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는 밤에 가야파의 별장에 도착한다. 달은 길을 비추어 암살자의 공범이 되었다. 유다는 그 곳 성 밖의 집에서 그가 찾는 사람들을 만날 확신이 있음이 틀림없다.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으면 시내로 들어 가려고 애쓰며 성전으로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있게 언덕의 올리브 나무들 사이로 올라가며, 지난 번보다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듯 하다. 밤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골 길은 과월절을 지내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가는 순례자들의 무리가 온종일 지나지만 지금은 인기척이 없다. 불쌍한 나환자들조차도 그들의 동굴에 들어가서 몇시간 동안 그들의 운명을 잊은 불행한 사람들의 잠을 자고 있다.
  유다는 달빛에 하얗게 보이는 집 문 앞에 서 있다. 그는 세 번, 한 번, 세 번, 그리도 또 두 번 문을 두드린다. 그는 약속한 신호를 기막히게 잘 알고 있다. 참으로 확실한 신호인 것이 틀림없는 것은, 문지기가 구멍으로 미리 내다보지도 않았는데 문이 벙싯 열리기 때문이다.
  유다는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면서 문지기에게 “모두 모이셨나?”하고 묻는다.
  “예, 가리옷의 유다. 전원이 모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안내하게. 나는 중요한 일을 말해야 하네. 빨리!”
  그 사람은 대문을 닫고 빗장을 모두 걸고나서 앞장 선다. 컴컴한 복도의 어떤 육중한 문 앞에 발을 멈추고 문을 두드린다. 문을 잠근 방안에서 목소리가 멎고, 대신 자물쇠 열리는 소리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면서 원뿔꼴의 환한 불빛이 어두운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당신이오? 들어오시오!”하고 문을 연 사람이 말하는게,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유다는 방 안에 들어가고, 문은 잠긴다.
  유다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깜짝 놀라거나 혹은 적어도 불안해 하는 기색이 있다. 그러나 일제히 그에게 인사한다. “시몬의 유다,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거룩한 최고법원 판사님, 당신께 평화가 있기를.” 유다가 대답한다.
  “이리 오시오. 무슨 일이오?” 그들이 묻는다.
  “여러분에게 말을..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계속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최후의 결정을 내리기로 결심하지 않으면 이제 나는 여러분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이제부터는 의심을 하게 되었거든요.”
  “당신 생각이 탄로났단 말이오? 바보같이!” 그들은 그의 말을 중단한다.
  “아닙니다. 어리석은 것은 우둔하게 서둘러서 그릇된 술책을 쓴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은 내가 여러분의 일을 도와드릴 줄 알고나 계셨습니까? 여러분은 나를 믿지 않으셨습니다.”
  “시몬의 유다. 당신은 기억력이 나쁘군요! 당신이 지난번에 어떻게 우리를 떠났는지 기억 못하시오? 당신이 그와 같이 그자를 배반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데, 누가 당신이 우리에게 충실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소!?” 엘키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비꼬며 간사하게 말한다.
  “그래 여러분은 친구를, 나를 참으로 사랑하는 유일한 벗을, 무죄한 사람을 속이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십니까? 살인을 하는 것이 쉽다고 믿으십니까?” 유다는 벌써 마음이 흔들린다.
  그들은 그를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그에게 아부한다. 그들은 그의 범죄가 범죄가 아니라 ‘조국을 지배하고 있으면서 로마의 한 지방에서 일어나는 이 끊임없는 소란과 분열과 군중의 분쟁 때문에 벌써 불만의 표를 보이는 사람에게서 오는 보복을 면하게 하는 조국에 대한 거룩한 사업이며, 만일 그가 메시아와 그의 정신적 사명의 신성(神性)을 참으로 확신한다면 인류에 대한 거룩한 사업’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를 유혹하거나 또는 유혹해 보려고 한다.
  “만일 그가 말하는 것이 진실이면 – 우리는 결코 그렇게 믿지 않지만 – 당신은 구원사업의 협력자가 아니오? 당신의 이름은 두고두고 그의 이름과 결합할 것이고, 조국은 당신을 그의 용사 중에 넣고, 가장 높은 직책을 주어 당신을 명예롭게 할 것입니다. 우리들 가운데 당신의 자리가 완전히 준비되어 있을 것이니, 유다, 당신은 올라와서 이스라엘에 명령을 내릴 것입니다. 오! 우리는 당신이 성전과 사제직의 이익을 위하여, 지극히 거룩한 율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온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한 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를 도와주기만 하시오. 그 다음에는 우리가 맹세하지만, 내가 권세 있는 내 아버지와 제복을 입고 계신 가야파의 이름으로 맹세하지만, 이스라엘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 분봉왕들보다도, 이제는 직에서 물러나신 대사제인 내 아버지보다도 더 위대한 사람일 것입니다. 당신은 왕처럼, 예언자처럼 섬김을 받을 것이고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따를 것입니다.
  그리고 또 나자렛의 예수가 거짓 메시아에 지나지 않고, 사실 그의 행동이 도둑은 아니라도 미치광이의 행동이기 때문에 사형을 받을 사람은 아닐지라도, 가야파의 대사제의 영감받은 말을 당신에게 상기시키겠습니다 – 당신도 알다시피 제복을 입고 흉패를 걸고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말하고 선이 어떤 것인지, 선을 위하여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예언합니다 – 가야파를 기억하시오? 가야파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좋고, 국민 전체가 멸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것은 예언의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그분은 예언자였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 대사제의 입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에 복종해야 합니다!”
  벌써 과장되고 주어진 몸짓을 해야 하는 자동인형 같은 최고법원의 최고심의회 회원들이 일제히 말한다. 흉측한 꼭두각시들 같다. 유다는 암시를 받고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그에게 착함은 아니더라도 양심이 아직은 남아있어서 운명을 결정하는 말은 하지 못하게 막는다.
  경의와 애정을 가장하여 그들은 재촉한다.
  “우리를 믿지 않으시오!? 이것 보시오. 우리는 24개 사제가문의 우두머리들이고, 백성의 장로, 율법학자,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바리사이파 사람들, 지혜로운 스승, 성전의 행정관들입니다. 이스라엘의 수뇌부가 여기 당신을 둘러싸고 있으며 당신을 환호하며 맞을 준비를 하고 이구동성으로 ‘이것이 거룩한 일이니, 하시오!’하고 말하고 있어요.”
  “가믈리엘은 어디 있습니까? 요셉과 니고데모는요? 요셉의 친구 엘르아잘과 가아스의 요한도 보이지 않는데요?”
  “가믈리엘은 큰 속죄를 하는 중이고, 요한은 오늘 저녁 몸이 아픈 임신한 아내 곁에 있지요. 엘르아잘은.. 왜 안왔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 뜻밖에 몸이 불편할 수 있지 않소? 요셉과 니고데모에게는,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당신의 명예를 걱정해서 이번 비밀회의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혹 실패하는 불행한 경우에 당신의 이름이 선생에게 일러 바쳐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우리는 당신의 이름을 보호하고, 조국을 구하는 새 마카베오인 당신을 생각합니다.”
  “마카베오는 훌륭한 투쟁을 했지만… 나는 배반을 꾸미고 있는 것입니다.”
  “행위의 지엽적인 것을 보지 말고 목적의 옳음을 보시오. 금의 율법학자 사독, 당신이 말하시오. 당신의 입에서는 귀중한 말들이 흘러 나옵니다. 가믈리엘은 박식하지만, 당신은 지혜롭습니다. 당신의 입술에는 하느님의 지혜가 있으니까요. 아직 망설이는 사람에게 당신이 말하시오.”
  사독(Sadoc)이라는 든든하게 생긴 재칼같은 인간이 앞으로 나오고 늙어빠진 가나니아가 함께 나온다. 튼튼하고 사나운 교활한 재칼 곁에 잇는 해골같이 죽어가는 여우처럼 보인다.
  “하느님의 사람이여, 들으시오!” 사독은 오른팔을 쳐들어 웅변조의 몸짓을 취하고 왼팔은 그의 율법학자 복장이 만들어 놓는 뒤엉킨 그 모든 주름을 떠받치는 일을 하며, 영감을 받은 웅변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허식만 차리며 시작한다. 곧 왼팔까지도 들어서 그의 엄청난 옷의 주름이 펴져 무질서하게 되게 내버려두고, 얼굴과 팔을 천정 쪽으로 올리고 고함을 지른다.
  “내가 당신에게 이 말을 하오! 나는 하느님의 지극히 높으신 현존 앞에서 당신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이오!”
  “마라나 타! (주여 오소서!)”
  위에서 바람이 불어 그들의 몸을 휘게 하는 것처럼 모두가 몸을 굽혔다가 팔을 가슴에 십자 모양으로 얹고 몸을 일으키며 되풀이한다.
  “내가 당신에게 말하지만, 이것은 우리 역사와 우리 운명의 책에 씌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나긴 세월이 남긴 표적과 그림에 씌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에집트인들에게 불길하였던 밤 이후로 중단되지 않은 의식에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사악의 얼굴에 씌여져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벨의 얼굴에 씌여져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씌어져 있는 것은 실현되어야 합니다!”
“마라나 타!” 다른 사람들은 둔해진 음산한 목소리를 맞추어 말하며, 같은 몸짓과, 환상적인 빛을 발하는 엷은 자주색 운모로 둘러싼 방 양 끝의 큰 촛대 두 개의 괴상한 불빛을 받는 얼굴로 암시를 준다. 거의 모두가 흰 옷을 입은 이 사람들의 모임은 흩어진 불빛으로 한층 더 창백하고 더 올리브 빛깔이 된 그들 종족 특유의 창백한 올리브 빛깔과 더불어 정말로 유령의 모임 같다.
  “하느님의 말씀이 이 신의(神意)를 뚜렷하게 하기 위하여 예언자들의 입술에 내려왔습니다. 그는 죽어야 한다고! 이렇게 말해졌습니다!”
  “이렇게 말해졌습니다! 마라나 타!”
  “그는 죽어야 합니다! 그의 운명은 쓰여있습니다!”
  “그는 죽어야 합니다! 마라나 타!”
  “그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은 가장 세밀한 것까지 묘사되어 있으니, 운명을 깨뜨리지는 못합니다!”
  “마라나 타!”
  “언약의 성취를 위하여 하느님의 연장이 될 사람에게 주어질 상징적인 값까지도 정해져 있습니다.”
  “정해져 있습니다! 마라나 타!”
  “구속자로나 거짓 선지자로나, 그는 죽어야 합니다!”
  “그는 죽어야 합니다! 마라나 타!”
  “때가 왔습니다! 야훼께서 그것을 원하십니다! 나는 그분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 목소리는 이렇게 외칩니다! ‘그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극히 높으신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마라나 타!”
  “하늘이 야헬과 유딧에게 주셨던 것과 같이, 당신에게 용기를 주시기를! 이 두 사람은 여자면서 영웅이 되었다. 아버지이면서 딸을 조국에 제물로 바칠 수 있었던 예프테에게 주셨던 것과 같이,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에게 주셔서, 백성들의 기억 속에 이스라엘이 영원히 남아 있게 한 행동을 완수하신 것과 같이!”
  “하늘이 당신에게 용기를 주시기를! 마라나 타!”
  “당신이 승리자가 되기를!”
  “당신이 승리자가 되기를! 마라나 타!”
  가나니아(Canania)의 쉬고 늙은 목소리가 올라온다. “신성한 명령 앞에서 망설이는 자는 불명예와 죽음의 선고를 받느니라!”
  “선고를 받습니다. 마라나 타!”
  “만일 그대가 주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를 원치 않고, 하느님께서 우리의 입을 통하여 그대에게 명령하시는 것을 행함으로 그분의 명령대로 행하지 않으면 모든 저주가 그대 위에 떨어질지어다!”
  “모든 저주가! 마라나 타!”
  “주께서 모세의 모든 저주로 그대를 치시고 그대를 만방에 흐트러 놓으실 지어다!”
  “그대를 치시고 흐트러 놓으시기를! 마라나 타!”

  죽음과 같은 정적이 암시적인 이 광경을 뒤따른다.
  드디어 유다의 목소리가 올라온다. 목소리가 어떻게나 변하였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이다.
  “예, 하겠습니다. 나는 그것을 해야 하고, 하겠습니다. 벌써 모세의 저주의 끝부분이 내게 관계되는 것인데, 내가 벌써 너무 지체했기 때문에 거기서 나와야 합니다. 나는 중단도 휴식도 없고, 마음은 놀라고 눈은 허둥거리고 영혼은 슬픔으로 들볶여서 미칠 지경입니다. 내 양다리 걸치기가 그에 의해 발각이 되어 벼락이 떨어질까봐 벌벌 떨며 – 그가 내 생각을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지를 정말 모르겠으니까요 – 내 목숨이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을 졸이는 공포 때문에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아침 저녁으로 빕니다. 내가 완수해야 하는 소름끼치는 일 때문에 말입니다. 오! 이 시간을 앞당여 주시오! 나를 괴롭히는 극단의 불안에서 나를 구해 주시오! 모든 것이 완수되기를! 즉시! 지금 당장! 그래서 내가 해방되게 해주시오! 자!”
  유다의 목소리는 말하는데 따라서 억세어지고 커졌다. 처음에는 몽유병자의 몸짓과 같이 무의식적이고 불확실하던 그의 몸짓이 자유롭고 자발적인 것이 되었다. 그는 악마와 같은 아름다움에 취하여 몸을 다시 꼿꼿이 세우고 외친다.
  “어리석은 공포의 결박아 풀려라! 나는 무서운 예속에서 풀려났다. 그리스도! 나는 이제 너를 두려워하지 않고 네 원수들에게 넘겨준다! 자!”
  승리한 마귀의 외침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문을 향하여 과감히 나간다. 그러나 그들은 유다를 붙잡는다.
  “천천히! 나자렛의 예수가 어디 있는지 말하시오.”
  “베다니아의 라자로의 집에.”
  “충직한 하인들이 지키고 있는 그 집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요. 로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의 집이요. 우리는 틀림없이 귀찮은 일을 당하게 될것이오.”
  “새벽에 우리는 시내로 옵니다. 벳파게 길에 감시인들을 배치하고 소란을 피워서 그를 잡으시오.”
  “그가 그 길로 해서 올지 어떻게 아시오? 다른 길로 해서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그 길로 해서 에브라임 문으로 시내에 들어갈 터이니까 엔 로겔 근처에서 자기를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그를 그 전에 붙잡으면…”
  “그렇게는 못합니다. 우리는 그와 함께 감시인들 사이로 시내에 들어가야 할 터인데, 성문으로 가는 모든 길과 시내의 모든 거리는 새벽부터 밤까지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어요. 소동이 일어날 터인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성전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그를 불러 따로 방에서 심문하시오. 대사제의 이름으로 부르시오. 그 사람은 자기 생명보다도 여러분을 더 존중하니까 올 것입니다. 그 사람 혼자 여러분과 같이 있게 되기만 하면.. 여러분은 그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유리한 시간에 선고를 내릴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역시 소동이 있을 것입니다. 군중이 그에 대해서 광신적이라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소. 서민들 뿐 아니라 고위층 사람들과 이스라엘의 기대가 되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가믈리엘은 제자들을 잃고, 요나타스 벤 우지엘도 그렇고, 우리 중의 다른 사람들도 그래요. 모두가 그자에게 매혹되어서 우리를 떠납니다. 이방인들까지도 그자를 존경하거나 두려워하는데, 이것은 벌써 존경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만일 우리가 그자를 학대하면 우리에게 반항할 차비를 차리고 있어요.
  게다가 거짓 제자가 되어 싸움을 벌이라고 매수했던 어떤 도둑들이 붙잡혔는데, 그들은 밀고하면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을 희망하여 말을 해버렸습니다. 총독도 알고 있지요… 우리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모든 사람이 그자를 따르고 있어요. 군중이 눈치채지 못하게 술책을 써서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요, 그렇게 해야합니다! 안나도 그렇게 하라고 부탁하거든요. 안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이 명절 때에 일어나서는 안되고, 광신적인 군중 사이에 소란이 일어나도 안된다.’하고. 안나는 성전과 다른 곳에서 그를 정중하게 다루고, 그를 속이기 위해서 그를 괴롭히지 말라고 하는 명령까지 내리면서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나는 오늘 밤에 하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는데, 여러분은 망설이시니…”
  “이것 보시오. 당신은 그가 혼자 있을 때 우리를 그에게 데려가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자의 습관을 알지요. 당신이 우리에게 보낸 편지에 그자가 다른 제자들보다 당신을 곁에 둔다지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자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를 알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준비하고 있겠으니, 당신이 때와 장소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에 오시오. 그러면 우리가 가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떤 보상을 받게 됩니까?” 유다는 무슨 흥정이라도 하는 듯이 태연하게 말한다.
  “영감받은 말씀에 충실하기 위해, 예언자들이 말한 것. 즉 30 데나리온 은화요…”
  “사람 하나를, 그것도 그 사람을 죽이는데 30 데나리온이요? 이 명절에 어린 양 한 마리 값을 말입니까? 여러분들은 미쳤군요! 물론 내가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장만해 둔 것이 상당히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를 항상 사랑한 사람을 배반하는 내 고통의 댓가 치고는 너무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에게 무엇을 해 주겠는지 말했습니다. 영광과 명예! 그자에게서 당신이 기대했다가 얻지 못한 것을 말입니다. 우리가 당신의 실망을 말끔히 없애겠습니다. 하지만 값은 예언자들에 의해 정해졌습니다! 오! 하나의 형식이지요! 하나의 상징이지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나머지는 그 후에 올 것입니다…”
  “그러면 돈은 언제 받지요?”
  “당신이 ‘도와주시오’하는 그 때에. 그 전에는 안됩니다. 상품을 손에 넣기 전에 돈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아마 이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모양이지요?”
  “공평합니다. 그러나 액수를 적어도 세 곱절 하십시오…”
  “안됩니다. 이것은 예언자들의 말이니, 그대로 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언자들에게 복종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언자들이 그에 대해서 말한 것을 점 하나도 빼놓지 않을 것입니다. 자! 자! 자! 우리는 영감에서 나온 말에 충실합니다. 자! 자! 자!”
  해골같은 가나니아가 웃으면서 말한다. 혐오감을 일으킨다. 그러자 여러 사람이 진실성 없이 음험하고 음산한 냉소를 하면서 덩달아 찬성하는데, 정말 마귀의 웃음같다. 미소는 차분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지만, 냉소는 흔들리고 원한이 가득 차 있는 마음의 것이기 때문이다.

  “말 다 했습니다. 당신은 가도 됩니다. 우리는 새벽을 기다려서 여러 길로 해서 시내에 들어갈 것입니다. 잘 가시오. 평화가 당신과 함께, 길을 잃었다가 아브라함의 품으로 돌아오는 양인 당신과 함께 있기를.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또한 이스라엘 전체의 감사를 받으시오! 우리를 믿으시오! 당신의 소원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율법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가장 충실한 모든 종들과 같이 계셨던 것처럼 당신과 같이 계시기를! 모든 축복이 당신에게 내리기를!”
  포옹을 하고 사랑의 맹세를 하면서 그들은 유다를 출입구까지 배웅한다. 반쯤 어두컴컴한 복도를 통하여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대문의 소리, 빗장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몹시 기뻐하며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목소리 두셋만이 들려오는데, 덜 악마같은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그래 이제는, 시몬의 유다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우리가 저 시시한 30 데나리온 말고는 다른 약속한 것들을 그에게 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가 우리에게 배반당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무엇이라고 말하겠습니까? 우리가 더 큰 손해를 자초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백성들에게 가서 말하지 않을까요? 그가 결심이 굳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그렇게 걱정을 하다니 정말 순진하고 어리석군요! 우리가 유다에게 할 일은 벌써 결정했습니다. 지난번에 결정했어요.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우리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일이 모두 끝나면 유다는 죽을 것입니다. 얘기는 끝난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그전에 말을 하면요?”
  “누구에게? 제자들과 백성에게요? 돌에 맞아 죽으려구요? 말 못할 것입니다. 그의 행동의 끔찍함이 그의 입마개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리고 나서 뉘우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미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의 가책이 눈을 뜨면, 그를 미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될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전에 손을 쓸 것입니다. 매사는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우선 나자렛 사람이고, 다음에는 그의 배반자입니다.” 엘키아가 무섭게 느릿느릿 말한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조심! 결석자들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맙시다. 그들은 우리 생각을 벌써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나는 요셉과 니고데모를 믿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별로 믿지 않습니다.”
  “가믈리엘을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그 사람이 여러 달 전부터 우리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대사제의 직접적인 명령이 없으면, 그 사람은 우리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으며 작품을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엘르아잘과 요한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오! 그 사람들은 우리를 반대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내가 전에 아리마태아의 요셉과 같이 본 적이 있는 최고법원 판사 한 사람이 즉시 말하는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를 너무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자! 자! 자! 그런데 그 사람들을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최고법원에 뱀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자! 자! 그러나 그들은 쫓겨날 것입니다. 자! 자! 자!”
  가나니아가 지팡이에 의지하며 몸을 구부리고 떨면서, 방의 벽에 기대어 놓은 넓고 낮고 두툼한 양탄자를 깐 의자 중의 하나에 편안한 자리를 찾아 걸어가면서 말한다. 그는 만족하여 거기에 눕는다. 악의에 찬 늙음으로 인하여 혐오감을 주는 모습으로 이내 얕은 잠이 든다.
  사람들은 그를 살펴본다. 도라의 아들 도라가 말한다.
  “이분은 이 날을 보는 만족을 누리시는군요. 내 아버지도 이날을 열망하셨지만 못보셨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 속에 아버지의 정신을 간직해서 우리가 나자렛 사람에게 원수를 갚는 날 거기 계셔서 기쁨을 누리시게 하겠습니다…”
  “우리가 번갈아가며, 그리고 한꺼번에 여럿이 줄곧 성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성전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시몬의 유다가 어떤 시간에나 대사제에게 안내되도록 명령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는 결말을 위해 우리 마음을 준비합시다.”
  “벌써 했습니다! 벌써 했어요!”
  “약삭 빠르게.”
  “약삭 빠르게.”
  “약게.”
  “약게.”
  “일체의 의심이 없도록.”
  “모든 사람의 마음이 끓도록.”
  “그자가 무슨 말을 하든지 반응을 보이지 맙시다. 모든 원수를 한번에 갚읍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무자비한 복수가 될 것입니다.”
  “완전한!”
  “무서운!”
  그리고 그들은 새벽을 기다리는 동안 쉬려고 자리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