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나 수도원을 통틀어서 앱던 청년보다 더 함께 살기 어려운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다르나 공동체를 구성하는 60명이 넘는 수사들 중 앱던이 한 번도 다투어 보지 않은 수사는 네 사람뿐이었다. 게다가 상황은 악화되어 이 네 사람 외에는 그와 함께 들일을 하거나 근처 마을에 심부름을 가는데 동행하려는 수사가 한 명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평범한 방법으로는 그의 성격을 고쳐 놓을 수 없다는 걸 절감한 수도원장이 하루는 그를 불러 간절히 말했다.
“앱던, 네 분 형제님만이 당신과 사이가 괜찮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지요, 그렇지요?”
그러고는 이 네 수사를 거명했다.
“사실입니다, 원장님. 하지만 나머지 분들은 너무….”
수도원장이 말을 가로챘다.
“괜찮아요, 형제님. 내 이야기는 이런 것입니다. 그 네 분 모두 수도원에 들어온 첫해에는 꼭 당신 같았어요. 성격들이 아주…. 음…. 특별해서 형제 수사님들과 잘 어울리질 못했어요.”
“그래요? 몰랐는데요. 그건 틀림없이 제가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이었을 것입니다.”
아직 20대 후반의 청년이었으므로 앱던은 동료 수사들의 먼 과거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알지 못했다.
수도원장이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무엇이 그분들을 지금처럼 훌륭한 공동체 회원으로 변화시켰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하고말고요, 원장님. 어떻게 해서 그리 되었습니까?”
“일년 동안 함께 살아 보라고 내 옛 친구에게 보냈지요. 사바스라는 은수자가 있어요. 다시 돌아왔을 때 그분들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이 모두가 앱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수도원장의 이야기도 그렇거니와 자기가 사바스의 전(前) 제자인 네 수사하고만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우연의 일치가 그의 흥미를 돋우였다. 분명히 그 사바스라는 분은 자기와 같은 곤란한 성격들에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게다. 그는 공동체 생활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반대로 자신이 수도원을 선택하는 데 운이 나빴을 뿐이며, 다른 수사들과라면 훨씬 더 잘 지내리라고 진심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불행히도 이 유별난 공동체에 들어온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천사만이 평온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니, 천사와 오직 원장이 골라 낸 예외적인 네 사람만이….
이런 생각을 하다가 현안과 사바스에게로 되돌아 왔다. 앱던은 바보가 아니었으므로 이제, 원장이 자기를 집무실로 부른 목적을 헤아려 보기 시작했다.
억지 웃음과 함께 청년 수사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요, 원장님. 원장님께선 저를 다른 형제들처럼 한 일년 사바스님께 보내실 작정이신 것 같은데요?”
물론 그것이 바로 수도원장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계획이었다. 그리하여 며칠 후, 앱던은 자기의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있는 수도원장의 편지를 가지고 사바스를 찾아 나섰다.
한 달쯤 여행한 끝에, 그는 인적이 뜸한 지역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삭막하고 외떨어져 있어서 사바스 같은 은수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곳이었다. 하느님과 자연과 더불어 고독 속에 살기로 작정한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결국 앱던은 그 성자가 사는 오두막을 찾아 냈다. 은수자는 무척이나 다정하게 그를 맞아 주었다. 수도원장의 소개장을 읽고, 그는 곧 앱던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그는 몸에 밴 친절을 보이며 앱던에게 말했다.
“좋네. 우리는 내일 새벽녘에 떠날 걸세.”
앱던은 어리둥절했다. 자기의 여행은 끝났다고 생각하고는 벌써부터 사바스와 한 오두막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근처에 자기 오두막을 따로 지을 것인가 따져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새 스승은 어디론가 짧은 순례 여행이라도 떠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딜 가시게요, 사부님? 오래 걸립니까?”
사바스는 앱던의 성마른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원장이 잘 봤어. 이 젊은 친구는 자기 수양이 심히 결여되어 있구먼.’
동쪽을 가리키며 스승 사바스가 말했다.
“저쪽일세, 코브라 계곡이야. 한동안 우리는 거기서 살 걸세.”
당연히 앱던은 그 지명에 놀랐다. 그는 자신이 장차 살 곳에 대해 더 많이, 훨씬 더 많이 알고 싶었다. 그러나 은수자는, 앱던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아연해서 받아야 할 훈련도 받지 않고 수도원으로 되돌아가 버리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그는 다만 이렇게만 말했다.
“곧 알게 되네. 때가 되면 모든 걸 말일세.”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코브라 계곡으로 출발했다. 그들은 당일 저녁에 거기 도착했다. 사바스의 은둔처보다 훨씬 더 황량한 곳이었다. 하지만 코브라는 보이지 않았다.
앱던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는 커다란 작대기로 무장하고서, 자기 앞길을 가로지를지도 모를 어떤 파충류라도 물리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코브라들은 어디 있습니까?”
몸에 밴 충동적 성깔을 드러내며 그가 물었다.
“사방에 널렸어.”
사바스가 침착하게 응수했다.
앱던은 두려움으로 온몸이 뻣뻣해졌다.
“뭐라고요?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가 사악한 뱀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말씀이세요?”
“사악하진 않다네. 그것들도 하느님의 피조물이니까.”
은수자가 온화하게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그놈들은 위험해요. 독이 있다고요! 물리면 순식간에 죽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네, 앱던. 하지만 우리가 그놈들을 공격했을 때만 위험해지지. 그리고 그놈들은 자기 방어수단으로만 문다네. 걱정 말게. 전에 종종 여기 와서 살았지만 한 번도 해를 당하진 않았어. 어쨌든, 혹시 자네가 사고로 한 놈에게 물린다 해도 내가 치료법을 알고 있으니 고쳐 줄 것이야. 하지만 내 말대로만 하면 그런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아. 사실, 코브라에 대해 몇 가지 기본적인 것만 배워도 자넨 여기 머문 보람이 큰 셈일 것이야. 그때 자네는 수도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는 걸세.”
앱던은 아무래도 자기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사부님은 코브라들과 함께 사는 것으로 제게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는 방법을 가르치실 셈이십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가 이렇게 묻자, 은수자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렇다네. 그게 바로 자네가 여기에 온 모든 목적이 아니던가? 우린 네 단계로 수행해 나가게 된다네.”
그는 앱던이 당황해하는 것을 모르는 체 말을 계속했다.
“첫째 단계는 바로 오늘 밤부터 시작할 것이네. 그리고 이 첫째 단계 동안 자넨 코브라를 통해 가장 기초적인 수행을 하게 되네. 이 단계를 ‘관용’이라고 해두세.”

“관용이요?”

회의 속에서 앱던이 되물었다.
“그래, 관용. 다시 말하면, 나도 살고 그놈들도 살리기지. 자네 일에나 신경쓰고 코브라는 내버려 두는 거야. 길에서 코브라를 보더라도 작대기를 들고 쫓아가지 말게. 쉽게 말해서, 결코 그놈에게 작대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말이야. 뱀이 그냥 지나가게 놔두게. 더 좋은 것은 빙 돌아가서 그놈을 피해 조용히 자네 길을 가는 거야. 그놈을 살게 해주면 그놈도 자넬 살도록 해주지.이것이 첫번째 단계의 수행이네.”
은수자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노인은 자기가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이미 여러 번을 코브라들과 지냈으면서도 살아 남지 않았는가? 게다가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원에 남아 있는 수사들 중 몇 분이라도 자신에게 그런 관용을 베풀어 주었더라면 상황은 훨씬 나았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앱던은 사바스의 충고를 기꺼이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최소한 2,3일 동안은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궁금해 그는 물었다.
“다른 수행들은 무엇입니까?”
은수자는 젊은 동반자의 어쩔 수 없는 성마름에 미소지었다.
“세 가지가 더 있지.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될 걸세. 자네의 향상 여부에 달렸어. 당분간 밤엔 여기서 지내기로 하지. ”
그들은 사바스가 이전에 이 지역에서 지낼 때면 이용했던 오두막 근처에 자리를 잡은 다음, 이 첫번째 단계를 수행했다. 거기서 그들은 코브라 계곡에서 첫밤을 보냈다.
당연히 앱던은 그날 밤 한잠도 자지 못했다. 오두막 주변 덤불 사이로 기어다니는 파충류들의 쉭쉭거리는 소리에 기가 질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 한 놈도 새로 온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놈들은 개구리나 설치류(쥐, 토끼 등의 동물:역주) 같은 작은 먹이들을 사냥할 참이었다. 사실 놈들은 인간을 두려워해서 가능하면 멀리했다.
앱던은 이 맨 마지막의 사실을 첫번째 관용수행에 들어가고 나서 며칠 사이에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은수자가 옳았던 것이다. 때때로 눈에 띄는 코브라들이 저희 갈 길을 벗어나서 그를 공격하는 법은 없었다. 안전한 거리를 유지한 채 큰 작대기로 덤불을 쳐서 자신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만 하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몇 주가 지나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고부터는, 코브라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제자가 관용수행에서 향상을 보이는 것을 만족스러이 지켜 보던 사바스는, 그가 제2단계를 수행할 자격이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어느 날 저녁, 사바스는 제자에게 말했다.
“코브라에게 관용을 베푸는 법을 다 익혔구먼. 자넨 그만하면 됐어. 다음 단계를 수행할 자격을 갖췄네. 이제부턴 그놈들을 존경하는 법을 익혀야 하네.”
앱던은 어리둥절했다.
“그놈들을 존경해요? 어떻게 짐승을 존경한단 말씀이십니까? 그것도 독을 갖고 있는 짐승을요.”
은수자가 설명을 해 주었다.

“존경한다(respect)는 말은 문자 그대로 ‘다시(re) 본다(spect)’, ‘한 번 더 본다.’는 뜻이 있네. 일종의 인내라고 할 수 있지. 뭔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제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해도 그것의 장점을 찾아 내는 것이야. 하느님께서 코브라에게 부여하신 장점을 알아볼 때 그놈들을 존중할 수 있을 걸세. 이것은 정의의 한 형태라네. 알겠는가? 그놈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야.”

“하지만 코브라에게 어떤 장점이 있죠?”
앱던이 이의를 달았다.
“그걸 잘 생각해 보란 말일세, 젊은이. 그러면 내 말뜻을 알게 될 게야.”
청년은 스승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랐다. 우선 그는 그들 두 사람 다 생쥐나 쥐 때문에 성가신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그 파충류들이 그것들을 잡아먹고 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을 더듬어, 어떤 농부들이 쥐가 곡식을 먹어 치우는 걸 막기 위해 창고에다 뱀을 키웠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코브라 껍질이 허리띠나 구두, 심지어는 장갑을 만드는 데까지 이용된다는 것도 기억해 냈다. 거기에다가 코브라들은 때로 서커스나 사육제에 오락거리로도 등장했었다. 어떤 용감한 스포츠맨들은 그것들을 길들여서 애완용으로 기르기까지 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가 은수자에게 이런 기억들을 말했을 때 은수자는 미소로 동감을 표했다. 코브라에 대한 제자의 태도에서 미약하나마 향상되고 있음을 느낀 때문이었다.
“연회에서는 그것들을 특선 요리로 내놓기도 한다네. 그런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네만. 하지만 더 긴요하게는 코브라의 내장은 때때로 과잉 출혈 억제제나 난치성 통증의 경감제로 쓰이기도 한다네.”
어느 날, 은수자가 덧붙여 말했다.
“정말입니까?”
앱던은 진정으로 놀라서 물었다. 그는 이런 사실들을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마지못한 것이나마 코브라에 대한 경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바스에게 그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앱던에게 제3단계의 수행을 지도할 때임을 알리는 징표였다. 하루는 그가 앱던에게 말했다.

“코브라 존경하는 법을 다 익혔구먼. 자네의 향상을 축하하네. 이젠 다음 단계를 수행할 자격이 되었어.
다음 단계는 코브라 찬양하기라네.”

이 세 번째 단계는 앱던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덜 어려웠다. 은수자의 노련한 지도 덕택이었다. 사실 젊은 수사는 이제는 코브라의 본질적 가치를 이해했으므로 서두르지 않고 코브라에 대해 묵상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겼다. 여기서 사바스가 그 파충류들과 친밀한 덕택에, 그리고 그들의 은신처로부터 그것들을 불러 낼 수 있는 그의 신비스러운 능력 덕택에 앱던의 과업은 무척이나 용이해졌다. 그는 스승과 함께, 코브라들이 가장 즐겨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그것들을 찾아 내어 한꺼번에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에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차츰, 복잡미묘한 그것들의 움직임과, 머리를 쳐들 때나 어떤 내적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 때의 늘씬하게 빠진 우아한 몸매, 현란한 색채, 그리고 균형 잡힌 목선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그가 먼저 연로한 은수자에게 말했다.
“코브라 보러 가십시다, 사부님.”
앱던은 안달이 나서 보채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것이야말로 사바스가 기다리던 신호였다. 그는 자기 제자가 수련의 마지막 단계인 네 번째 단계를 수행할 준비를 갖추었음을 알고 그가 설명했다.

“이 마지막 단계는 말일세, 가장 어려운 단계지만 보상 또한 가장 크다네. 코브라를 관대히 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존경하고 찬양할 수도 있으니, 이제 잘만 하면 그것들을 즐기는 법을 익힐 수 있을 걸세.”

“사부님 말씀은….”
스승은 아이처럼 웃으며 말허리를 잘랐다.
“그래, 그것들을 길들여서 함께 놀며, 하느님의 사랑스런 피조물로 즐기라는 뜻이네.”
이번에는, 앱던은 자기 스승이 정말로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은수자가 지금까지는 완전히 믿을 만한 분이었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으므로 스승을 다시 한 번 믿어 보기로 작정했다. 그리하여 그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서, 스승의 가르침을 좇아 코브라를 길들이겠노라 약속했다. 그 파충류들은 그들이 나타나는 데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다가가서 그들이 좋아하는 개구리 다리나 죽은 벌레 따위로 꼬드기기가 쉬웠다. 그래 결국은 천천히 다가가 그것들의 목을 쓰다듬어 줄 수 있게 되었다. 그것들은 이런 식으로 쓰다듬어 주는 걸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물론, 수 주가 지났는데도 앱던은 첫번째 코브라도 길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사바스가 지도와 격려를 하면서 변함 없이 곁에 있어 주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젊은 수사는 기어코 해냈다. 그리하여 어느 날, 가장 좋아하는 코브라를 장난스레 목과 어깨에 휘감고 다니는 스릴을 맛보고야 말았다.
그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은수자에게 외쳤다.
“보세요, 사부님! 이 형제가 놀이짝을 찾았습니다!”
그날 사바스는 앱던의 수련기간이 끝났음을 알았다. 하지만 청년이 코브라들과의 친교를 이젠 진정으로 즐거워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며칠을 더 기다려 주기로 했다. 게다가 함께 보냈던 그 동안 젊은이가 이렇게 해서 인내심 있고 온유한 사람으로 변해 가는 것을 만족스럽게 지켜 보면서, 제자에 대해 부성애마저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렇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라도 코브라에게 신경질을 부리진 못할 테니까.
일주일 후 사바스는 젊은 동반자에게 수도원에 복귀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하지만, 사부님. 사부님께선 정말로 제가 이젠 형제들과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은수자는 웃었다. 이전의, 고집불통으로 교만했던 젊은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는 기뻤던 것이다. 그는 온화하게 말했다.

“여보게, 코브라들과 함께 살 수 있다면 사람들과도 함께 살 수 있다네. 여기서 익힌 네 가지 수행을 형제들 각자에게 실천하기만 하면 되는 거네. 먼저 관용을 베풀고, 다음에는 존중하고 찬양하며, 마지막으로 즐기라는 말이네. 하느님께서 그들 각자에게 부여하신 장점을 찾게나. 어떤 경우 그 형제 내부에 있는 장점이 실제가 아니고 가능성인 경우에도 오직 참아야 하네. 그에게서 그 장점을 끌어 내어 그 자신이 확인하도록 해주게.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무한한 인내로 우리들 하나하나에게 하신 일이야. 영원히 그런 인내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리하여 앱던은 스승의 가르침을 한 마디도 어긋남없이 그대로 따랐다. 그는 수도원에 복귀하여 관용을 베풀고 형제들을 존중했으며 찬양했다. 그리고 고령으로 죽음을 맞았을 때엔 고덕한 수사였을 뿐 아니라 무척 행복한 사람이었다.

『떠오르는 태양』 가운데,  저자 “닐 기유메트”

“우리는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우리와 모든 우리 동료들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습니다.
세계의 질서를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포함하는 세계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습니다.”     
시몬 베이유, 「하느님을 섬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