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제자들과 같이 어떤 비바람 몰아치는 아침나절에 티베리아에 도착하신다. 그런데 타리케아에서 티베리아로 오는 짧은 뱃길로 해서 배를 타고 오신다. 배들은 매우 너울진 호수에서 몹시 흔들리고, 호수는 좋은 징조라고는 하나도 없는 구름들이 사방으로 달리는 하늘과 같이 잿빛이다.
베드로는 하늘과 호수를 살펴보고, 사환들에게 배들을 안전한 곳에 매 놓으라고 명령한다. “조금 있으면 굉장한 음악을 듣게 될 거다! 얼마 안 있어 소나기가 쏟아지고 파도가 일어서 손해를 내지 않으면, 나는 이제 어부 시몬이 아니다. 호수에 아무도 없나?”하고 뒤집힌 갈릴레아의 바다를 살펴보면서 혼잣말을 한다. 그리고 호수에는 아무도 없고. 점점 더 위협적인 것이 되는 하늘 덮개 아래에서 점점 더 높아지는 파도들만이 사방으로 달리는 것을 본다. 그는 호수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인명 피해를 내지 않으리라는 것을 생각하고 마음을 달랜다. 그리고 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선생님을 따라 간다. 선생님은 먼지가 구름처럼 일고 광풍에 옷자락이 펄럭이는 가운데,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로 몹시 센 바람을 받으며 걸어가신다.
서민층의 사람들과 어부들이나 고기잡이에 관계되는 일에 종사하는 장색들의 가족들이 사는 티베리아의 이 부분에는 심한 비바람으로 손상될 수 있을 것들을 집안으로 들여가느라고 오가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벌써 안전한 곳에 매 놓은 배들에서 그물과 노들을 꺼내서 메고 뛰어 가고, 어떤 사람들은 일하는 데 쓰는 연장들을 집안으로 끌고 간다. 그동안 바람은 윙윙거리고,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문들이 덜커덩거린다. 더 북쪽에 있는 다른 티베리아, 즉 호수를 끼고 늘어서 있는 저택들과 활등 같이 구부러진 호반에 보이는 아름다운 정원들이 있는 동네는 느긋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집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것이냐, 로마 사람들의 것이냐에 따라서 하인들이나 노예들만이 옥상에 있는 커튼들을 치우고, 가벼운 노릿배들을 끌어들이고, 정원에 널려 있는 의자들을 치우느라고 분주히 움직인다….
이쪽으로 가신 예수께서는 열성당원 시몬과 사촌 유다에게 말씀하신다. “쿠자의 요안나의 문지기에게 가서 우리 사람들 중의 아무도 우리를 찾지 않았는지 물어보아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
“예, 그럼 요안나는요?”
“요안나는 나중에 보자. 가서 내가 말하는대로 해라.”
두 사람은 빨리 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는 동안 예수께서는 “제자의 가족에게 비용을 쓰게 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까 그들과 여자들을 위해서” 라고 말씀하시면서 음식물을 마련해 오라고 이리저리로 보내신다. 그리고는 큰 나무들과 바람의 싸움이 어떻게나 심한지 폭풍우의 소음이 들려오는 어떤 정원 담에 혼자 기대서 앉아계신다.
예수께서는 겉옷으로 옷을 꼭 여미시고 잔뜩 오그리고 계신다. 겉옷을 머리에까지 올리셔서, 겉옷은 머리카락을 눈으로 내리 덮히게 하는 바람을 막는 두건노릇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먼지투성이가 되신 채로 겉옷자락으로 반쯤 가려진 얼굴로, 호수에서 시내 중심지로가는 아름다운 큰 길과 교차하는 길 거의 모퉁이에 있는 담에 기대계시니까 동냥을 기다리는 거지와 같으시다. 몇몇 행인이 바라본다. 그러나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아무 것도 청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계시니까 아무도 동냥을 주거나 무슨 말을 하려고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동안 돌풍은 더 심해지고 호수의 소리는 더 맹렬해져서 그으르렁거리는 소리로 온 시내를 가득 채운다.
목 아래에 손으로 꼭 졸라 쥔 겉옷에 폭 감싸여, 바람을 막으려고 몸을 구부린 키가 큰 사람이 시내에서 호숫가로 가는 길에서 오고 있다. 그는 시장에 야채를 부리고 돌아오는 야채 재배자들의 나귀 행렬을 피하기 위하여 머리를 들고 예수를 본다(그리고 나는 그 청년이 가리옷의 유다라는 것을 알았다).
“오! 선생님!” 그는 줄지어 가는 나귀의 열 저쪽에서 말한다. “저는 선생님을 찾으려고 마침 요안나의 집으로 가던 길입니다. 선생님을 찾으려고 가파르나움에 갔습니다만….” 마지막 나귀가 지나가자 유다는 서둘러 선생님께로 오며 하던 말을 마저 끝낸다….” 그러나 가파르나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며칠 동안을 기다리다가 이리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찾으려고 날마다 요셉의 집과 요안나의 집에 갔습니다….”
예수께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시고 다만 “평화가 너와 함께” 라고만 말씀하셔서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말을 막으신다.
“참 그렇군요! 저는 선생님께 인사도 드리지 않았군요! 평화가 선생님과 함께. 그러나 선생님은 그 평화를 항상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면 너는 그렇지 않으냐?”
“선생님, 저는 사람입니다.”
“의로운 사람은 평화를 가지고 있다. 죄있는 사람만이 불안하다. 네가 그런 사람이냐?”
“제가요?… 아닙니다, 아니예요. 선생님, 적어도….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확실히 선생님께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제가 행복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평화를 빼앗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선생님께 대해서 가진 애정 때문에 선생님께 대한 동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평화는 다른 것이지요?….”
“그렇다. 다른 것이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이 그것을 알면 슬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양심이 일러주는 일을, 헤어진 사람의 마음이 하지 않으면, 헤어지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해칠 수가 없다.”
“그러나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소식을 전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몰라두요.”
예수께서는 떼를 바라다보시며 잠자코 계신다. “선생님, 혼자십니까?”하고 유다는 화제를 더 평범한 문제로 돌려보려고 말한다.
“내 어머니께서 나자렛에서 오셨는지 알기 위해서 요안나의 집에서 보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의 어머님이요? 어머님을 여기 오시게 하십니까?”
“그렇다. 나는 한 달 동안 죽 가파르나움에 어머님을 모시고 있으면서 배로 호숫가 여러 마을에 가겠다. 그러나 매일 가파르나움으로 돌아오겠다. 제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예… 많이 있을 겁니다….” 유다는 그의 능란한 말솜씨를 잃었다. 그는 생각에 잠긴다.
“유다야, 너는 내게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느냐? 우리 둘뿐이다…. 헤어져 있는 동안에 네게 아무 일도 없었느냐? 거기에 대해서 네 예수의 말을 들을 필요를 느끼는 아무 일도 없었느냐?”하고 예수께서는 당신의 자비로운 사랑 전체를 그에게 느끼게 하시면서, 고백을 하도록 제자를 돕기 위하신 것처럼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그럼 선생님은 제게서 선생님께 드릴 말씀을 청하는 것을 아무것도 알지 못하십니까? 만일 그것을 아시면 -나는 정말이지 이 말을 들어 마땅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말씀하십시오. 어떤 사람이 자기의 잘못과 결점을 생각해내서 다른 사람에게 고백하는 것은 괴롭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네게 말하는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하느님이십니다. 저도 그걸 압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제가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아시니까요….”
“내가 말하려던 것은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가장 다정스러운 네 친구라는 것이다. 나는 네게 선생이니 웃사람이니 하고 말하지 않고 친구라고 말한다….”
“그건 언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역시 과거에 있었던 일, 그것을 고백하면 비난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을 성가시게 탐색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비난보다도 친구의 평가에 있어서 체면이 손상되는 것이 더 괴롭습니다….”
“나자렛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지낸 안식일에, 시몬 베드로는 말하지 말아야 하는 어떤 일을 부주의로 어떤 동료에게 말했다. 그것은 고의적인 불복종도 아니었고, 누구를 비방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웃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시몬 베드로는 성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 사려 깊은 사람에게 그 말을 했었다. 이 사람은 어떤 비밀을 자기 자신이나 베드로가 원치 않았는데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시몬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잘못을 내게 고백하고 나서야 안심하게 되었다…. 가엾은 시몬! 그는 그것을 죄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 제자들의 마음속에 그 죄와 같은 죄밖에 없고, 베드로가 가진 만큼의 겸손과 신뢰와 사랑이 있으면…. 오! 나는 나 자신을 성인들의 무리의 선생이라고 자칭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베드로는 거룩하고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시려는 거로군요. 그건 사실입니다. 저는 성인이 아닙니다. 그러면 저를 쫓아내십시오….”
“유다야, 너는 겸손하지 않다. 교오가 너를 파멸시킨다. 그리고 너는 나를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한없이 서글프게 말씀을 마치신다.
유다는 이 마음의 고통을 깨닫고 중얼거린다.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언제나 용서한다. 그러나 착하게 되어라. 이 사람아! 착하게 되란 말이다! 왜 너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느냐?” 유다의 속눈썹에는 진짠지 가짠지는 모르지만 눈물이 맺힌다. 그리고 예수의 품안으로 파고들며, 그 어깨에 기대서 운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속삭이신다. “가엾은 유다! 그의 평화를 발견할 수 없는 다른 곳에 가서 평화를 찾고, 그를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을 다른 데에 가서 찾는 가엾고 가엾은 유다….”
“예, 맞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평화는 여기 선생님의 품에 있습니다…. 저는 불행한 사람입니다…. 선생님만이 저를 이해하시고 저를 사랑하십니다…. 선생님만이… 저는 바봅니다…. 선생님, 용서하십시오….”
“그래, 착하게 굴고 겸손해라. 만일 넘어지거든,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를 일으켜 주마. 유혹을 당하거든 내개로 달려오너라. 내가 네 자신에게서, 너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서 모든 것에서 너를 지켜 주마…. 그러나 일어 나거라. 다른 사람들이 온다….”
“선생님, 입맞춤을 한번… 입맞춤을 한번….” 그러니까 예수께서 그에게 입맞춤 하신다…. 그리고 유다는 마음이 진정된다…. 그렇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그가 그 때까지 자기의죄는 결코 고백하지 않았다….
“요안나가 벌써 일어나 있었고, 문지기가 그에게 알리려고 했기 때문에 저희들이 좀 지체했습니다. 요안나는 낮동안에 요셉의 집에 와서 선생님께 경의를 표하겠답니다”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요셉의 집에? 하늘이 예고하는 저 엄청난 물이 쏟아지면 이 거리는 늪이 될 텐데. 요안나는 그 누추한 집에, 그것도 이 거리로 해서오지는 않을 걸세. 우리가 그의 집으로 가는 것이 나을 걸세…”하고 벌써 자신을 도로 찾은 유다가 말한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대답하지 않으시고 사촌에게 물으신다. “우리사람들 중의 아무도 요안나의 집으로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느냐?”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답니다.”
“좋다. 요셉의 집으로 가자. 다른 사람들은 그리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우리 어머니들이 길을 떠나셨다는 것을 확실히 알면, 제가 마중을 나갈 텐데요”하고 알패오의 유다가 말한다.
“그게 좋긴 하겠지만, 티베리아로 오는 길이 여럿이 있는데 그분들이 제일 큰 길로 해서 오시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렇군요. 예수님… 가십시다….”
일행은 침침한 하늘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번개가 치고 첫번 천둥소리가 호수를 거의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야산들의 골짜기에 격렬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로 간다. 그들은 요셉의 초라한 집으로 들어간다. 그 집은 폭풍우를 만나니 한층 더 초라하고 어두워 보인다. 빛나는 것이라고는, 선생님을 그들의 집에 모시는 것을 몹시 기뻐하는 제자와 그 가족의 얼굴뿐이다.
“그러나 주님, 운 나쁘게 찾아오셨습니다”하고 뱃사공이 사과한다.
“이런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채소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네 착한 마음씨하고. 그러나 나는 그 생각을 했다. 우리 일생이 필요한 것을 가지고 올 것이다. 아주머니 애쓰지 말아요…. 우리는 땅바닥에 앉아도 괜찮소. 아주 깨끗한데. 나는 당신이 성실한 여자라는 걸 알지만, 내가 여기서 보는 질서가 그것을 증명하오.”
“오! 제 아내요! 정말 능력이 있는 여자입니다! 제 기쁨이고, 저희들의 기쁨입니다”하고 주님의 칭찬에 몹시 기뻐서 뱃사공이 단언한다. 예수께서는 어린 아이 하나를 무릎에 앉히시고, 거의 땅바닥인 불 꺼진 화덕 가장자리에 조용히 앉으셨다. 어린 아이는 놀라서 예수를 쳐다본다.
물건을 사러 갔던 사람들은 첫번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할 때에 들어온다. 그래서 그들은 집안에 물과 진흙을 들여오지 않으려고 문지방에서 겉옷과 샌들을 턴다.
세상의 종말이 된 것 같은 천둥, 번개, 비바람이다. 호수의 으르렁거림이 번개의 독창과 바람의 성난 부르짖음에 반주를 한다. “잘 있었나? 여름이 깃을 씻고, 화덕에 불을 주는구먼…. 이것이 지나가면 좀 나아지겠지…. 포도나무들을 망치지나 말았으면 좋겠는데… 위에 올라가서 호수를 봐도 되겠나? 호수가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어서 그러네….”
“가보세요, 가보세요. 여러분의 집입니다” 하고 제자가 베드로에게 대답한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짧은 속옷바람으로 몹시 기뻐하며 폭풍우를 즐기러 나가, 바깥쪽 층계를 올라가서 몸을 식히려고 머물러 있으면서, 마치 그의 배의 갑판에서 배 조종하는 것을 지휘하는 듯이 집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말해 준다.
다른 사람들은 부엌 안에 여기저기에 앉아 있는데, 비 때문에 문을 반쯤 닫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고, 틈으로는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 들어오다가 라고 눈부신 번갯불로 중단되곤 한다…. 베드로는 호수에 빠졌던 것처럼 펑 젖어서 돌아와 말한다. “구름이 지금 우리 머리 위에 있네. 사마리아 쪽으로 가고 있어, 이제 저쪽을 적실 참이야….”
“자낼 벌써 흠뻑 적셨네! 자네에게선 샘처럼 물이 흐르고 있네”하고 토마가 지적한다.
“그래, 하지만 그렇게 몹시 더운 다음이니, 나는 기분이 참 좋으네.”
“들어오게. 그렇게 젖어 가지고 문에 있으면 병이 들 걸세”하고 바르톨로메오가 그에게 충고한다.
“아니야! 나는 물을 견디어내는 나무토막 같은 사람이야…. 나는‘아버지’ 하는 말을 아직 할 줄 모르던 때에 축축한데 있기 시작했는걸. 아! 가슴이 탁트인다!…. 그렇지만… 거리는… 강이야…. 자네들은 호수를 보지 못했으니까 그렇지! 호수는 갖가지 빛깔을 띠고, 남비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어. 파도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도 알 수 없게 됐네. 그 자리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어…. 그렇지만 이래야만했어….”
“예, 이래야만 했습니다. 벽들이 하도 햇볕에 달아서 다시 식질 못했었습니다. 제 포도나무는 잎이 말라 오그라들고 먼지 투성이였습니다…. 밑동에 물을 주긴 했습니다…. 그렇구말구요! 그렇지만 나머지 모두가 불덩어린데 물 조금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하고 요셉이 말한다.
“이 사람아, 그건 유익하기보다는 오히려 해로운 걸세”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선언한다. “식물은 하늘의 물이 필요하네. 잎으로도 물을 먹으니까, 알겠나?! 그런 것 같지 않지만, 그건 사실이야. 뿌리가 있지. 뿌리가! 그건 맞아. 그렇지만 잎들도 어떤 역할을 하고 권리도 있단 말이야….”
“선생님, 바르톨로메오가 훌륭한 비유의 주제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하고 열성당원이 예수께 말씀을 하시라고 권하기 위하여 말한다.
그러나 번개를 무서워하는 어린 아이를 흔들고 계신 예수께서는 비유를 말씀하시지 않으시고, 다만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동의를 하신다. “그러면 너는 비유를 어떻게 말하겠느냐?”
“확실히 잘못 말할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아닌 걸요….”
“네가 아는대로 말해 보아라. 비유로 전도하는 것이 너희들에게 매우 유익할 것이다. 시몬아, 네 말을 들어보자….”
“오!… 선생님. 어리석은… 제가… 그러나 순종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포도나무 한 그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옥상으로 올라가게 해서 그늘도 만들어 주고 포도도 열게 하려고 포도나무를 정원 한 구석에 심고, 많은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그 포도나무는 집들이 있는 가운데 가까이에 심어졌습니다. 그래서 부엌과 화덕의 연기와 길의 먼지가 올라와서 포도나무를 상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니산달의 비가 하늘에서 오는 동안은 포도나무 잎들에서 불순물들이 떨어져 나가고, 잎들은 해와 공기를 막는 오물이 그 위에 앉지 않아서 해와 공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여름이 와서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게 되자, 연기와 먼지와 새똥이 잎 위에 겹겹이 쌓이고 너무 뜨거운 햇볕에 말랐습니다. 포도나무주인은 땅에 박힌 뿌리에 물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포도나무가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뿌리가 빨아들인 물은 안쪽으로만 올라갈 뿐 초라한 잎들은 혜택을 입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게 겨우 살아가기 만했습니다. 오히려 물을 조금 준 마른 땅에서는 발효와 증발기(蒸發器)가 올라와서 오톨도톨한 일종의 혹으로 얼룩지게 해서 잎을 상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하늘에서 큰 비가 와서 잎에 내려오고, 가지와 포도송이와 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고, 벽과 땅의 열기를 식혔습니다.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에, 포도나무 주인은 포도나무가 깨끗해지고, 싱싱해지고, 맑은 하늘 아래서, 기뻐하고 기쁘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비유는 이렇습니다.”
“좋다. 그러나 사람에게 대한 적용은?….”
“선생님, 그것은 선생님이 하십시오.”
“아니다, 네가 해라. 우리는 형제들끼리다. 너는 초라하게 보일까봐 염려해서는 안 된다.”
“초라하게 보이는 것은 괴로운 일로 생각하고 염려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겸손한 채로 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그게 아니라 부정확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입니다
“내가 고쳐 주마.”
“오! 그러면! 자,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정원에 떨어져 살지 않고, 세상사의 먼지와 연기속에서 사는 사람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먼지와 연기는 그 사람이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그에게 때가 끼게 해서, 그 사람은 자기의 정신이 인간성의 딱지가 너무 두껍게 앉아서 하느님의 바람과 지혜의 태양이 그에게 유익할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르게 된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종교의례에서 푼 물 조금을 많은 인간성으로 아랫부분에 주어서 보충하려고 해보지만 쓸데없으니, 윗부분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더러움을 없애고, 격정의 열기를 끄고, 자아 전체를 정말 기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지고 자기를 깨끗하게 하지 않는 사람은 화를 입을 것입니다.’ 다 끝났습니다.”
“말 잘 했다. 나는 이렇게도 말하겠다. 즉 자유의지가 없고 땅에 달라붙어 있고, 따라서 제게 유익한 것을 자유롭게 찾아갈 수 없고, 제게 해로운 것을 피할 수가 없는 피조물인 나무와는 달리, 사람은 하늘의 물을 찾아 갈 수 있고, 육신과 세속과 마귀의 먼지와 연기와 열기를 피할 수 있다고. 그러면 교훈이 더 완전할 것이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사람은 혼자 살지 않아… 우리는 세상에서 살고 있단 말이야…. 따라서…”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말한다.
“왜, 그 따라서라는 말을 하는 건가? 자넨 시몬이 말을 바보처럼 했다고 말하려고 하나?” 하고 알패오의 유다가 묻는다.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야. 우리는 혼자 떨어져 살 수 없으니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세상의 것을 뒤집어쓰게 마련이라고 말하는 거야.”
“선생님과 시몬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깨끗하게 보존하기 위해 하늘의 물을 찾아가야 한다는 바로 그 말을 한 거야”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좋아! 그렇지만 우리를 깨끗하게 하는데 하늘에 물 자체가 언제나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그래”하고 요한이 자신있게 말한다.
“그래? 그런데 자넨 그걸 어디서 찾아내나?”
“사랑 안에서.”
“사랑은 불이야. 그건 자낼 더 타오르게 할 걸세.”
“사랑이 불이라는 건 맞아. 그렇지만 씻는 물이기도 해. 그것은 세상의 것은 모두 멀리 쫓아버리고 하늘의 것은 모두 주니까.”
“…그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작용인데. 멀리 쫓아버리고, 갖다 주고….”
“그래, 나는 미치지 않았어. 내 말은 사랑은 자네에게서 인간적인 것은 없애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 따라서 숭고한 것을 준단 말일세, 숭고한 것은 영양을 주고 거룩하게 하는 일밖에 할 수 없네, 사랑은 나날이 세상이 자네에게 준 것을 깨끗이 없애준단 말이야.”
유다가 대꾸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 안겨 있는 꼬마가 말한다. “또 다른 예쁜, 예쁜 비유를… 나한테 말해 줘요….”그러니까 이것으로 인하여 토론의 방향이 틀어지고 만다.
“무엇에 대해서 말이냐, 얘야”하고 예수께서 친절하게 물으신다.
어린 아이는 휘 둘러보다가 찾아낸다. 그는 손가락으로 엄마를 가르키며 “엄마에 대해서”하고 말한다.
“어머니는 영혼과 육체에 대해서 하느님께서 그것들에 대해서 하시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 엄마는 네게 무엇을 해주니? 너를 지키고, 보살피고, 가르치고, 사랑한다. 엄마는 네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비둘기가 사랑으로 새끼들을 날개로 덮는 것처럼 너를 보호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하는 것은 모두 우리 이익을 위해서 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말을 듣고 어머니를 사랑해야 한다. 착하신 하느님께서도 어머니들 중에서 제일 완전한 어머니보다도 훨씬 더 완전하게 당신 자녀들을 당신 사랑의 날개 밑에 지키시고, 보호하시고, 가르치시고, 도와주시고, 밤낮으로 그들을 생각하신다. 그러나 착하신 하느님도 어머니와 같이, 어머니보다도 훨씬 더 -사실 어머니는 땅에서 제일 큰 사랑이지만, 하느님은 땅과 하늘의 제일 크고 영원한 사랑이시다.- 말을 잘 듣고 사랑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은 모두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하시니까.”
“번개두?” 하고 번개를 몹시 무서워하는 어린이가 말을 가로막는다.
“번개두.”
“왜?”
“번개는 하늘과 공기를 깨끗하게 하니까, 그리고….”
“그런 다음에는 무지개가 오니까!…”하고 반쯤 밖에 반쯤은 안에 걸쳐 있으면서 듣기만 하고 잠자코 있던 베드로가 외친다. 그리고 덧붙인다. “얘야, 오너라, 무지개 보여줄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라보아라!….”
과연 폭풍우가 지나갔기 때문에, 달이 하늘을 비추고, 이포의 호숫가에서 떠난 엄청나게 큰 무지개가 활 모양의 리본을 호수 위로 던져서, 그 리본은 막달라 뒤에 있는 산들 너머로 가서 사라진다. 모두가 문지방으로 나온다. 그러나 마당은 누런 흙탕물의 늪이 되어 천천히 물이 빠지고 있는 중이어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폭풍의 기념품처럼 호수는 누르스름한 빛깔대로 있고, 파도는 가라앉긴 시작한다.
그리고 티베리아는 활기를 되찾는다…. 오래지 않아 아직 물과 진흙이 가득 차 있는 거리로 요안나가 요나타와 같이 오는 것이 보인다. 요안나는 옥상에 계신 예수께 눈을 들어 인사하고, 빨리 올라와서 행복하게 땅에 엎드린다…. 사도들은 자기들끼리 말을 하고 있는데, 유다만이 한편으로는 예수와 요안나 사이, 또 한편으로는 사도들과의 사이 중간에 혼자 남아 생각에 잠겨 있다. 요안나가 “여러분에게 평화”라는 오직 한 마디로 모든 사도에게 인사를 하였기 때문에 유다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요안나의 말에 유다는 굉장히 큰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요안나는 아이들에게 대해서와 선생님이 가파르나움에 계신 동안에 배로 거기 가도 된다고 한 쿠자의 허락에 대하여만 말한다. 그 때에야 유다의 의혹이 가라앉고, 그는 동료들 있는 데로 간다….
옷 아랫자락에는 진흙이 묻었지만, 다른데는. 마른 채로 성모님과 알패오의 마리아가 그분들을 모시러 갔던 다섯 사람과 같이 나아오신다. 짧은 층계를 올라오시는 동안 성모님의 미소는 하늘에 남아 있는 무지개보다도 더 훌륭하다.
“선생님의 어머니이십니다!” 하고 토마가 알린다. 예수께서 마주 가시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예수와 함께 간다. 그리고 부인들이 옷 아랫자락에 진흙이 좀 묻은 것 외에 다른 난처한 일을 당하지 않은 것을 기뻐한다.
“저희들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어떤 야채 재배인 집에 머물렀습니다” 하고 마태오가 설명한다. 그리고 묻는다. “저희들을 기다리신지가 오래 됐습니까?”
“아니다. 우리는 새벽에 도착했다.”
“저희들은 어떤 불행한 사람 때문에 늦어졌습니다….”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좋아. 이제 자네들 모두가 여기 왔고, 또 날씨도 다시 좋아졌으니까, 나는 오늘 저녁에 가파르나움으로 떠났으면 하는 생각인데”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항상 동의하시는 성모님이 이번에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닐세, 시몬. 우리는 그렇게 떠날 수는 없네. 떠나기 전에 우선… 아들아, 어떤 어머니가 그의 외아들을 네가 회개시키게 해 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너만이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내가 그러마고 약속했으니까, 제발 내 말을 들어다오…. 그를 용서해 주어라…. 네 용서를….”
“어머님, 용서는 벌써 해 주셨습니다. 저는 벌써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하고 가리옷 사람은 성모님이 그애 대하여 말씀하시는 줄로 생각하고 말을 가로막는다.
“시몬의 유다, 나는 자네 말을 하는 것이 아닐세. 나는 자기 아들의 행동 때문에 죽은 어머니인 나자렛 여인, 레위의 에스텔에 대해서 말하는 걸세. 예수야, 에스텔은 네가 떠나던 날 밤에 죽었다. 에스텔이 네게 하는 호소는 고약한 아들의 희생자인 가엾은 어머니인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들을 위한 것이었다…. 너희 아들들의 우리 어머니들은 우리 자신의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 에스텔은 그의 아들 사무엘이 구원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머니가 죽은 지금은 사무엘이 양심의 가책을 받아 미치광이 같이 되어 가지고 도무지 사리를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는 그의 이해력과 정신을 구할 수 있다….”
“그 사람이 뉘우쳤습니까?”
“실망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뉘우치겠니?”
“과연 자기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로 그가 끊임없는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실망하게 되겠군요. 이웃에 대한 사랑의 계명 중의 첫째 계명을 어기고서 벌을 받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를 죽이고도 뉘우치지 않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용서하고, 하느님께서 어떻게 그에게 평화를 주시라고 하십니까?”
“아들아, 그 어머니는 내세의 평화를 청한다…. 에스텔은 착했고… 고통을 많이 당했다….”
“에스텔은 그의 몫의 평화는 누릴 것입거다….”
“아니다, 예수야. 한 어머니가 자식이 하느님을 빼앗긴 것을 보면, 어머니의 영은 평화를 누릴 수가 없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빼앗겨 마땅합니다.”
“그렇다, 그래. 그렇지만 가엾은 에스텔에게는… 그의 마지막 말은 아들을 위한 기도였다…. 그러면서 네게 그 말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예수야, 에스텔은 너도 알다시피, 살아 있는 동안에 기쁨을 누려본 적이 없었다. 그가 죽은 지금 기쁨을 그에게 주려무나. 아들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그의 영에 기쁨을 주어라.”
“어머니, 저는 나자렛에 머무르는 동안 사무엘을 회개시키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는 사랑이 없어졌기 때문에 소용없었습니다….”
“그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에스텔은 사무엘의 마음속에 사랑이 되살아나라고 용서와 고통을 바쳤다. 또 혹 알 수 있니? 사무엘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다시 살아나는 사랑일 수 있지 않겠니? 고통스러운 사랑이고, 또 어떤 사람은 어머니가 그것을 누릴 수 없으니까 쓸데없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와 나는 죽은 사람들의 사랑이 주의 깊고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믿음으로 알고, 너는 직접 안다. 죽은 사람들은 우리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그들이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에스텔은 배은망덕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몹시 흔들린 아들의 때늦은 그 사랑을 아직 누릴 수 있다. 오 예수야, 그 사람이 그 엄청난 죄 때문에 네게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것은 나도 안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아들이라니! 네 어머니에 대해서 오직 사랑뿐인 네가 볼 때에는 하나의 괴물이다. 그러나 네가 내게 대해서 오직 사랑뿐이니까, 바로 그 때문에 내 말을 들어다오. 즉시 나자렛으로 함께 돌아가자. 그것이 한 영혼을 구하는데 소용되면, 내게는 길가는 것이 괴롭게 여겨지지 않고, 아무 것도 짐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
“좋습니다. 어머님이 이기셨습니다…. 시몬의 유다야, 요셉을 데리고 나자렛에 가서 사무엘을 가파르나움으로 데리고 오너라.”
“제가요? 왜 제가 갑니까?”
“너는 피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피로하다. 그들은 네가 쉬고 있는 동안 길을 매우 많이 걸었다….”
“저도 걸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찾으러 나자렛에 갔었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님이 그걸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네 동료들은 안식일마다 나자렛에 왔었고, 지금도 먼 길을 갔다가온 길이다. 여러 말 하지 말고 갔다 오너라….”
“사실은… 나자렛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이면 저를 보내십니까?”
“나도 그들이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나자렛에 간다. 어떤 곳에서 사랑을 받아야만 그곳에 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한다만 여러 말 하지 말고 다녀오너라.”
“선생님… 저는 미친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그 사람은 가책으로 인해서 마음이 몹시 흔들렸지만, 미치지는 않았다.”
“선생님의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데요….”
“그런데 나는 세번째 말한다마는 여러 말 하지 말고 갔다 오너라.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묵상하는 것이 네게 이익밖에 될 수가 없다….”
“선생님은 저를 사무엘에 비교하시는 겁니까? 제 어머니는 집에서는 여왕이십니다. 저는 어머니 곁에 있으면서 어머니를 감시하지 않고, 저를 부양하는 것 때문에 어머니에게 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이 어머니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게 아니고, 아들들이 사랑이 없는 것과, 하느님과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불완전한 그들의 행동이야말로 그들을 찍어 누르는 무거운 짐이다. 다녀오라니까 그러는구나.”
“가겠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뭐라고 말합니까?”
“가파르나움에 내게로 오라고 일러라.”
“어머니에게까지도 순종한 적이 없는데, 지금 그가 실망을 하고 있으니, 제게 복종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너는 내가 너를 보내는 것은 내가 벌써 사무엘의 정신에 작용해서 희망을 잃은 가책의 망상에서 벗어났다는 표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했단 말이냐?”
“가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어머님, 안녕히 계십시오. 친구들, 잘 있게.”그러면서 도무지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떠난다. 그의 뒤를 요셉이 따라 가는데, 요셉은 반대로 이 사명을 위해서 선택된 것을 몹시 기뻐한다.
베드로가 낮은 소리로 무슨 노랜지 흥얼거리고 있다.
예수께서 그에게 “요나의 시몬아,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호수의 옛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떤 노랜데?”
“이런 겁니다. ‘언제나 그런 법일세, 농삿군은 고기잡이를 좋아하지만, 어부는 고기잡이를 좋아하지 않네!’ 정말이지, 여기서는 오히려 제자가 사도보다 고기잡이 할 욕망을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웃는다. 예수께서는 웃지 않으시고, 한숨지으신다. “제가 선생님을 괴롭혀 드렸습니까?”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아니다. 그러나 항상 비난하지 말아라.”
“유다 때문에 선생님이 슬퍼하시는 거야”하고 알패오의 유다가 말한다.
“너도 잠자코 있어라, 특히 마음속으로.”
“그렇지만 정말 사무엘이 벌써 기적을 받았습니까?” 하고 토마가 호기심을 가지고, 또 약간 의심을 하면서 묻는다.
“그렇다.”
“그러면 그 사람이 가파르나움에 오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군요.”
“그것은 필요한 것이다. 나는 그의 마음을 완전히 고쳐주지는 못했다. 병나음을, 즉 거룩한 뉘우침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은 그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나는 그가 다시 이치를 따질 수 있도록 했다. 이제 그의 자유로운 의지로 나머지를 얻는 것은 그가 할 일이다. 내려가자. 우리는 비천한 사람들에게로 간다….”
“선생님, 제 집에는 안 가시구요?”
“아니다, 요안나야. 너는 오고 싶은 때에 내게로 올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은 일에 붙잡혀 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로 가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옥상에서 내려오셔서 거리로 나가시는데, 다른 사람들이 뒤따르고, 요나타를 집으로 보낸 요안나도 따라 온다. 요안나는 예수께서 그의 집으로 가실 마음이 없으므로, 예수에게서 떨어지지 않기로 단단히 결심하고 있는 것이다.
일행은 가난한 작은 집들 있는 쪽으로, 점점 더 초라한 변두리 쪽을 향하여 간다….
-그리고 환시는 이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