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의 철 이른 미소를 예고하는 햇볕이 잘 드는 나날에 친구들의 사랑 속에 선생님을 가까이 모시고 이렇게 쉬면서, 돋아나는 낟알 싹들의 소박한 푸르름이 고랑을 갈라놓는 밭들을 바라보고, 맨 먼저 피어나는 가지각색의 작은 꽃들로 겨울의 단조로운 푸르름을 깨뜨리는 목장들을 바라보고,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는 벌써 벌어지는 꽃망울의 미소를 보여주는 울타리들을 바라보며, 첫 번째로 피기 시작하는 꽃들로 벌써 꼭대기에 거품이 이는 것 같은 편도나무들을 바라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것을 즐기시고, 마찬가지로 사도들도 즐기고, 베다니아의 세 친구도 즐긴다. 악의, 고통, 슬픔, 병, 죽음, 증오, 새암, 고통스러운 모든 것, 고뇌, 세상에서의 걱정 따위는 아주 멀리 물러 간 것 같다.
사도들은 모두가 몹시 기뻐하고 또 그것을 나타낸다. 그들은 예수께서 이제는 모든 원수를 이기셨고, 예수의 사명은 이제 장애 없이 계속될 것이며,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기를 더 고집스럽게 거부하던 사람들에게까지 메시아로 인정받으실 것이라는 그들의 확신, 오! 아주 확실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그들의 확신을 말한다. 그들은 하도 행복하여 약간 흥분하고 다시 젊어진 기분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꿈을 꾸며… 대단히… 아주 인간적인 꿈을 꾸며 말들을 한다.
극단으로 치닫기 쉬운 그의 정신상태 때문에 가장 흥분한 사람은 가리옷의 유다이다. 그는 기다릴 줄 안 것과 행동할 줄 안 것을 만족해하고, 선생님의 승리를 오랫동안 믿은 것을 기뻐하고 최고회의의 위협에 대항한 것을 기뻐한다. 그는 하도 흥분해서 지금까지 항상 숨겨 온 것도 말하고야 말아 동료들을 놀라게 하고 아연실색하게 한다.
“그랬어. 그들은 나를 매수하려고 했어. 아부로 나를 꾀려고 했단 말이야. 그러다가 그것이 소용없는 것을 보고는 위협을 하려고 했네. 자네들은 모를 거야!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복수를 했네. 그들이 나를 사랑하는 체한 것처럼, 나도 그들을 사랑하는 체했지. 그들이 내게 아첨하는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아첨하고, 그들이 나를 배신하려고 한 것처럼 나도 그들을 배신했네. 그들이 하고자 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그들이 선생님을 시험하는 것이 선생님을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엄숙하게 선언하기 위한 착한 의향으로 하는 것이라고 내게 믿게 하려는 것이었지. 그렇지만 나는 그들을 안단 말이야! 그들을 알고말고. 그래서 그들이 내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던, 나는 예수의 거룩함이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떠 있는 한낮의 태양보다 더 찬란하게 나타나도록 행동했네.
내 장난은 위험한 장난이지! 그들이 그걸 알아차렸더라면! 그렇지만 나는 모든 각오가 되어 있었네. 선생님을 통해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서 죽을 각오까지도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해서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네…. 이봐! 때로는 내가 자네들에게는 미치고 나쁘고 야만적인 사람으로 보였을 걸세. 자네들은 알지 못했지. 내가 지낸 밤들과 아무 주의도 끌지 않기 위해서 해야 했던 조심들을 나 혼자만이 알고 있네! 자네들 모두가 나를 좀 수상하게 생각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네. 그렇지만 원한은 품고 있지 않네. 내가 하는 방식이… 사실…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지. 그러나 내 목적은 좋았고, 나는 이것밖에는 염두에 두지 않았네.
예수님은 아무 것도 모르시네. 아니 그보다도 선생님도 나를 의심하고 계신 걸로 생각하네. 나는 선생님의 칭찬을 요구하지 않고, 입을 다물 줄 안 걸세. 그리고 자네들도 말을 하지 말게. 언젠가, 내가 선생님과 같이 있게 된 초기에 ―그리고 열성당원 시몬 자네와 제베대오의 요한 자네도 나하고 같이 있었지.― 선생님은 내가 현실감각이 있다고 자랑했기 때문에 나를 나무라셨네. 그 때부터 나는… 이 장점을 선생님께 돋보이게 한 적이 한번도 없네. 하지만 선생님의 이익을 위해서 그것을 계속 써 왔네. 나는 경험 없는 아이를 위해서 어머니가 하는 것처럼 행동했네. 어머니는 아들이 눈치 채지도 못하게 길에서 장애물을 치우고, 아들을 위해 가시 없는 가지들을 구부려 주고, 아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가지를 들어 주거나, 또는 빈틈없는 행동으로 아들이 해야 할 것을 하고 해로운 것은 피하도록 이끌어 주네. 그래서 아들은 저 혼자 힘으로 비틀거리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되고, 어머니를 위해서 아름다운 꽃을 따오거나 자발적으로 이것저것을 하게 된 줄로 믿고 있네.
나도 선생님에 대해서 같은 일을 했네. 사람들과 사탄들의 세상에서 성덕만으로는 부족하니까. 또 대등한 무기로 싸워야 하네. 적어도 인간으로서는… 그리고 때로는… 지옥의 간교도 약간 무기로 쓰는 것도 나쁘진 않네. 이건 내 생각이야. 그러나 선생님은 이런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으시네…. 선생님은 너무 착하셔… 착하시단 말이야! 나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이해하네. 그래서 자네들 모두가 내게 대해서 가졌을지도 모르는 나쁜 생각들을 용서해 주네. 이제는 자네들이 알게 됐네. 이제는 좋은 동료로서도 사랑하세. 모든 것은 선생님에 대한 사랑과 선생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러면서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얼굴에 황홀한 미소를 띠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라자로와 같이 말씀을 하시면서 해가 내리쬐는 정원 길을 산책하시는 선생님을 가리킨다.
사도들은 시몬의 집 쪽으로 간다. 예수께서는 반대로 친구와 같이 가까이 오신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 라자로가 말한다.
“그렇습니다. 저는 죽게 내버려두시는 데에 커다란 목적이 있고 분명히 인자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선생님께 가하는 박해를 보는 고통을 덜어 주시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제가 진실을 말씀드리는지를 아시지만, 저는 그 박해를 보지 않기 위해 죽는 것이 기뻤습니다. 그것 때문에 제 감정이 격하게 되고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선생님, 아시겠지요. 저는 우리 민족의 지도자인 사람들에게 아주 많은 것을 용서해 주었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용서해 주어야 했습니다…. 엘키아… 그러나 죽음과 부활이 거기 관계되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들의 마지막 행동들을 회상해서 몹시 슬퍼하겠습니까? 저는 마리아에게 모든 것을 용서해 주었습니다. 마리아는 그것을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또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제가 다시 살아난 다음부터 그 애는 제게 대해서 아주 이상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저는 그 태도를 어떻게 규정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애는 온순하고 순종하는데, 그런 태도는 제 마리아에게는 아주 이상한 것입니다…. 선생님께 구함을 받아 여기 돌아온 처음 시기에도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또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모든 말씀을 드리니까 선생님께서는 아마 알고 계셔서 제게 좀 말씀해 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여기 온 사람들이 혹 마리아를 얼마나 비난했는지 아시지요. 저는 고통을 고치기 위해 그 애가 과거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볼 때에는 그 애의 잘못에 대한 기억을 줄여 주려고 애썼습니다. 그 애는 거기에 대해서 안심하지를 못합니다. 그 애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이…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애가 별로 뉘우치지 않은 것으로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해합니다…. 저는 압니다. 그 애는 속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합니다. 저는 그 애가 가지가지 큰 보속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 애의 옷 속에 말총내의를 입고 있다 해도, 그리고 그 애의 살이 채찍의 심한 공격을 맛본다 하더라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진 동기간의 사랑, 과거와 현재 사이에 휘장을 쳐서 그 애의 힘을 돋우어주고자 하는 동기간의 사랑을 다른 사람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혹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학대를 당했는지 아시는지요?…. 그 애는 용서를 받을 필요가 그렇게 많은데요.”
“라자로, 나는 모르오. 마리아는 내게 그 말을 하지 않았소. 내가 당신을 고쳐 주거나 부활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메시아가 아니라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넌지시 말하는 것을 듣고 많이 괴로웠다는 말만을 했소.”
“그럼… 제게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시겠습니까?…. 저는 몹시 가슴이 아팠거든요…. 저는 어머니가 마르타와 제가 못 보고 지나친 일들을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알려 주신 것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의 마음과 어머니의 과거 속에 깊이 묻혀 있던 것이 심장이 마지막으로 북받쳐 오르는 바람에 표면으로 올라온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마음은 마리아 때문에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이 그 애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는 인상을 마리아에게 주지 않으려고 몹시 노력했습니다…. 그 애가 착하게 된 지금, 전에 그 애를 때린 것을 후회합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동기간의 사랑으로, 그 다음에는 선생님께 대한 사랑으로, 그 애가 치욕이었던 불명예스러운 시절에도 절대로 때리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그 애가 제게 대해서 뭐라고 말씀드렸습니까?”
“누이동생과 같은 제자로서의 거룩한 사랑을 당신에게 줄 시간이 너무도 짧았던 까닭에 괴로웠다는 말을 했소. 당신을 잃으면서, 마리아는 자기가 전에 짓밟아 버렸던 애정의 보물의 범위가 어떠했는지를 잘 헤아렸다고… 그리고 지금은 그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어서, 그에게 있어서 당신은 거룩하고 사랑받는 오빠라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한다고 말했소.”
“아! 그겁니다! 저는 거기에 대한 직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즐깁니다. 그러나 저는 그 애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나 걱정했었습니다…. 어제부터 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기억하려고 애를 쓰지만… 생각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뭣 때문에 기억하고자 하시오? 당신은 앞길이 창창하오. 과거는 무덤 속에 남아 있소, 아니 그보다도 무덤 속에조차 남아 있지 않소. 과거는 시체에 감았던 붕대들과 동시에 타버렸소. 그러나 이것으로 당신의 마음이 평안해지게 된다면, 당신이 동생들, 특히 마리아에게 한 마지막 말을 말해 주겠소. 당신은 내가 여기 온 것이 마리아 때문이었다고, 내가 여기 오는 것은 마리아가 모든 사람보다 더 사랑할 줄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소. 그것은 사실이오. 당신은 마리아가 당신을 사랑한 모든 사람보다도 더 사랑했다고 말했소. 그것도 사실이오. 마리아는 하느님과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자기를 새롭게 하면서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이오. 당신은 마리아에게 정확히 이런 말을 했소. 더할 수 없는 즐거움 속에서 지낸 일생도 당신이 마리아의 덕택으로 누린 것과 같은 기쁨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당신은 가장이 가장 사랑하는 그의 자녀들에게 축복하듯이 동생들에게 축복했소. 당신은 당신의 평화라고 부르던 마르타와 당신의 기쁨이라고 부르던 마리아에게 똑같이 축복했소. 이제는 마음이 평안하오?”
“이제는 그렇습니다, 선생님. 마음이 평안합니다.”
“그러면, 평화가 자비를 베푸니, 나를 박해하는 민중의 지도자들도 용서하시오. 과연 당신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으나, 그들이 내게 하는 나쁜 짓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려고 했소.”
“맞습니다, 선생님.”
“안 되오, 라자로. 나는 그들을 용서하오. 당신도 나와 같게 되기를 원하면 그들을 용서해야 하오.”
“아이고! 선생님과 같게 되다니! 저는 그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사람일 뿐입니다!”
“사람은 저 아래 남아 있소. 사람은! 당신의 영은… 당신은 사람이 죽을 때에 어떻게 되는지를 알지요….”
“아닙니다, 주님. 제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고 라자로가 급히 말을 막는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대답하신다.
“나는 당신의 개인적인 지식,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서만 말한 것이 아니오. 나는 믿는 사람 누구나가 그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소.”
“아! 사심판이요. 저도 압니다. 저는 믿습니다. 영혼이 하느님 앞에 나타나고, 하느님께서는 영혼을 심판하십니다.”
“그렇소. 그리고 하느님의 심판은 공정하고 침범할 수 없고 무한한 가치가 있소. 만일 영혼이 극도로 죄가 있다는 심판을 받으면, 그 영혼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이 됩니다. 만일 영혼이 가벼운 죄만 있으면, 연옥으로 보내지요. 만일 영혼이 의로우면, 임보의 평화 속으로 가서 내가 하늘나라의 문을 열기를 기다리오. 그러므로 당신의 영혼이 이미 하느님의 심판을 받은 다음에 당신의 영을 도로 불러 왔소. 만일 당신이 지옥에 갔었더라면, 나는 당신을 다시 살려내지 못했을 것이오. 그렇게 하면 내 아버지의 심판을 내가 폐기 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오. 지옥에 간 사람들에게는 이미 변화가 없어진 것이오. 그들은 영원히 심판받은 것이오. 그러므로 당신은 지옥에 가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있었소. 따라서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의 계급, 또는 깨끗해지고 난 다음에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사람들의 계급에 속해 있었소.
그러나 친구, 깊이 생각해 보시오. 사람이 아직 사람일 때, 즉 육체와 영혼으로 있을 때에 가질 수 있는 진실로 뉘우치는 마음이 깨끗하게 하는 가치가 있소, 이 세상에서 육체로 인하여 묻은 더러움에 대한 통회의 정신으로 하라고 한 물로 씻는 세례의 상징적인 의식이 우리 히브리인들이 볼 때에 정화의 가치가 있는데, 육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의식하고. 자기의 잘못이 얼마나 중한지를 명확히 알게 되고, 몇 시간, 몇 해, 또는 몇 세기 동안 멀어져 갔던 기쁨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분명히 알게 된 영혼의 더 실제적이고 더 완전한 뉘우침, 훨씬 더 완전한 뉘우침의 가치는 어떠하겠소? 그 기쁨이란 임보의 평화의 기쁨으로, 머지않아 도달하게 될 하느님의 차지의 기쁨이 될 것이고, 그것은 완전히 뉘우침과 완전한 사랑과, 하느님의 사랑과 영들의 사랑이 불 질러 놓은 뜨거운 불꽃 안에서 하는 목욕의 2중 3중의 정화가 될 것이오.
영들은 그 목욕에서, 그 목욕을 통하여 더러움을 일체 떨쳐 버리고, 세라핌들처럼 아름답게 되어 나오고, 세라핌의 머리에조차 씌어져 있지 않은 화관, 즉 사랑의 덕택으로 악습에 대하여 거둔 지상의 순교, 지상을 초월한 순교의 화관을 쓰고 나올 것이오. 그러니 그 뉘우침이 어떠하겠소? 친구여, 말해 보시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완전이지요. 아니 그보다도… 새로운 창조입니다.”
“그렇소. 당신이 정확한 단어를 말했소. 영혼은 거기에서 새로 창조되다시피 되어서 나오오. 영혼은 어린 아이의 영혼과 같이 되오. 새로운 영혼이오. 과거는 모두 없어졌소. 사람으로서의 그 과거가 원죄가 떨어져 나가면, 일체의 흠, 흠의 그림자에서까지도 완전히 벗어난 영혼은 초월적으로 창조되어 천국에 들어갈 만한 영혼이 될 것이오. 선에 집착함으로 인하여, 고통과 죽음의 속죄로 인하여, 그리고 완전히 뉘우침과 죽음 너머로 당신이 도달했던 완전한 사랑의 덕택으로 이미 다시 창조되었던 당신의 영혼을 나는 다시 불러 왔소. 그러므로 당신은 몇 시간 전에 태어난 어린 아이처럼 죄가 도무지 없는 영혼이오. 그런데 만일 당신이 갓 난 어린 아이면, 당신은 왜 그 영적인 어림에 어른의 무겁고 찍어 누르는 옷을 걸치기를 원하오?
어린 아이들은 즐거운 그들의 영에 날개를 가지고 있지, 사슬을 가지고 있지 않소. 어린 아이들은 아직 개성을 가지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쉽게 본받소. 어떤 자국으로도 더럽혀지지 않은 그들의 영혼에는 내 모습과 내 가르침이 혼선 없이 박힐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나와 같이 되오. 어린 아이들은 인간적인 기억과 원한과 편견이 없는 영혼을 가지고 있소. 그들의 영혼에는 아무 것도 없소. 그래서 완전하고 절대적인 내가 하늘에 있는 것처럼 거기에 있을 수가 있소. 당신의 오래된 육체 안에 있는 원동력이 새 것이고, 과거가 없고, 순수하고, 전에 있었던 것의 흔적이 없기 때문에 다시 난 것 같고, 새로 난 것 같은 당신, 내게 봉사하기 위해서, 다만 이것만을 위해서 돌아온 당신은 모든 사람보다 더 나같이 되어야 하오.
당신 모습을 내게 비춰보시오. 당신을 내게 반사시키시오. 그들이 사랑하는 것의 모습을 상대편에 서로 반사시키기 위하여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거울이오. 당신은 어른임과 동시에 어린 아이요. 나이로는 어른이고, 마음의 깨끗함으로는 어린 아이요. 당신은 어린 아이들에 비해서 벌써 선과 악을 안다는 이점, 사랑의 불꽃 속에서 세례를 받기 전에 벌써 선을 선택할 줄 알았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소. 그럼 나는 그것이 받은 정화 덕택으로 깨끗하게 된 영을 가진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그리고 내가 완전한 것처럼 완전하시오. 완전하시오. 즉 이 세상에는 하느님의 봉사자 한 사람을 다시 가지고, 나를 위하여 참다운 벗을, 하늘을 위해서는 진복자, 큰 진복자를 다시 가지기 위하여, 삶과 죽음의 모든 법칙을 어길 정도로 당신을 사랑한 나와 같이 되시오.’
나는 이 말을 모든 사람에게 하오. ‘완전하시오’ 하고 . 그런데 그들은 대부분이 당신이 가졌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소. 기적을 받을만한 마음,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연장으로 선택될 만한 마음을 말이오. 그리고 그들은 하느님께 대하여 당신의 빚과 같은 빚은 지고 있지 않소…. 나는 이 말을 할 수 있고, 당신에게 이것을 요구할 수 있소. 그런데 제일 먼저 나는 당신에게, 나를 모욕했고 지금도 모욕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원한을 품지 말라고 요구하오. 용서하시오. 라자로, 용서하시오. 당신은 사랑으로 불붙은 불꽃 속에 잠겼었소. 그러니까 당신은 하느님의 사랑 가득한 포옹 이외에는 다른 것을 절대로 알지 못하기 위하여 ‘사랑’이 되어야 하오.”
“그럼 그렇게 하면, 그것 때문에 저를 부활시키신 사명을 다 한 것이 되는 것입니까?”
“그렇게 하면, 당신은 그 사명을 다할 것이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더 여쭈어볼 필요도 더 알 필요도 없습니다. 주님께 봉사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제가 병들어 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도 선생님께 봉사를 했고, 건강을 회복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제가 장차 선생님께 봉사할 수가 있다면, 제 소원은 이루어진 것이니, 그 이상 저는 아무 것도 청하지 않습니다. 제 주님이시고 선생님이신 예수님은 찬미 받으십시오! 그리고 선생님과 더불어 선생님을 보내신 분도 찬미 받으시기 바랍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은 항상 찬미 받으시기 바랍니다.”
두 분은 집을 향하여 가면서, 나무들이 깨어나는 것을 살펴보기 위하여 걸음을 멈춘다. 예수께서는 키가 크기 때문에 팔을 들어, 집의 남쪽 벽 앞에서 따듯한 햇볕을 받는 편도나무에서 작은 꽃 무더기를 하나 따신다.
마리아가 집에서 나오다가 두 분을 보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려고 가까이 온다.
“라자로, 보시오. 이 꽃들에게도 주님이 ‘나오너라’ 하고 말씀하셨소. 그리고 주님을 섬기기 위하여 순종했소.”
“싹이 트는 것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단단한 줄기와 딱딱한 씨에서 저다지도 연약한 꽃잎들과 저렇게도 연한 줄기들이 나와서 열매와 나무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선생님, 수액이나 싹이 초목이나 씨의 영혼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입니까?”
“그것이 생명 유지에 필요한 부분이니까 틀린 생각은 아니오. 그것들 안에 있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그 부분은 나무와 밀이 창조된 첫째 날에 각 종류에 따라 창조된 것으로 영원하지는 않소. 사람 안에 있는 영혼은 새 사람이 각각 잉태될 때마다 그를 위해 매번 창조되고, 그의 창조주를 닮아서 영원하오. 그러나 그것으로 물질이 사는 것이오. 이 때문에 사람이 영혼으로만 산다고 내가 말하는 것이오. 세상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고, 내세에서도 사는 것이오. 사람은 그의 영혼으로 사오.
우리 히브리인들은 이방인들이 하는 것처럼 무덤 위에 그림을 새기지 않소. 그러나 만일 우리가 그림을 새기게 된다면, 꺼진 횃불이나 빈 물시계나 그 밖의 종말의 상징을 새길 것이 아니라, 밭고랑에 뿌려져서 밀 이삭으로 피어나는 씨앗을 항상 새겨야 할 것이오. 과연 육체의 죽음이 영혼을 그 껍질에서 해방하여 주님의 화단에서 열매를 맺게 하오. 씨앗이오. 하느님께서 우리의 먼지 속에 넣으신 생명의 불씨로서, 우리가 의지로, 그리고 또 고통으로 그 불씨를 둘러싸고 있는 흙덩어리를 기름지게 할 줄 알면, 그것이 이삭이 되오. 영속하는 생명의 상징인 씨앗…. 그러나 막시민이 당신을 부르오….”
“선생님, 가보겠습니다. 관리인들이 온 모양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었는데, 이제 서둘러 보고를 하려는 것입니다….”
“당신은 마음 좋은 주인이기 때문에 그 보고들을 미리부터 받아들이지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훌륭한 봉사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주인이 훌륭한 하인들을 만드는 것이오.”
“그러면 저는 틀림없이 좋은 하인이 되겠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완전한 주인으로 모셨으니까요.” 그러면서 미소를 짓고 떠나가는데 여러 해 전부터 그렇던 불쌍한 라자로와는 아주 달리 날쌔게 걸어간다.
마리아는 예수와 같이 있다.
“그래 마리아 너도 네 주인의 훌륭한 하녀가 되겠느냐?”
“선생님께서 그걸 아실 수 있습니다. 라뽀니, 저는…저는 큰 죄녀였다는 것만을 알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신다. “너 라자로를 보았느냐? 라자로도 큰 병자였었는데, 이제는 매우 건강한 것 같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라뽀니. 선생님이 오빠를 고쳐 주셨습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것은 언제나 완전합니다. 오빠는 무덤에서 나오기 전에는 저렇게 튼튼하고 명랑한 적이 없었습니다.”
“마리아야, 네 말이 맞았다. 내가 하는 것은 언제나 완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네 구속도 완전하다, 내가 그것을 행했으니까.”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제 구세주, 제 구속주, 제 임금님, 제 하느님, 맞습니다. 선생님이 원하시면 저도 역시 제 주님의 착한 여종일 것입니다. 저로서는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도 그것을 원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리아야, 나는 원한다. 네가 내게 훌륭한 하녀가 되는 것을.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내가 ‘마리아야, 이제 됐다. 이제는 네가 쉴 때가 되었다’ 하고 말할 때까지.”
“주님, 약속했습니다. 그 때에는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기 바랍니다. 제 오빠를 무덤 밖으로 불러내신 것처럼. 오! 저를 불러 주세요. 생명 밖으로!”
“아니다, 생명 밖으로 부르지 않고, 너를 생명으로, 참 생명으로 부르겠다. 나는 너를 육체와 세상이라는 무덤에서 불러내겠다. 나는 너를 네 주님과의 네 영혼의 결혼식으로 부르겠다.”
“제 결혼식! 주님은 동정녀들을 사랑하시는데요….”
“마리아야,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선생님은 완전무결하게 인자하십니다, 라뽀니! 그 때문에 저는 선생님이 오시지 않기 때문에 나쁘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마음이 평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아니다, 아니야! 너는 이 명백한 사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네 눈에 명백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꿈이다. 현실은 네 주님의 능력이고 인자하심이고 천주성이다’하고. 아! 저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모릅니다! 오빠의 죽음과 오빠의 말 때문에 너무나 큰 고통이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오빠가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습니까? 기억을 하지 못합니까?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마리아야, 나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자로는 말을 하지 않았나 염려하고, 그의 생애의 고통이었던 것을 말하지 않았나 걱정한다. 그러나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를 안심시켰다. 그래서 이제는 오빠가 안심하고 있다.”
“주님, 고맙습니다. 그 말들은… 제가 유익한 일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병의 뿌리를 드러내서 지지는 의사의 치료와 같이 제게 이익을 주었습니다. 그 말들은 전의 마리아를 완전히 부수어 놓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제게 대해서 아직도 너무 거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 비열의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를 헤아립니다. 그래서 그것을 다시 올라오려면 먼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주님이 저를 도와주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리아야, 너를 도와주마. 내가 떠난 뒤에도 도와주마.”
“어떻게요, 주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네 사랑을 자라게 해서. 네게는 이것 말고 다른 길은 없다.”
“제가 속죄해야 할 것에 비하면 너무나 쉬운 길입니다! 모든 사람이 사랑으로 구원을 받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서 하늘나라를 얻습니다. 그렇지만 깨끗한 사람들과 의인들에게 충분한 것도 큰 죄녀에게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마리아야, 네게는 다른 길이 없다. 사실 네가 어떤 길을 가던, 그것은 항상 사랑일 것이다. 내 이름으로 봉사를 하면 사랑일 것이고, 네가 복음을 전하면 사랑일 것이고, 네가 고독하게 살면 사랑일 것이며, 네가 너 자신을 괴롭히면 사랑일 것이고. 네가 순교를 하면 사랑이 일 것이다. 너는 사랑하는 것밖에 모른다. 그것이 네 본성이다. 불꽃은 땅바닥으로 기어가면서 풀들을 태우건, 찬란한 광채가 포옹하듯이 나무줄기나 집이나 제단을 둘러싸고 하늘로 치솟건, 태울 수밖에 없다.
각자에게는 그의 성질이 있는 것이다. 영적 지도자들의 지혜는 사람을 그가 가장 잘 발전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해서 그의 소질이 성과를 올리게 할 줄 아는데 있다. 초목과 동물들에게도 이 법칙이 있다. 그래서 어떤 과일나무가 꽃만 피든가 그 성질에 들어 있는 것과 다른 열매를 맺기를 요구하고자 하거나 어떤 짐승으로 하여금 다른 종류의 짐승에 고유한 기능을 행하기를 요구하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너는 꿀을 만드는 것이 운명인 저 벌이 울타리의 우거진 잎들 속에서 노래하는 새가 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느냐? 또는 내가 들고 있는 이 편도나무 가지가 이것을 꺾어 온 편도나무 전체와 더불어 편도를 맺지 않고, 그 껍질에서 향기 나는 수지를 스며 나오게 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느냐? 벌은 일하고, 새는 노래하고, 편도나무는 열매를 맺고, 진이 나는 나무는 향기가 있는 진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모두가 그것들의 역할을 다한다. 영혼들도 마찬가지이다. 너는 사랑하는 직책을 가졌다.”
“주님, 그러면 저를 불살라 주십시오. 그것을 은총으로 청합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힘이 네게 넉넉하지 않느냐?”
“그것은 너무나 적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는 소용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한한 주님이신 선생님께는 소용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한없는 사랑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주님. 제가 원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한없는 사랑을 제 안에 넣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마리아야, 사랑이 무엇인지 아시는 지극히 높으신 분이 사람에게 ‘네 온 힘을 다하여 나를 사랑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온 힘을 다해서 사랑한다는 것이 벌써 하나의 순교라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으신다….”
“주님, 상관없습니다. 주님이 사랑받으셔야 할 만큼 제가 주님을 사랑하게, 제가 아무도 그렇게 사랑하지 않은 정도로 주님을 사랑하게 무한한 사랑을 제게 주십시오.”
“마리아야, 너는 불타서 없어지는 장작더미와 같은 고통을 내게 청하는구나. 장작더미는 타서 천천히 없어진다…. 그것을 생각해라.”
“주님, 저는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주 오래 됐습니다. 그러나 청하지를 못했습니다. 이제는 주님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압니다. 이제는 주님이 어느 정도 저를 사랑하시는지를 정말 압니다. 그래서 감히 그것을 청하는 것입니다. 주님, 그 무한한 사랑을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마리아를 바라보신다. 마리아는 밤샘과 고통으로 아직 야윈 몸에, 악의 없는 소녀와 같이 수수한 옷차림과 꾸밈없는 머리모양을 하고, 불타는 소원이 반영되는 창백한 얼굴과 애원하면서도 벌써 사랑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여인이라기보다는 벌써 세라핌이 되어 예수 앞에 서 있다. 정말이지 절대적인 관조의 순교를 청하는 관조하는 여자이다.
예수께서는 그의 의지를 헤아리려는 듯이 마리아를 자세히 바라보신 다음 단 한마디만 말씀하신다. “그러마.”
“아! 주님!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죽는 것은 얼마나 큰 은총입니까!” 마리아는 예수의 발에 입맞춤하기 위하여 무릎을 꿇는다.
“마리아야, 일어나서 이 꽃을 받아라. 이것은 네 영적인 결혼식의 꽃이 될 것이다. 편도나무의 열매처럼 부드럽고, 그 꽃처럼 순수하고, 그 열매에서 짠 기름에 불을 붙일 때처럼 빛나고, 향료가 가득히 찬 것을 연회석에 뿌리거나 왕들의 머리에 뿌릴 때의 그 기름과 같이 향기롭게 되고, 네 덕행으로 향기롭게 되어라. 그 때에는 정말로 네가 주님의 뜻에 무한히 드는 향유를 그분의 머리에 부을 것이다.”
마리아는 꽃을 받는다. 그러나 땅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의 선생님의 발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흘림과 더불어 그의 사랑으로 미리 향기를 풍긴다.
라자로가 두 사람 있는 곳으로 온다.
“선생님, 선생님을 뵙겠다고 하는 소년이 있습니다. 그 애는 선생님을 찾아 시몬의 집엘 갔었는데, 요한 밖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요한이 그 애를 이리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좋소. 내게로 데려오시오. 재스민을 올린 정자 아래로 가겠소.”
마리아는 라자로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예수께서 정자 아래로 가신다. 라자로는 그 어린이의 손을 잡고 돌아온다. 그 어린이는 내가 세포리스의 요셉의 집에서 본 일이 있는 어린 아이다. 예수께서는 그를 이내 알아보시고 인사하신다.
“마르시알, 너냐? 평화가 너와 함께 있기를. 여긴 왜 왔니?”
“무슨 말씀을 드리라고 보내서 왔어요….” 그러면서 라자로를 쳐다본다. 라자로는 알아듣고 떠나려고 한다.
“라자로, 가지 마시오. 내 친구 라자로님이다. 얘야, 나는 이분보다 더 충실한 벗이 없으니까. 이분 앞에서는 말해도 된다.”
소년은 안심하고 말한다.
“지금은 제가 요셉 어른과 같이 있기 때문에 그분이 저를 보내면서 선생님더러 즉시, 즉시 벳파게의 클레옹트의 집으로 오시라고 말하라고 했어요. 요셉 어른이 선생님께 즉시, 정말 즉시 말을 해야 한대요. 그리고 아주 비밀히 선생님께 말해야 하니까 혼자 오시라고 했어요.”
“선생님!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하로 라자로가 놀라서 묻는다.
“모르겠소. 라자로. 가기만 하면 되오. 나와 같이 갑시다.”
“주님, 곧이요. 우리는 어린이와 같이 갈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주님. 저 혼자 가겠습니다. 요셉 어른이 그러라고 부탁했어요. ‘너 혼자서 일을 잘 해내면, 내가 아버지처럼 너를 사랑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나는 요셉 어른이 나를 아들처럼 사랑하기를 바라요. 나는 곧 뛰어서 가겠어요. 선생님은 나중에 오세요. 주님, 안녕. 아저씨, 안녕.”
“마르시알아, 네게 평화.”
어린 아이는 제비처럼 날아간다.
“갑시다, 라자로. 내 겉옷을 갖다 주시오. 나는 먼저 가겠소. 당신이 보다시피 어린 아이가 창살대문을 열지 못하는데, 분명히 아무도 부르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오.”
예수께서는 창살대문으로 급히 가시고, 라자로는 집으로 급히 간다. 예수께서 쇠로 된 잠그는 장치를 아이에게 열어 주시니, 아이는 빨리 간다. 라자로는 예수께 겉옷을 가져다 드리고, 예수 곁에서 벳파게 쪽으로 가는 길을 걸어간다.
“요셉이 무슨 일로 어린 아이를 몰래 보냈을까요?”
“어린 아이는 감시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소.”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주님의 생각으로는… 주님께서는 의심을… 주님께서는 위험한 처지에 계시다고 느끼십니까?”
“그렇다고 확신하오.”
“뭐라구요? 지금두요? 아니, 그보다 더 큰 증거는 주실 수 없었는데요!….”
“증오는 현시의 자극을 받아 더 커지오.”
“오! 그러면 저 때문이로군요! 저는 주님께 해를 끼쳤군요!…. 제 마음의 고통은 비할 데가 없습니다!” 하고 라자로가 참으로 괴로워하며 말한다.
“당신 때문이 아니오. 공연히 괴로워하지 마시오. 당신은 수단이었소. 그러나 원인은 필요성이었소. 내 천주성에 대한 증거를 세상에 줄 필요였단 말이오, 알겠소? 당신이 아니었더라면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오. 내가 하느님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오. 그런데 여러 날 전에 죽어서 이미 부패한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것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일일 수밖에 없소.”
“아! 주님께서는 저를 위로하려고 하시는군요. 그러나 저로서는 제 기쁨, 제 모든 기쁨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괴롭습니다, 주님.”
예수께서는 “할 수 없지요!” 하고 말씀하시려는 것 같은 몸짓을 하신다. 그리고 두 분은 입을 다문다.
두 사람은 급히 걷는다. 베다니아와 벳파게 사이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두 분은 이내 도착한다.
요셉은 마을 어귀의 길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예수와 라자로가 울타리에 가려진 오솔길에서 나왔을 때 요셉은 등을 돌리고 있었다. 라자로가 그를 부른다.
“오! 평화가 두 분께! 선생님, 오십시오. 선생님을 즉시 보기 위해서 여기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올리브 밭으로 가십시다. 그들이 우리를 보는 것을 저는 원치 않습니다.”
요셉은 그들을 집들 뒤에 있는 올리브나무 숲 속으로 인도한다. 올리브나무들은 그 우거지고 헝클어진 잎으로 비탈을 가리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말하기에 편리한 은신처가 된다.
“선생님, 저는 민첩하고 말 잘 듣고 제가 매우 사랑하는 어린 아이를 선생님께 보냈습니다. 그것은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키드론 개울을 따라서 여기 왔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즉시 떠나셔야 합니다. 최고회의는 선생님의 체포를 결정했고, 내일 회당들에서 그 명령을 읽을 것입니다. 선생님 계신 곳을 아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곳을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라자로, 당신 집이 제일 먼저 수색을 당하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소. 저는 오정에 성전에서 나와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에, 저는 벌써 계획을 짜놓았으니까요. 저는 집으로 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시내를 떠나려는 것처럼 말을 타고 헤로데문으로 해서 나와서, 키드론 개울을 건넌 다음 개울을 끼고 왔습니다. 저는 나귀를 게쎄마니에 남겨 두고, 어린 아이를 급히 보냈습니다. 그 애는 저와 같이 베다니아에 간 일이 있기 때문에 벌써 길을 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즉시 안전한 곳으로 떠나십시오. 어디로 가실지 아십니까? 가실 데가 있으십니까?”
“그러나 선생님께서 여기서 떠나시기만 하면 되지 않소? 그저 유다에서만 떠나시면?”
“라자로, 그것으론 넉넉하지 않소. 그들은 화가 몹시 나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그들이 가지 않는 곳에 가셔야 하오….”
“그러나 그들은 어디에나 다 가오! 당신은 선생님께서 팔레스티나를 떠나시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요!…”하고 라자로가 불안스럽게 말한다.
“아니,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최고회의가 그걸 요구하니….”
“흠! 그렇지요! 당신 때문이지요…. 그보다도 모든 사람이 회개해서 선생님께로 오기 때문이오. 그런데 그들은… 이것을 원치 않소.”
“아니, 그것은 죄악이오! 독성이오…. 그것은….”
얼굴이 창백하시나 매우 침착하신 예수께서는 손을 들어 입을 다물게 하시고 말씀하신다.
“라자로, 잠자코 있으시오. 각자는 자기가 할 일을 하오. 모든 것이 쓰여 있소. 요셉, 고맙소. 그리고 내가 떠난다는 것을 보증하오. 가시오. 요셉, 가요. 당신이 없는 것을 그들이 눈치 채게 하지 마시오….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강복하시기 바라오. 내가 어디 있는지 라자로를 통해서 알려주겠소. 가시오. 당신과 니고데모와 올바른 마음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강복하오.” 예수께서는 요셉에게 입맞춤 하시고, 그들은 헤어진다. 예수께서는 올리브 밭으로 해서 라자로와 같이 베다니아로 돌아오시고, 요셉은 시내 쪽으로 간다.
“선생님,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하고 라자로가 괴로워하며 묻는다.
“모르겠소. 요 며칠 사이에 여자 제자들이 내 어머니와 같이 오오. 그들을 기다렸으면 했는데….”
“이 때문에… 제가 선생님 대신으로 그분들을 맞이해서 선생님께로 데려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선 선생님께서는 어디로 가십니까? 솔로몬의 집으로 가실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잘 알려진 제자들의 집으로도 가지 않으실 것이고, 내일! … 선생님은 곧 떠나셔야 하는데!”
“장소는 하나 있을 거요. 그러나 내 어머니를 기다렸으면 하오. 어머니께서 나를 만나지 못하시면 어머니의 고민이 너무 일찍 시작될 거요….”
“선생님, 어디로 가시렵니까?”
“에프라임으로.”
“사마리아로요?”
“사마리아로. 사마리아 사람들은 다른 많은 사람보다 덜 사마리아인답고, 나를 사랑하오. 에프라임은 국경에 있소….”
“오! 그 사람들은 유다인들을 반대하기 위해서 선생님께 경의를 표하고 선생님을 보호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만 계십시오! 선생님의 어머니께서는 사마리아 길이나 요르단강 길로 오실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하인들을 데리고 한길로 가고, 막시민은 다른 하인들을 데리고 다른 길로 가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두 줄의 한 사람은 선생님의 어머니를 만날 것입니다. 저희들은 그분들을 데리고만 돌아오겠습니다. 라자로의 집에서는 아무도 배신할 수 없다는 것을 선생님도 아시지요.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즉시 에프라임으로 가십시오. 아! 제가 선생님을 모시지 못한다는 것은 숙명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도민산으로 해서 오겠습니다. 제가 이제는 건강하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그렇지요! 저는 사마리아의 길로 해서 프톨레마이스에 가서 안티오키아로 가는 배를 타려고 하는 것으로 믿게 하겠습니다. 그곳에 제 땅 있다는 것을 다들 압니다…. 제 누이동생들은 베다니아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렇습니다. 이제 저는 마차 두 채를 준비할 테니, 선생님께서는 마차를 타시고 예리고로 가십시오. 그리고 내일 새벽에 걸어서 길을 계속하십시오. 오! 선생님! 제 선생님! 피하십시오! 피하셔요!” 처음 순간의 흥분이 지나자, 라자로는 슬픔에 잠겨서 운다. 예수께서는 한숨을 쉬시지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무슨 말씀을 하여야 하겠는가?….
두 분은 시몬의 집에 이르러서 헤어진다. 예수께서는 집 안으로 들어가신다. 선생님이 아무 말씀도 없이 떠나셨던 것으로 인하여 벌써 놀라 있던 사도들이 예수 둘레로 바싹 다가오니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옷들을 입고 배낭들을 챙겨라. 여기서 곧 떠나야 한다. 빨리 해라. 그리고 라자로의 집으로 오너라.”
“젖은 옷들도 챙깁니까? 젖은 옷은 돌아와서 챙기면 안 됩니까?” 하고 토마가 묻는다.
“우린 돌아오지 않는다. 모두 챙겨라.”
사도들은 눈짓으로 서로 말하면서 간다. 예수께서는 당신 물건을 가지러 라자로의 집으로 가셔서 비탄에 잠긴 누이동생들과 작별인사를 하신다….
마차들은 빨리 준비되었다. 튼튼한 말 두 마리가 끄는 포장을 친 육중한 마차들이다. 예수께서는 라자로와 막시민, 그리고 달려온 하인들과 작별인사를 하신다.
일행은 어떤 뒷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차에 오른다. 마차몰이들은 짐승들에게 채찍을 하고, 이렇게 하여 라자로를 부활시키기 위하여 며칠 전에 예수께서 오셨던 같은 길로 해서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