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베싸이다 쪽으로 돌려라”하고 작은 배에 요한과 같이 계신 예수께서 명령하신다. 날이 밝아 옴과 동시에 천천히 환해지는 호수 가운데에 떠 있는 정말 호두 껍질 같은 작은 배이다. 요한은 말없이 순종한다. 매우 힘있는 작은 바람이 작은 돛을 부풀게 하고 배를 빨리 미끄러져 가게 한다. 배가 어떻게 빨리 가는지 한편으로 기울기까지 하였다. 동쪽 호안(湖岸)이 빨리 달아나고, 호수의 북쪽 기슭의 곡선이 점점 가까워진다.
“마을에 가기 전에 배를 대라. 나는 다른 사람들 보지 않게 폴피레아에게 가고자 한다. 너는 그리고 나서 늘 가는 곳으로 나를 찾아와서 배에서 기다리도록 해라.”
“예, 선생님. 그런데 누가 저를 보면요?”
“내가 어디 갔다고 말하지 말고 붙잡아 두어라. 나는 빨리 끝내겠다.”
요한은 호숫가에서 배를 대기에 유리한 지점을 알아보았는데, 그것은 모래투성이의 개울 같은, 정말 개울 같은 곳이었다. 누군가가 필요한데 쓰려고 거기서 모래를 파 가서, 넓이가 몇 미터밖에 안되는 작은 만이 이루어졌지만, 그곳에는 수면에서 50센티미터쯤 되는 호안에 배가 닿을 수 있다.
요한은 그리로 간다. 배는 가볍게 자갈을 긁었지만 호안에 닿는데 성공하였다. 요한은 모래에서 나온 나무뿌리를 붙잡고 배를 기슭으로 끌어당겨 붙들고 있다. 예수께서는 호숫가로 뛰어 내리신다. 요한은 노를 호숫가에 대고, 배를 다시 호수로 들어가게 하려고 노를 힘껏 민다. 마침내 해냈다. 요한은 환한 미소를 짓는 얼굴을 들고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하고 말한다.
“잘 가거라, 요한아.” 그러시면서 예수께서는 나무들 사이로 멀어져 가시고, 요한은 그의 작은 배를 갈짓자로 저어간다.
예수께서는 안쪽을 향하여 돌아서 베싸이다 뒤쪽에 있는 채소밭들사이로 지나가신다. 예수께서는 마을이 활기를 띠게 될 때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시려고 빨리 가신다. 예수께서는 아무도 만나지 않으시고 베드로의 집에 이르셔서 부엌문을 두드리신다. 조금 후에 폴피레아의 머리가 머뭇거리며 지붕의 낮은 담 위로 보인다. 폴피레아는 보고 놀라서 “오!” 하는 소리를 지른다. 폴피레아는 온통 어깨위에 흐트러진 그의 눈부신 머래채를 -그의 유일한 아름다움- 한 손으로 그러모으면서, 아침의 빠른 화장을 하던 중이다. 맨발로 작은 충계로 해서 아래로 뛰어 내려온다.
“주님이! 혼자서요?”
“그렇다. 폴피레아야, 마륵지암은 어디 있느냐?”
“자고 있습니다. 아직 자고 있어요. 어린 것이 좀 침울하고 활기가 없었습니다. 나이 탓도 있습니다. 자라는 때라… 잘 때에는 생각을 하지 않고 울지 않습니다….”
“자주 우느냐?”
“예, 선생님. 저는 그것이 그 애의 현재의 약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애의 정신을 단련하고… 그 애를 위로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그 애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혼자 남았어요. 제가 사랑하던 사람은 모두 떠났어요. 그리고 예수님이 안 계시게 되면…’하고. 그리고 이 말을 선생님이 우리를 떠나시게 된 것처럼 말합니다…. 확실히 그 애는 살아오는 동안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저와 시몬은 그 애를 사랑합니다. 정말이지 무척 사랑합니다, 선생님.”
“나도 그것은 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다…. 폴피레아야, 바로 이런 일에 대해서 네게 말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시몬을 데려오지 않고 이 시간에 온 것이다. 마륵지암이 우리말을 듣지 못하게 하고,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느냐?”
“주님… 저희 부부방이나 그물을 두는 방밖에… 없습니다…. 마륵지암은 위층에 있습니다. 저희들은 더위를 피하려고 위층에 가서 자기 때문에 저도 거기 있었습니다….”
“그물 두는 방으로 가자. 그 방은 더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마륵지암이 잠이 깨더라도 듣지 못할 것이다.”
“주님, 이리 오십시오.” 그러면서 폴피레아는 그물, 노, 식량, 베틀 하나 따위의 여러 가지 물건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방으로 예수를 인도한다….
폴피레아는 서둘러 벽에 기대 놓은 탁자 같은 것에 있는 물건들을 치우고, 선생님이 앉으시도록 밧줄 부스러기 한 뭉치로 그것을 닦는다.
“상관없다. 나는 피곤하지 않다.”
폴피레아는 몹시 유순한 눈을 들어 예수의 수척하고 피로한 얼굴을 쳐다본다. “어디가요? 선생님은 피로하십니다”하고 말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 있어서 말을 하지 않는다. “폴피레아야, 들어라. 너는 선량한 아내이고, 훌륭한 제자이다. 나는 너를 안 뒤로 많이 사랑했고, 매우 기쁘게 너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네게 아이를 맡겼다. 나는 네가 너 같은 여자가 별로 없으리 만큼 신중하고 덕행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네가 잠자코 있을 줄 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은 여자들에게는 매우 드문 덕행이다. 이런 모든 이유로 네게 비밀히 말해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도들도, 시몬조차도 알지 못하는 일 한 가지를 네게 말하려고 왔다. 내가 이 비밀을 네게 말하는 것은 네가 장차 마륵지암과… 모든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네게 부탁하는 것에 대해서 네가 선생님을 만족시키고, 언제나와 같이 조심성 있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주님의 칭찬을 듣고 얼굴이 정말 새빨개진 폴피레아는 너무 감격하여 머리로만 동의를 나타낸다. -몹시 소심하고, 자기가 동의할 기분이 되어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에게 과해지는 독선적인 명령으로 지배되어 버릇한 폴피레아는- 동의한다고 말로하기에는 너무나 감격하였다.
“폴피레아야… 나는 이쪽으로 다시 오지 않겠다. 모든 것이 완수되기까지는 결코 오지 않겠다…. 너는 내가 무엇을 완수해야 하는지를 알지?…”
폴피레아는 이 말을 들고, 아직 왼손으로 목덜미에 모아 가지고 있던 머리채를 놓아 제멋대로 흐트러지게 내버려두고, 부르짖기보다도 오히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낌을 참으며 무릎을 꿇으면서 탄식한다. “압니다, 주 하느님….” 그러면서 조용한 울음을 운다. 그 울음은 얼굴에 갖다 댄 손가락 사이로 땅바닥에 떨어지는 눈물로만 나타난다.
“폴피레아야, 울지 말아라. 이 때문에 내가 왔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악을 섬기면서도, 구속의 시간이 오게 할 것이므로 사실은 선에도 봉사할 그 자들도 준비가 되어 있다. 나도 그들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그 일이 당장이라도 완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지나가는 다른 시간 하나하나와 일어날 사건 하나하나가… 그들의 죄악과… 내 희생을 위한 완전한 끝맺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 전에 흘러 갈 아직 많은 그 시간들도 소용이 있을 것이다…. 완수되어야 할 모든 것이 나를 알리면서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아직 완수하고 말해야 할 것이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 나는 이곳을 마지막으로 바라다보고… 이 정직한 길에 마지막으로 들어 왔다…. 울지 말아라… 나는 네게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네게 선생님의 강복을 주지 않고 떠나기는 원치 않았다. 나는 마륵지암을 데리고 가겠다. 나는 지금 페니키아의 경계 쪽으로 가면서 그 애를 데리고 가고, 또 그 다음에는 장막절을 지내러 유다에 내려갈 때에 데리고 가겠다. 한겨울이 오기 전에 그애를 돌려보낼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가엾은 아이! 그는 얼마동안 나를 누릴 것이다. 또 그리고… 폴피레아야, 마륵지암이 내 시간에 거기에 있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니까 그 애가 과월절을 지내러 떠나는 것을 내버려두지 말아라….”
“주님, 계명은….”
“나는 계명을 그에게 면제해 준다. 폴피레아야, 나는 너도 알다시피 선생이고 하느님이다. 하느님으로서 나는 미리부터 그의 태만을 사해 주는데, 내가 그것을 정의의 동기로 명령하기 때문에 그것은 태만도 아니다. 내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벌써 그 자체로 계명을 태만한 데 대한 사죄가 된다.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순종이 -또 이것은 마륵지암에게 하나의 희생이 된다. – 언제나 다른 어떤 것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또 나는 선생이다. 제자의 능력과 반응을 헤아려볼 줄을 알지 못하고, 제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노력이 그에게 어떤 결과를 낼지 깊이 생각할 줄을 모르는 선생은 훌륭한 선생이 아니다. 덕행을 명령할 때에도 신중해서 인간의 영적인 소망과 전반적인 능력이 줄 수 있는 최고치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한인간이 도달한 영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힘의 정도에 비해서 너무 높은 덕행이나 너무 강한 정신적 자제를 요구하면, 이미 쌓아올린 힘을 분산시키고 영적, 정신적 및 육체적인 세가지 차원에서 인간의 용기를 꺾을 수 있다.
불쌍한 아이인 마륵지암은 벌써 너무 고통을 겪었고, 자기와 같은 인간들의 난폭함을 너무 잘 알아서 인간들에 대해 증오를 느끼게 되기까지 했다. 마륵지암은 내 수난의 정체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세상의 죄를 씻을 고통스러운 사랑의 바다이며,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을 물속에 잠가서 선생으로서의 내 모든 일을 없애려고 애쓸 사탄의 증오의 바다일 내 수난 말이다. 정말 잘 들어 두어아. 가장 강한 사람들까지도 잠깐이나마 사탄의 물결에 휘청거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륵지암이 구부러져서 그 괴로운 물을 마시게 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 애는 죄없는 아이이고… 내게 소중한 아이이다. 그의 힘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고통을 벌써 겪은 사람을 나는 동정한다. 크게 동정한다…. 나는 엔도르의 요한의 영을 저 세상으로 불러 갔다….”
“요한이 죽었습니까? 오! 마륵지암이 그를 위해서 두루마리를 여러장 썼는데요… 그 애에게 또 하나의 고통입니다….”
“요한의 죽음에 대해서는 내가 마륵지암에게 말하겠다…. 나는 요한에게 그 시간의 충격을 면하게 하려고 이 세상에서 데려갔다고 말했다. 요한도 사람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다. 가라앉은 감정을 왜 다시 살아나게 하겠느냐? 하느님은 인자하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을 시험하신다. 그러나 무모하게 시험하는 분은 아니시다…. 오! 사람들도 그렇게 할 줄 알았으면! 얼마나 파멸하는 마음이 덜하고, 또는 그저 마음  속에 위험한 돌풍이 얼마나 덜하겠느냐!… 그러나 다시 마륵지암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륵지암은 오는 과월절에 예루살렘에 가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은 이 말을 해 주지 말아라. 때가 되거든 이렇게 말해라. ‘선생님이 너를 예루살렘에 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내게 주셨다. 그리고 네가 순종하면, 특별한 상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하고. 마륵지암은 착하니까 말을 들을 것이다…. 폴피레아야, 내가 네게서 원하는 것은 이것이다. 네 침묵, 네 충실, 네 사랑.”
“주님, 원하시는 대로 모두 하겠습니다. 주님은 보잘것없는 종을 너무 명예롭게 해 주십니다…. 저는 이렇게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제 선생님, 제 하느님, 안녕히 가십시오.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고통에 못 견디어 땅에 엎디며 얼굴을 땅바닥에 댄다. -처음에는 무릎을 꿇고, 발꿈치에 몸을 의지하고, 예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 이제는 땅바닥에 쓰러져 칠흑 같은 머리채에 온통 겉옷처럼 덮인 채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그러나 선생님, 오! 이 얼마나 큰 고통입니까? 끝나는 것이 무엇입니까? 세상에게 있어서 끝나는 것이 무엇입니까! 선생님을 사랑하는 저희들에게 있어서! 선생님의 종인 제게 있어서! 다만 한 분! 저를 정말로 사랑하신 다만 한 분! 저를 업신여기신 적이 없고! 제게 대해서 독선적이 아니싫고! 이다지도 무식하고 이다지도 보잘 것없고, 이다지도 어리석은 저를 다른 사람들처럼 대우해 주신 오직한 분! 오! 마륵지암과 저는 -마륵지암이 제일 먼저 그 말을 제게 했었으니까요.- 그 후 안심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것은 사실일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몬, 나타나엘, 필립보 모두다…. 그리고 그들의 아내들이… 그런데 그 사람들은 압니다. 그 사람들은 지혜로우니까요…. 그리고 시몬… 어! 제 시몬도 선생님이 고르셨으니, 얼마만큼의 쓸모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정말 모두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이 그 말씀을 하시니, 선생님이 그 말씀을 하시니… 선생님의 말씀을 의심할 수는 없습니다….” 폴피레아는 정말 몹시 슬퍼한다. 그리고 그의 고통은 감동시킨다.
예수께서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실 만큼 몸을 구부리시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울지 말아라… 마륵지암이 들을라…. 나도 그것을 안다….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고, 믿게 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슬기 자체가, 그들의 사랑 자체가 그들이 믿는 것을 거부하는 원인이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 폴피레아야, 나는 간다. 너를 떠나기 전에 지금과 영원을 위해서 네게 강복한다. 내가 너를 사랑했다는 것과 내게 대한 사랑을 내가 기뻐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여라. 그 사랑을 꾸준히 가지라고는 네게 말하지 않겠다. 네 선생의 추억이 항상 네 즐거움일 것이고, 거기서 네 피난처를 찾아낼 것이기 때문에 네가 그러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추억이 죽을 때에도 네 즐거움이고 네 평화이리라는 것을. 과 때에는 네 선생이 네게 천당 문을 열어 주려고 죽었고, 거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라… 자! 일어 나거라. 나는 가서 마륵지암을 깨우고 데리고 있겠다. 너는 눈물 자국을 닦고 우리 있는 데로 오너라. 요한이 나를 가파르나움으로 데려다 주려고 기다리고 있다. 시몬에게 보낼 물건이 있으면, 준비하여라. 시몬에게는 두꺼운 옷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기억하여라….”
완전히 온순하고 재빨리 순종하는 여자인 폴피레아는 예수의 발에 입맞춤하고 일어나려고 한다. 그러다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랑으로 분별을 잃고, 얼굴을 몹시 붉히면서 예수의 두 손을 잡고, 한번, 두번, 열번 입맞춤 한다. 그리고 일어나서 예수를 가시게 한다…. 예수께서는 나오셔서 옥상으로 올라가, 밧줄로 휘장을 쳐서 만든 일종의 정자 밑으로 들어가신다. 그 속에는 두개의 작은 침대가 있다. 마륵지암은 작은 베개를 벤 얼굴을 거의 숙이고 아직 자고 있다. 그의 거무스름한 얼굴의 광대뼈 하나와 덮고 자는 홑이불 밑으로 나온 길고 야윈 팔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작은 침대 곁에 바닥에 앉으셔서 자는 아이의 창백한 뺨 위로 늘어져 있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어루만지신다. 소년은 아직 깨지는 않고 조금 움직인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손짓을 되풀이 하시고, 이제는 드러난 얼굴로 몸을 구부리시고 이것에 입맞춤을 하신다. 마륵지암이 눈을 뜨고, 그의 곁에 몸을 구부리고 계신 예수를 본다. 그는 믿기가 어렵다. 어쩌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를 부르신다. 그 때에야 소년은 일어나서 예수의 품으로 뛰어들어 안긴다….
“선생님이 여길?”
“몇 달 동안 같이 데리고 다니려고 부르러 왔다. 좋으냐?”
“오! 그런데 아버지는요?”
“가파르나움에 계신다. 나는 요한과 같이 왔다….”
“요한 아저씨도 돌아왔어요? 아저씨는 참 기쁘겠네요! 제가 쓴걸 아저씨에게 드리겠어요.”
“엔도르의 요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베대오의 요한을 말하는 것이다. 기쁘지 않으냐?”
“기뻐요, 요한 아저씨를 사랑하거든요…. 그렇지만 다른 요한 아저씨도… 더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예요….”
“왜 그러냐, 마륵지암아? 제베대오의 요한은 참 착한데.”
“그래요. 그렇지만 다른 요한 아저씨는 아주 불행해요. 저도 아주 불행했고, 아직도 조금 불행해요… 고통을 받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이해하고 서로 사랑해요….”
“엔도르의 요한이 이제는 고통을 당하지 않고 매우 행복하다는 것을 알면 기쁘겠니?”
“예, 기쁠 거예요. 그렇지만 아저씨는 선생님과 같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혹 아저씨가 돌아가신 거 아닙니까, 주님?”
“요한은 평화 속에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기주의 없이 기뻐해야한다. 그는 의인으로 죽었기 때문이고, 또 지금은 그의 영과 우리 영 사이에는 이제 갈라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겼다.”
마륵지암의 정말 매우 야위고 창백한 얼굴에는 굵은 눈물 두 줄기가 흘러내린다. 그러나 그는 속삭인다. “그렇습니다.”
예수께서는 그 문제에 대하여는 다른 말씀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눈에 띄게 쇠약해진 마륵지암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대하여도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반대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 떠나자! 나는 네 어머니에게 벌써 말을 했으니까 네 옷을 준비해 놓았을 거다. 너도 준비해라. 요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네 아버지를 한번 깜짝 놀라게 해 주자. 가파르나움으로 돌아가는 것이 네 아버지 배가 아니냐? 돌아오면서 아마 고기잡이를 했나 보구나….”
“예, 아버지의 배예요. 주님, 우리가 어디로 갑니까?”
“북쪽으로 갔다가 유다로 간다.”
“오랫동안이요?”
“오랫동안.”
마륵지암은 예수와 같이 있게 된다는 생각에 기뻐서 재빨리 일어나 세수를 하러 호수로 뛰어 간다. 그리고 아직 머리가 마르지 않은채 돌아오면서 외친다.
“요한 아저씨를 보았어요. 저한테 손짓으로 인사를 했어요. 강어귀 갈대 사이에 있어요….”
“가자.”
그들은 내려온다. 폴피레아는 배낭 두개를 마저 잡아매면서 설명한다. “두꺼운 옷은 나중에 오라비를 시켜서 장막절 때 게쎄마니로 보내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너와 아버지가 더 편하게 걸어 다니게 될 거다.” 그러면서 끈을 마저 매면서 자기가 준비한 양젖과 빵과 과일들을 보인다….
“모두 가지고 가서 배에서 먹자. 나는 호숫가에 사람이 너무 많이 나오기 전에 떠나고자 한다. 폴피레아, 잘 있거라. 하느님께서 항상 네게 강복하시고, 의인들의 평화가 항상 네 안에 있기를 바란다. 마륵지암아, 오너라….”
그들은 짧은 거리를 빨리 지나갔고, 마륵지암이 요한을 데리러 가는 동안 예수께서는 배로 가셨는데, 두 사람이 갈대 사이로 뛰어서 이내 예수 계신 곳으로 왔다. 그들은 배로 뛰어 올라타고, 노를 호숫가에 대고 깊은 물로 밀어 넣는다.
짧은 뱃길을 빨리 지나가서 그들은 가파르나움의 호숫가 모래밭에 배를 멈추고, 곧 도착하게 될 베드로의 배를 기다린다. 시간이 일러서 사람들이 물려오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배로 그늘이 진 모래에 누워서 편안하게 빵과 과일을 먹을 수 있다. 시몬은 그 작은 배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호숫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예수께서 배 뒤에서 일어나시는 것을 보고서는 예수를 알아본다.
“선생님! 그리고 마륵지암 너도! 아니 언제부터 여기 와 계십니까?”
“조금 전에. 나는 베싸이다로 들러 왔다. 빨리 해라. 곧 떠나야 한다….”
베드로는 예수를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이 잡은 고기와 옷을 넣은 배낭들을 배에서 내리는데, 그 중에는 요한의 배낭도 있어, 그가 마침내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시몬이 무슨 말인지 동료에게 물으니, 동료는 “기다리게…”하고 말하는 것 같은 손짓을 한다.
그들은 집으로 가서 들어간다. 남아 있던 사도들이 달려온다. “빨리들 해라. 곧 떠난다. 이리로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모든 것을 가지고 가자”하고 예수께서 명령하신다.
사도들은 서로 바라다본다. 그리고 두 집단 사이에 무언의 몸짓이 오간다. 그러나 그들은 순종한다. 나는 그들이 다른 방들에서 자기들끼리 말할 수 있기 위하여 서둘러서 순종한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예수께서는 마륵지암과 함께 부엌에 남아 계시면서 집주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신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지 않고, 예수를 보고 인사하는 가파르나움 사람들에게도 그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그저 언제나 떠나실 때 하시는 것과 같이 인사만 하신다. 다만 야이로의 집에만 들르신다. 그러나 야이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샘 근처에서 어린 알패오의 집 근처에 사는 작은 노파를 만나셔서 말씀하신다. “얼마 안 있으면 어떤 과부가 여기 올 것입니다. 그 과부가 할머니를 찾을 것입니다. 그 과부는 이곳에 자리 잡습니다. 그 과부의 친구가 돼 주십시오. 그리고 어린 아이와 그의 형제들을 많이 사랑하십시오…. 그 일을 내 이름으로 거룩하게 하십시오….”
예수께서는 “모든 어린이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하고 말씀하시면서 다시 걷기 시작하신다.
“선생님,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왜 쉬지 않으셨습니까? 선생님은 지치셨습니다. 얼굴이 창백하고, 눈이 피로했습니다. 몸에 해로울 것입니다…. 아직 더운데, 선생님은 티베리아에서도 쿠자의 집에서도 분명히 주무시지 않으셨습니다….”
“시몬아,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나는 어떤 곳들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급하다….”
일행은 호숫가 근처에 왔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사환들을 부르셔서 그들에게 인사를 하시고, 작은 배를 이포 전에 있는 마을로 끌고 가서 즈가리야의 사울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하신다. 예수께서는 강을 끼고 가는 그늘진 길로 가시다가, 길이 갈라진 곳에 이르러 갈라진 길로 들어가신다.
“주님, 어디로 갑니까?” 하고 그 때까지 동료들과 작은 소리로 말을 하고 있던 베드로가 묻는다.
“유다와 안나의 집으로 갔다가 코라진으로 간다. 친한 친구들에 인사를 하고 싶구나….”
사도들은 또 다시 서로 눈짓을 하고, 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마침내 알패오의 야고보가 앞으로 나아가, 마륵지암과 같이 앞장을 서 가시는 예수께로 왔다.
“선생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니, 우리가 다시는 여기 돌아오지 않습니까? 저희들은 그걸 알고 싶습니다.”
“확실히 너희들은 다시 올 것이다. 그러나 몇 달 후에 올 것이다.”
“그럼, 선생님은요?”
예수께서는 대답을 피하시는 것 같은 몸짓을 하신다…. 마륵지암은 조심성 있게 그 자리를 피하여 다른 사람들과 합류한다. 즉 예수와 같이 있는 알패오의 야고보와 맥없는 것처럼 매우 침울하게 뒤에서 혼자 오고 있는 가리옷 사람을 빼놓은 모든 사도가 있는 곳으로 간다.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하고 야고보가 예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한다.
“그것을 왜 묻느냐?”
“그것은… 제가 알지 못하니까요. 저희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저희들에게는 선생님이 달라지신 것 같이 보입니다…. 요한과 단둘이서 오셨지요…. 시몬은 선생님이 쿠자의 손님으로 가셨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쉬지 않으시고… 인사를 하시는 사람이 별로 없고… 여기 돌아오기를 원치 않으시는 모양이구요…. 그리고 선생님의 얼굴은… 저희들은 이제 알 자격이 없어졌습니까? 저까지두요…. 선생님은 저를 사랑하셨는데요…. 제게는 저 혼자만이 알고 있는 것도 말씀해 주셨는데요….”
“나는 너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 할 말이 없다. 예정했던 것보다 하루를 낭비했다. 나는 그것을 회복한다.”
“북쪽으로 가는 것이 필요했습니까?”
“그렇다.”
“그러면… 오! 선생님은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느낍니다….”
예수께서는 사촌의 어깨 뒤로 팔을 돌려 그를 껴안으며 말씀하신다. “엔도르의 요한이 죽었다. 그것을 아느냐?”
“옷을 준비하는 동안 시몬이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요?….”
“어머니와 이별했다.”
“그리고요?” 예수보다 키가 작은 야고보는 밑에서 예수를 쳐다보며 탐색하는 듯이 계속 묻는다.
“그리고 나는 너와 너희들과 마륵지암과 같이 있는 것이 기쁘다. 나는 그 애를 몇 달 동안 데리고 있겠다. 그 애는 그럴 필요가 있다. 그 애는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그 애를 보았느냐?”
“예, 그러나 그 문제가 아닙니다…. 말씀하시고 싶지 않으신 거군요. 상관없습니다. 저를 친구로 대우해 주지 않으셔도 저는 선생님을 많이 사랑합니다.”
“야고보야, 너는 내게 있어서 친구 이상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선생님을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시지 않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요. 알아들었습니다. 유다가 선생님을 괴롭히는 것이지요?”
“누가? 네 형이?”
“아닙니다. 다른 유다 말입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이 안 계신 동안에 누가 보냈는지 저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유다를 여러번 찾았습니다. 그런데 유다는 그 사람을 매번 물리쳤습니다. 그러나….”
“너희들이 보기에는 유다의 행위 하나하나가 항상 죄악이다. 왜 사랑을 어기느냐?”
“그가 하도 사납고 불안해해서 그럽니다. 그 사람 맥이 없습니다.”
“하는 대로 내버려두어라. 그 사람이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2년이 넘는데, 항상 그랬었다…. 저 두 작은 노인이 얼마나 기뻐하겠는지 그 사람들을 생각해라. 그리고 내가 왜 거기에 가는지 아느냐? 코라진의 어린 목수를 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말하면서 멀어져 간다. 그들 뒤로는 사도들이 떼를 지어오고 있다. 그들은 유다가 하도 눈에 보이게 귀찮아해서 정말 같이 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기는 하지만, 그를 뒤에 혼자 내버려 두지 않으려고 그를 기다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