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지금도 팔레스티나의 길을 지치지 않고 걸어가신다. 강은 아직 오른쪽에 있고, 예수께서는 아름다운 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신다. 물이 햇빛을 받는 곳에서 파랗게 반짝이고, 나무 그늘이 짙은 초록색으로 비치는 강가 가까운 곳에서는 초록색을 띤 파란빛으로 보인다.
예수께서는 제자들 가운데 계신다. 바르톨로메오가 예수께 이렇게 묻는 것이 들린다. “그럼 우리는 정말 예리고로 갑니까? 어떤 계략을 염려하지 않으십니까?”
“염려하지 않는다. 나는 과월절을 지내려고 다른 길로 해서 예루살렘에 왔었고, 그들은 실망해서 이제는 어디서 군중들의 주의를 별로 끌지 않고 나를 잡을지를 알지 못한다. 바르톨로메오야, 내게는 외따로 떨어진 오솔길보다 사람이 많은 도시가 덜 위험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라. 대중은 착하고 진실하지만, 과격하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느라고 그들과 같이 있을 때 내가 붙잡히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뱀들은 쓸쓸한 곳과 그늘진 곳에서 활동한다. 또 그리고… 나는 아직도 오늘, 또 오늘, 또 오늘 일할 수 있다…. 그러다가 마귀의 시간이 되면, 너희들은 나를 잃을 것이다. 나중에 나를 다시 찾아내겠지만. 그것을 믿어라. 그리고 사건들이 내말과 그 어느 때보다도 모순되는 것 같을 때 그것을 믿을 줄 알아라.”
사도들은 괴로워서 한숨을 쉬며, 예수를 사랑과 고통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요한은 “안 됩니다!” 하고 신음소리를 내고, 베드로는 예수를 보호하려는듯이 그의 짧고 튼튼한 팔로 예수를 껴안으며 말한다. “오 내 주님, 내 선생님!”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에 참으로 많은 감정이 들어 있다.
“벗들아, 그렇다. 이 때문에 내가 온 것이다. 굳세어라. 태양을 향해 가면서 이마를 어루만지는 태양을 보고 미소를 보내는 어떤 사람과 같이 내가 얼마나 자신 있게 내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지 보아라. 내 희생은 세상에 태양이 될 것이다. 은총의 빛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내려올 것이고, 하느님과의 화해로 그 마음들이 기름지게 될 것이며, 내 수난의 공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늘나라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 말고 내가 무엇을 원한단 말이냐? 너희들의 손을 내 아버지이시며 너희들의 아버지이신 영원하신 분의 손에 갖다 놓으면서 ‘보십시오, 이 아들들을 아버지께 도로 데려왔습니다. 아버지, 보십시오. 이들은 깨끗합니다. 이들은 아버지께로 돌아올 수가 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 말이다. 너희들이 아버지의 품으로 바싹 다가서는 것을 보고 ‘아버지와 너희들이 이것 때문에 몹시 걱정을 했고, 서로 깊이 사랑하지 못한 것 때문에 괴로워했으니, 마침내 서로 사랑하여라’ 하고 말하는 것 말이다. 이것이 내 기쁨이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이 돌아옴, 이 용서, 이 결합의 완성에 가까이 가게 하는 하루하루가 너희들에게 하느님과 하느님의 나라를 주기위하여 번제를 완성해야겠다는 내 걱정을 증가시킨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는 장엄하시고 거의 탈혼 상태에 계신것 같다. 예수께서는 파란 옷과 더 짙은 빛깔의 겉옷을 입으시고, 아직 아침의 신선한 시간인데도 맨머리 바람으로 걸어가시며, 맑은 하늘의 파란 빛 속에서 당신의 눈이 보는 무엇인지 모를 환영에 미소를 보내시는 것 같다.
예수의 왼쪽 뺨을 어루만지는 해는 빛나는 그분의 눈길을 더 타오르게 하고, 가벼운 바람으로 일어나는 머리채와 빠른 걸음걸이를 금빛으로 반짝이게 한다. 해는 미소짓기 위하여 벌어지는 예수의 입술의 붉은 빛을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얼굴 전체를 기쁨으로 빛나게 하는 것 같다. 그 기쁨은 사실은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는 당신의 흠숭하올 마음속에서 오는 것이다.
“선생님, 한 마디 말씀드려도 됩니까?” 하고 토마가 묻는다.
“무슨 말이냐?”
“그저께 선생님은 구속자이신 선생님이 배반자를 가지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의 아들이신 선생님을 배반할 수 있겠습니까?”
“과연 사람은 아버지와 같이 하느님인 하느님의 아들을 배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배반자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마귀들린, 가장 마귀가 붙은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있는 마귀일 것이다. 막달라의 마리아는 일곱 마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의 마귀들린 사람은 베엘제불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베엘제불과 그 마귀의 측근 전체가 들어있을 것이다…. 오! 지옥이 그 마음속에 들어 있어, 마치 누가 어린 양을 푸주한에게 파는 것처럼 하느님의 아들을 그의 원수들에게 팔아넘길 대담성을 그에게 주리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선생님, 지금 그 사람이 벌써 사탄에게 사로잡혀 있습니까?”
“아니다, 유다야. 그러나 그 사람은 사탄에게로 기울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탄에게로 기울어진다는 것은 사탄에게로 떨어질 조건으로 스스로 들어간다는 뜻이다”(예수께서 가리옷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자기의 경향을, 고치기 위해서 선생님께로 오지 않습니까? 그 사람은 그걸 압니까? 또는 모릅니까?”
“만일 그 사람이 그것을 모른다면, 지금 죄가 있는 것처럼 죄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가 악을 향해 간다는 것을 알고, 거기서 빠져 나오겠다는 결심을 꾸준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심을 꾸준히 하고 있으면, 내게로 올 것이다…. 그러나 오지 않는다…. 독이 스며드는데, 내가 가까이 있는 것도 그것을 깨끗하게 하지 못한다. 그것을 바라기는 고사하고 그것을 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아, 너희들의 잘못은 내가 너희들에게 더 필요할 때에 너희들이 나를 피하는 것이다”(이것은 예수께서 안드레아에게 대답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어떤 때 선생님께로 왔습니까? 선생님은 그를 아십니까? 저희들도 그를 압니까?”
“마태오야, 나는 사람들이 나를 알기 전에도 그들을 안다. 너도 그것을 알고, 사람들도 그것을 안다. 내가 너희들을 알기 때문에 너희들을 불렀다.”
“그러나 저희가 그 사람을 압니까?” 하고 마태오가 재차 묻는다.
“그래 너희들은 너희 선생에게로 오는 사람들을 알지 못할 수가 있느냐? 너희들은 내 벗들이고, 나와 음식과 휴식과 피로를 함께 한다. 나는 내 집까지도, 내 거룩하신 어머니의 집까지도 너희들에게 열어 주었다. 내가 너희들을 그 집으로 데려가는 것은 거기서 풍기는 기운과 내 어머니의 목소리와 명령이 너희들로 하여금 하늘을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마치 의사가 어떤 병의 후유증에서 겨우 벗어난 그의 환자들을 다시 해롭게 될 수 있는 병의 나머지 증세를 이겨서 그들을 튼튼하게 하는 건강에 이로운 샘으로 데려가듯이 너희들을 내 어머니께로 데려간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내게로 오는 사람을 다 알고 있다.”
“어떤 도시에서 그를 만나셨습니까?”
“베드로야, 베드로야!”
“맞습니다, 선생님. 저는 험담하기 좋아하는 여자보다 더 나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랑입니다. 아시겠지요….”
“안다. 따라서 네 결점이 내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다고 네게 말한다. 그러나 그 결점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겠습니다, 주님.”
오솔길이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과 도랑 사이에 끼여서 좁아진다. 그래서 집단이 흩어진다. 예수께서는 마침 가리옷 사람과 말씀하시며, 그에게 지출과 애긍에 대한 명령을 주신다. 다른 사도들은 뒤에 두 사람씩 따라 온다. 베드로는 뒤에 혼자서 온다. 그는 곰곰 생각하고 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하도 그의 생각에 골몰해서 걷는 나머지, 그가 다른 사람들과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어! 여보시오!” 하고 지나가던 말탄 사람이 그를 불러 세운다.
“당신도 나자렛 선생과 같이 있소?”
“그렇소, 왜 그러오?”
“당신들 예리고로 가오?”
“당신은 그걸 꼭 알고 싶소? 난 아무 것도 알지 못하오. 나는 선생님을 따라 가고, 아무 것도 여쭈어보지는 않소. 선생님이 어디로가시든지, 좋소. 길은 예리고로 가는 길이오만, 우리가 데카폴리스로 돌아갈 수도 있을 거요. 그럴 수도 있는 일이오. 더 알고 싶거든, 선생님은 저기 계시오.” 그 사람은 말에 박차를 가한다. 그리고 베드로는 뒤에서 이상하게 얼굴을 찡그리면서 투덜거린다. “이 양반, 나는 당신을 신용하지 않소. 당신들은 모두 한떼의 개와 같단 말이오! 나는 배반자가 되고 싶지 않소. 나는 나 스스로에게 맹세하오. ‘이 입은 봉해져 있을 거다’하고. 자 이렇소.” 그리고 마치 입술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과 같은 표를 한다.
말탄 사람은 예수 계신 데로 가서 불러 세운다. 그로 인하여 베드로는 다른 사람들 있는 데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이 다시 떠나갈 때에 손으로 가리옷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맨 끝으로 온 베드로밖에는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런데 베드로는 그 인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베드로는 유다의 소매를 잡고 묻는다.
“누군가? 저 사람을 아나? 어떻게?”
“안면은 있네. 예루살렘의 부자야.”
“자넨 고위층에 친구들이 있구먼! 좋아…, 잘만 된다면 말 좀 해보게. 저 여우같은 얼굴은 한 사람이 자네에게 그렇게도 많은 일을 말해 주는 건가?….”
“무슨 일을?”
“그야, 선생님에 대해서 자네가 안다고 말하는 그 일들 말이야!” “내가?”
“그래, 자네가. 자넨 저 비가 오고 진흙이 질척거리던 날을 기억못하나? 강물이 불었을 때 말이야.”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 자네는 기분이 나빴을 때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나는 예수께 해가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생각하네, 일이고, 사람이고, 친구고, 원수고… 그리고 나는 예수께 해를 끼치고자 하는 사람에게 내가 하는 약속을 지킬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네. 안녕.”
유다는 베드로가 가는 것을 이상한 태도로 바라본다. 놀람과 고통과 원한이 있고, 그 이상의 것. 증오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베드로는 예수 계신 곳까지 가서 예수를 부른다.
“오! 베드로! 오너라!” 그러시면서 그의 어깨에 팔을 얹으신다.
“그 텁수룩한 유다인은 누구였습니까?”
“텁수룩하다고, 베드로야? 그 사람 한껏 모양을 내고, 향기를 풍기던 걸!”
“그의 양심이 텁수룩합니다. 예수님, 경계하십시오.”
“내게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네게 말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어떤 경계도 나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구하기를 원해도 말이다. 만일 내가 나를 구하고자 하면 돌들까지도 소리를 지르며 나를 끌고 갈 것이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경계하십시오…. 선생님?”
“무슨 일이냐, 베드로야?”
“선생님… 말씀 드릴 일 하나가 있고, 제 마음을 찍어 누르는 무거운 짐이 있습니다.”
“한 가지 일? 무거운 짐?”
“예. 무거운 짐은 죄이고, 일은 충고입니다.”
“죄부터 시작해라.”
“선생님… 저는… 저는 미워합니다…. 선생님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시니까 제가 미워하지 않으면, 보십시오. 저희들 중의 한 사람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낍니다. 저는 발정기에 있는 뱀들의 역한 냄새가 나오는 굴 옆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뱀들이 선생님을 해치려고 그 굴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은 뱀굴이고, 그 자신 마귀와 발정기에 있습니다.”
“어디서 그런 결론을 끌어내느냐?”
“체!… 모르겠습니다. 저는 촌놈이고 무식쟁이입니다. 그러나 바보는 아닙니다. 저는 바람과 구름을 알아채는 데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채게도 됩니다. 예수님… 저는 무섭습니다.”
“베드로야, 판단하지 말아라. 의심해서는 안 된다. 의심은 망상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있지 않은 것들을 보게 된다.”
“제발 아무 것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베드로야, 그게 누구냐?”
“가리옷의 유다입니다. 유다는 고위층에 친구들을 가졌다고 자랑합니다. 그리고 방금 그 수상한 사람이 아는 사람에게 인사하듯이 그에게 인사했습니다. 전에는 그런 친구들이 없었는데요.”
“유다는 돈이나 물건을 받고 나누어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부자들 집에 드나들 기회가 있다. 그는 빈틈없이 행동한다.”
“예, 빈틈없이 행동합니다…. 선생님, 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선생님은 수상히 여기지 않으십니까?”
“베드로야, 너는 네 마음 때문에 내게 소중하다. 그러나 나는 네가 완전하기를 원한다. 순종하지 않는 사람은 완전하지 못하다. 나는 판단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선, 선생님은 제게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데….”
“우리는 곧 예리고 근처에 가게 될 터인데, 거기서 우리를 자기 집에 받아들일 수 없는 어떤 여인을 기다린다….”
“왜요? 죄녀 입니까?”
“아니다. 불행한 여자이다. 너를 몹시 걱정시킨 그 말탄 사람이 나더러 그 여자를 기다리라고 말하러 왔었다. 그래서 내가 그 여자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기다리겠다. 그런데 그 여자와 또 그 말탄 사람에게 내 행방을 일러준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유다이다. 유다가 그 유다인을 아는 진정한 이유를 알겠지.”
베드로는 부끄러워서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다문다. 아마 확신은 가지지 못하고 아직 호기심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자코 있다.
예수께서는 도시의 성곽 밖에서 걸음을 멈추시고, 피곤하셔서 샘위에서 해를 가려 주는 작은 숲의 그늘에 앉으신다. 샘 근처에서는 네발짐승들이 수조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제자들도 앉아서 기다린다. 이곳은 이 도시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동네인 것 같다. 분명히 여행 중에 있는 상인들의 소유일 것이 틀림없는 말과 나귀들을 빼놓고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짙은 빛깔 겉옷에 푹 감싸이고 얼굴을 거의 가린 한 여자가 이쪽으로 온다. 두껍고 짙은 빛깔의 배일이 얼굴 중간까지 내려왔다. 조금 전의 말탔던 사람이 이제는 걸어서 그 여자와 같이 오고, 화려한 옷을 입은 다른 사람 셋도 같이 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당신들에게 평화.”
“이 여자입니다. 말씀을 들으시고, 이 여자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내가 할 수 있으면요.”
“선생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습니다.”
“사두가이파 사람인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시오?” 사두가이파 사람은 아까 말을 타고 왔던 사람이다.
“저는 제가 보는 것은 믿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소?”
“보았습니다.”
“그러면 왜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아시오?” 말이 없다.
“당신이 어떻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 내게 말할 수 있겠소?” 말이 없다.
예수께서는 이제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도 상관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여자에게 말씀하신다.
“무슨 일이오?”
“선생님 … 선생님 ….”
“걱정하지 말고 말하시오.”
여자는 같이 온 사람들을 힐끗 곁눈질 해 본다. 그런데 그들은 이 곁눈질을 그들 나름대로 해석한다.
“이 여자의 남편이 병이 들었는데, 그를 고쳐 주십사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헤로데의 조정에 유력한 인사입니다. 선생님은 그의 청을 들어 주시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이 여자가 유력하기 때문에가 아니라 불행하기 때문에, 만일 할 수 있으면, 청을 들어주겠소. 이 말은 내가 벌써 한 말이오. 당신 남편이 어떻게 되었소? 남편은 왜 오지 않았소? 그리고 왜 내가 남편을 만나러 가는 것을 싫어하시오.”
또 말이 없고, 또 다시 힐끗 곁눈질을 한다.
“증인없이 내게 말하고자 하는 거요? 이리 오시오.” 그들은 몇 걸음 비켜난다.
“말하시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믿습니다. 선생님께 제 남편과 저와 저희들의 불행한 생활을 모두 아신다고 확신할 만큼 저는 선생님을 믿습니다…. 그러나 제 남편은 믿지 않습니다…. 남편은 선생님을 미워합니다…. 남편은….”
“그러나 당신 남편은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은 내게 대한 믿음만 없는 것이 아니고, 참 하느님께 대한 믿음도 없소.”
“아! 선생님께서도 아십니까?” 그 여자는 절망적으로 운다.
“제 집은 지옥입니다! 지옥이요! 선생님께서는 마귀들린 사람들을 구해 주십니다. 그러니까 마귀가 어떤 것인지 아십니다. 그러나 저 치밀하고 영리하고 불성실하고 유식한 마귀를 아십니까? 그 사람이 어떤 퇴폐로 이끌어 가는지 아십니까? 그 주위에 어떤 파멸을 만들어 놓는지 아십니까? 제 집이요? 그것이 집입니까? 아닙니다. 지옥의 문지방입니다. 제 남편이요? 그것이 제 남편입니까? 이제는 병이 들어서 제게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건강하고 사랑을 갈망할 때에, 저를 안고, 저를 붙들고, 저를 차지하던 것이 사람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마귀의 나사에 붙들려 있어서, 마귀의 숨결을 느끼고, 성가시게 구는 마귀와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남편을 몹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저는 그의 아내입니다. 그리고 남편은 제가 겨우 어린 아이를 면했을 때에 제 처녀성을 차지했습니다. 그때 저는 겨우 열네 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첫시간을 기억하고, 또 그 첫시간과 더불어, 처음에는 제 안에 있는 가장 훌륭한 것으로, 그 다음에는 살과 피로 저를 여인이 되게 한 첫번 포옹의 숫된 느낌을 다시 생각할 때면, 남편이 강신술(降神術)로 더럽혀졌다는 것을 생각하고 몸서리치며 물러나곤 했습니다. 제게는 욕심을 채우려고 저를 찍어 누르고 있는 것은 제 남편이 아니라, 그가 불러내는 죽은 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지금도 남편이 죽어가면서도 그 마술에 잠겨 있는 것을 보기만 해도, 그에 대한 혐오감을 느낍니다. 제가 보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사탄입니다. 오! 제 고통은 어떤 고통입니까! 죽을 때에도 저는 남편과 같이 있지 못할 것입니다. 율법이 그것을 금하니까요. 선생님, 제 남편을 구해 주십시오. 그에게 바로잡을 시간을 주도록 그를 고쳐 주시기를 청합니다.” 여자는 극도로 불안해하며 운다.
“가엾은 여인! 나는 그 사람을 고쳐 줄 수가 없소.”
“주님, 왜요?”
“그 사람이 낫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오.”
“아닙니다. 남편은 죽음을 무서워합니다. 아닙니다, 낫기를 원합니다.”
“그 사람은 그것을 원치 않소, 그 사람은 미치광이도 아니고, 자기의 처지를 알지 못하는 마귀들린 사람도 아니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풀려나기를 원치 않는 마귀들린 사람도 아니오. 억압받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오. 그 사람은 그렇기를 원하는 사람이오. 그는 그가 하는 일이 금지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그는 자기가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저주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대로 계속하고 있소. 내가 우선 그의 영혼부터 시작해서 고쳐 주더라도 그는 악마적인 향락으로 돌아갈 거요. 그의 의지가 타락했소. 그는 반역자요. 나는 할 수 없소.”
여자는 더 크게 운다. 그 여자와 같이 온 사람들이 그 여자에게로 가까이 온다.
“이 여자를 만족시켜 주지 않으십니까, 선생님?”
“나는 할 수 없습니다.”
“내가 당신들에게 그 말을 했었소. 그런데 그 이유는요?”
“사두가이파 사람인 당신이 그것을 물으시오? 열왕기를 참조하시오. 사무엘이 사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또 엘리야가 오코지아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읽어 보시오. 예언자의 영은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자기를 불러냄으로 자리를 뜨게 했다고 왕을 비난하오. 그렇게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창조주이시고 주님이시며, 생명과 죽은 사람들을 지키는 분이신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면, 례위기를 읽어 보시오. 죽은 자들과 산 사람들이 하느님의 손 안에 있으니, 당신들에게는 그들을 하느님의 손에서 빼앗는 것이 허용되지 않소. 참된 호기심으로도, 독성적(毒性的)인 폭력으로도, 저주받은 불신으로도,
당신들은 무엇을 알고자 하오? 영원한 미래가 있는가 하고? 그러면서 당신들은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고 있소. 하느님이 한 분 계시면 하느님도 조정(朝廷)을 가지셨을 거요. 그런데 그 조정은 하느님과 같이 영원한 영으로 이루어진 영원한 것이 아니오? 당신들이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왜 하느님의 말씀을 믿지 않소? 하느님의 말씀은 ‘점을 치지 말고, 꿈을 관찰하지 말라’고 하시지 않았소? 하느님께서는 ‘누가 마술사와 점쟁이에게 문의하고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 내 얼굴을 그에게로 돌리고 그를 그의 백성 가운데에서 추방하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소? ‘너희들의 형편에 맞는 신들을 만들어 가지지 말라’고 말씀하시지 않소?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요? 사마리아 사람과 미친 사람들이요, 그렇지 않고 이스라엘의 아들들 이오? 그리고 당신들은 무엇이오? 바보들이오, 그렇지 않고 이치를 따질 수 있는 사람들이오? 또 만일 당신들이 영혼의 불사불멸을 부인하기 위하여 추론을 한다면, 왜 죽은 사람들을 불러내시오? 만일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저 무형의 부분이 불멸의 것이 아니라면, 죽은 다음에는 사람에게서 무엇이 남아 있소? 부패와 해골, 벌레가 파먹고 남은 검게 타버린 해골이오. 또 만일 당신들이 그의 건강을 회복시켜 달라고 청하는 그 사람이 하는것과 같이, 병나음과 돈과 대답을 얻기 위하여 우상들과 징조들에 도움을 청할 정도로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소? 왜 이 말을 하냐 하면, 당신들은 당신들 형편에 맞는 신들을 만들어 가지고, 그들이 하느님께서 당신들에게 하시는 말씀보다 더 참되고 더 거룩하고 더 숭고한 말을 해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오. 이제 나는 당신들에게 엘리야가 오코지아에게 한 것과 같은 대답을 하겠소. ‘당신은 왜 이스라엘에 문의할 수 있는 하느님이 안 계신 것처럼 아카론의 신인 베엘제불에게 문의하라고 사자들을 보냈소? 이 때문에 당신이 올라간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것이고, 당신은 틀림없이 죄 중에서 죽을 것이오’하고.”
“역시 당신이 우리를 모욕하고 공격하는구려. 나는 당신에게 지적하겠는데, 우리가 당신에게로 온 것은….”
“나를 함정에 끌어넣으려고 온 것이지요. 그러나 나는 당신들의 마음을 알아채오. 이스라엘의 적에게 매수된 헤로데 당원들, 가면을 벗으시오! 거짓되고 잔인한 바리사이파 사람들, 가면을 벗으시오! 진짜 사마리아 사람들인 사두가이파 사람들, 가면을 벗으시오! 사실과 반대되는 말을 하는 율법학자들, 가면을 벗으시오! 하느님의 율법을 어기고, 진리의 적이고, 악의 공모자인 당신들 모두, 가면을 벗으시오! 하느님의 집을 더럽히는 사람들, 가면을 벗으시오! 약한 양심들을 끌고 가는 당신들, 가면을 벗으시오! 희생자를 스치고 지나온 바람 속에서 희생자의 냄새를 맡고, 그 발자취를 따라 가며, 죽이기에 유리한 시간을 기다리며 길목을 지키고, 피의 맛을 미리 맛보는 입술을 핥으며, 그 시간을 꿈꾸는 재칼같은 사람들, 가면을 벗으시오! …
민족들 가운데에서도 ‘맏아들의 권리를 강낭콩 한줌보다도 못한 값을 받고 팔아서 축복을 받지 못하게 된 고물 장수와 밀통자들. 다른 민족들이 하느님의 어린 양의 털로 짠 옷을 입을 것이고, 참 그리스도들처럼 지극히 높으신 분의 눈앞에 나타날 것이오. 그리고 그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당신의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실 거요. ‘이것이 내 아들의 향기이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꽃이 만발한 밭의 냄새와 같은 향기! 너희들 위에 하늘의 이슬인 은총이 내릴 것이고, 너희들 안에 땅의 풍요함, 즉 내 피의 열매들이 있을 것이다. 너희에게 밀과 포도주의 풍요가 있을 것이니, 즉 사람들이 생명을 얻고 내게 대한 기억을 하라고 내가 그들에게 줄 내 몸과 내 피이다. 민족들이 너희들에게 봉사하고, 사람들이 너희 앞에 머리 숙이기를 바란다. 내 어린 양의 표가 있을 그곳에 하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땅은 하늘에 복종할 것이다. 내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신의 왕이며, 내 그리스도의 도움을 바라면서 이 빛을 향하여 다른 사람들이 눈을 돌릴 것이므로, 너희들은 너희 형제들의 우두머리가 될 것이다. 그들 앞에 너희들의 어머니의 아이들, 즉 땅이 머리 숙이기를 바란다. 그렇다, 땅의 모든 자녀들이 어느날 내 표 앞에서 머리를 숙일 것이다. 너희들을 저주하는 사람은 저주를 받고, 너희에게 축복하는 사람은 축복을 받기 바란다. 너희들에게 주는 저주와 축복이 너희들의 아버지요 너희들의 하느님인 내게로 오기 때문이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오. 당신들의 영혼의 사랑하는 신부 같은 참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면서 사탄과 그의 거짓 주의와 밀통하는 밀통자들, 당신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오. 암살자들, 당신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오. 양심의 암살자들, 육체의 암살자들. 여기에 당신들의 희생자가 있소. 그러나 암살을 당하는 마음이 둘 있지만, 육체는 요나의 시간만큼 밖에는 당신들이 가지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그는 자기의 불멸의 본질과 결합하여 당신들을 심판할 것이오.”
이 논고를 하시는 예수님은 무서우시다. 무시무시하시다! 나는 마지막 날에 이러하시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암살자들이 어디 있소? 당신은 헛소리를 하고 있소! 당신이 베엘제불의 밀통자요. 당신은 베앨제불과 밀통하고, 그이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의 우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에는 당신이 능력이 없소.”
“사탄은 자기 자신을 내쫓지 않소. 그런데 나는 마귀들을 내쫓소. 그러면 누구의 이름으로 내쫓는 거요?” 대답이 없다.
“대답하시오!”
“아니, 이 마귀 접한 자를 상관할 필요가 없소! 내가 당신들에게이 말을 했었는데, 당신들은 믿지 않았소. 이자에게서 직접 들으시오. 나자렛의 미치광이, 대답하시오. 쉬에만플로라스크를 아시오?”
“나는 그것이 필요없소!”
“당신들 들었지요? 또 한 가지 질문 하겠소. 당신 에집트에 간 일이 없소?”
“간 일이 있소.”
“보시오. 누가 강신술사이고, 누가 사탄이오? 소름끼치는 일이오! 아주머니, 오시오. 당신의 남편은 이 자에 비하면 성인이오. 오시오!…. 아주머니는 정결례를 해야겠습니다. 사탄을 만졌으니까!….” 그러면서 그들은 심한 불쾌감을 나타내는 몸짓을 하며 우는 여인을 끌고 간다.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시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신다.
“선생님… 선생님….” 사도들은 예수의 맹렬함과 동시에 유다민들의 말 때문에 겁을 집어먹었다.
베드로가 질문을 하는데, 그 말을 하면서 몸을 몹시 구부린다.
“그 사람들의 마지막 질문은 무슨 뜻이었습니까? 그것이 무엇입니까?”
“뭣 말이냐? 쉬에만플로라스크 말이냐?”
“예. 그게 뭡니까?”
“그것은 생각하지 말아라. 그들은 진리를 거짓말과 혼동하고 하느님을 사탄과 혼동한다. 그리고 그들의 악마적인 교만으로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뜻에 따르시기 위하여는 당신의 야훼라는 말로 청원을 받으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은 아버지와 더불어 참된 언어로 말하며, 이 언어를 통해서 아버지와 아들 서로간의 사람으로 기적들이 행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왜 그 사람이 선생님께 에집트에 가신 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까?”
“악은 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고발장을 내기 위하여는 가장 해가 없는 것들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 에집트 땅에 머무른 것이 그들이 복수를 할 시간에 고소 조항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너희들과 너희 후계자들은 몹시 교활한 사탄과 그의 충실한 종들을 상대할 때에는 이중으로 간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라. 이 때문에 내가 너희들에게 ‘비둘기처럼 순진하지만 말고 뱀처럼 꾀바르라’고 말했다. 이것은 마귀의 손에 아주 작은 무기도 들려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것도 소용없다. 가자.”
“어디로 갑니까, 선생님? 예리고로 갑니까?”
“아니다. 배를 타고 다시 데카폴리스로 건너가자. 에논이 있는데까지 요르단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배를 내리자. 그런 다음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다른 배를 타고 티베리아로 건너가고, 거기서 가나와 나자렛으로 가자. 나는 어머니가 필요하다. 너희들도 내 어머니가 필요하다. 그리스도가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을 마리아는 침묵으로써 한다. 내 능력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내 어머니의 순결이 한다. 오! 어머니!”
“선생님, 우십니까? 선생님 우십니까? 오! 안 됩니다! 저희가 선생님을 지키겠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나는 울지 않는다. 그리고 나를 해치고자 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우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 벽옥(碧玉)보다도 더 굳고, 그들 중의 많은 마음에 대해서 내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너라, 벗들아.”
일행은 강가에 이르러서 배로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것이 이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