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의 광장. 광장에는 사람이 가득 찼다. 완전히 꽉 찼다. 그리고 한가운데에 예수께서 계신데,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나 숨막히게 들러 싸이셨는지 움직이시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예수께서는 회당장의 아들과 또 한 사람의 제자 사이에 계시고, 예수 둘레에는 아마 예수를 보호할 생각으로 사도들과 제자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로는 두꺼운 울타리를 넘나드는 도마뱀들처럼 어디에나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게 되는 어린이들, 또 어린이들이 있다.
예수께서 어린 아이들을 끄시는 매력은 놀란 만하다. 알려진 곳이건 알려지지 않은 곳이건 예수께서 즉시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이지 않으시는 곳은 도무지 없다. 어린이들은 예수의 옷에 매달리면서 기뻐하고, 비록 동시에 어른들에게 엄한 말씀을 하시더라도 손으로 가볍게 아주 다정스럽게 스치시면 더 기뻐하며, 의자에나 낮은 담 위에나 돌 위에나 쓰러진 나무줄기 위에나 풀 위에 앉으시면 몹시 좋아한다.
그런 때에는 예수께서 그들과 같은 높이에 계시게 되어, 그들은 예수를 껴안고, 머리를 예수의 어깨나 무릎에 기대고, 보호 중에서 가장 다정스럽고 가장 잘 보호해 주는 것을 만난 병아리들처럼 예수의 겉옷 속으로 기어들어가 품에 안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수많은 중대한 동기 때문에 나타낼 수 없는 지나친 영성을 선생님에게서 어린이들을 멀리 떼어놓는 것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어른들의 자기만족과 당신께 대한 그들의 불완전한 경의에서 항상 어린이들을 보호하신다….
지금도 당신의 어린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한 예수의 일상적인 말씀이 들린다. “어린이들을 그냥 놔두시오! 오! 이 애들은 나를 귀찮게 하지 않습니다! 나를 귀찮게 하고 괴롭히는 것은 어린이들이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어떤 죄없는 장난에 친절하게 동조하는 형과 비슷하게 만들면서 젊게 하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그들에게로 몸를 굽히시고 속삭이신다. “얌전히 굴고 조용해라. 조용해, 그러면 어른들이 너희들을 쫓아 보내지 않을 거고, 우리가 더 함께  있게 된다.”
“그러면 선생님은 아름다운 비유를 말해 줄 거지요?” 하고 가장… 대담한 어린이가 말한다.
“그래, 너희들만을 위해서. 그 다음에는 너희들의 부모에게 말하겠다. 모두 들으시오.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어느날 어떤 사람이 어떤 위대한 왕에게서 부름을 받았습니다. 왕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나는 네가 현명하고 네 일과 지식으로 네 도시를 명예롭게 하기 때문에 상급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네게 이러저러한 물건을 주지 않고, 내 보물이 보관된 큰 방으로 너를 데리고 가겠다. 마음대로 골라라. 그러면 그것을 네게 주겠다. 이렇게 해서 네가 평판이 묘사하는 것 같은 그런 사람인지를 내가 판단하겠다.’
그와 동시에 그의 안마당 둘레에 있는 흙 쌓아올린 곳에 가까이간 왕은 왕궁 앞에 있는 광장을 바라보다가 초라한 옷을 입은 아주 작은 어린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틀림없이 매우 가난한 집의 아이이었고, 아마 고아이고 거지인 것 같았습니다. 왕은 하인들을 향해 ‘가서 저 아이를 불러서 데려 오너라’하고 말했습니다. 하인들은 가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그 아이는 왕 앞에 있는 것이 무서워서 벌벌 떨었습니다. 궁중의 고관들이 ‘몸을 굽혀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씀 드려라. <임금님께 존경과 영광. 온 땅이 이세상에서 가장 위대하신 분으로 찬양하는 능하신 임금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하고 말하며 간절히 부탁하는데도 어린 아이는 절도하지 않고, 그 말을 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관들은 분개해서 그 아이를 붙잡고 세게 흔들면서 말했습니다. ‘임금님, 이 버릇없고 더러운 아이가 임금님의 처소의 명예를 손상합니다. 이 아이를 여기서 내쫓아 거리에 팽개치게 허락해 주십시오. 임금님께서 어린이를 하나 데리고 계시고 싶으신데, 저희들의 자녀에 싫증이 나시면, 시내의 부잣집에 가서 찾아서 데려 오겠습니다. 그러나 인사도할 줄 알지 못하는 이 시골뜨기는 안 됩니다!’하고.
그전에 마치 제단 앞에나 있는 것처럼 몸을 깊이 굽혀 금실거리며 비굴한 절을 수없이 많이 한 부유하고 영리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임금님의 고관들의 말이 옳습니다. 임금님의 왕위의 위엄을 위해서는 신성하신 분께 마땅히 드려야할 경의를 드리지 않는 것을 막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을 하면서 엎드려 왕의 발에 입맞춤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말했습니다. ‘아니다, 나는 이 아이를 원한다. 그뿐 아니라, 나는 이 아이도 내 보물들이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가서 마음대로 고르게 하고, 그가 고른 것을 주고자 한다. 내가 왕이기 때문에 불쌍한 어린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내게 허용되지 않겠느냐? 이 아이도 너희들 모두와 같이 내 국민이 아니냐? 이 아이가 불행한 것이 그의 잘못이냐? 아니다, 하느님 만세! 나는 한번만이라도 이 아이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 얘야, 나를 무서워하지 말고 이리 오너라.’ 그러면서 왕이 어린 아이에게 손을 내미니, 어린 아이는 소박하게 그 손을 잡고 자발적으로 입맞춤 했습니다. 왕은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리고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몸을 굽히고 있는 고관들이 두 줄로 늘어선 가운데로 금실로 꽃무늬를 놓은 주홍빛 양탄자 위를 걸어 보물 있는 방으로 가는데, 오른쪽에는 부유하고 영리한 사람이 있고, 왼쪽에는 무식하고 가난한 어린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왕의 겉옷은 불쌍한 어린 아이의 올이 풀라진 작은 옷과 신을 신지 않은 맨발과 몹시 대조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궁중의 두 교관이 문을 열어 준 보물 있는 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것은 높고 둥글고 창문이 없는 방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마어마하게 큰 석영판에 지나지 않는 천장에서 빛이 쏟아져 내려왔습니다. 은은한 빛이었지만, 그래도 금고의 금못들과 장식된 높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수많은 두루마리의 주홍빛 리본들을 반짝이게 했습니다. 값진 막대기에 감기곤 빛나는 보석으로 꾸민 고리쇠와 재목이 달린 호화로운 두루마리론 왕이나 가질 수 있는 회귀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별로 높지 않은 우중충하고 아무 장식도 없는 책상에 흰 나무로 만든 작은 막대기에 감고, 투박한 실로 매서, 소홀히 하는 물건처럼 먼지투성이인 작은 두루마리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습니다.
왕은 벽들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자, 여기에는 세상의 모든 보물이 있고, 세상의 보물들보다도 훨씬 더 큰 다른 보물들이 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인류의 모든 작품이 있고, 초자연적인 정보원(情報源)에서 오는 작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서 마음대로 가져라.’ 그리고 왕은 살펴보기 위하여 방 한가운데에 가서 팔짱을 끼고 있었습니다.
부유하고 영리한 사람은 우선 금고들 쪽으로 가서 점점 더 열에 들뜬 듯한 손으로 뚜껑을 열었습니다. 지금(地金), 가공한 금, 은, 진주,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오팔…이 모든 금고에서 번쩍이고 있었습니다. 금고를 열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 다음 그 사람은 책상 쪽으로 가서 두루마리의 제목들을 읽는데, 그의 입술에서는 새로운 감탄의 소리가 나왔습니다. 마침내 그 사람은 흥분하여 왕에게로 돌아서서 말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비할 데 없는 보물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보석들은 두루마리만한 가치가 있고, 또 두루마리들은 보석들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마음대로 골라도 됩니까?’
‘내가 말했지 모든 것이 네 것인 것과 같이 하라고.’
그 사람은 얼굴을 방바닥에 대고 엎드리면서 말했습니다. ‘위대하신 임금님, 임금님께 예배하옵니다!’ 그러면서 일어나서, 우선 금고쪽으로 그 다음에는 책상 쪽으로 달려가 금고와 책상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가졌습니다.
왕은 그 사람이 이 금고에서 저 금고로 뛰어 다니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몰래 웃었고, 그 사람이 땅에 엎드려 자기에게 예배하는 것을 보고 두번째로 빙그레 웃었고, 그 사람이 얼마나 탐욕스럽고, 얼마나 규율 있게, 또 얼마나 기호에 맞게 보석과 책들을 고르는지를 보고 세번째로 빙그레 웃었습니다. 왕은 자기 곁에 그대로 있는 어린 아이쪽으로 몸을 돌리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너는 아름다운 보석들과 값있는 책들을 고르지 않을 참이냐?’
어린 아이는 싫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건 왜?’
‘두루마리들은 제가 글을 읽을 줄 모르기 때문이고, 보석들은… 그 가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것들이 조약돌들이지,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것들이 있으면 네가 부자가 될 텐데….’
‘저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도 없습니다. 제가 가슴에 보물을 품고 제 피신처에 간다고 해도 그것이 제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것들을 가지고 집을 살 수가 있을 거다….’
‘그 집에서 저는 여전히 혼자 살 것입니다.’
‘옷두 살 것이고.’
‘제게는 부모의 사랑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추울 것입니다.’
‘먹을 것도.’
‘저는 엄마의 입맞춤을 실컷 받지 못할 것이고, 어떤 값을 주고도 그것을 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들을 구해서 읽기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제 마음에 더 들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무엇을 읽습니까?‘
‘시인들과 철학자들과 현인들의 작품과 옛날 사람들의 말들과 민족들의 역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무익하거나 헛되거나 지나간 일들입니다….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정말 어리석은 아이로구나!’하고 지금은 두루마리를 잔뜩 안고, 허리띠와 속옷의 가슴 부분이 보석으로 부풀어 오른 그 사람이 외쳤습니다.
왕은 또 몰래 웃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안고 금고들 있는데로 데려 갔습니다. 그리고 손을 진주와 루비와 황옥과 자수정들 속으로 깊숙이 넣어서 그것들을 반짝이는 비처럼 떨어뜨리면서 아이더러
‘임금님, 아닙니다. 저는 다른 것을 가지고 싶습니다….’
왕은 그를 책상으로 데리고 가서, 시인들의 싯귀와 영웅들의 이야기와 나라를 묘사한 것들을 읽어 주었습니다.’오! 읽는 것은 더 훌륭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이냐? 말해 보아라. 그러면 그것을 네게 주마.’
‘오! 임금님, 임금님이 아무리 능력을 많이 가지셨더라도 그것을 하실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닙니다….”
‘아! 너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작품들을 원하는구나! 자 그러면, 여기에는 하느님께서 당신 종들에게 불러 주신 책들이 있다. 들어 보아라.’그러면서 영감을 받아서 쓴 글들을 읽었습니다.
‘그것은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알아들으려면 먼저 하느님의 말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을 가르치고, 또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듣게 하는 책은 없습니까?’
왕은 깜짝 놀란 몸짓을 하고, 웃음을 그쳤습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를 가슴에 꼭 껴안았습니다.
그와 반대로 그 영리한 사람은 비꼬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아무리 유식한 사람들도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지 못하는데, 무식한 어린 아이인 네가 그것을 알고자 한단 말이냐? 그것으로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왕은 그 사람을 엄하게 바라보았고 어린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재산을 찾지 않고 사랑을 찾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왕은 어린 아이를 노끈으로 맨 먼지투성이의 작은 두루마리가 있는 장식이 없는 책상 가까이로 데려 갔습니다. 그리고 그 두루마리를 집어서 펴고 처음 몇 줄을 읽었습니다. ‘보잘것없는 사람은 내게로 오너라. 그러면 하느님인 나는 그에게 사랑의 지식을 가르쳐 주겠다. 그 지식은 이 책에 들어 있다. 그리고 나는….’
‘오! 제가 원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하느님을 알겠고. 하느님을 제가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이 될 것입니다.
임금님, 이 두루마리를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금전상의 가치가 없는데! 저 아이는 정말 어리석구나! 글을 읽을 줄 모르면서 책을 가지다니! 총명하지 못하면서도 배우려고 하지 않고, 가난하면서도 보물을 가지지 않고’
‘저는 사랑을 가지도록 힘쓰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그것을 제게 가르쳐줄 것입니다. 임금님, 이제 다시는 제가 고아이고 가난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게 해 줄만한 것을 제게 주셨으니, 찬미 받으십시오!’
‘만일 네가 임금님을 통해서 그렇게까지 행복하게 됐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한 것과 같이 임금님께 예배라도 해라!’ ‘
저는 사람에게는 예배하지 않고, 저를 이렇게 착한 사람이 되게 하신 하느님께 예배합니다.’
‘이 어린 아이가 내 나라의 참 현자이다. 현자라는 명성을 부당하게 얻은 이 사람아. 교만과 탐욕은 너를 너무 취하게 해서 예배를 창조주께 드리는 대신에 인간에게 드리게까지 했고 그것도 그 인간이 보석과 인간의 작품들을 네게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리고 네가 보석들을 가지고 있고, 내가 그것들을 가졌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그것들을 창조하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고, 인간의 사상이 들어 있는 진귀한 두루마리들을 네가 가진 것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지능을 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굶주리고, 춥고, 외롭고, 갖가지 고통으로 타격을 입은 이 어린 아이는 재물들을 보고 흥분하더라도 용서를 받았을 것이고 또 용서를 받을만했을 터인데도, 하느님께서 내 마음에 친절을 주셨기 때문에 올바르게 하느님께 감사할 줄을 알고, 다만 필요한 것 한 가지, 즉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 세상과 내세에서 참된 재산을 차지하기 위하여 사랑을 아는 것만을 찾는다.
이 사람아, 나는 네가 고른 것을 네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왕의 말은 신성하다. 그러니 여러 가지 빛깔의 돌들과 지푸라기 같은 인간의 사상인 네 보석들과 두루마리들을 가지고 가라. 그리고 도둑들과 좀을 무서워하면서 살아라. 도둑은 보석의 원수이고 좀은 양피지의 원수이다. 또 이 부질없는 이야기들의 거짓 빛에 현혹되고, 맛만 있을뿐 영양분이 없는 인간 지식의 들척지근한 맛의 불쾌감을 맛보아라. 가라! 이 어린 아이는 내 곁에 있을 것이고, 우리는 함께 사랑인 책, 즉 하느님을 읽도록 힘쓰겠다. 그리고 우리는 찬 보석의 하찮은 빛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지푸라기 같은 인간지식의 작품의 들척지근한 맛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영원하신 성령의 불이 여기에서부터 벌써 천당의 황홀감을 우리에게 줄 것이고, 우리는 포도주보다도 더 튼튼하게 하고 꿀보다도 더 영양분이 많은 지혜를 차지할 것이다. 얘야, 이리 오너라. 영원한 지혜가 네게 그 얼굴을 보여서 너로 하여금 참다운 신부처럼 그 지혜를 갈망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사람을 내쫓은 다음, 어린이를 데리고 그가 의인이 되고, 땅에서는 거룩한 기름 바름을 받을 자격이 있는 왕이 되고, 저세상에서는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지혜를 가르쳤습니다. 이것이 어린이들에게 약속하고 어른들에게도 제공하는 비유입니다.
여러분은 바룩을 기억하십니까? 바룩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스라엘아, 너는 무슨 이유로 원수의 땅에서 살고 남의 나라에서 늙어 가며, 어찌하여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부정을 탔으며, 지옥으로 가는자들 틈에 끼게 되었느냐?’ 그리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네가 지혜의 샘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만일 네가 하느님의 길을 걸었더라면, 너는 오래 영원히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다.’
잘 들으시오. 여러분은 조국 안에 있으면서도 귀양살이를 한다고 자주 불평을 하십니다. 그만큼 조국이 이제는 우리의 것이 아니고, 우리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것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것을 불평하시지만, 이것을 미래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형 선고 받은 사람에게 주는 취하게 하는 술잔에 비해서 포스카(posca, 물과 식초를 섞은 것으로 음료나 약으로 썼음) 한방울과 같은 것임을 알지 못하십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사형 선고 받은 사람에게 주는 술은 다른 어떤 음료보다도 더 쓴 것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지혜를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지혜의 샘물을 마시지 않으시면 어떻게 조심성과 힘과 총명을 가질 수 있고 어떻게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만이라도  알고, 따라서 그보다 덜 중요할 것들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지혜의 나라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는 그 지혜의 샘물을 주십니다. 지혜는 하느님에게 있습니다. 지혜는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품을 벌리셔서 그 지혜가 여러분에게로 내려오게 하십니다. 그런데, 재산과 정복과 명예를 가지고 있거나 가졌었던 이스라엘이 -이스라엘은 낭비자들의 교만으로 그들이 잃은 것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자기들이 아직도 부유하다고 믿고, 그렇게 믿음으로써 자기들에게 복종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다만 동정이나 조소를 받을 뿐입니다. – 그러니까 이 이스라엘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그리고 지혜를 잃은 사람은 위대하게 될 가능성을 잃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나머지 것조차도 잃습니다. 지혜를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은 오류에서 오류로 빠져들어 갑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많이 알기까지 하지만, 이제 지혜는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바룩은 적절하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이 백성의 젊은이들은 빛을 보며 땅 위에서 살았지만, 지혜의 크고 작은 길을 알지 못하였고, 그들의 자손들도 지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혜는 그들에게서 멀리 떠나갔다.’
그들에게서 멀리! 자손들이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것이 예언자의 말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말하는 지혜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4분의 3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혜는 멀리 떠나가고 점점 더 멀리 떠나가서 그들을 혼자 내버려둘 것입니다…. 그러면 자기들을 거인이라고 믿고, 따라서 주님께 그들을 도와주시고 그들에게 봉사하시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는 데 있어서 하느님께 유익한 거인들이라고? 아닙니다. 나는 바룩과 같이 말합니다. ‘하느님의 참된 나라를 세우기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저 교만한 자들을 택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당신 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그들의 어리석음 가운데 내버려두실 것이다.’
정신으로 하늘에 올라가고 지혜의 교훈을 알아듣기 위하여는 겸손하고 순종하는 정신이 필요하구 특히 전적으로 사랑인 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지혜가 그의 독특한 언어를, 즉 지혜 자체가 사랑이므로 사랑의 언어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지혜의 길을 알기 위하여는 맑고 겸손하고 세 가지 사욕에서 벗어난 눈길이 필요합니다. 지혜를 차지하기 위하여는 그것을 살아 있는 돈으로 즉 덕행으로 사야 합니다.
이것을, 즉 살아 있는 돈을 이스라엘은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지혜를 설명해서 그의 길로 인도하려고. 여러분의 마음속에 덕행의 씨를 뿌리려고 왔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알아보고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그것을 내 종 야곱과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이스라엘에게 가르쳐 주려고 왔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인 내가 사람들과 말을 하려고, 하느님의 아들이고 사람의 아들인 나, 생명의 길인 내가 사람의 아들들의 손을 붙잡아 주려고 이 세상에 왔습니다. 내 아버지에게서 모든 것을 받은 내가 여러분을 영원한 보물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오게 하려고 왔습니다. 영원한 애인인 내가 내 옥좌에 올리고 내 신방에 들어오게 해서 나와 함께 하늘에 있게 하기를 원하는 내 신부인 인류를 데려다가, 포도덩굴들이 생명을 얻어내는 진짜 포도나무의 포도주로 취하도록 포도주 광으로 인도하려고 왔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게으른 신부여서 집에 온 신랑에게 문을 열어 주려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랑은 갑니다. 신랑은 지나갈 것입니다. 지나가려고 합니다. 나중에 이스라엘이 신랑을 찾겠지마는 헛일일 것이고, 그의 구세주의 자비로운 사랑을 얻어 만나지 못하고, 그를 지배할 자들의 전차(戰車)들을 만날 것이고, 하느님의 자비로운 뜻까지 눌러 부수고자 한 다음에 그가 으스러져서 그의 교만과 생명을 잃을 것입니다.
오! 이스라엘아, 권력의 헛된 환상을 보존하기 위하여 참 생명을 잃는 이스라엘아! 오! 지혜의 길이 아닌 길로 너를 구한다고 믿고 구하기를 원하면서, 너 자신을 거짓말과 죄악에 팔아넘겨 파멸하는 이스라엘아, 파선했으면서도 너를 구하기 위하여 던져주는 든든한 밧줄에 매달리지 않고, 부수어진 네 과거의 잔해에 매달리는 이스라엘아, 그래서 폭풍우는 너를 다른 곳으로, 저 먼바다, 빛이 없는 무서운 바다로 휘몰아간다. 이스라엘아, 범죄에 의해서 네 목숨을 한 시간, 1년, 10년, 20년, 30년 구하던가, 구한다고 생각해도, 그 다음에 영원히 파멸하면, 그것이 네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 목숨과 영광과 권력이 무엇이란 말이냐? 빨래하는 여자들이 쓴 알칼리성 용액의 표면에 있는 더러운 물방울로 ,무지개 빛깔을 내지마는, 그것이 보석으로 이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더러운 지방으로 이루어져서 그런 것인데, 이 더러운 지방은 초석(礎石)과 더불어 빈 방울로 부풀어 올랐다가 터져서, 사람의 땀으로 더러워진 물 위에 그려지는 동그라미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어 있다. 이스라엘아, 다만 한 가지만이필요하다.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지혜를 차지하는 것이다. 과연 목숨은 가장 귀중한 것이 아니며, 자기 영혼을 잃는 것보다는 목숨 백 개를 잃는 것이 더 낫다.”
몹시 감탄하여 조용한 가운데 예수께서 말씀을 끝내셨다. 예수께서는 빠져나오셔서 가시려고 하신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입맞춤을 요구하고, 어른들은 강복을 청한다. 그런 다음에야 엠마오의 글레오파와 헤르마와 작별 인사를 하시고 떠나실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