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마태아의 요셉은 횃불 중의 하나를 끄고 마지막으로 한번 휘둘러보고는 나머지 불이 켜져 있는 횃불을 높이 쳐들고 무덤 입구로 향하여 나온다.
  마리아는 덮혀진 천들을 통하여 아들에게 입맞춤하려고 다시 한번 몸을 숙이신다. 마리아는 이미 염을 해서 자기의 것이 아닌 시신에 대한 존경의 형태가 되게 하면서 고통을 억제하려고 하셨다. 그러나 가려진 얼굴에 아주 가까이 가자 더 이상 자제하지 못하시고 새로운 비탄에 빠진다.
  사람들은 마리아를 어렵게 거기서 들어올리고 더 어렵게 시체가 놓인 돌탁자에서 떼어낸다. 사람들은 흐트러진 천들을 다시 제대로 정돈해 놓고, 부축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들어서 가엾은 어머니를 떼어놓는다. 마리아는 멀어져가면서 보려고, 어두운 무덤 속에 혼자 남아 계신 당신의 예수를 보기 위하여 얼굴을 뒤로 돌린다.
  그들은 저녁빛 속에 조용한 이 동산으로 나온다. 골고타의 비극 후에 다시 밝아진 하늘은 밤이 되며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요셉의 과수원인 그 곳에는 비록 아직 잎은 나지 않았고 다른 곳에는 꽃이 만발하고 벌써 수분(受粉)에서 조그마한 열매까지 맺혔는데 이상하게 늦어진 사과나무들이 희고 볼그레한 눈이 겨우 나와 있지만 빽빽한 가지들 밑이라 다른 곳보다도 훨씬 더 빨리 반그늘이 진다.
  무덤의 무거운 바위를 굴려서 제 자리에 들여보낸다. 헝클어진 긴 장미 넝쿨 가지들이 굴 위쪽에서 땅으로 내려오며 이 돌문을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울고 있는 어머니 앞에 어찌하여 닫히느냐?’ 떨어지는 핏방울같이 붉은 꽃잎들도 어두운 돌을 따라 퍼지는 꽃부리들과 냉혹한 문을 두드리는 빽빽한 꽃망울들과 더불어 우는 것 같다. 멀지 않아 이 무덤의 문은 다른 피와 다른 눈물로 젖을 것이다.
  이때까지 요한의 부축을 받고 그의 흐느낌 속에서 충분히 침착하던 마리아가 사도에게서 빠져 나가서 풀들의 섬유까지도 떨게하는 부르짖음 소리와 더불어 문으로 몸을 던져 문을 떼밀려고 불쑥 나온 모서리에 대드신다. 마리아는 손가락에 상처를 입고 손톱이 부러지지만 문을 밀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까칠까칠하게 불쑥 나온 모서리를 머리로 밀기까지 하신다. 그분의 탄식은 마치 새끼들이 갇혀 있는 함정 입구에서 애정을 가득히 안고 어미의 사랑으로 사나와 기절하는 암사자의 포효와 같은 느낌을 준다.
  마리아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던 것과 같은 조용한 나자렛의 동정녀, 참을성있는 여자다운 것이 조금도 없어졌다. 그분은 오직 어머니일 뿐이고 그분의 육체와 그분의 사랑의 모든 심금과 모든 신경으로 당신의 아들에 집착하는 어머니일 뿐이다. 그분은 당신이 낳은 그 육체의 진짜 “주인”이고, 하느님 다음으로는 유일한 주인이며, 이 소유물을 빼앗기기를 원치 않으시는 것이다. 그분은 당신의 왕관인 아들, 아들, 아들을 지키는 “여왕”이시다.
 
  다른 여자라면 33년 동안에 자기 아들에 대한 세상의 불의와 대항하여 가졌을 온 반항과 모든 반항, 다른 어머니면 누구라도 이 마지막 몇 시간에 자기 아들을 죽이는 자들을 손과 입으로 때리고 죽이기 위하여 가졌을 거룩하고 마땅한 모든 사나움, 인류에 대한 사랑을 위하여 그분이 항상 억제하였던 그 모든 것이 이제는 그분의 마음 속에서 몹시 요동을 치고 그분의 피속에서 끓고 있는데, 정신의 착란을 일으키게 하는 고통 속에서도 온화한 마리아는 저주를 하지 않으시고 악착스럽지 않으시다.
  다만 바위가 열려서 그가 있는 무덤 속이 당신이 있을 자리이니까 당신에게 양보를 해달라고 부탁하실 뿐이다. 다만 동정을 하면서도 무자비한 사람들에게 당신께 순종해서 바위문을 열어 달라고 청하실 뿐이다.
  저항하는 바위를 손으로 쳐서 피를 묻힌 다음 마리아는 몸을 돌리고 팔을 벌려 바위의 양쪽 가장자리를 안으면서 기대 서고, 고통을 당하는 어머니의 위엄으로 무섭게 명령을 하신다.
  “여시오! 안열겠다구요? 그럼 나는 여기 남아 있겠어요. 무덤 속에는 안된다구요? 그럼 여기 바깥에 있겠습니다. 여기에 내 빵과 침대가 있어요. 내 처소가 여깁니다. 나는 다른 집도 없고 다른 목적도 없습니다. 당신들은 비키세요. 저 소름끼치는 세상으로 돌아가시오. 나는 탐욕도 없고 피 냄새도 없는 여기 남아 있겠습니다.”
  “부인, 그렇게는 안됩니다!”
  “어머니, 그러실 수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리아, 그럴 수는 없어요!”
  그들은 냉혹하고 명령적이고 인광을 발하게 하는 그 섬광을 띤, 이때까지 본 적이 없는 그 눈을 보고 겁이 나서 마리아의 손을 바위에서 떼어내려고 애쓴다.
  폭력은 온유한 사람들의 행위가 아니고 겸손한 사람들은 오만을 고집하지 못한다… 그래서 마리아는 갑자기 그의 의지의 맹렬함과 당신 명령의 거역못할 성격을 잃으신다. 마리아는 고통당하는 비둘기와 같은 당신의 온화한 눈길을 도로 찾으시고, 당신 태도의 위엄을 잃으신다. 마리아는 다시 애원하는 태도를 취하여 손을 모아 부탁하신다.
  “오! 나를 가만 놔두세요! 당신들의 죽은 이들과 당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부탁합니다. 가엾은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세요!… 들으세요… 내 심장의 고동을 들으세요. 내 심장에게는 이 잔인한 박동을 잃기 위해 평화가 필요합니다. 내 심장은 골고타 위에서도 이렇게 뛰기 시작했었습니다. 망치가 꽝, 꽝, 꽝 소리를 내면서… 매번 내 아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내 머리와 심장에서 메아리쳤습니다… 내 머리에는 그 때리는 소리가 가득찼고, 내 심장은 내 아이 예수의 손과 발을 내리치는 그 꽝, 꽝, 꽝 하는 소리와 같이 빨리 뛰었습니다… 내 아들! 내 아들!”
  향유를 바르는 탁자 곁에서 아버지께 기도를 드린 다음 가라앉은 것같이 보였던 고통이 온통 마리아에게로 다시 왔다. 모두가 운다.
  “나는 고함소리도 때리는 소리도 듣지 않을 필요가 있어요. 세상에는 목소리와 소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목소리도 내게는 정맥의 피를 굳게 한 ‘큰 고함소리’ 같고 어떤 소음도 못을 박는 망치 소리 같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얼굴이 가득 차 있어요… 내가 살인자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거의 열 두 시간이나 됩니다… 유다… 사형집행인들… 사제들… 유다인들… 모두, 모두가 살인자들입니다!… 멀리 가라! 멀리 가… 나는 이제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요… 어떤 사람에게든지 늑대와 뱀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사람에 대해서 혐오와 공포를 느낍니다. 나를 여기 조용한 나무들 밑에, 꽃핀 풀 위에 놔 두세요… 얼마 안있어 별들이 나올 것입니다… 별들은 항상 예수의 벗들이었고 내 벗이기도 했어요… 어제밤에 별들이 우리의 고독한 고뇌를 같이했습니다… 별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별들은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오! 하느님! 하느님!…”
  마리아는 울면서 무릎을 꿇으신다.
  “평화를 주십시오, 하느님! 제게는 하느님밖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내 딸, 이리 오세요! 하느님은 마리아에게 평화를 주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세요, 내일은 과월절 안식일이니, 우리는 음식을 갖다 주러 올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나는 음식을 원치 않고, 내 아들을 원합니다! 나는 내 고통을 배부르게 먹고 내 눈물로 목을 축입니다… 여기… 저 작은 수리부엉이가 어떻게 우는지 들으세요? 수리부엉이는 나하고 같이 웁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서 밤꾀꼬리들도 울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 해가 뜨면 종달새들과 꾀꼬리들과 예수가 사랑하던 모든 새들과 멧비둘기들이 와서 나와 함께 이 돌문을 두드리고 이렇게 말하고 또 말할 것입니다. ‘내 사랑, 일어나서 와요! 바위 틈바귀에, 언덕의 은신처에 있는 사랑, 그대의 얼굴을 보게 하고 그대의 목소리를 들려줘요’ 하고.
  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음험한 살인자, 그들도, 그들까지도 아가의 말을 가지고 그를 불렀어요! 그렇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와서 그가 죽음과 결합하는 날, 그의 구세주로서의 승리의 날에 그의 조국이 씌워 준 왕관을 쓰고 있는 너희들의 왕을 보아라!”
  “이거 봐요, 마리아, 성전의 수위들이 오고 있어요. 그들이 마리아를 업신여기지 못하게, 어서 갑시다.”
  “수위들이요? 그들의 업신여김이요? 아닙니다. 그들은 비겁한 자들입니다. 비겁한 자들. 내가 고통으로 인해서 무서운 모습으로 그들을 향해 걸어가면 그들은 마치 사탄이 하느님 앞에서 도망치듯 달아날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마리아라는 것을 기억합니다… 내가 그들을 칠 권리는 있겠지만 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나를 보지도 않을 것입니다. 또 그들이 나를 보고 ‘무엇을 원하시오?’ 하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어요. ‘이 틈에서 나오는 공기를 마실 수 있게 자비를 바랍니다’ 하고. 나는 ‘당신들의 어머니의 이름으로 청합니다’하고 말하겠어요. 누구나 다 어머니는 있으니까요… 착한 도둑도 그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도둑보다도 더 나빠요. 마리아를 모욕할 것입니다.”
  “오!… 오늘 겪은 모욕 말고 내가 당하지 않은 모욕이 아직도 있습니까?”
 
  막달레나가 고통당하는 어머니를 납득시켜 드릴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한다.
  “어머니는 착하시고 거룩하시고 믿으시며 용맹하십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어떻습니까? … 보셨지요! 대부분은 도망쳤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떨고 있습니다. 벌써 저희 마음에 들어 있는 의심이 우리를 제압할 것입니다.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아드님에 대한 권리와 의무만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니라, 아드님께 속한 것에 대해서도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저희와 같이 저희들 사이로 돌아오셔서 저희들을 모으시고 안심시키시고 어머니의 믿음을 저희에게 쏟아넣으셔야 합니다. 어머니는 저희들의 비겁함과 불신앙을 정당하게 나무라신 다음 ‘이 쓸데없는 붕대를 치워 주면 그가 부활하기가 더 쉽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어머니께 말씀드리겠어요. ‘만일 저희가 선생님의 부활을 믿는 데 합심하기에 이르면 선생님이 더 빨리 부활하실 것이라고. 저희가 선생님을 저희들의 사랑으로 부를 것이라구요…’
  어머니, 제 구세주의 어머니, 하느님의 사랑이신 어머니가 저희와 같이 돌아오셔서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그 사랑을 저희들에게 주세요! 어머니는 그래 선생님이 그렇게도 많은 연민을 가지고 구해 주신 가엾은 막달라의 마리아가 다시 멸망하기를 원하십니까?”
  “아니야, 그러면 사람들이 그 때문에 나를 비난할 거야. 마리아의 말이 옳아. 나는 돌아가야 해… 돌아가서 사도들을 찾고… 제자들과… 친척들과… 모두를 찾아야 해… 그리고 믿으라고 말하고… 또 말해야 해. 그가 당신들을 용서한다고 말해야 해… 이 말을 벌써 누구에게 했던가?… 아! 가리옷 사람에게 말했어. 그렇게 해야 해… 그래 그 사람까지도 찾아야 해… 그 사람이 제일 큰 죄인이니까…”
  마리아는 고개를 가슴으로 숙인 채 계시면서 불쾌감으로 그러는 것처럼 몸을 떠신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한아, 네가 그 사람을 찾아서 데려오너라. 네가 그렇게 해야 하고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아버지, 이것까지도 인류의 구속을 위하여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가라.”
  
  마리아는 일어나시고, 그들은 반쯤 어두워진 동산에서 나온다. 수위들은 그들이 나가는 것을 간섭하지 않고 바라다본다.
  강물과 같이 군중이 지나가고 발로 차이고 돌과 곤봉으로 맞은 먼지 투성이요 뒤죽박죽이 된 길은 골고타 언덕 둘레를 빙 돌아 성곽과 평행하는 큰길에 이른다. 그리고 여기에는 사건의 흔적이 한층 더 심하다. 두 번이나 마리아는 부르짖고 몸을 숙여 침침한 빛으로 땅바닥을 살피신다. 피가 보이는 것 같은데 그것이 당신의 예수의 피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군중이 도망치느라고 충돌해서 찢어진 헝겊 조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따라 흐르고 있는 개천은 모든 것을 휩싼 깊은 고요 속에서 조용히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도시가 버려진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거기에서는 고요 밖에 없다. 골고타의 험한 길로 가는 작은 다리가 나타나고 그 앞에는 재판소 길의 성문이 있다. 그 성문 뒤로 사라지기 전에 마리아는 돌아서서 골고타 꼭대기를 올려다보고… 슬픈 눈물을 흘리신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씀하신다.
  “갑시다. 그렇지만 나를 인도해 주어요. 나는 예루살렘과 그 거리와 거기 사는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아요.”
  “예, 예, 그렇지만 서두릅시다. 곧 성문을 닫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세요? 수비대가 증강되었군요. 로마는 폭동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로마의 생각이 옳아요. 예루살렘은 호랑이 소굴이오! 이것은 살인자의 부족이오! 강도의 무리요. 이 횡령자들은 그들의 탐욕스러운 독수를 물질적인 재산만을 향해 뻗치지 않고 생명을 향해 뻗치고 있어요. 그들이 내 아들의 목숨을 계략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 32년이나 됩니다… 내 아들은 장미꽃과 같은 젖먹이 어린 양이었지요, 굽슬거리는 금발의 어린 양이었어요… 겨우 ‘엄마’ 소리나 할 줄 알고 걸음마를 하고 엷은 산호빛 입술을 벌리고 그 작은 이를 드러내고 웃을 줄이나 알았는데, 그때 그들은 아기를 죽이려고 왔었어요… 그들은 지금 내 아들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고 안식을 지키지 않고, 폭동을 선동하고, 왕권을 노리고, 여자들과 죄를 지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 때에는 내 아들이 무슨 일을 했습니까? 겨우 엄마나 부를 줄 알았으니 하느님을 모독하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었습니까?
  영원으로부터 무죄한 그가 그 때에는 또 사람의 무죄한 아기였으니 율법의 어떤 조항을 어길 수 있었습니까? 투정 하나도 할 줄 몰랐는데 무슨 반란을 선동할 수 있었습니까? 어떤 왕좌를 노렸겠습니까? 아기는 땅과 하늘에 옥좌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옥좌는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서는 아버지의 품을 가지고 있었고, 땅에서는 내 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는 일찌기 관능적인 눈길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젊고 아름다운 자네들이 그것을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때에는, 그러나 그 때에는… 그의 육체의 욕구는 따뜻함과 먹는 것에 대한 필요에 한정되어 있었고, 사랑이 가득하기는 했지만 내 따뜻한 가슴에 그 작은 얼굴을 얹고 그렇게 자기 위해 내 가슴에 대한 사랑, 내 사랑이 젖이 되어 흘러 나오는 내 젖가슴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었지요… 오 ! 내 아기!…
  그런데 그들은 너를 죽이고자 했다! 그들이 네게서 빼앗으려고 한 것은 그것이었다. 목숨! 네 유일한 보배, 아들을 위한 어머, 어미를 위한 아들, 우리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가장 슬픈 사람을 만들려고 말이다. 왜 산 사람의 생명을 빼앗습니까? 왜 당신들은 꽃과 짐승의 재산, 사람의 재산인 생명이라는 이 물건을 빼앗는 권리를 부당하게 당신들의 것으로 만듭니까?
  내 예수는 당신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돈도 보석도 집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내 예수는 작은 거룩한 집을 하나 가졌었는데, 잔인한 사람들인 당신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 집을 떠났었습니다. 짐승 새끼가 사는 거처를 당신들을 위해 포기하고 가난하게 혼자서 세상을 두루 다녔는데, 그에게는 의로운 분이 그에게 만들어 준 침대밖에 없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빵조차도 없이 그저 잘 수 있는데서 자고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을 뿐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모든 사람의 아들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성실한 사람들의 집에서, 또 어떤 때는 풀밭의 풀을 침대 삼아 벌들이 지키는 가운데, 때로는 식탁에 앉아서, 때로는 하느님의 새들과 같이 밀알과 나무딸기 열매를 나누면서 말입니다. 그는 당신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당신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 그리고 너 예루살렘은 그의 생명을 빼앗았습니다. 그래 너 예루살렘은 그의 피와 살을 실컷 배불리 먹었느냐? 그것으로는 아직 부족하냐? 그래 하이에나 같은 너는 흡혈귀와 독수리 노릇을 하고 나서 이제는 그의 시체를 실컷 먹기를 원하느냐? 치욕과 고통을 준 것이 아직도 모자라서 악착같이 따라다니며, 시체를 더럽히고 너희가 죽인 사람의 어미인 나도 그와 같이 경련하고, 떨고, 그의 딸꾹질을 하는 것을 보며 즐기기를 원하는 것이냐? 다 왔습니까? 왜 멈춰서는 거지요? 저 사람은 요셉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뭐라고 그럽니까?”
  사실 요셉은 드문 행인중의 한 사람에게 저지를 당하였고, 인적이 없는 도시의 완전한 고요 속에서 그들의 말이 분명히 들린다.
  “당신이 율법을 모독하는 빌라도의 집에 들어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소… 당신은 거기에 대해 보고해야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과월절이 금지되오! 당신은 부정을 탔으니까.”
  “엘키아, 당신도. 당신이 나를 만졌는데, 나는 그리스도의 피투성이이고 돌아가신 그분의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소!”
  “아! 소름끼친다! 저리 가시오! 저리 가! 그 피, 저리 가라!”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분은 벌써 당신을 버리셨고 당신을 저주하셨소.”
  “하지만 당신도 저주를 받은 사람. 지금 당신이 빌라도의 편을 든다고 해서 시체를 훔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우리는 그런 장난이 끝나도록 조치를 취했소.”
  니고데모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동안 여자들은 요한과 함께 걸음을 멈추고 어떤 닫힌 큰 대문에 기대 서 있다.
  “우리는 보았소. 비겁한 자들! 당신들은 죽은 사람까지 무서워하오! 하지만 내 동산과 내 무덤을 가지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는 것이오.” 하고 요셉이 대답한다.
  “두고 봅시다.”
  “두고 봅시다. 나는 빌라도에게 호소하겠소.”
  “맞았소. 당신이 이제는 로마와 간음을 하는구려.”
  니고데모가 앞으로 다가서며 말한다.
  “로마와 같이 지내는 것이 하느님을 죽인 당신들과 같은 마귀와 같이 지내는 것보다 낫소! 그런데 이상하군. 대관절 어떻게 다시 용기를 내는지? 조금 전만 해도 공포에 사로잡혀 도망치던 당신이. 당신에게는 공포가 벌써 지나갔소? 당신이 한 일이 당신에게는 아직 충분하지 못하단 말이오? 당신의 집 중의 하나가 불타지 않았소? 떠시오! 벌이 끝나지 않았소. 오히려 벌이 오고 있소. 이교도들의 네메시스(복수의 여신) 모양으로 당신을 위협하고 있소. 파수꾼도 봉인도 복수가가 일어나서 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요.”
  “저주받은 자!”
  엘키아도 도망치며 여자들에게 가서 부딪친다. 그는 마리아라고 알아듣고는 마리아에게 끔찍한 욕을 한다.
  요한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표범처럼 뛰어들어 그를 땅에 쓰러뜨린다. 요한은 그를 무릎으로 누르고 양손으로 목을 감고 말한다.
  “어머니께 용서를 빌어라. 그렇지 않으면 목을 조르겠다. 이 마귀야.”
  요한은 상대가 눌리고 그의 손으로 목이 반쯤 졸려 용서를 빌 때에야 비로소 그를 놓아 준다.
  그러나 그의 고함에 순찰대가 왔다.
  “정지! 무슨 일이요? 또 다른 소요가 일어난거요? 모두 멈추시오, 그렇지 않으면 매를 맞을거요. 당신들 누구요?”
  “우리는 사형을 당한 나자렛 사람을 장사지낼 허가를 총독에게서 받은 아리마태아의 요셉과 니고데모인데, 무덤에서 어머니와 아들과 친척 친지들과 같아 돌아오는 길이요. 이 사람이 어머니를 모욕해서 용서를 빌라고 강요한 것이요.”
  “그것뿐이요? 목을 졸라야 하는건데. 자, 병사들, 이 사람을 체포해라. 이 흡혈귀들이 또 다른 것을 원하는건가? 어머니들의 마음까지도? 유다인들, 잘가시오!”

  “정말 소름이 끼친다! 아니 저 사람들은 이제는 사람도 아니다… 요한아, 그 사람들에게 착하게 굴어라. 나와 너의 예수의 추억을 보아라. 예수는 용서를 가르쳤다.”
  “어머니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렇지만 저들은 살인범들이라 저는 이성을 잃게 되고 맙니다. 저자들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들입니다. 저들이 어머니를 모욕하는데, 저는 그것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범죄자들이고 자기들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거리에 얼마나 사람이 적은지, 얼마나 슬그머니 달아나는지 보아라. 죄를 지은 다음에는 범죄자들이 무서워한다. 그들이 이렇게 피하고 집으로 들어가서 무서워서 집안에 들어박혀 있는 것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 나는 그들이 모두 하느님을 죽인 죄인으로 보고 있다.
  마리아, 저기 저 늙은이를 보아, 저 사람은 벌써 무덤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다시피한데, 그런데도 지금 열리는 저 문으로 나오는 빛이 비추는 것을 보니 저 위의 골고타에서 내 예수를 비난하면서 열을 지어 지나가는 것을 본 것 같아…저 사람은 예수를 도둑이라고 불렀지… 내 예수가 도둑이라고!… 어린아이를 겨우 면한 저 젊은이는 예수의 피가 그의 위에 떨어지라고 빌면서 그에게 외설한 욕을 했지… 오! 가엾게도!… 또 저 사람은? 저렇게도 튼튼하고 힘센 사람이 예수를 때리는 일을 삼갔을까? 오! 나는 보고 싶지 않아!
  보시오, 저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 사람들의 영혼의 얼굴이 포개지는데… 그들은 이미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마귀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그들은 묶인 사람,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에 대하여는 용감했었는데… 지금은 도망치고, 숨고, 들어박혀 있습니다. 그들은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무서워하는 것입니까? 죽은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그가 죽은 사람에 지나지 않지요, 그가 하느님이라는 것을 부인하니까요. 그러면 무엇을 무서워하는 것입니까? 누구에게 그들의 문을 닫는 것입니까? 가책에, 벌에 문을 닫는 것이지요. 소용없는 일입니다. 가책은 당신들의 마음 안에 있고 영원히 당신들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벌은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벌에는 빗장도 몽둥이도, 문도 창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 벌은 하늘에서, 그의 희생의 복수자이신 하느님에게서 내려오는 것이어서 벽과 문을 뚫고 들어가 당신들에게 하늘의 불꽃으로 낙인을 찍을 것이고,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초자연적인 벌을 위한 낙인을 찍을 것입니다.
  세상은 그리스도에게로, 하느님의 아들이고 내 아들인 그에게로 올 것이고, 당신들이 살을 꿰뚫은 그에게로 올 것입니다. 당신들은 영원히 하느님의 카인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고, 인류의 치욕으로 낙인이 찍힐 것입니다. 당신들에게서 났고, 모든 사람의 어머니인 나는 당신들의 딸인 내게 대해서 당신들은 의부보다도 더한 사람들이었고, 수없이 많은 내 자녀들 중에서 당신들을 받아들이기가 가장 힘들어야하는 자녀들이라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당신들은 내 아들에 대한 죄악으로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선생님은 메시아였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을 인정하고 선생님을 경배합니다’ 말하면서 뉘우치지를 않습니다. 로마의 순찰대가 또 하나 옵니다. 이제는 사랑이 세상에서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 평화가 없습니다. 증오와 전쟁이 저 연기나는 횃불처럼 심하게 움직입니다. 지배하는 사람들은 군중이 미친듯이 날뛰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그들은 사람이라고 불리는 짐승이 피맛을 보고 나면 살육을 열망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무서워하지 마시오. 그들은 진짜 사자와 표범이 아니라 대단히 비겁한 하이에나들입니다. 그들은 방어력 없는 어린 양에게는 약착같이 덤벼들지만, 창으로 무장한 사자와 그 권위는 무서워합니다. 저 비굴한 재칼들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쇠소리가 나는 당신들의 발걸음 소리에 그들은 도망치고 당신들의 창의 광채를 보고 토끼들보다도 더 순해집니다.
  저 창들! 그중의 하나가 내 아들의 심장을 뚫었지! 어떤 창인가? 그것들을 보니 화살이 내 심장을 꿰뚫는 것 같군요… 그러면서도 아직 피 흔적이 남아 있는 창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서 ‘저 창이다! 병사, 그 창을 내게 줘요! 멀리 계신 당신 어머니를 기억해서 나에게 그 창을 주어요, 그러면 나는 당신 어머니와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어요.’ 그러면 어떤 병사도 그것을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난리를 하는 사람인 저 사람들은 아들과 어머니의 지극한 고통 앞에서 가장 마음 착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오! 왜 저 위에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나는 머리를 한번 되게 맞은 사람과 같았습니다. 벌써 내 머리는 그 타격으로 멍청해져 있었습니다… 오! 얼마나 한 타격이었습니까? 누가 그 타격 소리를 여기서 듣지 않게 허락할 것입니까? 참… 그 창을 얼마나 가지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저희가 그 창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백부장은 우리에게 매우 착한 것 같아 보입니다. 백부장을 그 창을 거절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내일 가겠습니다.”
  “그래, 그래라, 요한아, 나는 가난해서 돈이 별로 없다마는, 그 쇠붙이를 가지기 위하여는 마지막 한 푼까지 내놓겠다… 오! 어떻게 그때 창을 달라고 청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내 사랑하는 마리아, 우리중의 아무도 상처를 알지 못했어… 마리아가 그것을 보았을 때는 병사들이 멀리 가 있었구.”
  “맞아요… 나는 고통으로 인해서 멍청해 있었어요. 그리고 옷들은? 나는 아들의 것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요! 그것들을 가지기 위하여는 내 피라도 주겠어요…”
  마리아는 다시 슬픈 눈물을 쏟으신다.

  이윽고 마리아는 최후의 만찬실이 있는 거리에 이르신다. 마리아는 기진맥진하여 정말 쓰러져 가는 늙은 여자처럼 느리게 행동하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도착하지 않으면 안될 때이다. 사실 마리아는 그 말을 하신다.
  “용기를 내요! 이제 다 왔어요.”
  “다 왔어요? 오늘 아침에는 그렇게도 멀어 보이던 길이 이렇게 가깝다니? 오늘 아침? 오늘 아침이었나요? 더 오래 되지 않고? 내가 어제 밤에 들어온 뒤로, 그리고 오늘 아침에 나간 뒤로 몇 시간 또는 몇 년이 지났어요? 내가 정말 50세가 된 어머니인가요, 또는 백 살 된 여자, 굽은 어깨와 백발이 된 머리에 여러 세기를 지니고 있는 옛날 여자인가요? 나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겪은 것 같고, 그 고통이 모두 내 어깨에 얹혀 있어서 어깨가 그 무게로 굽는 것 같군요. 비물질적이지만 몹시 무거운 십자가입니다! 돌로 만든 십자가. 어쩌면 내 예수의 십자가보다 훨씬 더 무거운지도 모르지요. 내가 내 십자가와 그의 십자가를 그의 가슴 찢기는 비통과 나의 가슴 찢기는 비통과 더불어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들어가야 하니 들어갑시다. 그러나 이것은 위로가 아니고, 고통을 더하는 것입니다. 이 문으로 내 아들이 최후의 식사를 하려고 들어갔습니다. 이 문으로 내 아들이 나가서 죽음을 마중하러 갔습니다. 그리고 배반자가 무죄한 사람을 잡기로 되어 있는 사람들을 부르러 가기 위하여 나가면서 밟았던 이 곳을 내 아들도 밟아야 했습니다. 나는 이 문에 기대서 있는 유다를 보았습니다… 유다를 본 것이 이 문 앞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를 저주하지 않고, 가슴이 찢긴 어머니로서, 착한 아들과 악한 아들을 위하여 가슴이 찢긴 어머니로서 그에게 말했습니다…나는 유다를 보았습니다! 나는 그의 안에 있는 마귀를 보았습니다! 언제나 사탄을 뒤발꿈치로 밟고 있으면서 하느님만을 쳐다보고 사탄에게로 시선을 내려보낸 적이 절대로 없는 내가 배반자를 바라보면서 사탄의 얼굴을 알았습니다. 나는 마귀와 말을 했습니다… 그는 내 목소리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도망쳤습니다.
  지금은 사탄이 그를 놓아 주었을까요? 내가 그 죽은 사람에게 말하고, 어머니인 내가 하느님의 피로 다시 그를 잉태하여 은총에 낳아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요한아, 네가 그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그리고 그를 가혹하게 다루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나는 가혹하게 굴 권리가 있을 터인데도 가혹하지 않다… 오! 내 예수가 마지막 식사를 한 이 방, 내 아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마지막 말을 한 이 방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예, 우리도 들어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보아요. 어제 우리가 있던 이리로 와요. 좀 쉬어요. 물러가는 요셉과 니고데모에게 인사하세요.”
  “그분들에게 인사하지요, 그래요. 오! 그분들에게 인사하고 감사하고 축복합니다!”
  “그렇지만 와요, 이리 와요. 인사는 천천히 하고.”
  “아니, 여기서. 요셉… 오! 나는 이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보지 못했어요…”
  알패오의 마리아는 울음을 터뜨린다.
  “울지 말아요… 요셉까지도… 당신 아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 사랑 때문이었어요. 그는 내게 인간적으로 평화를 주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은!… 당신도 보았지요… 오! 모든 요셉이 마리아에게 착하게 굴어요… 요셉, 고마와요, 니고데모 당신도 고맙습니다… 내 아들 때문에 그렇게도 길을 많이 걸은 두 분의 피로한 발 아래 내 마음이 엎드립니다… 내 아들의 장례를 지내 주신 데 대해서… 두 분에게 드릴 것은 내 마음밖에 없으니, 내 아들의 성실한 벗들인 당신에게 내 마음을 드립니다… 그리고… 그리고 가슴이 사뭇 꿰뚫린 어머니가 무덤에서 당신들에게 말한 것을 용서하세요…”
  “오! 거룩하신 분! 어머님이 용서해 주세요.” 하고 니고데모가 말한다.
  “이제는 친절을 베풀어 어머님의 믿음 속에서 쉬세요. 저희는 내일 오겠습니다.” 하고 요셉이 덧붙인다.
  “내일은 안식일입니다” 하고 집주인 여자가 반대한다.
  “안식일은 죽었습니다. 우리는 올 것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주께서 우리와 같이 계시기를”
  이렇게 말하면서 그들은 떠나 간다.

  “마리아, 와요.”
  “예, 어머니, 오십시오.”
  “아니, 문을 열어요. 당신들은 인사를 한 후에 문을 열어 주겠다고 약속했지요. 이 문을 열어요! 당신들은 공기 가운데에서 자기 아들의 숨냄새. 몸냄새를 맡으려 애쓰는 어머니 앞에 이 문을 닫을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 숨결과 그 몸을 내가 그에게 주었다는 것을 당신들은 모릅니까? 그를 아홉달 동안 가졌었고 낳고 젖먹이고 기르고 보살펴 준 내가 말입니다. 그 숨결은 내 것입니다! 그 살냄새는 내 것입니다! 내 것이 내 예수 안에서 더 아름답게 된 것입니다. 그것을 다시 한번 맞게 해 주어요.”
  “아무렴, 사랑하는 마리아, 내일. 오늘은 당신이 피로했어요. 몸이 펄펄 끓어요. 당신은 할 수 없어요. 병이 들었으니까요.”
  “예, 병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이것은 내 눈에 그의 피의 모습이 배어있고, 내 코에 상처투성이가 된 그의 몸의 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살아서 성한 몸으로 기댔던 식탁을 보고 그의 젊은 육체의 냄새를 맡게 해 주어요. 열어요! 그를 세 번째로 파묻지 말아요! 벌써 당신들은 그를 향료와 붕대로 감추었고, 바위 속에 감추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왜, 왜 한 어머니에게 아들이 남긴 숨결의 마지막 흔적을 다시 찾아내지 못하게 합니까? 들어가게 내버려둬요.
  나는 방바닥에서나 식탁에서나 그가 앉았던 의자에서 그의 발과 손의 흔적을 찾겠어요. 그리고 입술이 닳도록 입맞추고 또 입맞추겠어요. 나는 찾고.. 또 찾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금발머리의 머리카락 하나, 피가 묻지 않은 머리카락 하나를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아들의 머리카락 한 오라기가 어떠한지를 아세요? 당신 클레오파의 마리아, 당신 살로메는 어머니이지요. 그러면서도 이해를 못해요?
  요한은? 요한은? 내 말을 들어라. 나는 네 어머니다. 내 아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내 아들이! 너는 내게 순종할 의무가 있다. 열어라! 요한,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내 아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너를 항상 사랑했다. 이제 너를 한층 더 사랑하겠다. 그렇지만 열어라. 열라니까! 싫다고? 열지 않겠다고?
  아! 그러면 나는 이제 아들이 없단 말인가? 예수는 내 아들이었기 때문에 내게 아무것도 절대로 거절하지 않았다. 너는 거절하니, 너는 내 아들이 아니냐. 너는 내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 요한, 용서해라… 용서해 … 열어라… 울지 말고… 열어라… 오! 예수야!… 예수야!… 내 말을 들어라… 네 정신이 기적을 행하도록 해라! 아무도 열어 주려고 하지 않는 이 문을 불쌍한 네 어미에게 열어다오! 예수야! 예수야!”
  마리아는 주먹을 꼭 쥐고 단단히 잠겨 있는 문을 두드리신다. 마리아의 가슴이 찢기는 비통은 극도에 이른다. 마리아는 마침내 창백해지면서 “오! 내 예수야! 내가 간다! 내가 가!” 하고 중얼거리신다. 그리고 울고 있는 여자들의 품에 힘없이 쓰러지신다. 여자들은 마리아가 그 문 밑에 쓰러지지 못하게 부축을 해서 앞에 있는 방으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