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리아는 물 위를 달리고 호숫가를 따라 가꾸어진 정원의 나무들을 흔드는 산들바람으로 몸을 식히라고 모든 주민을 호숫가나 호수 위로 쏟아냈다. 이 도시에는 여러 가지 동기로 이곳에 모든 수많은 인종이 섞여 있다. 부자들은 안락한 유람선에서 몸을 풀거나 정원의 녹음에서 터키옥같이 파란 물 위에 배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바라본다. 물은 지난 저녁의 소나기가 가져왔던 누런 빛깔을 벌써 깨끗이 없앴다. 가난한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은 작은 파도들이 와서 죽어버리는 모래밭에서 뛰논다. 어린이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높은 데까지 오는 차가운 물 때문에 그들은 조그마하게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는 제비들의 소리를 연상시킨다.
베드로와 야고보의 배들은 호숫가로 가까이 오면서 작은 부두 쪽으로 향한다.
“아니다. 요안나의 정원으로 가자”하고 예수께서 명령하신다.
베드로는 말없이 순종한다. 그리고 자매선(?妹船)이 뒤따라오는 그 배는 완전한 선회를 하여 물음표 모양의 거품이 이는 항적(航跡)을 남기면서 쿠자의 정원에 딸린 부두로 굽이치며 돌아 거기에 닿아서 멎는다. 예수께서 제일 먼저 내리셔서 두분 마리아에게 손을 내미셔서 작은 부두에 올라오는 것을 도와주신다.
“이제 너희들은 큰 부두로 가서 주님을 전하여라. 너희들은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내가 어디 있는지 묻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은 안티오키아에서 온 사람이다. 군중을 보낸 다음 그 사람을 내게로 데려 오너라.”
“예… 그렇지만… 저희들이 군중에게 뭐라고 말합니까? 선생님이 오신 것을 알릴까요, 선생님의 가르치심을 전할까요?”
“내가 온 것을 알려라. 내가 새벽에 타리케아에서 말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겠다고 말해라.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배를 지키거나, 어떤 제자를 시켜 그렇게 하게 해서, 배가 떠날 준비가 되어 있게 해라. 가거라, 그리고 평화가 너희와 함께 있기를.” 그리고 부두 쪽에 울타리노릇을 하는 격자문 쪽으로 가신다. 두분 마리아도 말없이 예수를 따라 가신다.
수효는 적지만 늦장미꽂이 피는 넓은 정원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놀고 있는 두 어린이의 기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예수께서는 당초문(唐草紋) 창살 사이로 손을 넣으셔서 빗장을 벗겨보려고 해 보시지만, 되지 않는다. 무슨 소리를 내서 주의를 끌만한 어떤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신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다가 두 어린이의 목소리가 더 가까이서 나는 것을 들으시고 큰 소리로 “마리아!” 하고 부르신다. 두 목소리가 뚝 멎는다…. 예수께서는 재차 “마리아!” 하고 부르신다….
저기, 양탄자처럼 깎여 있고, 손질이 잘 된 장미 나무 포기가 올라오는 잔디 밭에서, 예수께서는 계집애가 잔 걸음으로 조심조심, 입술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사방을 탐색하는 듯한 눈초리로 살피며 걷는것을 발견하신다. 그리고 몇 걸음 뒤에는 거품처럼 흰 어린 양인 마티아가 따라 온다.
“마리아! 마티아!”하고 예수께서 큰 소리로 외치신다.
목소리가 죄없는 눈길들을 인도한다. 두 어린이는 격자문 쪽으로 눈을 돌리다가 얼굴을 격자에 대시고 그들에게 미소를 보내시는 예수를 본다.
“주님이다! 마티아야, 어머니에게 뛰어가라…. 엘리야나 미케아를 불러라…. 와서 문을 열라고 해라….”
“누나가 가, 난 주님한테 갈 거야….” 그리고 둘 다 팔을 내밀고 뛰어 온다. 작은 갈색 머리가 달린, 하나는 희고 하나는 분홍색인 두마리 나비같다. 그러나 다행히도 뛰어 오면서 하인들을 부르니, 이들은 물뿌리개와 쇠스랑을 든채 달려온다. 그래서 마침내 격자문은 열리고, 두 어린이는 예수의 품으로 뛰어든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입맞춤 하시고, 손을 잡고 문지방을 넘으신다.
“어머니는 여자 친구들과 같이 있어요. 우리가 있는 걸 싫어하니까 우릴 내쫓아요”하고 마티아가 빨리 설명한다.
“그렇게 나쁘게 말하지 말아. 어머니가 우리를 내보내는 건 그 부인들이 로마 사람들이고, 또 그 사람들의 신들 이야기를 하는데, 예수님이 구해 주신 우리는 예수님만 알아야 하기 때문이야. 주님, 그것 때문이예요. 마티아는 너무 어려서 이해 못해요”하고 마리아가 상냥하게 말한다. 마리아는 고생을 하고, 따라서 보통 그만한 나이보다 더 성숙하고 더 어른스러운 어린이의 양식을 가지고 말한다.
“아버지도 궁궐 사람들이 오면 우릴 내보내요. 그 사람들은 거의모두 군인이고… 전사들이니까 내가 좋아할 텐데…. 전쟁! 전쟁은 정말 멋있어요. 전쟁을 하면 이겨요! 전쟁은 로마 사람들을 내쫓아요. 로마 망해라! 이스라엘 나라 만세!” 어린 아이는 자랑스럽게 외친다.
“마티아야, 전쟁은 멋있지 않다. 그리고 승리를 하지 못하면 국민에서 노예가 된다.”
“그렇지만 주님의 나라가 와야 해요. 그리고 주님의 나라가 오라고 전쟁을 할 거예요. 그리고 모두 다 헤로데까지 내쫓고, 주님이 왕이 될 거예요.”
“아니, 입 좀 다물어, 이 바보야. 네가 듣는 걸 옮겨서는 안 된다는 걸 너도 알지. 아버지 어머니가 너를 내쫓는 건 잘하는 거야. 너는 그렇게 말하면, 아버지와 어머니와 예수님에게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걸 모르니?”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한다.“어느 날 왕자 같고, 헤로데의 친척이고 주님의 제자인 사람이 아버지와 말하려 왔어요. 그런데 두 분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도 많이 있었는데, 대단히 큰 소리로 말했어요….”
“모두 잘 생겼고, 멋있는 칼들을 찼고, 전쟁 이야기를 했어요…”하고 마티아가 말을 가로막는다.
“입 닥치라니까! 그런데 어떻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지 다 들렸어요. 그리고 이 바보는 그 때부터 그 말밖엔 만해요. 그러면 안 된다고 주님이 말해 주세요…. 어머니도 그렇게 말했고, 아버지는 이 애가 입을 다물 줄 알 때까지 귀머거리고 벙어리인 노예와 함께 대 헬몬산 꼭대기에 있는 굴로 보내겠다고 위협했어요. 그러면 거기서 이애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할 거라고 그랬어요. 노예하고 말을 해도 듣지도 못하고 대답도 하지 못하고, 또 소리를 지르면 독수리들과 늑대들이 와서 이 애를 잡아먹을 테니까요….”
“무시무시한 벌이로구나!” 하고 예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대답하신다. 그리고 대담성을 잃고, 마치 독수리와 늑대들이 벌써 조심성 없는 그의 작은 입까지 포함해서 통채로 잡아먹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는 듯이 예수께 꼭 달라붙는 어린 아이를 쓰다듬어 주신다. “무시무시한 벌이로구나!”하고 되풀이해서 말씀하신다.
“그러믄요. 그래서 나는 마티아가 그런 일을 당해서 나 혼자 남을까봐 무서워서 울어요…. 그렇지만 이애는 어머니도 나도 불쌍히 여기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를 너무 슬퍼서 죽게 할 거예요….”
“난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난 들었으니까… 말하는 거야….그건 정말 멋있어…. 로마 사람들이 지고, 헤로데와 필립보가 쫓겨나고, 예수님이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하고 마티아가 무서워 죽어가면서도 그의 목소리를 한층 더 줄이려고 예수의 옷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말을 끝맺는다.
“마티아는 이제 다시는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거다. 나한테 약속을 한다. 그리고 약속을 지킬 거다. 그렇지? 그래서 마티아는 잡아먹히지 않고, 어머니와 누나는 슬퍼서 죽지 않고,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고, 나는 미움을 받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마티아야, 그런 말을 하면 네가 나를 미움 받게 할 테니까 말이다. 알겠니? 너는 예수가 박해를 받으면 좋겠니? 어느 날 네가 너 자신에게 ‘나는 나를 구해준 예수님이 박해를 받게 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우연히 들은 말을 옮겼기 때문이야’하고 말해야 한다면 네 양심에 얼마나 가책이 심하겠는지 생각해라. 그 사람들은 어른들인데, 어른들은 죄인들이기 때문에 하느님을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 하느님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지혜를 보지 못하고, 좋은 목적을 가지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목적 을 가지고도 잘못을 저지른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착하고 그들의 영은 하느님을 보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에서 쉬고 계신다. 따라서 어린이들은 여러 가지 일들을 지혜로 이해해야 하고 또 내 나라가 이 세상에서 폭력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사랑으로 세워질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이 나라를 어린이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이해하도록 기도해야 한다. 어린이들의 기도는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로 가져가고,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은 그것들을 은총으로 바꾸신다. 그리고 예수는 전쟁과 이 세상 나라를 생각하는 어른들을, 예수는 평화이고 예수의 나라는 영적이고 하늘의 나라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도를 만들기 위해 이 은총들이 필요하다. 너는 저 어린 양 새끼를 보지? 저 어린 양이 다른 어린양을 잡아먹을 수 있겠니?”
“아! 아니오! 저 어린 양이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라고 저 놈을 선물로 주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 말 잘 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만일 내가 사람들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는 힘과 그렇게 할 뜻을 가지고 있었으면, 나를 보내지 않으셨을 거다. 나는 어린 양이고 목자다. 그리고 나는 어린 양처럼 온유하고 몹시 너그러우며, 착한 목자의 지팡이로 사랑을 가지고 사람들을 모으지, 병사의 창과 검으로 모으는 사람이 아니다. 알아들었니? 그리고 어떤 말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내게, 바로 내게 약속하겠니?”
“예, 예수님. 그렇지만… 나를 도와 줘요. 예수님이… 예수님만이….”
“내가 너를 도와주마. 봐라, 네 입술을 쓰다듬어 준다. 그러면 네 입술이 다물린 채로 있을 줄 알거다.”
“선생님! 저로 하여금 선생님을 뵐 수 있게 해 주는 이 저녁나절은 거룩합니다!”요나타가 집에서 달려 나와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리며 말한다.
“요나타야, 네게 평화. 요안나를 볼 수 있겠느냐?”
“오실 겁니다. 선생님을 뵈러 오려고 로마 여자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를 질문하는 듯한 태도로 바라다보신다. 그러나 아무 말씀도 묻지는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집을 향하여 걸어가시며
“헤로데에 대항하여 완전히 굳어버린” 쿠자에 대하여 말하는 요나타의 말을 들으신다. 요나타는 이렇게 말한다.“제 여주인에 대한 사랑으로 청하는 것이오니, 쿠자를 억제해 주십시오. 그분은 선생님께도 자기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특히 선생님께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하려고 하니까 말입니다.”
요안나는 찬란한 횐 옷을 입었는데, 그 위로는 머리에서부터 은실을 하도 많이 넣고 짜서 은으로 선세공(線細工) 한 것같이 보이는 베일이 늘어져 있고 -그런데 나는 그 가벼운 천이 어떻게 그 은실을 넣고 짠 것을 감당하는지 모르겠다. – 진주로 장식한 주교관 같이 앞쪽이 약간 뾰족한 날씬한 관을 썼고, 진주로 장식한 무거운 귀거리에, 목에는 진주 목걸이를 걸었고, 역시 보석을 박은 팔찌와 반지를 끼었는데 -순수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의 출현이다. – 주께로 급히 와서, 그의 아름다운 옷은 상관하지 않고 오솔길의 먼지 속에 엎드리며 예수의 발에 입맞춤을 한다.
“요안나야, 네게 평화.”
“선생님을 모시면 저와 제 집에 항상 평화가 있습니다…. 어머님!….” 그러면서 성모님의 발에 입맞춤 하려고 한다. 그러나 성모님은 요안나를 팔을 벌려 맞으시며 껴안으신다. 요안나는 또 알패오의 마리아와도 입맞춤을 주고받는다.
인사가 끝난 다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요안나야, 네게 할 말이 있다.”
“여기 대령했습니다, 선생님. 어머님, 제 집은 어머님 집입니다. 필요하신 것은 명령하십시오. 저는 선생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예수께서는 풀밭으로 가시려고 벌써 자리를 옮기셔서, 모든 사람이 잘 볼 수는 있지만 아무도 말을 들을 수 없게 넉넉히 떨어져 계신다. 요안나가 예수 계신 데로 간다.
“요안나야, 나는 분명히 신디카가 보내서 안티오키아에서 온 그 사람을 네 집 정원에서 만나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요안나에게 딸린 모든 것의 주인이십니다.”
“네 마음의 주인도 되느냐?”하고 예수께서 요안나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신다.
“선생님, 벌써 아시는군요! 그러리라고 거의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확신합니다. 쿠자… 남자들은 앞뒤가 몹시 어긋납니다! 그들의 이해에 대한 감정은 대단히 강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내에 대한 동정은 매우 약합니다! 저희들은… 가장 좋은 사람들의 아내인 저희들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유익할 수 있는 데 따라서 보이거나 감추거나 하는 노리개입니다…. 남자의 욕망에 따라서 웃거나 울고 끌어당기거나 물리치고, 말을 하거나 잠자코 있고, 나타나거나 숨어있거나 해야 하는 판토마임 배우입니다…. 항상 남자의 이익을 위해서요…. 주님, 저희들의 처지는 한심합니다!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 대신에 너희들은 정신으로 더 높이 올라갈 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선생님, 혼자서 아셨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누가 말씀드렸습니까? 마나헨을 보셨습니까? 선생님을 찾고 있던데요….”
“아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여기 있느냐?”
“예, 저희들 모두가 여기 있습니다…. 헤로데의 조신(朝臣) 모두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헤로데를 미워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헤로디아의 뜻에 따라 헤로데가 그의 집사를 모욕하기를 즐기기 시작한 뒤로부터 그들 중에 끼게 되었습니다…. 주님, 베델에서는 쿠자가 헤로데의 총애를 잃을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저를 주님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했다는 것을 기억하시지요? 그뒤로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벌써… 그렇습니다. 주님, 쿠자는 저더로 주님이 분봉왕 대신에 왕이 되시는데 자기의 도움을 받아들이시도록 설득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저는 여자이고, 따라서 남자에게 복종하는 사람이고, 게다가 이스라엘 여자이고,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남편의 뜻에 복종해야 하기 때문에 이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주님께 조언은 드리지 않습니다…. 저는 주님이, 오! 주님이, 고용된 창기병(槍騎兵)들의 도움으로 왕이 되지는 않으시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 제가 무슨 말씀을 드렸지요!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랬습니다…. 저는 주님이 먼저 쿠자와 마나헨과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시게 놔 누어냐 하는 건데 그랬습니다…. 또 잠자코 있었으면, 잘못하는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주님, 똑똑히 보게 도와주십시오….”
“요안나야, 너는 제대로 보고 있다. 설사 로마와 이스라엘이 나를 사용해서 이 지방을 평정하기를 원한다 하더라도, 나는 로마의 군단이나 이스라엘의 창기병을 써서 왕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알아차릴 만큼 넉넉히 이해했다. 마티아가 거기에 대한 조심성 없는 말을 했고, 요나타가 불만에 대한 암시를 했고, 네가 나머지 말을 했다. 나는 이렇게 보충하겠다. 내 나라에 대한 터무니없는 견해로 인해서 마나헨과 같이 착하기는 하면서도 아직 의인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의 사람의 고정관념에 따른 이스라엘 왕국을 세우는 것을 지향하는 운동을 일으킬 충동을 받는다고.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하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욕구에 의해서 같은 일에 대한 충동을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 중에는 네 남편도 들어 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 그리고 헤로데당 사람들의 간계(奸計)는 이 두 가지 동기를 수단으로 해서, 우리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눈에 나를 실제로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나를 제거하고자 한다. 너는 내게 이 말을 하면서 쿠자와 마나헨과 다른 사람들을 배반하지 않으려고 로마 여자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나 분명히 말한다마는 나를 더 많이 이해한 사람들은 이방인들이다. 그들은 나를 철학자라고 부르는데, 폭력에 의거하는 그들의 생각으로는 어쩌면 나를 몽상가나 비 현실주의자나 불행한 사람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이 세상에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고, 내 나라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그들은 깨달았다. 그들은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를 따르는 사람들을 무서워한다. 그런데 그들의 생각은 옳다.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더러는 사랑으로 더러는 교만으로 그들의 생각, 즉 왕 중의 왕이오. 우주적인 왕인 나를 아주 작은 국가의 보잘것없는 왕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하여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이지 나는 은밀히 발전하고 있는 이 음모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 이 음모를 내 진짜 원수들이 조장하는데, 그 진짜들은 가이사리아의 총독관저나 안티오키아의 지방총독 관저나 안토니아에 있지 않고, 히브리사람들의 옷의 테필림(히브리인의 옷이나 몸에 다는 장식의 일종이라 생각됨.)과 장식 술과 지짓(히브리인의 옷이나 몸에 다는 장식의 일종이라 생각됨.) 속에, 특히 율법에 더 광범위하게 집착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의 넓은 옷을 장식하는 넓은 테필림과 복슬복슬한 지짓들속에 들어 있다. 그러나 율법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옷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율법이 그들의 마음속, 즉 서로 미워하지마는, 지금은 나를 해치기 위하여 이 증오를 잊어버리고 단결하는 마음속에 있으면, -이스라엘의 계층 사이에 깊은 구렁을 파놓는 증오이지만, 지금은 그들이 내게 대하여 가지고 있는 증오로 구덩이들이 꽉 차있기 때문에 분열되어 있지 않고 평평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만일 율법이, 마치 미개인이 미신으로나 장식으로 자기 몸에 부적이나 조가비나 뼈나 독수리의 부리 따위를 주렁주렁 매다는 것처럼 그들의 옷과 이미와 손에 매달고 붙이고 하지 않고, 그들의 마음속에 있으면, 그리고 지혜가 데펼림에 쓰여 있지 않고 심근에 쓰여 있으면, 그들은 내가 누구라는 것과 그들이 나를 말씀으로서 또 사람으로서 파멸시키기 위하여 나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증오에 있어서나 사랑에 있어서나 똑같이 정당하지 못한 내 친구들과 내 원수들에게서 나를 지켜야 한다. 나는 사랑을 이끌어 주고 증오를 가라앉히려고 애쓴다. 나는 내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이렇게 하고 또 내 피를 돌들 위에 뿌려 그것들을 단단히 붙여놓음으로 나라를 세울 때까지 이렇게 하겠다. 내가 너희들에게 내 피를 뿌리면, 너희들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게 충실한 마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요안나야, 네 위와 네 안에 있는 쿠자와 예수라는 두 힘과 두 사랑 사이에 이렇게 갈라져 있는 네 마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님은 이기실 것입니다.”
“그렇다, 내가 이길 것이다.”
“그렇지만 쿠자도 구원해 주시도록 힘쓰십시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십시오.”
“나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주님을 사랑하는 쿠자를 사랑하십시오….”
“거짓말은 그것을 감싸고 있는 진주처럼 순결한 그 이마, 그리고, 지금은 쿠자가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하고 싶고 내게도 확신시키고 싶어하는 노력으로 붉게 물들여진 그 이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쿠자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렇다, 이기심으로. 마치 지오와 시람에서 이기심으로 나를 사랑하지 않던 것과 같이… 그러나 저기 요나의 시몬이 외국인과 같이 온다. 그를 마중을 나가자….”
두 사람은 집 뒤쪽에 있는 넘은 입구에까지 간다. 현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산 쪽으로 나 있는 반원형의 회랑이다. 이렇게 해서 동산은 정원 쪽으로 나 있는 이 반원형의 회랑으로 집에까지 연장되는데, 회랑은 지금은 꽃이 없는 장미나무 줄기와 꽃이 찬란하게 핀 매력적인 재스민 가지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주홍빛 덩굴식물이 올려진 기둥들로 장식되어 있다.
“평화가 외국 양반과 함께 있기를. 나를 보고자 한다지요?”
“나으리께 인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나으리께 드릴 편지가 한장 있습니다. 한 그리이스 여자가 안티오키아에서 주었습니다. 저는… 아니, 저는 이제는 그리이스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제 일을 계속하기위해 로마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저는 로마 군대의 납품업자입니다. 저는 그들을 미워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보급을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한 것 때문에, 저는 밀가루에, 독당근에서 빼낸 독약을 섞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전부 독살해야지, 몇명만 독살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무익한 일이고, 더 나쁠 것입니다…. 그들은 강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리이스인에 비하면 야만들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것이었던 것을 가지고 자신들을 꾸며서 문명인으로 보이도록 하려고우리에게서 모은 것을 훔쳐 갔습니다. 그러나 일단 우리의 문명으로 물들인 껍질을 긁어내면 아물리우스, 로물루스(로마의 시조(始祖)), 타르퀴누스(로마의 제5대왕. 앙쿠스의 아들에 의해 암살됨) 같은 사람들을 발견합니다…. 자기의 은인을 죽인 부루투스(시저를 죽인 사람중의 하나.) 같은 사람을 항상 발견합니다. 이제는 그들이 티베리우스(로마황제. 폭군이었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이게 아직 너무 적은 것이지요! 그들은 세야누스(티베리우스의 신하. 티베리우스를 계승하려고 음모를 꾸미다가 티베리우스에게서 교수형을 받았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입니다. 칼, 사슬, 그들이 저지를 죄악들이 그들에게로 되돌아가서, 저 짐승같은 로마인들의 몸을 괴롭힙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괴물이 엄청나게 커지면, 제 무게로 무너져서 썩을 것입니다. 그러면 패배했던 사람들이 엄청나게 큰 시체 앞에서 웃을 것이고, 그들이 다시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정복자들의 모든 발이 그의 난폭한 확장으로 우리를 파멸시킬 로마를 짓눌렀으면…. 그러나 용서하십시오. 나으리, 끊임없는 고통이 다시 한 번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리이스 여자가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제게 주면서, 선생님은 완전한 덕을 가지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덕망이 높이신 분이시라고… 선생님은 그렇기에는 너무 젊으십니다. 그리이스의 위인들은 덕망있는 사람이 되려고 일생을 바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여자는 선생님의 사상을 제게 말해 주었습니다. 만일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것을 정말 믿으시면, 선생님은 위대하십니다…. 선생님은 사람들이 지금 하는 것처럼 짐승처럼 살지 않고 신처럼 사는 지혜를 세상에 주시려고 죽을 준비를 하기 위해 살으신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선생님은 사람이 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재산은 한 가지밖에 없다고, 즉 덕행의 재산밖에 없다고 단언하신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선생님은 구속하러 오셨는데, 구속은 우리가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면 우리 자신 안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우리는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영혼은 숭고하고 죽지 않고 썩지도 않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잘 보살펴야 하고, 그러나 우리가 짐승처럼 살면 영혼을 파괴할 수는 없지만 숭고한 성격을 잃게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대답하여 주십시오, 위대하신 선생님!”
“사실입니다. 모두가 사실입니다.”
“맙소사, 우리의 지극히 위대한 철인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음표 하나가 모자라는 음악같았고, 줄 하나가 모자라는 칠현금(七絃琴) 같았습니다. 때때로 우리들은 철학자가 건너뛰지 못하는 공백을 느끼곤 했습니다. 만일 선생님이 실제로 가르치려고만 오시지 않고, 아무에게도 강요되지 않는데, 하느님께 복종하겠다는 개인적인 의지로 죽기 위하여 오셨다면, 선생님은 그 공백을 채워놓으신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의 자살이 희생이 됩니다…. 젠장! 우리들의 신중에서는 아무도 이런 일을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선생님이 우리 신들보다 높으시다고 추론합니다. 그 그리이스 여자는 우리 신들은 존재하지 않고, 선생님만이 존재하신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저는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까? 그런데 하느님께서 도둑질을 하는 보급업자이고, 원수를 미워하며, 불쌍한 사람인 제 말씀을 들으실 수 있습니까? 왜 제 말씀을 들으십니까?”
“당신의 영혼을 보기 때문입니다.”
“제 영혼을 보신다구요?!!! 제 영혼이 어떻습니까?”
“당신의 지능은 야만인의 지능과 매우 다르지마는 당신의 영혼은 보기 흉하고 더럽고, 반점이 있고, 쓰고, 무식합니다. 그러나 그 더럽혀진 신전 안에는 학자들의 모임에 있는 그 사람같이 기다리는, 같은 것을 기다리는 제단이 있습니다. 그 제단은 참 하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그리이스 여자가 선생님이 참 하느님이시라고 말하니까, 선생님을 기다리는 것이로군요. 그러나 맙소사, 선생님이 제 영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은 참 말입니다. 선생님은 델포이(그리이스의 옛수도. 아폴로의 신전이 있었음)의 신탁(神託)보다 더 분명하고 확실하십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평화와 사랑과 용서를 권장하시는데, 이것들은 어려운 덕행들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어떤 사항에 있어서나 절제와 정직을 권장하십니다…. 그렇게 되는 것은 신이 되는 것입니다. 신들보다 더 위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신들은 오!… 신들은 평화를 사랑하지 않고 정직하지 않고 너그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들은 적어도 지혜롭기는 한 미네르바(지혜와 기술의 여신. 그리이스 신화의 아테네에 해당한다<로마신화>)를 매놓고는 사람의 나쁜 정열의 극치입니다…. 다이아나(사냥과 순결의 여신. 그리이스 신화의 아르테미스에 해당한다<로마신화>)까지도!… 다이아나는 순결하지만 잔인합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권장하시는대로 되는 것은 신들보다 더 낫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그렇게 된다면… 매력적인 가니메데스(고대 그리이스의 철학자)에 의해서!… 가니메데스는 아주 어린 몸으로 올림포스의 독수리에 채여 가서 신들의 술을 따르게 됐지요. 그러나 야만인 지배자들에게 생필품을 보급하는 사람인 제논이 신의 상태로 건너가다니… 그러나 제게 이 생각에 골몰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동안 그 여자의 편지를 읽으십시오….” 그러면서 그 사람은 소요학파(逍遙學派)의 철학자처럼 걷기 시작한다. 피로한 베드로는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을 보고, 안마당에 있는 의자에 편안히 자리잡고, 시원한 공기속에서 의자에 놓여 있는 부드러운 쿠션들속에서 조용히 졸기 시작 하였었다…. 그러나 봉인을 뜯는 소리와 양피지(羊皮紙)를 펼치는 소리에 잠이 깬 것을 보면, 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아직도 졸려서 감기는 눈을 비비면서 일어난다. 그는 약간 보랏빛이 도는 운모(雲母)를 씌운 천장에서 드리운 촛불 밑에 서서 읽으시는 선생님께로 다가간다. 빛은 약해서 맑은 밤의 달빛의 매력을 없애지 않은 채 겨우 그곳을 비추기에 넉넉할 뿐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글자들을 읽기 위하여 종이를 높이 쳐들고 계시고, 훨씬 키가 작고 아주 예수 가까이에 다가서있는 베드로는 목을 길게 뽑고 발뒤꿈치를 들고 서서 보려고 하지만, 보지를 못한다.
“신디카에게서 온 거지요, 예? 뭐라고 그랬습니까?” 베드로는 질문을 되풀이 하고 “선생님, 크게 읽으십시오!”하고 간청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래, 신디카다…. 나중에…”하고 대답하신다. 그리고 첫째 장을 읽으신 다음, 접어서 허리띠 주름잡은 데에 넣으시고 둘째 장을 읽기 시작하신다.
“길게도 썼군요, 예?! 요한은 어떻답니까? 그리고 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베드로는 어린 아이처럼 보챈다. 예수께서는 하도 골몰하셔서 베드로의 말을 듣지 못하신다. 둘째 장도 끝났고, 첫째 장과 같은 처지가 된다.
“그렇게 하면 종이가 상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게 종이를 제게 주십시오….” 그러면서 베드로는 분명히 이렇게 생각한다.“그리고 곁눈으로 슬쩍 보게.” 그러나 셋째이자 마지막 장을 펴시는 선생님의 손을 지켜보려고 눈을 들다가 예수의 노란 속눈썹에 눈물 한 방울이 맺혀서 반짝이는 것을 본다.
“선생님?! 우십니까?! 선생님, 왜 우십니까?” 그러면서 그의 튼튼하고 짧은 팔로 예수의 허리를 안아 자기에게로 꼭 잡아당긴다.
“요한이 죽었다….”
“오! 불쌍해라! 언제요?”
“첫더위가 시작하면서… 그리고 우리를 보기를 몹시 갈망하면서….”
“오! 가엾은 요한!… 그렇지만 벌써… 그 사람은 기진맥진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별의 고통… 이 모두가 흉악한 자들 때문입니다! 제가 그 자들의 이름을 알았으면!…. 주님, 크게 읽으십시오. 저는 요한을 몹시 사랑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읽어 주마.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예수께서는 주의깊게 읽으신다…. 베드로는 보려고 한충 더 발돋움을 한다…. 다 읽으셨다. 예수께서는 종이를 접으시며 말씀하신다.
“내 어머니를 모셔 오너라.”
“안 읽어 주십니까?”
“다른 사람들을 기다린다…. 우선 저 사람을 돌려보내겠다.”
그리고 베드로가 요안나와 같이 있는 여자 제자들이 있는 집으로 가는 동안 예수께서는 그리이스 사람을 보러 가신다. “언제 떠나십니까?”
“오! 저는 가이사리아의 총독에게 갔다가, 물건들을 산 다음에 요빠로 가야합니다. 지금부터 한 달 후에, 11월의 폭풍우를 피할 수 있을 만큼 넉넉히 일찍 떠나겠습니다. 바다로 해서 가겠습니다. 제가필요하십니까?”
“그렇습니다, 답장을 보내게. 그리이스 여자는 당신을 믿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불성실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편지를 쓰셔서 장막절에 클레웅트의집으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그 사람이 로마인들의 식탁에 오를 치즈를 제게 대 줍니다. 벳파게 마을의 샘을 지나서 세번째 집입니다. 혼동하실 수가 없습니다.”
“당신도 당신이 발을 들여놓은 길을 따라가면 틀릴 수가 없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이스의 문명이 당신을 그리스도교의 문명으로 데려 옵니다.”
“제가 미워하는 것을 비난하지 않으십니까?”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십니까?”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증오를 비열한 정열이라고 비난하시고, 또 복수를 몹시 싫어하시니 까요.”
“그런데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워하지 않고 용서하는 사람은 제우스신보다도 더 위대하다고요.”
“그러면 그 위대함에 이르도록 하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가족이 신디카를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있는 유배지에서 불멸의 고향, 즉 하늘로 가는 길을 가시오. 나를 믿고 내 말을 실천에 옳기는 사람은 이 고향을 얻을 것입니다. 빛이 당신을 비추기를 바랍니다. 평안히 가시오.”
“그 사람은 인사를 하고 떠나간다. 그러다가 발을 멈추더니 뒤로 돌아와서 묻는다. “선생님 말씀하시는 것을 저는 듣지 못하겠습니까?”
“새벽에 다리케아에서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시로-페니키아로 갔다가, 어떤 길로 해서 갈지는 모르지만 예루살렘으로 갑니다.”
“선생님을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다리케아로 가서 선생님이 지혜로우신 것과 같이 웅변이기도 하신지 판출하겠습니다.”
그 사람은 마침내 떠난다.
여자들은 안마당에 있는데, 베드로와 같이 요한의 죽음에 대하여 말들을 한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다음날 아침에 다리케아에 가시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시내에 남아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왔다. 그리고 모두가 가엾은 요한에 대하여 말하고 몹시 사정을 알고 싶어한다.
“아들아, 그 사람이 죽었구나!”
“예,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이제 정말 고통을 받지 않게 되었구나.”
“그 사람은 결정적으로 감옥에서 나갔습니다.”
“그 사람이 귀양살이의 마지막 고통을 당하지 않는 것이 옳았을텐데.”
“또 하나의 정결의식이었습니다.”
“오! 저는 제가 그런 정결의식을 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다른 정결의식은 어떤 것이라도 좋지만 선생님을 멀리 떠나서 죽기는 싫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죽을 거야…. 선생님… 저희들을 같이 데려가 주십시오!” 하고 안드레아가 다른 사람들 다음에 말한다.
“안드레아야, 너는 네가 무엇을 청하는지를 모르는구나. 내가 너희를 부를 때까지는 여기가 너희들의 자리이다. 그러나 신디카가 무슨 말을 써 보냈는지 들어 보아라.
‘그리스도의 신디카가 그리스도 예수께 인사드립니다.
이 편지를 선생님께 가져다 드릴 사람은 제 동포입니다. 이 사람은 선생님을 만날 때까지 찾겠다고 약속하면서, 아무 데에서도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면 마지막 장소로 베다니아를 잡아두어서 편지를 라자로의 집에 남겨 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사람은 그와 그의 조상들이 로마에게서 받은 모든 불행에서 할 수 있는대로 마음을 진정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로마는 세번이나 여러 가지 모양으로, 그리고 항상 그의 방법으로 그들에게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 사람은 그리이스인다운 예민으로 자기는 떼베레강(로마를 관통하는 강.)의 암소들의 젖을 짜서 그리이스의 염소들을 토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이 사람은 지방총독의 집과 동방의 여왕인 이 대도시이며, 작은 로마의 많은 로마인들의 집에 물자를 보급해 주는 사람입니다. 그 뿐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고급 양식 다음으로, 집요한 증오를 가리는 비굴한 찬사를 써서 간사하게 동방의 로마 군대의 보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하는 방식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각기 자기의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같으면 압제가가 그에게 주는 금이 들어 있는 상자들보다 길옆에서 구걸해서 얻은 빵이 더 낫겠습니다. 그리고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다른 동기가 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그리이스 사람을 본받게 하지 않았더라면 언제나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컨대 이 사람은 선량한 사람이고, 그의 아내와 세 딸과 한 아들도 착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들을 안티고니아의 작은 학교에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초봄에 병이 들었기 때문에 제가 방향제를 가지고 치료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집에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귀족들의 집이나 장사하는 집들 중에 많은 집에서 저를 자수 선생으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집을 택했습니다. 마침 이 집 사람들이 그리이스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제논의 견해에 찬성하지 않으시더라도 그를 너그럽게 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사람은 표면은 석영질(石英質)인 땅과 같이 메마르지만, 딱딱한 표면 밑에는 훌륭한 땅과 같습니다. 저는 많은 고통으로 인해서 이루어진 그 딱딱한 껍질을 떼어내고 좋은 땅을 드러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사람은 선생님의 교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논은 많이 알려져 있고, 키프로스 몰타 그리고 이베리아에 이르기까지의 지방을 치지 않더라도, 소아시아와 그리이스의 많은 사람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지방에는 어디에나 그와 같이 그리이스인이고 박해받은 친척들과 친구들이 있고, 군대와 행정관청의 로마인들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도 언젠가 선생님의 일에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주님, 제가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 저는 강에 연한 부두와섬 안에 있는 지방 총독의 관저와 화려한 거리와 수백개의 강력한 탑이 있는 성곽을 가진 안티오키아를 봅니다. 그리고 몸을 뒤로 돌리면, 병영들과 지방 총독의 제2관저와 더불어 저를 내려다보는 술피우스 산이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지배받는 여자인 저 혼자서 로마의 권력의 두 가지 표현 사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들이 저는 무섭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휘몰아치는 자연의 힘과 반란을 일으킨 한 민족 전체의 힘으로도 할 수 없는 것을, 사람들에게 불안을 품게 하지 않는 약함으로, 권력자들이 업신여기는 표면상의 약함으로, 하느님이신 선생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힘이 되는 사람들의 약함으로 이룩하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또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즉 로마가 선생님을 알게 되면, 이 로마의 힘이 그리스도교의 힘이 될 것이고, 로마의 아성(牙城)이 여전히 세계를 지배할 것이고 그리스도교적로마는 전 세계적인 그리스도교계라는 뜻이 될 것이므로, 이교도적인 로마의 아성으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언제 그렇게 되겠는지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저는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로마인들이 그들의 군기와 그들의 힘을 왕 중의 왕을 섬기는 데 쓸 날을 생각하면서 로마의 권력의 이 표시들을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 봅니다. 저는 로마인들을 자기들이 친구인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 친구들, 정복당하기 전에는 괴롭히겠지만, 일단 정복되고 나면 선생님을, 선생님에 대한 지식을 땅 끝에까지 전할 친구들처럼 바라봅니다.
하찮은 여자인 제가 선생님을 통한 제 훌륭한 형제들에게 감히 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세계를 선생님의 나라로 끌어들일 때가 되었을 때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다른 지도계급들에 의해서 까다롭게 된 모세적인 엄격주의에 너무 들어박혀 있어서 쟁취하기 어려운 이스라엘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여기 로마적인 세계 ,로마의 하부조직-로마가 그의 이해관계를 위하여 그가 원하는 것과 다른 어떤 믿음도 어떤 사랑도 어떤 자유도 억압하는 촉수(觸手)-에 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을 진리로 끌어들이는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이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방인인 우리들도 선을 갈망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는 형제들을 위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교적인 두꺼운 껍질 밑에는 이교의 공허함에 실망한 마음들, 풍습이 시키는 대로 사는 그들의 생활에 싫증을 내고, 증오와 악습과 냉혹에 지친 마음들이 있다는 것을 형제들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성실하지만, 선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만족시키는 것을 찾기 위해서 어디에 의지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형제들은 그들의 갈망을 만족시킬 믿음을 주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그리이스의 경기의 선수들처럼 그 믿음을 어두움을 밝히는 횃불처럼 들고 자꾸 앞으로 가져가면서 믿음을 위해 죽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첫째 장을 도로 접으신다. 편지 읽으시는 것을 들은 사람들은 신디카의 문체와 힘과 사상에 대하여 어러쿵저러쿵 말을 하고 신디카가 왜 안티고니아를 떠났을까 하고 서로 묻는다. 그동안 예수께서는 둘째 장을 펴신다.
그 때까지 의자에 앉아 있었던 베드로가 더 잘 들으려는 것처럼 가까이 가서 예수께 꼭 붙어서서 보려고 뒤꿈치를 들고 선다.
“시몬아, 몹시 더운데 바짝 다가서는구나”하고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네 자리로 돌아가거라. 이제까지는 듣지 않았느냐?”
“들었냐구요? 예,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에서부터 선생님의 얼굴이 변하고 우셨으니까 이제는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신 건 요한 때문만이 아니십니다…. 요한이 죽어 가고 있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요….”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신다. 그러나 베드로가 뒤에서 편지를 엿보는 것을 막기 위하여 촛대에서 멀어 지시는 것은 상관하지 않으시고 제일 가까이 있는 기둥에 기대신다. 불빛은 종이는 비추지 않지만, 반대로 예수의 얼굴은 환히 비춘다.
베드로는 잘 보고 잘 듣기로 단단히 결심하고 등받이 없는 걸상 하나를 예수 앞으로 끌고 가서 앉아 선생님의 얼굴을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저는 이것을 단단히 확신했기 때문에, 혼자 남게 되자, 이스라엘이 지배하고 있는 곳보다는 로마에서처럼 모든 인종이 합쳐지고 섞이는 이곳에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안티고니아를 떠나 안티오키아로 왔습니다. 여자인 저는 로마를 정복하려고 떠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제가 로마시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로마시의 가장 아름다운 딸, 온 세계에서 어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이 도시에서 씨를 뿌립니다…. 그 씨가 몇 사람의 마음에 떨어질지? 몇 사람의 마음에서 싹이 틀지? 몇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져서 사도들을 기다려 싹이 트게 될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행동합니다. 저는 제가 알게 되었고 또 만족을 주시는 하느님께 제 정신과 제 지능과 제 일을 바칩니다. 저는 이 하느님을 오직 한분이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으로 믿습니다. 저는 이 하느님께서 착한 뜻을 가진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신다는 것을 압니다.
선생님, 요한이 로마인의 역법(曆法)에 따라 6월 9일 전의 제6일, 히브리인들로 볼 때에는 대략 타무즈 달이 시작되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알고 계신 것을 말씀드려 무엇합니까? 그러나 형제들을 위해 말씀드립니다. 요한은 의인으로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고통에 대한 진실을 말씀드리자면 순교자로 죽었다고 말해야 할 것 입니다.
저는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온 연민을 가지고 그를 보좌했고, 우리가 영웅에 대해서 가지는 온 존경을 다해, 형제에 대해서 가지는 온 사랑을 다해 그를 보좌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했어도 제가 권태나 피로 때문에가 아니라 동정으로, 영원하신 분께 그를 평화에로 불러가십사고 청할 정도로 심한 고통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요한은 <자유에로> 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도대체 그가 말하던 것과 같이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사람이 그렇게도 빛나는 지혜에까지 올라갈 수가 있습니까? 오! 죽음은 참으로 우리의 근본을 드러내는 신비이고, 삶은 이 신비를 가리는 장치입니다. 밑그림 없이 우리에게 주어져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릴 수 있는 장치입니다. 요한은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맨 마지막에 쓴 글들은 숭고했습니다. 인간의 고통과 인간의 폭력의 그림이 있던 이 세상의 어두운 하늘에서, 요한은 슬기로운 예술가와 같이 점점 더 빛나는 필치로 건너가 그의 그리스도인적 생활의 흐름을 덕행으로 꾸며, 마침내 하느님 안에 빠져 들어간 영혼의 눈부신 밝음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주님께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요한은 그의 마지막 시를 말하지 않고 노래했다고 그리고 저는 언제나 사람이 말하는 것이었고. 언젠가 벌써 하느님의 아들인 영이 말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님, 주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노예신분과 이교라는 두 가지 사슬에 묶여 있는 영혼을 위한 양식을 찾으려고 철학자들의 저서를 모두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들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것은 이미 인간의 말이 아니라, 초인의 말, 완벽한 정신의, 아니 그보다도 반신(半神)인 영의 말이었습니다.
저는 신비를 지켰습니다. 하기는 그것을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하던 사람들, 요한에게 대해서 친절하기는 하지만, 가장 광범하고 가장 완전한 의미로서의 이스라엘 사람들인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과의 마지막 접촉에서 요한이 온전히 사랑의 표현이 되었을 때, 저는 모든 사람을 물리치고, 저 혼자서 주님이 틀림없이 아시는 것을 거두었습니다….
주님… 그 사람은 죽었습니다…. 마지막 날이 가까웠을 때의 가는 목소리로, 그리고 황홀로 불타는 눈길로 제 손을 꼭 쥐고 그의 말로 제게 천국을 드러내 보이면서 말한 것과 같이 <그는 마침내 감옥에서 나갔습니다.> 그 사람은 살고 용서하고 믿고 사랑하는 것을 제게 가르치면서 죽었습니다. 제게 제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시키면서 죽었습니다.
주님, 저는 다 압니다. 겨울 저녁 때에 요한은 예언자들에 대해서 제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성경을 진짜 이스라앨 여자처럼 압니다. 그러나 성경이 분명히 말하지 않는 것도 압니다….
선생님이시며 주님… 저는 요한을 본받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총애를 받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청하지 않고 주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 더 영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께서는 종이를 다시 접으시고 셋째 장을 꺼내려고 하신다.
“아닙니다. 선생님, 아닙니다!”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 장이 그렇게 빨리 끝날 수는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전부 읽지 않으십니다! 주님, 왜 그러십니까? 자네들, 항의하게. 신디카는 선생님을 위해서보다는 우리를 위해서 더 많이 썼는데, 선생님은 읽지 않으신단 말이야.”
“베드로야, 고집하지 말아라.”
“아닙니다. 고집하겠습니다! 예, 고집하고 말구요! 아시겠습니까? 저는 선생님의 눈이 갑자기 더 아래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마지막 몇 줄을 읽지 않으신 것을 명백히 보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그 장의 마지막 부분을 읽지 않으시는 한 마음이 편치 못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전에 우셨습니다. 그런데 뭡니까? 선생님이 읽으신 것 가운데 혹시 울만한 것이 있었습니까? 그가 죽은 것을 아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죽음 때문에 울게 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의 영을 잃는 나쁜 죽음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입니다…. 자, 읽으십시오! 어머님! 요한! 무엇이든지 얻어내시는 두분….”
“이봐라, 아들아. 그것이 알아서 괴로운 일이라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그 잔을 마시겠다….”
“모두가 원하는대로 하겠다…
‘저는 성경을 진짜 이스라엘 여자처럼 압니다. 그러나 성경이 분명히 말하지 않는 것도 압니다. 요한이 죽었고, 또 선생님은 그에게 임보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을 약속하셨으니까, 이제는 선생님의 수난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요한이 이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주님께 대한 이스라엘의 증오가 어떻게 올지, 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가 알기 전에 데려 가시겠다고 약속하셨다는 말을 제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요한이 주님을 괴롭힐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을 막으려고 그렇게 하시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제 요한은 갔습니다…. 그러니까 주님도 돌아가실 때가 가까웠습니다…. 아니, 사실 때가 가까웠습니다. 주님의 가르치심을 통하여, 저희들 안에 계신 주님 자신을 통하여, 희생이 저희들에게 영혼의 생명과 은총과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과의 일치를 돌려준 다음에 저희들 안에 계신 천주성을 통하여 정말로 사실 때가 가까웠습니다.
선생님, 제 구세주, 제 임금님, 제 하느님… 요한이 육체로는 무덤속에서 잠들어 있고, 영으로는 기다리면서 쉬고 있는 지금 선생님께로 가고 싶은 유혹이 강합니다. 아니, 강했었습니다. 제자들인 제 자매들과 더불어 선생님의 제단 곁에 있기 위하여 선생님 곁으로 가고자하는 유혹이 말입니다. 그러나 제단은 희생으로 꾸며져야 할 뿐 아니라, 하느님께 경의를 표하고 제물을 바치는 이에게 경의를 표하는 꽃장식으로도 꾸며져야 합니다. 저는 멀리 있는 제자로서의 제 자주빛 꽃장식을 선생님의 제단 아래 갖다 놓습니다. 저는 거기에 순종과 근면과 선생님을 뵙지 않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희생을 갖다놓습니다…. 아!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요한과의 초자연적인 주님의 대화가 끝나서 제가 더 이상 그것을 누리지 못하게 된 지금 그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주님, 주님의 종이 오직 주님의뜻만 행할 줄 알고 주님을 섬길 줄만 알도록 종위에 손을 들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종이를 접으시고, 말씀을 듣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신다. 그 얼굴들은 창백하다. 그러나 베드로는 중얼거린다. “저는 선생님이 왜 우셨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나는 아내를 죽인 사람, 옛날 죄수, 그리고 이교도 노예를 너무나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비교했기 때문에 울었다.”
“알았습니다! 선생님은 이방인들보다 못한 히브리인들, 죄수보다 못한 사제들과 지도자들을 보시고 슬퍼하시는 거로군요. 선생님의 생각이 옳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저 여자는 정말 기막힌 여자입니다! 그 여자가 멀리 떠나 갈 수밖에 없는 것은 아깝습니다!….
예수께서 셋째 장을 펴신다.
“‘그리고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주님의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하여 모든 정결의식을 다한 다음에 가서 이미 평화를 누리고 있는 주님의 제자와 형제를 모든 일에 본받으십시오.’”
“아! 아닙니다. 그 다음에요!” 베드로는 예수께서 비키실 수 있기 전에 재빨리 의자에서 뛰어 일어나서, 그의 눈이 보는 곳을 예수께서 보고 계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윗부분을 잡지 않고 놓아두는데 따라서 양피지가 저절로 말려, 그 장의 윗부분에 있는 여러 줄이 가려졌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머리를 드시고, 슬프기 보다는 부드러운 얼굴로, 부드럽기는 하지만 단호한 얼굴로 당신의 사도를 물리치시며 말씀하신다.
“베드로야, 네 선생님은 무엇이 네게 유익한지 알고 있다! 네게 유익한 것을 주게 가만있어라….”
베드로는 이 말씀과 그 보다도 몹시 애원하는 듯한 예수의 눈길에 더 감격하였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반짝이며 떨어지려고 한다. 그는 자기 의자로 내려오며 말한다. “순종하겠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무슨 말이 있었을까요?!”
예수께서는 다시 읽기 시작하신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으니, 이제는 제게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요한의 장례를 치른 다음 저는 안티고니아를 떠났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대우를 잘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었습니다. 말씀드린 것과 같이, 많은 사람이 저희들을 찾아왔기 때문에 저는 많은 가정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회에서 일할 생각이기 때문에 제논의 가족 곁에 자리잡는 쪽을 택했습니다.
어떤 로마 귀부인이 헤로데의 주랑(柱廊) 곁에 있는 그의 호화로운 집에 저를 맞아들이려고 했습니다. 매우 부유한 시리아 여자가 띠로 사람인 남편이 셀레우치아에 세운 직물공장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셀레우치아의 다리 근처에 사는 개종자로 아아 일곱을 둔 과부가 사내아이들의 선생님이었던 요한을 생각해서 저를 두려고 했습니다. 원형경기장 곁에 있는 거리에 상점들을 가지고 있단 그리이스-앗시리아인 가족이 그의 집으로 오라고 청했었습니다. 그것은 경기가 있는 시기에 제가 그들에게 유익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끝으로 분명히 군인이고 제 생각으로는 벌써 백부장인 로마인이 정확히 무슨 임무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남아 있는데, 그 사람도 향유로 병을 고쳤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도 자기 집에 와 있으라고 졸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부자도 상인도 원치 않았습니다. 저는 영혼들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님의 가르침이 그리이스 사람들과 로마 사람들의 영혼을 통해서 세상에 퍼지기 시작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들의 영혼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술피우스산 비탈, 병영 근처에 있는 제논의 집에 와 있습니다. 성채가 산꼭대기에서 위협적으로 굽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별로 매력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도, 성채는 온폴루수와 님페우스의 호화로운 저택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알렉산데르라고 하는 주님을 아는 병사입니다. 커다란 병사의 몸 안에 들어 있는 어린 아이와 같은 순진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가이사리아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고 그의 짧은 망또 밑에 곧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군단사령관 자신도 있습니다. 투박한 소박함을 가진 알렉산데르는 진리에 더 가까이 와 있습니다. 그러나 군단사령관도 주님을 완전한 수사학자(修辭學者))로, 또 그가 말하는 것처럼 <신같은> 철학자로 주님을 우러러보고, 아직 진리를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해도 지혜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좀 알게 해서 그들과 그들 가족의 마음을 끈다는 것은 동서남북에 씨를 뿌린다는 뜻이 됩니다. 군대는 키로 까불리는 낟알 같고, 아니 그보다도 회오리바람에 불려, 우리의 경우에는 카이자(황제)의 의도와 제국의 필요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지는 껍질과 같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주님의 사도들이 날아가는 새들처럼 세상에 흩어지게 될 것인데, 그들이 사도직을 행하는 곳에서 주님이 계셨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한 사람, 다만 한 사람, 오직 한 사람만이라도 만나면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으로 나이 많은 검투사(劍鬪士)들의 고통을 느끼는 팔다리와 젊은 검투사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기도 합니다. 또 이제는 로마의 귀부인들을 피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고, 제게 모든 것을… 당하게 한 사람들을 참아 견디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주님을 위해서 입니다.
제 생각이 틀렸으면, 주님의 지혜의 충고를 제게 주십시오. 다만 제 잘못된 생각은 제 무능에서 오는 것이지 악의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아십시오. 그러나 주님은 이것을 알고 계십니다.
주님, 주님의 종은 많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주님, 그러나 주님은 제 정신을 보시지요…. 언제 주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언제 어머님과 형제들을 보게 될까요?… 인생은 지나가는 꿈입니다. 헤어짐은 지나갈 것입니다. 저는 주님 안에 그분들과 같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것이 제게, 요한에게와 같이 제게도 기쁨과 자유가 될 것입니다.
제 구원자이신 주님의 발 앞에 엎드리오니, 제게 강복하시고 평화를 주십시오. 나자렛의 어머님과 제 동료 제자들에게 평화와 축복을 드립니다. 사도들과 제자들에게 평화와 축복을. 주님께는 영광과 사랑을.’
다 읽었습니다. 어머니, 저와 같이 가십시다. 너희들은 나를 기다리던가 쉬던가 하여라. 나는 돌아오지 않고, 내 어머니와 함께 기도하며 있겠다. 요안나야, 누가 나를 찾거든 호수 근처 정자에 있다고 말해라.”
베드로는 성모님을 따로 끌어 가지고 흥분하여, 그러나 낮은 소리로 말한다. 성모님은 그에게 미소를 지으시며 무슬 말인지 속삭이신다. 그리고 밤이라 겨우 보일까 말까 한 오솔길로 채서 아드님 있는 데로 가신다.
“요나의 시몬이 무엇을 청했습니까?”
“아들아, 알고 싶어 하더라. 어린 아이다…. 큰 어린 아이… 그렇지만 매우 착한 사람이다.”
“예, 매우 착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알려고, 지극히 착하신 어머니께 부탁을 한 거로군요…. 그 사람은 어머니와 요한이라는 제 약점을 찾아냈습니다. 저도 그걸 압니다. 모르는 체하고 있지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항상 양보할 수는 없습니다…. 요나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우리는 어두운 데에 그대로 있어도 괜찮았다” 하고 요나타가 은으로 만든 등잔과 쿠션을 가지고 달려 와서 등잔을, 탁자에 놓고 쿠션은 정자의 의자에 놓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신다.
“요안나의 명령입니다. 선생님께 평화.”
“네게 평화.”
이제 두 분만 남으셨다.
“제가 그 사람을 항상 기쁘게 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저녁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말하지 않은 점은 어머니만 아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머니를 모시고 싶어 한 겁니다. 어머니와 같이 있기 위해서도 그랬구요….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몇 시간을 어머니와 같이 있는 것은 아주 크고 아주 기분 좋은 힘을 모아서, 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세상 가운데에서 지내게 될 수많은 외로운 시간에 그 힘으로 인해 부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돌아와서 처음 몇 시간을 어머니와 같이 있는 것은 세상에서 마셔야 하는 … 몹시 진저리나고 몹시 쓴 모든 잔을 마신 뒤에 어머니의 자상함에서 즉시 힘을 다시 얻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말없이 예수를 쓰다듬으신다. 앉아 계신 예수 곁에 서신 어머니가 아들을 위로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앉게 하시고 말씀하신다. “들으세요….” 그러니까 예수 앞에 앉아서 주의를 기울이시는 성모님은 선생님이신 예수의 입술에 매달린 제자가 되신다.
“신디카는 안티오키아에 대한 말을 하면서 이렇게 써 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뜻이 어디에서 그치고,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항상 구별할 줄을 모릅니다. 그것은 제가 총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를 여기 데려온 것은 제 소원보다 더 강한 의지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하느님의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하늘의 은총이겠지만, 제가 이제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도시를 양쪽에서 지키고 있는 카시오스 산과 아말 산의 꼭대기와 더 멀리 있는 검은 산들의 푸른 능선으로 이 도시는 잃어버린 제 조국을 많이 생각나게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 땅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향에서 죽으려고 그리로 돌아가는 여행자의 첫걸음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였던 땅에 생명을 주려고 오는 생명의 사자의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쉬고 지혜로 영양을 취하고 나서, 다시 날기 시작할 제비처럼 저기 제가 태어난 도시를 향해 날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그 도시에 제가 받은 빛을 준 다음에 그곳에서 빛을 향해 올라가고자 합니다. 아니 올라갔으면 합니다.
주님을 통해 제 형제들인 사람들은 사물을 이렇게 보는 방식에 찬성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형제들은 주님의 지혜를 그들만을 위해서 가지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입니다. 언젠가 그들도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그들이 업신여기는 세상이 가장 훌륭하리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저는 형제들에게 길을 닦습니다. 여기서만이 아니고, 여기에 살다가 다른 나라로 돌아갈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길을 닦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이 이방인인가 또는 개종자인가, 그리이스인인가 또는 로마인인가, 제국의 다른 식민지들의 사람들인가 또 디아스포라의 사람들인가 알려고 그렇게 골몰하지 않습니다. 저는 말을 하고 주님을 알고 싶어 하는 소원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다는 구름 한 덩어리에 물이 쏟아져서 이루어지지 않고, 땅에 쏟아져서 바다 쪽으로 가는 구름들, 수없이 많은 구름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한 조각의 구름일 것이고, 바다는 그리스도교일 것입니다. 저는 그리스도교의 바다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기위해 주님께 대한 인식을 늘려가고 싶습니다. 그리이스인인 저는 그리스인들에게 말할 줄 아는데, 말 때문에 그렇기보다는 사물 보는 방식의 공통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에 로마인들의 노예였던 저는 그들의 정신의 약점을 알고 있어서 그 정신에 작용할 줄을 압니다. 또 히브리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고 나서, 저는 특히 개종자들이 많은 이곳에서 그들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압니다. 요한은 주님의 영광을 위해 죽었습니다. 저는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겠습니다. 저희들의 영에 강복해 주십시오.’
그리고 더 뒤로 가서 요한의 죽음에 대한 말을 쓴 곳, 제가 시몬이 읽게 내버려 두지 않은 곳에는 이런 말을 썼습니다. ‘요한은 모든 정결의식을 다하고 나서, 그들의 행동 방식으로 그를 죽였고, 주님으로 하여금 그를 멀리 떠나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 사람들을 용서한다는 마지막 정결예식까지도 다 하고 나서 죽었습니다. 저도 그 사람들의 이름을 압니다. 적어도 그들 중의 주요한 사람의 이름을 압니다. 요한이 그 이름을 제게 알려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사람을 경계하시오. 그 사람은 배신자요. 그 사람은 나를 배반했고, 주님과 그의 동료들도 배반할 거요. 그러나 나는 주님이 그를 용서하실 것처럼 가리옷 사람을 용서하오. 그가 들어가 있는 심연은 그렇지 않아도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가 나를 예수님에게서 갈라놓음으로 나를 죽인 것을 용서해 주기를 거부함으로 더 깊게 하고 싶지는 않소. 내 용서가 그를 구원하지는 못할 거요. 그는 마귀이니까 아무 것도 그를 구원하지 못할 거요. 살인을 한 내가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될 거요. 그러나 내게는 적어도 나를 미치게 만들 모욕이 있었소. 그 사람은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사람을 공격하고 끝내는 그의 구주를 배반하고야 말 거요. 그러나 하느님의 인자는 내게 대한 그의 증오에서 내 이익을 나오게 하셨기 때문에, 나는 그를 용서하오. 알겠소? 나는 모든 것을 속죄했소. 선생님께서 어제 저녁에 그 말씀을 해 주셨소. 이제 나는 감옥에서 나가, 정말 자유속으로 들어가오. 그의 주님 곁에서 평화를 찾아냈던 불행한 사람에 대한 가리옷의 유다의 죄에 대한 기억의 중압에서 벗어나서 말이오.>
저도 요한의 본보기를 따라 저를 주님과 복되신 어머님과 제 동료 제자인 자매들에게서 억지로 떼어내고, 주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게 하고 구세주로서의 주님의 승리를 보기 위해 죽음에까지 주님을 따라가지 못하게 막은 것을 그에게 용서합니다. 그리고 저는 주님 때문에 주님께 경의를 표하고 주님의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합니다. 주님, 안심하십시오. 주님을 따라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있는 치욕이 되는 사람의 이름은 절대로 제 입술에서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요한의 자아가 주님의 보이지 않고 복되게 하는 현존과 더불어 말할 때 그의 곁에서 들은 것 중의 아무 것도 제 입에서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새 거처에 자리 잡기 전에 주님을 뵈러 갈까 하고 생각하면서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가리옷 사람에 대해서 가지는 혐오감 때문에 제 본심을 드러내게 되리라고 느꼈고, 그렇게 해서 주님의 원수들에 대해 주님께 해를 끼치게 되리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위안을 희생했습니다…. 희생에 이익도 없지 않고 상급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요.’
이상입니다. 어머니, 이걸 시몬에게 읽어줄 수 있었습니까?”
“아니다. 시몬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어 줄 수 없었다…. 나는 슬픔 가운데에도 요한의 그 거룩한 죽음에 대해 기쁨을 느낀다…. 아들아, 요한이 우리의 사랑을 느끼도록 기도하자. 그리고… 유다가 치욕의 사람이 되지 않도록… 오!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용서할 것이다….”
“기도합시다….”두 분은 일어나셔서 늘어진 가지들이 커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둥잔의 깜박거리는 불빛을 받으시며 기도하신다. 그동안 되밀려 오는 파도가 호숫가에 부딪으며 내는 단속적인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