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그것은 오직 내 고통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되겠고, 따라서 내가 보는 고통에 비하면 가치가 없는 고통 이야기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고통 이야기를 내게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쓴다. 나는 우리 주의 무덤에 묻히심을 본다.
작은 행렬은 골고타를 내려온 다음 그 산기슭에서 산의 석회암에 판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무덤을 찾아내서, 경건한 사람들이 예수의 시신을 모시고 그리고 들어간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무덤을 본다. 그것은 꽃이 만발한 정원 안쪽에 바위를 파서 만든 방이다. 그것은 동굴과 비슷하다. 그러나 사람의 손으로 팠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여러 개의 묘실(墓室)이 (이 묘실들은 카타콤바의 묘실들과는 달리 만들어져 있다) 달려 있는 엄밀한 의미의 시체를 두는 방이 있다. 묘실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말하자면, 바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벌집의 구멍처럼 생긴 둥근 구멍들이다. 지금은 모두가 비어 있다. 각 묘실의 빈 구멍이 회백색의 바위 위에 있는 검은 반점같이 보인다. 그리고 이 시체 두는 방 앞에서 일종을 부속실이 있다. 그 한가운데에는 향유를 바르기 위한 돌탁자가 있다. 이 탁자에다 염포에 싸이신 예수의 시신을 내려놓는다.
그 방으로 요한과 마리아도 들어간다. 이 준비실은 작아서 사람들이 더 들어가면 움직이지를 못하겠기 때문에 더 들어가지는 못한다. 다른 여자들은 문 가까이에 있다. 아니 엄밀한 의미의 문은 없으니까 차라리 출입구 가까이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시신을 메고 온 두 사람이 예수의 염포를 벗긴다.
그들이 구석에 있는 일종의 탁자에서 횃불 두 개의 불빛으로 붕대와 향료를 준비하는 동안 마리아는 당신 아들 위에 몸을 숙이고 우시면서, 예수의 허리에 아직 둘러쳐져 있는 베일로 예수의 시신을 닦으신다. 어머니의 눈물로 하는 이 화장이 예수의 시신이 받으시는 유일한 화장인데, 눈물이 펑펑 많이 쏟아지기는 하여도 고문을 당하신 그 시신의 먼지와 땀과 피를 겉으로 부분적으로 없애는 데 밖에는 소용되지 않는다.
마리아는 얼음같이 싸늘한 시체를 싫증내지 않고 어루만지신다. 갓난 아기의 손을 만지는 것보다도 한층 더 신중하게 찢어진 가엾은 손을 잡아 당신 손으로 꼭 쥐고 손가락에 입을 맞추고 펴시며, 상처가 덜 아프도록 보살피기 위한 것처럼 상처가 벌어진 것을 아물게 하려고 애쓰시며 이제는 어루만지지도 못할 그 손들을 뺨에 갖대 대면서 신음하신다. 당신의 혹독한 고통으로 인하여 신음하신다. 마리아는 우리를 위하여도 그렇게 많은 길을 걸어다니심으로 인하여 치명적으로 기진맥진하신 것처럼 이렇게 내맡겨진 채로 가엾은 발들을 바로 세우고 모아 놓으신다. 그러나 발들은 십자가에서 너무도 위치가 바뀌고, 특히 발목이 없어진 것같이, 말하자면 평평하게 된 채로 있는 왼발은 더 그러하다.
그런 다음 마리아는 다시 몸으로 돌아와서 얼음같이 차고 벌써 뻣뻣해진 몸을 쓰다듬으신다. 성모님은 창으로 찔려 찢어진 상처를 다시 한번 보신다. 구세주께서 판판한 돌 위에 등을 대고 뉘어지신 지금은 그 상처가 벌어져서 입처럼 뻐금하여 흉강(胸腔)을 더 잘 볼 수 있게 하다(심장 첨단부가 흉골과 휘어진 왼쪽 늑골 사이에 똑똑히 보이며, 2센티미터쯤 위쪽으로는 창끝으로 심낭과 혈관에 절개된 길이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흔적이 있는데, 오른쪽에 있는 외부의 상처는 적어도 길이가 7센티미터는 된다). 마리아는 골고타에서처럼 다시 부르짖으신다. 창이 마리아의 심장을 꿰뚫는 것 같다. 그만큼 마리아는 예수의 심장처럼 꿰뚫린 당신 심장에 손을 갖다대시며 고통으로 몸을 뒤트신다. 가엾은 어머니는 그 상처에 얼마나 많이 입을 맞추시는가!
그런 다음 마리아는 젖혀진 머리로 다시 와서 똑바로 세워 놓으신다. 머리가 약간 뒤로 젖혀지고 오른쪽으로 몹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자꾸만 반쯤 떠진 채로 있으려는 눈을 감게 하고, 오무러지고 약간 오른쪽으로 비뚤어져서 벌어진 채로 있는 입을 다물게 하려고 애를 쓰신다. 어제만 하더라도 아름다웠는데 엉클어지고 피로 무거워진 머리카락을 빗기신다. 제일 긴 머리 타래들을 골라내서 손가락으로 반들반들하게 하고 말아서 몹시 부드럽고 굽슬굽슬하던 당신의 예수의 머리 형태로 돌려 주려고 하신다…그러면서 예수의 어린 시절 생각이 나기 때문에 끊임없이 탄식을 하신다… 이것이 마리아의 고통의 근본적인 동기이다. 예수의 어린 시절, 예수께 대하여 가졌던 당신의 사랑, 하느님이신 그 작은 아기를 위하여 더 쌀쌀한 공기조차도 두려하던 당신의 보살핌에 대한 추억,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의 예수께 한 일과의 비교가 그것이다.
마리아의 한탄을 들으니 괴롭고, “내 아들아, 그들이 네게 어떻게 했느냐? 네게 무슨 짓을 했느냐?” 하고 탄식하며 이렇게 헐벗고 뻣뻣해져서 돌 위에 뉘여 있는 아들을 볼 수가 없어 예수의 어깨 밑으로 팔을 넣어 품에 안고 다른 손은 가슴에 얹고 꼭 껴안으며 탄생하신 굴에서와 같은 움직임으로 흔들어 주시는 그분의 몸짓을 보니 괴롭다. 이 모든 것을 보니 눈물이 나오고 어떤 손이 내 심장을 휘저어 놓는 것과 같이 괴롭다.
– 마리아의 무서운 정신적 고민.
어머니는 향유를 바르는 돌 가까이 서서 어루만지고 들여다보고 탄식하고 우신다. 흔들리는 횃불 빛이 가끔 마리아의 얼굴을 비추는데, 핼쑥해진 얼굴의 대단히 창백한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 줄기가 보인다. 그리고 비록 입속에서 중얼거리는 말이지만 그 말들이 모두 분명히 들린다. 그것은 참으로 어머니의 영혼과 그분의 아들의 영혼의 대화이다. 나는 그 말들을 쓰라는 명령을 받았다.
“가엾은 아들아! 얼마나 상처를 많이 입었느냐!… 얼마나 아팠니! 그들이 네게 무슨 짓을 했는지 보아라!… 네 몸이 얼음장 같구나. 아들아! 네 손가락이 차디차고 힘이 도무지 없구나! 손가락이 부서진 것 같구나. 어려서 마음 턱 놓고 잘 때에도, 장색으로서 피로하여 몸이 무거울 때에도 이런 적이 도무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얼음같이 차냐! 가엾은 손들! 내 보배, 거룩한 사랑, 내 사랑아, 엄마에게 손을 다오! 손이 어떻게 꿰뚫렸는지 보아라! 요한아, 얼마나 찢어졌는지 보란 말이다! 오! 잔인한 사람들! 여기, 여기, 상처입은 이 손을 엄마에게 다오. 내가 손을 치료해 주마, 오! 아프게 하지 않으마…
나는 입맞춤과 눈물을 쓰고, 입김과 사랑으로 네 손을 녹여 주마. 아들아, 나를 한번 어루만져 다오! 너는 얼음장 같고, 나는 열로 펄펄 끓는구나. 내 열은 네 얼음으로 식을 것이고 네 얼음은 내 열에 닿아 찬 기운이 덜할 것이다.
아들아, 한번만 어루만져 다오! 네가 나를 어루만지지 않는지가 몇 시간 안되는데 몇 백년이 지난 것 같구나. 네 어루만짐을 받지 못하고 지낸 세월이 여러 달이었지만, 그 여러 달이 몇 시간같이 보였다. 그것은 네가 올 것을 늘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한 시간으로, 한 시간을 일분으로 삼으면서, 네가 한 달이나 여러 달 걸릴 만큼 떨어져 있지 않고, 다만 며칠, 다만 몇 시간만 걸릴 만큼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왜 이다지도 기냐? 오! 몰인정한 고통! 네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너를 죽였다!
너는 이제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세상에 있지 않다! 너를 찾아내서 너를 차지하고 너를 느끼고 하는 것이 내 육체와 내 정신의 생명이었기 때문에 네 영혼을 찾아 껴안으려고 내 영혼을 어느 곳으로 보내도, 내 파도 같은 사람으로 어디에 가서 너를 찾아도 너를 찾아낼 수가 없구나, 너를 찾아낼 수가 없어! 오 내 예수의 영혼, 내 그리스도의 영혼, 내 주의 영혼아, 어디 있느냐?
사탄과 결합한 잔인한 사람들아, 왜 내 아들의 영혼을 빼앗아갔느냐? 그리고 왜 나를 내 아들과 같이 십자가에 못박지 않았느냐? 두 번째 죄악의 겁이 났단 말이냐? (마리아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비통해진다). 그런데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서슴지 않고 죽인 너희들에게 불쌍한 여자 한 사람 죽이는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너희들이 두 번째 죄악을 범하지 않았느냐? 그래 어떤 어머니가 사형을 당한 아들보다 오래 살게 되는 것이 더 끔찍한 죄악이 아니란 말이냐?“
목소리를 높이면서 얼굴을 쳐들으신 어머니는 이제는 다시 돌아와 생명의 빛이 꺼진 얼굴 위에 몸을 구부리고 아들만이 들으라고 조용히 말씀하신다.
“적어도 여기 무덤 속에서는 우리가 함께 있게 되었다. 나무(십자가) 위에서 임종하실 때에 함께 있었던 것처럼 생명을 넘어서 생명을 향해 가는 길에도 함께 있고 싶지만… 그렇지만 생명을 넘어가는 여정(旅程)에 너를 따라 갈 수 없다면 여기 남아서 너를 기다릴 수는 있다.”
마리아는 몸을 다시 일으키며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다들 나가시오. 나는 남아 있겠어요. 아들과 함께 나를 여기 가두어 주시오. 나는 아들을 기다리겠어요. 뭐라구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구요? 왜 할 수 없습니까? 만일 내가 죽었더라면 여기 내 아들 옆에 뉘어져서 부활을 기다리지 않았겠어요? 나는 아들 곁에 있겠어요. 그렇지만 무릎을 꿇고 있을 것입니다. 그가 12월의 어느 날 밤 부드럽고 볼그레한 몸으로 울고 있을 때 내가 그 옆에 있었어요. 이제는 그리스도를 잃은 세상의 밤에 그이 곁에 있겠어요. 오! 진짜 밤! 빛이 없어졌으니! … 오! 얼음장같이 차거운 밤! 사랑이 죽었다! 니고데모, 말해 줘요. 내가 부정을 탑니까? 내 아들의 피는 더럽히지 않아요. 나는 그를 낳으면서, 더러워지지 않았어요. 아! 내 태의 꽃인 너는 정말 기막히게 나왔지, 섬유세포를 찢지 않고, 정말 마치 모태인 구조 한가운데에서 피어나 흙이 모태에 입맞춤하지 않았는데도 꽃을 피우는 향기나는 수선화처럼 말이다. 오 하늘의 입맞춤에서 오고 하늘의 광채가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태어난 아들아, 너에게서 처녀의 꽃핌이 실현되었지.”
이제는 지극한 고통을 겪는 어머니가 다시 아들에게로 몸을 구부리고 아들이 아닌 모든 것에는 관계하지 않고 조용히 속삭인다. “그런데 아들아, 네 미소가 세상에 나타날 때 만물이 숭고하게 찬란한 빛을 띠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느냐? 너의 개화(開花)의 신비를 둘러싸고, 빛 자체이며 아버지와 위로자이신 성령의 빛에서 온 네가 이 어두운 세상을 덜 불쾌한 것으로 생각하게 하려고 아버지께서 하늘에서 보내셨던 그 진복을 주는 빛이 생각나느냐?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밤이고 춥다… 추위는 또 어떤 추위냐! 얼마나 추우냐 말이다! 나는 추워서 몸이 덜덜 떨린다. 저 12월의 날보다도 더 춥다. 그 때에는 너를 가진 기쁨이 있어 내 마음을 훈훈하게 했었다.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데 두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 지금은 나 혼자이고, 나도 죽어가는구나. 그렇지만 나는 너를 두 사람 몫만큼 사랑하겠다. 고통의 순간에 너를 버릴 만큼 너를 별로 사랑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너를 미워한 사람들을 위해 너를 사랑하겠다. 오, 아들아! 온 세상을 위해 너를 사랑하겠다. 너는 세상의 추위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추위를 느끼지 않을 거야. 너는 세상에 나오기 위해 내 태를 열지 않았다. 그렇지만 네가 추위를 깨닫지 못하게 나는 내 가슴을 열어서 너를 내 품으로 껴안을 차비가 되어 있다. 맥이 뛰던 조그마한 싹인 너, 이 가슴으로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생각나느냐?… 여전히 그 가슴이다. 오! 이것은 어머니로서의 내 권리요 의무이다. 이것은 내 소원이다. 이 소원을 가질 수 있는 사람, 아들을 위하여 우주 만큼이나 큰 사랑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다.”
목소리는 점점 커졌었다. 그리고 지금은 있는 힘을 다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시오. 나는 여기 있겠어요. 사흘 후에 다시 오시오. 그래서 같이 나갑시다. 오! 내 아들아, 네 팔에 의지한 세상을 다시 본다는 것은! 다시 살아난 네 미소의 빛을 받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겠느냐? 주의 발걸음 소리에 전율하는 세상이 말이다!
죽음이 네게서 영혼을 빼앗아가고 네 마음이 네 정신에서 나갔을 때 땅이 흔들렸다. 이제 또 흔들릴 것이다… 오! 이제는 두려움과 고통으로 떨지 않고,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내 여자다움이 직관하고, 오랜 부재 끝이 결혼식을 올리려고 오는 신랑의 발걸음 소리를 들을 때 동정녀를 격감시키는 감미로운 전율로 떨 참이다. 아니 그보다도, 내 안에 하나이시오 세 분이신 주를 모셨을 때, 아버지의 뜻이 사랑의 불과 더불어 나 안에 씨를 만들어 거룩한 내 어린 것, 내 아들, 온전히 내 것인 네가 거기에서 왔을 때 그로 인하여 나의 가장 깊숙한 마음속까지 어지럽게 했던 것과 같이 땅이 거룩한 전율로 떨 것이다! 온전히 내 것! 온전히 엄마의 것! 엄마의 것!… 어떤 아이든지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사생아조차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그러나 너는 장미빛깔의 네 살을 만들고, 갈릴래아의 우리 강물같이 파란 정맥의 수를 놓아 주고, 석류빛깔 같은 이 입술과 우리 야산의 염소들의 금빛 털보다도 더 우아한 이 머리털들, 낙원의 두 작은 호수 같은 이 두 눈을 만들어 주는 데 엄마밖에는 없었다. 아니 이 눈은 낙원의 오직 하나밖에 없고 네 갈래로 갈라졌다. 그 네 갈래 강속에 금, 줄마노(瑪瑙), 녹주석(錄柱石), 상아, 그리고 금강석과 종려(棕櫚)와 꿀과 장미꽃과 무한한 보화를 간직하고 있는 강, 오 비손강, 오 기흔강, 오 티그리스강, 오 유프라테스강이 흘러 나오는 물 빛깔 같은 이 눈들이다. 그것은 하느님 앞에서 즐기는 천사들의 길, 너를 조배하는 왕들의 길이며, 알려졌거나 알려지지 않았거나 하지만 그래서 살아 있고, 가장 어두운 마음 속에까지도 현존하는 본체이다. 네 엄마 혼자서 이것을 ‘예’ 하는 대답으로 네게 만들어 주었다…
오 내 기쁨아, 음악과 사랑으로 네 어머니가 너를 만들었고, 순결과 순종으로 너를 만들었다! 네 마음은 무엇이냐? 당신 동정녀에게 주신 하느님의 입맞춤 둘레에 화관으로 응결되기 위하여 나누어진 내 마음의 불꽃이다. 이것이 네 마음이다. 아! (막달레나 요한과 함께 마리아를 돕기 위하여 달려올 정도로 부르짖음이 비통하였다. 다른 여자들은 감히 들어오지 못하고 울면서 베일을 내리고 입구로 안을 좀 들여다본다.) 아! 그들이 그 마음을 찢어놓았구나! 그래서 네가 이렇게도 차갑고, 나도 이렇게 차가워진 것이다! 이제 너 안에는 내 마음의 불꽃이 없어졌고, 또 나는 내 불꽃이었었고 네게 심장을 만들어 준 것은 엄마 뿐이었다. 그 불꽃의 반사로 삶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 여기, 여기, 내 가슴에! 죽음이 나를 죽이기 전에 너를 따뜻하게 해 주고 싶고 너를 흔들어 주고 싶구나. 나는 네게 이렇게 노래불렀지. ‘집도 먹을 것도 없고 오직 고통 만이 있다’고. 오, 예언적인 말! 고통, 고통, 너에게도 고통, 나에게도 고통! 나는 네게 노래했었지. ‘자거라, 자거라 내 가슴 위에서’하고. 지금도 여기, 여기, 여기에서…“
그러면서 돌 가장자리에 앉아 아들을 무릎에 올려놓고 아들의 팔 하나를 당신 어깨에 걸치게 하고, 아들의 얼굴을 당신 어깨에 기대게 하였다. 그 머리에 당신 머리를 갖다대며, 아들을 가슴에 꼭 껴안고 흔들며 비통하고 애절하게 입을 맞추신다.
니고데모와 요셉은 돌 저쪽에 있는 일종의 의자에 그릇들과 붕대들과 깨끗한 수의와 물이 가득 들어 있는 것 같은 대야와 가제인 듯한 뭉치들을 놓고서 가까이 온다.
마리아는 보고서 큰 소리로 묻는다. “뭣들 하는거예요? 어떻게 하시려는 거예요? 준비를 하려구요? 왜요? 어머니 무릎에 그냥 놔두세요. 내가 아들의 몸을 따뜻하게 하기에 이르면 더 일찍 부활할 것입니다. 내가 아버지를 위로하게 되면, 하느님을 죽인 증오에 대하여 아들을 위로해 주게 되면, 아버지는 더 일찍 용서하시고, 아들은 더 일찍 돌아올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어머니는 거의 헛소리를 하신다.
“아니, 당신들에게 내 아들을 주지 않겠어요! 내가 한 번 주었어요. 내가 아들을 한 번 세상에 주었는데, 세상은 내 아들을 원치 않았습니다. 원치 않기 때문에 죽인 것입니다. 이제 다시는 주지 않겠어요! 뭐라구요? 당신들이 내 아들을 사랑한다구요? 좋아요! 그러면 왜 옹호하지를 않았습니까? 그를 사랑한다고 그에게 말하려고 그가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기를 기다리셨군요. 당신들의 사랑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사랑입니까! 그러나 당신들이 세상이 하도 무서워서 무죄한 사람을 감히 옹호하지 못할 지경이었으면, 적어도 그를 어머니인 내게 돌려주어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지키게 했어야 옳았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누구인지를, 그가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어요. 당신들은!… 당신들은 그를 스승으로 모셨었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혹 이것이 참말이 아닌가요? 혹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들은 당신들이 부활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세요? 그것을 믿습니까? 아닙니다. 당신들은 왜 여기서 붕대와 향료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당신들은 가엾은 죽은 사람으로 오늘은 얼음장같이 싸늘하고 내일은 썩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그 때문에 향유를 바르려고 하는 것이지요. 연고를 거기 놔두세요.
베들레헴의 목동들과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구세주께 조배하러 오시오. 보시오. 다만 피로한 사람이 잠을 자면서 쉬고 있는 것입니다. 내 아들은 일생 동안 피로의 연속이었지요. 그는 점점 더 피로했고 요 마지막에도, 그 다음에도!… 지금은 쉬고 있어요. 내 생각에는, 그의 어머니에게는 잠을 자고 있는 피로한 큰 아이일 뿐입니다. 그의 침대와 방은 정말 빈약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첫 번째 요람도 더 아름답지 않았고, 그의 첫 번째 거체도 더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어요.
목동들은 아기로 잠들어 있는 구세주께 경배했습니다. 당신들은 사탄을 이긴 이로서 잠들어 있는 구세주께 경배하세요. 그런 다음 목동들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하느님께 영광! 죄악이 죽었습니다! 사탄이 졌습니다! 땅과 하늘에,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 평화가 있으라!’ 하고 말입니다. 그가 돌아올 길을 준비하시오. 모성(母性)으로 인하여 의식을 행하는 여사제가 된 내가 당신들을 보냅니다. 가시오. 나는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아들을 눈물로 씻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무익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그의 몸에 바르려고 생각하지 마시오. 내 아들은 그 음산하고 쓸데없는 붕대를 면하면 다시 일어나기가 더 쉬울 것입니다.
요셉,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봅니까? 그리고 니고데모, 당신은 왜? 아닌 오늘 하루의 소름끼치는 일로 인해서 당신들은 얼이 빠진 것입니까? 기억력을 잃었습니까? 기억을 못하세요? ‘이 못되고 간음하는 세대가 기적을 구하니, 그들에게는 요나의 기적밖에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의 아들도 사흘과 사흘밤을 땅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기억이 안납니까?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고 사람들은 그를 죽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흘째 되는 날에 부활할 것이다.’ 기억 안납니까?
‘참 하느님의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나는 사흘만에 그것을 다시 살아나게 할 것이다.’ 성전은 그의 육체였어요. 사람들아! 너는 머리를 젓는 것이냐? 나를 측은히 여기는 것이냐? 너는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느냐? 아니 어떻게? 그는 죽은 사람들을 다시 살렸는데, 자기 자신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단 말이냐? 요한아?”
“어머니!”
“그래 나를 ‘어머니’라고 불러라. 나는 그렇게 불려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요한아, 그가 야이로의 딸과 나임성의 젊은이를 다시 살렸을 때 너도 있었지. 그들은 정말 죽었었지? 그저 깊이 잠든 것만은 아니었지? 대답해라.”
“그들은 죽었습니다. 계집아이는 두 시간 전에, 젊은이는 하루 반 전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명령하니까 그들은 일어났지?”
“그런데 선생님이 명령하시니까 일어났습니다.”
“들었어요? 당신들 두 분, 들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머리를 흔드세요? 아! 당신들은 아마 생명이 무죄하고 나이어린 사람에게 더 빨리 돌아온다는 뜻으로 그러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내 아들은 죄가 없습니다! 항상 젊습니다. 내 아들은 하느님입니다!…”
어머니는 비통하고 열에 들뜬 눈길을 첫 번째 두 사람에게 보내신다. 이들은 압도되기는 하였지만 막무가내로 이미 향유에 적신 붕대 두루마리를 펼쳐 놓는다.
마리아는 두 걸음을 옮겨 놓으신다. 어머니는 갓난 아기를 요람에 누이는 사람과 같은 신중함으로 아들을 돌 위에 내려 놓으신다. 마리아는 두 걸음을 옮겨 막달레나가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시신을 올려놓은 돌탁자 발치에 몸을 구부리신다. 마리아는 막달레나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부르신다.
“마리아, 대답해요. 이 사람들은 예수가 인간이고 상처를 입고 죽었기 때문에 부활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오빠는 예수보다 더 나이가 많았어?”
“나이가 더 많아요.”
“오빠는 온 몸이 헌데 투성이가 아니었어?”
“온 몸이 헌데 투성이었어요.”
“무덤에 내려가기 전에 벌써 썩지 않았었어?”
“벌써 썩었었어요.”
“그런데 질식하고 부패한 지 나흘 후에 다시 살아나지 않았어?”
“그렇게 살아났어요.”
“그러면?”
무겁고 오랜 침묵이 계속된다. 그러다가 끔찍한 고함소리가 들린다. 마리아는 심장 있는 데에 한 손을 얹으면서 비틀거리신다. 그들이 부축을 하는데 마리아는 그들을 물리치신다. 마리아가 경건한 사람들을 밀어내시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마리아 혼자만이 보는 것을 밀어내시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르짖으신다.
“물러가라! 물러가! 이 잔인한 놈아! 이 복수는 안된다. 입 닥쳐라! 네 말 듣기 싫다! 입 닥쳐라! 아! 저놈이 내 심장을 물어뜯는구나!”
“누구 말씀입니까, 어머니?”
“오 요한아, 사탄이다! 사탄이 이렇게 말하는구나. ‘그는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 예언자도 그 말을 하지 않았다고’고. 오, 지극히 놓으신 하느님! 오 착한 천사들, 오 경건한 사람, 당신들 나를 도와 주시오! 내 이성이 흔들립니다! 아무것도 생각해 낼 수가 없어요. 예언자들이 뭣이라고 했습니까? 시편에는 무슨 말이 있어요? 오! 누가 내 예수에 대해서 말하는 대목을 말해줄 터입니까?”
막달레나가 그 우렁찬 목소리로 메시아의 수난에 관한 다윗의 성시를 말한다.
어머니는 요한의 부축을 받으면서 더 심하게 우시고 그분의 눈물이 그 아들의 시신에 떨어져서 흠뻑 적신다. 마리아가 그것을 보고 닦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눈물이 이렇게 많이 흐르는데, 네가 몹시 목마를 때에 눈물 한 방울도 주지 못했구나, 그런데 지금은 너를 흠뻑 적시는구나! 나는 이슬이 잔뜩 맺힌 나무 같구나. 여기서는 엄마가 너를 닦아 준다마는, 아들아, 너는 너무도 많은 고통을 맛보았다! 상처입은 네 입술에 어미의 눈물의 쓴맛과 짠맛이 떨어지지 말아야지!…”
그런 다음 큰 소리로 마리아를 부르신다.
“마리아, 다윗은 말 안했는데… 이사야는 몰라? 이사야의 말을 들려줘…”
막달레나는 수난에 대한 대목을 말하고 흐느끼면서 이렇게 끝마친다.
“… 그는 자기의 목숨을 죽음에 내주었고, 사람들은 그를 악인과 같이 취급하였다. 세상의 죄를 없애는 죄인들을 위하여 기도한 그를.”
“오! 그만 둬! 죽음, 아니야! 죽음에 내주어지다니! 아니다! 아니야! 오! 당신들의 믿지 않음이 사탄의 유혹과 결합해서 내 마음에 의심을 심어 줍니다. 그렇지만 아들아, 내가 네 말을 믿지 말아야 하겠느냐? 네 거룩한 말을 믿지 말아야 한단 말이냐? 오! 그 말을 내 영혼에 해다오! 말해다오.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해 주려고 간 먼 고장에서 네 영혼의 목소리를, 그것을 기다리는 내 영혼에 보내다오. 네 목소리를 들을 차비를 잔뜩 하려고 여기 있는 내 영혼에 말이다. 네 어미에게 네가 돌아온다고 말해다오. ‘저는 세째날에 다시 살아나겠습니다’ 하고 말해라. 내 아들이며 하느님인 네게 간절히 빈다! 나를 도와 내 믿음을 지키게 해다오. 사탄은 내 믿음을 그의 소용돌이로 감아 질식시키려고 한다. 사탄은 네가 그에게서 이 먹이를 빼앗았기 때문에 사람의 몸에서 그의 뱀과 같은 입을 떼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돌있는 이빨을 내 심장의 살에 깊숙이 박고 심장의 박동과 힘과 열을 마비시킨다.
하느님! 하느님! 제가 믿지 않는 것을 허락하지 마십시오! 의심이 저를 얼음같이 차게 하도록 버려두지 마십시오! 사탄에게 저를 실망으로 이끌어가는 자유를 주지 마십시오!
아들아! 아들아! 네 손을 내 심장에 얹어라. 네 손이 사탄을 내쫓을 것이다. 네 손을 내 머리에 얹어라. 그러면 그 손이 내 머리에 빛을 다시 가져다 줄 것이다. 한번 어루만짐으로 내 입술을 거룩하게 해서,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다스려 ‘나는 믿는다’ 하고 말할 힘을 가지게 해다오.
오! 믿지 않는다는 것은 이 얼마나 큰 고통이냐! 아버지! 믿지 않는 사람을 많이 용서해야 합니다. 그것은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면… 믿지 않게 되면… 아무리 소름끼치는 일도 쉽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버지께… 이 고통을 겪고 있는 제가 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버지, 믿지않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거 주십시오! 거룩하신 아버지,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믿음을 주십시오. 제헌된 이 제물의 이름과 아직 제헌되고 있는 제물인 제 이름으로 믿음 없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믿음을 주십시오!”
오랜 침묵이 흐른다.
니고네모와 요셉이 요한과 막달레나에게 눈짓을 한다.
“어머니, 오세요.”
막달레나가 마리아를 아들에게서 떼어놓고 마리아가 울면서 입맞추시는 마리아의 손가락과 서로 얽힌 예수의 손가락을 떼어놓으려고 하며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는 몸을 다시 일으키신다. 어머니는 엄숙하시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핏기 없는 가엾은 손가락을 펴서 생기없는 손을 몸에 붙여 놓으신다. 그런 다음 팔을 땅쪽으로 내려뜨리고 몸을 꼿꼿이 세우고 머리를 약간 젖히고 기도하고 바치신다.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분의 태도로 보아 사람들은 마리아가 기도를 드리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으로 제단에 올라가 있는 여사제, 봉헌물을 욀 때의 여사제와 같으시다.
“주께서 주신 선물 중에서 깨끗한 제물, 거룩한 제물, 티없는 제물을 엄위하신 주의 대전에 바치나이다…”
그런 다음 돌아서면서 말씀하신다.
“그럼 하세요. 그러나 그는 부활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내 이성을 믿지 않고 그가 당신들에게 말한 진리에 눈을 감아도 소용없습니다. 사탄이 내 믿음을 공격하려고 애써도 소용없습니다. 세상을 구속하기 위해서는 패배한 사탄이 이 마음에 주는 고통은 아직도 부족합니다. 나는 이 고통을 겪고 장차 올 사람들을 위해 그것을 바칩니다. 잘 있거라, 아들아! 잘 있거라, 내 아들아! 잘 있거라, 내 어린 것! 잘 있어… 거룩하고… 착하고… 지극히 사랑받고 사랑스러운… 아름다움… 기쁨… 구원의 샘… 잘 있거라… 네 눈에… 네 입술에… 네 금발에… 네 차디찬 수족에… 꿰뚫린 네 심장에… 오! 꿰뚫린 네 심장에… 내 입맞춤… 내 입맞춤… 내 입맞춤을… 잘 있거라… 잘 있거라! …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고문은 주일 새벽까지 주기적인 공격으로 계속되었다.
나는 수난 중에 오직 한 번만 유혹을 당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여인이므로 모든 악의 탓이 있는 여인을 위해 여러 번 속죄를 하셨다. 그리고 사탄은 승리를 거둔 여인을 백배나 더 사납게 악착같이 따라다녔지만 마리아는 그를 이겼었다.
그래서 마리아를 가장 잔인하게 유혹하였다. 그것은 어머니의 육체에 대한 유혹, 어머니의 마음에 대한 유혹, 어머니의 정신에 대한 유혹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구속이 내 마지막 숨과 더불어 완성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머니는 내 말을 부인하고 내 부활을 믿지 않도록 이끌려고 하던 사탄과 사흘 동안을 싸우면서 세 가지 정욕을 속죄하기 위하여 세 가지 고문을 거기에 보태서 구속을 완수하셨다.
마리아만이 끝까지 계속 믿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마리아는 이 믿음 때문에도 위대하고 복되시다.
너도 이것을 겪었지. 게쎄마니 내 동산의 고통에서 다시 발견되는 고통을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있으면서도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고 고통을 당하시는 어머니께 대하여 더 강한 사랑을 가질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부분을 네게 말해 주었다. 우리의 강복을 받고 가거라.”
준비하는 두 사람은 붕대 준비를 끝냈다. 그들은 탁자로 가서 예수의 베일까지도 벗긴다. 그들이 매우 빨리 준비하느라고 해면인 듯한 것이나 아마 조각으로 팔다리를 닦으니 사방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런다음 온 몸에 연고를 바른다. 그들은 정말 연고 속에 시신을 파묻다시피한다. 그전에 돌탁자도 닦기 위하여 시신을 쳐들었고, 탁자에다 시신을 덮을 천을 펴니 천 한 자락이 침대 머리쪽으로 늘어진다. 그들은 시신을 가슴이 아래쪽으로 가게 내려놓고 등 전체와 넓적다리와 뒤쪽 전부에 연고를 바른다. 그런 다음 연고가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시신을 조심해서 돌려 누이고는 앞쪽에도 연고를 바른다. 우선 몸통에 바르고 그 다음에는 팔다리에 바른다. 발부터 시작하여 맨 마지막으로 손에 바르고 손을 아랫배에 모아 놓는다. 전에는 손이 죽은 지체의 무게로 인하여 자꾸 미끄러져 내렸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니 향료 혼합물이 고무액처럼 달라붙는 모양이다. 발들은 그렇지 않다. 발들은 전의 위치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한 발은 더 똑바르고 한 발은 더 길에 늘어났다. 맨 마지막은 머리다. 얼굴 모습이 한 꺼풀 입힌 연고 밑으로 사라질 정도로 정성스럽게 바른 다음 입이 다물린 채로 있게 하려고 붕대로 턱을 맨다.
마리아는 더 크게 신음하신다. 그런 다음 그들은 늘어진 천 한 쪽을 쳐들어 접어서 예수의 시신을 덮는다. 예수의 시신은 투박한 아마포 밑으로 사라지신다. 이제는 천으로 덮은 하나의 형체에 지나지 않는다.
요셉은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는지를 살펴보고 얼굴 위에 아마 염포를 또 하나 붙이고 다른 아마포 조각들도 갖다 붙이는데, 짧고 넓은 장방형의 붕대 같은 그것들은 시신 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며 시신에 착 달라붙은 염포를 고정시켜 놓는다. 그것은 미이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붕대로 싸맨 것도 아니고 라자로가 부활할 때에 본 것처럼 붕대로 싸맨 것도 아니다.
이제는 예수님이 없어지셨다. 그분의 형체까지도 아마포 밑에 뒤섞여 있다. 그것은 회색 돌 위에 걸쳐놓은 양쪽 끝은 더 좁고 가운데는 더 넓은 긴 천 꾸러미와 같다. 마리아는 더 크게 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