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맑은 첫 새벽에, 니까의 집 둘레에 있는 밭들은 매우 엷은 에메랄드 빛깔인 몇 센티미터쯤 자란 밀포기로 온통 초록빛 투성이이다. 집 더 가까이에 있는 과수원은 아직 잎이 나지 않은 채로 있어, 새로 나온 섬세한 곡식의 싹들과 말갛게 갠 가벼운 하늘을 배경으로 하니 한층 더 우중충하고 육중해 보인다. 처음 햇살을 받는 아주 하얀 집 위로는 비둘기들이 날아다닌다.
  니까는 벌써 일어나서 떠나는 사람들이 길을 가는 데 기운을 차릴 만한 것을 가지도록 정성스럽게 마련을 한다. 니까는 우선 밤을 지내라고 붙잡아 두었던 라자로의 두 하인을 돌려보낸다. 음식들을 든든히 먹은 하인들은 말들을 속보로 달리게 하여 길을 떠난다. 그런 다음 니까는 하녀들이 활활 타는 불에 양젖과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니까는 큰 그릇에서 더 작은 병에 기름을 옮겨 붓고, 작은 가죽부대 여러 개에 포도주를 붓는다. 그리고 비스킷처럼 얇은 빵 모양을 만들고 있는 하녀를 재촉하여 벌써 준비가 되어 있는 화덕에 즉시 가져가게 한다. 치즈 덩어리들이 부엌의 열로 마르고 있는 넓은 탁자들에서 니까는 가장 아름다운 모양으로 된 것들을 고른다. 꿀을 가지고 와서 마개가 잘 되어 있는 작은 그릇에 흘려 들여보낸다.
  그런 다음 이 모든 음식물을 가지고 꾸러미들을 만드는데, 꾸러미 중의 하나에는 꼬챙이에 꿰어서 구은 새끼 염소인지 어린 양인지를 통째로 넣는다. 또 한 꾸러미에는 산호처럼 붉은 사과들을 넣는다. 또한 꾸러미에는 완전히 마련이 된 올리브를 넣고, 또 한 꾸러미에는 건포도를 넣는다. 그리고 보리쌀을 넣은 꾸러미도 하나 있다. 니까가 보리쌀 꾸러미를 작은 배낭에 넣고 메고 있는데, 예수께서 부엌으로 들어오시면서 거기 있는 여자 모두에게 인사를 하신다.
  “선생님께 평화,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더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러나 내 제자들이 몹시 피로했기 때문에 좀 더 자게 내버려두었다. 니까야, 무엇을 하느냐?”
  “준비합니다…. 보시다시피 무겁지 않을 겁니다. 짐이 열두 개인데, 지고 갈 사람들의 힘을 계산했습니다.”
  “그럼 나는?”
  “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벌써 무거운 짐을 지고 계신 걸요….”
  그러면서 니까의 눈에는 눈물이 반짝인다.
  “니까야, 밖으로 나가자. 조용히 이야기 하자.”
  두 사람은 나가서 집에서 멀어져간다.
  “선생님, 제 마음이 울고 있습니다….”
  “안다. 그러나 굳세어야 한다. 내가 고통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고 굳세어야 한다….”
  “오! 선생님을 괴롭히는 일은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러나 저는 선생님 곁에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 갔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제 전장이 있는 이곳에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너는 벌써 많은 것을 주었는데….”
  “제가 드린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는 선생님 계신 곳으로 제 집을 옮겨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도 가겠습니다. 지금은 선생님께서 저더러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옳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여기 계시지 않다는 것을 그들이 확신할 때까지 여기 남아 있겠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여자의 몸으로는 길이 멀고 힘들다. 그리고 도무지 안전하지 못하다.”
  “오! 저는 무섭지 않습니다. 저는 여자로서 남자의 마음에 들기에는 너무 늙었고, 또 희생물이 될 만큼 보물들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거룩하다고 생각하지만, 선생님에게서 평화와 자유를 빼앗아가고자 하는 도둑들인 많은 사람보다 도둑들이 더 낫습니다.”
  “니까야, 그들을 미워하지 말아라.”
  “이것이 제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더 힘듭니다. 그러나 선생님께 대한 사랑으로 미워하지 않도록 힘쓰겠습니다…. 주님, 저는 밤새껏 울었습니다!”
  “나는 네가 벌처럼 지칠 줄 모르고 집 안에서 왔다갔다하는 소리를 들었다. 너는 박해를 받는 아들 때문에 조심하는 어머니와 같았다…. 울지 말아라. 울어야 할 사람들은 죄 있는 사람들이지 네가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메시아에 대해서 인자하시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내 곁에서 항상 어머니다운 마음을 만나게 해 주신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곧 오실 거라고 말씀하셨지요….”
  “어머니는 에프라임으로 오실 것이다…. 라자로가 어머니께 알려드리는 일을 맡았다. 저기 요나의 시몬과 내 형제들이 온다….”
  “저분들도 알고 있습니까?”
  “아직 알지 못한다. 니까야, 우리가 멀리 가 있을 적에 말해 주겠다….”
  “그리고 저는 선생님께 가면 이곳과 예루살렘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예수를 찾으러 하나씩 차례로 집에서 나오는 사도들을 향하여 간다.
  “오라버니들, 오세요. 떠나기 전에 식사 하세요. 다 준비되었습니다.”
  “니까는 우리 때문에 지난밤에 자지 못했다. 여자 제자에게 감사해라.” 하고 예수께서 넓은 부엌으로 들어가시며 말씀하신다. 부엌에는 구내식당의 식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큰 식탁 위에 양젖이 가득 담긴 사발들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방금 화덕에서 꺼낸 비스킷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다. 비스킷에 버터와 꿀을 듬뿍 바르면서 니까는 아직 대단히 찬 이 시간에 오랫동안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식사가 이내 끝났다. 그 동안 니까는 화덕에서 나오는 바삭바삭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빵으로 마지막 꾸러미들을 만들었다.
  각 사도는 과히 불편하지 않게 질 수 있도록 끈으로 묶은 짐을 짊어진다.
  떠날 시간이 되었다. 예수께서는 인사를 하시고 강복을 하신다. 사도들도 인사를 한다. 그러나 니까는 그의 밭이 끝나는 데까지 그들을 더 배웅하고자 한다. 그러고 나서 베일 속에서 울면서 천천히 뒤로 돌아간다. 그 동안 예수와 제자들은 니까가 예수께 일러드린 덜 풍요한 길로 해서 떠나간다.
  들에는 아직 사람이 없다. 오솔길은 새로 돋아난 밀포기가 있는 밭들과 잎이 없는 포도나무들 사이로 지나간다. 목자들이 경작된 땅으로는 양떼들을 데리고 오지 않기 때문에 목자들도 없다. 해가 아침공기를 약간 따듯하게 해준다. 비탈에 제일 먼저 핀 작은 꽃들은 햇빛을 받은 이슬의 베일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인다. 새들은 그들의 첫 번째 사랑의 노래들을 지저귄다. 아름다운 계절이 온다. 모든 것이 아름다워지고 다시 나며, 모든 것이 사랑한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증오가 원하는, 죽음을 앞서오는 귀양을 향하여 가신다.
  사도들은 말이 없다. 그들은 생각에 잠겨 있다. 갑작스런 출발로 인하여 그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는 안심이라고 자신만만하였었다! 그들은 그들의 배낭과 니까가 준 식량의 무게로 인하여 그럴 수밖에 없을 것보다도 더 몸을 구부리고 걸어간다. 그들의 몸을 구부리게 하는 것은 실망이요, 세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며 사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반대로 예수께서는 미소를 띠지는 않으셨지만, 침울하지도 않으시고 압도되지도 않으셨다. 예수께서는 으스대지는 않으시지만 겁도 내지 않으시고 모두 앞에서 머리를 꼿꼿이 들고 걸어가신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처럼 가신다. 아무 것에도 동요되지 않고 겁을 집어먹지 않는 영웅처럼 용맹하게 걸어가신다.
  덜 중요한 길은 큰 길에 이른다. 예수께서는 큰 길로 들어서서 여전히 북쪽으로 가시고, 사도들은 말없이 예수를 따라 간다. 이 길은 갈릴래아에서 와서 데카폴리스와 사마리아를 거쳐 유다로 가는 길이다. 그래서 여행자들이 다니는데, 특히 대상들이 많이 다닌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점점 따듯해진다. 그 때 예수께서는 큰 길을 버리시고 다시 다른 작은 길로 들어서시는데, 그 길은 밀밭 사이를 지나 첫 번 야산들 쪽으로 향한다.
  사도들은 서로 바라본다. 그들은 요르단의 계곡을 따라 가는 길로 해서 갈릴래아 쪽으로 가지 않고 사마리아 쪽으로 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직 말들은 하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야산 위에 있는 첫 번째 수풀에 이르러서 말씀하신다.
  “멈추어서 음식을 먹으면서 쉬자. 해를 보니 한낮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작은 개울 옆에 있는데, 얼마 전부터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물이 별로 많지 않다. 그러나 돌이 깔린 바닥 위에 있는 개울물은 맑고, 개울가에는 식탁과 의자 노릇을 할 수 있는 큰 돌들이 깔려 있다. 예수께서 음식에 강복하시고 봉헌하신 다음 사도들은 앉아서 말없이, 마치 깊은 생각에 잠긴 듯이 먹는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그들을 격려하신다.
  “너희들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느냐? 내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말이 없단 말이냐, 또는 내가 이제는 너희 선생 같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열두 사람은 머리를 든다. 예수의 침착한 얼굴을 쳐다보는 것은 고민하거나 적어도 혼란에 빠진 열두 얼굴이다. 오직 한 마디 “오!”하는 소리가 열두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모든 사도들의 부르짖음 뒤에는 모두를 대표하여 말하는 베드로의 대답이 따라 온다.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선생님이시라는 것을 아십니다. 그러나 어제부터 저희들은 마치 머리를 한 대 되게 얻어맞은 사람 같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저희들에게는 꿈만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저희가 보고 또 틀림없이 선생님이라는 것을 압니다마는, 벌써 멀리 가 계신 것 같이… 생각됩니다. 선생님이 라자로를 부르시기 전에 아버지와 말씀을 하신 그 순간, 그렇게 결박이 된 라자로를 다만 선생님의 의지에만 의해서 거기서 끌어내신 그 순간, 그리고 선생님의 능력의 힘만으로 그를 살려내신 그 순간의 느낌이 저희들에게 좀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은 저희에게 거의 무서운 느낌을 주십니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다음… 저희들은 몹시 서두른 수수께끼 같은 이 출발이!….”
  “너희들은 이중으로 공포를 느끼느냐? 위험이 더 위협적이라고 느끼느냐? 마지막 시련을 무릅쓰고 이겨낼 힘이 없느냐, 또는 없다고 느끼느냐? 완전히 자유롭게 말해라. 우리는 아직 유다에 있다. 우리는 갈릴래아로 가는 저 아래 낮은 길 가까이에 있다. 각자는 만일 원하면 떠나갈 수 있고, 최고회의의 증오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늦지 않게 떠날 수가 있다….”
  사도들은 이 말씀에 동요를 일으킨다. 햇볕으로 따듯해진 풀에 누워 있던 사람들은 일어나 앉고,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은 일어선다.
  예수께서 말씀을 계속 하신다.
  “그것은 오늘부터 내가 법적으로 박해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아라. 이 시간에 예루살렘의 500군데가 넘는 회당과 어제 오정에 내려진 명령을 받을 수 있는 도시들의 회당에서 그 명령을 읽을 것이다. 그 명령은 내가 큰 죄인이라는 것이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를 최고회의에 고발해서 내가 체포되게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사도들은 예수께서 벌써 붙잡히신 것을 보는 것처럼 부르짖는다. 요한은 예수의 목에 매달리며 신음한다. “아! 저는 이걸 항상 예측했습니다!” 그러면서 몹시 흐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최고회의에 대하여 화를 내고,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의 정의를 간청하고, 어떤 사람들은 울고, 어떤 사람들은 조상처럼 꼼짝하지 않고 있다.
  “입을 다물고, 들어라. 나는 너희들을 속인 적이 없다. 언제나 진실을 말했다. 내가 할 수 있을 때에는 너희를 지키고 보호하였다. 너희들이 내 옆에 있는 것이 내게는 아들들이 있는 것과 같이 기분 좋았다. 나는 또 너희들에게 내 마지막 시간… 내 위험… 내 수난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오로지 내게만 관계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희들의 위험, 너희들의 안전과 너희 가족들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너희들에게 그렇게 하기를 부탁한다. 완전히 자유롭게, 그것들을 내게 대하여 너희가 가진 사랑을 통해서 고려하지 말고, 내가 너희를 고른 선택을 통해서 고려하지 말고, 이렇게 가정하여라. 즉 하느님과 그분의 그리스도에게 대한 일체의 의무를 너희에게 면제해 주는 것만큼, 우리가 여기서 처음으로 만났다고 가정하고, 또 내 말을 들은 다음 너희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말을 하는, 알지 못하는 사람을 따르는 것이 너희에게 적합한 일인지 아닌지를 너희가 헤아려본다고 가정하여라.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는 것이 처음인데, 내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하여라. ‘내가 박해를 당하고 미움을 받고 있고, 또 나를 사랑하고 따르는 사람도 그 자신과 그의 이해관계와 그의 애정에 있어서 박해를 당하고 미움을 받는다는 사실에 주의하시오. 박해가 죽음과 집안 재산의 몰수로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의하시오’ 하고.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하여라. 그리고 너희가 ‘선생님, 저는 선생님과 같이 다니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말한다 해도 너희들을 마찬가지로 사랑하겠다.
  슬퍼들 하느냐?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의좋게 사랑을 가지고 서로 동정해 가며 결정하는 친한 친구들이다. 나는 너희들을 깊이 생각하게 하지 않고 장래를 향하여 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나는 너희들을 얕보지 않는다. 나는 너희 모두를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선생이다. 선생이 제자들을 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목자이다. 그런데 목자가 그의 어린 양들을 안다는 것은 명백하다. 내 제자들이 선생에게서 오는 지혜, 그러니까 훌륭하고 완전한 지혜뿐 아니라, 그들에게서 와야 하는 깊은 생각으로 넉넉히 준비가 되지 않고 시련을 겪게 되면, 실패하거나 적어도 경기자의 투기자처럼 승리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자기 자신을 헤아리고 남을 헤아리는 것이 언제나 지혜로운 측정이다. 작은 일에 있어서나 큰일에 있어서나 다 그렇다. 목자인 나는 내 여린 양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자, 이제는 내가 늑대와 독수리들이 있는 고장으로 나아간다. 그 놈들 가운데로 갈 힘이 너희에게 있느냐? ’하고. 나는 비록 내가 너희들을 안심시키고, 너희들 중의 아무도 하느님의 어린 양을 희생시킬 사형집행인들의 손에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증할 수 있다 해도 누가 시련을 견디어낼 힘이 없겠는지 벌써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를 붙잡는 것은 너무나 큰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들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에게 ‘곰곰이 생각하여라 ’고 말한다. 전에는 ‘죽이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고 너희에게 말했었다. ‘쟁기에 손을 댄 다음에 과거를 돌아보고 무엇을 잃을 수 있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헤아리는 사람은 내 사명에 적합하지 않다 ’는 말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제자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척도를 너희에게 주기 위한 것이었고, 내가 선생님 아니고, 내 신자들이 선생이 될 때에 올 미래에 대한 규칙을 너희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그 규칙들은 너희에게 굳센 마음을 주기 위해서 주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이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에 비해서 ㅡ너희들의 정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ㅡ 너희들이 도달한 것이 명백한 이 힘도 시련의 크기에 비해서는 아직 너무나 보잘것없다. 오! 너희 마음속으로 ‘선생님은 우리 때문에 분개하셨다!’ 하고 생각하지 말아라. 나는 분개하지 않았다. 나는 너희들이 너희들 자신의 약함에 대해서 분노해서도 안 되고 장차 분노해도 안 되리라는 말까지도 하겠다.
  장차 올 시대에는 언제나 어린 양이건 목자이건 간에 내 교회의 회원들 가운데에 그들의 사명의 크기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상숭배자 목자들과 우상숭배자 신자들이 진짜 목자들과 진짜 신자들보다 많은 시기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믿음의 정신이 이지러지는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지러진다고 해서 천체가 죽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천체의 크거나 작거나 한 부분이 한때 어두워지는 것일 뿐이다. 그 다음에는 그 아름다움이 다시 나타나고 더 빛나 보인다. 내 양의 우리도 이와 같을 것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곰곰이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말을 선생으로서 목자와 친구로서 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마음대로 토론하게 내버려 두겠다. 나는 저기 저 숲 속에 가서 기도하겠다. 너희들은 한 사람씩 와서 너희 생각을 말해라. 그러면 너희의 진실한 성실이 어떤 것이건 강복하겠다. 그리고 너희들이 이미 지금까지 내게 준 것 때문에 너희들을 사랑하겠다. 잘들 있거라.” 예수께서는 일어나서 가신다.
  사도들은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모르고 동요한다. 처음에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베드로가 제일 먼저 말한다.
  “만일 내가 선생님을 떠나려고 하면 지옥이 나를 삼켜버리라고 해라! 나는 자신이 있어. 지옥에 있는 마귀 전부가 거대한 바다의 괴물을 앞세우고 나를 공격한다 해도, 나는 무서워서 선생님에게서 물러나지는 않을 거야!”
  “나도 그래. 내가 내 딸들보다 못해서야 되겠어?” 하고 필립보가 말한다.
  “나는 그 자들이 선생님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네.” 하고 가리옷 사람이 뻔뻔스럽게 말한다. “최고회의는 위협하는거야. 그렇지만 최고회의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야. 로마가 동의하지 않으면 최고회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최고회의가 누구보다도 먼저 알고 이어. 최고회의의 유죄선고! 유죄선고를 내리는 건 로마야.”
  “그렇지만 종교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최고회의야”하고 안드레아가 지적한다.
  “너 혹 겁을 내는 거야? 우리 집안에는 일찍이 겁쟁이가 없었다는데 유의해라.” 하고 베드로가 안드레아를 위협하면서 말한다. 베드로는 마음속에 매우 호전적인 정신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겁을 내는 게 아니야. 그리고 그걸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나는 유다에게 내 생각을 말하는 거야.”
  “자네 말이 맞아. 그러나 최고회의의 잘못은 그들이 그리스도께 손을 들었다는 말을 하고자 하지 않고, 그런 말을 듣고자 하지 않기 위해서 정치적인 무기를 쓰고자 하는데 있어. 나는 그걸 확실히 알고 있네. 그들은 그리스도를 죄에 떨어뜨려서 군중의 멸시의 대상이 되게 하기를 원할 거야. 아니 원했을 거야. 그러나 그리스도를 죽인다는 건! 그들이! 안 될 말이지! 그들은 무서워하고 있어! 영혼의 두려움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공포와 비교할 수 없는 공포야. 그들은 선생님이 메시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네! 알고말고. 그들이 이걸 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가 왔으므로 그들은 끝장났다는 것 알아차릴 정도야. 그래서 선생님을 쓰러뜨리고 싶어하네. 그러나 선생님을 쓰러뜨린다고? 그들이? 안 될 말이지. 그래서 총독이, 로마가 선생님을 쓰러뜨리도록 정치적인 이유를 찾고 있는 거야. 그러나 그리스도는 로마에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로마도 그리스도를 해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최고회의는 쓸데없이 으르렁거리는 거야.”
  “그럼 자넨 선생님 곁에 남아 있을 건가?”
  “그야 물론이지. 그 누구보다도!”
  “나는 남아 있거나 떠나거나 손해 보거나 이익 볼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나는 그저 선생님을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나는 남아 있네.” 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나는 선생님을 메시아로 인정하네. 따라서 선생님을 따르겠네.”하고 나타나엘이 말한다.
  “나도 그래. 나는 세례자 요한이 선생님을 가리켜 메시아라고 내게 말한 때부터 메시아로 믿고 있어.”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우리는 선생님의 형제야. 우리는 믿음에 혈연의 사랑을 합친다. 그렇지, 야고보야.” 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선생님은 여러 해 전부터 내 태양이셔. 나는 이 태양의 운행을 따라 다니고 있어. 선생님이 원수들에 의해서 파진 깊은 구렁에 빠지신다 해도 나는 따라 갈 거야.”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대답한다.
  “그럼 나는? 선생님이 나를 구제해 주신 것을 내가 잊을 수가 있어?” 하고 마태오가 묻는다.
  “내 아버지는 만일 내가 선생님을 떠나면 일곱 번씩 일곱 번 나를 저주하실 거야. 그뿐 아니라, 나는 선생님의 어머님에 대한 사랑 만으로라도 예수님과 절대로 헤어지지 않겠어.” 하고 토마가 말한다.
  요한은 말을 하지 않고, 괴로움에 시달린 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태도를 마음약함으로 생각하고, 여럿이 질문을 한다.
  “그럼 자네는? 자네 혼자만 떠나려는 건가?”
  요한은 그의 태도와 눈길에 있어서도 몹시 순결한 얼굴을 들고, 그의 맑은 엷은 파란색 눈으로 질문하는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나는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어. 왜냐하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말하면서 우리 자신을 과신하네. 그러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선생님의 말씀을 의심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단 말이야. 만일 우리가 3년 후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몇 달 후에도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몇 달 후라니? 그래 자넨 거기 대해서 뭘 아는 건가? 자네가 혹 예언자라도 된단 말인가?” 그러면서 마치 질책 하려는 것처럼 공격한다.
  “나는 아무 것도 몰라.”
  “그러면 자네가 뭘 안다는 거야? 혹 선생님이 자네한테 말씀을 하셨나? 자넨 선생님의 비밀을 늘 알고 있으니까….”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샘을 하며 말한다.
  “여보게, 평온한 때가 끝났다는 걸 깨달을 줄 안다고 나를 미워하지 말게. 그것이 언제일까? 그건 알지 못하네. 그 때가 오리라는 것만은 아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거든, 선생님이 얼마나 여러 번 말씀하셨나! 우리는 믿으려고 하질 않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증오가 선생님의 말씀을 확증하네. 우리를 굳세게 해 주십사고 하느님께 비는 거야. 유다, 자네는 선생님이 유혹을 당하실 때 힘을 얻기 위해 아버지께 기도하셨다고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을 기억 못하나? 어떤 힘이든지 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거야.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나는 내 선생님을 본받는 걸세….”
  “그러나 요컨대 자네도 남아 있는단 말이지?”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내 생명이시고 내 행복이신 선생님을 모시고 있지 않고 내가 어딜 간단 말인가? 그렇지만 나는 모든 사람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불쌍한 아이니까 나는 모든 것을 예수님의 아버지이시고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청하는 걸세.”
  “그럼 약속을 한 걸세. 우린 모두 남아 있는 걸세! 선생님을 찾아 가세. 선생님은 분명 슬퍼하고 계실 텐데, 우리는 충실하니까 기뻐하실 거야.”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예수께서는 땅에 엎디어 기도하신다. 얼굴을 땅바닥에, 풀에 대시고 틀림없이 아버지께 간청하신다. 그러나 발소리를 들으시고는 일어나셔서 당신의 열두 제자를 바라보신다. 약간 서글픈 근엄한 태도로 바라보신다.
  “선생님, 기뻐하십시오. 저희 중의 아무도 선생님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너희들은 너무 빨리 결정했다. 그리고….”
  “몇 시간 또는 몇 세기가 지나도 저희 생각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위협으로도 저희 사랑은 변치 않습니다.” 하고 가리옷 사람이 선언한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한꺼번에 바라보시던 것을 그만두시고, 한사람씩 똑바로 들여다보신다. 오래 바라보시는데, 모두가 겁내지 않고 그 눈길을 견디어낸다.
  예수의 눈길은 특히 가리옷 사람에게 특별히 멈추는데, 그는 예수를 그 누구보다도 더 자신있게 쳐다본다. 예수께서는 체념한다는 몸짓으로 팔을 벌리시고 말씀하신다. “가자. 너희는 모두 너희 운명을 알렸다.” 그리고 전에 계셨던 곳으로 돌아오셔서 당신의 배낭을 집으시고 명령하신다. “에프라임으로 가는 길로 가자.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일러준 길로.”
  “사마리아루요?!” 놀람은 극도에 달하였다.
  “사마리아로. 적어도 그 경계선으로. 요한도 그리스도를 예고하라고 정해진 시간까지 이 근처에 와서 살았다.”
  “요한은 이렇게 달아나지는 않았습니다!”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반박한다.
  “나는 달아나려고 애쓰지 않고, 구원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까지 구원하겠다. 박해를 받는 목자는 가장 불행한 양들을 찾아간다. 버림 받은 양들도 지혜의 그들 몫을 받게 해서, 그들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준비시키려고 말이다.”
  예수께서는 쉬면서 안식일을 존중하는데 소용된 휴식을 취한 후에 빠른 걸음으로 가신다. 밤이 되어 오솔길로 갈 수 없게 되기 전에 도착하고자 하시기 때문이다.
  일행이 에프라임에서 와서 요르단 강 쪽으로 흘러가는 작은 개울에 이르렀을 때,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나타나엘을 부르셔서 돈주머니를 주시면서 말씀하신다.
  “먼저 가서 야곱의 마리아를 찾아라. 그 여자가 비록 큰 집을 지니고 있지만, 아들들과 딸들이 집에 없는 지금은 그 고장에서 제일 가난하다고 말라키아가 말한 것이 생각난다. 우리는 그의 집에 머무를 것이다. 그 여자가 여러 말을 하지 않고 우리를 묵게 하도록 돈을 듬뿍 주어라. 너희들 그 집을 알지. 개울에 놓은 다리 거의 바로 곁에 있는 석류나무 네 그루가 그늘을 드리운 그 집이다.”
  “선생님, 저희들도 그 집을 압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들은 급히 가고, 예수께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천천히 따라 가신다.
  분지가 둘로 갈라놓은 분지에서 넘어가는 마지막 햇빛과 떠오르는 달의 첫 번 빛으로 희게 나타나는 마을이 보인다. 벌써 달빛으로 아주 하얗게 보이는 집에 일행이 이르렀을 때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다만 개울 소리만이 저녁의 고요 속에 들려온다. 뒤로 돌아서서 지평선을 바라보면, 요르단강으로 내려가는 황량한 들판 쪽으로 경사를 이룬 넓은 땅을 내려다보는 별이 총총 박혀 있는 하늘의 대부분이 보인다. 깊은 정적이 땅에 넘쳐흐른다.
  그들이 문을 두드리니 베드로가 문을 열고 말한다.
  “주님, 모든 것이 다 되었습니다. 노파는 돈 주는 것을 보고 울었습니다. 돈이 한 푼도 없었답니다. 저는 노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울지 마세요. 나자렛의 예수님이 계신 곳에는 고통이 없어집니다’하고. 그랬더니 노파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도 알아요. 나는 일생 동안 고통을 당했는데 이제는 정말 고통의 한계에 다다랐었어요. 그렇지만 내게는 인생의 황혼에 하늘이 열려서 내게 평화를 주기 위해 야곱의 별을 데려왔군요’ 하고. 지금은 옆에서 아주 오랫동안 닫혀 있던 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흠! 그건 별것 아닙니다만, 노파는 매우 착해 보입니다. 저기 옵니다! 할머니! 선생님이 여기 오셨습니다!”
  애조를 띤 다정스러운 눈을 가진 야위고 작은 노파가 나타난다. 노파는 부끄러워서 예수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겁을 집어먹고 있다.
  “할머니에게 평화. 할머니를 많이 성가시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저는… 선생님이 제 가슴 위로 걸어서 보잘것없는 제 집에 들어오시는 것이 더 기분 좋게 생각되었으면 합니다. 주님, 들어오십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선생님과 함께 들어오시기를 바랍니다.” 노파는 예수의 눈길의 빛을 보고 숨을 돌리고 대담해졌다.
  모두 들어가고 문을 닫는다. 집은 여관처럼 넓은데, 버려진 곳처럼 텅 비어있다. 다만 한가운데에 있는 화덕에서 타고 있는 불 때문에 부엌만은 명랑하다. 불을 때고 있던 바르톨로메오가 돌아다보고 웃으면서 말한다.
  “선생님, 이 할머니를 위로해 주십시오. 선생님을 제대로 대접해드리지 못해서 슬퍼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마음만으로 넉넉합니다. 아무 것도 걱정 마세요. 내일 저희가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저도 가난한 사람입니다. 음식을 갖다 할머니께 드려라. 가난한 사람들끼리는 부끄럼 없이 형제적인 사랑을 가지고 식사를 같이 합니다. 할머니께는 이것이 아들과 같은 사랑입니다. 그것은 할머니가 제 어머니뻘이 될 수도 있어서 할머니를 어머니를 공경하기 때문입니다….”
  여인은 고통을 겪은 늙은 여자다운 말없는 눈물을 흘리고 베일로 눈을 닦으면서 중얼거린다.
  “저는 아들 셋과 딸 일곱을 두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 하나는 급류에 휩쓸려 갔고, 또 한 아들은 열병으로 죽었습니다. 셋째 아들은 저를 버렸습니다. 딸들 중 다섯째는 아버지의 병이 옮아서 죽었습니다. 여섯째 딸은 아기를 낳다가 죽었고, 일곱째 딸은… 죽음이 하지 않은 것을 죄가 했습니다. 늘그막에 저는 자식들의 공경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도… 마을 사람들은 친절합니다…. 그러나 불쌍한 여인에 대해서… 선생님은 어머니에게 하듯이 친절하시군요….”
  “저도 어머니가 계십니다. 그래서 어머니인 어떤 여인을 통해서도 제 어머니를 공경합니다. 그러나 울지 마세요. 하느님께서는 인자하십니다. 믿음을 가지세요. 할머니에게 아직 남아 있는 자식들이 언젠가 할머니께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다른 자식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구요….”
  “저는 그 애들이 이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믿음을 가지세요. 하느님께서는 사람들보다 더 공정하십니다….”
  베드로와 같이 여러 방을 보러 갔던 사도들이 돌아온다. 그들은 음식을 가지고 온다. 니까가 구은 어린 양을 다시 데워서 식탁으로 가져온다. 예수께서는 봉헌하시고 강복하시고, 작은 노파에게도 한 구석에서 저녁으로 풀상추를 먹고 있지 말고 일행과 같이 먹으로 하신다….
  유다의 경계에서 귀양살이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