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으로 본 군중이나 개인적으로 본 사람이나 새롭고 이상한느낌이 들고 명절 기분같이 떠들썩한 느낌이 드는 것에 대하여는 항상 조금은 어린 아이 같고, 약간 미개하거나 적어도 원시적이며, 따라서 거기에 매우 민감하다.
축제가 가까워지는 것은 마치 사람들을 슬프게 하고 지치게 하던 것이 명절로 인하여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힘이 있다. 명절이 가까워지면서부터 마치 이렇게 가까워지는 것이 미개인들의 우상숭배적인 축제나 호전적인 계획을 할 때에 그들이 치는 북과 비슷한 것처럼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활기와 가벼운 흥분이 모든 사람을 자극한다.
그래서 등불 명절이 가까워지면서 사도들도 이러한 도취 상태에 있다. 기쁘게 떠들면서 그들은 계획들을 하고 지난날의 명절들을 상기시키기 시작한다. 회화에 약간 우울한 빛이 띄기도 하지만, 이내 명절 기분이 그들을 다시 휩쓸어 명절 동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되도록 행동하게 몰아간다.
요한의 집에는 등이 별로 많지 않은가? 오! 라마에 있는 토마의 집에는 등이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토마는 등을 가지러 라마로 떠난다. 기름이 많지 않은가? 오! 엘리사는 벳수르에 기름이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을 바친다. 그러니까 요한과 안드레아는 기름을 가지러 벳수르로 간다. 비스킷을 굽기 위하여는 잔가지로 약한 불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두 야고보가 잔가지를 주으려고 산으로 가고 있다. 관례의 음식을 만들 밀가루와 보리와 꿀이 별로 없는 것 같은가? 그럼 자기에게는 한번도 무엇을 청하지 않는다고 기분 나빠 하다시피 한 니까가 그의 훌륭한 소유지의 황금빛 꿀과 밀가루와 보리를 주지 않고 예루살렘에서 무엇을 하겠는가? 그래서 베드로와 열성당원 시몬은 니까의 집으로 가는데, 알패오의 유다는 엘리사를 도와 집안을 아름답게 꾸미고, 나이 많은 바르톨로메오까지 공동의 기쁨을 같이하여 필립보와 함께 연기로 검게 된 부엌을 더 밝게 보이게 하려고 회칠을 한번 잘 한다.
가리옷의 유다는 장식하는 일을 맡아 가지고 장과(漿果)가 많이 달린 향기 나는 상록 식물의 가지를 끊어 가지고 와서 선반들과 화덕덮개 둘레에 우아하게 늘어놓는다.
그리하여 등불 명절 전날 밤에는 작은 집이 반짝거리는 구리 식기와 해같이 밝은 등불들과 희게 회칠을 한 벽에 걸린 명랑한 나뭇가지들로 인하여 어떻게나 달라졌는지 신부를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된 것 같다. 한편 잘라 온 나뭇가지들로 인하여 벌써 향기가 밴 공기에는 빵과 비스킷 냄새가 퍼진다.
예수께서는 하는 대로 그냥 놔두신다.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지셔서 깊은 생각에 잠기시고 침울하기까지 하신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질문으로 그들이 한 것에 대한 치하를 청하면 질문하는 제자들에게 대답하신다. 그 질문들은 그들이 지적한 것을 가지고 제자들이 한 일을 재구성 할 수 있게 하는 질문들이다. 그 지적들은 이런 것들이다. “제가 등불을 가지러 집에 간 것은 좋은 생각이었지요?” 또는 “필립보와 제가 모두 흰 칠을 한 것은 잘한 일이지요? 밝고 명랑하고 더 커 보입니다.” 또는 “선생님, 보세요. 엘리사 아주머니가 좋아합니다. 그 아들들이 있을 때 자기 집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등에 기름을 넣고 꿀로 밀가루 반죽을 하고, 보리에 쓰려고 꿀을 양젖에 넣어 풀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또는 “엘키아가 뭐라고 하던, 푸른 기운이 좀 있는 것은 좋습니다. 결국!… 조물주께서 나뭇가지들을 만드신 것은 우리더러 쓰라고 하신 것이지요?” 이 모든 것으로 나는 각자가 한 일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칭찬을 듣고자 하는 욕망을 가정하는 이 질문들에도 예수께서 대답을 하시지만, 예수의 생각은 딴 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눈에 띈다.
저녁이 되었다. 자기들의 집에 들어박혀 있기 전에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부엌 안으로 머리를 들여보내는 주민들의 마지막 인사가 있은 다음에는 고요가 노베에 자리잡는다. 저녁 식사 시간이다. 그리고 어린이들과 노인들, 병이나 나이로 인하여 허약해진 모든 사람에게는 벌써 잘 시간이다.
등불 명절에는 선물을 하는 것이 관습인 모양이다. 과연 늙은 요한이 부엌 옆에 있는 그의 작은 방으로 물러가자마자, 엘리사와 사도들이, 엘리사는 옷을, 사도들은 나무를 깍아 만든 유익한 물건들과 어부들의 전문적인 일인 빨강, 초록, 노랑, 남빛 물을 들인 노끈으로 그물 모양의 커튼을 만드는 일을 마저 끝낸다.
토마와 마태오와 바르톨로메오와 열성당원은 구경하는 일을 한다.
“자, 다 됐다.” 엘리사는 일어나서 옷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실을 떨어 버리기 위하여 옷을 털면서 말한다.
“이거면 가엾은 노인은 뜨뜻하게 지내겠구먼!” 하고 베드로가 옷감을 만지면서 말한다. “이거 보세요! 아주머니, 저희 남자들은 여자들 없이는 정말 불쌍합니다. 저는 집에서 나와 있는 것이 여러 달이 된 지금 아주머니가 안 계셨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은 만들 줄 알지만, 고리쇠를 달아야 한다면!….”
“아주머니는 빨리도 하셨어요. 제 아내와 비슷하십니다”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말한다.
“나도 끝냈다. 나무가 좋고 자르기가 쉽고, 그러면서도 단단했어”하고 유다 타대오가 소금이나 양념을 넣는데 쓸 수 있는 상자를 우중충한 식탁에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반대로 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결 하나가 가공이 되지 않으려고 한단 말이야. 어쩌면 일거리를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아쉬워. 더 밝은 나무에 이 어두운 결이 아름다웠는데. 예수님, 보세요. 이 결들이 나무 위에 그린 산꼭대기를 연상시키지 않습니까?”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하면서 일종의 그릇을 보이는데. 그것이 어떤 용도에 쓰이게 마련인지는 모르겠는데, 둥근 모양의 뚜껑이 있고, 볼록한 부분과 뚜껑에 우아한 결들이 있어 모양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바로 뚜껑이 동그스름한 손잡이 곁에 나무가 끈질기게 말을 안 듣는 것이다.
“꾸준히 계속해라, 계속해. 그러면 결국은 될 것이다. 쇠를 빨갛게 달구어서 섬유를 공격해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한 껍질만 벗기고 나면…” 하고 살펴보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불로 망쳐지지 않을까요?” 하고 마태오가 묻는다.
“불을 능란하게 사용하면 그렇지 않다. 게다가! 그 방법을 쓰던가 모두 포기하던가 해야 한다.”
야고보는 끌을 달구어서 그 끝을 저항하는 부분에 갖다 댄다. 나무 타는 냄새가 난다….
“그만. 이제는 가공해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뚜껑을 바이스처럼 꼭 쥐고 사촌을 도우신다. 두번이나 날이 미끄러지면서 예수의 손가락을 스친다.
“선생님, 손을 치우세요. 상처를 입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계속 그릇을 붙잡고 계신다.
세번째는 끌이 예수의 엄지에 피를 낸다.
“앗! 보세요! 아프시지요! 보여 주세요!”
“아무렇지 않다. 피 한 두 방울….”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시면서 벤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떨어뜨리려고 손가락을 흔드신다. “그 보다도 얼룩이 졌으니 뚜껑이나 훔쳐라”하고 곧이어 덧붙이신다.
“아니, 그냥 놔두시오! 이렇게 되어서 그릇이 귀중합니다. 선생님, 차라리 손가락을 여기 제 베일에 닦으세요. 선생님의 피, 축복받은 피”하고 엘리사가 말하며 손을 그의 베일 천으로 감싼다.
그 많은 불행의 원인인 뚜껑이 졌다. 줄이 완성되었다.
“그 놈이 처음에는 아프게 하려고 했어”하고 열성당원이 해석을 한다.
“맞았어! 그러다간 이내 그 고집쟁이 나무가 지고 말았어!” 하고 토마가 말한다.
“쇠와 불과 고통으로 이건 로마인들이 잘 쓰는 글귀 같은 걸”하고 열성당원이 지적한다.
“왠지 모르지만 내게는 이것이 어떤 점에서는 예언자들을 생각나게 해 주네.우리도 고집이 센 나무야…. 그래서 저희에게도 쇠와 불과 고통이 필요한 것입니까?”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정말 그것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것이 소용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불과 내 고통을 가지고 일하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은 이 나무를 본받을 줄을 모른다…. 조용히! 밖에 누가 있다…. 발소리다….”
그들은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선생님, 아마 바람소린가 봅니다. 정원에는 마른 나뭇잎들이 있으니까요….”
“아니다. 분명히 발소리다….”
“어떤 밤짐승인가 봅니다. 제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요.”
“나도 안 들려, 나도….”
예수께서는 귀를 기울이신다. 귀를 기울이시는 것 같다. 그런 다음 얼굴을 들어 역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온 신경을 귀에 집중시키고 듣고 있는 가리옷의 유다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신다. 예수께서는 어떻게나 뚫어지게 들여다보시는지 유다가 묻는다. “선생님, 왜 그렇게 저를 바라보십니까?” 그러나 어떤 손이 문을 두드리기 때문에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등불이 비추고 있는 열네 얼굴 중에서 예수의 얼굴만이 그대로 있고, 다른 얼굴들은 빛이 변한다.
“문을 열어라! 가리옷의 유다야, 문을 열어라!”
“저요, 저는 열지 않겠습니다. 밤 동안에 일부러 온 악당들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선생님께 해를 끼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요나의 시몬, 네가 열어라.”
“절대로 안 열겠습니다! 오히려 식탁을 문에 대놓겠습니다!”하고 베드로가 말하면서 그렇게 하려고 한다.
“요한아, 열어라. 그리고 겁내지 말아라.”
“오! 선생님이 정말 들어오게 하시면 저는 노인 방으로 가겠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하고 가리옷의 사람이 말한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노인의 방과 떨어져 있는 거리를 네 걸음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 방 안으로 사라진다.
요한은 문 옆에 서서 열쇠를 손으로 잡고 무서워하며 예수를 바라보고 중얼거린다. “주님!….”
“열어라, 그리고 무서워하지 말아라.”
“아무렴, 결국 우리는 튼튼한 남자 열세 명이야. 그들이 한 부대는 아닐 테지! 주먹 넷으로 그리고 고함소리를 많이 지르면 -엘리사 아주머니 필요하면 소리를 지르세요.- 그 놈들을 쫓아버릴 수 있을 거야. 여기는 황야가 아니란 말이야!”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하며 옷을 벗고 속옷 소매를 걷어 올리며 방어태세를 취한다. 베드로가 따라서 그렇게 한다.
요한은 아직 머뭇거리면서 문을 열고 열린 문으로 바라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외친다.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 누구요?”
여자의 목소리가 대답하는데, 아픈 사람같이 약한 목소리다. “여자입니다. 저는 선생님을 원합니다.”
“지금은 남의 집에 올 시간이 아니오.” 요한 뒤에 가서 있던 베드로가 말한다. “만일 당신이 병자이면, 어떻게 이 시간에 밖에 있단 말이오? 만일 당신이 문둥병자이면, 어떻게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에까지 온단 말이오? 만일 당신이 아픈 사람이면 내일 다시 오시오. 가시오, 가서 당신 볼 일이나 보시오.”
“오! 제발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저는 길에 혼자 있습니다. 춥고, 배가 고픕니다. 그리고 저는 불행합니다…. 선생님을 불러 주십시오. 선생님은 동정을 하십니다….”
사도들은 어리둥절하여 예수를 바라본다. 예수께서는 대단히 엄하시다. 그리고 잠자코 계신다. 그들은 문을 도로 닫는다.
“선생님, 어떻게 할까요? 빵이라도 조금 줄까요? 여긴 자리가 없으니 모르는 여자를 데리고 다른 집들을 가보아야 하겠군요…” 하고 필립보가 개입한다.
“가만있게. 내가 가보겠네”하고 바르톨로메오가 길을 밝히려고 등을 하나 잡으면서 말한다.
“네가 가 볼 필요는 없다. 여자는 배도 고프지 않고, 춥지도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썩 잘 알고 있다. 그 여자는 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여자가 비록 병자도 아니고 문둥병자도 아니지만 불행한 여자이기는 하다. 창녀인데, 나를 유혹하러 온 것이다. 여기 대해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너희들이 알라고,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너희들이 확신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또 너희들에게 말한다마는, 그 여자는 개인적인 변덕으로 온 것이 아니라, 여기 오라고 돈을 받았기 때문에 온 것이다.” 예수께서는 큰 소리로, 유다가 있는 옆방에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런데 선생님은 누가 이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슨 목적으로?” 하고 유다가 부엌에 다시 나타나면서 말한다. “확실히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아닐 것이고, 저 여자가 창녀라면 율법학자들도 사제들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헤로데 당원들도 어떤 난처한 일을 스스로 당할 만큼 원한을 품고…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말해 주마. 내가 죄인이라고, 공공연한 죄녀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너도 그렇다는 것을 나만큼 안다. 또 나 네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저 여자도 저 여자를 보낸 사람들도 저주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또 항상 자비이다. 그래서 저 여자를 만나러 가겠다. 만일 네가 나와 같이 가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거든 오너라. 내가 저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것은 정말 저 여자는 불행하기 때문이다. 저 여자는 젊고, 아름답고, 돈을 많이 받았고, 건강하고, 자기의 더러운 생활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불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 여자는 불행하다. 저 여자가 그 많은 거짓말 중에서 말한다만 한 가지 진실이 이것이다. 앞서 가서 이야기하는데 같이 있어라.”
“저는 싫습니다. 거기 함께 있지 않겠습니다! 제가 그 일을 해야 하겠습니까?”
“네게 질문할 사람들에게 증언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누가 제게 질문을 한단 말씀입니까? 저희들 가운데에는 질문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저는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순종하여라. 앞서 가라.”
“싫습니다. 이 일에는 순종하지 않겠습니다. 또 선생님도 저더러 창녀에게 가까이 가라고 강요하실 수는 없습니다.”
“흥! 자넨 뭔가? 대사제인가? 선생님, 제가 가겠습니다. 그리고 겁내지 않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가겠습니다”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아니다. 내가 혼자 가겠다. 문을 열어라.”
예수께서 정원으로 나가신다. 오직 달이 뜨지 않은 밤의 완전한 어두움 속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부엌문이 다시 열리니 베드로가 등을 하나 가지고 밖으로 나온다. “선생님, 정말 저를 원치 않으시면 이것만이라도 받으십시오”하고 큰소리로 말한다. 그런 다음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렇지만 저희들이 문 뒤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필요하면 부르십시오….”
예수께서 등을 받으시고, 비추어 보시려고 등을 쳐드신다. 굵은 호두나무 줄기 뒤에 사람의 형체가 있다. 예수께서 그 쪽으로 두어 걸음 가셔서 명령하신다. “나를 따라 오시오.” 그리고 동쪽에 집에 붙여 놓은 작은 돌걸상에 가서 앉으신다.
여자는 베일을 쑥 쓴 채 몸을 구부리고 나아온다. 예수께서 등을 당신 곁에 있는 돌에 놓으신다.
“말하시오” 명령은 몹시 엄하고 뻣뻣하고, 예수께서는 너무도 하느님다워서 여자는 앞으로 나아와 말하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하며 몸을 한층 더 굽히고 말이 없다.
“말하라니까요. 당신이 나를 찾기에 내가 왔소. 말하시오” 예수께서는 목소리를 약간 부드럽게 하셔서 말씀하신다.
말이 없다.
“그러면 내가 말하겠소. 당신에게 묻겠는데, 당신은 왜 내 파멸을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방법으로 또 모든 가능한 모든 이익을 찾으면서 그렇게 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도울 정도로 나를 미워하오? 대답하시오. 불행한 여자, 내가 당신에게 무슨 해를 끼쳤소? 당신이 하고 있는 고약한 생활 때문에 당신을 마음 속으로도 업신여기지 않은 사람이 당신에게 어떤 해를 끼쳤소? 아니? 마음 속으로도 당신을 원하지 않은 그 사람이 당신을 타락시켰기에, 당신을 더럽히고, 당신에게 올 때마다 당신을 업신여기는 사람들보다 그를 더 미워해야 한단 말이오? 대답하시오! 당신이 시내의 거리에서 만났기 때문에 겨우 얼굴이나 아는, 사람의 아들인 나자렛의 예수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소? 당신의 영혼의 더럽혀지고 흉하게 된 모습을 알아서 고쳐 주기 위하여 그것만을 찾기 때문에, 당신의 얼굴을 알지도 못하고 당신의 매력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는 예수가 말이요. 말하시오!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오? 아니, 부분적으로는 알지요. 당신은 그것을 3분의 2 가량까지도 아오. 당신은 내가 남자라는 것과 내 인물이 당신 마음에 든다는 것을 아오. 이것은 억제되지 않은 당신의 동물성이 당신에게 말해 준 것이오. 그리고 흥분한 여자로서의 당신의 혀가 당신의 관능의 동의를 받아들인 사람에게 이 말을 했고, 그 사람은 이 말을 가지고 나를 해치기 위한 무기를 만들었소.
당신은 내가 나자렛의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고 있소. 이것은 당신의 육욕을 이용해서 당신이 나를 유혹하러 여기 오도록 당신에게 돈을 준 사람들이 당신에게 말한 것이오. 그들은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소. ‘그 사람은 자칭 그리스도라고 하고, 군중은 그 사람을 성인이라고 메시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가 하찮은 인간이라는 증거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증거들을 우리에게 다오. 그러면 네게 많은 돈을 주마.’ 당신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육체 안에 영혼과 더불어 넣어주셨지만 당신이 부수어 흩어버린 정의의 나머지, 정의의 보물의 마지막 약간의 나머지로 인해서, 내게 해를 끼치기를 원치 않았소.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들은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소. ‘우리는 그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 사람을 네게 맡기고, 그를 네 곁에서 왕처럼 호사스럽게 살게 할 재산을 주겠다. 우리는 그저 우리 양심을 평안하게 하기 위해서 그가 그저 사람일 뿐이라고 우리 자신에게 말할 수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가 메시아라고 믿지 않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라는 증거를 말이다’하고 그들이 당신에게 이런 말을 했소. 그래서 당신이 왔소. 그러나 만일 내가 당신의 아첨을 받아들이면, 지옥이 나를 덮칠 거요. 그들은 벌써 내 명예를 손상하고 나를 붙잡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소. 그리고 당신은 그렇게 하는데 연장 노릇을 할 거요.
보시오, 나는 당신에게 물어보지 않소. 나는 물어볼 필요없이 알고 있기 때문에 말하오. 그러나 당신이 이 두 가지는 안다 하더라도 셋째 것은 알지 못하오, 당신은 내가 사람이라는 것과 예수라는 것을 빼놓고는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오. 당신은 사람을 보오. 다른 사람들은 당신에게 ‘저 사람은 나자렛 사람이다’하고 말하오. 그러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해 주겠소. 나는 구속자요. 구속하기 위하여는 내가 죄가 없어야 하오, 인간으로서 있을 수 있는 내 관능성을 내가 어떻게 짓밟았는지를 보시오. 그 음탕한 사랑을 찾아 어두움 가운데에서 이 진흙에서 저 진흙으로 가는 저 기분 나쁜 벌레에 대해서 한 것과 같이, 나는 항상 관능성을 짓밟았소. 그리고 지금도 그것을 이렇게 짓밟으오. 또 이와 같이 당신에게서 당신의 병을 뽑아내서 짓밟아, 당신을 건강하고 거룩하게 만들기 위해 그 병에서 구해낼 마음이 있소. 나는 구속자이기 때문이오. 오직 그 때문이오. 내가 사람의 육체를 취한 것은 당신들을 구원하고 죄를 쳐 없애기 위해서이지 죄를 짓기 위해서는 아니오. 내가 육체를 취한 것은 당신들의 죄를 없애기 위해서이지, 당신들과 함께 죄를 짓기 위해서는 아니오. 내가 육체를 취한 것은 당신들을 사랑하기 위해서요. 그러나 당신들을 하늘과 정의로 인도하기 위하여 그 생명과 피와 말, 모두를 주는 사랑으로 사랑하기 위해서이지, 당신들을 짐승처럼 사랑하기 위해서는 아니오. 또 나는 사람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처럼 사랑하기 위해서도 아니오.
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정확히 아오? 알지 못하지요. 당신은 당신이 하려고 온 그 일의 결과도 알지 못하고 있었소. 그래서 당신이 청하지 않아도 그것을 용서해 주오, 당신은 알지 못했었으니까. 그러나 당신의 매춘에 대해서 말이오! 당신은 어떻게 그 상태에서 살 수 있었소? 당신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소. 당신은 착했었소. 오! 불행한 여자! 당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지 않소? 당신의 어머니의 입맞춤이 생각나지 않소? 어머니의 말은? 그리고 기도 시간은? 저녁에 당신 아버지가, 그리고 안식일에는 회당장이 설명하는 것을 당신이 들었던 지혜의 말씀들… 누가 당신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취하게 했소? 기억하지 못하오? 후회하지 않소? 말하시오! 당신 정말 행복하오? 대답 안 하시는군요 내가 당신 대신 말하겠소. 내가 말하겠는데, 아니오. 당신은 행복하지 못하오.
당신은 잠이 깨면, 머리맡에 당신의 치욕이 있다가 날마다 당신이 느끼는 첫번째 가책을 주오. 그리고 당신이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머리단장을 하고 향수를 뿌리는 동안 당신의 양심은 소리높이 당신을 비난하오. 그래서 당신은 가장 정제된 향유에서도 고약한 냄새를 맡게 되고, 가장 진기한 요리도 당신에게 구역질나게 하오. 또 당신의 목걸이는 사슬처럼 무겁게 느껴지오. 사실 사슬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당신이 웃고 유혹하는 동안, 당신 안에서는 무엇인지 탄식하는 것이 있소. 그래서 당신은 당신 생활의 권태와 혐오감을 이기기 위하여 술에 취하오. 그리고 그들에게서 이득을 얻어내기 위해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들을 당신은 미워하오. 또 당신은 당신 자신을 저주하오. 또 당신의 잠은 악몽에 시달리오. 그리고 당신 어머니의 생각은 당신의 마음속에 칼이 되오. 당신 아버지의 저주는 당신을 평안하게 내버려두지 않소. 그리고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모욕과 당신을 절대로 동정하지 않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흉포가 있소.
당신은 상품이오. 당신은 당신을 팔았소. 상품을 사고 나면,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오. 찢고, 태워버리고, 짓밟고, 그 위에 침을 뱉고 하오. 그것은 물건을 산 사람의 권리요. 당신은 거역하지 못하오…. 그래 이 처지가 당신을 행복하게 하오? 아니오. 당신은 비관하고 있소. 당신은 속박되어 있소. 고통을 당하고 있소. 세상에서 당신은 누구나 짓밟을 수 있는 불결한 넝마 조각이오. 만일 괴로운 어떤 시간에 당신의 정신을 하느님께로 올려 위안을 얻으려고 하면, 창녀인 당신 위에 하느님의 분노를 느끼고, 하늘은 아담에게 보다도 한층 더 단단히 닫혀 있는 것을 느끼오. 당신이 몸이 불편할 때에는 당신의 운명을 당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죽음을 몹시 두려워하오. 당신에게는 그것이 파멸이오.
오! 불행한 여자! 그런데 이것이 당신에게는 아직 넉넉하지 못했소? 당신은 당신 죄들로 이루어진 사슬에 사람의 아들의 파멸이라는 죄를 더하기를 원하는 거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당신을 사랑하는 오직 한 사람의 파멸의 죄를? 왜냐하면 사람의 아들이 육체를 취한 것은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도 한 것이기 때문이오. 만일 당신이 원하면, 나는 당신을 구해 줄 수 있을 거요. 당신의 비천의 심연을 심연과 같은 자비로운 성덕이 내려다보고, 당신의 더러운 심연에서 당신을 꺼내주기 위하여 당신에게서 하나의 욕망을 기다리고 있소. 당신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용서하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소. 당신이 가진 이 생각의 근본을 당신이 창녀라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세상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끌어내오. 그러나 하느님은 세상 사람이 아니시오. 하느님은 무한히 인자하시오. 하느님은 용서이시오. 하느님은 사랑이시오.
당신은 내게 해를 끼치기 위하여 돈을 받고 내게 왔소. 나 분명히 당신에게 말하지만, 창조주께서는 한 인간을 구하기 위하여 악한 것까지도 선으로 바꾸실 수 있소. 그러니까 당신이 원하면, 당신이 내게로 온 것이 선으로 변할 거요. 당신의 구원자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에게 당신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시오. 당신이 당신 마음을 감추려고 해도 그는 그것을 보고 슬퍼하오. 우시오. 사랑하시오. 뉘우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시오, 당신이 죄를 짓는데 과감했던 것처럼 뉘우치는 데에도 과감하시오. 내 발 앞에서 울고, 내가 정의로 돌아오게 한 창녀로는 당신이 첫번째가 아니오…. 나는 인간이 아무리 죄가 많았다 하더라도 인간을 쫓아낸 적이 절대로 없소. 오히려 나는 인간을 끌어당기고 구하려고 애를 썼소. 이것이 내 사명이오.
어떤 마음의 상태가 나를 소름끼치게 하지 않소. 나는 사탄과 그의 행위를 아오. 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약함을 아오. 나는 그래야 마땅한 것처럼, 하와의 죄의 결과를 남자보다 더 가혹하게 당하는 여자의 처지를 아오. 그러므로 나는 판단하고 동정할 줄을 알고, 분명히 말하지만, 죄에 떨어진 여자들 보다는 그들을 죄에 떨어지게 이끌어가는 남자들에 대해서 더 엄하오. 불행한 여자인 당신의 경우에는, 당신이 무슨 일에 가담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온 당신에게 보다는 당신을 보낸 사람들에게 더 엄하게 대하오. 나는 당신이 당신과 같은 다른 여자들처럼 구속되고자 하는 갈망으로 왔으면 더 좋아했을 거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하느님의 소원을 들어 드려서 당신의 나쁜 행동을 가지고 당신의 새 생활의 주춧돌을 만들면, 나는 당신에게 평화의 말을 해 주겠소….”
처음에는 매우 엄하셨던 예수께서 차차 부드러워지셨고, 이런 태도로 계속 계셨다…. 즉 일체의 감정의 약함과 당신의 인자에 대한 일체의 그릇된 평가를 배제하시는 하느님으로.
이제는 예수께서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당신에게서 2 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그대로 서있는, 그러나 몸을 굽히고, 점점 더 굽히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중간에 그 여자는 아름다운 두 손을 얼굴로 가져가 베일 위로 꼭 누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온통 가락지들로 장식된 손이 떨어져서 어두운 빛깔의 겉옷 위에 놓여 있다. 그 여자는 팔꿈치까지 드러난 팔목에 팔찌를 끼었다.
여자가 우는지 울지 않는지 말하지 못하겠다. 운다 하더라도 흐느낌 소리도 들리지 않고, 몸도 흔들리지 않으므로 조용히 우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우중충한 옷을 입은 그 여자가 하도 꼼짝 않고 있어서 무슨 조상과도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땅 위에서 몸을 움추린다. 그 때에는 그 여자가 정말 울고 그것을 보이지 않으려고 자제하지 못한다. 그리고 넝마처럼 땅에 엎드린 채로 있으면서 말한다. “사실입니다! 선생님은 정말 예언자이십니다…. 모두가 사실입니다…. 그들이 이 때문에 제게 돈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내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선생님을 제 집에서 발견할 것이라고… 그렇지만 선생님 곁에서도….”
“여보시오. 나는 당신의 죄에 대한 이야기만을 듣겠소….” 예수께서 그 여자의 말을 막으신다.
“맞습니다. 저는 쓰레기 구덩이니까 남을 비난할 권리가 없습니다. 모두가 사실입니다. 저는 행복하지 못합니다…. 저는 재산과 연회와 사랑을 즐기지 못합니다…. 저는 어머니 생각을 하면서 얼굴을 붉힙니다…. 저는 하느님과 죽음을 무서워합니다…. 저는 저를 사는 남자들을 미워합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모두가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님, 저를 쫓아내지 마십시오. 제 어머니를 비롯해서 일찌기 아무도 선생님처럼 말한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은 제 어머니보다도 훨씬 더 부드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마지막 시기에는 제 행실 때문에 제게 대해 엄격했었습니다…. 더 이상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예루살렘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런데도 선생님의 친절은 저를 몹시 괴롭히는 불에 눈을 붓는 것과 같았습니다. 제 불은 진정되고, 또 다른 불이 피기까지 했습니다. 그 불은 활활 타올랐지만, 빛도 열도 주지 못했습니다. 저는 얼음과 같고 어두움 속에 있었습니다. 오! 저는 얼마나 고통당하기를 원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무익하고 저주받은 고통을 저 스스로에게 주었는지 모릅니다! 주님, 저는 조금 열린 문을 통해서 제가 불행한 여자라고,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사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선생님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 말하라고 제게 가르쳐 준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런 다음에는 제 아름다움이 나머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아름다움! 제 옷들!….”
여자가 일어난다. 그 여자가 일어난 지금, 나는 그 여자가 키가 큰 것을 본다. 그 여자가 베일과 겉옷을 확 벗어 던지니, 매우 살갗이 흰 갈색 머리 여자의 그의 참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흑갈색으로 더 크게 만든 그의 눈은 크고 매우 아름답다. 그 눈은 이런 부류의 여자에게서 만나는 것이 이상한, 악의 없는 놀란 눈길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눈물이 벌써 그 눈을 깨끗이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자는 겉옷을 잡아채서 그 천을 짓밟고, 베일을 찢고, 겉옷과 베일에서 값진 죔쇠들을 뜯어내서 땅바닥에 던지고, 반지와 팔찌들을 떼어내고, 머리 장식을 멀리 던지고 반짝이는 머리핀을 잔뜩 꽂은 곱슬곱슬한 컬을 잡고 머리핀들을 잡아채서, 무섭기까지 한 격정적인 희생으로 머리모양의 꾸밈을 사라지게 하기 위하여 머리를 흐트러뜨린다.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는 잡아채져서 보석들이 떨어져 나가는데, 장식을 한 샌들을 신은 그의 발이 보석들을 짓밟아 으깬다. 값진 허리띠도 같은 운명이 되고, 옷감을 가슴 위에 솜씨있게 고정시키던 장식 핀도 그렇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진행되는 동안에 그 여자는 괴로워하는 낮은 목소리로 되풀이 한다.
“멀리 가라! 멀리 가! 저주받은 물건들. 멀리 가라! 너희들과 너희들을 준 사람들. 멀리 가라, 내 아름다움 아! 멀리 가라, 내 머리카락! 멀리 가라, 재스민 빛깔의 내 살갗!”
그 여자는 땅에 보이는 뾰족한 돌을 급히 주워 가지고 얼굴과 입을 피가 나도록 친다. 그의 물들인 손톱으로 자기의 얼굴을 할퀸다.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얼굴이 부어오른다…. 그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숨을 헐떡이고, 기진맥진하고 머리가 흐트러지고, 찢어지고, 옷이 피와 흙으로 더러워진 그 여자는 예수의 발 앞에 땅에 엎어지며 신음한다.
“이제는 제 마음을 보시면 저를 용서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것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까요. 아무 것도… 주님이 주님의 원수들과 제 육체를 이기셨습니다…. 제 죄를 용서하십시오….”
“나는 당신을 만나러 왔을 때 벌써 당신 죄를 용서했소. 일어나시오. 그리고 다시는 절대로 죄짓지 마시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
“당신이 죄를 짓던 곳에서, 당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시오. 당신 어머니는….”
“오! 주님! 어머니는 다시는 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제 탓으로 저를 저주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저를 미워합니다.”
“하느님이신 하느님께서 당신을 받아들이시고, 하느님께서는 아버지이시기 때문에 당신을 받아들이시는데, 당신을 낳았고, 당신과 같은 여자인 어머니가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겸손되이 어머니에게로 가시오. 그리고 지금 내 발 앞에서 우는 것과 같이 어머니의 발 앞에서 우시오. 내게 한 것과 같이 어머니에게 자백을 하시오. 어머니에게 당신의 고통을 말하고. 연민을 청하시오. 당신 어머니는 이 순간을 여러 해째 기다리고 있소. 어머니는 편안히 세상을 떠나기 위해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소. 내 꾸지람을 견딘 것과 같이 어머니의 사랑 가득한 꾸지람을 참아 견디시오. 나는 당신과 상관없는 사람이었는데도 당신은 내 말을 들었소. 그분은 당신 어머니요, 그러니 당신은 어머니의 말을 공손히 들을 이중의 의무가 있소”
“주님은 메시아이십니다. 주님은 제 어머니보다도 더 나으십니다.”
“이제야 그 말을 하지만, 당신이 나를 유혹하려고 왔을 적에는 내가 메시아인 줄 알지 못했소. 그런데도 내 말을 들었소.”
“주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아주 다르셨습니다…. 그래서… 오 나자렛의 예수님, 예수님은 거룩하십니다!”
“당신 어머니는 어머니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거룩하오. 어머니의 기도로 인해서 당신은 하느님의 자비를 얻은 것이오. 어머니는 항상 거룩하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어머니를 공경하기를 원하시오.”
“저는 어머니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온 마을이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더군다나 어머니에게 가서 ‘어머니, 용서해 주세요’하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오. 그리고 당신 때문에 어머니가 받으신 고통을 배상해 드리기 위해서 당신의 일생을 어머니에게 바치는 것이 당연하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주님, 저를 예루살렘으로는 돌려보내지 마십시오. 그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협에 저항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벽까지 저를 여기 있게 놔 주십시오. 그런 다음….”
“잠깐 기다리시오.”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부엌문 쪽으로 가셔서 문을 두드려 열게 하시고 말씀하신다. “엘리사 아주머니 밖으로 나오세요.” 엘리사는 순종한다. 예수께서는 엘리사를 여자 쪽으로 데리고 가신다. 그 여자는 나이 든 다른 여자가 오는 것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몸짓을 하고 얼굴과 선정적인 옷을 겉옷과 찢어진 베일의 나머지 부분으로 가리려고 애쓴다.
“엘리사 아주머니, 들으세요. 저는 곧 이 집을 떠납니다. 제 사도들에게는 새벽에 헤로데 문으로 저를 찾아오라고 말씀하세요. 저와 같이 가야 하는 가리옷의 유다를 빼놓고는 모두 말입니다. 이 여자를 아주머니와 같이 재우세요. 저는 지금부터 오랫동안 노베에 돌아오지 않을 터이니까 제 침대를 쓰셔도 됩니다. 내일 요한이 깨면, 아주머니와 요한 두 분이서 이 여자가 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세요. 이 여자에게 보통 옷 한 벌과 아주머니의 겉옷 한 벌을 주세요. 그리고 두 분이 모든 일에 이 여자를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주님.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요한 때문에 안 됐습니다….”
“저도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증오는 사람의 아들이 의인에게 즐거운 시간을 한 시간 주는 것을 못하게 하는군요….”
“그런 다음에는요, 주님?”
“그 다음에는? 우선 벳수르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엘리사 아주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제 강복과 평화가 아주머니와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도 잘 있으시오. 당신을 한 어머니와 한 의인에게 맡기오, 그렇지만 당신의 소지품을 가지러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닙니다. 저는 과거의 것은 아무 것도 가지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거 보세요! 당신은 분명히 모든 것을 내팽개칠 수는 없소. 당신은 하인들이나 친척들이 없소?” 엘리사가 말한다.
“저는 하녀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하녀를 돌려보내야 할 거요. 그리고 또….”
“아주머니께서 돌아오셔서 그렇게 해 주십시오, 제발. 아주머니, 제가 온전히 병이 고쳐지게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그의 목소리에는 참다운 고민이 들어 있다.
“그러시오. 색시, 그래요. 걱정 마세요. 내일 모든 것을 생각하기로 합시다. 이제는 나와 같이 위층으로 올라갑시다.” 그리고 엘리사는 여자의 손을 잡고 층계로 해서 위층으로 데리고 올라가 작은 방들 중의 하나에 인도하고 나서 빨리 내려온다. “주님, 저는 모든 사람이 그 여자없이 주님을 보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이, 이 보석들은….” 엘리사는 몸을 굽혀 반지들과 팔찌, 죔쇠와 머리핀과 허리띠와 끊어진 목걸이에서 찾아낼 수 있는 만큼의 진주를 줍는다. “이것들은 어떻게 합니까, 주님?”
“저와 같이 오십시오. 아주머니 말씀이 옳습니다. 사도들이 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사람은 부엌으로 들어간다. 모두가 예수를 의아스러운 듯한 태도로 바라본다. 늙은 요한도 일어나 있는데, 아마 사도들이 떠드는 바람에 깬 모양이다.
“아주머니, 값진 물건들을 토마에게 주십시오. 그리고 토마, 너는 그것들을 내일 금은방에 팔아라.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용될 것이다. 그렇다. 여자의 보석들이다. 그 여자의. 이것이 사람의 아들을 육욕이 유혹해서 그의 사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답이다. 또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난거리를 찾아내기 위해서 하는 일체의 흉계가 쓸데 없다는 충고도 된다. 할아버지, 엘리사 아주머니가 할아버지께 하셔야 할 일을 말씀드릴 것입니다. 강복을 드립니다….”
“주님, 저를 떠나십니까?” 하고 노인이 몹시 슬퍼하며 묻는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평화가 할아버지와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도들에게로 몸을 돌려 말씀하신다. “쉬러들 가라. 가리옷의 유다를 빼놓고는 모두. 유다는 나와 같이 간다.”
“아니, 어디루요? 밤이 되었는데요” 유다가 반대한다.
“기도하러. 이것이 네게 해롭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같이 마시는 밤공기가 무섭다면 몰라도 말이다.”
유다는 고개를 숙이고 마지못해 겉옷을 입는다. 그동안 예수께서는 겉옷을 입으신다.
“내일 새벽에 헤로데 문으로 오너라. 우리는 성전으로 간다, 그리고….”
“안 됩니다!” 안 됩니다 하는 말은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유다의 소리가 제일 크다.
“우리는 성전으로 갈 것이다. 나를 가만 놔두라고 그들을 설득했다고 혹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맞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성전에 가는 거다. 가자.” 그러시면서 출입문 쪽으로 향하신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준비한 축제가 벌써 끝났구먼…” 하고 베드로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시작되기도 전에 끝났다고 말해야 할 걸세”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대답한다.
예수께서는 벌써 열린 문어귀에 계신다. 그리고 돌아서시며 강복을 하신다. 그런 다음 밤 어두움 속으로 사라지신다.
부엌에서는 모두가 말이 없다. 이윽고 마태오가 엘리사에게 묻는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나도 몰라요. 울고 있는 여자가 한 사람 있었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당신들에게도 말씀하신 것과 같은 말을 내게도 하셨어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어디서 왜 왔는지는 나도 몰라요….”
“그럼, 가세….” 그러면서 이 집에서 자는 마태오와 바르톨로메오를 빼놓고는 모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