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사도들과 세포리스의 요셉과 함께 나오셔서 회당을 향하여 가신다. 맑고 고요한 날이 바람 불고 흐린 진짜 겨울 날씨가 지난 다음 봄의 약속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그래서 많은 예루살렘 사람들이 길에 나와 있는데, 회당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회당에서 돌아오거나 다른 곳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고, 가족들과 같이 시골에서 햇볕을 즐기려고 시내에서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세포리스의 요셉의 집에서 보이는 헤로데의 성문에서는 야외에서 즐거운 기분전환을 하기 위하여 성곽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높은 집들 사이에 있는 좁은 거리 밖에서 녹음 속으로 공간 속으로 자유 속으로 빠져 들자는 것이다.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있던 녹지대는 안식일에 걸을 수 있는 길의 거리와 집의 옥상에서뿐 아니라 길에서도 취하던 공기와 해에 대한 그들의 욕망을 양립시키고자 하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원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헤로데의 문 쪽으로 가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리로 등을 돌리시고 시내 쪽으로 향하신다. 그러나 세포리스의 요셉의 집이 있는 작은 길과 이어진 더 넓은 길로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 가리옷의 유다가 그들을 향하여 오는 한 청년에게 예수의 주의를 끈다. 그 청년은 소경들 특유의 걸음걸이로 지팡이로 벽을 더듬고, 눈이 없는 그의 얼굴을 하늘로 쳐들고 온다. 그의 옷은 초라하지만 깨끗하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어떤 사람들이 “여보시오, 오늘은 당신이 길을 잘못 들었소. 모리아산의 길들은 전부 지나쳐서, 이제는 벌써 베짜타에 왔소” 하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예루살렘의 많은 사람이 아는 사람인 모양이다.
  “오늘은 돈을 구걸하는 게 아닙니다”하고 소경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그 미소를 그대로 머금은 채 시의 북쪽을 향하여 계속 나아간다.

  “선생님, 저 사람을 살펴보십시오. 저 사람의 눈꺼풀은 달라붙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눈꺼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마가 아무 구멍도 없이 뺨에 이어져 있고, 그 밑에는 눈망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 불행한 사람은 저렇게 태어났고, 한번도 햇빛이나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저 모양으로 죽을 것입니다. 선생님, 말씀해 주십시오. 저 사람이 저렇게 벌을 받은 것을 보면, 틀림없이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저 사람이 배냇소경인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나기 전에 죄를 지을 수 있었습니까? 아마 저 사람의 부모가 죄를 지었는데, 하느님께서는 저 사람을 저렇게 태어나게 하셔서 부모를 벌하셨나 보지요?”
   다른 사도들도 이사악과 마륵지암과 같이 예수의 대답을 들으려고 예수께로 바싹 다가온다. 그리고 군중을 내려다보시는 예수의 큰 키 에 끌린 것처럼, 소경 조금 뒤에 있던 유복한 신분의 두 예루살렘 사람이 달려오고, 소경과 그들 사이에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있다. 요셉은 가까이 오지는 않고 두 단 위에 세워진 대문에 기대서서 모든 얼굴 쪽으로 눈길을 돌려 그들을 살펴본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는데, 잠잠해진 가운데 그 말씀이 분명히 들린다.
  “저 사람도, 그의 부모도, 다른 이들이 짓는 것보다 죄를 더 많이 짓지 않았다. 또 가난은 흔히 죄에 대한 억제가 되니까 어쩌면 죄를 덜 지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 사람이 저렇게 태어난 것은 다시 한 번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능력과 일이 나타나기 위해서이다. 나는 하느님을 잊거나 그분의 영적인 모습을 잃어버린 세상 사람들보고 기억하게 하려고, 또 하느님을 찾거나 이미 하느님께 속해 있는 사람들의 믿음과 사랑이 튼튼하게 되게 하기 위해서 세상에 온 빛이다. 아버지께서는 아직 이스라엘에 주어진 날이 계속되는 동안에 이스라엘과 세상에서 하느님에 대한 지식을 보충하라고 나를 보내셨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나를 보내신 분과 하나이기 때문에 그분이 하실 수 있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언하기 위하여,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세상이 알고, 보며, 내 정체를 믿으라고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행해야 한다. 그 뒤에는 밤이 오고 어두움이 을 것인데, 그 동안에는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내 표와 내게 대한 믿음을 자기 마음 속에 새겨 넣지 않은 사람은 이곳을 뒤덮고, 고통의 이상자극으로 정신을 어지럽게 할 어두움과 혼란과 고통과 황폐와 와해 속에서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내가 빛과 증언, 말씀, 길과 생명, 지혜, 능력과 자비이다. 이제 소경에게로 가서 이리 데려 오너라.”
  “안드레아, 자네가 가게. 나는 여기 남아서 선생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보고 싶네” 하고 유다가 예수를 가리키면서 대답한다. 예수께서는 먼지투성이 길에 몸을 굽히시고 작은 흙덩어리에 침을 뱉으시고, 손가락으로 먼지를 침으로 연하게 하여 진흙알을 만들고 계신 중이다. 항상 친철한 안드레아가 세포리스의 요셉의 집이 있는 작은 길로 돌려고 하는 소경을 데리러 가는 동안, 예수께서는 진흙을 양쪽 검지에 펴시고, 사제가 미사성제를 드리는 동안에 하는 것처럼 이렇게 손을 내밀고 계신다. 그동안 유다는 그의 자리를 떠나 마태오와 베드로에게 가서 말한다. “키가 크지 않은 자네들, 이리 오게. 그러면 더 잘보일 걸세.” 그리고 모든 사람의 뒤에 가서 서는데, 키가 큰 알패오의 아들들과 바르틀로메오에 거의 가리다시피 된다.
   안드레아가 소경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데, 소경은 목이 쉬도록 외친다.
  “나는 돈은 바라지 않아요. 나를 가게 내버려 둬요. 예수라고 하는 분이 어디 계신지 나는 알아요. 그래서 청하러 가는 거예요….”
  “예수님이 당신 앞에 계셔요”하고 안드레아가 선생님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소경에게 말한다.
   예수께서는 늘 하시던 것과는 반대로 그 사람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으시고, 즉시 양쪽 검지에 있는 진흙을 조금 잠겨 있는 눈꺼풀에 바르시고 명령하신다.
  “그럼 이제는 누구하고 말하느라고 걸음을 멈추지 말고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실로암의 빗물받이 웅덩이로 가시오”
   소경은 진흙이 묻은 얼굴로 잠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말을 하려고 입술을 벌린다. 그러다가 입을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한다. 생각에 잠겼거나 기대가 어긋난 듯이 처음 걸음은 느리다. 그러다가 지팡이로 벽을 더듬으면서, 소경이 할 수 있는 만큼, 또는 인도를 받는 것으로 느끼는 것처럼 더욱 더 점점 빨리 걸음을 재촉한다….
   그 두 예루살렘 사람은 빈정거리는 웃음을 짓고 머리를 흔들면서간다. 아리마태아의 요셉은, 나는 이 사실이 이상스럽게 생각되는데, 선생님께 인사를 하지도 않은 채, 그들을 따라서 오던 길로 다시 간다. 즉 그 쪽에서 왔던 성전 쪽으로 가는 것이다. 이리하여 소경도, 두 사람도, 아리마태아의 요셉도 시의 남쪽을 향하여 가는데, 예수께서는 서쪽으로 돌아서신다. 그래서 예수를 놓치게 된다. 그것은 주님의 뜻이 나로 하여금 소경과 소경을 따라 가는 사람들을 따라 가게하시기 때문이다.

   베짜타를 지난 다음, 그들은 모두 모리아산과 시온 사이에 있는 계곡으로 들어가서 – 전에 몇 번인가 이곳을 티로페온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것 같다 – 그 계곡을 죽 지나 오펠까지 간다. 그리고 오펠을 끼고서 실로암 샘으로 가는 길로 나가는데, 여전히 이 순서대로이다. 우선 소경이 가는데, 그 사람은 이 서민적인 동네에 잘 알려진 사람인 모양이다. 그 다음에는 그 두 사람, 맨 끝으로 얼마간 거리를 두고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따라 간다.
   요셉은 시시한 작은 집 근처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 보잘것없는 집의 작은 정원에 둘러쳐져서 툭 튀어나온 회양목 울타리에 반쯤 가려진 집이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샘 바로 곁에까지 간다. 그들은 소경을 살펴본다. 소경은 조심조심 넓은 연못으로 가까이 가더니, 축축한 담을 더듬으면서 한 손을 담갔다가 물이 뚝뚝 흐르는 손을 꺼내서 눈을 한번, 두 번, 세번 씻는다. 세번째에는 지팡이를 떨어뜨리면서 다른 손으로 얼굴도 누른다. 그리고 고통 때문에 지르는 것 같은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천천히 두 손을 떼는데, 처음에 질렀던 고통의 부르짖음이 기쁨의 외침으로 변한다.
  “오! 지극히 높으신 분! 눈이 보인다!”
   그리고 감격에 못 견디는듯이 땅에 엎드리며,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손으로 가리고, 관자놀이를 누르며, 애타게 보고 싶지만 빛 때문에 거북해 하며 되풀이한다.
  “눈이 보인다! 눈이 보여! 그러니까 이것이 땅이구나! 빛이고! 그저 신선한 것으로만 알던 풀은 이것이고….”
   그는 일어난다. 그러나 짐을 지고 있는 사람처럼, 그의 기쁨의 짐을 진 사람처럼 몸을 구부린 채 넘치는 물을 빼는 작은 시냇물로 가서, 반짝이며 즐거운 듯이 흘러 내려가는 것을 보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이것이 물이야… 그래! 이렇게 손가락 사이로(손을 담근다) 차게 흘러가는 걸 느꼈어. 그렇지만 그걸 알진 못했었어…  아!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모두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그는 얼굴을 들어 나무를 본다…. 나무에 가까이 가서 만지고, 손을 뻗어 잔가지 하나를 잡아당겨 들여다보며 웃고 또 웃는다. 그리고 손으로 눈을 챙처럼 가리고 하늘과 해를 올려다본다. 그러다가 세상을 바라보려고 뜬 더럽혀지지 않은 눈꺼풀에서 눈물 두 방울이 떨어진다. 그리고는 눈을 내리떠서 꽃 한 송이가 줄기 끝에서 흔들리고 있는 풀밭을 보고, 실개천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고, 제 모습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물을 먹는 멧비둘기와 야생 장미나무의 마지막 잎들을 뜯어 먹는 염소새끼를 놀라서 바라보고, 그 다음에는 아기를 안고 샘으로 오는 어떤 여자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그에게 어머니를, 얼굴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그는 팔을 하늘을 향하여 들어 올리며 외친다.
  “지극히 높으신 분, 빛 때문에, 어머니 때문에, 이제는 찬미 받으십시오!”그리고 이제는 소용없게 된 지팡이를 땅바닥에 남겨둔 채 뛰어서 간다.
   그 두 사람은 이 모든 것을 보느라고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은 그 사람의 눈이 보이게 된 것을 알자마자 시내 쪽으로 뛰어 갔다. 그와 반대로 요셉은 끝까지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소경이 아닌 소경이 그의 앞을 지나 인구가 많은 오펠 동네의 뒤얽힌 골목길로 들어가자, 그도 역시 그가 있던 자리를 떠나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시내를 향하여 가던 길로 돌아온다.
   항상 떠들썩한 오펠 동네가 지금은 온통 흥분상태에 있다. 이리 저리 뛰고, 묻고, 대답하고 한다.
  “아니, 당신들이 다른 사람하고 혼동한 거겠지….”
  “아니라니까 그러네. 내가 그 사람에게 ‘아니, 자네가 바르톨마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도니아가 틀림없나?’하고 말했더니, ‘접니다’하고 말했다니까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물으려고 했는데, 그 사람은 뛰어서 가 버렸어.”
  “그 사람이 지금 어디 있나?”
  “틀림없이 어머니한데 가 있겠지.”
  “누가? 누가 그 사람을 봤어?”하고 사람들이 뛰어 오면서 묻는다.
  “나. 나”하고 여럿이 대답한다.
  “하지만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난 거야?”
  “… 나는 그 사람이 지팡이 없이 두 눈이 달린 얼굴조 뛰어 가는 것을 보고 말했어. ‘저거봐!’ 저 사람은 바르톨마이가 틀림없을 텐데….”
  “난 지금도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니까. 들어오면서 그 사람은 ‘어머니, 나는 어머니가 보여요!’하고 외쳤단 말이예요.”
  “부모가 몹시 기뻐하겠군. 이제는 그 사람이 아버지를 도와 밥벌이를 할 수 있겠구먼….”
  “가엾은 여인! 어머니는 기뻐서 몸이 불편했었어요. 오! 굉장한 일이예요! 굉장한 일! 난 소금을 좀 얻으러 갔었는데….”
  “그 사람 집으로 뛰어가서 알아봅시다….”

   아리마태아의 요셉은 이 소란 속에 휩쓸리게 되었는데, 호기심으로 그러는지 군중심리로 그러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서 아마 키드론 개울 쪽으로 가게 되어 있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군중이 몰려들어서 그들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가을비로 물이 불은 급류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요셉이 그곳에 이르렀을 때, 막다른 골목으로 통하는 다른 골목에서 아까의 그 두 사람이 다른 세 사람과 같이 온다. 율법학자 한 사람과 사제 한 사람, 그리고 그의 옷으로는 신분을 알 수 없는 셋째사람이다. 그들은 권력을 남용하여 군중 사이를 뚫고 사람이 꽉찬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집에는 역청(靑)같이 검은 넓은 부엌과 투박한 칸막이로 부엌과 갈라놓은 한 구석이 있고, 그 너머로는 초라한 침대 하나와 더 큰 침대가 하나 있는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맞은 편 벽에 뚫린 문으로는 사방 몇 미터 되는 작은 정원이있다. 이것이 전부이다.
   눈을 뜬소경은 식탁에 기대서 말하며,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대답한다. 그 사람들은 모두 그와 같이 보잘것없는 사람들로, 아마 모든 동네 중에서 제일 가난한 이 동네에 사는 예루살렘의 서민들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 곁에 서서 그를 바라보며 울고 그의 베일로 눈을 닦는다. 일을 많이 해서 지쳐버린 남자인 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수염을 만지작거린다.
   독선적인 유다인들과 박사들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그 다섯 사람은 눈이 떠진 사람의 말을 밖에서 들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눈이 떠졌느냐구요? 예수라고 하는 그 사람이 내 눈에 축축한 흙을 바르고 나보고 ‘실로암의 샘에 가서 씻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가서 씻었더니, 눈이 떠지고. 눈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서 자네가 라삐를 만났느냐 말일세. 자넨 라삐가 게쎄마니의 요나의 집에 가느라고 여기로 해서 지나갈 때에도 도무지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항상 말했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가 어디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오늘….”
  “이거 보세요! 어제 저녁에 그분의 제자 한 사람이 와서 돈 두 푼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왜 당신은 보려고 하지 않소?’하고 나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기적을 행하는 그 예수를 한번도 만나지를 못합니다. 그분이 우리 동네에 사는 안날리아의 병을 고쳐 준 다음부터 그분을 찾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곳에 가면, 그분은 다른데 있곤 합니다….’ 그랬더니 그 제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분의 사도 중의 한 사람이오. 그리고 내가 그분께 말씀드리는 것은 해 주십니다. 내일 베짜타에 와서, 헤로데의 문과 광장 동쪽 모퉁이 근처에 있는 갈릴래아 사람 요셉, 건어물 장수인 세포리스의 요셉의 집을 찾으시오. 그러면 언젠가는 그분이 그리로 지나가거나 집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게 될 거요. 그러면 내가 당신을 선생님께 알려 드리겠소.’ 나는 ‘그렇지만 내일은 안식일인데요’하고 말했습니다. 그분이 안식일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말했습니다. ‘당신이 낫고 싶으면 내일이 그날이오. 그 뒤에는 시내를 떠날 터이니, 당신이 그분을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소.’
   나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그분을 박해한다는 걸 압니다. 내가 구걸하러 가는 성전 성곽의 문에서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분을 박해하는 지금, 그분을 박해받는 것을 한층 더 원치 않을 것이고, 그래서 안식일에 나를 고쳐 주지 않으실 거란 말입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내가 하라는 대로 하시오. 그러면 당신은 안식일에 해를 보게 될 거요’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갔지요. 가지 않을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그분의 사도가 그렇게 말하는데 말입니다!
   그 사람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내 말을 제일 잘 들으시오. 그래서 당신이 불쌍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선생님을 업신여긴 다음에 나는 선생님의 능력이 빛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일부러 왔소.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소. 오시오, 그러면 당신이 보게 될 거요.’ 그래서 갔습니다. 그런데 아직 요셉의 집에까지 가지 못했는데 어떤 사람이 내 손을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어제의 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은 나보고 ‘형제, 나하고 같이 갑시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사람이 빵과 돈, 어쩌면 옷을 주려고 하는 줄로 생각했으니까요. 나는 그 사람에게 나는 예수라고 하는 분이 어디 있는지 아니까 가게 내버려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여기 예수님이 계십니다. 당신 앞에 계셔요’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소경이니까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젖은 흙이 묻은 손이 양쪽에서 나를 만지는 것을 느꼈고 ‘빨리 실로암에 가서 당신 눈을 씻고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즉시 눈을 뜨기를 바랐기 때문에 낙심했고, 하마터면 인정머리 없는 젊은이들의 장난일 줄로 생각할 뻔 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가기를 싫어했는데 ‘희망을 가지고 순종해라’하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래서 샘에 가서 눈을 씻고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청년은 넋을 잃고 말을 그만두고 첫번 보았을 때의 기쁨을 다시 생각한다….
  “저 사람을 내 보내시오. 우리가 그에게 질문을 하고자 하오”하고 그 다섯 사람이 외친다.
   청년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문어귀로 나온다.
  “자네를 고쳐 준 사람이 어디 있나?”
  “나는 모릅니다” 하고 젊은이가 대답한다. 어떤 친구가 그에게 “율법학자들과 사제들이야”하고 속삭였었다.
  “어떻게 그걸 알지 못한단 말인가? 방금 자네가 안다고 말했는데. 율법학자들과 사제에게 거짓말 하지 말게! 백성의 행정관을 속이려고 하는 자는 화를 입는 걸세!”
  “나는 아무도 속이지 않습니다. 그 제자가 내게 ‘그분이 이 집에 계시오’하고 말했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나는 그 집에 아주 가까이 갔을 적에 붙잡혀서 그분에게 안내되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분이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제자는 그들이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분이 벌써 성문 밖으로 나갔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어디로 가더냔 말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어쩌면 갈릴래아로 갔는지도… 여기서 사람들이 그분을 대우하는 꼴로 봐서!….”
  “바보에다 버릇없는 녀석! 말버릇 조심해. 이 최하층민! 어느 길로해서 갔느냐고 묻는 거야.”
  “아니, 내가 소경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란 말입니까? 소경이 혹 다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를 말할 수 있습니까?”
  “됐네. 우릴 따라 오게.”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구요?”
  “바리사이파의 지도자들에게로”
  “왜요? 그 사람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혹 그 사람들이 나를 고쳐 주어서 그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한단 말입니까? 내가 소경으로 구걸할 때, 내 손은 그 사람들의 돈을 만져본 적이 없고, 내 귀는 그 사람들에게서 동정의 말을 한번도 들은 일이 없고, 내 마음은 그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 내가 ‘고맙습니다’하고 말해야 할 사람은 그렇게도 많은 세월 동안 나를 불행한 그대로 사랑해 주신 아버지 어머니 다음으로는 한 사람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당신들의 사랑으로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처럼 당신의 온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셔서 고쳐 주신 저 예수님이십니다. 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만나러 가지 않겠습니다.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여기 있으면서 그분들의 얼굴을 보는 것을 즐기고, 아버지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봄 이래로 빛을 보지 못한 채 그 많은 봄을 지나고 나서 이제 겨우 태어난 내 눈을 보며 즐기시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 말구 우리를 따라 오게.”
  “안 갑니다! 안 가겠어요! 당신들은 혹 내 불행으로 인해서 창피해하는 내 어머니의 눈물을 씻어 준 적이 있습니까? 일을 해서 기진맥진한 내 아버지의 땀을 닦아 준 적이 있습니까? 이제는 내가 내모습으로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부모를 떠나서 당신들을 따라가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자네에게 명령하는 걸세. 자네가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성전과 백성의 지도자들이 명령하는 거야. 만일 병이 고쳐졌다는 오만으로 인해서 자네 지능이 막혀서 우리가 명령한다는 걸 일깨워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일깨워 주겠네. 자! 오라구!”
  “그러나 왜 내가 가야 합니까? 당신들은 나를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자네가 공술(供述)을 하라고 그러는 걸세. 오늘은 안식일이야. 안식일에 행한 일이란 말이야. 죄 때문에, 자네 죄와 저 사탄의 죄 때문에 그 행동은 기록되어야 한단 말이야.”
  “당신들이 사탄이고, 당신들이 죄입니다! 그런데 내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불리하게 진술을 해야 한단 말입니까? 당신들은 취했습니다! 나는 주님을 찬양하러 성전에 가겠습니다. 그 이상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눈이 멀어서 어두움 속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닫힌 내 눈꺼풀은 내 눈에만 어두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내 지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 속에, 하느님의 은총 속에 남아 있었는데, 내 지능은 이스라엘에 있는 오직 한 분뿐인 성인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내게 말해 줍니다.”
  “이봐, 그만 해둬! 자넨 행정관들에게 대항하는 자들은 벌을 받는다는 걸 모르는가?”
  “나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나는 여기 있고, 여기 그대로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해하는 것이 이로울 게 없습니다. 당신들이 보다시피 오펠 전체가 내 편입니다.”
  “그렇소! 그렇소! 비열한 자들! 하느님께서 그 사람을 보호하시오. 그 사람에게 손대지 마시오. 하느님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계시오!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오. 굶주리게 하는 자들과 위선자들!”
   사람들은 그들을 압제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천한 사람들의 분개나, 그들을 보호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의 폭발인 저 자발적인 시위중의 하나를 하며 소리를 지르고 위협한다. 그리고 외친다.
  “만일 당신들이 우리의 구세주를 치면 화를 입을 거요! 가난한 사람들의 벗! 삼중으로 거룩하신 메시아를! 당신들은 화를 입을 거요! 우린 우리가 원했을 때에는 헤로데의 분노도 지도자들의 분노도 무서워하지 않았소. 우린 이가 빠진 턱뼈를 가진 늙은 하이에나요. 발톱이 잘라진 재칼인 당신들의 분노를 무서워하지 않소. 쓸데없는 독선을 부리는 자들! 로마는 소요를 원치 않는데, 라삐는 평화이시기 때문에 라베를 압제하진 않소. 그러나 당신들은 알고 있소. 여기서 나가시오! 당신들의 욕심을 채우고 부끄러운 거래를 맺기 위한 돈을 장만하려고 수입보다도 더 호된 십일조를 매겨 압제하는 사람들의 동네에서 나가시오. 야손의 후손들! 시몬의 후손들! 진짜 엘르아잘과 거룩한 오니아를 고문하는 자들. 당신들은 예언자들을 업신여기오! 여기서 나가시오! 썩 나가요!” 소란은 점점 더 열을 띤다.
   낮은 담에 꼭 달라붙어서 그 때까지 사실을 주의깊게 구경하고 있었지만 행동은 하지 않고 있던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나이 먹고, 게다가 옷과 겉옷으로 몸이 갑갑하게 된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민첩하게 낮은 담 위에 올라서서 외친다.  
  “여러분, 조용하시오. 그리고 늙은 요셉의 말을 들으시오!”
   머리가 하나, 둘, 열이 소리 나는 쪽으로 돌려진다. 그 머리들은 요셉을 보고 그의 이름을 외친다. 분개해서 지르던 외침이 기쁨의 외침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아리마태아의 요셉은 잘 알려져 있고 서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요셉 어른이 계시다! 요셉 어른 만세! 의인에게 평화와 장수가 있기를! 불행한 사람들의 은인께 평화와 축복! 요셉 어른이 말씀하시게 조용합시다! 조용합시다!”
   쉽지 않게 조용해진다. 그리고 몇 분 동안은 막다른 골목 저쪽에 있는 키드론 개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든 머리가 그들을 반대편으로 들게 하던 대상, 즉 소란을 불러일으킨 불행하고 선견지명이 없는 다섯 사람은 잊어버리고, 요셉 쪽으로 향하여 있다.
  “예루살렘의 주민인 오펠의 여러분, 왜 의심과 분노로 분별을 잃습니까? 조상들의 계율에 항상 그렇게도 충실한 여러분이 왜 존경과 관습을 어기려고 합니까? 여러분은 무엇을 염려합니까? 혹 성전이 그가 받아들이는 것을 돌려주지 않는 몰록(사람을 제물로 바쳤다고 하는 셈족의 잡신)이기라도 할까봐 염려하는 것입니까? 혹 여러분의 재판관들이 모두 여러분의 친구가 눈이 멀었던 것보다도 더 눈이 멀고, 마음의 눈이 멀고, 정의의 문제에 있어서 귀가 먹었을 것 같습니까? 놀랄 만한 사실에 대해서는 증언을 해서 담당자에 의해서 이스라엘의 연대기를 위해 기록되고 보존되는 것이 관례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여러분이 사랑하는 라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기적을 받은 사람이 올라가서 라삐께서 하신 일에 대해 증언을 하게 허락하시오. 여러분은 아직 망설입니까? 그러면, 바르톨마이에게 아무런 해도 미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내가 보증합니다. 여러분은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요. 내게 소중한 아들처럼 저 위에까지 내가 동행을 하고, 나중에 이리 여러분에게도 도로 데려다 주겠습니다. 나를 믿으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지도자들에게 반항함으로 안식일을 죄의 날로 만들지 마시오.”
  “어르신네의 말씀이 옳아! 그렇게 해선 안 돼. 어르신네를 믿을 수있어. 저분은 의인이셔. 최고회의의 훌륭한 의결에는 항상 저분의 표가 있어.”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어 마침내 외친다.
  “어르신네께는, 예, 우리들의 친구이신 어르신네께는 이 사람을 맡겨 드립니다!”
   그리고 청년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가게! 염려 말고. 아리마태아의 요셉 어른하고 있으면, 자네 아버지와 같이 있는 것만큼이나, 그보다 더 안전하네.”
   그리고 그들은 청년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연단에서 내려 온 요셉에게로 갈 수 있도록 갈라선다. 그리고 그가 지나갈 때에 그들은 “우리도 가네. 염려 말게!” 하고 말한다.
   사치스러운 모직으로 만든 호화로운 옷을 입은 요셉은 젊은이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걷기 시작한다. 젊은이의 낡은 갈색 속옷과 작은 겉옷이 늙은 최고회의 위원의 짙은 빨간색의 넓은 옷과 훨씬 더 짙은 빛깔의 호화로운 겉옷을 스친다. 뒤에는 그 다섯 사람이 따라가고, 그 다음에는 수많은 오펠 사람들이 따라 간다.
   그들은 시내의 중심 거리를 지난 다음 성전에 이르렀는데, 많은 군중의 주의를 끌었다. 그 사람들은 전에 소경이었던 사람을 서로 손가락질 하여 가리키면서 말한다.
  “아니 저 사람은 구걸을 하던 소경인데! 지금은 눈이 있네! 그렇지만 그와 비슷한 사람인지도 모르지! 아니야, 틀림없이 그 사람이야. 그래서 성전으로 데리고 가는 거야. 우리도 가서 알아보세.”
   그래서 행렬이 점점 불어나고, 마침내 모두성전의 성벽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요셉은 젊은이를 많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있는 큰 방으로 데리고 가는데, 최고회의실은 아니다. 요셉이 들어가고, 그와 함께 바르톨마이와 그 다섯 사람도 들어간다. 오펠의 서민들은 마당으로 쫓겨났다.
  “이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이 사람이 라삐와 만나는 것과 병이 낫는 것을 보고 나서 내가 직접 이 사람을 여러분에게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라삐 쪽에서는 전혀 우연이었다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사람에게서 들으시겠지만, 이 사람이 라삐가 있는 곳에 인도된 것은, 아니 그보다도 가라는 권유를 받은 것은 여러분이 아시는 가리옷의 유다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유다가 나자렛의 예수로 하여금 기적을 행하도록 끌어들였는지를 나도 들었고, 이 두 사람도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와 같이 들었습니다. 이제 나는 여기서 증언합니다만, 만일 어떤 사람을 벌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소경도 아니고 라삐도 아니고, 가리옷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내 지능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면서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하느님께서 내려다보십니다. 이 사실을 계획적인 술책으로 유발한 만큼, 이 사실의 유일한 장본인입니다. 이상입니다.”
  “당신의 언명도 라삐의 잘못을 무효화하지는 못합니다. 제자가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스승은 죄를 지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그 사람은 안식일에 병을 고침으로 죄를 지었습니다. 그 사람은 육체노동을 했습니다.”
  “땅에 침 뱉는 것은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눈을 만지는 것도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이 사람을 만집니다. 그러나 내가 죄를 짓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안식일에 기적을 행했습니다. 여기에 죄가 있는 것입니다.”
  “안식일을 기적으로 영광스럽게 하는 것은 하느님과 그분 자비의 은총입니다. 안식일은 그분의 날입니다. 그런데 전능하신 분께서 당신의 능력을 빛나게 하는 기적으로 당신의 날을 축하하실 수 없습니까?”
  “우리는 당신의 말을 들으려고 여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피고가 아닙니다. 우리가 심문하고자 하는 것은 그 사람입니다. 이제 네가 대답해야 한다. 어떻게 시력을 얻었느냐?”
  “나는 그 말을 했고, 이 사람들이 내 말을 들었습니다. 그 예수의 제자가 어제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시오. 그럼 당신을 낫게 해주겠소.’ 그래서 갔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누군가가 진흙을 여기다 바르고 나더러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느꼈습니다. 그대로 했더니 눈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너를 고쳐 주었는지 아느냐?”
  “물론 압니다! 예수님입니다. 나는 이 말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합니다. 나는 보잘 것 없고 무식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경이었습니다. 이것만은 압니다. 그리고 그분이 나를 고쳐 주셨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그렇게 하실 수 있었으니, 하느님께서 분명히 그분과 같이 계십니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지 말아라! 하느님께서는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함께 계실 수가 없다”하고 어떤 사람들이 외친다.
   그러나 요셉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인 엘르아잘과 요한과 요아킴이 지적한다.
  “그러나 죄인은 그런 기적을 행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도 그 마귀들린 자의 꾐에 빠졌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공정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안식일에 일하는 사람과 함께 계실 수 없으시지만, 어떤 사람이 하느님의 도움없이 배냇 소경을 보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하고 엘르아잘이 침착하게 말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와 의견을 같이한다.
  “그럼, 마귀는 어디에 있다고 당신들은 말하는 것입니까?”하고 악한 자들이 공격적으로 외친다.
  “주님을 찬미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마귀가 할 수 있다고는 나도 믿지 못하고, 당신들도 믿지 못합니다” 하고 바리사이파 사람 요한이 말한다.
  “그런데 누가 주님을 찬미합니까?”
  “이 젊은이, 그의 부모, 오펠 사람들 모두,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나, 또 나와 더불어 의롭고 하느님에 대한 거룩한 두려움을 가진 모든 사람입니다”하고 요셉이 대꾸한다.
   악한 자들은 몹시 당황하여 어떻게 반박할지를 몰라 바르톨마이라고 하는 사도니아에게로 화살을 돌린다.
  “너는 네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 생각에는 그분이 예언자이고, 사렙타의 과부의 아들에 대한 엘리야보다도 더 위대한 예언자입니다. 왜냐하면 엘리야는 어린 아이에게 영혼을 돌아오게 했지만, 저 예수님은 내가 가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잃은 일도 없는 것, 즉 시력을 내게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 어머니가 아홉달 동안에 그의 살과 피로 만들어 주지 못한 눈을 그분이 진흙 조금을 빼놓고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내게 만들어 주셨으니, 그분은 진흙으로 사람을 만드신 하느님과 같이 위대하신 분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가라! 가! 하느님을 모독하는 놈! 거짓말쟁이! 매수당한 놈!”
   그러면서 그들은 그 사람을 지옥 선고를 받은 사람인 것처럼 내쫓는다.
  “저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실일 수가 없습니다. 배냇소경이 나을 수 없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말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아마 바르톨마이와 비슷한 사람으로 나자렛 사람이 준비한 자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르톨마이가 절대로 소경이 아니었던가.”
   이 놀라운 단언을 듣고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대꾸한다.
  “증오가 맹목적이라는 것은 카인 때부터 알려진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는 것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입니다. 여러분들 생각에는 어떤 사람이 추측할 수 있는, 그것도 매우 먼 장래의 어떤 눈부신 사건을 기다리기… 위하여 소경인 체하면서 완전한 성장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또는 바르톨마이의 부모가 그들의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이런 거짓말에 동의할 것 같습니까?”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은 가난합니다.”
  “나자렛 선생님은 그들보다 더 가난하십니다.”
  “거짓말입니다! 굉장히 많은 돈이 그의 손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그 돈이 잠시도 그 손 안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 돈들은 선을 위하여 쓰이지 거짓말을 위하여 쓰이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을 몹시도 옹호하시는군요! 그런데도 당신이 어른 중의 한 사람이라니!”
  “요셉의 말이 옳습니다. 사람은 어떤 직책을 맡고 있던지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하고 엘르아잘이 말한다.
  “뛰어 가서 소경을 다시 불러 이리 데려 오고, 다른 사람들은 부모를 찾아가서 이리 데려 오너라”하고 엘키아가 문을 활짝 열고, 밖에서 기다리던 어떤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외친다. 그리고 그의 입에 거의 거품이 일 정도로 증오로 숨이 막힌다.
   어떤 사람들은 이리 뛰어 가고, 어떤 사람들은 저리 뛰어 간다. 제일 먼저 돌아오는 사람은 놀라고 귀찮아하는 바르톨마이라고 불리는 사도니아이다. 그들은 그를 한 구석에 처박고, 사냥개의 떼가 사냥감을 노리듯이 바라본다….
  “너희들은 안으로 들어오고, 다른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라!”
   그들은 무서워하며 들어와서 아들이 저 안쪽에 원기 왕성하게 있지만, 구금 상태에 있는 것을 본다. 어머니는 탄식한다.
  “내 아들아! 우리에게는 오늘이 기쁜 날이어야 했는데!”
  “우리말을 들어라. 저 사람이 너희 아들이냐?” 하고 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거칠게 묻는다.
  “예, 우리 아들입니다! 저 애가 우리 아들이 아니고 누구란 말입니까?”
  “정말 확실하냐?”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질문에 하도 어리둥절해서 대답하기 전에 서로 바라본다.
  “대답해라!”
  “고귀한 바리사이님, 아버지 어머니가 그들의 아이를 잘못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까?”하고 아버지가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나… 너희들이 맹세할 수 있느냐?…. 그렇다 돈은 얼마간 주고서 너희 아들과 비슷한 사람인데, 너희 아들이라고 말하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말하라고 요청했다구요? 그래 누가 요청을 했단 말입니까? 맹세하라구요? 그야 당신이 원하시면 천번이라도, 그리고 하느님의 제단과 이름을 걸고라도 맹세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너무도 자신있게 그것을 단언하기 때문에 아무리 완고한 사람이라도 당황하게 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는다! 그들은 묻는다.
  “그러나 너희 아들은 소경으로 태어나지 않았지?”
  “천만에요, 그렇게 태어났었습니다. 눈꺼풀이 닫힌 채로, 그리고 그 밑은 비어서 아무 것도 없고….”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눈이 보이느냐? 저 사람은 눈이 있고 그위에서 눈꺼풀이 벌어진단 말이다. 너희들은 그래도 눈이, 봄에 꽃이 생겨나듯이 생겨나구 눈꺼풀이 꽃받침이 벌어지는 것과 똑같이 벌어진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고 다른 바리사이파 사람이 빈정거리는 웃음을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저 사람이 거의 30년째 우리 아들이고, 소경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어떻게 지금은 눈이 보이는지는 알지 못하고, 누가 저 애의 눈을 뜨게 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뿐 아니라, 저 애에게 물어 보십시오. 저애는 바보도 아니고 어린 아이도 아닙니다. 저애는 나이가 있습니다. 저애에게 물어 보십시오, 대답할 것입니다.”
  “너희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하고 계속 소경을 따라 다녔던 두사람 중의 하나가 외친다. “저 사람은 너희들 집에서 어떻게 고쳐졌는지, 누가 고쳐 주었는지 말했다. 왜 너희는 알지 못한다고 말하느냐?”
  “우리는 하도 놀라 정신이 멍해서 듣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변명하며 말한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바르톨마이라고 하는 사도니아에게 말한다.
  “너는 이리 나아오너라.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하느님을 찬양해라! 너는 네 눈을 만진 사람이 죄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그걸 알지 못해? 그러면 그걸 알아라. 그것을 아는 우리가 네게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들이 말하는 대로 라고 합시다. 나로서는 그분이 죄인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내가 소경이었었는데, 지금은 눈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분명히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네게 어떻게 했느냐? 어떻게 네 눈을 뜨게 했느냐?”
  “내가 당신들에게 벌써 말해서 당신들이 들었습니다. 이제 그 말을 또 다시 듣고 싶습니까? 왜요? 아마 당신들도 그분의 제자가 되고 싶은 모양이지요?”
  “바보 자식! 너나 그 사람의 제자가 되어라. 우리는 모세의 제자이고, 모세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해서는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또 하늘의 아무 기적도 그를 예언자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 희한한 점입니다! 그분이 어디서 왔는지 당신들이 알지 못하고, 아무 기적도 그분이 의인이라고 알려주지 않는다고 당신들이 말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내 눈을 뜨게 해 주셨는데, 이스라엘 사람 우리 가운데 아무도 그런 일을 일찌기 할 수 없었고, 어머니의 사랑도 내 아버지의 희생도 그런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들이나 나나 모두 아는 사실은 하느님께서 죄인의 청은 들어주시지 않고,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그분의 뜻을 행하는 사람의 청을 들어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온 세상에서 배냇소경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일을 하셨습니다. 만일 그분이 하느님에게서 오지 않으셨으면, 그 일을 하시지 못했을 것입니다.”
  “너는 온전히 죄 중에 태어났고, 네 정신은 네 육체보다도 더 불구인데, 우리에게 교훈을 주겠다고 하는 거냐? 이 보잘것없는 팔삭동이! 가라! 그리고 너를 타락시키는 자와 같이 사탄이 돼라. 나가라! 나가, 어리석고 죄많은 천민들, 모두!” 그러면서 아들과 아버지와 어머니를 문둥병자이기나 한 것처럼 밖으로 밀어낸다.
   세 사람은 빨리 가고, 친구들은 따라 간다. 그러나 성전 성곽 밖으로 나오자 사도니아는 뒤로 돌아서며 말한다.
  “그럼, 당신들은 거기 남아서 하고 싶은 대로 말하시오! 틀림없는 사실은 내가 눈이 보인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하느님을 찬미한다는 사실이오. 그리고 사탄은 당신들이 될 것이지, 나를 고쳐주신 착하신 분은 아니오.”
  “얘야, 입 다물어라! 잠자코 있어! 이 일로 우리에게 해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만!…”하고 어머니가 한탄한다.
  “아이고! 어머니! 그 방의 공기가 어머니의 마음을 중독 시켰습니까? 제 고통 중에서도 늘 하느님을 찬미하라고 가르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기쁜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감사할 줄을 모르고 사람들을 무서워하시니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기적을 주실 정도로 저를 사랑하시고 어머니를 사랑하셨는데,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시겠습니까?”
  “여보 당신 아들의 말이 옳소. 저들이 우리를 성전에서 쫓아냈으니, 우리 회당에 가서 주님을 찬미합시다. 안식일이 끝나기 전에 빨리 갑시다….”
   그리고 걸음을 재촉하면서 계곡의 길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