하신다. “당신은 내 소원을 채웠습니다. 순종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나를 이해했으니, 내 평화안에서 사시오.”
예수께서는 다시 눈을 내리뜨고 더 조용한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쳐다보는 시몬의 마리아를 보시며 그에게 또 미소를 보내신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 “모든 바람을 주님께 대해 가지시오. 주님께서는 모든 위로를 주실 것입니다.” 그러면서 마리아에게 강복하시고 가시려 한다.
시몬의 마리아는 열정적으로 부르짖는다. “제 아들이 입맞춤으로 주님을 배반했다고들 말합니다! 주님,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게 주님의 손에 입맞춤해서 씻게 해 주십시오. 저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우기 위해서… 지우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마리아는 다시 더 심한 고통에 사로잡힌다.
예수께서는 오! 예수께서는 손에 입맞춤하라고 그에게 내밀지 않으신다. 당신의 흰 옷의 넓은 소매가 장골(掌骨)에까지 내리덮어서 상처가 보이지 않게 된 그 손을. 그 대신 손으로 병자의 머리를 잡으시고 몸을 굽혀 여인 중에서 가장 불행한 여인의 타는 듯한 이마에 당신의 숭고한 입술을 살짝 갖다 대신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키시며 말씀하신다. “내 눈물과 입맞춤! 아무도 내게서 이렇게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평안히 계세요. 당신과 나 사이에는 다만 사랑이 있을 뿐이니까요.” 예수께서는 병자에게 강복하시고 방을 빨리 지나신 다음 안나 뒤로 나오신다. 안나는 감히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말도 못한다. 그러나 감격해서 울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집 대문으로 나가는 복도에 있을 때에 안나는 감히 말을 하고, 마음에 몹시 걸리는 질문을 한다. “제 딸 요안나는요?”
“요안나는 보름째 하늘에서 복을 누리고 있어요. 당신 딸과 그의 아들 사이에는 너무도 심한 대조가 있기 때문에 그 말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실입니다! 가슴을 에는 듯한 큰 고통입니다! 마리아는 그 때문에 죽을 것 같습니다.”
“아니, 곧은 아닙니다.”
“이제는 마음이 좀 더 평온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위로해 주셨으니까요. 주님! 그 어느 누구보다도 주님께서….”
“그 누구보다도 더 동정하는 나요. 나는 하느님의 연민이요, 나는 사랑입니다. 부인 내가 분명히 말합니다만, 만일 유다가 뉘우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했더라도, 하느님의 용서를 내가 얻어 주었을 것입니다….”
예수의 얼굴에 지극한 서글픔의 기운이 떠돈다! 여인은 그것으로 충격을 받았다. 말과 침묵이 그의 입술 위에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역시 여자라, 호기심이 우세해서, 여인은 이렇게 여쭈어 본다. “그렇지만 그것이 한…번이었습니까? 예, 제 말씀은 그 불행한 사람이 갑자기 죄를 지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것을 여쭙는 것입니다.”
“여러 달 전부터 그 사람이 죄를 범했는데, 내 편에서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말릴 수가 없었어요. 그만큼 죄를 지을 듯이 강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마리아에게는 하지 마시오….”
“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주님! 아나니아가 과월절을 끝내지도 않고, 안식일 전날 밤에 예루살렘에 도망쳐 와서 여기 들어오면서 ‘당신 아들이 선생님을 배반하고 선생님의 원수들에게 넘겨 주었어! 그 애가 선생님을 입맞춤으로 배반 했어. 그래서 나는 선생님이 당신 아들의 중개로 매를 맞으시고, 침에 더럽히시고, 채찍을 당하시고, 가시관을 쓰시고, 십자가를 지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어요. 그리고 우리의 이름을 선생님의 원수들이 불손하게 의기양양해서 외치고, 사람들은 당신 아들이 어린 양 한 마리 값도 못되는 값으로 메시아를 팔고, 입맞춤으로 배반해서 선생님을 경비원에게 일러 주었다고 얘기해요!’ 하고 외쳤을 때, 마리아는 땅에 쓰러졌고, 곧 꺼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그의 쓸개가 확 퍼졌고, 간이 터져서 피가 모두 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나쁩니다. 마리아의 말이 옳습니다. …저는 마리아를 이리로 옮겨야 했습니다. 가리옷의 그의 집 근처에는 사람들이 와서 ‘당신 아들은 하느님을 죽이고 자살했어! 목을 매 죽었소! 그리고 벨제붓이 그의 영혼을 데려갔고, 사탄까지 와서 그의 시체를 가져갔소’ 하고 외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소름끼치는 경이(驚異)가 참말입니까?”
“부인, 아닙니다. 올리브나무에 목매 죽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 그리고 사람들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리스도는 부활하셨소, 그분은 하느님이오. 당신 아들은 하느님을 배반했소. 당신은 하느님을 배반한 사람의 어미요. 당신은 유다의 어미요’ 하고. 밤동안에 아나니아와 제게 남아 있는 충실한 하인 오직 한 사람과 같이 – 아무도 마리아 곁에 남아 있기를 원치 않았으니까요 – …마리아를 이리로 옮겼습니다. 그렇지만 그 외침소리들을 마리아는 바람소리에서도 듣고 땅에서 나는 소리에서도 듣고, 모든 것에서 듣습니다.”
“불쌍한 어머니! 그것은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그래요.”
“주님, 그렇지만 그 마귀는 이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까?”
“이것이 그 사람을 말리려고 내가 쓰던 이유중의 하나였지요. 그러나 그것은 도무지 소용이 없었어요. 유다는 아버지와 어머니도, 또 이웃인 다른 어떤 사람도 참된 사랑으로 사랑한 적이 없어서, 하느님을 미워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사실입니다.!”
“부인, 안녕히 계세요. 내 강복이 당신에게 마리아에 대한 동정 때문에 받는 세상의 멸시를 참고 견딜 힘을 줍니다. 내 손에 입맞춤하시오. 당신에게는 내 손을 보여줄 수 있어요. 마리아는 이것을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소매를 뒤로 젖히셔서 꿰뚫린 손목을 드러내 보이신다.
안나는 손가락 끝을 입술로 겨우 스치면서 신음 소리를 낸다.
문 열리는 소리와 목소리를 줄인 외침 소리가 들린다. “주님!” 그리고 나이 많은 남자 한 사람이 땅에 엎드려 일어나지 암ㅎ고 있다.
“아나니아, 주님은 인자하셔요. 주님은 당신의 친척과 우리들까지 위로하시려고 오셨어요” 하고 안나는 너무 흥분한 작은 노인의 용기를 북돋워 주느라고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 남자는 감히 움직이지 못한다. 그는 울면서 말한다. “저희들은 치욕을 당한 집안 사람들입니다. 저는 감히 주님을, 주님을 쳐다 볼 수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그에게로 가셔서 그의 머리를 만지시며 시몬의 마리아에게 벌써 하신 것과 같은 말씀을 하신다. “그들의 친척의 의무를 다한 친척들은 그들의 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영감님! 하느님은 공정하십니다. 영감님과 이 집안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여기 왔습니다만 영감님은 내가 보내는 곳으로 가십시오. 보충 과월절을 지내기 위해 제자들이 베다니아에 갈 것입니다. 그들에게 가서, 주님이 돌아가신 지 열 이틀째 되는 날에 가리옷에서 참다운 육체와 영혼과 천주성으로 살아 계신 주님을 보았다고 말씀하세요. 내가 그들과 벌써 같이 많이 있었으니까 영감님의 말을 믿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내가 같은 날 여러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내 천주성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굳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보다도 먼저 오늘 당장 가리옷에 가서 회당장에게 사람들을 모아 달라고 하여, 내가 여기 왔다는 것을 모든 사람앞에서 말하고, 내가 한 작별 인사의 말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세요. 그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분이 왜 우리에게는 안 오셨소?”하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세요. ‘주님은 나더러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하셨소. 즉 만일 당신들이 죄가 없는 어머니에 대해서 주님께서 하라고 말씀하신 대로 했더라면 나타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사랑을 어겼습니다. 이 때문에 주님이 나타나지 않으셨습니다’ 하고.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주님,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희 모두를 마음의 문둥병에 걸린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회당장이 제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제가 말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하라고 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작은 노인은 고개를 들지 않다. 그는 깊이 꿇어 엎드린 채 몸을 숙이고 말한다.
“아나니아, 나를 보시오!”
그는 숭배의 정으로 사뭇 떨리는 얼굴을 쳐 든다.
예수께서는 다볼산에서처럼 빛나고 아름다우시다. …빛이 예수를 감싸서 그분의 모습과 미소를 가린다. …그리고 예수께서 지나가시라고 아무 문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복도에는 예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하느님의 나타나심으로 순전히 숭배하는 사람이 되어, 경배하고 또 경배한다.
3. 유다에서
사라의 집 과수원. 아이들이 잎이 우거진 나무 아래서 놀고 있다. 제일 작은 아이는 잎이 우거진 포도나무가 빽빽이 늘어선 곁의 풀밭에서 딩굴고 더 큰 다른아이들은 명랑한 제비 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쫓고 쫓기고 하면서 울타리와 포도나무 뒤에서 숨박꼭질을 하며 놀고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이름을 붙여 주신 꼬마 곁에 나타나셨다. 오! 죄없는 어린이들의 거룩한 순박함! 예사이는 예수님이 그곳에 불쑥 나타나신 것을 보고 조금도 놀라지 않고, 예수님더러 안아 달라고 작은 팔을 예수께 내밀자, 예수께서는 예사이를 안으신다. 이 일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행하여진다. 다른 아이들도 뛰어 와서 – 다시 한번, 어린이들의 복된 순박함! – 놀라지 않고, 좋아서 예수께로 가까이 간다. 그들에게는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은 모르고 있는 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수께서 하나씩 쓰다듬어 주신 다음에, 제일 크고 제일 분별있는 마리아가 말한다. “주님, 그럼 이젠 부활하셨으니까 아프지 않아요? 많이 아팠지요!…”
“이젠 아프지 않다. 내가 하늘에 계신 너희들의 아버지께 올라가기 전에 너희들에게 강복하려고 왔다. 그렇지만 너희들이 항상 착한 대로 있으면 하늘에서도 늘 너희들에게 강복하겠다. 내가 오늘 내 강복을 너희들에게 남겨 두었다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이 날을 기억해라.”
“주님, 우리 집엔 안 가세요? 엄마가 있는데. 우릴 믿지 않을 거예요.” 하고 마리아가 또 말한다.
그러나 그의 남동생은 묻지 않고 큰 소리로 외친다. “엄마, 엄마! 주님이 여기 오셨어!…” 하며 집으로 뛰어 간다. 그는 되풀이해서 이렇게 외친다.
사라가 달려 와서 모습을 나타낸다. …과수원 경계에서 지극히 아름다우신 예수께서 빛 가운데로 휩쓸려 사라지시는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때 맞추어…
“오, 주님! 아니, 너희들 왜 나를 일찍 부르지 않았어?…” 하고 사라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자마자 말한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오셨니? 혼자 오셨니? 너희들 정말 바보로구나!”
“우린 주님을 여기서 보았어. 조금 전에는 없었어. …길에서도 오지 않구, 정원에서두 오지않았어. 주님은 예사이를 안고 있었어. …그리구 우리한테 강복하려구, 또 유다에서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강복을 주려구 왔다구 말하면서 우리보구 이 날을 기억하라구 했어. 그리구 이제 하늘에 가신대. 그렇지만 우리가 착하면 우리를 사랑한다구 했어. 아이구, 정말 아름다웠어! 손에 상처가 있었는데, 이젠 아프시지 않대. 발에두 상처가 있었어. 난 풀을 밟구 있는 발을 봤어. 이 꽃이 바루 한 발의 상처에 닿았었어. 난 이 꽃, 꺽는다…” 아이들은 몹시 흥분해 모두 함께 말한다.
사라는 그들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하느님은 위대하시다! 가자. 이리 오너라. 가서 모든 사람에게 이 말을 하자. 죄없는 너희들이 말해라. 너희들은 하느님에 대해서 말 할 수 있다.
4. 뻴라에서 젊은 야이아에게
젊은 사람이 짐수레 곁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는 옆에 있는 채소밭에서 거둔 야채를 짐수레에 싣고 있다. 나귀는 시골길의 단단한 땅을 발굽으로 구르고 있다.
상치 한 바구니를 집으려고 돌아서다가 그는 미소를 보내시는 예수를 본다. 그는 바구니를 땅에 떨어드리고 무릎은 끓고 눈을 비비며 그가 보는 것을 믿지 못하며 중얼거린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저를 환상에 빠지지 말게 하십시오! 주님, 매력적인 거짓 외관으로 사탄에 속게 허락하지 마십시오. 제 주님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묻히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 사람들은 시신을 훔쳐 갔다고들 말합니다. 지극히 높으신 주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진리를 보여 주십시오.”
“야이아, 내가 진리네. 나는 세상의 빛이네. 나를 쳐다보게. 나를 보게. 그러라고 자네의 눈이 보이도록 해준걸세. 자네가 내 능력과 내 부활을 증언할 수 있으라고.”
“아이고! 정말 주님이시군요! 주님이셔요! 그렇습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자네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고, 내가 정말 살아 있다고 말하게. 자네에게 평화와 내 강복을 주네.”
야이아는 기뻐하며 혼자 있다. 그는 짐수레와 야채를 잊어버렸다. 나귀가 기다리는 것 때문에 흥분해서 항의하느라고 길을 구르고 울부짖고 하지만 소용이 없다. …야이아는 황홀해 있다.
한 여인이 채소밭 곁에 있는 집에서 나와, 젊은이가 흥분으로 창백해지고 정신나간 얼굴로 거기 있는 것을 본다. 그 여자는 “야이아!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어?” 하고 외치며 달려와 그를 흔들어 정신이 들게 한다.…
“주님! 부활하신 주님을 보았어요. 주님의 발에 입맞춤하고 상처를 보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어요. 그분은 정말 하느님이셨고 부활하셨습니다. 저는 그게 속임수가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이십니다! 주님이셔요!”
여인은 흥분으로 몸을 떨고 몸서리를 치면서 중얼거린다. “자네 정말 자신이 있나?”
“아주머니는 착하십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제 어머니와 저를 하인으로 쓰셨습니다. 믿기를 거부하지 마십시오!…”
“자네가 확실하다면 믿겠네. 그렇지만 정말 육체를 가지고 계시던가? 따뜻하시던가? 숨을 쉬시고 말씀을 하시던가? 정말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던가,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이 되었는가?”
“확실합니다. 산 사람과 같이 따뜻한 육체였고, 진짜 목소리였고, 호흡이었습니다. 하느님처럼 아름다우시며 아주머니와 저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자, 가서 고통받는 사람들이나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합시다.”
5. 노베의 요한의 집에
노인이 혼자 집안에 있다. 그러나 차분하다. 그는 한쪽에 못이 빠진 일종의 의자를 고치고 있다. 그러면서 무슨 꿈 생각을 하고 그러는지 빙그레 웃는다.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노인이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말한다. “들어오시오. 오는 사람이 누군지, 무슨 일이오? 또 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오? 나는 늙어서 변하지 않아요! 세상 사람이 모두 ‘그 사람은 죽었어’ 하고 외친다해도 나는 ‘그분은 살아계시다’ 고 말하겠소. 그 말을 한 탓으로 죽어야 한다 하더라도. 들어오라니까요!”
노인은 누가 문을 두드리면서 들어오지 않는지 문에 가서 보려고 일어난다. 그러나 그가 문 아주 가까이에 갔을 때 문이 열리면서 예수께서 들어오신다.
“오! 오! 아이고! 주님! 살아계신 주님! 저는 믿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제 믿음을 갚아주시려고 오시는군요! 찬미 받으십시오! 저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통 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이 기쁨의 잔치를 하라고 어린 양을 보내셨으니, 그 날 주님이 부활하시리라는 표다’ 하고, 그때 저는 모든 것을 이해했습니다. 주님이 돌아가시고 땅이 흔들렸을 때 제가 아직 알아듣지 못했던 것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노베에서 미치광이로 보였습니다. 안식일 다음날 해가 지자, 저는 잔치를 준비하고 거지들을 청하러 가서 ‘우리 친구분이 부활하셨어’ 하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벌써 사람들은 그것이 참말이 아니라고, 주님의 시신을 밤에 훔쳐 갔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주님이 돌아가신 때부터 주님은 부활하시려고 돌아가시는 것이라고, 또 그것은 요나의 표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면서 노인이 말하게 내버려 두신다. 그러다가 이렇게 물으신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시기를 원하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내 영광을 증언하기 위해 세상에 남아 있기를 원하십니까?”
“주님께서 원하시는대로요!”
“아니오. 할아버지가 원하시는대로요” 노인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결정을 한다.
“주님이 그전처럼 계시지 않는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릴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는 주님을 보았소’ 하고 말하기 위해 하늘나라의 평화를 포기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강복하시려고 손을 그의 머리에 얹으시고 덧붙이신다. “그러나 멀지 않아 평화로 올 것이고, 할아버지는 그리스도의 증거자라는 칭호를 가지고 내게로 올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떠나신다. 여기서는 아마 나이 많은 노인에 대한 동정으로 그렇게 하셨겠지만, 당신이 나타나시고 사라지시는 것을 놀라운 형태로 하지 않으시고, 어떤 집에 인간적으로 들어가고 나가고 하시던 옛날의 예수이신 것처럼 행동하신다.
6.야베스 갈라앗의 혼자 사는 마티아의 집에
노인은 채소를 돌보는 일을 하면서 혼잣말을 한다.
“이 모든 재산이 주님을 위해서 인데 그렇지만 주님은 이제 이것을 결코 맛보지 못하시겠지. 나는 헛일을 했어. 나는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것을 믿는다. 그러나 이제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의 식탁에 앉으셔서 똑같은 사랑으로, 또 아마 부자 보다는 틀림없이 더 많은 사랑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과 같이 음식을 들기까지 하신 선생님이 아니셔. 이제는 부활하신 주님이셔. 주님은 우리 충실한 사람들의 믿음을 굳게 하시려고 부활하셨다. 그런데 저 사람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아무도 자기 힘으로 부활한 사람은 절대로 없었다고 말하고 있어. 아무도 부활하지 못했다. 어떤 누구도. 그러나 주님은 부활하셨어. 주님은 하느님이시니까”
그는 새로 괭이로 파서 씨를 뿌린 땅에서 씨앗들을 쪼아 가려고 내려오는 그의 비둘기들을 손바닥을 두드려서 쫓으며 말한다. “이제는 너희들이 새끼를 까도 소용없다! 이제는 주님이 맛보지 못하실 거니까! 또 너희 벌들도 쓸 데 없다! 너희들이 누구를 위해 꿀을 만드니? 나는 전보다 덜 가난한 지금 적어도 한번 주님을 모시기 바랐었는데. 주님이 오신 뒤로는 이곳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었다. …아! 그러나 내가 손을 대지 않은 이 돈을 가지고 나자렛의 주님의 어머니께로 가서 이렇게 말씀드릴 테다. ‘저를 하인으로 써 주십시오. 어머니 계신 곳에 제가 있게 해 주십시오. 어머니도 주님이시니까요’… 하고.” 노인은 손등으로 눈물 한 방울을 닦는다.
“마티아, 길손에게 줄 빵이 있습니까?”
마티아는 고개를 든다. 그러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므로 그의 작은 소유지에 둘러친 높은 울타리 뒤에서 말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작은 소유지는 요르단강 건너에 있는 이곳의 인가 없는 푸른 들판에 파묻혀 있다. 그러나 그는 대답한다. “누구든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오시오.” 그러면서 창살문을 열려고 일어난다.
그는 예수와 마주친다. 그래서 빗장에 손을 댄 채 손 하나 까딱 하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다.
“마티아, 나를 손님으로 맞이하기를 원치 않습니까? 나를 한 번 맞아들였었지요. 그러면서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했지요. 그런데 내가 여기 왔는데도 문을 열어 주지 않습니까?” 하고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아이고! 주님… 저는… 저는… 저는 주님께서 여기 들어오시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예수께서는 격자문 위로 손을 넘겨서 빗장을 벗기시며 말씀하신다. “마티아, 주님은 들어가고 싶은 곳에는 어디든지 들어갑니다.” 예수께서는 들어오셔서 보잘 것 없는 정원으로 깊숙히 들어오시고 집으로 가시어 문지방에서 말씀하신다.
“그러니 영감님의 비둘기 새끼들을 희생시키고, 땅에서 야채를 뽑고, 벌에게서 꿀을 빼앗아 오시오. 식사를 같이 합시다. 그러면 영감님의 일이 헛일이 안 될 것이고, 소원이 헛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멀지 않아 정적과 버림 받음이 있는 곳에 가지 않아도 이곳이 영감님에게 소중한 곳이 될 것입니다. 마티아, 나는 어디에나 있어요.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나와 같이 있어요. 내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갈 것입니다. 거기에 내 교회가 태어 날 것입니다. 그 곳에서 보충 과월절을 지낼 수 있도록 하시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저는 그곳에 그대로 있지를 못하고 도망쳤습니다. 저는 과월절 전날 오후 세시에 그곳에 도착했고, 다음날… 오! 저는 주님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지 않으려고 도망쳤습니다. 주님, 순전히 그 때문이었습니다.”
“나도 압니다. 그리고 내 무덤에서 울려고 제일 먼저 돌아온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곳에 있지 않았어요. 나는 무엇이든지 다 압니다. 자, 나는 여기 앉아서 쉽니다. 나는 늘 여기서 쉬었지요. 그리고 천사들도 이것을 압니다.”
그는 다시 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몸 움직임이 어떻게나 경건한지 성당 안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 작은 비둘기들을 잡아 죽여서 마련을 하고, 불을 피우고, 야채를 뜯어서 씻고, 빨리 익는 무화과를 쟁반에 담고, 제일 좋은 식기로 식탁을 차리느라고 왔다갔다 하는 동안, 그는 가끔 그의 미소 속에서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다. 그런데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 어떻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가? 그는 시중들기를 원하며, 그에게는 이것도 벌써 대단한 일이기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음식을 바치고 축복하신 예수께서는 당신이 자르신 비둘기 반 마리의 고기를 소스에 담궜던 일종의 비스켓을 한 조각 얹어서 그에게 주신다.
“아이고! 귀염둥이에게처럼!” 하고 그는,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먹으며, 눈은 음식을 드시는 예수를 떠나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포도주를 마시고, 야채와 꿀을 맛보시고, 포도주 한 모금을 드신 다음 노인에게 잔을 주신다. 예수께서 전에는 항상 물을 드셨다.
식사가 끝났다.
“나는 정말 살아 있어요. 영감님도 이것을 보고 몹시 기쁘지요. 내가 열이틀 전에 사람들의 뜻으로 죽었지만, 사람들의 뜻이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무가치하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사람들의 반대되는 뜻이 영원한 뜻의 노예 같은 도구가 되기까지 한다는 것도 기억하시오. 마티아, 안녕히 계세요. 내가 나그네였을 때, 그리고 이 나그네에 대해 아직 의심을 할 수도 있을 때, 내게 마실 것을 준 사람은 나와 같이 있을 것이라고 내가 말했으니, 나는 영감님에게 말합니다. 영감님은 내 하늘나라에서 한 몫을 받을 것이라고.”
“그렇지만 주님, 지금은 주님을 잃습니다!”
“모든 나그네를 나로 보시오 모든 거지를 나로 보고 몸이 성하지 못한 사람을 누구나 나로 보며, 빵과 물과 옷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나로 보시오. 나는 고통받는 어떤 사람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해주는 것은 내게 해주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강복하시려고 팔을 벌리시고 사라지신다.
7. 엔갓디의 아브라함의 집에
엔갓디의 광장는 살랑거리는 종려나무들이 다주식(多柱式) 신전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분수못은 4월의 하늘을 거울처럼 비추며, 비둘기들은 오르간의 낮은음같이 속삭인다. 늙은 아브라함이 연장들을 어깨에 메고 광장을 지나간다. 한층 더 늙었지만, 심한 폭풍우 뒤에 고요함을 만난 사람과 같이 차분하다. 그는 시내의 마지막 부분도 지나서 샘물 근처에 있는 포도밭으로 간다. 벌써 풍성한 수확을 단단히 약속하는 아름답고 기름진 포도나무들이다. 그는 포도밭으로 들어가 김을 메고, 전지를 하고, 붙들어 매주기 시작한다. 그는 이따금씩 몸을 일으켜서 괭이에 의지하고 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는 숱이 많고 잘 생긴 수염을 가다듬으며, 한숨을 쉬고, 속으로 어떤 연설을 하면서 머리를 젓는다.
겉옷을 여민 한 남자가 샘물과 포도밭을 향하여 길을 올라온다. 나는 한 남자라고 말했지만, 그분의 옷과 걸음걸이로 보아 예수님이시다. 그러나 노인이 보기에는 어떤 남자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아브라함에게 “여기서 좀 쉬어도 되겠습니까?” 하고 말을 건다.
“환대는 신성한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아무에게도 거절한 적이 없습니다. 오시오, 들어오세요. 내 포도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이 당신께 기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양젖을 드릴까요? 빵을 드릴까요? 여기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다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무엇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저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메시아이신 분이 내게 모든 것을 주셨고, 모든 사람을 위해 주셨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분을 십자가에 못박은 것을 아십니까?”
“나는 그분이 부활하신 것을 압니다. 당신이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까? 그분은 미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미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미워할 수가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당신을 미워할 것입니다.”
“저는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아닙니다. 안심하세요. 그러면 할아버지는 그분에 대해서 다 아시는군요.”
“다 압니다. 그리고 엘리세오는… 내 아들이지요. 아시겠어요? 엘리세오는 예루살렘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버지, 저는 주님을 전파하려고 모든 재산을 버렸으니까 내보내 주세요. 저는 요한을 찾아 가파르나움으로 가서, 충실한 제자들과 결합하겠습니다.’ 하고.”
“그럼 아드님이 할아버지를 버렸군요. 이렇게 연세가 많고 혼자 계신 분을?”
“당신이 버림이라고 부르는 것이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내가 문둥병 때문에 그 애를 잃지 않았었습니까? 그런데 누가 그 애를 내게 돌려 주었습니까? 메시아가 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애가 주님을 전파하니까 혹 내가 그 애를 잃는 것입니까? 천만에요! 나는 영생에서 그 애를 또 다시 만납니다. 한데 당신은 내게 수상쩍은 생각이 들게 말하는군요. 성전의 밀정이 아닙니까? 부활하신 분을 믿는 사람들을 박해하려고 왔습니까? 치시오! 나는 도망치지 않습니다. 나는 옛날의 세 현자를 본받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그대로 여기에 있겠습니다. 만일 내가 그분을 위해서 쓰러지면, 하늘에 가서 그분이 계신 곳에 있게 되고, 그래서 작년에 내가 한 기도가 이루어질 테니까요.”
“옳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때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는 주님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그랬더니 주님께서 나를 돌아보셨습니다’ 하고”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그분의 제자 중의 한 사람입니까? 내가 그분께 청할 때에 거기 있었습니까? 아이고! 그렇다면, 내 부르짖음을 그분께 가게 해서 그분이 그것을 기억하시게 하도록 나를 도와 주시오.” 그는 어떤 사도에게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엎드린다.
“엔갓디의 아브라함, 나요. 그리고 ‘이리 오시오’ 하고 말합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당신을 나타내시면서 팔을 벌리시고 그에게 당신 가슴으로 뛰어들어 몸을 맡기라고 권하신다.
그 때에 포밭으로 한 어린이가 젊은이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아버지! 아버지! 저희들이 도와드리러 왔어요!” 하고 외친다.
그러나 어린이의 외침소리는 노인의 힘찬 외침, “예! 갑니다!” 하는 진짜 해방의 외침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브라함은 예수의 품 안으로 뛰어들면서 또 이렇게 외친다. “거룩하신 메시아이신 예수님! 주님 손에 제 영혼을 맡깁니다!”
지극히 행복한 죽음! 내가 부러워하는 죽음이다! 꽃이 핀 4월의 들판의 평화 속에서 그리스도의 품에 안겨…
예수께서는 포도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아래 산들바람에 물결치는 꽃핀 풀밭에 노인을 조용히 내려 놓으시고, 놀라고 겁이 나서 울려고 하는 어린이들에게 말씀하신다. “울지들 말아라. 아버지는 주님 안에서 돌아가셨다. 주님 안에서 죽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얘들아, 가서 엔갓디 사람들에게 회당장이 부활하신 분을 보고, 또 부활하신 분이 회당장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고 알려라! 울지들 말아라! 울지 말아!” 예수께서는 그들을 출입구까지 데려다주시며 그들을 쓰다듬으신다. 그런 다음 죽은 사람 곁으로 다시 오셔서 수염과 머리를 가다듬어 주시고, 반쯤 감긴 눈꺼풀을 내리 쓸으시고, 팔다리를 제 자리에 가지런히 해놓으시고, 아브라함이 일하기 위하여 벗어 놓았던 겉옷을 그의 위에 펴 놓으신다.
예수께서는 길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그대로 계시다가 몸을 일으키신다. 빛나는 모습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이 예수를 본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예수 계신 곳으로 오려고 더 빨리 온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더 환한 태양빛의 광채 속으로 들어가셔서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8. 가릿의 에세네파 사람 엘리야
거칠은 산 속의 쓸쓸한 정적. 그 산 아래에는 가릿 시내가 흐르고 있다. 엘리야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더 야위고 수염이 더 더부룩하며, 회색도 아니고 밤색도 아닌 꺼칠꺼칠한 모직옷을 입고 있어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들과 비슷해 보인다.
그는 바람이나 천둥 같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다. 밑에는 급류가 흐르고 있는 절벽 위에 불안정하게 매달려 있는 바위에 예수께서 나타나셨다.
“선생님!” 그는 땅에 엎드리며 얼굴을 땅바닥에 갖다댄다”
“엘리야, 나요. 당신은 안식일 전날 지진을 깨닫지 못했소?”
“저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예리고에 내려가 니까의 집에 갔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사랑하던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의 소식을 물었다가 매를 맞았습니다. 그런 다음 또 한번의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가볍게 흔들렸습니다. 저는 하늘의 분노의 뚝이 터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속을 하려고 이리로 돌아왔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의 뚝이 터졌소. 나는 죽었다가 부활했소. 내 상처를 보시오. 다볼산에 가서 주님의 종들과 합류하시오. 그리고 내가 당신을 보냈다고 말하시오.”
예수께서는 그에게 강복하시고 사라지신다.
9.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에
도르카의 아이가 엄마의 부축을 받으며 요새의 능보(稜堡)에서 걸음마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도르카는 몸을 구부리고 있어서 주님이 나타나시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어린 것을 좀 자유롭게 놓아두었다가 그 애가 자신있게 빨리 걸어서 능보 구석으로 가는 것을 보고는 어쩌면 넘어져서 돌출회랑(突出回廊), 즉 공격용 무기를 위하여 일부러 만들어 놓은 통로로 빠져서 죽을지도 모르므로 그것을 막기 위해 달려가서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하다가 그 여자는 아이를 안고 입맞춤을 하시는 예수를 본다. 여인은 감히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다만 소리를 지른다. “주님! 주님이! 메시아께서 여기 오셨어요. 주님은 정말 부활하셨어요!” 하고 외치는 소리에 마당에 있던 사람들은 머리를 들고,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창문으로 얼굴을 내민다. 그러나 사람들이 달려오기 전에 예수께서는 이미 사라지셨다.
“당신 미쳤어! 꿈을 꾼거야! 빛의 조화로 환상을 본 거야.”
“아이고! 주님은 분명히 살아 계셨어요! 내 아들을 보세요. 얼마나 저쪽을 바라다 보고 있나, 그리고 제 얼굴처럼 아름다운 사과를 손에 들고 있는 걸 보세요. 그 작은 이빨로 사과를 갉아 먹으면서 웃고 있어요. 난 사과가 없어요….”
“요새는 저렇게 싱싱하게 익은 사과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하고 그 사람들은 말하며 흥분해 있다.
“토비아에게 물어 봅시다.” 하고 여자 몇 사람이 말한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예요? 엄마 소리나 겨우 할 줄 아는데!” 하고 말하며 남자들이 여자들을 비웃는다.
그러나 여자들은 꼬마에게로 몸을 구부리고 “누가 사과를 줬니?” 하고 말한다.
그런데 겨우 가장 기초적인 말이나 몇 마디 할 줄 아는 입이 그 조그만 이빨과 아직 꽉 차지 않은 잇몸으로 활짝 웃으면서 자신있게 “예수가” 하고 말한다.
“오!”
“이봐요! 당신들은 이 애를 예사이라고 부르지요! 이 애가 제 이름이야 말할 줄 아는 거지요.”
“너 예수를 말하는 거냐, 주 예수를 말하는 거냐? 어떤 주님을 말하는 거냐? 너 어디서 예수를 봤니?” 하고 여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여기서 주님을, 예수 주님.”
“지금 어디 있니? 어디로 갔니?”
“저기.” 어린 아이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하늘을 가리키며 좋아서 웃는다. 그리고 사과를 깨문다.
그리고 남자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가는 동안 도르카는 여인들에게 말한다. “주님은 아름다우셨어요. 빛을 입고 계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손에는 그렇게 환한 흰 빛깔 가운데 보석처럼 빨간 못자국이 있었어요. 주님이 아이를 이렇게 안고 계셨기 때문에 나는 잘 봤어요.” 그러면서 예수의 몸짓을 해 보인다.
관리인이 달려와서 이야기를 다시 하게 해서 듣고 곰곰히 생각하더니 결론을 내린다. “시편에 이런 말씀이 있지요. ‘어린 아이들과 젖먹이의 입에 완전한 찬미를 두셨나이다.’ 그런데 왜 진리를 놓아두시지는 못하겠습니까?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을 기억합시다. …아니! 나는 제자들이 있는 마을로 가서, 선생님이 거기 계신지 보겠어요. …그렇지만… 주님은 돌아가셨었는데… 그러나!…”
그리고 이 “그러나” 라는 소리를 하고 결론은 속으로 내리면서 관리인은 간다. 그동안 여인들은 흥분하여 어린아이에게 계속 질문을 퍼붓는다. 꼬마는 웃으면서 되풀이 한다. “예수가 여기, 그리고 여기, 예수 주님.” 그러면서 예수께서 계셨던 곳을 가리키고, 그 다음에는 예수께서 사라지는 것을 본 해를 가리키면서 좋아하고 도 좋아한다.
10. 게데스에
게데스의 사람들이 회당에 모여서, 회당장인 나이많은 마티아와 최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토론한다. 문들이 닫혀 있고 창문에는 커어튼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회당 안은 꽤 어두운 편이다. 커어튼은 무거워서 사월의 바람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
번갯불에 방이 환해진다. 번갯불 같지만 사실은 예수를 앞서 나타나는 빛이다. 그리고 예수께서 나타나셔서 많은 사람이 몹시 놀란다. 예수께서 팔을 벌리시는데 손에 상처가 분명히 나타나고, 또 닫힌 문으로 가는데 있는 세 단중의 마지막 단 위에 나타나셨기 때문에 발에도 상처가 분명히 보인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신다. “나는 부활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나 사이에 있었던 토론을 여러분에게 상기시킵니다. 이 고약한 세대에 내가 약속했던 표, 즉 요나의 표를 주었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게 충실한 사람에게 나는 강복을 줍니다.” 그 이상 아무것도 없다. 예수께서는 사라지신다.
“하지만 선생님이셨어! 어디서 오셨을까? 그렇지만 살아 계셨어!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었지! 자, 봐! 이제 나는 알아들었어. 요나의 표, 즉 땅 속에 사흘 동안 계시다가 부활하신 것….”
이러쿵 저러쿵 논평의 소리가 요란하다….
11. 지스칼라에
악의있는 유다교 교사 한 떼가 망설이고 있는 몇 사람에게 그들의 청을 듣게 하려고 애쓴다. 교사들은 이 사람들에게서 집에 틀어박혀서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는 가믈리엘의 집에 가겠다는 승낙을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말한다. “그분은 여기 안 계시다니까요. 어디 계신 지도 모릅니다. 그분이 여기 오셔서 두루마리를 참고하시고는 가셨습니다. 한 마디 말도 없었습니다. 어떻게나 마음이 뒤흔들리고 늙으셨는지 무서웠습니다.” 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꾸한다.
교사들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못해 등을 돌리고 가면서 말한다. “가믈리엘도 시몬처럼 미쳤어! 갈릴래아 사람이 부활했다는 건 참말이 아니야! 진실이 아니야. 정말이 아니야! 그가 하느님이라는 것도 참말이 아니야. 참말이 아니야. 아무 것도 참말이 아니야. 우리만이 진리를 가지고 있어.” 극도의 불안을 가지고 그것이 참말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것이 참말이 아닐까 하는 그들의 두려움과 안심을 할 그들의 필요를 나타낸다.
그들은 그 집의 담을 끼고 이제는 힐렐의 무덤 옆에 와 있다. 여전히 그들의 부인(否認)을 떠들어대면서 그들은 얼굴을 쳐든다. …그러다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친다. 착한 사람들과는 지극히 인자하신 예수께서 그곳에 계신데, 무서운 능력을 가지신 분으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처럼 팔을 벌리시고 계시다. 상처는 피가 스며나오는 것처럼 빨갛다. 아무 말씀도 안하신다. 그러나 그분의 눈초리는 쏘는 것 같다.
교사들은 도망치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나무와 돌에 부딪혀 다치고, 미치광이 같다. 무서워서 미친 사람들 같다. 그들은 그들이 죽인 사람 앞에 다시 끌려온 살인자들 같다.
12. 보즈라의 요아킴과 마리아의 집
“마리아! 마리아! 요아킴과 마리아! 밖으로 나오시오!”
등을 켜 놓은 조용한 방에서 한 사람은 바느질을 하고, 한 사람은 계산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은 고개를 들고 서로 바라본다. …요아킴은 겁에 질려 파랗게 된 얼굴로 속삭인다. “생님의 목소리야! 저 세상에서 오셨어.…” 아내는 겁이 나서 남편에게 꼭 달라 붙는다. 그러나 부르는 소리는 되풀이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용기를 서로 주기 위하여 꼭 붙어서 감히 밖으로 나가 목소리가 들려 오는 쪽으로 간다.
낫 같은 초생달이 비추고 있는 정원에는 예수께서 달 여러 개보다도 더 강한 빛으로 빛나고 계시다. 빛이 예수를 둘러싸고 있어 하느님처럼 보이게 한다. 지극히 상냥한 웃음과 다정스러운 눈길은 예수를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보즈라의 사람들에게 가서 실제로 살아 있는 나를 보았다고 말하시오. 그리고 요아킴 당신은 다볼산에 가서, 거기 온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시오.”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강복하시고 사라지신다.
“그렇지만 선생님이셨어! 꿈이 아니었어! 나는… 내일 갈릴래아에 가겠어. 선생님은 다볼산에 가라고 말씀하셨지?…”
13. 에브라임의 야곱의 마리아 집에
여인은 빵을 만들려고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다. 여인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몸을 돌리다가 예수를 본다. 여인은 얼굴을 땅바닥에 대고, 손은 땅을 짚고, 약간 무서워하며 말없이 흠숭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당신이 나를 보았고 내가 당신에게 말을 했다고 모든 사람에게 말하시오. 주님은 무덤에 굴복해 있지 않아요. 나는 약속한 대로 사흗날에 부활했어요. 내 길을 따르고 있는 당신들은 끝까지 꾸준하시오. 그리고 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의 말에 매혹되지 마시오. 당신에게 내 평화를 줍니다.”
14. 안티오키아의 신디카의 집에
신디카는 여행 보따리를 꾸리고 있다. 옷을 개키고 있는 여인 곁에 있는 탁자 위의 작은 등불이 그리 밝지 못한 빛을 내며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은 밤이다.
방이 환하게 밝아지니, 신디카는 일어나는 일을 보고 놀라서, 사방이 막혀 있는 이 방에 저렇게도 환한 빛이 어디서 오나 하고 머리를 든다. 그러나 그 여자가 보기 전에 예수께서 앞질러 말씀하신다. “나요, 무서워하지 마시오. 나는 그들의 믿음을 굳게 해 주려고 여러 사람에게 나타났소. 순종하는 충실한 제자인 당신에게도 나타나는 것이오. …나는 부활했소. 알겠소? 나는 이제 고통을 느끼지 않아요. 왜 울어요?”
여자는 영광스럽게 되신 분의 아름다움 앞에서 말을 잃었다. …예수께서는 그를 격려하기 위하여 미소를 보이시며 덧붙이신다. “나는 당신을 가이사리아 근처 길에서 맞이했던 바로 그 예수요. 그때는 벌벌 떨면서도, 그리고 내가 모르는 남자인데도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내게 말을 한 마디도 할 줄 모르오?”
“주님! 저는 길을 떠나려던 중입니다. …제 마음에서 이 많은 불안과 고통을 없애려고요.”
“고통은 왜? 내가 부활했다는 말을 못 들었소?”
“그 말도 들었고,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순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주님이 무덤 속에서 썩으실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주님이 고통을 당하고 돌아가신 것을 슬퍼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말을 하기 전에 주님의 부활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와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을 때도 계속 믿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갈릴래아에 가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을 이제는 사람들이 해칠 수가 없다. 주님은 사람이시보다는 더 하느님이시다.’ 제가 말을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 생각을 이해하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주님께 경배하고 마리아 어머님을 뵙겠다. 저는 주님이 저희들 가운데 머무르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해서 서둘러 길을 떠나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께로 돌아가시면, 주님의 어머니는 기쁨 중에서도 좀 슬프실 것이다. 어머님은 영혼이시지만 또한 어머니이기도 하시니까… 그러니 어머님이 혼자 계시는 지금은 위로해 드리도록 힘쓰겠다’ 하고… 제가 주제넘었지요!”
“아니오. 그것은 동정이었소. 나는 당신의 생각을 어머니께 말씀드리겠소. 그러나 그리 가지 말고, 지금 있는 데 그대로 남아서 계속 나를 위해 일하시오. 당신의 형제들인 제자들이 내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일이 필요하오. 당신은 나를 보았소. 내 어머니는 요한에게 맡겼소.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당신은 나를 보았다는 확신과 내 강복의 능력으로 당신의 정신을 튼튼하게 할 수 있을 거요.”
신디카는 예수께 입맞춤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감히 그러지 못한다. 예수께서 그에게 “오시오” 하고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그 여자는 무릎으로 기어서 감히 예수께 가까이 가서 발에 입맞춤하려고 한다. 그러나 두 상처를 보고는 감히 그러지 못한다. 그 여자는 예수의 옷자락을 잡고 울면서 입맞춤하고 속삭인다. “그 사람들이 주님께 무슨 짓을 했습니까?” 그런 다음 질문을 하나 한다. “그런데 요한 펠릭스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는 지금 행복하오. 그는 지금 사랑만을 기억하고 있고, 그 안에서 살고 있소. 신디카,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런 후 예수께서 사라지신다.
여인은 경배의 행위를 하고 있다. 무릎을 꿇고, 얼굴을 쳐들고, 두 손은 좀 내밀고, 얼굴에는 눈물을 흘리고, 입에는 미소를 머금고….
15.레위파 사람 즈가리야의 집에
그 사람은 작은 방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있다. 레위파의 사람 즈가리야이다.
“의심을 하지 말게. 자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말게 나는 진리요 생명이네. 나를 쳐다보고, 나를 만져보게.”
젊은이는 처음 말에 얼굴을 들고 예수를 보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으며 부르짖는다.
“주님,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주님의 진리에 대해 의심을 품었습니다. ”
“자네보다는 자네의 정신을 매혹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더 죄가 있네. 그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게. 나는 실제로 살아 있는 육체일세. 내 손의 무게와 체온과 단단함과 힘을 느껴 보게” 하시며 그의 아랫팔을 붙잡고 힘있게 그를 일으키면서 말씀하신다.
“일어나서 의심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주님의 길로 걸어 가게. 그리고 자네가 끝까지 꾸준하면 행복할 걸세.”
예수께서는 그에게 강복하시고 사라지신다.
젊은이는 잠시 경탄으로 인하여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방 밖으로 튀어나오며 외친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어요! 저는 미치지 않았었어요. 계속 거짓말을 믿지 마시고, 당신 종을 불쌍히 여기신 지극히 높으신 분을 저와 함께 찬미하세요. 저는 길을 떠납니다. 갈릴래아로 갑니다. 가서 제자들 몇 사람을 만나서 믿으라고 말할래요. 선생님은 정말 부활하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음식과 옷을 넣은 가방도 갖지 않고, 겉옷을 가지고, 부모들에게 어리둥절했던 정신을 차릴 여유도 주지 않고, 그를 말리기 위해 손을 쓸 여유도 주지 않고 뛰어서 나간다.
16. 사론 평야의 어떤 여자에게
바닷가의 길인데, 아마 가이사리아에서 욥베로 가는 길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안쪽으로는 평야가 보이고, 바깥쪽으로는 해안의 누르스름한 선을 지나서 아주 새파란 바다가 보인다는 것이다. 길은 로마인들이 만든 간선도로인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돌을 깔아 포장한 것으로 증명된다.
한 여인이 울면서 맑은 아침의 이른시간에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날이 샌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여인은 가끔 걸음을 멈추고 이정표(里程標)에나 길바닥에 앉는 것을 보면 대단히 피곤한 모양이다. 그러다가는 매우 피로한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걸음을 재촉하는 듯이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간다.
겉옷을 뒤집어쓴 길손 모습의 예수께서 여인 곁으로 걸어가신다. 여인은 예수를 쳐다보지 않고, 자기 고통에 잠긴 채 걸어간다. 예수께서 여인에게 물으신다. “부인, 왜 우십니까? 어디서 오며, 어디로 이렇게 혼자서 가십니까?”
“예루살렘 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멉니까?”
“욥베와 가이사리아 중간에 있습니다.”
“걸어서요?”
“모딘 못미쳐 계곡에서 도둑들이 제 나귀와 나귀에 실었던 것을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혼자 길을 가다니, 부인은 무모했습니다. 과월절에는 혼자 가는 것이 관습이 아닙니다.”
“저는 과월절 때문에 간 것이 아닙니다. 저는 앓는 아이가 있기 때문에- 그 애가 아직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만-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갔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떠나는 것을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나흘 후에 떠났습니다. 제가 떠난 것은 ‘선생님이 틀림없이 과월절을 지내시려고 예루살렘에 가셨을 거다. 나는 선생님을 찾겠다’ 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금 무서웠지만 이렇게 혼자 말했습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나도 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보고 계시다. 나는 선생님이 인자하시다는 것을 믿고 또 안다. 선생님은 나를 물리치지 않으실거야. 왜냐하면…’” 그 여인은 겁에 질린 듯이 말을 중단하고 자기 옆에서 걸어가는 남자를 흘낏 쳐다본다. 그 남자는 하도 겉옷을 푹 뒤집어 써서 겨우 눈만 보일 뿐이다. 비할 데 없는 예수의 눈만이.
“왜 말을 안하십니까? 나를 무서워하는 거로군요. 내가 부인이 찾는 분의 원수라고 생각하십니까? 남편이 집에 없는 동안 부인의 집에 와서 아이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나자렛 선생님에게 청하려고 그분을 찾았으니까요….”
“선생이 예언자라는 것을 알겠군요. 맞습니다. 그러나 제가 예루살렘에 도착 했을 때는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그 여자는 눈물로 숨이 막힌다….
“선생님은 부활하셨습니다. 그걸 믿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걸 알고,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나 저는… 며칠동안 저도 그분을 보기를 바랐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타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떠나는 것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제게는 고통이었습니다. 그것은 … 제 아이가 몹시 앓고 있으니까요. …제 마음은 두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위로하러 가느냐… 남아서 선생님을 찾느냐…하고, 저는 선생님이 제 집에 오시기를 바라지는 못하고, 병나음을 약속해 주시기만을 바랬습니다.”
“그러면 믿었겠습니까? 부인 생각에는 그렇게도 멀리서도?…”
“저는 믿습니다. 오! 선생님이 ‘안심하고 가라. 네 아들은 나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더라면 저는 의심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바랄 자격이 없습니다. 그것은…” 그 여자는 말하는 것을 자제하려고 그러는 것처럼 베일을 입에다 꼭 대고 운다.
“부인의 남편이 예수 그리스도를 고발하고 죽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메시아이십니다.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정의로우십니다. 부인, 하느님께서는 죄 있는 사람 때문에 죄 없는 사람을 벌하지는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버지가 죄인이라고 해서 어머니에게 큰 고통을 주지 않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살아 계신 자비이십니다….”
“아이고! 선생은 아마 그분의 사도들 중의 한 분이신 게로군요? 선생님이 어디 계신 지 혹 아십니까? 선생… 어쩌면 선생님께서 선생을 보내서 제게 이 말을 하게 하셨는지도 모르겠군요. 선생님께서 제 고통과 제 믿음을 느끼시고 보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토비아에게 대천사 라파엘을 보내신 것처럼 선생을 제게 보내신 거로군요. 그렇다면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저는 열이 날 정도로 피로하지만, 주님을 찾으려고 뒤로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사도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도들은 주님이 부활하신 뒤에도 아직 여러 날 동안을 예루살렘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사도들에게 물어볼 수 있었는데 그랬군요.”
“물론이지요. 사도들은 선생님의 계승자들입니다.”
“저는 그분들이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또 기적을 행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저는 한 사람만이 충실하게 남아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부인의 남편이 거짓 승리자의 망상 속에서 부인을 비웃느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말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만이 완전하시니까요. 그리고 사람은 뉘우칠 수가 있습니다. 또 뉘우치면 그의 힘이 커지고, 하느님께서는 그의 통회 때문에 은총을 더 많이 주십니다.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서 다윗을 용서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선생은 누구십니까” 사도가 아니시라면 누구시기에 그다지도 부드럽고 지혜롭게 말씀을 하십니까? 혹 천사가 아니십니까? 제 아이의 천사, 그 애가 숨져서 제 마음을 준비시키려고 오셨나보군요….“
예수께서는 머리와 얼굴에서 겉옷을 내리시고, 보통 길손의 보잘 것 없는 모습이던 분이 죽음에서 다시 돌아오신 사람이신 하느님의 위엄있는 모습으로 변하시며 친절하면서도 장중하게 말씀하신다. “나입니다. 사람들이 헛되이 십자가에 못 박은 메시아입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입니다. 부인, 가시오. 내가 부인의 믿음을 보상했기 때문에 부인의 아들이 살았습니다. 부인의 아들은 병이 나았습니다. 그것은 나자렛의 선생님은 그의 사명을 마쳤지마는, 임마누엘은 한분이시고, 세위이신 하느님께 대하여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가진 모든 사람을 위하여 세상마칠 때까지 그의 사명을 계속하기 때문입니다. 강생하신 하느님의 말씀은 한위이신데,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고 가르치고 고통을 당하며 죽으러 오기 위하여 하늘을 떠났던 것입니다. 부인, 평안히 가시오. 그리고 한 집안에서 내게 대한 미움이나 사랑으로 남편이 아내를 반대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반대하고, 자식들이 아버지를 반대하는 때가 왔으니 믿음을 굳게 가지시오. 그러나 박해가 와도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여인에게 강복하시고 사라지신다.
17. 대(大)헤르몬산의 목자들에게
양떼들과 목자의 한 떼가 있다. 이들은 훌륭한 목초가 있는 산비탈에 머물러 있다. 목자들은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이렇게 말하며 몹시 슬퍼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에서 목자들의 친구를 갖지 못하게 됐어” 하고.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그분과 많이 만났던 기억을 되살린다…. “이제 다시는 맛보지 못할 만남들이었지” 하고 늙은 목자가 말한다.
예수께서는 오솔길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는 낮은 덤불들이 큰 나무줄기들을 감싼 얽힌 작은 숲 뒤의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시는 듯이 나타나신다. 목자들은 그 혼자있는 사람을 예수로 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흰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그 사람을 보고 속삭인다. “누굴까? 에세네파 사람인가? 여기에? 부자 바리사이파 사람인가?” 그들은 어쩔 줄 모른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물으신다. “당신들은 왜 주님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까? 당신들이 지금 주님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는 거지요?”
“우리도 그것을 압니다. 그러나 선생은 그 사람들이 그 분께 어떻게 했는지를 모르십니까? 지금은 그분이 부활하셨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렇게 믿는 것이 더 좋은 것처럼 그분이 부활하셨다 해도 이제는 떠나셨습니다. 어떻게 당신을 못 박아 죽인 백성을 사랑하고 그들 가운데 머물러 계실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모두 그분을 알지는 못했어도 우리는 그분을 사랑했으니까 그분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 것입니다.”
“아직 그분을 모시는 방법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분이 그것을 가르쳐 주었어요.”
“아이고! 그렇지요. 그분이 가르치신 대로 한다면 말이지요. 그러면 하늘 나라를 차지하고 그분과 같이 있게 되지요. 그렇지만 그전에 살다가 죽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분이 이제는 우리 가운데 계시면서 용기를 돋우어 주시지 못하게 됐단 말입니다.” 그들은 머리를 내젓는다.
“이것 보시오, 그분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그분이 가르치신 것을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음 속에 예수를 모시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과연 말씀과 가르침은 똑같은 것입니다. 그분은 당신의 실제와 같지 않은 것을 가르칠 선생님은 아니셨습니다. 따라서 그분이 말씀하신 대로 하는 사람은 자기 안에 살아 계신 예수를 모시고 그분과 헤어지지 않습니다.”
“선생은 말씀을 잘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라…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우리 눈으로 선생님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분을 본 적이 없고, 내 아들도 그렇고, 이 사람 야곱도, 이 사람 멜키아도, 저 사람 야보고도, 사울도 못 보았습니다. 우리 중에 몇 사람이 그분을 보지 못했는지 아시겠지요. 우리는 늘 그분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우리가 도착하면, 그분은 떠나고 안 계시곤 했습니다.”
“당신들은 그 날 예루살렘에 안 갔었습니까?”
“아이고! 갔었지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선생님께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를 알고는 미친 사람들처럼 도망쳐서 산으로 돌아와서 안식일이 지난 다음에 성도에 다시 가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시내에 없었으니까 그분이 피흘리신 데 대한 죄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비겁하게 행동한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분을 보고 인사는 했을 텐데 말입니다. 틀림없이 그분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우리에게 강복하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말 고통을 당하시는 그분을 바라다 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분이 지금 당신들에게 강복합니다. 당신들이 그 얼굴을 보고 알기를 갈망하는 그분을 잘 보시오.”
예수께서는 파란 풀밭 위에서 찬란하게 숭고한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몹시 놀라서 땅에 엎드리면서도 눈동자는 숭고한 얼굴에 고정시키고 있는 그들 앞에서 예수께서는 눈부신 빛 속으로 사라지신다.
18.시돈에서 소경으로 태어났던 어린이의 집에
어린이가 잎이 무성한 덩굴을 올린 정자 밑에서 혼자 놀고 있다. 어린아이는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예수와 마주친다. 그러나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이렇게 묻는다. “아니, 내 눈을 보게 한 선생님이지?” 그러면서 예수의 눈과 같이 파랗고 맑은 어린 눈으로, 빛나는 숭고한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 본다.
“얘야, 나다. 내가 무섭지 않느냐?” 예수께서는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무서우냐구? 아니. 그렇지만 아빠가 일찍 돌아와서 사람들이 선생님을 죽게 하려고 붙잡았기 때문에 도망해 왔다고 말했을 때 엄마하고 나하고 많이 울었어. 아빠는 과월절을 지내지 않았어. 그래서 과월절을 지내러 다시 가야해. 그런데 선생님은 그 때 죽지 않았어?”
“나는 죽었다. 이 상처들을 봐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그렇지만 다시 살아났다. 아빠한테 두 번째 과월절 다음 얼마 동안 예루살렘에 그대로 있으라 하고, 벳바게의 올리브 밭 근처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해라. 그곳에서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데 그 사람이 아빠에게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말해 줄 것이라고.”
“아빠는 선생님을 찾으러 가려고 했어. 장막절 때에 아빠는 선생님한테 말을 못했대. 아빠는 선생님이 내 눈을 보게 해준 것 때문에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했대. 그렇지만 그 때도 못했고, 지금도 못하게 됐어….”
“아빠는 나를 믿는 믿음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얘야 잘 있거라. 평화가 너와 네 집안에 있기를.”
19. 죠가나의 농부들의 집에
죠가나의 밭들이 달빛의 세례를 받고 있다.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다. 숨막히는 밤하늘 밑에 늘어서 있는 초라한 농부의 집들. 숨이 막힐 지경인 밤이기 때문에 수용능력을 초과한 너무나 많은 육체가 포개어 있는 낮은 방에서 더위로 죽지 않으려면 적어도 문 하나는 열어 놓아야 한다.
예수께서 방안으로 들어가신다. 바로 달이 그 복사 광선을 늘여, 흙을 다져 만든 바닥에 예수께서 지나가실 훌륭한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 같다. 예수께서는 배를 깔고 피로로 인하여 깊은 잠을 자고 있는 한 사람에게로 몸을 숙이시고, 그를 부르신다. 다른 사람에게로, 또 다른 사람에게로 건너가시며, 당신의 충실하고 가난한 친구들을 모두 부르신다. 예수께서는 날아다니는 천사와 같이 가볍고 빠르게 지나가신다. 그리고 또 다른 누추한 집 여러 군데로 들어가신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오셔서 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신다. 농부들은 잠이 덜 깬 채 그들의 누추한 집에서 나온다. 두 사람, 세 사람, 혼자서. 다섯 사람이 함께, 또 여자들도 몇 사람 있다. 그들은 모두에게 “사과밭으로 오시오” 하는 똑같은 말을 한 그들이 아는 목소리로 이렇게 불려 나왔다는 것에 어리둥절해 있다.
남자들은 그들의 초라한 옷을 마저 입으면서, 그리고 여자들은 땋아 늘인 머리를 매만지면서 모두 그리로 가며 조용히 말한다.
“내 생각에는 나자렛 예수님의 목소리 같았어.”
“어쩌면 그분의 영인지도 모르지. 그 사람들이 그분을 죽였어. 자네들 그 말 들었나?”
“난 그걸 믿을 수가 없어. 그분은 하느님이셨어.”
“그렇지만 요엘은 선생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걸 봤대…”
“나는 어제 관리인이 흥정하는 걸 기다리는 동안 그 사람에게서 들은 말인데, 제자들이 이스라엘로 지나가면서 그분이 정말 부활하셨다고 말했대.”
“입 닥쳐! 자네 주인이 뭐라고 말했는지 알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채찍으로 맞을 거라고.”
“죽일 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렇게 고통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편이 더 낫지 않겠어?”
“그런데 이제는 선생님도 안 계시고!”
“선생님을 죽이는 데 성공한 지금 저 사람들은 한층 더 나빠졌어.”
“저 사람들이 못되게 구는 건 선생님이 부활하셨기 때문이야.”
그들은 지정된 지점으로 가면서 조용히 말한다.
“주님!” 하고 한 여자가 제일 먼저 무릎을 꿇으며 소리를 지른다.
“주님의 망령이야!” 하고 어떤 사람들은 부르짖고, 어떤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나요, 두려워 마시오. 소리 지르지 말고 앞으로 나아오시오. 정말, 나요. 나는 당신들의 믿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굳게 하려고 왔습니다. 당신들, 보이지요? 내 몸은 진짜 몸이기 때문에 그림자가 있어요. 당신들은 꿈꾸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진짜 내 목소리입니다. 나는 당신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당신들에게 사랑을 주던, 같은 예수요. 지금도 나는 당신들에게 내 사랑을 줍니다. 나는 당신들에게 내 제자들을 보내겠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역시 나일 것입니다. 그것은 내 제자들도 내가 당신들에게 준 것을 줄 것이고, 도 나를 믿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도록 내가 그들에게 준 것을 당신들에게 줄 테니까요. 내가 내 십자가를 진 것과 같이 당신들도 당신들의 십자가를 지시오. 참으시오, 그리고 용서하시오. 내 제자들이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할 것입니다. 나를 본받으시오. 고통의 길은 하늘의 길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참고 따르는 것과 모든 사람에 대해서 너그럽고 사랑하는 길 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다른 길이 있었으면 당신들에게 내가 그 길을 가리켜 주었을 것입니다. 그 길은 옳은 길이기 때문에 나도 그 길을 지나왔습니다. 십계명으로 변함이 없는 시나이산의 율법을 충실히 지키고, 내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시오. 당신들이 악한 사람들의 음모에 맡겨져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당신들을 가르칠 사람들이 올 것입니다. 당신들에게 강복합니다. 내가 당신들을 사랑했다는 것과 내가 영광스럽게 되기 전과 후에 당신들에게 왔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시오. 당신들에게 진정 말하지만, 지금 나를 보기를 바랄 사람이 많지만 나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많은 실력자들이 말입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그들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납니다.”
한 남자가 용기를 내서 말하다. “그러면… 정말 하늘나라가 있습니까? 주님은 정말 메시아이십니까? 저 사람들이 저희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 사람들의 말을 듣지 마시오. 내 말을 기억하고, 당신들이 아는 내 제자들의 말을 받아들이시오. 그것이 진리의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을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비록 타인이나 노예일지라도 내 나라의 주민과 공동 상속인이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려 그들에게 강복하시고 사라지신다.
“아이고! 나는… 나는 이젠 무섭지 않아!”
“나두야. 자네 들었나? 우리에게두 자리가 하나 있대!”
“착한 사람이 돼야 해!”
“용서해야 하구!”
“참아야 하구!”
“저항할 줄을 알아야 해!”
“제자들을 찾아야 해.”
“주님이 보잘 것 없는 하인들인 우리들에게 오셨어.”
“이 말을 주님의 사도들에게 하세.”
“죠가나가 이걸 알면 어쩌지?”
“또 로라는!”
“이 사람들은 우리가 말을 못하게 죽일 거야.”
“그렇지만 말을 하지 말세. 주님의 종들에게만 이 말을 하세.”
“미케야, 자넨 이 짐을 가지고 세포리스에 가야 되지 않나? 왜 나자렛에 가서 이 말을 하지 않나?”
“누구한테?”
“어머님께, 사도들에게. 사도들은 아마 어머님과 같이 있을 거야….”
그들은 자기들의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그 곳을 떠난다.
20. 엘키아의 친척 다니엘의 땅에. 베테론(?)에
바리사이파 사람 엘키아는 자기와 똑같은 사람들과 최고회의 회원 시몬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논하고 있다. 시몬은 성 금요일부터 미쳐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그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아주 충실한 하인 한 사람만을 딸려서 그의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 아무도 없는 어떤 곳에 격리하자고 말하고, 일시적인 불편이니까 그가 있는 데 그대로 두면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진 좀 더 친절한 사람도 있다.
엘키아가 대답한다. “나는 저 사람을 다른 곳 어디로 데려 가야 할 지를 몰라서 이리로 데려 왔소. 하지만 당신들도 알다시피 나는 내 친척 다니엘을 몹시 의심하고 있소….”
엘키아보다도 더 나쁜 다른 사람들이 말한다. “저 사람은 도망쳐서 바다로 가겠다고 하는데, 왜 저 사람의 욕망을 채워주지 않는단 말이오?…”
“그것은 저 사람이 질서있는 행위를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오. 혼자서 바다에 가면 죽을 터인데, 우리 중에는 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이오.”
“그렇더라도! 그렇다고 하면! 그가 상륙하는 곳에서는 그가 말하는 것으로 인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 거요? 그가 제 길을 택하게 내버려 두시오. …모두가 있는 앞에서, 당신 친척도 있는 앞에서 그가 자기 뜻을 말하게 하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게 합시다.”
이 제안에 찬성을 한다. 그래서 엘키아는 하인 한 사람을 불러 시몬을 데려오고 다니엘을 불러 오라고 명령한다. 두 사람이 다 온다. 그런데 다니엘은 어떤 사람들 곁에 있으면 거북해 하는 사람의 태도를 보이지만, 또 한 사람은 정말 미친 사람 같은 태도를 보인다.
“시몬, 우리말을 들어 보시오. 당신은 우리가 당신을 죽이고자 하기 때문에 당신을 가둔다고 말하는데…”
“명령이 그런 것이니까 당신들은 그렇게 해야 돼.”
“시몬, 당신은 헛소리를 하오. 입다물고 말들어요. 당신이 어디 가면 병이 나을 것 같소?”
“바다에, 바다에, 바다 가운데에. 목소리가 없는 곳에. 무덤이 없는 곳에. 왜냐하면 무덤이 열리고 죽은 사람들이 거기서 나오고, 또 내 어머니가 말하는데…”
“입닥쳐요! 이거봐요. 우리는 당신을 우리 자신같이 사랑하오. 당신, 정말 바다에 가고 싶소?”
“물론 가고 싶지. 왜냐하면 여기서는 무덤이 열리고 내 어머니가…”
“당신은 바다에 가게 될 거요. 우리가 당신을 바다로 데리고 가서 배를 한 척 주겠소. 그럼, 당신은…”
“그렇지만 그건 살인입니다! 이 사람은 미쳤어요! 혼자서 갈 수는 없습니다!” 하고 정직한 다니엘이 외친다.
“하느님은 사람의 의지를 강제하지 않으시오. 하느님께서 하지 않으시는 것을 어찌 우리가 할 수 있겠소?”
“그렇지만 이 사람은 미친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는 의지가 없어요. 이 사람은 갓난아니보다도 더 의지가 없어요! 당신들은 그렇게 못합니다!…”
“입닥쳐! 당신은 농부이지,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야. 우리가 알지… 우리는 내일 바다로 갈 거야. 시몬 기뻐하시오. 바다로 간단 말이오, 알겠소?”
“아! 이제는 땅의 목소리를 듣지 않게 되겠구나! 목소리를 안 듣게 돼… 아!” 긴 비명, 몸을 마구 흔드는 경련, 그의 눈이 감기고 귀가 막힌다. 그리고 또 다른 비명이 들리는데, 그것은 공포에 질려서 도망하는 다니엘의 비명소리이다.
“아니, 누구야? 무슨 일이야? 이 미치광이와 이 바보를 붙들어요! 아마 우리 모두가 지금 머리가 돌고 있는 모양이야?” 하고 엘키아가 외친다.
그러나 엘키아가 바보라고 부르는 사람, 즉 그의 친척 다니엘은 몇 미터를 뛰어 가더니 땅에 엎드린다. 그동안 또 한사람은 무섭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그 곳에서 거품을 물고 소리를 지르고 또 지른다. “저 사람을 말 못하게 해! 저 사람 죽지 않았어. 그리고 외치고, 외치고, 또 외치고 있어! 내 어머니보다도 더, 내 아버지보다도 더, 골고타에서 외치던 것보다도 더 외치고 있어! 거기, 거기, 당신들 거기 보이지 않아?” 그는 다니엘이 얼굴을 땅에 박고 있다가 지금은 얼굴을 들고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곳을 가리킨다.
엘키아는 다니엘에게 심한 말을 한다.
“이 게으름뱅이 몽상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 말해 주겠어?”
“날 가만 놔둬요. 이제 나는 당신을 알았어요. 그래서 당신을 떠나는 거요. 나는 당신들이 죽었다고 믿게 하려는 그분을 보았어요. 내게는 친절하시고 당신들에게는 무서운 그분을! 난 갑니다. 나는 돈보다도 어떤 재물보다도 내 영혼을 보호합니다. 저주받은 사람, 난 가오! 그리고 당신도 할 수 있으면 하느님의 용서를 얻을 만한 사람이 되도록 하시오.”
“아니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로? 난 떠나보내지 않겠어!”
“당신이 나를 포로로 잡아 둘 권리가 있어요? 누가 당신에게 그런 권리를 주었어요? 나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당신에게 남겨두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따라갑니다. 나는 가오.” 그러면서 어떤 초인적인 힘에 글리는 것처럼 엘키아에게 빨리 등을 돌리고 올리브나무와 과수들이 있는 푸른 비탈을 내려 간다.
엘키아는 얼굴이 납빛이 되었다. 그리고 엘키아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 화가 나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엘키아는 그의 친척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위협하고, 갈릴래아 사람이 살아 있다고 “열중해서” (이것이 그의 말이다) 단언하는 모든 사람에게 복수하겠다고 위협한다. 그는 말하고자 하고 행동하고자 한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행동하고 또 행동 할 거요. 하지만 모든 입을 막지 못할 것이고, 보기 때문에 말하는 그 사람들의 눈동자를 가질 수도 없을 거요. 우리는 졌소! 우린 우리 죄악에 짓눌리오. 이제는 죄값이 오는 거요…” 그러면서 고민에 사로잡혀 가슴을 치는데, 마치 교수대의 단을 올라가는 사람과도 같다. 또 “야훼의 복수”라는 말도 하는데, 그 목소리에서는 수천년째 내려오는 이스라엘의 온 공포가 노출된다.
그동안 상처를 입고 거품을 물고 무서운 몰골이 된 시몬은 지옥에 떨어진 사람과 같은 비명을 지른다. “저 사람은 나보고 부모를 죽인 놈! 이라고 말해. 저 사람 말을 못하게 해! 입닥치게 해! 부모를 죽인 놈! 내 어머니의 말과 같은 말! 대관절 죽은 사람은 모두 같은 말을 하는 거야?…”
21. 갈릴래아의 한 여인에게
다 지게 된 달이 아직 가는 활 같은 초생달의 모습을 산봉우리 뒤로 숨길 참이다. 그러므로 그 빛이라는 것이 별 것이 아니고, 얼마 안가서 넓은 들판을 비추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외딴 길에 나그네 한 사람이 있다. 작은 길, 다름 아닌 밭들 가운데를 지나가는 오솔길이다. 그 사람은 불완전한 초롱을 고리에 꿰서 들고 가는데. 이런 초롱은 아주 먼 옛날부터 일반적으로 마차꾼들이 쓰는 것으로 생각된다. 유리는 흔한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 나는 아무 집에서도 잔이나 그릇이나 창문을 막는 것으로나 쓰이는 것을 본 일이 도무지 없기 때문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라고까지 생각한다 – 이 초롱에는 운모(雲母)나 양피지(羊皮紙)같은 것을 써서 불꽃을 보호한다. 그리로 새어나오는 빛은 하도 약해서 고작 초롱둘레의 좁은 공간이나 비추는 데 소용될 뿐이다. 그래도 달이 완전히 가려지자 보잘 것 없는 초롱의 빛이 더 힘있어 보이고, 캄캄한 들판에 흔들리는 빛을 퍼뜨린다.
나그네는 쉬지 않고 걷는다….
지평선 끝의 하늘에는 동이 트기 시작한다. 그러나 당장은 새벽빛이 하도 약해서 희미한 불빛이 아직 소용된다.
작은 다리 곁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쉬고 있는 것인지, 겉옷을 푹 뒤집어 쓴 다른 나그네 한 사람이 있다. 그 다리를 향하여 가던 초롱 가진 나그네가 머뭇머뭇 거린다. 그 사람은 그리로 지나가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뒤로 돌아서 작은 개울바닥에 넓은 돌들이 있어 바닥에 얼마 안 되는 물로 해서 건너갈 수 있는 곳으로 지나가야 할지 망설인다.
아직 하얗고 푸른 껍질이 그대로 있는 나무줄기로 만든 다라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나그네는 고개를 들어 걸음을 멈춘 나그네를 살펴본다. 그는 일어나서 말한다. “나를 무서워하지 마시오. 앞으로 오시오. 나는 좋은 동행이지 도둑이 아닙니다.”
예수님이시다. 나는 모습으로보다는 오히려 목소리로 예수님인 것을 알아본다. 예수께서 계신 곳까지는 빛이 비추지를 못하는 깊은 어둠 때문에 예수님의 모습은 가려진 채로 있다. 그러나 걸음을 멈춘 사람은 아직 망설인다.
“부인, 겁내지 말고 오시오. 얼마동안 길을 함께 갑시다. 그것이 부인에게 좋을 것입니다.”
여자는 – 나는 이제 그 나그네가 여자라는 것을 안다 – 부드러운 목소리나 또는 비밀의 힘에 져서 앞으로 간다. 그리고 앞으로 가면서 머리를 흔들고 중얼거린다. “내게는 이제는 좋은 일이 없구나.”
이제는 그들이 행인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넓은 길을 나란히 걸어간다. 새벽빛이 점점 밝아지면서 길 한쪽으로는 낫질을 기다리는 익은 곡식들이 줄지어 놓은 뻣뻣한 수풀같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또 한쪽으로는 벌써 베어져서 단으로 묶인 곡식들이 익은 수확물이라는 영광을 빼앗긴 밭에 누워 있다.
“저주받은 것들!” 여자는 땅에 누워 있는 곡식단들을 힐끗 바라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 거린다.
예수께서는 입을 다물고 계시다.
날이 밝아 온다. 여인은 초라한 초롱불을 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느라고 눈물이 뒤범벅이 된 얼굴을 드러내보인다. 그 여자는 얼굴을 들어 불그레하고 노란선의 해가 떠올라 오는 것을 알려 주는 동쪽을 쳐다본다. 그 여자는 주먹을 동쪽을 향해 내밀면서 또 말한다. “저주를 받아라!”
“해를? 하느님께서 낟알을 창조하신 것처럼 해도 창조하셨습니다. 이것들은 하느님의 은혜들이니, 저주해서는 안 됩니다…” 하고 예수께서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나는 저주합니다. 해와 수확물들을 저주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들이 여러 해 동안 당신에게는 좋지 않았습니까? 해는 당신이 먹는 빵과 술로 변하는 포도와 야채밭의 야채와 정원의 과일들을 익게 하고 양과 어린 양들을 기르는 목초를 자라게 하여, 그 젖과 고기를 먹고 그 털로 옷을 짜 입고 살게 해 주지 않았습니까? 또 낟알은 당신과 당신의 아이들과 부모와 남편에게 빵을 주지 않았습니까?”
여인은 울음을 터뜨리고 부르짖는다. “나는 남편을 잃었습니다. 해와 곡식단이 남편을 죽였습니다! 우리는 아이가 일곱이고 우리가 가진 얼마 안되는 것으로는 열 식구가 먹고 살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남편은 일을 하러 갔었습니다. 어제 저녁, 남편은 돌아와서 ‘나 기운이 없고 기분이 아주 이상해’ 하고 말하면서 자리에 누웠는데, 몸이 펄펄 끓었습니다. 시어머니와 나는 오늘, 읍내의 의사를 불러 오리라 생각하고 우리 힘닿는 데까지 남편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첫닭이 운 다음에 죽었습니다. 해가 남편을 죽인 것입니다. 나는 읍내에 갑니다. 예, 필요한 것을 사러 가는 거지요. 갔다와서 남편의 형제들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나는 시어머니께 아들과 손자들을 지키라고 맡기고… 필요한 것을 장만하러 떠났습니다. …그래도 뜨거운 해와 낟알을 저주하지 말아야 합니까?”
그 여자는 처음에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특히 몹시 슬퍼하는 여자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조심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의 고통이 둑을 무너뜨리고 힘차게 넘쳐흐른다. 그 여자는 “옆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집에서 말하지 않았던 것,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생각이 들 만큼 짓누르는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사랑에 대한 추억,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과부가 된 고통, 이런 것들이 마치 강기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 가듯이… 어수선하게 지나간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가 말을 하게 가만 내버려두신다. 예수께서는 고통을 동정할 줄 아시기 때문에, 그 여자가 마음을 털어놓게 내버려두셔서, 그렇게 함으로써 그 여자의 마음이 가벼워지게 하시고, 고통의 폭발에 뒤따르는 피로, 바로 그것으로 인하여 그를 위로하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게 되도록 하시려고 한다. 그리고 조용히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임과 나자렛, 그리고 두 읍내 사이에 있는 마을들에 나자렛의 선생님의 제자들이 있으니, 그 사람들을 찾아가 보시오….”
“그렇지만 그 사람들더러 무얼 하라는 것입니까? 선생님이 아직 계셨더라면!…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성인이 아닙니다! 내 남편이 그날 예루살렘에 가 있었기 때문에 알고 있습니다. …아이고! 아니지요? 알고 있었지요! 이제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죽었으니까요!”
“그날 당신 남편은 뭘 했습니까?”
“거리의 함성 때문에 잠이 깨서, 형제들과 같이 있던 집의 옥상으로 뛰어올라 가서 사람들에게 끌려서 총독 관저로 가시는 선생님이 지나가시는 것을 보고 다른 갈릴래아 사람들과 같이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따라 갔답니다. 산 위에서 남편이 갈릴래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사람들이 남편과 다른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고, 아랫쪽으로 밀어냈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거기 있다가… 떠났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죽었습니다. 아이고! 남편이 선생님을 동정한 것 때문에 평화 중에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예수께서는 이 소원에는 응답을 안하시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당신 남편은 골고타 위에서 제자들을 보았겠군요. 아마 갈릴래아 사람 모두가 당신 남편 같았겠지요?”
“아! 아닙니다. 많은 갈릴래아 사람, 그리고 나자렛 사람들까지도 선생님께 욕을 했답니다. 우리도 그걸 압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나자렛 사람들까지도 그들의 예수를 사랑하지 않았는데도, 선생님이 그들을 용서해 주셨고, 또 많은 사람이 장차 거룩하게 될 터인데, 당신은 왜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똑같이 비판하려고 합니까? 당신은 하느님보다 더 준엄하려고 합니까? 하느님께서는 용서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것을 내려 주십니다….”
“인자하신 선생님이 이젠 안 계십니다! 이젠 세상에 안 계셔요! 그런데 내 남편은 죽었습니다.”
“선생님은 당신이 하던 것을 할 능력을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나는 그걸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이기는 분은 선생님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뿐이었어요!”
“그렇지만 엘리야가 사렙다의 과부의 아들에게 영을 돌려 주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분명히 말합니다만, 엘리야는 큰 예언자였습니다. 그러나 구세주는 사람들을 구속하기 위하여 사람이 되신 참 하느님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셨는데, 그분의 종들은 한층 더 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구세주께서 하느님이신 당신의 지혜로 그들의 통회하는 정신의 참다운 고통을 아시고 십자가 위에서 우선 그들의 죄를 용서 하셨고, 부활하신 다음에는 새로운 용서로 그들을 거룩하게 하셨고, 내가 떠난 다음에 세상이 슬픔에 잠긴 채로 있지 않도록 말과 행동으로 나를 훌륭하게 대리할 수 있게 하려고 성령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여인은 깜짝 놀라 급히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동행을 더 잘 보려고 베일을 뒤로 젖힌다. 그런데도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 여자는 잘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감히 말을 하지 못한다…
“내가 무섭습니까? 당신은 처음에는 장사지내는 데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가슴에 넣고 오는 돈을 빼앗으려는 도둑으로 생각하고 나를 무서워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예수라는 것을 알고 무서워하는 것입니까? 그렇지만 예수는 주기는 하지만 빼앗지는 않는 사람이 아닙니까? 구원을 하고 해치지는 않는 사람이 아닙니까? 뒤로 돌아 가시오. 나는 부활이요 생명입니다. 죽지 않은 사람에게는 수의와 향료가 필요 없습니다. 나는 죽음을 이기고,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상을 주는 사람이니까 남편이 이제는 죽어 있지 않습니다. 가시오! 집으로 가시오! 당신 남편이 살아 있습니다. 나를 믿는 믿음은 상을 받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강복하시고 가라고 하는 손짓을 하신다.
여인은 무감각상태에서 벗어난다. 그 여자는 묻지도 않고, 의심도 하지않는다. …그렇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고, 경배하기 위하여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벌리고, 품속을 뒤져 작은 돈 주머니를, 가난해서 그들의 고인들에게 장례식도 해줄 수 없는 불쌍한 사람들의 보잘 것 없는 돈주머니를 꺼내서 드리며 말한다. “저는 다른 것은 없습니다. …주님께 감사하고 주님께 경의를 표하고… 하기 위해서 다른 것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인, 나는 돈이 필요없습니다. 그 돈은 내 사도들에게 갖다 주시오.”
“아! 그러구 말구요. 남편하고 같이 가겠습니다. …그렇지만 주님, 그때는 뭘 드려야 할까요? 무엇을요? 제게 나타나신 주님… 이 기적… 그런데 저는 주님도 알아뵙지 못했고… 저는 화를 그렇게 냈고…그렇습니다. 물건들에 대해서까지도 아주 옳지 못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물건들은 내가 있기 때문이고,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은 모두 좋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해가 없었더라면, 낟알이 없었더라면, 당신이 방금 받은 이 은총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얼마나 아프셨습니까!…” 여인은 그 생각을 하면서 운다.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당신 손을 보이시며 말씀하신다. “이것은 내 고통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오. 그리고 나는 그 고통 전부를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불평하지 않고 당했어요.”
여인은 알아보기 위하여 땅에까지 몸을 숙인다.
“사실이군요. 제 불평을 용서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당신 빛 속으로 사라지시고, 여인이 얼굴을 들었을 때에는 자기 혼자만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여자는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는 날이 환하게 밝았으므로 그의 눈을 방해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둘레에는 어디를 보나 곡식이 익은 밭들뿐이다. 여인은 혼잣말을 한다. “그렇지만 내가 꿈을 꾼 것은 아니지!”
그 여자가 손에 들고 있는 돈주머니의 무게를 가늠해보면서 잠시 동안 불안해하는 것을 보면 아마 의심을 하도록 마귀가 그 여자를 유혹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믿음이 우세해져서 자기가 가던 곳으로 등을 돌리고, 바람에 밀리는 것처럼 빨리 돌아오는데, 피로하지도 않고, 인간적인 기쁨보다도 더 큰 기쁨으로 얼굴이 환해져 있다. 그만큼 그 기쁨은 평화로운 기쁨이다. 그 여자는 줄곧 이렇게 되풀이한다. “주님은 얼마나 인자하신가! 주님은 정말 하느님이시다! 주님은 얼마나 인지하신가! 주님은 정말 하느님이시다! 주님은 하느님이셔. 지극히 높으신 분과 그분이 보내신 분은 찬미받으십시오.” 그 여자는 다른 말을 할 줄 모른다. 그리고 그가 길에 늘어놓는 말들이 이제는 새들의 노래와 섞인다. 여인은 하도 자기 생각에 잠겨서 몇몇 수확하는 사람들이 그 여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인사를 하며 이 시간에 어디에서 오느냐고 묻는 것도 듣지 못한다…
수확하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그 여자에게 와서 묻는다. “마르코는 좀 차도가 있나요? 의사를 데리러 갔었나요?”
“마르코는 첫닭이 울 때에 죽었었는데 다시 살아났어요! 주님의 메시야가 그렇게 하셨으니까요” 하고 그 여자는 여전히 빨리 가면서 대답한다.
“비통해서 미쳤구먼!” 하고 그 남자는 중얼거리고 머리를 내저으면서 곡식을 베기 시작한 동료들에게 간다.
들판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호기심에 끌려서 여인을 따라가기로 결정한다. 여인은 점점 더 빨리 걷는다.
그 여자는 가고 또 간다. 들판 가운데 외따로 떨어진 매우 낮고 초라한 작은 집이 나타난다. 그 여자는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그 집으로 간다.
여인은 집으로 들어간다. 발을 들여놓자마자 어떤 늙은 여인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면서 외친다. “아이고! 얘야, 얼마나 큰 주님의 은총이냐? 얘야 용기를 내라. 내가 네게 말해야 하는 일이 너무도 엄청나고 너무도 기쁜 일이니까 말이다….”
“어머님, 저도 압니다. 마르코가 이제는 죽은 사람이 아니지요 어디 있어요?”
“너도 아는구나… 그런데 어떻게?”
“저는 주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못 알아 뵈었어요. 그렇지만 주님은 제게 말씀을 하셨고, 당신이 좋다고 생각하셨을 때 제게 ‘네 남편이 살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지만 여기는… 언제?”
“그때 나는 창문을 열었었고, 처음 햇살이 무화과나무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래, 정말 그랬었다. 그때 처음 햇살이 방 옆에 있는 무화과나무와 닿았었다. …그때 잠을 깨는 사람이 내는 것 같은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 왔다. 깜짝 놀라서 돌아섰더니, 마르코가 앉으면서 내가 얼굴에 덮어 주었던 홑이불을 젖히면서 이상한 얼굴로, 정말 이상한 얼굴로 윗쪽을 쳐다보고 있더구나… 그러다가 나를 보고는 ‘어머니, 저 나았어요!’ 하고 말했다. 나는… 나는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래서 마르코가 나를 도와주었고, 제가 죽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애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침대에 뉘어진 순간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뒤에는 한 천사가, 나자렛의 선생님의 얼굴을 한 천사 같은 분이 그 애에게 ‘일어나라!’ 하고 말하는 것을 본 순건까지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일어났다. 해가 완전히 떠오른 바로 그 시간이었다.
“주님께서 ‘네 남편이 살아 있다’고 말씀해 주신 시간입니다. 아이고! 어머님, 이 얼마나 큰 은총입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습니까!”
그 집에 도착한 사람들은 두 여인이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은 마르코가 죽었고, 그의 아내는 잠깐 제정신이 들었을 때 자기의 불행을 깨달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마르코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침착하게 나타난다. 아이 하나는 안고 다른 아이들은 속옷에 매달려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 여기 있소. 주님을 찬미합시다.”
뜻밖에 온 사람들은 그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그리고 인간들의 일에는 항상 그런 것과 같이 반대가 일어난다. 어떤 사람들은 참다운 부활을 믿고, 더 많은 다른 사람들은 강경증(强硬症)에 걸렸던 것이지 죽지는 않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께서 라헬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것은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중에는 “그분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분이 부활하셨지만, 하도 분개하셨기 때문이라고, 당신을 죽인 백성을 위해서는 더 이상 기적을 행하지 않으실 만큼 틀림없이 분개해 계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들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시오” 하고 그 사람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들이 말하고 싶은 곳에서 맘대로 말하시오. 주님이 나를 부활시키신 여기에서만 그 말을 안하면 되오. 불쌍한 사람들, 가시오! 그리고 하늘이 당신들의 머리를 개발헤서 당신이 믿게 되기를 바라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가시오, 그러니 우리를 조용히 내버려두시오.”
그는 사람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닫는다. 그는 아내와 어머니를 껴안으면서 말한다.
“나자렛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거기 가서 기적을 소리 높여 외치겠어요.”
“여보, 주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이 돈을 제자들에게 갖다 드립시다. 주님을 찬미하러 갑시다. 우리 있는 그대로. 우린 가난해요. 그렇지만 주님도 가난하셨으니, 주님의 사도들도 우리를 업신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여인은 아이들의 샌들 끈을 매기 시작하고, 그동안 시어머니는 배낭에 식량을 좀 넣고, 문과 창문을 닫는다. 그리고 마르코는 무슨 일인지 하러 간다. 다 준비가 되자 그들은 나와 제일 작은 아이들은 안고 빨리 걸어간다. 다른 아이들은 약간 놀라 빙 둘러서서, 동쪽으로 간다. 나자렛 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은 아직 에스드렐론 평야인 것 같다. 그러나 죠가나의 토지가 있는 지점과는 다른 지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