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붙잡히신 작은 광장에서 키드론 개울로 가는 돌이 많은 작은 길, 그리고 키드론 개울에서 시내 쪽으로 가는 길로 고통스러운 걸음이 시작된다. 그리고 즉시 조롱과 학대가 시작된다.
  예수께서는 마치 위험한 미친 사람이기나 한 것처럼 손목과 허리까지 밧줄로 묶이시고 그 끝이 증오에 취하다시피한 열광자들에게 맡겨져 있으므로 성난 개떼에게 넘겨 준 걸레처럼 이쪽 저쪽으로 끌려가신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자들이 자라면 그래도 용서할 만할 것이다. 그런데 그자들이 비록 외양으로 밖에는 인간다운 것이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고통을 더 주기 위하여 밧줄을 반대로 매서 하나는 손목만 꼼짝 못하게 하여 할퀴고 까칠까칠한 마찰로 톱질을 하며, 허리를 묶은 또 하나의 밧줄은 팔꿈치를 흉곽에 대고 밀어 붙여 간과 콩팥을 몹시 괴롭히면서 배 위쪽을 톱질하고 죄며, 거기에 큰 매듭을 만들어 놓았고, 밧줄 끝을 쥐고 있는 자가 가끔 밧줄 끝을 채찍처럼 써서 때리며 이렇게 말한다. “이랴! 가! 빨리가, 이 바보야!” 그러면서 고문당하는 분의 오금을 발길로 차기도 하니 그분은 비틀거리시는데, 다만 넘어지지 않으시는 것은 밧줄로 서 있도록 지탱이 되시기 때문이다. 그래도 손을 맡은 자가 오른쪽으로 끌고 하는 바람에 예수께서는 낮은 담장과 나무줄기에 부딪치시고, 키드론 개울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시려는 순간에 심한 매를 맞으신 것 때문에 예수께서는 작은 다리의 난간에 탁 쓰러지신다. 타박상을 입은 입에서 피가 난다. 예수께서는 수염을 더럽히는 피를 씻으시려고 묶인 손을 드시며 말씀을 안 하신다. 그분은 참으로 자기를 몹시 괴롭히는 사람을 물지 않는 어린 양과 같다.
  그 동안 사람들은 개울 모래톱에 내려가서 돌과 조약돌들을 주워, 밑에서는 맞히기 쉬운 과녁을 향하여 돌팔매질이 시작된다. 과연 행렬은 사람들이 서로 거북하게 하여 몰려 있는 좁고 별로 안전하지 못한 다리 위에서 느려졌고, 돌들이 예수의 머리와 어깨를 때린다. 그리고 예수뿐 아니라 예수를 호송하는 자들도 때리니 그들은 몽둥이를 내지르고 바로 그 돌들을 던져 반항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예수의 머리와 목을 때리는 데 소용된다. 그러나 다리에서 사람들이 빠져 나오고 이제는 좁은 골목길이 뒤섞인 군중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것은 달이 기울기 시작하여 이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비추지 못하고, 또 혼잡한 가운데 많은 횃불이 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엾은 박해받는 이를 보는 데에는 증오가 빛을 대신하고, 또 예수의 큰 키가 고문을 쉽게 하기도 한다. 예수께서 모든 사람 중에서 제일 크시다. 그러므로 그분을 때리기가 쉽고 머리를 잡아채서 난폭하게 뒤로 젖히기가 쉽다. 그 얼굴에다 오물 한 줌을 던지니 그것이 자연 예수의 입과 눈으로 들어가서 구역질을 나게 하고 괴로움을 준다.
  이제는 예수께서 그렇게도 많은 은혜를 베푸시고 애무를 하여 주신 변두리 동네인 오벨 변두리를 지나가기 시작한다. 군중은 소리를 질러 자는 사람들을 문지방으로 불러낸다. 여자들은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고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무서워서 달아나는데, 남자들은– 그분에게서 병나음이나 도움을 받거나 친절한 말을 들었던 그 남자들– 적어도 태평한 체하면서 무관심으로 머리를 숙이거나 호기심에서 원한과 냉소와 위협의 몸짓으로 옮겨가고 고통을 주기 위하여 행렬을 따라가기도 한다. 사탄이 벌써 일을 시작하였다‥‥.
  예수께 모욕을 주기 위하여 그분을 따라가려고 하는 남자들, 그의 아내가 팔을 붙잡으며 부르짖는다. “비겁해요! 당신이 살아 있는 건 그분 덕택인데, 당신은 속이 썩어 문드러진 밉살스런 사람이에요. 잘 기억해둬요!” 그러나 여자는 그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남자에게 못 견딘다. 그리고 남자는 박해받는 이를 따라잡으려고 뛰어와서 그분의 머리에 돌을 하나 던진다.
  나이든 다른 여인은 하이에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저도 매를 때리려고 몽둥이를 들고 달려가는 아들의 길을 막으려고 애쓰며 외친다. “네 구세주를 죽이는 놈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렇게 못한다!” 그러나 불쌍한 그 여인은 아들의 거칠은 발길질로 인하여 쓰러지며 부르짖는다. “하느님을 죽이고 어미를 죽이는 놈아! 네가 두 번째 찢어놓는 어미의 가슴과 네가 때리는 메시아 때문에 저주를 받아라!”
  시내가 가까워질수록 난폭함은 점점 더해 간다.
  성곽에 도착하기 전에–그런데 성문들은 벌써 열려 있고 로마 군인들은 무기를 발치에 내려놓고 소란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진전하는지 살펴보며 로마의 위신이 손상되면 개입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요한은 베드로와 같이 거기에 와 있다. 나는 이들이 다리 상류에서 키드론 개울을 건너 지름길로 해서 제 걸음걸이를 스스로 방해하면서 천천히 가는 군중을 빨리 앞서서 거기 도착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성곽 못 미쳐 작은 광장 근처에 있는 어떤 집 입구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 있다. 그들은 얼굴을 가리기 위하여 겉옷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도착하시자 요한은 그의 겉옷이 흘러내려 오게 내버려두어 성곽 저쪽에 있는, 그리고 예수를 잡은 순라군들이 토펫이라고 부르는 것을 내가 들은 야산 뒤로 사라지기 전에 아직 비추고 있는 달빛에 그의 창백하고 당황한 얼굴을 드러낸다. 베드로는 감히 얼굴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나 예수의 눈에 띄려고 앞으로 나아간다‥‥예수께서는 그들을 바라다보시고‥‥무한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신다. 베드로는 손을 눈에 대고 그가 있던 어두컴컴한 구석으로 돌아가는데, 몸이 구부정하고 늙어서 벌써 하나의 나약한 사람이다. 요한은 있던 자리에 용감하게 그대로 있다가 요란스러운 군중이 지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베드로 있는 곳으로 도로 간다. 그는 베드로의 팔꿈치를 붙잡고 마치 앞못보는 아버지를 인도하는 소년인 것처럼 그를 인도하여, 두 사람은 요란스러운 군중의 뒤를 따라 시내로 들어간다.
  놀라거나 조롱하거나 몹시 슬퍼하는 로마 군인들의 부르짖음이 들려온다. 그중 한 사람은 이 “바보 같은 유순한 사람” 때문에 그를 일어나게 한 자들을 저주하고, 또 한사람은 “계집애 같은 녀석을 잡을” 수 있는 유다인들을 저주하고, 또 한 군인은 “그가 늘 지극히 착한 사람인 것을 본” 희생자를 불쌍히 여기고, 또 한 군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저분이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죽여주는 것을 더 낫게 여기겠다. 저분은 위인이니까. 내 숭배가 가는 것은 이 세상에 이 두 가지다. 저분과 로마.”
  “아이고!” 하고 계급이 가장 높은 군인이 외친다. “나는 귀찮은 일은 싫다. 나는 연대 기수(旗手)를 만나러 가겠다. 그가 권리 있는 사람에게 말할 생각을 하라지. 나는 게르만인들과 싸우라고 보내지고 싶지는 않다. 이 히브리인들은 냄새가 나쁘고 뱀과 같은 자들이고 귀찮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곳 생활은 안전하니 여기서 내 근무연한을 마칠 생각이다. 그리고 폼페이 근처에는 내 어린 딸이 있단 말이야!‥‥
  나는 성전으로 가는 비탈진 에움길이 된 길로 나아가시는 예수를 따라 가느라고 나머지 말은 놓쳤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예수를 데려 가려고 하는 안나의 집을 보니 시온 언덕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성전이라는 이 미궁(迷宮) 속에 들어 있기도 하고 들어 있지 않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하겠다. 그 집은 시온 언덕 끝 일련의 성곽이 있는 근처에 있는데, 성곽들은 이 곳에서부터 회랑들과 마당으로 이어지며 언덕 중턱을 거쳐 뻗어 엄밀한 의미의 성전, 즉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의 예배의 여러 가지 표시를 하기 위하여 가는 성전의 구내에 이른다. 담에는 쇠를 입힌 높은 대문이 나 있다. 그 대문 쪽으로 자원해서 나선 잔인한 사람들이 달려가서 난폭하게 두드린다. 대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그들은 문을 열려고 온 하녀를 쓰러뜨리고 거의 밟다시피 하면서 안으로 몰려들어가, 아우성치는 군중이 잡히신 분을 에워싸고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그리고 들어가서는 대문을 닫고 빗장을 지른다. 아마 로마나 나자렛 사람의 지지자들이 무서워서 그러는 모양이다.
  그분의 지지자들! 그들은 어디 있는가?‥‥
  그들은 입구의 안마당을 가로질러 간 다음 넓은 마당과 통로와 또 다른 문과 또 다른 마당을 건너가, 예수를 끌고 세 단을 올라가게 하고 마당위로 우뚝 솟은 홍예문들을 거의 뛰다시피하며 건너지르게 한다. 그것은 어떤 으리으리한 넒은 방에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방에는 제관 옷을 입은 나이 든 사람이 있다.
  “안나여, 하느님이 당신을 위로하시기 바랍니다.”하고 장교 같은 자가 말한다. 저 악당들을 지휘하는 불량배를 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여기 죄인을 데려왔습니다. 나는 이스라엘이 죄를 깨끗이 씻을 수 있도록 그를 성하께 바칩니다.”
  “하느님께서 그대의 총명과 믿음 때문에 그대에게 축복을 주시기 바라오.”
  하찮은 총명도 다 있다! 예수의 목소리만 듣고도 그들은 게쎄마니에서 땅에 쓰러졌던 것이다.
  “당신은 누구요?”
  “나자렛 사람 예수, 선생이고 그리스도요. 그리고 당신이 나를 알고 있소. 나는 어둠 속에서 행동하지 않았소.”
  “어둠 속에서 행동하지는 않았소. 맞았소. 하지만 당신은 엉큼한 가르침으로 군중들에게 길을 잘못 들게 하였소. 성전은 아브라함의 자손들의 영혼을 보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소.”
  “영혼! 이스라엘의 사제, 당신은 이 백성의 가장 보잘 것 없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의 영혼을 위하여 고통을 당했다고 말 할 수 있소?”
  “그러면 당신은? 고통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을 한 것이 무엇이오?”
  “내가 무엇을 했느냐구요? 왜 그것을 나에게 묻소? 이스라엘 전체가 거기 대하여 말하고 있소. 성도(聖都)에서 가장 하찮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돌들조차 내가 무엇을 하였는지 전하려고 말을 하오. 나는 소경들의 눈을 뜨게 하였소. 육체의 눈과 마음의 눈을. 나는 귀먹었던 사람들의 귀를 뚫어 땅의 목소리와 하늘의 목소리를 듣게 하였소. 나는 불구자와 중풍환자들을 걷게 하여 우선 육체로 하느님을 향하여 걸어가고, 다음에는 정신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였소. 나는 나환자들을 깨끗하게 하였소. 모세의 율법에 특기된 나병과 하느님 곁에서 지저분하게 만드는 나병, 즉 죄를 깨끗이 씻어 주었소. 나는 죽은 사람들을 다시 살렸소. 나는 육체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을 위대한 일이라고 말하지는 않소. 그러나 죄인을 구해 내는 것은 위대한 일이고, 나는 그것을 하였소. 나는 탐욕스럽고 돈 많은 히브리 사람들에게 이웃에 대한 사랑의 거룩한 계명을 가르침으로써, 그리고 많은 황금이 내 손을 거쳐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대로 있음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였고, 재산을 가지고 있는 당신 모두들보다도 나 혼자서 더 많은 눈물을 닦아주었소.
  끝으로 나는 이름이 없는 재물, 즉 계율에 대한 지식, 하느님에 대한 지식과 우리 모두가 평등하고, 아버지의 거룩하신 눈으로 보실 때에는 눈물이나 죄악이 분봉왕이나 대사제가 흘리고 저질렀거나 거지와 길가에서 죽어 가는 나환자가 흘리고 저질렀거나 평등하다는 확신을 주었소. 내가 한 것은 이것이고,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소.”
  “당신이 당신 자신을 고발한다는 것을 아오? 당신은 하느님의 눈에 사람들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나병들이 모세에 의하여 특기되지 않았다고 말했소. 당신은 모세를 모욕하고 그의 율법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오‥‥.”
  “모세의 율법이 아니라 하느님의 율법이오. 그것은 사실이오. 육체의 불행이 끝이 있는 나병보다도 정신의 불행이고 또 영원한 불행인 죄가 더 중대하다고, 그만큼 더 중대하다고 언명하오.”
  “당신은 감히 죄를 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오?”
  “깨끗하게 하는 약간의 물과 수양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죄를 무효로 하고 그것을 갚고 그것에서 깨끗해지도록 허락되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데, 어떻게 내 눈물과 내 피와 내 의지가 그렇게 할 수 없겠소?”
  “당신이 죽지 않았는데, 피가 어디 있단 말이오?”
  “내가 아직은 죽지 않았소. 그러나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므로 죽을 것이오. 시온이 존재하지 않을 때, 모세가 없을 때, 야곱이 있지 않을 때, 아브라함이 있지 않을 때, 악의 왕이 사람의 심장을 물어 그와 그의 자손들에게 해독을 줄 때에 하늘에 기록되었소. 땅에서는 예언자들의 말이 들어 있는 성서에 기록되어 있소.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록되어 있소. 당신의 마음속에, 가야파와 최고회의 의원들의 마음속에 기록되어 있소. 나를 용서하지 않는 마음들이오. 그렇소. 이 마음들은 내가 착한 것을 용서하지 않소. 나는 내 피를 미리 써서 죄를 사하였소. 이제 나는 이 피에 목욕하는 것으로 사죄를 완성하오.”
  “당신은 우리더러 탐욕스럽고 사랑의 계명을 모른다고 말하는데‥‥.”
  “그래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이오? 당신들은 왜 나를 죽이시오? 왜 내가 당신들의 지위를 빼앗을까봐 겁을 내시오? 오! 겁내지 마시오. 나의 나라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오. 나는 당신들이 어떤 권력이든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오. 영원하신 분은 당신들을 즉사시켜 쓰러지게 할 ‘그만하면 됐다’하는 말을 언제 해야 할지를 알고 계시오‥‥.”
  “도라처럼 말이오, 응?”
  “그 사람은 하늘의 격노로 죽은 것이 아니고 성이 나서 죽었소. 하느님께서 그에게 벼락을 내리시려고 저편에서 기다리고 계셨소.”
  “그래 당신은 그 친척인 내게 그 말을 되풀이한단 말이오? 감히?”
  “나는 진리요, 진리는 결코 비겁하지 않소.”
  “교만하고 미친 자!”
  “아니오, 진실한 것이오. 당신은 내가 당신들을 모욕한다고 비난하지만, 혹 당신들은 모두 서로 미워하지 않소? 당신들은 서로 미워하오. 지금은 나에게 대한 증오가 당신들을 일치시키고 있소. 그러나 내일 나를 죽이고 난 다음에도 증오가 당신들 가운데 다시 올 것이고, 더 사납게 되어 올 것이오. 그래서 당신들은 그 하이에나를 등에 업고 그 뱀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 것이오. 나는 세상을 불쌍히 여겨 사랑을 가르쳤소. 나는 탐욕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라고 가르쳤소. 무엇을 잘못했다고 나를 비난하오?”
  “새 교리를 가져왔다고 비난하는 것이오.”
  “오, 사제 양반! 이스라엘에는 새로운 교리가 우글거리고 있소. 에세파 사람들은 그들의 교리를,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그들의 교리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들의 교리를 가지고 있고, 각자가 비밀의 교리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그것이 쾌락이라고 불리고,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황금이라고, 또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권력이라고 불리는 것이오. 각자가 그의 우상을 가지고 있소. 나는 그렇지 않소. 나는 영원하신 하느님 내 아버지의 짓밟힌 율법을 다시 가지고 그저 십계명의 열 가지 명제를 말하려고 다시 왔소. 그것들을 이제는 알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마음속에 집어넣기 위하여 내 폐를 말리다시피 하였소.”
  “끔찍한 일이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이오! 사제인 나에게 그 말을 한단 말이오? 이스라엘에는 성전이 없단 말이오? 우리는 바빌론에서 귀양살이하는 사람 같단 말이오? 대답하시오.”
  “당신들은 그런 사람들이고, 그보다 한층 더한 사람들이오. 성전이 있기는 하오. 그렇소. 건물은 있지요. 그러나 하느님은 거기 안 계시오. 하느님께서는 당신 집에 있는 가증스런 반종교적인 것을 보시고 피하셨소. 내 죽음이 결정되었는데 왜 이러한 말을 묻는 것이오?”
  “우리는 암살자가 아니오. 우리는 증명된 죄에 대하여 우리가 그렇게 할 권리가 있으면 죽이오. 하지만 나는 구하고 싶소. 말하시오. 그러면 당신을 구해 주겠소. 당신 제자들이 어디에 있소? 당신이 제자들을 내게 넘겨 주면 당신을 풀어 주겠소. 모든 제자의 이름을, 그리고 알려진 제자들보다도 비밀의 제자들을 더 말이오. 말해 보시오. 니고데모는 당신 편이지요? 또 요셉도? 엘르아잘도? 가믈리엘도? 그리고‥‥하지만 가믈리엘에 대하여는 내가 알고 있소‥‥ 그러니 필요없소. 말하시오. 말해요.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나는 힘이 있소.”
  “당신은 진흙같은 사람이오. 나는 진흙같은 사람에게 밀정의 직업을 그대로 맡겨두겠소. 나는 빛이오.”
  경비원 하나가 예수를 주먹으로 한 대 친다.
  “나는 빛이오. 빛이고 진리요.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말하였고 유다 인들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으며 비밀리에 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소. 거듭 말하지만 왜 내게 질문을 하오? 내가 말한 것을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 그들이 내가 한 말을 알고 있소.”
  다른 경비원 하나가 예수의 뺨을 치면서 이렇게 말한다. “대제관께 그렇게 대답한단 말이냐?”
  “나는 안나에게 말하고 있소. 대제관은 가야파요. 나는 노인께 마땅히 드려야 하는 경의를 가지고 말하고 있소. 그러나 당신 생각에 내가 말을 잘못한 것 같거든 그것을 증명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왜 나를 치오?”
  “가만들 두어라. 내가 가야파를 만나러 가겠다. 너희들은 내가 달리 결정할 때까지 여기서 그를 지키고 있어라.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게 하여라.” 안나가 나간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그렇다. 말씀이 없다. 경비원 모두를 무서워하지 않고 감히 문간에 그대로 남아 있는 요한에게 조차도 말씀을 안 하신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말씀 없이도 그에게 명령을 주시는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요한이 매우 괴로워하는 눈길을 보이고 나서 거기에서 나갔고 그래서 내가 그를 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간수들 가운데 남아 계시다. 밧줄로 치고,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고, 발길질을 하고, 머리칼을 잡아 뽑고, 하인 하나가 와서 잡힌 사람을 가야파의 집으로 데려오라고 말하는 순간까지 예수께 남아 있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여전히 결박을 당하신 채 매를 맞으시며 다시 회랑들 밑으로 나오시어 그것들을 지나 어느 출입문까지 가신 다음, 금요일 새벽이 시작되면서 밤이 추워지고 바람이 불기 때문에 많은 무리가 불을 피워 놓고 몸을 녹이는 마당을 건너질러 가신다. 베드로도 요한과 같이 적의를 품은 무리에 섞여 있는데, 그곳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상당한 용기가 있음이 틀림없다‥‥예수께서는 그들을 바라보시며 매를 맞아 벌써 부어오른 입에 약간의 미소를 띠신다.
  회랑과 안뜰과 마당과 복도들을 거쳐가는 먼길이다. 그러나 성전 사람들은 어떤 집들을 가지고 있었던가?
  대제관 집 울타리 안에는 군중이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안나의 집 안 뜰로 다시 밀려나온다. 예수만이 홀로 경비병들과 사제들 사이로 걸어가신다. 예수께서는 큰방으로 들어가시는데, 그 방은 한가운데에 공간을 남겨놓고 세 쪽에 말굽쇠 모양으로 배치된 많은 의자들 때문에 그 장방형 형태를 잃은 것 같다. 공간 저 쪽에는 단 위에 올려놓은 안락의자 두세 개가 있다.
  예수께서 들어가려고 하시는데 유다인들의 스승 가믈리엘이 예수 계신데로 왔다. 간수들은 이스라엘의 스승에게 들어갈 자리를 내 주라고 잡힌 이에게 매질을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스승은 석상같이 뻣뻣하고 엄숙하게 발걸음을 늦추고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채 겨우 입술만을 움직여 “당신은 누구요? 말해 주시오”하고 말한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부드럽게 “예언서들을 읽으시오. 그러면 해답을 얻을 것입니다. 첫째 표시는 예언서들에 있소. 다른 표시는 이제 올 것이오.”하고 말씀하신다.
  가믈리엘은 겉옷을 여미며 들어가고 그의 뒤로 예수께서 들어가신다. 가믈리엘이 자리에 가서 앉는 동안 사람들은 예수를 방 한가운데로, 대제관 앞에 끌고 간다. 그는 진짜 살인범 같은 얼굴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최고회의 의원들이 모두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그런 다음 회의가 시작된다. 그러나 가야파는 두세 군데 빈 의자를 보고 묻는다.
  “엘르아잘은 어디 있소? 또 요한은 어디 있고?”
  젊은 율법학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일어나 몸을 굽히면서 말한다. “그분들은 오기를 거절했습니다. 여기 편지가 있습니다.”
  “그것을 보관하고 기록하도록 하시오. 그들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오. 이 회의의 거룩한 의원들은 이 사람 문제에 대하여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내가 말하겠습니다. 내 집에서 저 사람은 안식일을 위반했습니다. 하느님을 두고 맹세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이스마엘 벤 파비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피고, 이것이 사실이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나는 저 사람이 저명한 창녀들과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언자인 체 하면서 저 사람은 그의 소굴을 창가(娼家)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이방인 여자들을 가지고 말입니다. 나하고 같이 사독과 콜라세보나와 안나의 피신탁자인 나훔도 있었습니다. 내 말이 반박되어 마땅하면 반박을 하시오.”
  “사실입니다. 사실이에요.”
  “당신은 뭐라고 말하겠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저 사람은 우리를 조롱하고 조롱하게 만들 기회는 놓치질 않았습니다. 천민들이 저 사람 때문에 우리를 이제는 사랑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 사람들의 말이 들리오? 당신은 거룩한 의원들을 모독하였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이 사람은 마귀가 들렸습니다. 에집트에서 돌아와서 마술을 행합니다.”
  “어떻게 그것을 증명하시오?”
  “내 믿음과 율법의 판(板)을 걸고 맹세합니다.”
  “중대한 고발이오. 변명을 하시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당신의 직무는 불법이오. 당신도 그것을 알고 있소. 그 죄 죽어 마땅한 것이오. 말하시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회의가 불법이오. 시므온, 일어나거라, 가자” 하고 가믈리엘이 말한다.
  “아니 선생님, 미치셨습니까?”
  “나는 규칙을 존중하오. 우리가 행동하는 것과 같이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이렇게 말하고 스승 가믈리엘은 석상과 같이 뻣뻣한 자세로 나가는데, 그를 닮은 서른 다섯 살 가량의 남자가 뒤를 따른다.
  약간의 동요가 있는데, 그것을 이용하여 니고데모와 요셉은 박해받는 이에게 유리하게 말한다.
  “가믈리엘의 말이 옳소. 시간도 장소도 불법이오. 그리고 고발들이 신빙성이 없소. 저분이 율법을 명백히 무시했다고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소? 나는 저분의 친구인데, 나는 저분이 항상 율법을 존중하는 것을 보았다고 맹세하오.” 이렇게 니고데모가 말한다.
  “나도 그렇소. 그리고 죄악에 찬동하지 않기 위하여 머리를 가리오. 저분 때문이 아니라 우리 때문이오. 그리고 나는 나가오.” 그러면서 요셉은 자기 자리에서 내려와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가야파가 고함을 친다. “아! 당신들이 그렇게 말하오? 그러면 선서한 증인들을 오라고 합시다. 그들의 말을 듣고 나서 가시오.”
  죄수같은 얼굴을 한 두 사람이 들어온다. 겁에 질린 눈길에 잔인한 미소를 띠고 몸놀림이 음험하다.
  “말해라.”
  “저들이 함께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합법적인 일이 아니오.” 하고 요셉이 외친다.
  “나는 대제관이오. 명령이오. 입을 다무시오!”
  요셉은 주먹으로 탁자를 치면서 말한다. “당신 위에 하늘의 불꽃이 쏟아지기를 기원하오. 이 순간부터 노인 요셉은 최고회의의 적이고 그리스도의 친구라는 것을 아시오. 그리고 이 길로 총독에게 가서 여기서 로마를 무시하고 사람을 죽인다고 말하겠소.” 그러면서 그를 붙잡으려고 하는 여윈 젊은 율법학자를 홱 밀어젖히면서 나간다.
  니고데모는 더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간다. 그리고 나갈 때에 예수 앞으로 지나가면서 그분을 쳐다본다‥‥.
  다시 동요가 일어난다. 로마를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속죄의 희생은 아직도 여전히 예수이시다.
  “당신 때문이오. 알겠소? 이 모두가 당신 때문이란 말이오! 당신은 가장 훌륭한 유다인을 타락시키는 사람이오. 당신이 그들을 더럽혔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증인들은 말하라” 하고 가야파가 외친다.
  “예, 이 사람이 쓴 것은 ‥‥저‥저‥우리가 그걸 알았었는데‥‥그걸 뭐라고 하더라?”
  “네 글자로 된 낱말을 말하는 모양이로구나, 아마?”
  “맞아요! 선생님 말이 맞아요! 이 사람은 죽은 사람들을 불러냈어요. 안식일에 대한 반항을 가르쳤고 제단을 모독하라고 가르쳤어요. 맹세해요. 이 사람은 마귀의 도움으로 사흘 동안에 성전을 다시 짓기 위해 허물려고 한다고 말했어요.”
  “아니, 이 사람은 성전이 사람의 손으로 지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가야파는 그의 의자에서 내려와 예수 곁으로 온다. 작고 지나치게 살이 찌고 추하게 생긴 그는 꽃 옆에 있는 엄청나게 큰 두꺼비 같다. 예수께서는 상처와 타박상에도 불구하고, 더럽혀지고 머리가 헝클어졌는데도 아직 그렇게 아름다우시고 위엄이 있기 때문이다.
  “말을 안 하시오? 당신에게 대해 어떤 고발을 하는데! 소름끼치는 일이오! 말을 해서 그 불명예를 벗도록 하시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그를 내려다보시며 말씀을 안 하신다.
  “그러면 나한테 대답하시오. 나는 당신의 대제관이오.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청하오. 당신이 그리스도인지, 하느님의 아들인지 말하시오.”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그리스도이고 하느님의 아들이오. 그리고 당신들은 아버지의 능력 오른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아들이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오. 왜 나에게 질문을 하시오? 나는 3년 동안 공공연하게 말하였고, 비밀로 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소. 내 말을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 내가 말한 것과 내가 한일을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말해 줄 것이오.”
  예수를 붙잡고 있던 군사 하나가 그분의 입을 때려 다시 피가 나게 하며 말한다. “사탄, 대제관님께 그렇게 대답한단 말이냐?”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전번 군사에게처럼 부드럽게 그에게 대답하신다. “만일 내가 말을 잘했으면 왜 나를 때리오? 내가 말을 잘못했으면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 왜 말을 아니하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그리스도이고, 하느님의 아들이오. 나는 거짓말을 못하오. 대사제, 영원한 사제는 나요. 그리고 나만이 ‘교리와 진리’라고 씌어진 진짜 흉패(胸牌)를 달고 있소. 사람들의 눈에는 불명예스럽게 보이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거룩하게 보이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된 부활에 이르기까지 나는 교리와 진리에 충실하오. 나는 그리스도요. 대사제와 왕이 나요. 그리고 내 왕홀(王笏)을 잡고, 그것으로 마치 키를 가지고 하듯이 마당을 깨끗하게 할 것이오. 이 성전은 파괴되었다가 새롭고 거룩하게 다시 살아날 것이오. 이 성전은 타락하였고, 하느님께서 이것을 그 운명에 내맡기셨기 때문이오.”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요!” 하고 모두가 일제히 고함친다.
  “사흘 동안에 그렇게 하겠단 말이오? 미치고 마귀 들린 사람 같으니.”
  “이 성전 말고, 나의 성전이 설 것이오. 살아 계시고 거룩하시고 삼중으로 거룩하신 참 하느님의 성전 말이오.”
  “저주받은 자!”하고 다시 일제히 외친다.
  가야파는 쉰 목소리를 높이고 일부러 꾸민 소름끼친다는 몸짓으로, 아마로 만든 그의 옷을 찢으면서 말한다. “증인들에게서 무슨 말을 더 들을 필요가 있소?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했소.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소?”
  모두가 일제히 외친다. “죽어 마땅하오.”
  그리고는 분개하고 분노한 몸짓을 하면서 방에서 나가고, 예수를 경비병들과 거짓 증인들의 하층민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둔다. 이들은 예수의 뺨을 때리고 주먹으로 치고 침을 마구 뱉는다. 헝겊으로 눈을 가리고 나서 머리칼을 난폭하게 잡아당기며, 손이 결박한 그분을 이리저리 떠다밀어 탁자들과 의자들과 벽에 부딪치게 하며, 그 동안 “누가 때렸는지 알아맞혀 보아라”하고 말한다. 여러 번 다리를 걸어 방바닥에 넘어뜨리고는 손이 묶인 채 어떻게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지를 보면서 야비하게 웃는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잔인한 사람들은 지쳐서 좀 쉴 생각을 한다. 그들은 대제관의 집들의 경계 안에 벌써 많이 모여 있는 하층민들이 조롱하는 가운데 수많은 마당을 가로질러 예수를 어떤 광으로 데려간다. 예수께서는 베드로가 불을 쬐고 있는 마당에 이르러 그를 바라보신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분의 눈길을 피한다. 요한은 이미 그곳에 없다. 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가 니고데모와 같이 떠난 것으로 생각한다‥‥.
  새벽이 그 연초록색을 띠고 다가온다. 명령이 하나 내렸다. 더 적법의 재판을 하게 수인(囚人)을 회의실로 다시 데려오라는 것이다. 이 때가 베드로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한다고 세 번째 부인한 때인데, 그때 벌써 고통의 흔적이 나 있는 그리스도께서 그의 곁을 지나시는 것이다. 그리고 새벽의 초록색 빛을 받아 흙 빛깔이 된 얼굴의 타박상은 더 끔직해 보이고, 눈은 더 쑥 들어가고 흐릿하여, 세상의 고통으로 어두워진 예수님이 되셨다‥‥
  수탉 한 마리가 겨우 들릴까 말까 한 새벽 공기 속으로 비웃고 비꼬는 장난꾸러기 같은 울음소리를 울려 보낸다.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자 아주 조용해진 그 순간에 “아주머니, 나는 저 사람을 모른다니까요. 맹세해요” 하고 말하는 베드로의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호하고 확실한 단언인데, 거기에 비웃는 웃음 모양으로 작은 수탉의 장난꾸러기 같은 울음소리가 즉시 응답을 한다.
  베드로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는 도망하려고 몸을 돌리는데 예수의 바로 앞에 서게 된다. 예수께서는 어떻게나 무안한 연민을 가지고 얼마나 깊고 강렬한 고통으로 베드로를 바라보시는지, 바로 그 다음에 내 예수님이 영원히 분해되시는 것을 내가 보아야 하는 것처럼 가슴이 찢어진다. 베드로는 흐느낌 소리를 남기며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나간다. 그는 거리로 나오는 하인 두 사람 뒤로 도망쳐 나와 아직 어두컴컴한 길로 사라진다.
  예수께서 다시 큰 방으로 끌려오시고, 그들을 일제히 걸려들기 쉬운 질문을 한다. “참 하느님의 이름으로 명하니 말하시오. 당신이 그리스도요?” 그리고 먼젓번과 같은 대답을 얻고는 예수를 사형에 처하고 빌라도에게 데려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예수께서는 안나와 가야파를 제외한 당신의 모든 적에게 에워싸여 나오셔서, 그렇게도 여러 번 말씀을 하시고 은혜를 베푸시고 병을 고쳐 주신 성전의 그 마당들을 다시 지나가시며 감시구가 뚫린 성벽을 넘어 시내의 거리로 들어오시는데, 인도 되신다기보다는 오히려 끌려서 새벽의 처음 빛으로 불그레해지는 시내 쪽으로 들어오신다.
  나는 그들이 예수를 더 오래 괴롭히려는 오직 한 가지 목적 때문에 그분께 예루살렘 안을 이상하게 멀리 돌아 일부러 시장을 통해서 마구간들과 과월절로 인해 사람들이 꽉 차 있는 여관들 앞을 지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의 야채 부스러기들과 마구간의 짐승의 똥이 무죄한 분에게 던질 물건이 된다. 그분의 얼굴은 점점 더 멍과 피 흐르는 작은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그 위에 뿌린 여러 가지 오물로 가리어졌다. 피땀으로 인하여 벌써 무거워지고 가볍게 달라붙어 불투명해진 머리칼이 이제는 헝클어져서 지푸라기와 오물과 뒤범벅이 되어 늘어져서 눈을 가린다. 그들이 예수의 얼굴을 가리느라고 머리를 헝클어뜨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하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불쌍한 분을 따라가는데, 사랑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마구간의 심부름꾼들과 여관 사환들은 그들의 여주인들의 부르는 소리와 명령을 못들은 체하고 떼를 지어 나온다. 사실을 말하자면 여관의 여주인들은 거의 다른 모든 여인들과 같이 모두가 모욕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해도 적어도 소란에는 무관심하여, 그 많은 손님들을 혼자서 보살피라고 떠맡기기 때문에 투덜거리면서 되돌아간다.
  요란스러운 무리가 시시각각으로 는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으로 마음과 얼굴 표정의 성질이 변하는 것 같다. 마음들은 범죄자의 마음이 되고 표정은 격노로 파랗게 되거나 분노로 빨갛게 된 얼굴에서 사나운 가면이 되고, 손은 날카로운 발톱이 되고, 입은 늑대의 모습을 띠고 늑대 우는소리를 내며, 눈은 미친 사람의 눈같이 사납게 된다. 예수만이 비록 지금은 그분의 몸 위에 던져진 오물에 가려지고 멍과 부종으로 변하기는 하셨어도 여전히 예수님으로 계신다.
  길을 고리처럼 죄고 있는 어느 장식 홍예창틀에서 모두가 막혀서 걸음이 느려지는데, “예수님!”하는 부르짖음이 공기를 가른다. 그것은 무거운 곤봉을 휘둘러서 길을 트려고 애쓰는 목동 엘리야이다. 나이 많고 뚱뚱하고 위협적이고 힘이 센 그는 거의 선생님께 도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뜻밖의 습격으로 어리둥절해졌던 군중이 열을 좁혀, 혼자서 군중 전체와 싸우는 그 사람을 떼어놓고 밀어내고 제압한다.
  그는 군중의 소용돌이가 그를 삼키고 밀어내는 동안 “선생님!” 하고 외친다.
  “가거라!‥‥어머니께‥‥네게 강복한다‥‥.”
  행렬이 좁은 지점을 지나친다. 수문에 막혔다가 바다로 다시 나오는 물처럼 행렬은 두 야산 사이에 쑥 들어간 곳 위에 있는 넓은 행길로 요란스럽게 쏟아져 들어간다. 그 야산 끝에는 부자들의 호화로운 저택들이 있다.
  나는 언덕 위에 있는 성전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선고를 받은 분을 온 시내 사람의 놀림감이 되게 하고,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분을 모욕하는 사람의 수를 늘림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그분에게 욕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선고받은 분에게 강요한 쓸데없는 일주가 출발점으로 돌아와서 끝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어떤 저택에서 말 탄 사람이 말을 구보로 달리게 하며 나온다. 아랍 말의 흰 빛깔에 입힌 진홍색 마의(馬衣)와 말 찬 사람의 위엄 있는 모습과 뽑아들고 등마루와 머리의 위를 찌르고 베고 하여 피를 흘리게 다루는 검으로 인하여 그 사람이 대천사 같이 보이게 된다. 그의 말을 사방으로 왔다 갔다 하게 하며 가볍게 뒷발로 서게 하여 굽으로 말과 그 주인을 위한 방어 무기를 삼을 때에는, 군중을 헤치고 길을 트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 된다. 이렇게 움직이는 바람에 금띠로 죄이어 머리를 가리고 있던 진홍과 금빛 머리 수건이 벗어지며, 나는 마나엔을 알아보게 되었다.
  “물러들 서시오!”하고 그는 소리친다. “어떻게 당신들이 감히 분봉왕님의 잠을 방해한단 말이오?” 그러나 이것은 그의 개입과 예수께 이르려는 그의 시도를 정당화하기 위한 가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람을‥ 내가 보게 하시오‥‥비키시오. 그렇지 않으면 경비병들을 부르겠소‥‥.”
  사람들은 우박처럼 쏟아지는 편편한 데로 치는 칼질과 말의 뒤발질과 말탄 사람의 위협 때문에 갈라졌고, 마나엔은 예수와 그분을 붙잡고 있는 성전 경비병들의 그룹 있는 데까지 간다.
  “비키시오! 분봉왕님은 당신들보다 높으시오. 불쾌한 하인들, 뒤로 물러서요! 저 사람에게 말을 하고 싶소.” 그러면서 검으로 가장 악착스러운 간수를 공격하여 예수께 말을 하기에 이른다.
  “선생님!‥‥”
  “고맙소. 그러나 가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용기를 돋구어 주시기를 바라오!” 그러면서 묶인 손으로 할 수 있는 대로 강복을 주시는 손짓을 하신다.
  군중은 멀리서 씩씩거린다. 그리고 마나엔이 물러간 것을 알자마자 선고받은 분에게 돌과 오물을 빗발치듯 던져 밀려났던 앙갚음을 한다.
  오르막으로 되어 있고 햇볕에 벌써 따뜻해진 큰 행길로 해서 안또니아 탑을 향하여 가는데, 그 탑의 덩어리가 벌써 멀리 나타난다.
  “오! 내 구세주! 내 목숨을 저분 목숨 대신 받아 주십시오. 오! 영원하신 하느님!” 하는 여인의 날카로운 부르짖음이 공기를 가른다.
  예수께서 머리를 돌리셔서 매우 아름다운 어느 집 꼭대기를 장식한 꽃핀 외랑(外廊) 위에 남녀 하인들 가운데에 어떤 마리아와 마티아에 둘러싸여 팔을 하늘로 들고 있는 쿠자의 요안나를 보신다.
  그러나 하늘이 오늘은 기도를 듣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손을 들어 강복과 하직의 손짓을 하신다.
  “죽여라!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자, 사탄을 죽여라! 그자의 친구들도 죽여라!” 그러면서 주먹질과 휘파람과 돌들이 옥상 정원을 향하여 올라간다. 누가 다쳤는지 모르겠다. 매우 날카로운 부르짖음이 들리고 그 집단이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는 비탈길로 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예루살렘은 그의 빈집들을, 실제의 시민들과 과월절을 지내러 온 임시 주민들과 더불어 온 시내가 무력한 예수를 거스려 빠져나간 집들을 태양에 내보인다.

  로마 병사 한 중대 전체가 하층민들을 향하여 창을 뽑아 잡고 안또니아에서 뛰어 나오니, 하층민들은 소리를 지르며 흩어진다. 길 가운데에는 예수께서 간수들과 사제장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원로들과 같이 남아 계시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 소요는? 당신들은 로마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오”하고 한 백부장(百夫長)이 거만하게 말한다.
  “이 사람은 우리 율법에 따라 죽어 마땅한 사람입니다.”
  “그래 언제부터 당신들에게 생살여탈(生殺輿奪)의 권한을 돌려주었단 말이오?” 하고 백부장 중 가장 선배가 묻는데, 그 사람은 깊은 흉터로 뺨이 움푹 들어간 근엄한 얼굴을 한 진짜 로마인이다. 그리고 더러운 죄수들과 말 할 때에 가졌을 법한 경멸과 혐오를 가지고 말한다.
  “우리가 그럴 권리가 없다는 것은 압니다. 우리는 로마의 충실한 신민들입니다‥.”
  “아! 아! 아! 저자들 말을 들어보게 론지노! 충실한! 신민들! 썩은 고기 같은 것들! 당신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내 궁수들의 화살을 주겠소‥.”
  “그런 죽음은 너무나 고귀한 것입니다! 노새 등에는 채찍뿐이지요‥” 하고 론지노가 빈정거리며 냉정하게 대답한다.
  사제장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은 독이 부글부글 일어난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입을 다물고 모욕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보이지 않고 꾹 참으며 두 백부장에게 절을 하면서 예수를 본시오 빌라도에게 데리고 가서 빌라도가 “로마의 잘 알려진 공정한 정의로 그를 재판하고 형을 언도하게”하라고 청한다.
  “아! 아! 아! 저자들의 말을 들었나? 우리는 미네르바(지식, 예술, 기능의 여신)보다도 더 지혜롭게 되었네‥‥여기! 주시오! 그리고 앞으로 나오시오! 어떻게 될지 모른단 말이오. 당신들은 재칼 같고 야비한 사람들이오. 당신들을 등뒤에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오. 앞으로 오시오!”
  “우리는 그렇게 못합니다.”
  “왜? 누가 고발을 하면 피고와 같이 재판관 앞에 있어야 하는 거요. 이것이 로마의 규칙이오.”
  “이교도의 집은 우리 눈으로 볼 때에는 불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벌써 과월절을 위해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오! 가엾은 사람들! 들어오면 더러워진다고!‥‥그런데 당신들 같은 재칼이 아니고 파충류가 아니고 사람인 유일한 히브리인을 죽이는 것은 당신을 더럽게 하지 않는단 말이오? 좋소. 그럼 당신들 있는 데 그대로 있으시오. 한 걸음도 앞으로 나오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을 창으로 산적을 꿰겠소. 피고 둘레에 한 10인대. 다른 병사들은 입에서 구린내가 나는 저 천민들을 향해 서고.”
  예수께서는 당신 몸을 에워싸고 마늘창의 방진(方陣)을 이루는 창기병 열 명 가운데에 서서 총독 관저로 들어가신다. 두 백부장이 앞서 간다. 예수께서는 넓은 안마당에서 발을 멈추고 계신데, 그 너머로 마당이 있는데, 그것을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뒤로 희미하게 볼 수 있다. 백부장들은 어떤 문 뒤로 사라졌다가 아주 하얀 토가(길고 펑퍼짐한 옷)를 입었지만 그래도 그 위에 진홍색 겉옷을 입은 총독과 함께 돌아온다. 그들이 공식으로 로마를 대표할 때에는 그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총독은 수염을 깍은 얼굴에 회의적인 미소를 띠고 천천히 들어오면서 두 손으로 시트론의 잎을 비비고 그 냄새를 즐겁게 맡는다. 그는 한 해시계 쪽으로 가서 그것을 들여다보고 나서 몸을 돌린다. 그는 어떤 우상상의 발치에 놓여 있는 벌겋게 달은 숯불에 알로 된 향 몇 개를 던진다. 시트론물을 가져오게 하여 목구멍을 가신다. 그는 자기의 아주 굽슬굽슬한 머리 모양을 매우 깨끗한 금속 거울에 비추어 본다. 그는 사람들이 죽이려고 그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는 선고받은 사람을 잊은 것 같다.
  안마당은 앞쪽으로 환히 열려 있고 현관 높이 보다 높은 디딤판 셋 만큼 더 높은 데 있고, 현관은 길 쪽으로 열려 있는데, 길에 비하여 벌써 또 디딤판 셋 만큼 높으므로, 히브리 사람들은 모든 것을 완전히 보고 몸을 떤다. 그러나 창과 투창(投槍)이 무서워서 감히 반역을 못한다.
  마침내 큰방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나서 빌라도는 직접 예수 앞으로 가서 쳐다보며 두 백부장에게 “이 사람이오?”하고 묻는다.
  “이 사람입니다.”
  “이 사람을 고발한 사람들을 오라고 하시오.” 하고 말하면서 그는 단 위에 놓여 있는 의자에 가서 앉는다. 그의 머리 위에서는 로마의 휘장이 그 금빛 독수리와 강력한 약어로 쓰이는 단어 첫 글자들과 더불어 교차된다.
  “저들은 오지 못합니다. 부정을 탄답니다.”
  “그래!! 그게 났지. 이 곳에 염소 냄새를 없애느라고 많은 향유를 쓸 것을 아끼게 되었소. 적어도 가까이 오라고 하시오. 요 밑에, 그리고 그들이 들어오기를 원치 않으니 들어오지 못하도록 주의하시오. 이 사람이 소요의 구실이 될 수도 있소.”
  한 병사가 로마 총독의 명령을 전하러 간다. 다른 병사들은 안마당 앞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어서는데, 아홉 개의 영웅상과 같이 아름답다.
  사제장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이 앞으로 나아와 비굴하게 굽실거리고 총독관저 앞, 현관의 세 단 저 쪽에 있는 작은 광장에서 발을 멈춘다.
  “말하시오, 말을 해도 짧게 하시오. 벌써 당신들은 밤을 어지럽게 하고 성문을 억지로 열게 한 죄가 있소. 그러나 내가 확인하겠소. 그리고 위임자와 수임자가 법령 불복종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오.” 빌라도는 여전히 현관에 남아 있는 채 그들을 향하여 갔다.
  “우리는 이 사람에 대한 우리의 재판을, 그 숭고한 황제를 각하께서 대리하시는 로마의 심사에 걸려고 왔습니다.”
  “이 사람에 대해 무슨 죄목으로 하는 것이오! 내가 보기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같은데‥.”
  “이 사람이 악인이 아니면 이리로 데려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발을 하려는 맹렬한 욕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온다.
  “저 천민들을 밀어내시오! 광장의 단에서 여섯 걸음 밖으로, 두 100인대가 무기를 들도록!”
  병사들은 빨리 복종하여 백 명은 가장 높은 바깥쪽 단 위에 현관을 등지고 늘어서고, 또 백 명은 빌라도의 관저 입구의 큰 대문이 있는 작은 광장에 늘어선다. 입구의 큰 대문이라고 말했지만 뜰과 뜰 사이의 회랑 또는 개선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옆에 철책이 달린 대단히 넒은 출입구이기 때문인데, 그것이 지금은 활짝 열려 있어서 적어도 너비가 6미터라는 현관의 긴 통로 덕택으로 안마당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그래서 높은 안마당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인다. 넒은 현관 저쪽에는 위협적이고 악마 같은 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는 유다인들, 열병식을 위한 것처럼 나란히 서서 비겁한 암살자들에게 2백개의 창끝을 내대고 있는 무기의 방벽 너머로 들여다 보고 있는 유다인들의 야만적인 얼굴들이 보인다.
  “이 사람을 무슨 죄목으로 고발하오? 다시 묻겠소.”
  “저 사람은 우리 조상들의 율법에 대해 죄를 지었습니다.”
  “그래 당신들은 이 때문에 나를 성가시게 굴러 왔단 말이오? 데리고 가서 당신들 법에 따라 재판하시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사형에 처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유식하지 못합니다. 히브리 법률은 로마의 완전한 법률에 비하면 모자라는 아이와 같습니다. 무식한 사람들로서 또 우리의 지배자인 로마의 신민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부터 당신들이 그렇게 나긋나긋하게 되었소?‥ 하지만 거짓말의 명수들인 당신들이 옳은 말 한 마디는 했소! 당신들에게는 로마가 필요하다고! 그렇소. 당신들을 거북하게 하는 이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오. 알았소.”
  그러면서 빌라도는 안마당의 대리석으로 된 흰 벽돌 사이로 청록색의 장방형 띠 모양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웃는다.
  “이 사람이 당신들의 법률을 어겨서 무슨 죄를 지었는지 말하시오.”
  “우리는 이 사람이 우리 백성들 가운데 혼란을 일으키고 자기가 그리스도다, 유다인들의 왕이다 하고 말하면서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내지 못하게 막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빌라도는 안마당 가운데에 계시는 예수 곁으로 다시 온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유순함이 하도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에 묶이기는 하셨어도 병사들이 경호인 없이 거기 남겨져 계신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 묻는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왕이오?”
  “그 말은 당신 스스로 하는 것이오? 또는 다른 사람들이 암시를 주어서 하는 말이오?”
  “아니, 당신의 나라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혹 내가 유다인이라도 되오? 당신 백성들과 원로들이 나더러 재판을 하라고 당신을 넘겨 준 것이오. 무슨 일을 했소? 나는 당신이 성실하다는 것을 아오. 말하시오. 당신이 통치하기를 갈망한다는 것이 사실이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신하들과 군대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오. 그러나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고, 내가 권력을 갈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도 알고 있소.”
  “그것은 참말이오.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소. 하지만 당신이 왕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구려.”
  “당신이 바로 말하였소. 나는 왕이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소.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 듣소.”
  “그래 진리란 무엇이오? 당신은 철학자요?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오. 소크라테스도 역시 죽었소.”
  “그러나 그것이 그에게는 생명 앞에서 소용이 있었소. 잘 사는 데 소용이 있었고, 또 잘 죽는 데에도 소용이 있었소! 그리고 공민의 덕을 배반하지 않고 둘째 인생으로 들어가는 데에도 소용이 되었소.”
  “허 참!” 빌라도는 예수를 한 동안 감탄하며 쳐다본다. 그러다가 다시 회의적인 비꼬기를 시작한다. 그는 귀찮다는 몸짓을 한다. 예수께로 등을 돌리고 유다인들 쪽으로 돌아온다.
  “나는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아내지 못했소.”
  군중은 그들의 희생물과 처형 광경을 놓칠까봐 공포에 사로잡혀 미쳐 날뛰며 외친다. “저 자는 반역자요!” “신을 모독한 자요!” “저 자는 방탕을 사주하는 자요!” “저 자는 모반을 부추기오!” “저 자는 카이사르에게 경의를 표하기를 거부하오!” “저 자는 예언자로 통하려고 하오!” “저 자는 마술을 하오!” “저 자는 사탄이오!”  “저 자는 가르치면서 갈릴래아에서 와서 온 유다에서 가르치고 그의 가르침으로 백성들을 선동하오.” “죽이시오!” “죽이시오!”
  “저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이오? 당신 갈릴래아 사람이오?” 빌라도는 예수께로 돌아온다.
  “저 사람들이 당신을 어떤 죄목으로 고발하는지 들었소? 변명을 하시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빌라도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린다.
  “한 100인대, 이 사람을 헤로데에게 데려 가시오. 이 사람은 헤로데의 신민이니, 헤로데더러 재판을 하게 하시오. 나는 그의 분봉왕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의 판결을 미리 승인하오. 그 말을 그에게 하시오. 가시오.”

  예수께서는 무뢰한처럼 병사 100명에게 에워싸여 다시 시내를 지나가시는데, 시장 근처에서 벌써 한 번 만나셨던 가리옷의 유다를 또 다시 만나신다. 전에는 천민들이 소란을 피우는데 진저리가 나서 그 말하는 것을 잊었었다. 배반자에게 똑같은 연민의 눈길을‥.
  지금은 예수께 발길질과 몽둥이질을 하기가 더 어렵다. 그러나 돌과 오물이 있다. 돌이 로마 병사들의 투구와 갑옷에 맞으면 소리만 나지만 당신의 겉옷을 게쎄마니에 두셨기 때문에, 옷만 입고 나아가시는 예수께 맞을 때에는 흔적을 남긴다.
  예수께서는 헤로데의 호화로운 궁궐에 들어가시면서 쿠자를 보신다‥. 쿠자는 예수를 쳐다보지 못하고, 또 이런 상태에 계신 예수를 보지 않으려고 겉옷으로 머리를 가리면서 피한다.
  예수께서는 이제 넓은 방의 헤로데 앞에 계시다. 그리고 예수 뒤에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거짓 고발자의 자격으로 들어오는데, 그들이 여기서는 마음 편하게 느껴진다. 백부장만이 병사 네 명과 같이 분봉왕 앞에서 예수를 경호하고 있다.
  헤로데는 자기 자리에서 내려와 예수의 주위를 빙빙 돌며 그분의 원수들의 고발을 듣는다. 그는 미소를 짓고 비웃는다. 그러다가 연민과 경의를 가장한다. 그러나 빈정거림이 그분을 어지럽게 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연민과 경의도 박해 받는 분을 어지럽게 하지는 못한다.
  “당신이 위대하다는 것을 나는 아오. 그리고 나는 쿠자가 당신 친구이고 마나엔이 당신 제자인 것을 기뻐하였소. 나는‥ 국사 때문에‥ 그러난 당신에게 용서를 빌고자 하는‥ 크다고 말하고 싶은 소원을 ‥요한의 눈이‥그의 목소리가 나를 비난하고 항상 내 눈앞에 있소. 당신은 세상의 죄를 없애는 성인이오. 그리스도여, 내 죄를 사해주시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나는 당신이 로마에 반항한다고 저들이 고발하는 것을 들었소. 그러나 당신은 앗수르를 치라고 약속한 채찍이 아니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당신이 성전과 예루살렘의 종말을 예언한다고들 말하오. 하지만 성전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원하신 것인 만큼 정신과 같이 영원한 것이 아니오?”
  예수께서는 말씀이 없다.
  “당신 미쳤소? 당신의 능력을 잃었소? 사탄이 당신에게 말을 못하게 하오? 사탄이 당신을 버렸소?”
  헤로데는 지금은 웃는다. 그러나 조금 후에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하인들이 다리 하나가 부러져서 애처롭게 짖어대는 사냥개 한 마리와 머리에 물이 가득 들어 있어 침을 흘리는 바보 같은 마부, 하인들의 놀림감인 팔삭동이 하나를 데려온다.
  율법학자들과 사제들은 들것에 실려 오는 개를 보고는 하느님께 대한 모독이라고 외치면서 달아난다.
  헤로데는 위선적이며 냉소적으로 설명을 한다. “이 개는 헤로디아가 제일 사랑하는 개요. 로마에서 온 선물이오. 어제 다리가 부러져서 헤로디아는 울고 있소. 이 개가 나으라고 명령을 하시오. 기적을 행하시오.”
  예수께서는 그를 엄하게 바라보시며 말씀을 안 하신다.
  “내가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소? 그런 이 사람을, 이 사람은 짐승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오. 아버지의 지혜인 당신이 이 사람에게 지능을 주시오‥‥당신이 아버지의 지혜라고 말한다지요?” 그러면서 모욕적으로 웃는다.
  예수께서 더 엄한 시선을 보내시며 말씀을 안 하신다.
  “이 사람이 너무 금욕을 했고 지금은 모욕으로 인해서 멍청하게 되었다. 여기 포도주를 가져오고 여자들을 데려 오너라. 그리고 그를 풀어 주어라.”
  예수의 결박을 풀었다. 그리고 많은 하인들이 포도주를 항아리들과 잔들을 가져오고 춤추는 여자들이 들어온다‥ 아무 옷도 입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색깔의 아마 술이 그들의 가냘픈 몸을 허리에서 둔부(臀部)까지 두른 것이 유일한 옷이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프리카 여자이기 때문에 피부가 갈색이고, 어린 영양(羚羊)처럼 유연한 그 여자들은 말없고 음탕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예수께서는 잔들을 물리치시고 말없이 눈을 감으신다. 헤로데의 조정 사람들은 예수의 분개하는 모습을 보고 웃는다.
  “당신이 원하는 여자를 고르시오. 그리고 사시오! 사는 법을 배우시오!‥‥”하고 헤로데가 넌지시 말한다.
  예수께서는 하나의 조상과 같다. 팔짱을 끼고 눈을 감으신 채, 음란한 춤을 추는 여자들이 그들의 알몸으로 예수의 몸을 스칠 때에도 움직이지 않으신다.
  “그만 나는 당신을 하느님으로 취급했는데, 당신은 하느님으로 행동하지 않았고, 사람으로 취급했는데도 사람으로 행동하지 않았소. 당신은 미쳤소. 흰 옷을 하나. 분봉왕이 그의 신민을 미친 사람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본시오 빌라도가 알도록 이 사람에게 그 옷을 입혀라. 백부장, 총독에게 헤로데가 겸손하게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로마를 존경한다고 말하시오. 가시오.”
  예수께서는 다시 묶이시고, 당신의 붉은 모직 옷 위에 무릎까지 오는 속옷을 입으시고 나오신다.
  그리고 그들은 빌라도에게로 돌아온다.

  지금은 100인대가 총독 관저 앞에서 싫증내지 않고 기다리는 군중을 어렵게 헤친다. 시내의 다른 부분은 긴 것 같은데 이곳과 근처에 그렇게도 많은 군중이 있는 것을 보니 이상하다. 예수께서는 떼를 지어 있는 목동들을 보시는데, 그들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있다. 이사악, 요나타, 레비, 요셉, 엘리야, 마티아, 요한, 시므온, 베냐민과 다니엘, 그들은 갈릴래아 사람들의 작은 집단과 같이 있는데, 이들 중에서 알패오와 알패오의 요셉은 알아보겠는데, 그들과 같이 있는 다른 두 사람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머리쓰개로 보아 유다인들인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하인인 듯한 로마 사람과 같이 기둥 뒤에 반쯤 가려진 채 현관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간 요한을 예수께서 보신다. 예수께서는 요한과 위에 말한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내신다‥ 당신 친구들에게‥ 그러나 얼마 안 되는 그 친구들과 요안나와 마나엔과 쿠자가 부글부글 끓는 증오의 바다 가운데서 무엇이란 말인가?‥‥
  백부장이 본시오 빌라도에게 인사하고 보고를 한다.
  “또 이리로? 어이구! 저주받은 족속들! 천민들을 앞으로 나아오라고 하고 피고를 이리 데려오시오. 어이! 귀찮아!”
  그는 여전히 현관 가운데 머물러 있는 채 군중을 향하여 간다.
  “히브리 사람들, 들으시오. 당신들은 이 사람을 폭동을 선동하는 자라고 내게 데려왔소. 그래서 당신들 앞에서 이 사람을 조사했지만 그에게서 당신들이 고발하는 죄목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소. 헤로데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 죄목도 발견하지 못했소. 그래서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 보냈소. 이 사람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 아니오. 로마가 언명하였소. 그러나 당신들의 재미를 빼앗아서 당신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당신들에게 바라빠를 내 주겠소. 그리고 이 사람은 매질 40번만 시키겠소. 이것으로 충분하오.”
  “아니오, 아니오! 바라빠는 안돼요! 바라빠 말고! 예수를 죽이시오! 소름끼치게 죽이시오! 바라빠를 살려주고 나자렛 사람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시오.”
  “내 말을 들으시오. 매질을 시키겠다고 했는데, 그것으로 부족하단 말이오? 그럼 채찍질을 시키겠소! 이것은 잔인한 것이오. 알겠소? 그로 인해서 죽을 수도 있소. 이 사람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이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 잘못도 찾아내지 못하겠으니 이 사람을 석방하겠소.”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아요! 죽이시오! 당신은 죄인들을 두둔하는구려! 이교도! 당신도 사탄이오!”
  군중이 아래쪽으로 전진하니 병사들의 첫째 줄이 충돌로 인하여 변형된다. 그것은 그들이 창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째 줄은 단을 하나 내려와서 창을 휘둘러 동료 병사들을 구해낸다.

  “이 사람에게 채찍질을 시키시오.” 하고 빌라도가 한 백부장에게 명한다.
  “몇 대요?”
  “당신 생각대로‥ 중요한건, 끝장을 내는 것이오. 나는 귀찮단 말이오. 자, 어서”
  예수께서는 병사 네 사람에게 안마당 너머에 있는 마당으로 끌려가신다. 빛깔 있는 대리석이 죽 깔려 있는 그 마당 한가운데에는 큰 대문의 기둥과 비슷한 높은 기둥이 하나 있다. 땅에서 3미터 가량 되는 곳에는 적어도 기둥에서 1미터 정도 튀어나온 쇠로 만든 팔 모양의 대가 있고, 그 끝은 고리로 되어 있다. 예수의 옷을 벗긴 다음 두 손을 머리 위에 한데 묶어서 그 고리에다 예수를 달아맨다. 예수께는 아마로 지은 짧은 팬츠와 샌들만이 그대로 있다. 손목이 묶인 두 손은 고리까지 치켜져서, 키가 큰데도 불구하고 예수께서는 겨우 발끝이 닿을 뿐이다‥ 이 자세도 고문임에 틀림없다.
  
  나는 어디서인지 기둥이 낮아서 예수께서 몸을 구부리셨다는 말을 읽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가 본 대로 말하는 것이다.

  예수 뒤에는 히브리 사람의 옆얼굴이 분명한 형집행인이 서고, 예수 앞에는 같은 얼굴 하나가 또 선다. 그들은 손잡이에 맨 가죽끈 일곱 가닥으로 된 채찍을 들고 있는데, 가죽끈 끝에는 작은 납덩이가 달려 있다. 그들은 무슨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리듬에 맞추어서 때리기 시작한다. 하나는 앞에서, 하나는 뒤에서, 그래서 예수의 몸통은 채찍질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다. 예수께서 맡겨지신 병사 네 명은 무관심하게, 그들과 합류한 다른 병사 세 명과 주사위 노름을 시작한다.
  노름꾼들의 목소리는 뱀처럼 휙휙 소리를 내다가는 팽팽하게 당긴 북의 가죽에 돌이 던져질 때처럼 울리는 채찍의 박자를 따른다. 그들은 몹시도 가냘프고 오래 된 상아빛과 같은 흰빛을 띤 가엾은 몸을 치는데, 그 몸이 처음에는 점점 더 선명한 장미빛 얼굴말 무늬가 생기다가 자주빛이 되고, 그 다음에는 피가 부어오른 쪽빛깔 흔적이 뒤덮히고 그것이 터져 사방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들은 특히 가슴과 배를 친다. 그러나 피부 한 조각도 고통을 당하지 않게 내버려둠이 없이 다리와 팔도 때리고 머리까지도 친다.
  신음소리 한 마디도 없다‥ 밧줄로 지탱되지 않으시면 예수께서 쓰러질 것이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으시고 신음도 안하신다. 다만 쏟아지는 매를 맞으신 다음 마치 기절하신 것처럼 머리가 가슴 위로 숙여져 있다.
  “이봐! 멈춰! 이 사람은 살아서 죽임을 당해야 한단 말이야” 하고 병사 하나가 외치며 투덜거린다.
  두 형집행자는 손을 멈추고 땀을 닦는다.
  “우린 지쳤습니다.”하고 그들은 말한다. “술을 마셔 해갈을 할 수 있게 품삯을 주시오‥.”
  “너희들한테는 교수대나 주겠다. 하지만 받아라‥!” 10인대(隊)장이 커다란 주화 한 푼씩을 두 형집행자 각자에게 준다.
  “너희들은 일을 제대로 했다. 저 사람이 모자이크 같아. 띠또, 너는 저 사람이 정말 알렉산더의 사람이라고 말했지. 그러면 그 사람에게 이것을 알려서 단념하게 하자. 저자를 좀 풀어주자.”
  그들이 예수의 결박을 푸니 예수께서는 돌아가신 것처럼 땅바닥에 쓰러지신다. 그들은 예수를 거기 그대로 놓아두고 신음을 하시는지 보려고 군화를 신은 발로 가끔 건드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말씀이 없다.
  “죽었을까? 그럴 수가 있을까? 저 사람은 젊고, 또 장인이라고 하던데‥ 그런데 허약한 여자 같은데.”
  “이젠 내가 이 자를 보살피겠다” 하고 한 병사가 말한다. 그러면서 예수를 기둥에 기대게 하여 앉힌다. 예수께서 계시던 곳에는 핏덩이들이 있다. 그런 다음 병사는 회랑 밑으로 흐르는 샘으로 가서 대야에 물을 떠서 예수의 머리와 몸에 붓는다. “됐어! 꽃에는 물이 이로운 거야.”
  예수께서는 깊은 한숨을 쉬시고 일어나려고 하신다. 그러나 아직 눈을 감은 채로 계시다.
  “오! 좋아! 자, 착하지! 네 애인이 기다리고 있어!‥”
  그러나 예수께서는 일어나 보시려고 땅바닥을 짚으시지만 소용이 없다.
  “자! 빨리! 기운이 없어? 자 이렇게 하면 기운이 다시 생길거다” 하고 다른 병사 하나가 조롱한다. 그러면서 마늘창 자루로 예수의 얼굴을 연거푸 치니 예수의 오른쪽 광대뼈와 코 사이에 맞아 피가 나기 시작한다.
  예수께서 눈을 뜨시고 움직이신다. 흐리멍덩한 눈길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때린 병사를 뚫어지게 바라보시고 손으로 피를 닦으신다. 그런 다음 노력을 많이 하신 덕택으로 일어나신다.
  “옷입어. 그렇게 하고 있는 건 단정치 않아. 추잡한 놈!” 그러면서 모두 예수를 빙 둘러싸고 웃는다.
  예수께서는 말없이 복종하신다. 몸을 굽히신다. 그러나 온 몸이 타박상투성이이고 피부가 땅길 때 한층 더 크게 터지는 상처들과 물집이 터져서 생기는 다른 상처 때문에 땅으로 몸을 굽히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예수님 혼자만이 아신다. 병사 하나가 옷을 차서 흐트리고, 예수께서 비틀거리며 옷이 떨어진 곳에 이를 때마다 병사 하나가 옷을 밀어내거나 다른 방향으로 던진다. 그러면 심한 고통을 느끼시는 예수께서는 병사들이 외설한 말들을 하며 당신을 조롱하는 동안 말없이 옷을 쫓아다니신다.
  예수께서는 마침내 옷을 다시 입으실 수 있다. 예수께서는 깨끗한 채로 한 구석에 남아 있는 흰옷을 다시 입으신다. 예수께서는 어제만 해도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더럽고 게쎄마니에서 흘리신 피로 얼룩이 진 당신의 초라한 붉은 옷을 감추려고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피부 위에 당신 속옷을 입으시기 전에 그것으로 당신의 축축한 얼굴을 훔치시고, 이렇게 하여 먼지와 침을 닦기까지 하신다. 그러자 가엾은 그 얼굴, 거룩한 그 얼굴이 나타나고, 다만 멍과 작은 상처 흔적들만 있다. 그리고 당신의 몸을 단정히 하시려는 타고난 욕구로 인하여 흐트러진 머리를 가다듬으시고 수염을 매만지신다.
  그런 다음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으신다. 왜냐하면 내 예수님의 몸이 떨리기 때문이다‥‥몸이 떨림과 더불어 열이 예수의 몸에 미끄러지듯 스며들기 시작하고, 또 피를 흘리신 것과 공복과 먼 길을 걸은 데서 오는 허약도 느껴진다.
  병사들이 다시 예수의 손을 묶으니, 벌써 피부가 벗겨져 붉은 팔찌처럼 된 그곳에 밧줄이 다시 톱질을 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이 자를 어떻게 한담? 난 심심한데.”
  “기다려. 유다인들이 왕을 갖고 싶어하니 우리가 그들에게 왕을 주자. 이 자를 말이야‥”하고 한 병사가 말한다.
  그러면서 밖으로 뛰어가는데, 틀림없이 뒤에 있는 마당으로 나가는 모양이다. 거기서 야생 아가위나무 가지 한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 아가위나무 가지들은 봄에는 비교적으로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휘기가 쉽다. 그러나 길고 뾰죽한 가시는 매우 단단하다. 병사들은 단검으로 잎과 작은 꽃들을 잘라내고 가지들을 동그란 모양으로 휘어서 가엾은 머리에 박는다. 그러나 야만스러운 왕관은 예수의 목으로 떨어진다.
  “붙어 있지 않는데. 더 좁게 해. 벗겨.”
  그들은 그것을 벗기는데 예수의 눈을 찌를 뻔하고 뺨을 할퀴고, 그렇게 하느라고 머리카락들을 뽑는다. 그 관을 좁힌다. 이제는 너무 좁아서 가시가 머리에 박히게 되는데, 박아도 떨어지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다시 벗기는데 예수의 다른 머리칼들을 뽑는다. 병사들은 그것을 다시 고친다. 이제는 잘 맞는다. 앞쪽으로 가시 돋친 세 줄기이고, 뒤쪽 가지 끝들이 합쳐진 곳은 진짜 가시 매듭 같아서 목덜미로 들어간다.
  “네가 얼마나 근사한지 보여? 자연청동이고 진짜 홍옥들이다. 오, 왕이여, 그대의 모습을 내 갑옷에 비쳐 보소서”하고 고문을 생각해낸 자가 투덜거린다.
  “왕관만으로는 왕이 될 수 없어. 홍포(紅抱)와 왕홀(王笏)이 필요해. 마구간에 갈대가 있고 쓰레기통에 붉은 짧은 망토가 있으니, 그걸 가져와. 고르넬리오.”
  그리고 그것들이 오자 더러운 붉은 넝마를 예수의 어깨에 걸친다. 갈대를 예수의 손에 들리기 전에 그것으로 예수의 머리를 때리면서 몸을 숙여 인사를 한다. “유다인들의 왕, 만세.” 그러면서 자지러지게 웃는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하는 대로 놓아두신다. “옥좌”에 앉히는 대로 앉으신다. 그것은 대야를 엎어놓은 것인데, 말들에게 물을 먹일 때 쓰이는 것이 틀림없다. 예수께서는 결코 말씀을 안 하시고 때리고 조롱하게 내버려두신다. 그들을 바라보기만 하신다‥ 그리고 그것은 온화하고 또 얼마나 혹심한 고통을 나타내는 눈길인지 나는 가슴에 상처를 입는 느낌이 없이는 그 눈길을 감당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병사들은 죄인을 빌라도 앞으로 데려오기를 요구하는 상관의 거칠은 목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그들의 조롱을 멈춘다.
  죄인이라고! 무엇을 잘못 하셨기에?

  예수께서는 이제는 해 때문에 값진 차일이 쳐진 안마당으로 다시 끌려오신다. 아직도 가시관을 쓰시고 갈대를 드시고 짧은 망토를 걸치신 채로.
  “백성들에게 보이게 앞으로 오시오.”
  예수께서는 비록 쇠약해지셨지만 위엄 있게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신다. “히브리 사람들, 들으시오. 여기 이 사람이 있소. 내가 그를 벌했소. 그러나 이제는 이 사람을 가게 내버려두시오.”
  “아니오, 아니오! 우리는 그자를 보기를 원하오! 밖으로 데려오시오!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를 보게 하시오.”
  “그 사람을 밖으로 데려 오라. 그리고 사람들이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조심하라.” 그리고 예수께서 현관에 나오셔서 네모꼴을 이루고 있는 병사들 가운데 나타나시자 본시오 빌라도는 예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자, 이 사람을 보시오. 당신들의 왕을. 그래도 아직 부족하오?”
  지금은 아홉시로 오전 중간이기 때문에 거의 수직으로 내리쬐는 답답한 날의 태양이 눈길과 얼굴에 불을 붙이고 두드러지게 한다. 그들의 사람들인가? 아니, 미친 하이에나들이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며 죽이기를 요구한다‥‥.
  예수께서는 서 계시다. 그런데 참말이지 예수께서 지금과 같이 고상하게 보이신 적은 일찌기 없었다. 가장 큰 기적을 행하실 때조차도 그렇지 않으셨다. 고통의 고귀함. 예수께서는 어떻게나 숭고하신지 그것으로 충분히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이름을 말하려면, 적어도 그들이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예루살렘에 오늘은 사람이 없고, 마귀들 뿐이다.
  예수께서는 눈길을 군중 쪽으로 돌리시어 증오를 품은 숱한 얼굴들 가운데에서 정다운 얼굴들을 찾으시고 발견하신다. 몇이나? 원수 수천 명 가운데 스무 명도 안 되는 친구들‥‥그래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버림으로 인하여 충격을 받으셔서 고개를 떨어뜨리신다.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또 한 방울‥ 또 한 방울‥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그분의 눈물을 보고 연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 층 더 강한 증오가 생긴다.
  예수를 다시 안마당으로 데리고 간다.
  “자, 어떻소? 이 사람을 가게 내버려두시오. 이것이 당연한 일이오.”
  “아니오.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당신들에게 바라빠를 내 주겠소.”
  “아니오. 그리스도를 주시오!”
  “그러면 맡아서 처리하시오. 나는 그에게서 아무런 잘못도 찾아내지 못해서 십자가에 못박게 할 수 없으니, 당신들의 책임 하에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저자는 자기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했소. 우리 율법에서는 이렇게 하느님을 모독하는 죄를 짓는 자는 죽이라고 명령하오.”
  빌라도는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된다. 그는 돌아가서 그의 작은 옥좌에 앉아서 손으로 이마를 짚고 팔꿈치를 무릎에 올려놓고 예수를 유심히 살핀다.
  “가까이 오시오”하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단 아래로 가신다.
  “참말이오? 대답하시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당신은 어디서 왔소? 하느님은 무엇이오?”
  “모든 것이오.”
  “또 그리고? 모든 것이란 무슨 뜻이오? 죽는 사람에게 모든 것이 무엇이오? 당신은 미쳤소‥‥ 하느님은 없소. 있는 것은 나요.”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예수께서는 중요한 말을 하셨고, 그런 다음에는 다시 침묵에 둘러싸이신다.
  “본시오님, 글라우디아 뿌로꿀라의 해방된 노예 여자가 들어오기를 청합니다. 그 여자는 각하께 드릴 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아이고! 이젠 여자들까지! 들어오라고 해.”
  로마 여자 하나가 들어와 밀랍(蜜臘)판을 드리려고 무릎을 꿇는다. 그것은 총독부인이 남편에게 예수께 사형 선고를 내리지 말라고 청하는 편지임에 틀림없다. 여자는 빌라도가 읽고 있는 동안 뒷걸음질로 물러간다.
  “당신은 죽이는 살인을 피하라고 권하는구료. 당신이 점(占)을 치는 승려보다 낫다는 것이 참말이오? 당신이 무섭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아니 당신은 내가 당신을 풀어 주거나 십자가에 못 박거나 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만일 하늘에서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으면, 당신은 아무 권한도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나를 당신 손에 넘겨준 사람이 당신보다 더 죄가 많소.”
  “그게 누구요? 당신의 하느님이오? 나는 두렵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빌라도는 마음을 졸인다. 하고 싶기도 하고, 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는 하느님의 벌을 두려워하고, 로마의 벌도 두려워하고, 유다인들의 복수도 두려워한다. 잠시 하느님께 대한 공포가 우세하다. 그는 안마당 앞쪽으로 가서 우레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 사람은 죄가 없소.”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당신은 카이사르의 원수요. 자기를 왕이라고 하는 자는 카이사르의 원수요. 당신이 나자렛 사람을 석방하고자 하니, 우리는 그것을 카이사르에게 알리겠소.”
  빌라도는 사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결국 당신들은 저 사람의 죽음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좋소! 하지만 저 의인의 피가 내 손에 묻는 것을 원치 않소.” 이렇게 말하면서 대야를 가져오게 하여 민중이 보는 앞에서 손을 씻는다. 민중은 광란에 빠져 고함을 지른다. “우리가, 우리가 그의 피를 뒤집어쓰겠소. 그의 피가 우리와 우리 자손 위에 떨어져도 좋소. 우리는 그것이 두렵지 않소. 십자가에!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본시오 빌라도는 그의 옥좌로 돌아가 백부장 론지노와 노예 한 사람을 부른다. 그는 노예더러 탁자를 가져오라고 하여 거기에 벽보지를 갖다 대고는 그 위에 “나자렛 사람 예수, 유다인들의 왕”이라고 쓰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백성들에게 보인다.
  “아니오, 그렇게는 안돼요. 유다인들의 왕이라고 쓰지 말고, 자칭 유다인들의 왕이라 쓰시오.” 이렇게 여러 사람이 외친다.
  “한번 썼으면 그만이오.”하고 빌라도가 엄하게 말하고, 일어서서 손바닥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양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명령한다. “저 사람을 십자가에 못박아라. 병사, 가서 십자가를 준비하라.” 그리고는 웅성거리는 군중도, 창백한 선고받은 사람도 돌아다보지 않은 채 내려온다. 그는 안마당에서 나간다‥‥.
  예수께서는 안마당 가운데에 병사들이 지키는 가운데 십자가를 기다리며 그대로 계시다.

  44년 3월 7일 저녁.
  내가 무슨 고통을 당하는지 누구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내 고통은 이 세상의 고통이 아니고 또 이해되지 못할 것이므로 이 세상의 어떤 사람에게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즐거움인 고통이고, 고통인 즐거움이다. 나는 열 번, 백 번 그만큼 고충을 받고 싶다. 세상의 무엇을 준다 하여도 나는 이 고통을 받지 않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역시 목덜미를 잡힌 사람처럼, 목이 죄이는 사람처럼, 가마에서 타는 사람처럼, 심장까지 칼로 사무치게 찔린 사람처럼 고통을 당한다.
  내가 움직일 수가 있고, 모든 사람에게서 떨어져 움직임과 노래 속에서 내 감정에 위안을 줄 수 있도록 허락되면 그 고통이 덜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감정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예수님 처럼 십자가에 달려 있어 움직임도 고독도 내게 허락되지 않고 내 즐거운 임종의 고통을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먹이로 주지 않기 위하여 입술을 꼭 다물어야 한다. 입술을 꼭 다무는 것은 말하는 방식이 아니다! 나는 내 안에서 괴어 불꽃이나 분수처럼 세차게 올라오는 초자연적인 기쁨과 고통의 고함을 지르도록 유도하는 충동을 억제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고통으로 인하여 흐리멍덩하게 된 예수님–이 사람을 보라–의 눈이 자석과 같이 나를 끌어당긴다. 예수께서는 내 앞에 계신데,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시고 미친 사람에게 입히는 흰 옷 위에 두 손이 묶이신 채 총독관저의 단 위에 서서 나를 바라보신다. 그 흰옷으로 그들은 예수를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반대로 그분께 무죄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순진함을 입힌 꼴이 되었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그러나 그분께 있는 모든 것이 말을 하고 나를 부르고 내게 요구를 하신다.
  무엇을 요구하시는가? 당신을 사랑하라고. 이것은 나도 안다. 그리고 마치 내가 가슴을 칼에 찔린 듯이 죽어 가는 것을 느낄 정도로 그것을 그분께 드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또 요구하시는데, 그것을 알아듣고 싶다. 이것이 내 고통이다. 비록 내가 고통으로 인하여 죽어야 한다 해도 예수께서 원하실 수 있는 것은 모두 드리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를 끌어당기고 황홀케 한다. 스승이거나 부활하신 그리스도일 때에는 그분이 이름다우시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데에서는 내가 기쁨만을 느낄 뿐이다. 그런데 이 다른 모습은 내게 깊은 사랑을 준다. 아파하는 자식에 대하여 어머니의 사랑이 그럴 수 있는 것보다도 더 깊은 사랑을.
  그렇다. 나는 그것을 알아듣는다. 고통을 같이하는 사랑은 최후의 고통에까지 스승을 따라가는 인간을 십자가에 못박음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당신의 고통에 대한 생각이 아닌 어떤 생각도 금하는 전제적(專制的)인 사랑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분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하여 살며, 그분의 고통은 우리를 죽이는, 은유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죽이는 우리의 고통이다. 그런데도 고통이 우리에게서 끌어내는 어떤 눈물도 진주보다 더 귀중하고 우리가 이해하는 어떤 고통도 보물보다 더 탐나고 사랑 받는 그분의 고통과 비슷하다.
  신부님, 저는 제가 느끼는 것을 말하려고 힘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무익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주실 수 있는 모든 도취 중에서 그분의 고통의 도취만이 제 영혼을 그분의 제 7천국에까지 끌어올릴 것입니다. 고통받으시는 내 예수님을 쳐다보면서 사랑으로 죽는 것, 저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