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이다. 나는 사람들이 회당에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햇볕을 피하기 위해서나 야이로의 집에 더 조용히 있기 위해서 거기 모였는지도 모른다. 통풍이 되게 하려고 문과 창문들을 열어 놓아도 수그러지지 않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주의를 기울인다.
회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햇볕에 그을리지 않으려고 회당 뒤에 있는 그늘진 정원으로 피해 들어갔다. 햇볕이 잘 가려진 덩굴 올린 정자들과 잎이 우거진 과수들이 있는 야이로의 정원이다. 예수께서는 정원에 있는 사람들과 회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정원 쪽으로 난 문 곁에서 말씀하신다.
야이로는 예수 곁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사도들은 정원으로 향한 문 근처에 모여 있고, 여자 제자들은 성모님을 가운데에 모시고, 거의 집에 닿다시피 한 정자 아래 앉아 있다. 야이로의 미리암과 필립보의 두 딸은 성모님의 발 앞에 앉아 있다. 내가 듣는 말에 의하여, 나는 노상 나오는 그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예수 사이에 어떤 말썽이 있었고, 그 때문에 군중이 좀 술렁거린다는 것을 알겠다. 예수께서는 어지러운 마음에는 하느님의 말씀이 효과적으로 파고들 수 없다고 말씀하시며 군중에게 평화와 용서를 권고하신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모욕당하시는 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하고 군중속에서 어떤 사람이 외친다.
“나와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하시도록 맡겨 드리시오. 모욕에 모욕으로 응하는 것으로 원수들을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끊임없는 온유로도 설득하지 못합니다. 선생님은 자신을 사람들이 짓밟게 내버려 두십니다”하고 가리옷 사람이 외친다.
“내 사도인 너는 분노와 비난의 본보기를 주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죄짓게 하지 말아라.”
“그러나 선생님의 제자의 생각이 옳습니다. 그 사람이 바른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을 하는 마음도 그것을 듣는 마음도 옳지 못합니다. 내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나를 본받아야 합니다. 나는 참고 용서합니다. 나는 온유하고 겸손하고 평화를 사랑합니다. 분노의 아들들은 나와 함께 있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세속과 그 격정의 아들들이 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열왕기(列王記) 4권을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어떤 대목에, 무엇이든지 감히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산헤립에 대항해서 이사야가 말했다는 말이 있고, 그를 하느님의 벌에서 구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사야는 산헤립을 책망 받아 마땅한 격렬함을 억제하기 위하여 코뚜레를 꿰고 입술에는 재갈을 물리는 짐승에 비합니다. 여러분은 산헤립이 어떻게 그의 친아들들의 손으로 죽었는지를 알지요. 정말이지 흉포한 사람은 그 자신의 흉포 때문에 파멸하기 때문입니다. 홍포한 사람은 육체와 영으로 죽습니다.
나는 흉포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나는 교만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나는 성 잘 내는 사람, 인색한 사람, 음란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이런 것의 말 한 마디, 본보기 하나도 결코 주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로 항상 이 나쁜 격정에 반대되는 덕행들을 가르쳤습니다.
우리의 왕 다윗이 그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실한 뉘우침으로 얌전한 품행을 가졌던 여러 해가 지난 후 성덕으로 돌아와서, 그가 새성전을 건축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막는 명령에 대하여 지극히 온화하게 체념하면서 주님을 찬미했을 때 그의 기도가 얼마나 아름다웠습니까? 지극히 높으신 주님을 찬미하면서 그 기도를 함께 드립시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고, 벽에 기대 있던 사람들이 기댔던 곳에서 떨어지면서 경건한 자세를 취하는 동안, 예수께서는 다윗의 기도를 시작하신다(역대기 상권 29장 10~19절).
그런 다음 예수께서는 늘 말씀하시는 어조로 다시 말씀을 시작하신다. “어떤 일이든지 하느님의 손 안에 있고, 어떤 계획도 어떤 승리도 하느님의 손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화려함과 능력과 영광과 승리는 주님의 것입니다. 주께서 어떤 확실한 이익을 위하여 이러저러한 것을 사람에게 주실 시간이라고 판단하시면, 그것을 사람에게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것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용서를 받기는 했지만, 지난날의 잘못들을 저지르고 나서 아직도 자기 자신에 대한 승리를 거둘 필요가 있는 다윗에게 하느님께서는 성전 짓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너는 너무 많은 피를 흐르게 했고 너무 많은 전쟁을 했다. 그러므로 너는 내 앞에서 그렇게 많은 피를 흐르게 하고 나서 내 이름의 집을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네게서 한 아들이 태어날 것인데, 그는 평화의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가 내 이름의 집을 세울 것이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당신 종 다윗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분노로 인하여 여러분의 마음속에 여러분의 주 하느님께 집을 세워 드릴 자격을 잃기를 원하십니까? 그러므로 사랑의 감정이 아닌 일체의 감정을 여러분에게서 멀리 떨쳐 버리시오. 다윗이 성전을 지을 그의 아들을 위하여 청한 것과 같이 여러분은 완전한 마음을 가져서, 내 계명을 지키고 무엇이든지 내가 여러분에게 가르친 것에 따라 행함으로, 영원하고 기쁨 가득한 하느님의 집에 가기까지 여러분 안에 여러분의 하느님의 집을 짓게 되도록 하시오. 야이로, 두루마리를 하나 주시오.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야이로는 두루마리들이 정리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무더기속에서 아무 것이나 하나를 꺼낸다. 먼지를 털어서 예수께 가져다 드리니, 예수께서는 펴서 읽으신다. “‘예레미아서 5장 예루살렘의 거리로 가서 광장들을 바라보고 살펴보고, 정의를 실천하고 충실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찾아라. 나는 그에게 자비를 베풀겠다.’”(주님이 내게 말씀하신다. “계속하지 말아라, 나는 이 장을 전부 읽겠다.”) 예수께서는 다 읽으신 다음 두루마리를 야이로에게 도로 주시고 말씀하신다.
“여러분, 여러분은 옳지 않은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에 얼마나 무서운 벌이 예정되어 있는지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뻐하지 마시오. 이스라엘은 여러분의 조국입니다. 여러분은 ‘우리는 아마 그곳에 있지 않을 거야’하고 생각하면서 기뻐하지 마시오. 그곳에는 언제나 여러분의 형제가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나라가 주님께 대해서 잔인했으니, 잘 됐다’고 말하지 마시오. 조국의 불행과 동포들의 고통을 의인인 사람들은 항상 슬퍼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는 것과 같이 판단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판단하시는 것과 같이, 즉 자비를 가지고 판단하시오.
여러분은 조국과 저 동포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명칭으로 큰 고향과 그 주민들, 즉 팔레스티나 전체를 가리키거나, 여러분의 도시인 가파르나움이라는 이 작은 고향을 가리키거나, 모든 히브리인을 가리키거나 갈릴레아의 이 작은 도시의 내게 적의를 품은 몇몇 사람을 가리키거나 말입니다. 여러분은 사랑의 일을 해야 합니다. 조국과 동포들을 구하도록 힘쓰시오. 어떻게 구합니까? 혹 폭력으로 구합니까? 업신여김으로 구합니까? 아닙니다. 사랑으로, 그들을 하느님께로 회개시키기 위한 참을성 있는 사랑으로 구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들었지요. ‘내가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 자비를 베풀겠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마음이 정의를 찾아오고, 의롭게 되도록 힘을 기울이시오. 정말이지, 그들은 그들의 불의 속에서 내게 대해 ‘저 사람은 그분이 아니다’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이유로 나를 박해해도 그들에게 불행이 닥쳐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예언자들은 되는대로 말했다’고.
그러면서 그들은 여러분도 그들처럼 말하도록 끌어가려고 애씁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은 충실하십니다. 그러나 가파르나움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것이 가파르나움 전체입니까? 전에 내 둘레로 몰려드는 것을 내가 보았던 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도대체 내가 지난번 여기 왔던 때 이후로 발효한 누룩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파멸을 가져다 주었단 말입니까? 알패오는 어디 있습니까? 요수에와 그의 세 아들은? 말라키아의 악제는? 요셉과 노에미는? 레위, 아벨, 사울, 즈가리야는? 그들은 거짓말에 속았기 때문에 분명히 받은 은혜들을 잊어버렸습니까? 그러나 말이 사실을 때려 부술 수 있습니까? 보시오! 이곳은 작은 고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은혜를 입은 사람이 가장 많은 이곳에서도 원한은 내게 대한 믿음을 유린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보는 것은 믿음이 완전한 사람들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오래된 사실과 오래된 말들이 이스라엘 전체를 하느님께 충실하도록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믿음은 사실로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그대로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식이 많으면 그럴수록 믿음은 적습니다. 학자들은 사랑의 힘으로 자라지, 지식의 도움 덕택으로 자라지 않는 소박하고 솔직한 믿음은 자기들이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전하고 불붙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자기가 불타야 합니다. 설득하기 위하여는 확신을, 영웅적으로 확신을 가져야합니다. 모욕을 대하는데 상스러운 말을 하기 보다는 겸손과 사랑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가면서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에게 그 말씀을 상기시켜야 합니다. ‘첫째 계절과 마지막 계절의 비를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을 두려워하자’하고”
“그들은 우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의 가르칠 권리가 없으면서 가르치기 때문에 독성죄를 짓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모욕을 줄 것입니다. 선생님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르시지 않지요!….”
“예, 모르지 않습니다. 또 내가 모르고 있었더라도 지금은 알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사람이건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입니다. 그들과 사제들이 율법이 명령하는 착한 행실에만 박수갈채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잊고, 그들에게 유리한 것을 예언하는 거짓 예언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겠으면 보내라고 하시오. 그것은 내 신자들이 그들을 본받거나, 낙망해서 자기들이진 것으로 생각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악이 일하는 만큼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악이 아닙니다”하고 길에서 문지방에 들어오면서부터 바리사이파 사람 엘리야의 쉰 목소리가 외친다. 그는 들어오려고 애쓰며 계속 외친다. “우리는 악이 아니예요. 소요를 선동하는 사람.”
“여보시오. 당신이야말로 교란하는 사람이오. 여기서 나가시오”하고 백부장(百夫長)이 즉시 말한다. 그의 개입이 아주 빠른 것으로 보아, 그는 회당을 경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당신이, 이교도인 당신이 감히 내게 명령을 하다니….”
“로마인인 내가 명령하오. 나가시오! 선생님은 혼란을 일으키지 않으시오.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은 당신이오. 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소.”
“선생은 우리들이지 갈릴레아의 목수가 아니오”하고 늙은이가 외치는데, 차라리 그 모습이 야채장수 여자 같지 선생 같지는 않다.
“한 사람 더하고 한 사람 덜하고…. 당신들은 선생 수백 명을 가지고 있는데, 모두 좋지 못한 것을 가르치고 있소. 덕이 있는 분은 선생님 한 분뿐이오. 당신에게 나가기를 명령하오.”
“덕이 있다구, 응?! 자기의 안전을 로마에게서 사는 사람이 덕이 있다구! 독성자(瀆聖者)! 더러운 자!”
백부장이 소리를 꽥 지르니 병사 몇 사람의 무거운 발걸음이 엘리야의 모욕적인 외침에 섞인다.
“그 사람을 붙잡아서 내쫓아라”하고 백부장이 명령한다.
“나를? 이교도의 손이 나를 건드려? 이교도들의 발이 우리 회당중의 하나 안에! 저주받아라! 도와주시오! 이들이 나를 모독하오! 이들이 나를….”
“군인들, 제발 그 사람을 놓아두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이 장소와 그의 백발을 존중하시오”하고 예수께서 당신이 계신 자리에서 말씀하신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아! 모사꾼! 그러나 최고회의가 알거요. 나는 증거를 잡았소! 증거를 잡았어요! 이제는 내가 들은 말을 믿소. 나는 증거를 잡았소. 그리고 당신에겐 저주요!”
“그리고 당신이 한 마디만 더 하면 당신 위에는 검이 떨어지오. 로마는 권리를 지키오. 총독이 내 보고를 받을 거요. 이제 보고를 쓰겠소. 당신은 집에 가서 로마의 명령에 복종하시오.” 그러면서 백부장은 완전히 뒤로 돌아!를 하고 병사 네 사람을 뒤따르게 하고 엘리야를 그 자리에 남겨 두고 간다. 엘리야는 매우 놀라 벌벌 떤다. 비겁하게 벌벌 떤다….
예수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씀을 다시 시작하신다.
“여러분은 악이 일하는 만큼 일해서, 내가 처음에 말한 것과 같이 여러분 안에 와 여러분 주위에 하느님의 집을 세워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아직도 우리 마음속과 우리가 사는 것을 보고, 벌써 벌을 대단히 많이 받은 사랑하는 조국에 내려오실 수 있도록 큰 성덕을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 조국은 북쪽에 있는 이미 우리를 지배하는 강한 나라에 어떤 불행의 구름이 형성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시민들의 행동이 지극히 인자하신 분께 혐오감을 일으키고, 강한 자를 자극하기에 알맞은 것이기 때문에 그 강한 나라가 점점 더 우리를 지배할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분노와 우리를 지배하는 사람의 분노를 가지고 여러분은 혹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를 원하십니까? 오, 하느님의 자녀들이여, 착한 사람들이 되시오. 제발! 이스라엘에서 착한 사람이 한 사람뿐이 아니라, 수백 수천 명이 되어 하늘의 무서운 벌의 방향을 바꾸게 하시오. 나는 처음에 평화가 없는 곳에는 하느님의 말씀이 있을 수가 없다고, 하느님의 말씀은 조용히 들어야 마음속에서 열매를 맺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모임이 조용하지 않았고, 그래서 유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동요가 있었습니다…. 가시오. 우리는 같이 모여 있는 시간이 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기도하는 것과 같이, 우리를 방해한 사람이 생각을 고치도록 기도하시오…. 어머니, 가십시다.” 그러시면서 군중을 헤치시고 거리로 나오신다.
엘리야는 아직 그곳에 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의 얼굴빛처럼 흙빛이 된 얼굴빛으로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리며 말한다.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언젠가 제 손자를 살려 주셨으니 저도 뉘우칠 시간을 가지게 구해 주십시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저도 그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인자하십니다. 로마는… 오! 로마가 제게 어떻게 할 것입니까?”
“로마는 채찍으로 단단히 쳐서 당신에게서 여름 먼지를 털어 줄거요”하고 어떤 사람이 소리친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웃는데, 엘리야는 벌써 채찍을 느끼는 듯이 신음한다. “나는 늙었소…. 고통에는 꼼짝 못해요…. 아이고!”
“치료하면 낫게 될 거요. 이 비열한 늙은이!”
“당신은 다시 젊어져서 춤을 출 거요….”
“조용하시오!” 하고 예수께서 빈정거리는 사람들에게 명령하신다. 그리고 바리사이파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일어나서 체통을 지키십시오. 당신은 내가 로마와 음모를 꾸미지 않는다는 것을 아십니다. 그러니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그러십니까?”
“사실입니다. 예, 사실이예요. 선생님은 음모를 꾸미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로마인들을 업신여기시고, 미워하시고, 또….”
“그런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전에 나를 비난하면서 거짓말을 한 것과 같이 나를 칭찬하면서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내게 대해서 이러저러한 사람을 미워한다느니, 이러저러한 사람을 저주한다느니 하고 말하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는 것을 아십시오. 나는 모든 영의 구세주입니다. 그래서 내 눈에는 인종과 얼굴이 보이지 않고, 영들이 보일 뿐입니다.”
“맞습니다! 맞아요! 그러나 선생님은 의인이시고, 로마가 그것을 압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보호합니다. 선생님은 군중을 진정시키시고, 법률을 존중하라고 가르치시고 또….”
“당신 눈에는 혹 이것이 잘못으로 보입니까?”
“오!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것은 정의입니다! 선생님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을 하십니다. 그것은 선생님이 의인이시기 때문이고. 그것은….”
사람들은 비웃으며 속삭인다. 사람들이 소리를 죽여 말하는데도 “거짓말쟁이! 비겁한 영감! 오늘 아침만 해도 당신은 그와 반대되는 말을 했소!” 하고 말과 여러 가지로 부르는 말투가 들려온다.
“그런데,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가 주십사고! 가서 백부장을 만나보시라는 것입니다. 빨리요! 파발꾼이 떠나기 전에요. 보십니까? 그 사람들은 벌써 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 제발!”
예수께서는 그를 바라보신다. 작고, 벌벌 떨고, 무서워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비참한 그를… 예수께서는 동정을 가지고 그를 살펴보신다. 동정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넷밖에 없다. 아들의 눈동자와 어머니의 눈동자, 다른 눈동자는 하나같이 빈정거리거나 엄혹하거나 성이 나 있다…. 요한까지도, 안드레아까지도 업신여기고 엄하고 무자비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나는 불쌍히 여깁니다. 그러나 내가 백부장을 만나러 갈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사람이 친구인데요….”
“아닙니다.”
“선생님이 고쳐 주신 하인 때문에… 그 까닭에 그 사람이 선생님께 감사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당신도, 당신 손자의 병이 고쳐졌는데, 당신이 나와 같이 이스라엘 사람인데도 내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었소. 은혜로는 의무가 생기지 않는 것이군요.”
“아닙니다. 의무가 생깁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화를….” 엘리야는 자기 자신을 단죄한다는 것을 깨닫고, 머리가 멍해져서 입을 다문다. 군중은 비웃는다.
“선생님, 빨리요. 위대하신 선생님! 거룩하신 선생님! 백부장이 명령을 내립니다. 보시지요?! 저들이 떠나려고 합니다! 제가 업신여김을 당하기를 원하십니까? 제가 죽기를 원하십니까?”
“아닙니다. 나는 은혜를 취소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이 가서 그에게 말하십시오. ‘선생님이 동정을 베풀라고 당신에게 말씀하십니다’하고. 가 보십시오!”
엘리야가 뛰어서 가고, 예수께서는 반대 방향으로 당신 집을 향하여 가신다.
백부장이 수락한 모양이다. 벌써 안장에 올라앉았던 병사들이 말에서 내려오고, 초를 입힌 서판(書板)을 백부장에게 돌려주고, 말들을 도로 데려가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분하다! 그 자에게 잘된 일이었는데!”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그리고 마태오가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 선생님이 그 자가 벌받게 내버려 두셔야 했는데! 우리한테 욕한 것만큼 매를 맞아야 하는 건데, 가증스런 늙은이!”
“그리고 이렇게 되면, 그 자는 또 다시 시작할 채비를 하고 있단 말이야”하고 토마가 외친다.
예수께서 엄격한 얼굴로 돌아서신다. “내가 제자들을 두었느냐, 마귀들을 두었느냐? 자비가 없는 마음을 가진 너희들은 가라! 너희들이 있는 것이 내게 고통스럽다.”
세 사람은 비난을 듣고 돌같이 굳어져서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들아, 너는 그렇잖아도 너무나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고, 나도 벌써 많은 고뇌를 겪고 있다! 거기에다 이 고통까지 보태지 말아라…. 저 사람들을 봐라!…”하고 성모님이 애원하신다. 그러니까 예수께서 돌아서시며 세 사람을 바라보신다…. 눈에는 온 바람과 온 고통이 깃든 비탄에 잠긴 세 얼굴이다.
“오너라!”하고 예수께서 명령하신다.
오! 제비들도 이 세 사람보다는 느릴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그런 말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내가 듣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 되게 해라, 마태오, 너는 그런 말 할 권리가 없다. 토마, 너는 네가 구원을 받았다고 믿고서 누가 불완전한지 판단할 만큼은 아직 죽지 못했다. 그리고 시몬, 너는 고생해가며 산꼭대기에 올려갔는데 골짜기 아래로 떨어진 큰 돌과 같다. 내 말뜻을 알아들어라…. 그리고 이제는 내 말을 들어라. 여기 회당과 시내에서 말해야 소용이 없다. 나는 호수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배에서 말하겠다. 너희들은 배를 필요한 만큼 준비하여라. 조용한 저녁이나 시원한 새벽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