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하얀 빛깔에 여명의 최초의 분홍으로 겨우 변화를 일으키는 새벽이다. 시원한 시골의 고요는 잠이 깬 새들의 떨리는 노래 소리로 점점 더 사라진다.
예수에서 제일 먼저 니까의 집에서 나오셔서 문을 살그머니 밀어 닫으시고 초록빛으로 뒤덮인 과수원으로 향하신다. 그곳에서는 깨새들이 맑은 음으로 연거푸 노래를 하고, 티티새들이 피리소리와 같은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예수께서 미처 과수원에 아직 이르지 못하셨는데, 그곳에서 네 사람이 나와서 예수께로 향하여 온다. 어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있으면서 도무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들 중의 네 사람이다. 그들은 땅에 닿게 무릎을 끓고 엎드리고, 예수께서 당신이 늘 하시는 평화의 인사를 하신 다음 “일어나시오! 내게 무엇을 부탁하십니까?”하고 명령하고 질문하시자, 일어나서 베두인 사람들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겉옷과 두건을 뒤로 젖힌다.
나는 사베아에 관한 환시에서 본 아비아의 율법학자 요엘의 창백하고 야윈 얼굴을 알아보겠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할 때까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저는 아스몬가의 마타티아의 친구들인 진짜 앗시데아 사람들의 말째 베데론의 유다입니다.”
“저 엘리엘과 유다의 베들레헴의 제 아우 엘카나이온데, 선생님의 여자 제자 요안나의 오라비들입니다. 저희에게는 선생님의 제자라는 것보다 더 큰 칭호는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강하실 때에는 없다가 선생님께서 박해를 받으시는 지금 여기 왔습니다.”
“저는 아주 오랫동안 눈이 멀었었으나 지금은 빛에 눈이 떠진 아비아의 요엘입니다.”
“나는 당신들을 벌써 떠나보냈었는데요. 내게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려고… 저희들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하고 엘리엘이 말한다.
“자, 말들 하시오!”
“아니… 요엘, 당신이 말하시오. 당신이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주님… 제가 아는 것은 너무나… 소름끼치는 일이어서…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흙덩어리까지도 알지 못하고 듣지 못했으면 합니다….”
“흙덩어리들은 정말로 떨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떨지 않겠습니다. 그대로 말하시오…”
“선생님께서 그것을 알고 계시면… 제 입술이 그 소름끼치는 일을 말함으로 떨지 않게 허락해 주십시오, 이것은 선생님께서 안다고 말씀하시면서 거짓말을 하시고, 알기 위해 저더러 말하라고 하신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그렇습니다. 그것은 주님을 향하여 소리높이 외치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내가 사람들의 마음을 안다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설득하기위하여 그것을 말하겠습니다. 최고회의 의원으로 진리에 매료된 당신은 하도 엄청나서 당신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는 어떤 일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다만 착한 정신만을 가지고 있는 참 유다인들인이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으려고 이들을 찾아갔습니다. 당신이 한 일이 비록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잘 한 일입니다.
앗시데아 사람의 마지막 사람은 참된 해방자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선조들이 한 일을 되풀이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런 사람은 그 하나만이 아닙니다. 그의 친척 바르젤라이도 그렇게 할 것이고, 또 많은 사람이 그와 힘을 합할 것입니다. 그리고 요안나의 오빠들은 조국에 대한 사랑 외에 나와 그들의 누이에 대한 사랑으로 그와 함께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창과 검을 가지고 승리를 거두지는 않겠습니다. 진리를 완전히 파악하시오. 내 승리는 하늘의 것일 것입니다.
당신은 여느 때보다도 더 창백해지고 핏기가 없어지는데, 당신은 누가 내게 대한 증언을 했는지를 알지요, 그 증언들이 그 정신에 있어서는 거짓이지만, 단어들의 실재성(實在性)에서는 참된 것입니다.
사실 내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할 수밖에 없었을때와 죄없는 어린 아이들을 도둑들에게서 빼앗아냈을 때 나는 안식일을 어겼습니다, 나는 다윗이 지성소에 바쳐진 빵을 먹은 것을 필요가 정당화한 것과 같이 필요가 행위를 정당화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나는 사마리아로 피신했습니다. 비록 내 때가 되었을때 그들 곁에 남아서 대사제로 있어 달라는 사마리아인들의 제의를 받고서, 그렇게 하는 것은 나를 원수들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는데도 율법에 충실하기 위하여 명예와 안전을 거부하기는 했어도 말입니다. 그들을 죄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로 죄인들과 죄녀들을 사랑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성전의 붕괴를 예고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내 말이 예언자들의 말에 대한 메시아의 확인에 지나지 않지만 말입니다.
이런 비난과 다른 비난들을 제공하고, 기적까지도, 비난거리를 삼으며, 나를 죄에 끌어넣어 보기 위하여, 그래서 첫번째 비난들에 다른 비난들을 덧붙일 수 있기 위하여 세상의 온갖 것을 다 사용한 그 사람은 내 친구중의 하나입니다. 이것도 내 어머니를 통하여 내 조상인 예언자 왕이 말했습니다. ‘내 빵을 먹던 자가 나를 향하여 발뒤꿈치를 들었다.’ 나는 그것을 압니다. 나는 그가 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 이제는… 그의 의지가 죽음에 넘겨졌는데,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자유를 강제하지 않으십니다. – 그러나 적어도… 오! 적어도 소름끼치는 일을 행한 데 대한 애를 끊는 듯한 괴로움으로 그 사람이 뉘우쳐서 하느님의 발 앞에 엎드렸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두 번 죽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테론의 유다, 당신이 어제 마나헨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경고했습니다. 그것은 배반자가 거기 있어서 선생과 동시에 제자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닙니다. 다만 선생만이 헤쳐질 것입니다. 두려워 마시오, 나 때문에 당신들이 고통과 불행을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한 민족 전체의 죄 때문에 당신들은 모두가 예언자들이 말한 것을 가질 것입니다.
불행하고 불행한 내 조국! 내가 지금 강복하고 또 구원하기를 원하는 불행한 주민들과 어린이들, 그들은 비록 죄가 없지마는 어른이 되어서는 가장 큰 불행의 해를 겪을 것입니다. 꽃이 피어 아름답고 푸르르고 신기한 양탄자처럼 화려하고, 에덴동산처럼 기름진 당신들의 땅을 보시오…. 이 땅의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새겨 두시오, 그리고… 내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 다음에는… 도망하시오. 지옥의 욕심쟁이 모양으로 붕괴의 황폐가 이곳에 퍼지고 고모라에서보다도 더 소돔에서보다도 더 쓰러뜨리고, 무너뜨리고, 메마르게 하고, 태우고 하기 전에 할 수 있는 대로 도망하시오…. 그렇습니다, 빠른 죽음만이 있었던 고모라와 소돔보다도 더 할 것입니다. 여기는… 요엘, 사베아를 기억하십니까? 사베아는 하느님의 아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하느님의 백성의 장래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예언을 했습니다.”
그 네 사람은 얼이 빠진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공포로 그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 이윽고 엘리엘이 말한다.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무엇을 권하십니까?”
“그렇습니다. 떠나시오. 여기에는 아브라함의 아들들을 붙들어 놓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될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특히 유력자들인 당신들은 가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포로가 된 권력자들은 승리자의 승리를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새로운 불멸의 새 성전이 땅을 채울 것이고, 어떤 마음이 나를 사랑하는 곳에는 어디에나 내가 있을 터이니까 나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나를 차지할 것입니다. 가시오, 당신들의 아내와 자녀와 노인들을 멀리 보내시오…. 당신들이 내게 구원과 도움을 주시니, 나도 당신들에게 도망하라고 충고하고, 이 권고로 당신들을 도와줍니다…. 이 충고를 업신여기지 마시오.”
“그러나 이제부터… 로마가 우리를 더 이상 어떻게 해칠 수 있습니까? 그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그들의 지배가 엄격하기는 하지만, 로마가 집들과 도시들을 재건한 것도 사실이고, 또….”
“정말이지 이것을 아시오. 정말이지 예루살렘의 돌 하나도 성한대로 있지 않을 것입니다. 불과 파성추(破城?)와 석(궁石弓)과 투창들이 모든 집을 쓰러뜨리고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뒤엎어놓을 것이고 성도(聖都)는 동굴이 될 것인데, 성도만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조국인 이 조국이 동굴이 될 것입니다. 예언자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야생 당나귀들과 여귀(女鬼)들의 목장이 될 것인데, 그것도 한 해나 여러 해, 또는 여러 세기 동안이 아니라, 영원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황야, 불타버린 땅, 불모지… 이것이 이 땅의 운명입니다! 싸움터, 고문을 하는 곳, 재건의 꿈은 항상 냉혹한 단죄로 깨어지고, 부활의 시도는 생겨날 때부터 소멸할 것입니다. 이것이 구세주를 배척하고 죄있는 사람들 위에는 불이 되는 이슬을 원한 땅의 운명입니다.”
“그러면 다시는… 다시는 영영 이스라엘 왕국이 없을 것입니까? 저희들은 저희들이 꿈꾸던 그런 사람이 결코 되지 못할 것입니까?”하고 세 유다인 유력자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묻는다. 율법학자 요엘은 운다….
“당신들은 고갱이가 병으로 파괴된 늙은 나무를 살펴본 적이 있습니까? 여러 해 동안 그 나무는 겨우 살아갑니다.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못할 정도로 그저 겨우 살아가기만 합니다. 힘이 다한 가지에 돋아난 드문드문한 잎들만이 수액이 아직 조금 올라온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러다가 어느 해 4월에 그 나무에 기적적으로 꽃이 피고 많은 잎이 뒤덮입니다. 많은 세월을 두고 열매도 얻지 못하면서 그 나무를 돌본 주인은 그것을 기뻐합니다. 그는 나무의 병이 나았다고,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기진맥진했다가 다시 무성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기뻐합니다…. 오! 그것은 속임수입니다! 그토록 흐드러지게 생명이 넘친 다음 갑자기 죽음이 오는 것입니다. 꽃이 떨어지고, 벌써 가지에 맺혀서 많은 수확을 약속하는 것 같던 작은 열매들이 떨어지고, 밑둥이 썩은 나무가 뜻밖의 소리를 내며 땅에 쓰러집니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될 것입니다. 여러 세기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고 흩어져서 겨우 살아가다가 묵은 줄기에 다시 모여 재건되는 것같이 보일 것입니다. 흩어진 민족이 마침내 다시 모일 것입니다. 다시 모여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시간을 기다려 세기의 흐름을 멈추실 것입니다. 그 때에는 이미 세월이 없어지고 영원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 용서를 받아, 그리스도의 영지가 된 마지막 이스라엘의 덧없는 개화(開花)를 이루고, 세상의 모든 민족과 동시에 구속되어 죽을 사람들은 지극히 행복할 것이고, 그들 가운데에서 내 존재를 알 뿐 아니라, 내 율법을 구원과 생명의 율법으로 받아들였을 사람들도 그들과 함께 지극히 행복할 것입니다. 내 사도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이 오기 전에 가시오….”
“주님, 저희가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으려고 하는 것은 비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주님께 봉사하기 위해서이고, 주님께 봉사할 수 있기 위해서 입니다. 만일 저희들이, 특히 제가 주님을 찾아왔다는 것이 알려지면 저희들은 토의에서 제외될 것입니다…” 하고 요엘이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배반자가 꾀바르다는 것에 주의하시오, 특히 당신 요엘은 조심하시오.”
“오! 그들은 저를 죽일 것입니다! 주님의 죽음보다는 제가 죽는 것을 더 낫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말씀하시는 날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제게 강복을 주셔서 굳세게 해 주십시오….”
“한 분이시고 세 위이신 하느님의 이름과 착한 뜻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구원이 되기 위하여 사람이 된 말씀의 이름으로 당신들 모두에게 강복합니다.” 예수께서는 큰 몸짓으로 집단적인 강복을 주시고, 그런 다음 당신 발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각자에게 손을 얹으신다.
그런 다음 그들은 일어나서 다시 얼굴을 가리고 과수원의 나무들과, 배나무들을 사과나무들과 갈라놓고 사과나무들을 다른 나무들과 갈라놓는 뽕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긴다. 아주 때맞추어 그렇게 하였으니, 열두 사도가 길을 떠나기 위하여 선생님을 찾아 집에서 떼 지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드로가 말한다.
“집 앞, 시내 쪽으로는 사람들의 한 때가 있어 선생님이 기도를 하시게 방해하지 못하게 그들을 붙드느라고 혼났습니다. 그들은 선생님을 따라오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떠나보내신 사람들은 아무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되돌아왔고, 다른 사람도 많이 왔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야단쳤습니다.”
“왜? 그들이 나를 따라 오게 가만 두어라! 모든 사람이 그랬으면 좋겠다! 가자!”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요한이 드리는 겉옷을 단정하게 입으신 다음 제자들의 앞장을 서서 집으로 다시 오셔서 집을 끼고 돌아, 베다니아로 가는 길에 들어서신다. 그리고 큰 소리로 시편하나를 노래하기 시작하신다.
사람들은 진짜 군중을 이루고, 남자들이 맨 앞에, 그 뒤로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예수를 따라 오며 같이 노래한다….
도시는 그것을 둘러싼 푸르름과 더불어 멀어져 간다. 길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다니고 있다. 길가에서는 수많은 거지들이 군중을 감동시켜 동냥을 많이 얻으려고 소리높이 하소연을 한다. 불구자, 손이 없는 사람, 소경들…. 어느 때 어느 나라에나 축제가 있어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면 으레 모이기 마련인 흔히 볼 수 있는 비참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소경들은 지나가는 그분을 보지 못하지마는, 다른 사람들은 보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선생님의 착한 마음씨를 알기 때문에 예수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여느 때보다도 더 크게 외친다. 그러나 기적은 청하지 않고, 다만 동냥만 청하는데, 그것은 유다가 준다.
형편이 넉넉한 한 여자가 타고 가던 나귀를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튼튼한 나무 곁에서 멈추고 예수를 기다리고 있다. 예수께서 가까이 가시자 나귀에서 미끄러져 내려, 완전히 축 늘어진 작은 어린 아이를 안고 있기 때문에 어렵게 땅에 엎드린단.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린 아이를 쳐든다. 애통하는 그의 얼굴에서 그의 눈이 기원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울타리를 이룬 사람들에 둘러싸여 계셔서 길가에 무릎을 꿇고 있는 가엾은 어머니를 보지 못하신다. 슬퍼하는 어머니와 같이 온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그 어머니에게 말한다.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하고 남자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한다. 그러니까 여자는
“주인마님, 선생님이 마님을 보지 못하셨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선생님을 부르세요. 그러면 청을 들어주실 겁니다”하고 말한다.
어머니는 그의 말을 들어 노래 소리와 발소리를 누르기 위하여 큰소리로 외친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벌써 몇 미터쯤 앞으로 가신 예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돌아서서 외친 사람을 찾으신다. 그러니까 하녀는
“마님, 선생님이 마님을 찾으십니다. 그러니 일어나서 선생님을 가서 만나세요. 그러면 파비아가 나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이 어머니를 부축하여 일으켜서 주님께로 데리고 온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나를 부른 사람은 내게로 오시오. 지금은 자비를 바랄 줄 아는 사람에게는 자비의 때입니다.”
두 여자가 군중을 헤치며 나아가는데, 하녀는 아이 어머니에게 길을 터 주느라고 앞서 가고, 그 뒤에는 아이 어머니가 오고, 이렇게 하여 그 여자들이 예수에게까지 거의 이르렀는데, 그 때 한 목소리가 외친다.
“잃어버렸던 내 팔! 보시오! 항상 능하시고 거룩하신 우리의 참 메시아, 다윗의 후손, 찬미 받으십시오!”
여러 사람이 뒤돌아서고, 군중이 섞이고, 예수를 둘러싸고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많은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야단법석이 벌어진다. 모두가 알려고 하고 보려고 한다…. 오른 팔을 깃대처럼 흔들고 있는 어떤 노인에게 사람들이 물어보니 노인은 대답한다.
“이 팔이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선생님의 겉옷 자락을 잡아서 팔을 덮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랬더니 불과 생명 같은 것이 죽은 팔 쪽으로 흘렀습니다. 그랬더니 보시오. 선생님의 옷을 만지기만 했는데도 오른팔이 왼팔 같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예수께서는 여자에게 물으신다.
“무엇을 원하시오?”
여인은 그의 아이를 내밀면서 말한다.
“이 아이도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이 애는 죄가 없습니다. 이 애는 이곳에서나 저곳에서 나기를 바라지 않았고, 이런 피를 받거나 저런 피를 받아 나기를 청하지 않았습니다. 죄가 있는 것은 저입니다. 벌은 제가 받아야 하지 이 애가 받을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사람들의 자비보다 더 크기를 바라시오?”
“주님, 그렇기를 바랍니다. 저는 믿습니다. 제 아이와 저를 위해서요. 주님이 제 아이에게 생각과 움직임을 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은 생명이시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 여자는 운다.
“나는 생명이오. 그리고 나를 믿는 사람은 정신과 팔다리의 생명을 얻을 것이오. 내가 원하오!” 예수께서 이 말들을 큰 소리로 외치셨다. 그리고 이제는 꼼짝 못하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로 손을 내리신다. 그 어린 아이는 몸을 한번 떨고 미소를 짓고 “엄마!”하고 말 한마디를 한다.
“이 애가 움직여요! 웃어요! 말을 했어요! 파비우스! 주인마님!” 두 여자는 기적의 과정을 지켜보고, 그것을 큰 소리로 알렸고, 아이 아버지를 불렀다. 그 사람은 사람들을 헤치고 여자들에게로 오니, 여자들은 벌써 예수의 발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고, 하녀는 “선생님은 모든 사람을 불쌍히 여기신다고 제가 말씀드렸지요.” 하고 말하고 아이 어머니는 “이제는 제 죄도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말한다.
“하늘은 당신에게 베푸신 은총으로 당신의 잘못이 용서받았다는 것을 당신에게 보여주지 않소? 일어나시오. 그리고 당신 딸과 당신이 택한 남자와 같이 새 생활을 해 나가시오. 가시오! 평화가 당신에게, 어린 딸 너에게, 충실한 이스라엘 여자인 당신에게 있기를. 당신에게는 하느님께 대한 당신의 충성과 당신이 붕사하고 당신의 마음으로 율법을 가까이 하며 살도록 한 가정의 딸에 대한 충실 때문에 큰 평화가 있기를 바라오. 그리고 사람의 아들에 대하여 다른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보다 더 경의를 표한 사람인 당신에게도 평화가 있기 바라오.”
군중이 노인을 떠나서 마비되고 바보였던 계집아이에 대한 새 기적에 관심을 보이는 동안 예수께서는 작별인사를 하신다. 계집아이는 아마 뇌막염으로 인하여 마비가 되고 바보가 되었던 모양이어서, 이제는 그가 아는 몇 마디 단어만을 말하면서 기쁘게 뛰논다. 그 단어들은 아마 그 아이가 병들기 전에 알던 것인데, 다시 깨어난 그의 정신에 있는 그대로 찾아낸 것이다.
“아빠, 엄마, 엘리사. 아름다운 해! 꽃들!….”
예수께서 떠나시려는 몸짓을 하신다. 그러나 이제는 지나친 네거리, 기적을 얻은 사람들이 거기 남겨 놓은 나귀들 곁에서 다른 부르짖음들이 히브리인들의 독특한 가락으로 구슬프게 울려온다.
“예수님, 주님! 다윗의 후손,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군중의 외치는 소리를 누르기 위하여 더 크게 “조용하시오. 선생님을 가시게 놔두시오, 갈길은 멀고 해는 점점 더 뜨겁게 내리쬐오. 더워지기 전에 선생님은 야산 위에 가셔야 하오”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외친다.
“예수님, 주님, 다윗의 후손,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예수께서 다시 걸음을 멈추시고 말씀하신다.
“가서 소리 지르는 사람들을 이리로 데려 오시오.”
자원자들이 간다. 그들은 두 소경에게 가서 말한다.
“오시오, 선생님이 당신들을 동정하시오. 선생님이 당신들의 청을 들어주려고 하시니까 일어나시오. 선생님이 당신 이름으로 당신들을 부르라고 우리를 보내셨소.” 그러면서 두 소경을 군중 사이로 해서 인도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은 인도하는 대로 끌려가지만, 더 젊고 아마 더 믿는 또 한 사람은 자원자들의 소원을 앞질러서, 그의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고, 빛을 찾기 위하여 쳐든 얼굴에 소경들 특유의 미소와 태도를 보이며, 혼자서 앞으로 나아온다…. 그런데 그의 걸음이 어떻게나 빠르고 확실한지 그의 천사가 그를 인도하는 것 같다. 그가 제일 먼저 예수 앞에 이르니, 예수께서는 그를 멎게 하시며 말씀하신다.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오?”
“선생님, 눈이 보이게 해 주십시오. 주님, 제 눈과 제 동무의 눈이 떠지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른 소경도 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동무 곁에 무릎을 꿇게 한다.
예수께서는 쳐든 그들의 얼굴 위에 두 손을 드시고 말씀하신다.
“당신들이 청하는 대로 되기를 원하오. 가시오! 당신들의 믿음이 당신들을 구했소!”
예수께서 손을 떼시니 두 마디의 외침이 소경들의 입술에서 나온다.
“우리엘, 난 눈이 보여!”
“나도 눈이 보여, 바르티메오!”
그리고 둘이 함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신 분, 찬미 받으십시오! 이분을 보내신 분, 찬미 받으십시오! 하느님께 영광! 다윗의 후손께 호산나”하고 외치며, 두 사람 다 엎드려 땅에 얼굴을 대고 예수의 발에 입맞춤 한다. 그런 다음 두 소경은 일어나고 우리엘이라고 하는 사람은 “주님, 제 부모께 가서 저를 보이고 나서 돌아와 주님을 따르겠습니다”하고 말한다. 그러나 바르티메오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주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저는 사람을 보내서 부모님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역시 기쁨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주님을 떠난다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주님은 제게 눈을 보게 해 주셨으니, 저는 제 목숨을 주님께 바칩니다. 주님의 종들 중의 마지막 종의 소원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와서 나를 따르시오. 착한 뜻은 모든 신분을 똑같게 하오, 그리고 주님을 가장 잘 섬길 줄 아는 사람만이 가장 위대하오.”
예수께서는 군중이 호산나를 외치는 가운데 다시 걸음을 걷기 시작하시는데, 바르티메오도 군중 속에 섞여 다른 사람들과 같이 호산나를 외치며 말한다.
“나는 빵을 얻으러 왔었는데, 주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가난했었는데, 이제는 거룩하신 왕의 종이 되었습니다. 주님과 주님의 메시아께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