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베드로와 유다 타대오와 함께 예루살렘 곁에 있는 을씨년스럽고 돌이 많은 곳을 빨리 걸어가신다. 푸른 올리브나무들이 보이지 않고, 언덕만이, 아니, 예루살렘의 서쪽에 있는 푸른 기운이 별로 없거나 전혀 없는 언덕 여럿이 보이고, 그 중에는 음산한 골고타 언덕도 있으므로, 나는 정말 서쪽 시외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장만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무얼 좀 줄 수 있겠네. 겨울에 무덤 속에서 사는 것은 무시무시한 일일 거야” 하고 베드로와 같이 꾸러미를 잔뜩 안은 타대오가 말한다.
“나는 해방된 노예들에게 가서 문둥병자들을 위한 이 돈을 얻은 것을 기쁘게 생각하네, 가엾고 불행한 사람들! 명절인 요사이에는 그들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이야. 모든 사람이 즐기는데…, 저 사람들은 잃어버린 그들의 집을 생각하네…. 아아! 그들이 다만 선생님을 믿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요! 선생님, 그 사람들이 믿을까요?” 하고 그의 예수께 몹시 집착하는, 항상 매우 순박한 베드로가 말한다.
“그렇기를 바라자. 시몬아, 그렇기를 바라자. 우선 기도하자….” 그러면서 일행은 기도를 드리면서 계속 간다.
음산한 힌논 골짜기가 산 사람들의 무덤과 더불어 나타난다.
“앞으로 가서 주어라”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두 사람은 큰소리로 말하면서 간다. 문둥병자들의 얼굴이 동굴과 은신처 어귀에 나타난다.
“우리는 라삐 예수님의 제자들이오”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선생님이 오실 건데, 당신들에게 도움을 주라고 우리를 보내셨소. 당신들 몇 명이오?”
“여기에 일곱 명이 있고, 엔 로젤 너머 저쪽에 세명이 있습니다”하고 그 중의 한 사람이 모두를 대신하여 말한다.
베드로는 그의 꾸러미를 끄르고, 타대오도 그의 꾸러미를 끄른다. 그들은 빵과 치즈와 버터와 올리브를 열 몫으로 나눈다. 그런데 작은 항아리 안에 있는 기름은 어디에 붓는다?
“당신들 중의 한 사람이 그릇을 거기 바위에 갖다 놓으시오. 기름은 당신들이 실제로 형제이기도 하지만 형제처럼 그리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권장하시는 선생님의 이름으로 나누어 가지시오”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그동안 넓은 바위 곁으로 간 그들에게로 한 문둥병자가 내려와 이가 빠진 단지 하나를 바위에 내려놓는다. 그러면서 놀라서 묻는다. “당신들은 제게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이 무섭지 않습니까?” 과연 사도들과 문둥병자 사이에는 바위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사랑을 어기는 것만을 무서워하오. 선생님은 당신들을 도우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를 보내셨소. 그리스도의 사람은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시는 것과 같이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오. 제발 이 기름이 당신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서, 벌써 당신들의 마음의 등에 불이 켜진 것과 같이 당신들의 마음에 빛을 주기를 바라오. 주 예수께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은총의 때가 왔소. 주 예수께 대한 믿음을 가지시오. 그분은 메시아이시며, 육체와 영혼을 고쳐 주시오. 그분은 임마누엘(‘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또는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뜻의 히브리어.)이시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소”하고 타대오가 항상 존경심을 일으키게 하는 그의 품위를 가지고 말한다.
문둥병자는 단지를 두 손으로 든 채 황홀한 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가 말한다. “메시아를 찾아서 예루살렘으로 오는 순례자들이 그분에 대한 말을 하고,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그의 메시아가 계시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 온 지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그분을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저를 고쳐 주실 거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우리들 중에는 그분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분을 찬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할지 모릅니다.”
“그분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오?”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흉포하고 우리를 학대합니다. 그들은 가장 좋은 자리와 가장 풍성한 몫을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여기서 남아 있을 수 있겠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마음속에 지옥이 들어 있는 사람만이 메시아를 미워한다는 것을 알지요. 그것은 지옥이 벌써 그분에게 졌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오. 그래서 그분을 미워하는 거요. 그러나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은총을 얻기를 원하면 그분을 사랑해야 하고, 그것도 믿음을 가지고 사랑해야하오” 하고 역시 타대오가 말한다.
“저도 은총을 얻고 싶고 말고요! 저는 2년 전에 결혼해서 어린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애는 저를 알지 못합니다. 저는 문둥병자 된지가 몇 달 안 됩니다. 당신들도 보시지요.” 과연 그는 자국이 별로 많지 않다.
“그러면 믿음을 가지고 선생님께 말씀드리시오. 보시오! 선생님이오시오. 당신 동료들에게 알리고 이리 다시 오시오. 선생님이 지나시면서 당신을 고쳐 주실 거요.”
그 사람은 다리를 절면서 비탈을 올라가 부른다. “우리아! 죠압! 아디나! 그리고 믿지 않는 당신들도 오시오. 주님이 우리를 구하려고 오셨습니다.”
하나, 둘, 셋. 점점 더 큰 세개의 비참한 몰골이 앞으로 나아온다. 그러나 여자는 모습을 거의 나타내지 못한다. 그것은 살아 있는 소름끼치는 물건이다…. 아마 울고, 아마 말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의 목소리는 전에는 입이었지마는 지금은 이가 빠지고 보기 흥하게 드러난 두개의 턱뼈에 지나지 않는 곳에서 나오는 불분명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우리를 고쳐 주려고 오신다고 저분들이 내게 말했다니까요.”
“나는 안 돼요! 나는 지난날에도 몇 번 믿질 않았어요…. 그러니까 그분이 이제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실 거예요…그리고 이젠 걸을 수가 없어요”하고 여자가 얼마나 어렵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더 분명히 말한다. 그 여자는 남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하기위하여 너덜너덜한 입술을 붙잡느라고 손가락까지 쓴다.
“아디나, 우리가 들고 가겠어요…” 하고 두 남자와 단지를 가진 남자가 말한다.
“아니… 아니… 나는 죄를 너무 많이 지었어요….” 그러면서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다른 세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로 뛰어 와서 권력을 남용하는 태도로 말한다. “우선 기름이나 우릴 주소. 그리고 나서 가보고 싶으면 베엘제불에게 가 보오.”
“기름은 모두의 것입니다!” 하고 단지를 가진 남자가 그의 보물을 지키려고 애쓰며 말한다. 그러나 세 사람은 격렬하고 무자비하게 그를 눌러버리고 단지를 빼앗는다.
“보세요! 늘 이렇습니다…. 기름을 좀 가지게 된 것이 그렇게도 오래간만인데!…. 그러나 선생님이 오십니다…. 선생님을 만나러 갑시다. 아디나, 정말 안 오시겠어요?”
“감히 가지 못하겠어요….”
세 사람은 바위 있는 곳으로 내려온다. 그들은 두 사도가 마중 나간 예수를 기다리기 위하여 멈추어 선다. 그리고 예수께서 도착하시자 외친다. “이스라엘의 예수님,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주님, 저희는 주님께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얼굴을 드시고, 모방할 수 없는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신다. 그리고 물으신다. “왜 건강을 원하오?”
“저희 가족들과 저희를 위해서 입니다…. 여기서 사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여보시오, 당신들은 육체뿐이 아니오. 당신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영혼은 육체보다 더 가치가 있소. 당신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영혼이오. 그러므로 당신들과 당신들의 가족을 위해서만 병 낫기를 청하지 말고, 하느님의 말씀을 알고,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기 위하여 살 시간을 가지기 위하여 병 낫기를 청하시오. 당신들이 의인이오? 그러면 더 의인이 되시오. 당신들이 죄인이오? 그러면 당신들이 지은 죄를 속죄할 시간을 가지기 위해 살게 해 주십사고 청하시오…. 여자는 어디 있소? 여자는 왜 오지 않소? 죄를 지을 때에는 하느님의 얼굴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서, 사람의 아들의 얼굴과는 감히 과감하게 맞서지 못하는 거요? 그 여자에게 가서 그의 뉘우침과 인종(忍從) 때문에 많은 용서를 받았다고, 그리고 영원하신 분께서는 과거를 뉘우친 사람들의 모든 죄를 사해주라고 나를 보내셨다고 말하시오.”
“선생님, 아디나가 이제는 걷지를 못합니다….”
“가서 그 여자를 도와 이리 내려오게 하시오. 그러고 다른 그릇을 가져 오시오. 기름을 또 주겠소….”
“주님, 겨우 다른 사람들에게 줄 것만 있을 뿐입니다”하고 문둥병자들이 여자를 데리러 가는 동안에 베드로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모두에게 줄 만큼 있을 것이다. 저 불행한 사람들로서 그들의 육체가 이전 상태로 돌아가리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보다 너로서 이 점에 대해 믿음을 가지는 것이 더 쉬우니, 믿음을 가져라.”
그러는 동안 저 위에 있는 동굴에서는 음식을 나누는 것 때문에 나쁜 세 문둥병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여자가 들려서 내려온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대로 한탄을 한다. “용서하십시오! 과거의 일을! 지난 날 몇 번 용서를 청하지 않은 것을!… 다윗의 후손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문둥병자들은 여자를 바위 아래 내려놓고, 바위 위에는 울퉁불퉁한 남비 같은 것을 내려놓는다.
예수께서 물으신다. “말해 보시오. 그릇 안에 기름을 불어나게 하는 것이 더 쉽소. 그렇지 않고 문둥병이 살을 없앤 곳에 살을 자라게 하는 것이 더 쉽소?”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바로 여자가 말한다. “기름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으니까 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제게 어릴 때의 영혼을 주실 수도 있습니다. 주님을 믿습니다.”
오! 아주 훌륭한 미소! 그것은 마치 즐거움과 기쁨과 우아함을 잔뜩 싣고 퍼지는 빛과 같다! 빛은 눈에도 있고 입술에도 있고 말씀하실 때에 목소리에도 있다.
“당신의 믿음 때문에 병이 고쳐지고 용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당신들도 마찬가지요. 또 기름과 음식물을 받아 식사를 하시오. 그리고 규정에 따라 당신들을 사제에게 가서 보이시오. 내일 새벽에 옷을 가지고 다시 오겠소. 그러면 당신들이 품위를 지키면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주님을 찬미하시오. 이제 당신들은 문둥병자가 아니오!”
그 때에야 지금까지 주님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네 사람이 자기 몸을 보고는 놀라서 소리 지른다. 여자는 일어나고 싶지만, 너무 헐벗어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의 옷은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서 그 여자의 몸에는 가려진 부분보다 드러난 부분이 더 많다. 그 여자는 제대로 먹지 못하여 가느다랗게 되었을 뿐인 다시 조직이 살아난 얼굴 모습으로 수줍음으로 바위로 반쯤 가려져 있는데, 그 수줍음은 예수 때문이 아니라 남자 동료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 여자는 울면서 끊임없이 말한다. “찬미 받으십시오! 찬미 받으십시오! 찬미 받으십시오!” 그리고 그의 찬미는 다른 사람들의 병이 고쳐진 것을 보고 화가 잔뜩 난 나쁜 세 사람의 문둥병자들의 소름끼치는 모독의 말과 섞인다. 오물과 돌들이 날아온다.
“당신들은 여기 그대로 있을 수가 없소. 나와 같이 갑시다. 당신들은 아무런 불행도 당하지 않을 거요. 보시오. 길에 아무도 없소. 오정이 되면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오. 내일까지는 다른 문둥병자들에게 가 있으시오. 염려 마시오. 내 뒤에 따라 오시오. 아주머니, 받으시오.” 그러면서 여자에게 몸을 가리라고 당신의 겉옷을 주신다.
네 사람은 조금 겁을 내고 조금 멍하니 세 마리의 어린 양처럼 예수를 따라 간다. 그들은 힌논 골짜기의 나머지 부분을 지나, 길을 건너 또 다른 음산한 문둥병자들의 장소인 실로안 쪽으로 간다. 예수께서는 비탈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시고 명령하신다. “올라가서 그들에게 내가 내일 아친 일찍 이곳으로 오겠단다고 말하시오. 가서 기쁜 소식의 선생님을 알리면서 그들과 함께 즐기시오.”
예수께서는 음식 남은 것을 모두 그들에게 주게 하시고, 그들과 작별하시기 전에 그들에게 강복하신다….
“이제는 가자. 벌써 오정이 넘었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면서 베다니아로 가는 낮은 길로 돌아가시기 위하여 돌아서신다.
그러나 곧 고함소리가 예수를 다시 부른다. “다윗의 후손 예수님, 저희들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 사람들은 새벽까지 기다리지 않았군요”하고 베드로가 지적한다.
“저 사람들을 가서 보자.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내가 은혜를 베풀어 준 사람들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없이 내가 은혜를 베풀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리고 실로안의 세 문둥병자들에게로 얼굴을 똑바로 쳐드시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신다. 그 문둥병자들은 작은 언덕의 평평한 곳에 와서 이미 병이 고쳐진 몸으로 그들 뒤에 와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들의 외침을 되풀이 한다.
예수께서는 그저 손을 내밀고 “당신들이 청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오. 가서 주님의 길을 따라 가며 사시오”하고만 말씀하신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강복하시는 동안 그들의 문둥병은 얇게 쌓인 눈이 햇볕에 녹듯이 그들의 몸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즉시 떠나시는데, 그들이 있는 평평한 곳에서 팔을 내밀어 실제로 껴안는 것보다도 더 진짜로 껴안으면서 기적받은 사람들이 보내는 찬미가 따라 온다.
예수의 일행은 실로안에서 백보 가량 온 다음 예각(銳角)을 이루며 구부러지는 키드론 개울 줄기를 따라 가는 베다니아 길로 돌아온다. 그러나 모퉁이를 지나면 베다니아로 계속되는 길의 다른 부분을 볼 수가 있는데, 가리옷의 유다가 혼자 빨리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아니, 유단데 그래!” 하고 그를 제일 먼저 본 타대오가 외친다.
“왜 여기! 혼자서? 이보게 유다!” 하고 베드로가 소리친다. 유다가 갑자기 뒤돌아본다. 그는 창백하다 못해 거의 푸르스름하다. 베드로가 그것을 그에게 말한다. “자네가 마귀를 봤나? 얼굴이 상치 빛깔이게?”
“너 여기서 뭘 하느냐, 유다야? 왜 동료들을 떠났느냐?” 하고 예수께서 동시에 물으신다.
유다는 벌써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말한다.
“저는 동료들과 같이 있었는데, 제 어머니의 소식을 가져온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보십시오 ….” 그러면서 허리춤을 뒤진다. 그리고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면서 말한다. “그걸 그 사람 집에 놓고 왔군요! 선생님께 편지를 읽게 하시려고 했었는데… 혹은 길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군요…. 어머니의 건강이 썩 좋지 않습니다. 앓기까지 하셨답니다…. 그러나 동료들이 저기 있군요…. 저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선생님을 본 것입니다…. 선생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알겠다.”
“선생님… 여기 돈주머니들이 있습니다. 돈주머니를 두개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서요… 저는 혼자였거든요….”
사도 바르톨로메오, 필립보, 마태오, 시몬, 그리고 제베대오의 야고보는 조금 거북해하며 예수께로 다정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나 명령을 어겼다는 의식을 가지고 온다.
예수께서 그들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아라. 너희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은 너희들에게 절대로 좋지 않다. 내가 너희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너희들이 서로 서로 도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혼자서 행동할 수 있을 만큼 넉넉히 강하지 못하다. 결합해 있으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억제하거나 도와준다. 갈라져 있으면….”
“선생님 나쁜 권고를 한 것은 저입니다. 나중에야 선생님이 저희더러 서로 헤어지지 말고 모두 함께 베다니아로 가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다는 정당한 이유로 떠나갔는데, 저희들은 그와 함께 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님,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바르톨로메오가 겸손하고 솔직하게 말한다.
“물론 너희들을 용서하고말고. 그러나 거듭 말한다마는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아라. 순종하는 것은 항상 적어도 한 가지 죄에서는 구해 준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여라. 그 죄란 자기 자신의 힘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죄이다. 너희들은 마귀가 너희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고, 그렇지 않아도 몹시 박해를 당하고 있는 너희 선생에게 해를 끼치게 하기 위하여 모든 동기를 포착하려고 얼마나 너희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나와 내가 만들려고 온 조직체에게는 점점 더 어려운 세월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조직체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많이 조심해야한다. 이 조직체가 상하고 죽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세상 마칠 때까지 절대로 상하고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조직체의 적대자들은 너희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너희들에게서 절대로 눈을 떼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내 모든 행위와 내 모든 말을 저울질 한다. 그런데 이것은 헐뜯을 거리를 얻기 위해서이다. 만일 너희들이 아주 보잘것없는 일에 대해서라도 서로 싸우기를 좋아하고 갈라지고 어떤 모양으로든 불완전한 사람으로 나타나면, 그들은 너희들이 한 것을 모아 가지고 농간을 부려 나와 지금 형성되는 중에 있는 내 교회에 대하여 진흙처럼 던지고 비난을 할 것이다. 알겠지! 나는 너희들을 나무라지 않고 충고를 한다. 너희들의 이익을 위해서 오! 벗들아,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들은 그것을 조작해서 정의를 가장해 가지고 나를 비난하기 위하여 그것들을 제시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제발 좀, 이 후로는 더 순종하고 더 신중하여라.”
사도들은 예수의 다정스러움에 몹시 감동하였다. 가리옷의 유다는 끊임없이 얼굴빛이 변한다. 그는 수수하게 모두의 약간 뒤에 쳐져서 있다. 마침내 베드로가 “자네 거기서 뭘 하나? 자네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못 한 것이 없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앞으로 오게” 하고 말하는 바람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해가 있기는 하지만 북풍이 불어 몸을 덥게 하기 위하여 빨리 걷도록 재촉하기 때문에 그들은 빨리 걷는다. 그래서 얼마 동안을 벌써 갔는데, 그 때 나타나엘이 추워서 그 어느 때보다도 겉옷을 꼭 여미면서 춥다는 말을 하다가 예수께서는 옷밖에 안 입고 계신 것을 알아보고 말한다. “선생님, 그런데 겉옷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한 문둥병자 여자에게 주었다. 우리는 문둥병자 일곱을 고쳐 주고 위로해 주었다.”
“그렇지만 추우시겠습니다! 제 겉옷을 입으십시오”하고 열성당원이 말하고, 이렇게 덧붙인다. “얼음장 같은 무덤에서 저는 겨울바람에 익숙해졌습니다.”
“아니다, 시몬아. 보아라! 저기 베다니아가 벌써 보인다. 우리는 곧 집 안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도무지 춥지 않다. 나는 오늘 정신적인 기쁨을 많이 맛보았는데, 그것이 따뜻한 겉옷보다 더 안락하다.”
“선생님은 저희가 세우지 않은 공로를 저희에게 주시는군요. 병을 고치고 위로하신 것은 선생님이지 저희가 아닙니다…”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너희들은 기적을 믿도록 마음 준비를 시켰다. 그러므로 너희는 나와 같이 또 나처럼 병을 고치고 위로하는 일을 도와주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너희를 내게 참가시키는 것을 내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너희들은 모를 것이다. ‘저분은 커져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고 한 내 종형 즈가리야의 요한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느냐? 그가 이 말을 한 것은 사람은 누구든, 아무리 위대할지라도, 모세와 엘리야 같은 사람일지라도, 하늘에서 온 사람, 그리고 지극히 거룩하신 아버지에게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위대한 사람이 나타나면, 마치 햇빛에 둘러싸인 별과 같이 흐려진다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있는 한 존속하고, 그 설립자와 지도자와 같이 거룩할 조직체의 설립자인 나, 나를 대신하기 위하여 존속하고, 마치사람의 지체와 몸이 그것들을 지배하는 머리가 하나인 것과 같이 나와 하나가 될 조직체의 설립자요 지도자인 나도 ‘이 몸은 빛나고, 나는 내 광취를 잃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너희들은 나를 계승해야한다. 나는 머지않아 여기 땅 위에 너희들 가운데, 여기 육체적으로 있으면서 내 사도들과 제자들과 나를 따르는 사람들을 지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항상 너희들과 같이 있을 것이고, 너희 영들이 내 영을 느끼고 내 빛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떠나 온 곳으로 돌아가면, 너희들이 제일선에 나서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이 앞에‘나서는 것을 차차 준비시키려고 애쓰는 것이다. 너희들은 가끔 ‘처음에는 저희들은 더 많이 보내셨는데요’하고 지적한다. 너희들은 알려질 필요가 있었다. 너희들이 알려진 지금은, 세상의 이 작은 구석에서는 너희들이 벌써 ‘사도들’인 지금은, 내가 항상 너희들을 같이 있게 하고 내 모든 행동에 참여케 하는데,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저 사람들을 참가시켰다. 그것은 저 사람들이 그의 뒤에 남아서 그를 계승할 것이기 때문이다’하고.
벗들아, 그렇다. 너희들은 점점 앞으로 나서야 하고, 더 견식있는 사람이 되어 나를 계승하고 제2의 내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나는 걸음마를 배운 자기 어린 아이를 부축하는 것을 천천히 그만두는 어머니처럼 물러 난다…. 내게서 너희들에게 넘어가는 것이 갑작스럽게 되어서는 못 쓴다. 양떼의 어린 양들, 보잘것없는 신자들은 그것으로 인하여 놀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다만 한 순간만이라도 혼자라는 인상을 가지지 않도록 내게서 천천히 너희에게로 넘겨준다. 그리고 너희는 그들을 내가 사랑하는 것과 같이 극진히 사랑하여라. 나를 기억해서 내가 그들을 사랑한 것과 같이 사랑하여라….”
예수께서는 당신의 은밀한 생각 중의 하나에 빠져 들어가시면서 입을 다무신다. 그러다가 베다니아의 조금 밖에서 다른 길로 온 다른 사도들을 만나실 때에야 그 생각에서 깨어나신다. 일행은 모여서 라자로의 집을 향하여 길을 계속한다. 요한은 하인들이 벌써 그들을 보았기 때문에 벌써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라자로의 병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나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시몬의 집에 있을 것이라고 너희에게 말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하지 않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왜 그를 고쳐 주지 않으십니까? 그것은 아주 당연한 일일텐데요. 선생님의 가장 훌륭한 봉사자들은 모두 죽게 내버려 두시거든요.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그가 가장 착한 순간에도 언제나 대담한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네가 미리 이해할 필요는 없다.”
“예. 그것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원수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아십니까? 선생님은 병을 고치실 수 있을 때 고치시지, 고치기를 원하실 때 고치지는 못하신다고, 선생님이 그렇게 하실 수 있을 때에 보호하신다고요…. 데쿠아의 늙은이가 벌써 죽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십니까? 그것도 암살을 당했다는 것을?”
“죽었어? 누가? 엘리-안나가? 어떻게?” 하고 모두가 흥분하여 묻는다. 다만. 베드로는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나?”
“내가 갔던 집에서 방금 우연히 그것을 알았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아닐세. 도둑이 장사꾼으로 내려와서 자리 값은 내지 않고 늙은이를 죽였다는가봐….”
“가엾은 노인! 얼마나 불행한 일생이고, 얼마나 가슴 아픈 죽음이야! 선생님은 말씀을 안 하십니까?” 하고 여럿이 말한다.
“노인이 죽을 때까지 그리스도를 섬겼다는 것 외에 아무 말도 할 것이 없다. 모두가 그랬으면 좋으련만!”
“알패오의 아들, 말 좀 해 보게. 아니 이건 어쩌면 자네가 말한 대로인지도 몰라, 응?” 하고 베드로가 타대오에게 묻는다.
“그럴 수도 있겠지. 증오로 인해서, 그것도 그런 종류의 증오로 인해서 아버지를 내쫓는 아들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지. 선생님, ‘그러므로 형제가 형제를 반대하고, 아버지가 아들들과 대립할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정말 맞는 말이로군요.”
“그렇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느님을 섬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지 못하는 눈, 냉혹한 마음, 빛 없는 정신. 그런데도 너희는 그들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러나 저희를 그렇게 대우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저희들이 반항을 하지 않고, 그들의 행동을 체념하고 참아 견디는 것만도 대단한 일일 것인데요… ” 하고 필립보가 외친다.
“내가 너희들에게 너희를 교훈할 모범을 주겠다. 때가 되면, 그리고 만일 너희들이 나를 사랑하면 내가 하는 대로 하여라.”
“막시민과 사라가 저기 옵니다. 자매들이 마중을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라자로가 대단히 좋지 못한 모양입니다!” 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두 사람은 달려 와서 땅에 엎드린다. 그들의 얼굴과 그들의 옷에도 죽음과 싸우는 가정의 식구들에게 고통과 피로가 자국을 내는 풀죽은 모습이 나타난다. 그들은 그저 “선생님, 오십시오…” 하고만 말한다. 그러나 하도 슬퍼하는 태도로 그 말을 해서 긴 연설보다도 더 웅변적 이다. 그리고 즉시 예수를 라자로의 작은 방으로 인도한다. 그동안 다른 하인들은 사도들을 돌본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에 마르타가 달려와서 문을 반쯤 열고 그 문 벌어진 틈으로 마르고 창백한 얼굴을 내민다.
“선생님! 오십시오. 참으로 복되신 선생님!”
예수께서 들어가셔서 병자의 방 앞에 있는 방을 건너질러 바로 병자의 방으로 들어가신다. 라자로는 자고 있다. 라자로? 숨을 쉬고 있는 해골, 누르스름한 미이라 같다…. 그의 얼굴은 벌써 송장의 머리 같고, 잠들어 있으니까 벌써 죽음으로 바싹 마른 머리가 되게 하는 그 파괴가 훨씬 더 눈에 띈다. 밀랍 빛깔의 야윈 살갗이 광대뼈의 날카로운 모서리, 턱뼈, 이마, 너무 꺼져서 눈이 없는 것같이 보이는 눈구멍, 뺨의 윤곽이 너무도 사라져서 지나치게 길어진 것 같이 보이는 날카로운 코 위에서 반짝이고 있다. 입술은 사라질 정도로 창백하고, 반쯤 드러나고 반쯤 벌어진 두 치열 위에 다물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 벌써 송장의 얼굴이다.
예수께서 몸을 구부리고 들여다보신다. 그리고 몸을 다시 일으켜 두 자매를 바라보시니, 두 자매는 온 마음을, 고통스러운 마음, 바람이 가득 찬 마음을 눈에 집중시켜 예수를 쳐다본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눈짓을 하시고 소리없이 밖으로 다시 나오셔서 두 방 앞에 있는 작은 마당으로 오신다. 마르타와 마리아가 예수를 따라 온다.두 자매는 나오고 나서 방문을 닫는다.
세 사람만이 둘러친 담 안에 말없이 파란 하늘을 이고 있으면서 서로 바라본다. 자매들은 이제는 청할 줄도 모르고 말조차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말씀하신다.
“너희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도 너희가 누구인지 안다. 너희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나도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너희는 내 능력을 안다. 나는 내게 대한 너희의 믿음을 안다. 너희는, 특히 너 마리아는 많이 사랑할수록 그만큼 더 많이 얻는다는 것을 안다. 믿음과 바람을 어길 수 있는 일체의 현실을 초월해서, 모든 한도를 넘어서 바라고 믿을 줄 아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 때문에, 나는 너희에게 반대되는 어떤 현실에도 불구하고 바라고 믿을 줄 알라고 말한다. 내 말을 알아듣겠느냐? 내 말은 반대되는 어떤 현실에도 불구하고 바라고 믿을 줄 알라는 것이다. 나는 몇 시간밖에 머무를 수 없다. 내가 사람으로서는 얼마나 여기 너희와 같이 머무르면서 라자로를 도와주고 위로하고, 너희를 도와주고 너희 용기를 돋우어 주고 싶은지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아신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로서는 내가 가는 것이, 떠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너희가 마시는 공기보다도 더 나를 갈망할 때에… 내가 여기 있지 않는 것이 말이다. 머지않은 어느날, 너희는 지금은 잔인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유들을 깨달을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이유들이다. 너희들에게나 마찬가지로 사람으로서의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이유들. 지금은 고통스러운 이유들. 너희가 그 이유들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은, 그런데 나는 그것을 너희에게 알릴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을 때에는 너희가 이해할 것이고, 즐길 것이다…. 잘 들어라. 라자로가… 죽으면. 그렇게 울지들 말아라! 그러면 즉시 나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라. 그리고 우선 장사 지내는 일을 보살피고, 라자로를 위해서도 너희 집을 위해서도 마땅한 것처럼 사람을 많이 청하여라. 라자로는 위대한 유다인이다. 그의 진면목을 평가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 많은 사람을 능가한다…. 너희가 항상 나를 찾아낼 수 있게 내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마.”
“그렇지만 왜 그 순간만이라도 여기 계시지 않으십니까? 저희들은 오빠의 죽음을 감수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러나 선생님은… 그러나 선생님은….”  마르타는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흐느끼며, 옷으로 울음을 억제한다….
이와 반대로 마리아는 정신을 빼앗긴 것처럼 예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또 쳐다보며… 울지는 않는다.
“순종할 줄 알고, 믿고 바랄 줄 알아라…. 하느님께 항상 예 하고 말씀드릴 줄 알아라…. 라자로가 너희를 부른다…. 가거라. 이제 나는 간다…. 그리고 내가 너희에게 따로 말할 수 없게 되거든, 내가 말해 준 것을 기억하여라.”
그리고 두 자매가 급히 돌아가는 동안 예수께서는 돌걸상에 앉으셔서 기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