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이 책은 스페인의 아그레다 출신의 마리아 수녀 (가경자, 시복청원 중 / 1602ㅡ 1665) 에게 일어난 계시를 다룬 책 <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의 삶 > 중에서 천사의 창조와 타락에 관한 부분만 발췌하여 엮은 것이다. 이 책은 가장 높은 대천사인 루치펠과 그를 따르는 천사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타락하고 하늘나라에서 쫓겨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 인간이 삶이라는 시험을 마친 후에  하느님께서 마련해두신 하늘나라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치펠은 하느님께 맞서고 인간을 증오하고 시기하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그것을 방해했다. 그 결과 루치펠과 그의 무리는 하늘나라의 자리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과 온 인류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사탄과 벌이는 전쟁의 원인이며, 그 결과를 우리는 매일 끊임없이 새롭게 체험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바로 이런 연유로 사탄이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이 세상에 가져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지 않고 알려고도 않는다. 더욱이 사탄이 인간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동의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믿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느님과 우리 인간의 가장 지독한 원수인 사탄은 사람들이 하느님과 사탄과 지옥의 실존과 실재를 부정하며 단순한 상징으로 여기도록 유인할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대상에게는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 인간이 악의 실체를 명확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탄은 인간이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고 그것에 관심도 두지 않을 뿐더러 무시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그것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로 인한 파괴적인 결과는 점점 더 드러날 것이다.

  이 책은 사탄이 이 세상에 내려오게 된 원인과 배경과 결과를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드러낸다. 지금까지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악과 지옥의 추종자들의 극히 비밀스런 음모와 계략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것이 드러나는 것을 사탄은 결코 원하지 않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그것을 밝혀 주셨다. 사탄은 모든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고 유혹하고 말살하려는 자신의 음모가 드러나는 것을 온 힘을 다해 방해하려 했기에 이 모든 진실이 세상 빛을 보는데는 300년이나 걸렸다. 사탄의 사주로 일어난 논쟁이 30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것이다. 그 후 비로소 교회는 이 계시가 진리임을 인정하고 마침내 공표하게 되었다.

  사탄의 존재와 활동에 관해 제대로 명확하게 전해 주는 책은 드물다. 그러므로 이 책은 특히 오늘날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이런 이유로 이 책은 널리 알려지고 모든 사람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천사의 창조와 타락

  하느님께서 천사를 창조하셨다. 천사들은 하늘나라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듬뿍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 하늘나라에서 살아간다 해도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때 비로소 그들도 하느님을 뵈올 수 있었다. 모든 천사는 창조됨과 동시에 은총과 성령을 선물 받음으로써 이루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 완전한 존재가 되었다.

  이어서 창조주 하느님의 뜻이 모든 천사들에게 공표되었는데, 하느님의 뜻이란 천사는 자신을 창조하신 분을 지존하신 주님으로 모시면서 창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찰나에 천사들 중 하느님의 뜻에 반항하는 무리가 있었다. 미카엘 대천사와 그를 따르는 착한 천사들은 그들 반항의 무리와 큰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착한 천사들은 은총에 항구하여 영원한 행복을 얻었다. 반대로 하느님께 반항하고 순명을 거부한 용의 무리는 영원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는 지옥으로 떨어졌다.

  나, 아그레다의 마리아는 루치펠과 그의 무리들이 어떤 동기와 어떤 근거에서 하느님께 반항하여 타락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루치펠의 교만과 욕망

  그 때 루치펠은 터무니없는 자애심에 빠졌다. 자신이 다른 천사들보다 훨씬 더 높은 아름다운 본성과 은총을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루치펠은 오랫동안 그런 착각에 젖어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특권의 유일한 원천이신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감사를 게을리 하고 대신 자기 자신을 높이 치켜세웠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능력에 흠뻑 빠진 루치펠은 그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본래 가진 것으로 여겼다. 이런 터무니 없는 인식으로 인해 루치펠의 자만심은 한없이 커졌다.

  그런 한편 루치펠은 하느님의 창조물을 유혹했으며 자신에게는 없지만 다른 창조물이 지닌 은총과 특권을 욕심냈다. 그 결과 하느님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에 대하여 극도의 분노와 증오를 내뿜게 되었다. 아울러 불순명, 교만, 불의, 불충, 독선, 심지어 일종의 우상 숭배라는 악이 생겨났다. 왜냐면 루치펠은 오로지 하느님께만 바쳐야 할 흠숭을 자신이 받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루치펠은 하느님의 지존과 신성을 모독했으며, 하느님께 마땅히 바쳐야 할 신의와 충성을 내팽개쳤다. 극도로 교만해진 루치펠은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을 말살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있고 다른 천사들도 그런 짓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급기야 루치펠의 교만이 그의 능력보다 더 커지게 되었다.

인간의 창조와 성자의 강생에 대한 계시

  천사들을 향한 하느님의 계시는 계속되었다. 즉 천사보다 낮은 등급의 이성적 피조물인 사람을 창조하겠다는 것이며, 사람도 하느님을 창조주이며 영원한 신으로서 사랑하고 경외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지극한 은총을 받을 것이다.

  또한 하느님께서 계시하셨다. 지존하신 삼위 하느님 중 성자께서 몸소 사람이 되실터인데, 신성과 인성을 가진 사람이 되실 것을 계시하셨다. 따라서 천사들은 미래에 오실 그분,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분을 머리로 모시고, 그분의 신성과 인성을 똑같이 흠숭하고 경배해야 한다. 천사들은 지극한 위엄과 은총을 지니고 계시는 그분의 종이 되어야 하며, 그분께 순명해야 한다. 천사들은 께달았다. 그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하느님의 뜻에 맞는 일임을.

천사와 루치펠의 전쟁

  그러나 시기와 교만에 사로잡힌 루치펠은 하느님께 반항했다.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더욱이 같은 생각을 가진 천사들을 선동하여 똑같은 짓을 하게 했다. 그들도 하느님의 명령에 순명하지 않았다. 루치펠은 그들에게, 자신이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겠으며 그리스도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왕국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루치펠은 시기와 교만과 터무니없는 야먕에 사로잡힌 까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악의 병균을 퍼뜨렸다.

  마침내 사도 요한이 전해 준 그 무시무시한 전쟁이 일어났다.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묵시 12, 7 )

성모님에 대한 계시와 루치펠의 분노

  여기서 나는 또 하나의 비밀을 밝혀야겠다.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고  모든 천사는 그분께 순명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그때, 천사들이 받은 세번째 명령은 이것이다. 즉 천사들은 성부의 독생 성자를 태중에 모시고 그분께 육신을 드릴 여인을 여왕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여인은 천사들의 여왕이 되고 모든 피조물의 여주인이  될 것이며, 은총과 영광에 있어서 모든 천사와 인간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었다.

  하느님을 따르는 착한 천사들은 이 명령을 받아들였다. 지극히 겸손한 그들은 지존하신 분의 권능과 신비를 믿고 찬미했다. 그러나  루치펠과 그 무리들은 이 비밀을 계시받자 교만이 점점 커져서 이 명령에 맞서 일어났다.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힌 루치펠은 모든 천사와 모든 인간의 머리가 되는 영예를 강렬하게 열망했다. 제어할 수 없도록 사나운 분노에 사로잡힌 루치펠은 한없이 위대한 은총의 기적을 일으키신 창조주 하느님께 반항했다. 루치펠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선동한며 큰소리쳤다.

  “이 명령은 부당하다!  나의 품위가 이 때문에 모욕당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이 그렇게도 큰 사랑으로 바라보고 그렇게도 넘치는 은총을 내리고자 하는 그 인간을 박해하고 완전히 박살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의 힘과 술책을 모조리 동원할 것이다. 그 여자, 말씀의 어머니라는 그 여자를 그 높은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말겠다. 나는 당신의 계획을 수포로 만들 것이다!”

  이렇듯 오만무도하고 교만하기 짝이 없는 루치펠의 반항은 하느님을 분노하게 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 말씀으로 루치펠에게 수치감을 안겨 주셨다.

  “네가 절대로 공경하지 않겠다는 그 여인이 너의 머리를 짓밟고 너를 멸망시킬 것이다. 너의 교만으로 죽음이 세상에 들어왔지만 그 여인의 겸손으로 세상은 생명과 구원을 얻을 것이다. 인간은 너와 네 족속들이 잃어버린 그 영예와 월계관을 받게 될 것이다.”

  루치펠은 하느님의 뜻과 결정을 깨닫고 미쳐 날뛰면서 그 모든 것에 저항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에게 위협의 칼을 들이댔다.

요한 묵시록 12장 계시. “너희 땅과 바다는 불행하다.”

  “너희 땅과 바다는 불행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악마가 큰 분노를 품고서 너희에게 내려갔기 때문이다.” ( 묵시12,12 )

  땅은 불행하다 ! 이제 엄청난 악행의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불행하다 ! 그처럼 엄청난 악덕을 보면서도 악행을 일삼는자들을 분노의 물길 속에 쓸어 넣지 않고, 창조주 하느님께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복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악의로 냉혹해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여, 너는 더 더욱 불행하다! 네가 바로 악마를 추종하기 때문이다.

  악마는 전쟁의 크나큰 분노와 전대미문의 무자비 속으로 너희를 몰아넣기 위해 내려갔다. 피에 굶주린 사자보다 더 사악하고 잔인한 용의 분노가 모든 것을 삼킬 것이다. 그 용의 분노를 만족시키기에는 온 세상의 모든 날도 짧으리라. 인간을 파멸시키려는 그의 갈증과 탐욕이 너무나 크기에 인간의 온 생애도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으리라. 무엇보다도 그의 분노는 그의 머리를 짓밟을 경건한 여인에게로 향할 것이다.

  “용은 자기가 땅을 떨어진 것을 알고, 그 사내아이를 낳은 여인을 쫓아갔습니다.” (묵시 12, 13)

  그는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분노를 강생하신 말씀의 어머니인 여인에게 품었다. 루치펠과 그를 추종하는 악마들의 무리는 지옥에 도착하여 곧장 회의를 열었다. 그 때 그것들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간계를 끌어 모았다. 하느님을 가장 심하게 모욕하고 자기들에게 내린 벌보다 훨씬 더한 것으로 복수하기 위해서!

  그 회의의 최종 결론은 이러했다.

  “십중팔구 하느님은 인간을 가장 사랑할 터이니, 그것을 이용하면 가장 잔인한 복수와 가장 지독한 모욕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사랑의 활동을 방해하고, 인간을 현혹하고 그릇된 길로 이끌어서 가능한 한 하느님을 배반하고 거역하도록 선동하자. 그러면 인간은 하느님의 은총과 친교를 잃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방법을 알았으니 있는 힘을 다해 일해야 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사람들을 우리 뜻대로 유혹하고 굴복시켜서 파멸시켜야 한다. 모든 인간을 박해하고 그들에게서 약속된 상을 빼앗아야 한다. 하느님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를 거부하게 될 것이니 인간들이 하느님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한시도 경계를 늦추어선 안된다. 모든 인간이 나를 우러르며 내 뜻에 복종하도록 만들 것이다. 나는 오류와 파벌과 하느님의 법에 반대되는 나의 법을 퍼뜨리겠다.

  내가 직접 인간들 중에서 예언자와 지도자를 세우고 그들에게 나의 법을 심어주어서 그들이 그것을 도처에 퍼뜨리게 할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창조주를 거역하도록 하여 하느님에게 복수하게 할 것이며 인간을 내게로, 이 지옥의 고통 속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강생한 말씀에게 나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될 여인은 내 손아귀에서 고통을 격어야 하리라. 이처럼 위대한 나의 능력에 한낱 여인이 무슨 수로 견준다는 말인가? “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복수하겠다는 일념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온 세상을 다니며 모든 사람들을 주의깊게 관찰했지만 특별한 것은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말씀의 어머니라는 그 여인을 하늘에서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어떤 기미도 내게 보고되지 않았다. 높은 덕성을 지녔다고 보였기에 조심해서 관찰하며 저주를 퍼부었던 성전의 그 여인은 알고보니 이미 혼인한 상태였다. 그러니 그녀가 우리가 찾는 여인일리는 없다. 이사야의 말에 따르면 그 여인은 분명히 처녀이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와 루치펠의 전쟁이 시작되다

  루치펠과 그 무리들은 “성전의 그 여인” 이 누구보다 뛰어난 덕을 지녔다고 생각했지만 강생하신 말씀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인 줄은 미쳐 알지 못했다. 하느님께서는 성모 마리아의 존엄성과 경이로운 모성과 성자의 탄생 전에도 후에도 온전한 동정을 그 악한 영들에게는 숨기셨다. 또한 악한 영들이 그리스도의 신성을 결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셨다.

지옥에서 열린 악한 영들의 회의

  “그 신인(神人)은 겸손과 가난으로써 나를 이겼다. 그의 인내는 나를 부서뜨렸다. 마침내 그는 수난과 치욕스런 죽음으로써 이 세상에 군림하는 나의 주권을 빼앗았다. 그것은 나를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미치도록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성부 오른편에서 승리를 구가하고 있는 그를 지옥으로 끌어내리고, 그가 구원한 자들을 지옥의 밑바닥으로 끌어내린다 해도 나의 시기와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지경이다.

  우리 본성보다 한참이나 열등한 인간이 어떻게 모든 피조물 위로 높여질 수 있는가? 그들의 창조주는 왜 그렇게도 인간을 사랑하고 총애하는 것인가? 더욱이 사랑 때문에 성자가 직접 인간이 되고 신성과 인성이 하나로 결합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오, 인간들아, 너희는 내가 지독하게 증오하는 하느님에게서 어떻게 그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 어떻게 그런 불타는 사랑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 내가 어떻게 하면 너희의 행복을 끝장낼 수 있단 말인가!

  나를 따르는 자들이여, 어찌해야 우리가 우리의 주권을 다시 세울 수 있겠는가? 어찌해야 우리가 인간을 이길 수 있겠는가? 인간들이 큰 사랑으로 자신들을 구원한 그 신인에 관해 알게 되면 앞을 다투어 그를 따르고 그에게 마음을 봉헌하며 그의 계명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우리의 거짓말에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제안한 거짓 공경을 거부하고, 모욕받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며, 육신의 금욕을 구하고, 쾌락의 위험성을 알아차릴 것이다. 부귀영화를 거부하고 대신 그 신인이 그렇게도 높이 평가했던 가난을 사랑할 것이다. 사람들을 충동질하기 위해 우리가 인간의 성향에 제공하는 것들을 그들은 구세주를 따를 목적으로 혐오하며 물리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왕국은 파멸하고 말 것이다.

  어떻게 그는 그토록 자신을 낮출 수 있었을까? 그가 정말로 하느님이기 때문일까? 어떻게 그가 그토록 악한 사람들의 그렇게도 많은 죄를 짊어질 수 있었을까? 너무도 경이롭고 너무도 풍요로운 구원사업에 어쩌다가 내가 한 몫을 거들었단 말인가? 오, 그 신인이 얼마나 강하길래  이렇게도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이렇게도 나를 무력하게 한단 말인가! 나의 원수이며 그의 어머니라는 그 여인은 또 얼마나 강한지 도저히 정복할 수가 없구나! 그 순결한 피조물에게는 우리가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그 무엇이  있다. 틀림없이 그녀는 영원한 말씀에게서 그 힘을 받았고, 그 말씀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리스도의 위격을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그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렇다면 성체의 효력을 무효로 만들거나 그리스도가 선포한 가르침을 위조하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틀림없이 받으려 할 은총의 수단을 쓰지 못하게 하고, 더 강력한 유혹과 기만으로 그들을 그릇된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우상 숭배는 이 세상에서 늘 보존되어야 한다. 혹시나 우상숭배가 사라진다 해도 새로운 교회와 이단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악한 성향에 쉽게 넘어가고 속속들이 비열한 그런 사람들을 샅샅이 골라내야 한다. 그들이 오류의 스승이 되고 주동자가 되어야 한다. 아리우스 이단, 펠라지우스 이단, 네스토리우스 이단을 비롯해 일찍이 생겨났고 또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도 생겨날 다른 이단들을 지옥에서 부화시켜야 한다.”

  루치펠은 이 모든 것을 승인했다. 이것들이 하느님의 진리를 거스르고, 인간 구원과 신앙을 파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악마들은 이런 임무를 받았는데, 즉 아이가 잉태되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릇된 성향을 가지도록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그 부모들에게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관해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세상 끝날까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와 맞서 싸우자

  “우리는 세상 끝날까지, 그리고 이 새로운 교회에 명예욕, 탐욕, 극심한 증오, 모든 기만의 씨앗이 뿌려지는 날까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믿는 자들 사이에 죄악이 증가하고 그 기운이 강성해질 때 그들은 배은망덕의 죄를 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느님은 은총의 도우심을 거둘 것이다. 그처럼 자신의 죄 때문에 구원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차단하도록 하자.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승리는 확실해진다. 사람들이 하느님과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신심을 잃어버리도록 힘써야 한다. 성사의 효력에 신경쓰지 않고, 또한 죄의 상태에서, 적어도 믿음이나 경건한 마음가짐 없이 은총의 성사를 받게 해야 한다. 그 은총의 수단은 영적인 것이기에 받는 자들에게 유익이 되려면 지향을 지녀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 치료약을 우습게 여길 만큼 그것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구원을 위한 일에 게으르고, 우리의 유혹에 저항하는 시늉만 할 뿐  우리의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하며, 하느님의 총애를 망각하여 구세주에 대한 기억과 그분의 어머니에 의한 전구를 시답잖게 여긴다.”

하느님께서 악의 계략을 계시하신 이유

  주님께서 내게 확신시켜주신 바에 따르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나마 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도록 하기 위해 주님께서는 악의 비밀스런 계략들을 이 책에서 모두 드러내셨다. 이 원수는 육신이 없는 영적 존재이기에 아무리 활동해도 지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인간을 박해하는데 쉼이 없고 지치지 않는다. 인간이 모태에 존재하게 되는 첫 순간부터 공격을 시작해서는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를 나쁜 길로 이끌기 위해, 우리에게서 은총을 뺏기 위해,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된 그 순간부터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계략을 동원하여 우리를 가능한 모든 위험에 빠뜨리고 당할 수 있는 모든 피해를 다 당하도록 이끈다.

  이밖에도 악마들은 부모의 본능적인 성향을 파악한다. 그것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유전되기 때문이다. 악마들은 이런 관찰과 풍부한 경험을 근거로 하여 태아가 갖게 될 본성과 성향을 추론하고, 거기에 입각하여 태아의 미래를 포괄적으로 예상한다.

하느님은 어떻게 인간을 보호하시는가?

  섭리의 하느님께서는 거룩한 천사들을 시켜 우리 인간을 보호하신다. 천사의 보호는 모태에서부터 시작되며, 천사가 우리를 하느님의 오른편 자리 앞으로 인도하는 날까지 계속된다.

– 왜 천사는 타락하게 되었는가? (아베마리아 출판사), 아그레다의 마리아 수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