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서 내게 알려 주시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보여주고 네가 묵상하게 될 이것들을 ‘믿음의 복음’이라고 불러라. 이 복음들이 너와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믿음과 그 은총의 힘을 확실하게 설명할 것이고, 하느님께 대한 너희의 믿음을 확고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작고 새하얀 베들레헴이 한배의 병아리들처럼 별빛 아래 모여 있는 것을 본다. 여기에서는 큰길들이 직각으로 교차한다. 길 하나는 마을 밖에서부터 이 읍내 지나서까지 계속되고, 또 한 길은 읍내를 죽 가로질러 가지만 더 멀리까지 가지는 않는다. 다른 작은 길들이 이 작은 도시 여기저기에 뚫려 있지만, 우리가 구상하는 것과 같은 전체적인 계획의 흔적은 조금도 없고, 높낮이가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지면에 맞게, 그리고 지면의 기복에 따라 또 집짓는 사람들의 변덕에 따라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있는 집들에 맞게 뚫려 있다. 어떤 집들은 오른쪽을 향하고, 어떤 집들은 왼쪽을 향했으며, 또 어떤 집들은 옆을 지나가는 길에 비하여 비스듬히 세워져 있어서, 길이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가는 직선으로 된 길이 아니고 구불구불 펼쳐지는 리본 같이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따금씩 작은 광장이 있는데, 장터인 경우도 있고, 샘이 있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무턱대고 세우는 집들 때문에 더 이상 아무것도 지을 수 없는 비뚤어진 부분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곳에 마침 이 불규칙적인 작은 광장 하나가 있다. 광장이라면 정사각형이거나, 적어도 장방형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나 이상한 사다리꼴로 생겼는지 정점이 빗나간 예각삼각형이라고 할 만하겠다. 삼각형의 아래쪽 제일 긴 변은 이 마을에서 제일 넓고 낮은 건물이다. 밖에서 보면, 지금은 닫혀 있고 겨우 마차나 드나들 수 있는 대문 둘만이 있는, 빤빤하고 아무 장식도 없는 높은 담이다. 이와는 반대로 안쪽에는 네모반듯한 마당을 죽 돌아가며 2층에 창문이 많이 나 있고, 아래층에는 짚과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말과 다른 짐승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한 수반들이 있는 마당 둘레로 회랑들이 보인다. 회랑의 촌스러운 기둥에는 짐승들을 매는 고리들이 있고, 한쪽에는 양떼들과 타는 짐승들을 들여보내기 위한 넓은 헛간이 있다. 베들레헴의 여관이라는 것을 알겠다.
  삼각형의 다른 두 쪽에는 큰 집들과 작은 집들이 있는데, 어떤 집들은 앞에 작은 정원이 있고, 어떤 집들엔 없다. 그 집들 가운데 정면이 광장 쪽으로 향한 것도 있고 정면이 뒷쪽으로 향한 집들도 있기 때문이다. 더 좁은 다른 쪽, 그러니까 대상들의 숙소 맞은편에는 정면 한가운데에 이층 방들로 올라가는 바깥 계단이 달려 있는 유일한 작은 집이 있다. 밤이 되었기 때문에 그 방들은 모두 닫혀 있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거리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동방의 하늘에 그렇게도 아름다운 별들이 총총 박힌 밤에 빛이 더 환해지는 것을 본다. 그 별들은 매우 생생하고 너무 커서 아주 가까운 것 같이 보이고 가까이서 비단결 같은 하늘의 빛나는 저 꽃들을 만지기가 쉬울 것같이 생각될 지경이다. 나는 빛이 이렇게 더 환해지는 원인을 알아보려고 눈을 쳐든다. 마치 작은 달과 같고 보통 크기가 아닌 별 하나가 베들레헴의 하늘로 다가온다. 다른 별들은 마치 여왕의 시중을 드는 시녀들과도 같이 슬그머니 물러나서 그 별을 지나보내는 것 같다. 그만큼 그 별의 광채는 다른 별들을 능가하고 보이지 않게 한다. 안쪽에서 태양이 비추고 있는 엄청나게 크고 밝은 청옥 같은 덩어리에서 빛나는 항적이 시작되는데, 황옥의 황금빛, 벽옥의 초록빛, 단백석의 유색산광을 띤 빛, 홍옥들의 빨간빛, 자수정의 부드러운 섬광이 한데 섞여 있으면서 엷은 청옥빛이 가장 돋보인다. 살아 있는 것 같이 빠르고 물결치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하늘을 두루 달리는 이 항적에는 이 세상의 모든 보석이 들어 있다. 그러나 돋보이는 빛깔은 별덩어리에서 비오듯 쏟아지는 저 빛깔이다. 구세주의 요람인 베들레헴의 집들과 거리들과 땅을 내려와서 하늘색을 띤 은빛으로 물들이는 천국의 빛깔 같은 엷은 청옥색이다.
  이 순간에는 우리에게 있어서 하나의 농촌 마을에 지나지 않는 보잘것없는 소도시가 아니다. 모든 것이 은으로 되어 있는 동화 속의 환상적인 도시같다. 샘과 수조의 물은 물결치는 금강석과 같다.
  더 강렬한 광채로 반짝이면서 별은 광장의 좁은 쪽에 있는 작은 집 위에 멎는다. 그 집 사람들도 베들레헴의 주민들도 문을 닫은 집에서 자고 있기 때문에 그 별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별은 그 빛을 점점 더 빨리 꿈틀거리고 그 꼬리가 떨며 하늘에 반원들을 그리면서 좌우로 흔들린다. 하늘은 그 별이 이끌고 가는 천체들의 무리로 인하여, 또한 마치 다른 별들에게 기쁜 말을 전해 주려는 듯이 그 위에서 수없이 많은 빛깔로 빛나는 보석과 같은 별들의 무리로 전체가 밝게 빛난다.
  그 작은 집은 진주빛의 액체와 같은 불로 완전히 감싸졌다. 평면으로 된 작은 지붕과 우중충한 돌로 된 층계와 작은 문이 온통 금강석과 진주 가루를 뿌린 순은덩어리와 같다. 어떤 왕의 궁전에도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어머니께 봉사하기 위해 내려오는 천사들의 발을 받기 위하여 만들어진 층계와 같은 층계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것이다. 티없는 동정녀의 그 작은 발들은 이 눈부신 흰빛 위에 놓일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의 옥좌의 단 위에 놓이기로 되어 있는 그의 작은 발들은 거기에 놓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정녀는 이 선경을 도무지 모른다. 마리아는 하느님이신 아들의 요람 곁에서 깨어 있으면서 기도를 드린다. 그의 영혼에는 그 별이 물건들을 아름답게 꾸미는 그 광채를 능가하는 광채를 가지고 있다.
  큰 길에서 행렬이 하나 나아온다. 마구를 단 말들과 손으로 끌고 오는 다른 말들, 그리고 어떤 것은 사람이 타고 어떤 것은 짐을 실은 단봉 낙타들과 쌍봉 낙타들이다. 굽소리는 급류의 물이 돌 위를 지나가다가 부딪혀서 흐르는 소리를 낸다. 광장에 이르러서 모두가 걸음을 멈춘다. 행렬은 별의 방사를 받아 환상적으로 빛난다. 대단히 호화로운 짐승의 장식과 말탄 사람들의 옷과 얼굴과 짐들, 모두가 반짝이며, 금속과 가죽과 비단과 보석과 짐승들의 털빛깔의 원래의 광채를 선명하게 하며 별의 빛과 합친다. 눈들이 빛나고 입들은 미소를 짓는다. 그것은 그들의 마음 속에 또 다른 광채가, 즉 초자연적인 기쁨의 광채가 빛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인들이 짐승들을 끌고 대상들의 숙소로 가는 동안 여행단의 세 사람이 각기 타고 있던 짐승들에서 내리니, 짐승들은 어떤 하인이 다른곳으로 끌고 가고, 그 사람들은 걸어서 집을 향하여 간다. 거기서 그들은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리어 먼지에 입을 맞춘다. 대단히 호화로운 그들의 옷이 말해 주는 것과 같이 그들은 세 사람의 권력자이다. 피부색이 매우 짙은 한 사람은 낙타에서 내리자마자 흰 비단으로 지은 화려한 옷으로 몸을 감싼다. 이마에는 귀금속으로 만든 테를 둘렀고, 허리에는 호화로운 허리띠를 띠었는데, 칼 밑이 보석으로 장식된 비수 또는 검이 매달려 있다. 훌륭한 두 마리 말에서 내린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노랑색이 돋보이는 매우 아름다운 줄친 옷감으로 지은 옷을 입고 있다. 그 옷은 두건과 끈이 달린 성직자의 겨울옷 같이 생겼는데, 두건과 끈이 어떻게나 금실수로 장식을 했는지 전체가 금실로 선세공을 한 한 덩어리 같다. 셋째 사람은 발목을 맨 넓고 긴 바지에서 나오는 헐렁헐렁한 비단 샤쓰를 입고 있다. 그는 아주 고운 어깨걸이를 두르고 있는데, 그 사람 전체를 꾸미는 빛깔이 어떻게나 선명한지 꼭 꽃이 만발한 진짜 정원과 같다. 머리에는 터반을 쓰고 있는데, 금강석을 물린 거미발로 장식된 작은 사슬로 고정되었다.
  구세주가 자고 있는 집에 경배한 다음 그들은 다시 일어나 대상들의 숙소로 간다. 거기서 하인들이 문을 두드려 열게 한다.

  -여기서 환상이 끝난다. 환상은 세 시간 후에 동방 박사들이 예수께 경배하는 광경으로 다시 계속된다.

  낮이다. 아름다운 태양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세 동방박사의 하인 한 사람이 광장을 가로질러 작은 집의 작은 층계를 올라가서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여관으로 돌아간다.
  세 동방 박사가 각기 자기 하인을 뒤따르게 하고 나온다. 그들은 광장을 건너간다. 드물게 지나가는 행인들이 점잖게 아주 천천히 지나가는 위엄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려고 머리를 돌린다. 하인이 왔던 것과 세 사람이 오는 것 사이에는 한 15분은 충분히 지났다. 그래서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할 시간이 있었다.
  손님들은 지난 밤보다도 더 호화로운 옷을 입고 있다. 비단이 빛나고, 보석들이 반짝이고, 훨씬 더 귀중한 거북등딱지를 점점이 박은 값비싼 깃털 장식이 터반을 쓴 사람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있다.
  하인 한 사람이 전체에 상감세공을 한 궤를 들고 있는데, 그 금속 장식은 끌로 새긴 금으로 되어 있다. 둘째 하인은 매우 섬세하게 만든 잔을 들고 있는데, 그 잔에는 끌로 새긴 뚜껑이 덮여 있다. 세째 하인은 역시 금으로 만든 넓고 낮은 일종의 항아리를 들고 있는데, 꼭대기에 금강석이 박힌 피라미드형의 뚜껑이 달려 있다. 하인들, 특히 궤를 든 하인이 그것들을 들고 있기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그 물건들이 무거운 모양이다.
  세 사람은 층계를 올라가서 들어간다. 그들은 길에서 집 뒤로 가는 방으로 들어간다. 햇빛쪽으로 열린 창문으로해서 뒷쪽에 있는 작은 정원이 보인다. 다른 두 쪽 벽에 있는 문들이 열리면서 집주인들이 내다본다. 중년 남자, 여자, 그리고 서너 명의 어린이들이다.
  마리아는 아기를 안고 앉아 있고 요셉은 곁에 서 있다. 그러나 마리아도 세 동방 박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일어나서 몸을 굽혀 인사한다. 마리아는 온통 흰옷을 입었다. 목 아래에서 발까지, 어깨에서 가는 손목까지 몸을 감싼 단순한 흰옷을 입은 자태가 참으로 아름답다. 땋은 금발이 얹힌 머리와, 흥분으로 인하여 더 선명한 분홍빛을 띤 얼굴과, 부드럽게 미소짓는 눈과, “하느님께서 당신들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인사하려고 벌어지는 입이 정말 아름답다. 세 동방 박사는 한동안 어리둥절해 있다. 그러다가 앞으로 나아가 발 앞에 엎드리며 앉으라고 청한다.
  그들은 편히 앉지 않는다. 마리아가 권하는 데도 앉지 않는다. 그들은 발뒤꿈치에 의지하여 꿇어 있다. 뒤에는 세 하인들이 역시 무릎을 꿇고 있다. 그들은 바로 문지방 뒤에 있는데, 그들이 들고 있던 세 가지 물건을 그들 앞에 내려놓고 기다린다.
  세 현자는 아기를 들여다본다. 아기가 매우 활발하고 튼튼하며 아홉달에서 한 살쯤 되어 보인다. 아기는 엄마의 가슴에 안겨 있다. 아기는 미소를 지으며 작은 새소리와 같은 목소리로 종알거린다. 엄마처럼 흰옷을 입고 발에는 조그마한 샌들을 신었다. 매우 간단한 작은 옷인 내리닫이인데, 끊임없이 움직이는 작은 발과 무엇이든지 잡으려고 하는 포동포동한 손이 옷 밖으로 나와 있고, 특히 아주 예쁜 작은 얼굴이 나와 있다. 얼굴에서는 짙은 파란 눈이 빛나고, 웃을 때면 양쪽에 볼우물이 생기고 처음으로 난 작은 이들을 드러내 보이는 입이 빛난다. 잘게 굽슬굽슬한 머리는 어떻게나 빛나고 너울너울한지 꼭 금가루같이 보인다.

  제일 나이 많은 현자가 모두를 대표해서 말한다. 그는 지난 12월 어느 날 밤 그들이 새 별 하나가 하늘에 이상한 광채를 띠고 나타난 것을 보았다고 마리아에게 설명한다. 천체도에는 그 별이 나타나 있지 않았고, 그 별에 대한 말도 일찍이 없었다. 그 별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 별은 이름이 없었다. 하느님의 품에서 나서 축복받은 진실, 하느님의 비밀 한 가지를 사람들에게 말하려고 꽃이 피듯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이 진흙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 별을 우습게 보았었다. 그들은 눈을 하느님께로 들지 않았고, 하느님께서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가지고 써놓으시는 말씀을 – 이로 인하여 하느님을 영원히 찬미하자 – 읽을 줄을 모른다.
  동방 박사들은 그 별을 보았고. 그 목소리를 알아들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들은 그들의 몸에 허락하던 얼마 안되는 잠을 기꺼이 포기하고, 음식먹는 것도 잊고 황도대연구에 몰두하였었다. 그리하여 천체의 교회(交會)와 시간과 계절과 옛날 시리와 천체의 배합의 계산으로 그별의 이름과 비밀을 알게 되었었다. 별의 이름은 “메시아”였고, 그 비밀은 “메시아가 세상에 왔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메시아에게 경배하려고 각기 다른 사람 모르게 떠났던 것이다. 그들은 산과 광야, 골짜기와 강을 지나 밤에 여행하여 팔레스티나 쪽으로 왔었다. 별이 그 방향으로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가 지구의 각기 다른 세 곳에서 이 방향으로 오다가, 나중에 사해를 지난 곳에서 같이 만나게 되었다. 하느님의 뜻이 그들을 거기에 모아 놓으셨다. 그래서 비록 각기 자기네 고장 말을 하는데도 서로 알아들으며 앞으로 나아왔고, 그들이 지나오는 나라들의 말을 알아듣고 할 수도 있었다. 이것은 영원하신 분의 기적이었다.
  메시아는 예루살렘의 왕, 유다인들의 왕일 것이므로, 그들은 함께 예루살렘으로 갔었다. 그러나 이 도시 상공에서 별은 자취를 감추었었다. 그들은 가슴이 메어지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꼈고, 하느님께 은총을 잃을 행위를 하였는가 하고 성찰을 하였었다. 그러나 양심에 거리낌이 없음을 확신하고, 그들이 경배하러 온 유다인들의 왕이 어느 궁궐에서 났는지 물으려고 헤로데 왕을 찾아갔었다. 왕은 사제장들과 율법교사들을 불러 모아 가지고 메시아가 어디에 날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이들은 “유다의 베들레헴에서”라고 대답하였었다.
  그들은 베들레헴을 향하여 왔었고, 별이 다시 그들의 눈에 나타나 성도를 떠났었고, 지난 밤에는 한층 더 빛났었다. 하늘이 온통 불이 붙은 것 같았었다. 그러다가 그 광채에 다른 별들의 빛을 모아 가지고 이 집 위에 멎었었다. 그들은 여기에 태어나신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아차렸었다. 그래서 지금 아기에게 경배하고, 그들의 초라한 선물을 드리는 것이었으며,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내려 주신 은총 때문에 그분을 끊임없이 찬미하였고, 그분의 아들도 사랑하였던 그들의 마음을 드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을 지금 보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헤로데 왕도 아기에게 경배하기를 희망하였기 때문에 그에게 보고하러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여기 임금님이 차지하기에 마땅한 황금과, 하느님께 적합한 유향이 있습니다, 아기 어머니, 여기에 또 하느님이신 당신의 갓난 아기가 사람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의 인간의 육체와 생활로 죽음의 쓰라림과 피할 수 없는 법칙을 경험할 것이므로 동시에 몰약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말을 하지 않고 아기의 육체가 그의 영혼과 같이 영원하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기 어머니, 당신의 아들인 이 아기는 구세주이고, 하느님의 그리스도이며, 이 이유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세상의 죄를 짊어져야 할 터인데, 그 죄의 벌 중의 하나가 죽음입니다. 이 몰약을 그 시간을 위한 것으로, 그의 거룩한 육체가 썩지 않고, 부활까지 그 완전을 보존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선물들 때문에 아기가 우리를 기억하고 당신 종들을 구원하고 당신의 나라를 주기를 바랍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로 인하여 우리가 거룩하게 되도록, 아기 어머니가 아기를 우리의 사랑에 주어 그의 발에 입맞춤으로 하늘의 축복이 우리 위에 내리게 해주십시오.”
  현자들의 말로 인하여 생겼던 공포를 극복하고, 죽음을 상기시킴으로 인하여 느꼈던 슬픔을 미소로 감춘 마리아가 아기를 내준다. 아기를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의 팔에 안겨 주니, 그 노인은 아기에게 입맞추고 아기의 쓰다듬음을 받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예수는 방글거리며 세 사람의 가는 사슬과 가장자리 술장식을 가지고 논다. 아기는 노랗고 반짝이는게 가득 찬 뚜껑 열린 보석상자를 신기한 듯이 내려다본다. 몰약 그릇의 뚜껑의 금강석에 햇빛이 비치며 무지개가 생기는 것을 보고 웃는다.
  그런 다음 세 사람은 아기를 어머니에게 돌려주고 일어선다. 마리아도 일어선다. 제일 젊은 동방 박사가 그의 하인에게 나가자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이들은 양쪽에서 몸을 굽혀 인사한다. 세 사람은 아직 좀 더 말을 한다. 그들은 차마 이 집을 떠날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감격의 눈물이 모든 사람의 눈에 보인다. 마침내 그들은 마리아와 요셉의 배웅을 받으며 문 쪽으로 향한다.
  아기는 내려서 세 사람 중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의 손을 잡으려고 하였다. 이렇게 한 손은 어머니의 손에, 또 한 손은 현자의 손에 잡혀서 걷는데, 현자는 아기의 걸음을 인도하느라고 몸을 구부린다. 예수는 아직 어린아이다운 불확실한 걸음을 걸으며, 바닥에 깔린 포석 위에 해로 인하여 생긴 빛줄기를 발로 차면서 웃는다.
  문지방에 이르러서 -이 방은 집 전체길이에 걸쳐 있다는 것을 잊지 말 것이다- 세 사람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무릎을 꿇고 예수의 발에 입맞추며 하직 인사를 한다. 마리아는 아기에게로 몸을 숙이고 그의 작은 손을 잡아 동방 박사 각 사람의 머리 위에서 축복의 손짓을 하라고 이끈다. 그것은 벌써 마리아가 인도하는 예수의 작은 손가락이 긋는 십자 성호이다.
  그런 다음 세 사람은 층계를 내려간다. 여행단은 벌써 채비를 다 차리고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다. 말들의 재갈 장식이 넘어가는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이 야릇한 광경을 구경하려고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있다.
  예수는 작은 손으로 손벽을 치며 웃는다. 엄마는 아기를 들어올려 층계참에 둘러친 넓은 난간에 기대놓았다. 엄마는 아기를 떨어지지 않게 하느라고 한 팔로 가슴에 껴안고 있다. 요셉은 세 사람과 같이 내려가서 그들이 말과 낙타에 올라타는 동안 각자의 등자를 잡아 준다.
  이제는 주인과 하인 모두가 말이나 낙타에 올라앉아 있다. 출발 신호가 내려졌다. 세 사람은 마지막 인사를 하느라고 그들이 탄 짐승의 목에까지 몸을 구부린다. 요셉도 몸을 굽혀 인사한다. 마리아도 몸을 숙여 인사하고, 예수의 손을 이끌어 작별과 축복의 손짓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