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넘이가 보라빛의 조용한 황혼으로 바뀔 때 일행은 호숫가 게르게사 바로 근처에 이른다. 호숫가에는 밤고기잡이를 하려고 준비하거나 호수 위로 이리저리 부는 바람으로 약간 흔들리는 물에 즐겁게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이 빨리 예수를 보고 알아보았다. 그래서 예수께서 시내로 들어가실 수 있기 전에 시민들은 예수께서 오신 것을 알았고, 으례 그런 것처럼 예수의 말씀을 듣기 위하여 사람들이 몰려온다.
한 남자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와서 아침에 가파르나움에서 사람이 예수를 찾아 왔었다고 말하면서, 할 수 있는대로 일찍 그리로 가시라고 한다.
“오늘 밤으로 당장 가겠소. 나는 여기 머무르지 않소. 그리고 우리 배들이 여기 없으니까, 당신들의 배를 빌려 달라고 부탁하오 ”
“주님께서 원하시는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떠나시기 전에 저희들에게 말씀하시겠지요?”
“그러지요, 작별 인사를 하게. 나는 오래지 않아 갈릴레아를 떠나오….”
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선생님께 가게 비켜 달라고 애원하면서 군중 가운데에서 예수를 부른다.
“이방인 여잔데 사랑으로 인해서 이스라엘 사람이 된 아리아입니다. 선생님이 그의 남편을 한번 고쳐 주셨습니다. 그러나….”
“기억합니다. 올 수 있게 길을 내 주시오!”
여자는 앞으로 나아와 울면서 예수의 발 앞에 무릎을 꿇는다.
“무슨 일입니까?”
“선생님! 선생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시메온이….”
게르게사의 어떤 사람이 그 여자의 말을 거들어준다. “선생님, 선생님이 그에게 주신 건강을 그 사람은 잘못 씁니다. 그 사람의 마음은 냉혹하고 탐욕스러워져서 이제는 이스라엘 사람 같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내가 비록 이교도의 땅에서 났지만, 그 사람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냉혹과 탐욕으로 싸움을 일으키고 미움을 삽니다. 한번은 싸움을 하다가 머리에 상처를 입었는데, 의사는 그가 거의 틀림없이 소경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 그 사람을 고쳐 주십시오…. 선생님이 보시다시피 이 여자는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남편이 장님이 되면, 집안은 비참하게 됩니다…. 그것이 나쁘게 번 돈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죽음은 불행일 것입니다. 사랑과 빵 대신에 배신과 매를 주더라도 남편은 역시 남편이고,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니까요….”
“내가 그 사람을 한번 고쳐 주고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더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그 사람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그의 병을 고쳐 주면, 다시는 고리대금과 도둑질을 하지 않고, 할 수 있으면 나쁘게 번 돈을 돌려주고, 그렇게 할 수 없을 때에는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겠다고 맹세를 하지 않았습니까?”
“선생님, 그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그 때 거기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가 하려고 작정하는 일에 결단력이 부족합니다.”
“당신이 바른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메온만이 아닙니다. 솔로몬이 말하는 것과 같이, 때에 따라 의견이 달라지고 잘못된 저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의미에서 뿐 아니라, 그들의 판단과 행동에서도 그렇고, 하느님께 대한 태도에서도 그렇습니다. 솔로몬은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성인들을 몹시 괴롭히고, 맹세를 한 다음에 그것을 후회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파멸이다’하고. 그러나 이렇게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부인, 울지 말고 내 말을 들으시오. 그리고 당신이 정의의 종교를 택했으니, 의롭게 되시오. 내가 당신에게 두 가지를 제안하면, 어떤 것을 택하겠습니까? 이런 것들입니다. 당신 남편을 고쳐서, 그가 하느님을 비웃고 그의 영혼 위에 죄를 쌓아올리도록 가만 내버려 두는 쪽을 택하겠습니까? 아니면 그를 회개시키고, 그를 용서하고 그를 죽게 내버려 두는 쪽을 택하겠습니까? 택하시오, 당신이 택하는대로 하겠습니다.”
가엾은 여인은 매우 어려운 싸움을 겪는다. 자연적인 사랑과 좋게든 나쁘게든 아이들을 위하여 돈을 버는 남자의 필요성은 그 여자를 부추겨 〈목숨〉을 청하게 할 것이다. 남편에 대한 초자연적인 사랑은 그 여자가〈용서와 죽음〉을 청하도록 격려한다. 사람들은 흥분한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여 여인의 결정을 기다리며 말이 없다.
마침내 가엾은 여인은 다시 땅바닥에 엎드리며, 마치 거기에서 힘을 얻어내려는 듯이 예수의 옷에 매달리며 탄식한다.
“영원한 생명입니다…. 그러나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러면서 어떻게나 얼굴을 땅에 부딪는지 죽는 것만 같다.
“당신은 가장 좋은 쪽을 택했습니다. 그로 인하여 축복을 받으시오.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과 정의에 있어서 당신에 필적할 사람이 이스라엘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어나시오. 남편을 보러 갑시다.”
“그러나 주님, 정말 그를 죽게 하실 겁니까?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인간적인 피조물이 신화의 불사조같이 정신의 불에서 다시나온다. 그 여자는 인간적으로 괴로워하고 놀란다….
“부인, 두려워 마시오. 당신과 나는 모든 것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맡겨 드립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당신 사랑을 가지고 행동하실 것입니다. 그것을 믿을 수 있습니까?”
“예, 주님….”
“그러면 모든 청과 모든 위안의 기도를 드리면서 갑시다.”
그리고 많은 군중이 둘러싸고 뒤따르는 가운데 걸어가시면서 예수께서는 천천히 주의 기도를 외신다. 사도들의 무리도 따라 한다. 그리고 잘 정돈된 합창으로 기도의 말이 군중의 소음을 누르고 올라간다. 군중은 선생님이 기도하시는 것을 듣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차차 입을 다문다. 그래서 엄숙하게 조용한 가운데 마지막 청들을 완전히 듣게 된다.
“일용할 양식을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주실 것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내가 그것을 보장합니다” 하고 예수께서 여인에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 여인 혼자에게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여러분을 모욕하고 여러분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여러분이 용서하면, 여러분의 죄도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 저 사람은 하느님의 용서를 얻기 위해 여러분의 용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메온과 같이 죄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기억하시오.”
일행은 집에 이르렀다. 예수께서 여인과 베드로, 바르톨로메오, 열성당원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신다.
남자는 붕대와 젖은 수건으로 얼굴이 싸매진 채 간이침대에 누워서 심하게 움직이며 헛소리를 한다. 그러나 예수의 목소리나 의지가 그의 정신이 다시 돌아오게 하자 그는 외친다. “용서하십시오! 용서하세요!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 지난번처럼 선생님의 용서를 주십시오! 그러나 지난번처럼 병도 고쳐 주십시오. 아리아! 아리아! 나 당신에게 맹세하오. 다시는 폭력도 쓰지 않고 속임수도 쓰지 않겠소. 나는….” 그 남자는 죽음의 공포 때문에 무엇이든지 약속할 참이다….
“왜 그것을 원합니까?”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속죄하기 위한 것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의 심판이 두렵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까?”
“그겁니다, 그겁니다! 지금 죽는 것은 싫습니다! 지옥입니다!…. 저는 도둑질을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돈을 훔쳤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웃을 때리고, 집안 식구들을 괴롭혔습니다. 오!….”
“공포는 좋지 않습니다. 뉘우침이 필요합니다. 참되고 확고한 뉘우침이.”
“죽음이나 실명! 오! 벌! 다시는 보지를 못하다니! 어두움! 어두움! 안 됩니다!….”
“눈의 어두움이 무서우면, 당신에게는 마음의 어두움이 더 무섭지 않습니까? 그리고 영원하고 소름끼치는 지옥의 어두움을 당신은 두려워하지 않습니까? 계속적으로 하느님을 잃는 것을? 계속적인 가책을? 당신의 영으로 당신 자신을 영원히 스스로 죽인 데 대한 고통을? 당신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들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당신이 만일 죽어서 지옥에 가면, 그들과 같이 있지 못하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예! 예! 용서하십시오! 용서하세요! 여기서, 예, 여기서 속죄하겠습니다…. 실명까지도, 주님… 그러나 지옥은 싫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저주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주님! 주님은 마귀를 내쫓으시고 죄를 용서해 주시니, 제 병을 고치기 위해 손을 들지 마시고, 저를 용서하시고, 저를 붙잡고 있는 마귀에게서 저를 구해내시 기 위해 손을 드십시오…. 제 가슴과 제 머리에 손을 얹어 주십시오…. 주님, 저를 구해내 주십시오….”
“나는 두 가지 기적을 행할 수는 없습니다. 깊이 생각하시오. 만일 내가 당신을 마귀에게서 구해내면, 병은 남겨 두게 될 것입니다….”
“상관없습니다! 구원자가 돼 주십시오.”
“당신이 원하는대로 될 겁니다. 내가 당신에게 베푸는 마지막 은혜를 이용할 줄 아시오. 안녕히 계시오.”
“주님은 저를 만져 주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의 손을! 주님의 손을!”
예수께서는 그를 만족시키셔서 붕대를 감은 그의 머리와 가슴에 손을 얹으신다. 붕대와 상처로 인하여 눈이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은 예수의 손을 잡으려고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다가 손을 찾아가지고는 그것을 붙잡고 울며 예수를 떠나시게 놔두지 않는다. 마침내 그는 피로한 어린 아이처럼, 예수의 손을 아직 잡고 열이 있는 그의 뺨에 꼭댄 채 잠이 든다.
예수께서는 손을 살그머니 빼시고 소리 내지 않고 나오신다. 그 뒤를 여인과 사도 세 사람이 따라 나온다.
“하느님께서 주님께  갚아 주실 것입니다. 이 종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아주머니, 계속 의덕으로 자라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항상 당신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손을 들어 집과 여인에게 강복하시고, 길로 나오신다.
수많은 별의별 질문을 하기 때문에 군중속에서 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잠자코 따라 오라는 손짓을 하신다. 거리로 돌아오신다. 밤이 천천히 내려온다. 예수께서는 호숫가에서 흔들리고 있는 배에 오르셔서 거기서 말씀하신다.
“아닙니다. 그 사람은 육체적으로는 죽지도 않고 고쳐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람의 정신은 그의 죄를 곰곰이 생각했고, 그의 생각에 올바른 방향을 잡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용서를 얻기 위해 속죄할 것을 청했기 때문에 용서를 받았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가 하느님께로 향해 가는 길을 도와주시오. 우리는 모두 이웃의 영혼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시오. 이웃에게 죄지을 기회를 주는 사람은 화를 입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타협적인 태도로 선에 막 태어난 사람을 그가 들어선 길에서 강경하게 밀어냄으로써 그에게 겁을 주는 사람도 화를 입을 것입니다. 모두가 이웃에 대해서 선생이,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웃이 약하고 선의 지혜를 모르는 만큼 더 그렇게 될 수가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시메온에 대하여 참을성을 가지고. 친절과 너그러움을 많이 보이라고 권고합니다. 그에게 증오와 원한과 멸시와 빈정거림을 보이지 마시오. 여러분에게서나 그 사람에게서나 과거를 들추어 내지 마시오. 용서를 받고 뉘우친 다음, 그리고 진정한 좋은 결심을 한 다음 다시 일어서는 사람은 의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격정과 습관의 무거운 짐과 유산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거기에서 헤어 나오는 것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과거에 대란 암시를 하지 않고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과거에 대한 암시를 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무분별, 인간에 대한 무분별일 것입니다. 뉘우치는 죄인에게 그의 잘못을 상기시키는 것은 그 사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깨어난 그의 양심으로 충분합니다. 인간에게 그의 과거를 상기시키는 것은 격정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이고, 때로는 억제했던 격정으로 돌아가도록 동의를 하도록 유발하는 것입니다. 가장 나은 경우라 하더라도 언제나 유혹을 하는 것이 쉽니다. 이웃을 유혹하지 말고, 조심성있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시오. 만일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어떤 죄를 면하게 해 주셨으면, 하느님을 찬미하시오. 그러나 여러분의 의덕을 과시해서 의롭지 못한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마시오. 여러분이 잊어버리기를 바라고, 또 여러분이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적어도 과거를 그에게 상기시켜서 자존심을 상하게는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는 뉘우치는 사람의 애원의 눈길을 이해할 줄 아시오.
여러분의 돌보지 않음을 정당화하려고 ‘그는 문둥이같은 정신을 가졌었다’고 말하지 마시오 _문둥병을 앓는 사람도 병이 나은 다음에 뒤따르는 정결의식을 한 다음에는 다시 백성들 가운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죄를 고친 사람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야 합니다. 자기들이 완전한 사람이라고 믿지마는, 형제들에 대해서 사랑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과 같이 되지 마시오. 은총으로 돌아온 형제들을 오히려 여러분의 사랑으로 감싸서, 좋은 주위 사람들이 다시 죄에 떨어지는 것을 막게 하시오.
뉘우치는 죄인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용서하시며, 다시 당신과 함께 있기를 허락하시는 하느님 이상이 되려고 하지 마시오. 또 그 죄인이 여러분에게 회복할 수 없는 해를 끼쳤더라도, 이미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권력자가 아닌 지금 그 사람에게 보복을 하지 마시오. 오히려 용서하고 크나큰 연민을 가지시오. 그 사람은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가질 수 있는 보물, 즉 친절로 가난했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여러분에게 마련해 준 고통으로 여러분에게 하늘에서 더 큰 상급을 받을 공로를 세울 방법을 주었으니까, 그를 사랑하시오. 그가 준 방법에 여러분의 방법, 즉 용서를 합치시오. 그러면 하늘에서 여러분의 상급이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다른 민족의 사람까지도 업신여기지 마시오. 하느님께서 어떤 영을 끌어당기실 때는, 그것이 이교도의 영이라 할지라도, 그 영의 의덕이 선택된 백성들의 의덕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그 영을 바꾸어 놓으신다는 것을 여러분은 압니다.
나는 갑니다. 이 말들과 내가 여러분에게 한 다른 말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또 항상 기억하시오.”
차비를 하고 있던 베드로가 노를 호숫가에 대고 미니, 배가 기슭에서 떨어져 뒤에 따라오는 다른 두 배와 함께 항행을 시작한다.
약간 파도치는 호수가 배들을 좌우로 흔들리게 하지만, 항행 거리가 짧기 때문에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붉은 현등들은 어두운 수면에 루비같은 반점을 만들어 놓고, 흰 거품을 핏빛으로 물들인다.
“선생님, 그런데 그 사람이 나을 것입니까, 아닙니까? 저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하고 한참 후에 베드로가 키 손잡이를 잡은채 묻는다.
예수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신다. 베드로는 배 안에 선생님의 발 앞에 앉아서 예수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요한에게 눈짓을 한다. 그래서 요한이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 되풀이 한다.
“낫지 않을 것이다.”
“주님, 왜요? 저는 제가 들은 것으로, 그 사람이 속죄하기 위해서 낫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아니다, 요한아. 그 사람은 정신이 약하기 때문에 다시 죄를 지을 것이다.”
요한은 다시 머리를 예수의 무릎에 기대며 말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그를 강하게 하실 수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약간 비난하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손가락을 당신의 요한의 머리카락 속에 넣으시면서 빙그레 웃으신다. 그리고 모두가 듣도록 목소리를 높여서 그날의 마지막 교훈을 주신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은총을 내려주려면 그 타당성을 참작할 줄 알아야 한다. 생명이 언제나 은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번영이 항상 은혜는 아니고, 자식도 항상 은혜가 아니다. 선택도, 그렇다. 이것까지도 항상 은혜는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그것을 받는 사람이 그것을 성화(聖化)라는 초자연적인 목적을 위해 잘 쓸 줄 알 때에 은혜가 되고 또 은혜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이나 번영이나 애정이나 사명을 가지고 자기 자신의 영의 파멸이 되게 하면, 그것들을 절대로 받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하느님께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 또는 좋은 것처럼 가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시지 않음으로써 당신이 주실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주시기도 한다. 가장이나 현명한 의사는 자녀들이나 병자들의 병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하거나 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그들에게 어떤 것을 주어야 하는지 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도 영의 이익을 위하여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아신다.”
“그럼, 그 사람은 죽게 되어 있습니까? 불행한 집이로군요!”
“혹 하느님께 버림받은 사람이 그 집에 살면, 그 집이 더 행복하겠느냐? 또 사람도 살면서 계속 죄를 지으면 더 행복하겠느냐? 나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마는, 죽음이 새 죄를 막는데 소용되고, 또 사람이 주님과 화해한 상태에 있을 때 그를 데려가면, 죽음이 은혜이다.”
용골(龍骨)이 벌써 가파르나움 얕은 곳에 닿아 삐걱 소리를 낸다.
“때맞춰 잘 왔는걸. 오늘 밤은 돌풍이 불겠어, 호수가 부글부글 끓고, 하늘은 별 하나 없이 새까맣단 말이야. 아니 저 산 뒤에서 오는 소리가 들리나? 얼마나 환한지 보게. 천둥 번개, 오래지 않아 비가 쏟아질 걸세, 빨리! 우리 것이 아닌 배들을 안전한 곳에 두게! 여자들과 아이는 비가 오기 전에 떠나세요. 오! 좀 도와주게!” 하고 베드로가 그물과 바구니들을 치우는 다른 어부들에게 외친다.
그들이 힘차게 배를 모래톱으로 올려놓는 동안 첫번째 파도가 반 벌거숭이가 된 팔다리를 후려갈기고 호숫가의 조약돌들을 밀어 올린다.
그리고 급히 집을 향하여 길을 떠나는데, 첫번째 굵은 빗방울들이 뜨거운 땅의 먼지를 일으키고 강한 냄새를 풍긴다. 번갯불이 벌써 호수 위에 와 있고, 천둥소리는 호숫가의 구릉들이 이루는 형태를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