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원에서 취하는 휴식은 기분 좋다. 그러나 아직 해가 있을 때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 현명하다. 산을 뒤덮고 있는 둥근 천장같은 나무들의 잎들 아래에 밤이 이내 오고 어두워질 터이니까.
예수께서 먼저 일어나셔서, 작은 샘을 이룬 작은 시내에 가셔서 세수를 하시고 손발을 시원하게 하신다. 그리고 풀숲에 잠들어 있는 사도들을 부르셔서 준비를 하고 떠나자고 권하신다. 그리고 사도들이 당신을 본받아 차례로 시원한 개천에서 세수를 하고, 바위에서 나오는 물줄기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는 동안, 예수께서는 작은 풀밭 끝, 동쪽 경계에 있는 수백년 된 두 나무 근처로 가셔서 그들을 기다리시며 먼 지평선을 바라보신다.
필립보가 제일 먼저 예수 계신대로 와서 선생님이 바라보시는 쪽으로 바라보면서 말한다. “전망이 아름답습니다! 이 경치를 감상하십니까?”
“그렇다. 그러나 나는 아름다운 전망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을 보고 계셨습니까? 혹 이스라엘이 위대하게 되었을때, 지난 세월에 우리를 괴롭혔고, 지금도 아직 우리의 비탄인 레바논과 오론테강* 너머에 있는 저곳들에 대해서 생각하셨습니까? 그곳에 지방 총독으로 우리를 억압하는 세력의 중심이 있으니까요. 사실 그들에 대해서 한 예언자가, 아니 그 보다도 여러 예언자가한 예언은 무섭습니다. ‘나는 앗시리아인을 내 땅에서 분쇄하겠고, 내산 위에서 짓밟겠다…. 그것은 여러 민족 위에 뻗는 손이다…. 그런데 그 손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 보라, 다마스커스가 없어지게 될 것이고, 마치 폐허의 돌무더기처럼 남을 것이다…. 우리를 약탈한자들이 이런 일을 당할 것이다.’ 이사야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예레미야도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다마스커스의 성곽에 불을 놓을 것이며, 그 불은 베나답의 성벽들을 휩쓸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언약되신 분인 이스라엘의 왕이 왕권을 잡을 때,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메시아 왕을 주시어 그들을 용서하실 때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오! 에제키엘이 이 말을 했습니다! ‘너희 이스라엘의 산들아, 이스라엘 백성이 곧 돌아올 것이니, 그들을 위하여 너희 가지들을 돋아나게 하고, 너희 열매를 맺어라…. 내가 내 백성을 너희들에게 다시 데려올 것이니, 그들은 너를 상속재산으로 가질 것이다…. 나는 이제 네게 대한 여러 민족들의 모욕을 들지리 않게 하겠다….’ 또 시편은 에탄 에스라이타와 더불어 이렇게 노래합니다. ‘나는 내 종 다윗을 찾아내서, 그에게 내 거룩한 기름을 발라 주었다. 내 손이 그를 도울 것이니… 원수가 그에 대하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내 이름으로 그의 능력이 커질 것이다…. 그는 바다를 향하여 손을 펼 것이고, 강들을 향하여 그의 오른손을 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를 세상의 왕들의 맏이와 지배자를 만들겠다.’
그리고 솔로몬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는 해와 달만큼 오래 갈 것이고… 이 바다에서 저 바다까지, 강에서 땅의 극변에 이르기까지 지배할 것이다…. 땅의 모든 왕들이 그에게 경배할 것이고, 모든 민족이 그의 신민이 될 것이다….’ 선생님이 메시아이십니다. 선생님께 영과 육의 모든 표가,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표가 있으니까요. 다윗의 후손이신 메시아 왕, 거룩하신 왕이신 선생님께 알렐루야!”
“알렐루야!” 하고 예수와 필립보에게 합류하여 필립보가 하는 말을 들은 다른 사도들이 일제히 외친다. 그러니까 알렐루야 소리는 메아리지며 협곡에서 협곡으로, 언덕에서 언덕으로 울려 퍼진다. 예수께서는 매우 서글프게 그들을 바라보신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하신다. “그러나 너희들은 다윗이 그리스도에 대해서 말한 것과 이사야가 그리스도에 대해서 말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너희들은 예언자들의 단 꿀을 먹고 취하게 하는 술을 마신다…. 그러나 왕중 왕이 되기 위하여 사람의 아들은 쓸개와 초를 마셔야 하고, 그의 피로 물든 붉은 옷을 입어야 하리라는 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희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너희 탓이 아니다…. 그리고 너희의 잘못된 이해는 사랑이다. 나는 너희에게 다른 사랑이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너희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많은 세월을 두고 쌓여 온 죄가 사람들에게 빛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그러나 빛이 벽을 부수고 너희들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가자.” 그들은 고원으로 올라가려고 버렸던 좁고 가파른 길로 돌아와서  계곡을 향하여 빨리 내려간다. 사도들은 낮은 목소리로 서로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필립보가 앞으로 뛰어서 선생님께로 와서 묻는다. “주님, 제 말씀이 마음에 언짢았습니까? 제가 원하던 것은… 제게 대해서 원한을 품으셨습니까?”
“아니다, 필립보야. 그러나 나는 너희들만이라도 이해했으면 한다.”
“선생님은 그쪽을 대단한 갈망을 가지고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나를 아직 보지 못했고, 장차도 보지 못할 그 많은 곳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 시간이 빨리 지나가니까…. 사람의 시간이 얼마나 짧으냐! 그리고 사람의 행동은 얼마나 느리냐!…. 영은 세상의 한계를 얼마나 절실히 느끼느냐!…. 그러나… 아버지,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그러나 선생님은 옛날 지파(支派)들의 모든 지방을 두루 다니셨습니다. 적어도 한번은 선생님이 그 지방들을 거룩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열두 지파를 손에 잡으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런 다음 너희들은 시간이 없어서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하여라.”
“강물을 멈추게 하시고 성난 바다를 가라앉히시는 선생님이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실 수는 없습니까?”
“그렇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땅에 있는 아들과 하늘과 땅에 계신 사랑은 용서를 완수하기를 열망하신다….”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깊은 명상에 잠기신다. 필립보는 그 명상을 존중하여 예수를 혼자 남겨두고 동료들에게로 다시 가서 예수와의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제는 계곡이 가까웠고, 벌써 길이 하나 보이는데, 남쪽에서 와서 서쪽으로 향하여 가는 진짜 대로이다. 그 길은 바로 산밑에서 구부러지며 산밑을 따라 가다가 개울 가까이에 있는 녹음 속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마을 쪽으로 간다. 개울 바닥은 여기저기 남아 있는 몇대의 갈대와 더불어 거의 돌들만이 차지하고 있는데, 갈대들은 특히 정말 실같이 가느다란 물줄기가 고집스럽게 바다 쪽으로 흘러 가고 있는 개울 바닥 한가운데에 남아 있다.
큰 길로 들어서기 전에 모두가 모였다. 그러나 몇 미터밖에 가지 않았는데 남자 두 사람이 마주 와서 인사를 한다.
“유대교 선생들의 두 제자이고, 그중 한사람은 성직자인데, 무슨 일이지?” 하고 사도들이 자기들끼리 말하는데, 이 만남을 도무지 기뻐하지 않는다. 나는 사도들이 무엇을 보고 그들이 제자들이라는 것과 그중 한 사람이 성직자라고 추론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옷의 매듭과 술장식의 뜻과 다른 비밀들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두 사람에게서 2미터 가량 되는 곳에 계시고, 또 이제는 걸어가거나 말을 탄 길손들이 서둘러 마을 쪽으로 가서 길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조금도 불분명한 점이 없게 되자 그들의 되풀이되는 인사에 답례를 하시고, 걸음을 멈추시고, 그들을 기다리신다. “선생님께 평화”하고 처음에는 그저 몸을 깊이 숙여 인사하는데 그쳤던 성직자가  이제는 말을 한다.
“당신에게 평화, 그리고 당신에게도”하고 예수께서 또 한 사람을 향하여 말씀하신다.
“선생은 예수라고 하는 선생님이십니까?”
“그렇소.”
“한 여인이 열두시 전에 시내에 들어와서 가믈리엘보다 더 위대한 선생님과 길에서 말을 했다고 하면서, 그 선생님이 지혜로우신 것 외에 친절하시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그 소식이 저희들에게까지 왔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예루살렘으로 출발하는 것을 미루고 저희를 있는 대로 모두 보내면서 선생님을 찾아내라고 했습니다. 지스칼라에서 평야의 길들 쪽으로 내려가는 길마다 두 사람씩을 보냈습니다. 선생님들은 그들의 이름으로 저희들을 통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질문하고자 하니까 시내로 오십시오’하고.”
“그런데 무슨 동기로 그러는 거요?”
“지스칼라에서 일어나서 그 결과가 아직 지속되는 어떤 사건에 대해서 선생님의 의사를 표시해 주십사하고 그러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심판을 내릴 수 있는 위대한 이스라엘의 박사들이 있지 않소? 왜 알려지지 않은 선생에게 부탁하는 거요?”
“만일 선생님이 그 선생들이 말하는 그분이시면 알려지지 않으신 분이 아니십니다. 나자렛의 예수가 아니십니까?”
“내가 그 사람이오.”
“선생님의 지혜가 그 선생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내게 대한 그들의 원한을 알고 있소.”
“선생님,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장 위대하고 가장 외로운 분이 선생님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나도 그것은 아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도 않소. 그 사람은 나를 연구하고 있소. 그러나 가믈리엘 선생이 지스칼라에 계시오?”
“아닙니다. 그분은 안식일 전에 세포리스에 가기 위해 벌써 떠났습니다. 판결이 있은 후 즉시 떠났습니다.”
“그러면 왜 나를 찾소? 나도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데, 내가 겨우 시간에 대서 그곳에 갈 수 있겠소. 나를 더 이상 붙잡지 마시오.”
“선생님, 겁을 내시는 겁니까?”
“나는 겁내지 않소. 지금 당장은 내 적들에게 아무런 능력도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오. 그러나 나는 현자들에게 판결하는 기쁨을 남겨 주오.”
“무슨 뜻입니까?”
“나는 심판하지 않고, 용서한다는 뜻이오.”
“선생님은 다른 누구보다도 더 잘 판단하십니다. 가믈리엘 선생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가믈리엘 선생은 ‘나자렛의 예수만이 여기서 공평하게 판결할 수 있을 것이다’하고 말했습니다.”
“좋소. 그러나 이제는 당신들이 판결을 내렸으니, 문제가 재검토될 수는 없소. 나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격정을 가라앉히라는 충고를 했을 거요. 잘못이 있었다면 죄지은 사람이 뉘우치고 속죄를 할 수 있었을 거요. 만일 죄가 없었다면, 그 형벌이 없었을 거요. 그 형벌이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눈으로 보시기에는 계획적인 살인이오.”
“선생님! 아니, 어떻게 아십니까? 여인은 선생님이 그 여인과 사업이야기만 하셨다고 맹세했는데요…. 그런데… 선생님이 아시니… 그러면 선생님은 정말 예언자이십니까?”
“나는 그저 나요. 안녕, 당신에게 평화. 해가 지평선으로 내려오고 있소.” 그러시면서 마을 쪽으로 가시려고 등을 돌리신다.
“선생님, 잘 하셨습니다! 틀림없이 그들이 선생님에 대해 계략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사도들은 선생님과 공동책임을 진다. 그러나 그들의 칭찬과 그들의 이치는 지스칼라로 다시 올라가시자고 예수께 간청하려고 쫓아온 아까의 그 두 사람에 의하여 중단된다.
“안 되오. 길 가는 중에 해가 지고 말 거요. 당신들을 보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시오. 나는 율법을 지키는 것이 안식일의 계명보다 더 큰 계명, 즉 사랑의 계명을 침해하지 않을 때에는 항상 율법을 지킨다고.”
“선생님, 선생님, 제발 간청입니다. 여기서는 바로 사랑과 정의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선생님, 저희와 같이 가십시다.”
“나는 할 수 없소. 당신들도 그곳으로 제 시간에 도로 올라갈 수가 없소.”
“저희들은 이 경우에 그렇게 할 허락을 받았습니다.”
“뭐라고요? 내가 안식일에 병자를 고쳐 주거나 죄를 사해 줄 때에는 목소리를 높였는데, 당신들에게는 쓸데없는 토론을 위해서 안식일을 어기는 것이 허락된단 말이오? 그러면 이스라엘에서는 때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단 말이오? 가시오! 가요! 그리고 나를 가게 내버려 두시오.”
“선생님은 예언자이십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는 아십니다. 저는 그것을 믿고, 이 사람도 믿습니다. 왜 저희들을 물리치십니까?”
“왜냐구요!….”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그들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신다. 마음을 읽기 위하여 육체의 배일을 뚫고 사무치는 예수의 엄한 눈은 당신 앞에 있는 두 사람을 압도하여 내려다보신다. 그리고 그 엄격함을 견딜 수가 없고 그 사랑으로 지극히 다정스러운 그분의 눈의 눈길이 변하여 하도 다정스럽고 하도 자비로운 표정을 짓는 바람에, 처음에는 그 눈길의 힘 앞에서 마음이 두려움으로 떨리지마는, 이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광채 앞에서 감격으로 떨린다.
“왜냐구!” 하고 예수께서 되풀이 하신다…. “물리치는 것은 내가 아니오. 오히려 사람들이 사람의 아들을 물리치오. 그래서 사람의 아들은 형제들을 경계해야 하오. 그러나 마음속에 악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시오’하고 말하오. 그리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를 사랑하시오’하고도 말하오….”
“선생님, 그러면….”
“그래서 나는 저 마을에 가서 안식일을 지내겠소.”
“저희를 기다리기만이라도 하십시오.”
“안식일 황혼에 나는 떠나오. 기다릴 수가 없소.”
두 사람은 서로 바라다보고, 의논을 하려고 뒤에 처진다. 그러다가 그중의 한 사람, 얼굴이 더 총명하고 거의 줄곧 말을 한 사람이 뛰어서 돌아온다.
“선생님, 저는 안식일이 지날 때까지 선생님과 같이 있겠습니다.”
예수 곁에 있는 베드로는 자기 쪽을 돌아다보지 않을 수 없게 예수의 옷을 잡아당기고 속삭인다. “안 됩니다. 염탐군입니다.” 사촌 뒤에 있는 유다 타대오는 “믿지 마세요”하고 속삭인다. 시몬과 필립보와 함께 앞으로 나가 있는 나타나엘은 뒤를 돌아다보며 “안 됩니다”하는 뜻으로 눈을 크게 떠 보인다. 가장 남을 쉽게 믿는 안드레아와 요한까지도 성가신 사람 뒤에서 안 된다는 눈짓을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의심 많은 겁은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남아 있으시오”하고 짤막하게 대답하신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체념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은 기뻐서 덜 서먹서먹하게 느껴지고, 자기의 이름을 말하고, 자기가 누구인지, 왜 자기가 팔레스티나에 와 있는지 말할 필요를 느낀다. 그는 디아스포라(팔레스타인을 떠나 분산된 유대인 집단)에서 났지만 그가 “부모의 위로”였기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하느님께 봉헌되었었다. 부모는 그를 얻은 것을 주님께 감사하여, 성전에 속한 사람이 되라고 예루살렘에 사는 친척들에게 그를 맡겼다. 그곳에서 성전에서 봉사하면서 가믈리엘 선생을 알았고, 그의 주의 깊고 사랑받는 제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제가 옛날의 요셉처럼 어머니에게서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마음의 고통을 덜어드렸기 때문에 저를 요셉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저를 기르는 동안 항상 ‘내 위로’라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를 모든 사람이 바르나바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선생님도 저를 그렇게 부르십니다. 그 선생님은 당신의 가장 나은 제자들에게서 위로를 얻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 그 이름을 주시게 하시오. 아니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당신을 그렇게 부르시도록 하시오”하고 애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들은 마을로 들어간다.
“이 마을을 아시오?”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모릅니다. 저는 한번도 와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이곳 네프탈리로 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가 혼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른 제자들과 같이 저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을 친구로 모시고 있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느님을 할 수 있는 대로 잘 섬기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오. 혼자인 사람은 죄인이오.”
“저도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선생의 제자인 당신은 어떤 행동이 죄가 되는지 그 조건들을 분명히 알고 있겠지요.”
“주님, 모두가 죄입니다. 계명이 하루의 매 순간보다도 더 많기 때문에 사람은 끊임없이 죄를 짓습니다. 그리고 심사숙고와 상황이 우리가 죄를 짓지 않는데 항상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사실은 상황까지도, 특히 상황이 죄를 짓도록 우리를 이끌어 가오. 그런데 당신은 하느님의 주요한 속성에 대해서 명백한 생각을 가지고 있소?”
“정의 입니다.”
“아니오.”
“능력 입니다.”
“아니오.”
“… 엄격 입니다.”
“더구나 그것은 아니오.”
“그렇지만… 엄격이 시나이산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도 또….”
“그때 사람들은 지극히 높으신 분을 번개가 몹시 치는 가운데에서 보았소. 번개들이 아버지시요 하느님이신 분의 얼굴에 무시무시한 후광을 둘러쳤었소. 사실에 있어서 당신들은 하느님의 얼굴을 알고 하느님의 정신을 알면, 하느님의 주요한 속성은 사랑이라는 것, 자비로운 사랑이라는 것을 알 거요.”
“저도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선택된 민족입니다. 그러나 그분을 섬기는 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만일 당신이 하느님께서 사랑이시라는 것을 알면, 어떻게 그분이 무섭다고 말할 수 있소.”
“우리가 죄를 지으면, 하느님의 사랑을 잃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떤 행동이 죄가 되는지 그 조건들을 아느냐고 아까 당신에게 물었소.”
“율법의 십계명 외에 육백열세 가지 계명과 전통과 결의와 풍습과 축복과 기도의 행동이 아닐 때나, 율법학자들이 이 일들을 가르치는 대로가 아닐 때에는 죄가 됩니다.”
“사람이 그 일을 완전히 주의를 하고, 또 의지의 완전한 동의로 하지 않는 때에도 그렇소?”
“그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누가 ‘나는 죄를 짓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죽을 때에 누가 아브라함의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까?”
“사람들이 완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소?”
“그렇지 않습니다. 아담이 죄를 지었고, 우리는 그 죄를 우리 안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죄는 우리를 약하게 합니다. 사람은 우리를 인도하는 유일한 힘인 주님의 은총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이 그것을 알고 계시오?”
“주님은 무엇이든지 다 아십니다.”
“그러면 당신은 하느님께서 사람을 약하게 하는 모든 것을 참작하시고 자비를 베풀지 않으신다고 믿소? 타격을 입은 사람들에게 첫째 아담에게 요구하실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것을 요구하신다고 생각하오? 거기에는 당신들이 고려하지 않는 차이가 있소. 하느님은 정의이시오. 그렇소. 하느님은 능력이신 것도 사실이오. 하느님은 뉘우치지 않고 계속 죄를 짓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이실 수도 있소. 그러나 당신의 자녀가 -당신들은 모두 세상에 있는 자녀들인데, 사심판(私審判)에서 영원한 성년(成年)이 되는 영적인 심사를 받을 때 성인(成人)이 되는 영에게 세상은 영원의 한 시간이오.- 그러니까 당신의 자녀가 정신이 산만하기 때문에, 무엇을 분별하게 되는 데 느리기 때문에, 배운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한 가지나 여러 가지 일에 약하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보시면, 지극히 거룩하신 아버지께서 그를 용서 없는 준엄으로 심판하시리라고 생각하오? 사람은 유혹과 욕망과 싸울 수 있게 하는 힘인 은총을 잃었다고 당신은 말했소.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아시오. 하느님을 무서워해서는 안되고, 죄지은 다음에 아담이 한 것과 같이 하느님을 피해서도 안 되고,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오. 하느님의 얼굴이 사람들 위에서 빛나지만, 그들을 잿더미를 만들려고 그러시는 것이 아니라, 해가 그 빛살로 격려하는 것과 같이 사람들의 기운을 돋우어 주기 위해서 그러시는 것이오. 하느님에게서 넘쳐흐르는 것은 사랑이지 준엄이 아니오. 햇살이지 벼락치는 것 같은 화살이 아니오. 그 뿐 아니라… 사랑이 스스로 무엇을 사람에게 받으라고 명했소? 지고 갈 수 없는 무거운 짐이오? 사람들이 잊어버릴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조항이 있는 규칙이오? 아니오. 다만 십계명뿐이오. 고삐가 없으면 파멸로 가는 동물적인 사람에게 망아지에게처럼 고삐를 매기 위한 것이오. 그러나 사람이 구원을 받고, 은총이 다시 그에게 돌려지고, 하느님의 나라, 즉 사람이 나라가 되면, 하느님의 자녀들과 왕의 신민(臣民)들에게 모든 것이 포함된 오직 한가지 계명만이 주어질 것입니다. 그것은 ‘네 하느님을 네 온 힘을 다하여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운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여라’하는 것이오, 여보시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멍에를 가볍게 하실 수밖에 없고, 더 부드럽게 하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고, 또 사탄이 있으면,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 즐겁겠기 때문이오, 사랑하기만 하는 하느님을 말이오. 당신 자신을 위하여 사랑하고, 우리 형제들을 통하여 사랑하는 하느님을 말이오.
마지막 율법은 정말 간단할 거요! 단순하신 가운데 완전하신 하느님께서 간단하신 것처럼 말이오, 잘 들으시오. 하느님을 당신의 온힘을 다해 사랑하고 당신의 이웃을 당신 자신같이 사랑하시오. 깊이 생각하시오. 힘드는 육백열세 가지 계명과 모든 기도와 축복이 벌써 이 두 마디 말에 열거되어 있으면서, 종교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예속인 무익한 세분(細分)을 그 말에서 없애버리지 않았소? 만일 당신이 하느님을 사랑하면, 당신은 틀림없이 하느님을 괴롭혀 드리는 일은 하지 않소. 거짓말을 하지 않고, 도둑질을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상처를 입히지도 않고 간통도 하지 않소. 그렇지 않소?”
“그렇습니다…. 의로우신 선생님, 저는 선생님과 같이 남아 있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물리엘 선생은 선생님 때문에 벌써 그의 가장 훌륭한 제자들을 잃었습니다…. 저는….”
“내게로 올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소. 그 시간이 되면 당신 선생 자신이 당신에게 말해 줄 거요. 그 사람은 의인이니까.”
“그분이 정말 의인입니까? 선생님께서 그것을 분명히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오. 나는 내가 쓰러뜨린 사람을 밝고 올라가기 위해서 쓰러뜨리는 사람이 아니오. 나는 각자에게 그의 몫을 인정하오….그러나 저들이 우리를 부르고 있소…. 그들은 틀림없이 숙박할 곳을 찾아낸 모양이오. 갑시다….”
* 역주 :중동(레바논, 시리아, 터키)에 있는 강. 길이 570킬로미터로, 지중해로 흘러들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