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열성당원을 데리시고 아름다운 여름날 아침 라자로의 정원에 이르신다. 새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신선하고 아름답다.
  선생님을 맞이하러 달려온 정원사는 울타리 뒤로 사라지는 횐 옷자락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라자로는 읽으려 하는 두루마리들을 가지고 쟈스민 정자로 갑니다. 제가 가서 부르겠습니다.”
  “아니오. 내가 혼자 가겠소.”
  그리고 예수께서는 꽃이 만발한 울타리 옆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빨리 걸으신다. 울타리를 따라 나 있는 잔디로 인하여 발소리가 작아진다. 예수께서는 라자로 앞에 갑작스레 나타나시기 위하여 정확하게 잔디위를 걸으려고 애쓰신다.
  예수께서는 라자로가 두루마리들을 대리석 탁자에 놓고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을 불시에 나타나 발견하신다.
  “주님, 저를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제 마음속에 생겨난 이 조그만 바람을 당신이 크게 해 주십시오. 제가 눈물로 당신께 만 번 수십만 번 청한 것을 주십시오. 제 목숨을 대신 받으시고 그것을 주십시오. 제게 이 평화를 약속하신 당신의 예수의 이름으로 그것을 주십시오. 예수님이 거짓말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분의 약속이 빈 말이었다고 생각해야 하겠습니까? 예수님의 능력이 제 누이동생이라는 죄의 심연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야 하겠습니까? 주님,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체념하게 그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응, 내가 말해 주겠소.”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라자로는 홱 돌아서며 외친다. “오! 주님! 언제 오셨습니까?” 그러면서 예수의 옷에 입맞춤하려고 몸을 구부린다.
  “몇 분 되었소.”
  “혼자서요?”
  “열성당원 시몬과 같이 왔소. 그러나 당신이 있는 이곳에는 나 혼자 왔소. 나는 당신이 중대한 말을 내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러니 말하시오.”
  “아니올시다. 그전에 제가 하느님께 여쭈어본 데 대한 대답을 해 주십시오.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서 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내게 말하시오. 말해요, 그 중대한 말을 해요. 그 말을 해도 되오….”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그렇게 하라고 권하시느라고 팔을 벌리며 미소 지으신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아니 그게 사실입니까? 선생님께서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아시는군요?!”
  라자로는 예수께 그의 중대한 일을 털어놓으려고 그분의 품으로 숨어 들어간다.
  “마리아가 마르타를 막달라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마르타가 무슨 큰 불행이 있지 않나 하고 염려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여기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마르타는 같이 데리고 간 하인을 시켜서 편지를 제게 보내 왔습니다. 제게 희망을 가득 안겨 준 편지였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이 편지를 여기 품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가 제게는 어떤 보물보다도 더 귀중하기 때문에 여기에 간직합니다. 편지는 몇 마디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몇 마디 말이 분명히 씌어졌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 가끔 읽습니다. 보십시오….”
  라자로는 그의 옷에서 보랏빛 리본으로 맨 작은 두루마리를 꺼내서 편다.
  “보십시오, 읽으십시오. 큰 소리로 읽으십시오. 선생님께서 읽으시면, 제게는 이 일이 더 확실한 것으로 생각될 것입니다.”
  “라자로 오빠. 오빠에게 평화와 축복이 있기를 빌어요. 저는 빨리 무사히 도착했어요. 그리고 마리아가, 우리 마리아가 건강하게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제 가슴은 새로운 불행에 대한 염려로 두근거리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말을 오빠에게 해야 할까요? 마리아는 이전보다 덜 불안해 해요. 마리아는 제 가슴에 안겨서 울었어요, 끝없는 눈물을 흘렸어요.… 그리고 밤에는 저를 데리고 간 방에서 선생님께 대한 말을 아주 많이 물었어요. 지금 당장은 그 이상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지만 마리아의 얼굴을 보고 그애의 말을 듣는 저는 마음 속에 희망이 생겼다는 말을 하겠어요. 오빠, 기도하세요. 희망을 가지세요. 오! 이게 사실이라면! 마리아가 유혹에 대해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그러는 것처럼 제가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그리고 배우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때문에 아직 여기 머물러 있겠어요.… 무엇을 배우려고 하느냐구요?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무한한 자비요. 나는 베다니아에 왔던 그 여자에 대한 말을 마리아에게 했어요.… 저는 마리아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을 보아요.… 우리에게는 예수님이 필요해요. 기도하세요. 희망을 가지세요. 주님께서 오빠와 함께 계시기를”
  예수께서는 두루마리를 다시 감아서 도로 주신다.
  “선생님… ”
  “내가 그리 가겠소. 마르타에게 지금부터 넉넉잡고 보름 후에 가파르나움으로 나를 마중 나오라고 기별할 수 있소?”
  “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주님. 그럼 저는요?”
  “당신은 여기 남아 있으시오. 마르타를 이리 보내겠소.”
  “왜요?”
  “그것은 구함을 받은 사람들은 심한 수치심을 가지고 있어서 아버지나 형제의 눈이 크고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오. 나도 당신에게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시오’ 하고 말하겠소.”
  라자로는 예수의 가슴에 안겨서 운다.… 그러다가 침착해져서 자기의 불안과 낙망에 대하여 또 말한다.
  “제가 바라고… 실망을 하고 하는 것이 거의 일년이나 됩니다.… 부활의 시간이 왜 이다지도 깁니까!…” 하고 부르짖는다. 예수께서는 그가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게 내버려두신다.… 마침내 라자로가 손님 대접의 의무를 게을리 한다는 것을 깨닫고 예수를 집으로 모시고 가려고 일어선다. 집에 이르기 위하여 두 사람은 꽃이 만발한 쟈스민이 우거진 울타리 곁으로 지나가는데 별모양으로 된 꽃부리 위에서는 금빛깔의 벌들이 윙윙거린다.
  “오! 참,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을 잊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할아버지가 아브라함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벌통들 가까이서 잠이 든 것같이 이 울타리에 머리를 대고 앉아 있는 것을 막시민이 발견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벌통들을 금빛나는 아이들이 가득한 집들처럼 보살폈었습니다. 사실 할아버지는 벌들을 금빛 아이들이라고 불렀습니다. 할아버지는 벌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고 벌들도 할아버지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막시민이 할아버지를 발견했을 때 착한 양심의 평화 속에 잠든 할아버지의 위에는 금빛나는 작은 몸들로 된 값진 배일이 덮여 있었다고 합니다. 벌들이 모두 친구의 몸에 내려앉았던 것입니다. 하인들은 할아버지에게서 떼어내느라고 고생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너무 착했기 때문에 꿀맛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할아버지가 하도 정직하기 때문에 벌들에게는 할아버지가 어쩌면 병균에 오염되지 않은 꽃부리 같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제 집에 더 오랫동안 있게 하기를 원했는데요. 그분은 의인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마시오. 그는 지금 평화 속에 있소. 그리고 평화가 있는 곳에서 그의 만년의 고통을 덜어 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소. 어디에 묻혔소?”
  “과수원 안쪽, 역시 벌통들 있는 근처입니다. 인도해 드릴 테니 오십시오….”
  그리고 두 사람은 밀랍 빛깔의 월계수의 작은 숲으로 해서 부지런한 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벌통들이 있는 쪽으로 간다….

7월 23일 아침 여덟시
  매우 창백한 유다가 성모님과 다른 여자제자들, 즉 두 마리아와 요안나와 엘리사와 같이 마차에서 내린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집안이 소란해서 내가 보고 있는 동안에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18시가 된 지금은 내가 알아들을 것과 들은 것밖에 쓸 수가 없다. 회복기에 있는 유다가 그를 간호해 주신 성모님과 요안나와 같이 게쎄마니에 계신 예수께로 돌아왔다. 요안나는 여자들과 회복기에 있는 병자가 마차로 갈릴래아에 돌아가도록 하라고 간청한다. 예수께서 의견을 같이 하신다. 그리고 아이도 여자들과 같이 마차에 오르게 하신다. 반대로 요안나와 엘리사는 며칠 동안 예루살렘에 머물다가 엘리사는 벳수르로, 요안나는 베델로 돌아가기로 한다. 엘리사가 “이제는 제 생활의 목적을 다시 찾았기 때문에 그리로 돌아갈 용기가 있습니다. 제 친구들이 선생님을 사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요안나가 이렇게 덧붙인 것도 생각난다. “그리고 저는 쿠자가 거기 있게 내버려두는 동안은 제 땅에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을 따라다녔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역시 선생님을 섬기는 일일 것입니다.”
  또 유다가 병이 가장 심하던 때에도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제게 다정스럽고 상냥한 진짜 어머니”였기 때문에 어머니를 그리워 하지 않았고, “생전 이일을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한 것도 기억난다. 나머지 말들은 흐릿하다. 그래서 거기 대한 말은 하지 않는다. 그 말은 내가 하는 것이지 환상에서 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아니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