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새벽은 하도 일찍 오기 때문에, 달이 진 다음부터 첫 새벽빛이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은 매우 짧다. 그래서 그들이 아무리 걸음을 재촉해도, 그들이 아직 가이사리아시 근처에 있을 때 가장 어두운 시간이 닥쳐왔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불을 붙인 것은 넉넉한 빛을 주지 못한다. 또 밤에 걸어 버릇하지 않은 소녀가 먼지에 반쯤 묻힌 돌에 자주 부딪히기 때문에 잠간 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잠깐 걸음을 멈추는 것이 낫겠다. 소녀가 잘 보지를 못하고 또 피로했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아니예요, 아니예요. 저는 걸을 수 있어요…. 멀리, 멀리 가요…. 그 사람이 올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이리로 해서 그 집에 갔어요”하고 소녀는 이를 딱딱 마주치면서, 자기 의사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히브리어를 라틴어와 섞은 새로운 방언으로 말한다.
“우리는 저 나무들 뒤로 가니까 아무도 우리를 보지 못할 거다. 염려 말아라”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래, 무서워하지 말아라, 그… 로마 사람이 지금은 술이 잔뜩 취해서 식탁 아래 쓰러져 있다”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말한다.
“또 그리고 너는 우리들과 같이 있는데, 우리는 너를 많이 사랑한다! 누가 네게 해를 끼치는 걸 가만두지 않을 거다. 이거봐! 우린 튼튼한 남자가 열두 명이나 된다…”하고 소녀보다 클까 말까 한 베드로가 말한다. 그러나 소녀가 가냘픈 반면에 베드로는 똥똥하고, 소녀는 더 매력 있고 더 값지도록 그늘에서 자란 가엾은 꽃처럼 눈같이 흰데 반하여 베드로는 햇볕에 그을었다.
“너는 어린 여동생이다. 그런데 오빠들은 동생들을 보호한단다…”하고 요한이 말한다.
임시방편으로 만든 횃불의 마지막 희미한 불빛에 소녀는 그의 용기를 돋우어주는 사람들에게로 파란 빛이 돌까말까한 철회색 눈동자를 쳐든다. 조금 전에 흘린 눈물로 아직 젖어 있는 맑은 두개의 눈이다…. 소녀는 경계한다. 그러나 이들을 믿고 길 저쪽에 있는 마른 개울을 건너서, 그 곳에서 앞이 우거진 과수원으로 끝나는 어떤 소유지로 들어간다.
그들은 어두운 가운데 앉아서 기다린다. 남자들은 아마 자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조그마한 소리만 나도 소녀는 비명을 지르게 되고, 또 말 한 마리가 네 굽을 놓아 달리는 소리가 들리자 소녀는 바르톨로메오의 목에 경련적으로 매달린다. 바르톨로메오가 제일 나이가 많기 때문에 아마 그의 신뢰와 친밀감을 끄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이니 잘 수가 없다.
“염려하지 말라니까! 예수님과 같이 있으면 나쁜 일이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말한다. “왜요?” 하고 소녀는 떨면서 아직 사도의 목을 껴안고 묻는다.
“예수님은 세상에 계신 하느님이신데, 하느님은 사람들보다 더 힘이 세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이요? 하느님이 뭔데요?”
“가엾은 소녀! 아니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기른 거냐? 그 사람들이 네게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니?”
“제 살갗을 희게, 제 머리카락은 반짝거리게 간직하라고, 또 주인들에게 복종하라고 가르쳤어요…. 늘 예, 하고 말하라고… 그렇지만 저는 로마인에게 예, 하고 말할 수는 없었어요…. 그 사람은 보기 싫고 무서웠어요…. 하루 종일 무서웠어요…. 하주 종일 무서웠어요…. 언제나요…. 목욕할 때, 옷 입을 때… 그리고, 그 눈… 그 손… 아이고!…그런데 ‘예’하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몽둥이로 얻어맞아요….”
“이제는 너를 몽둥이로 때리지는 않는다. 로마 사람은 이제 여기 없고, 그 사람의 손도 없다…. 평화가 있다…”하고 예수께서 그에게 대답하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러쿵 저러쿵 평을 한다. “아니, 이건 소름끼치는 일이야! 비싼 짐승들처럼, 짐승보다 낫지 않게! 오히려 더 못하게 말이야… 왜냐하면 짐승은 밭을 갈고, 안장을 지고, 재갈을 물도록 사람들이 가르친다는 것은 적어도 안단 말이야. 그것이 짐승이 하는 일이니까. 그러나 이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그곳에 던져졌단 말이야!….”
“만일 제가 알았더라면 바다로 뛰어 들었을 겁니다. 그 사람은 ‘너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했어요….”
“과연 그 사람은 그가 상상하지 못한 모양으로 너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세상에서도 행복하고 하늘에서도 행복하게. 예수님을 아는 것은 행복이니까”하고 열성당원이 소녀에게 말한다.
침묵이 흐른다. 그동안 각자는 세상의 추악함을 묵상한다. 그러다가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바르톨로메오에게 묻는다. “하느님이 뭔지 말해 주세요. 그리고 왜 저분이 하느님이예요? 잘 생기고 착하니까, 그래요?”
“하느님… 어떻게 해야 종교 사상이라고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은 네게 그걸 가르칠 수 있겠니?”
“종교요? 그건 뭐야요?”
“지극히 높으신 지혜여! 저는 무한히 넓은 바다에 빠진 사람과 같습니다! 이 심연(深淵)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바르톨로메오야, 네게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는 그것이 아주 간단한 것이다. 그것은 심연이다. 맞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으니까, 네가 진리를 가지고 그것을 메울 수가 있다. 구렁에 진흙과 독과 뱀이 가득 차 있으면 더 고약하다. 어린 아이에게 말할 때 하는 것처럼 쉽게 말해라. 그러면 이 애가 어른보다도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아이고! 선생님! 선생님이 하실 수 없겠습니까?”
“내가 할 수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하느님인 내 말보다 자기와 같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의 말을 더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또 한편… 너희들은 장차 그런 심연(深淵)을 만나서 나로 그 심연을 채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사실입니다! 해보겠습니다. 얘야 내 말 들어라…. 네 어머니 생각이 나니?”
“예, 엄마가 제 곁에 있지 않은 담부터 봄에 꽃이 핀 것이 일곱 번 지났어요. 그렇지만 전에는 제가 엄마와 같이 있었어요.”
“됐다. 그리고 엄마 생각이 나니? 엄마를 많이 사랑하니?”
“오!” 부르짖음과 같이 나오는 흐느낌이 모든 것을 말한다.
“울지 말아라. 가엾게도… 내 말 들어라…. 네가 엄마에 대해서 가지는 사랑이….”
“그리고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두요…”하고 소녀가 흐느끼며 말한다.
“그래… 네 가족에 대해서, 네 가족에 대한 사랑, 네 가족에게로 가는 네 생각, 네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욕망….”
“다시는 영영 못 가요!!…”
“이 모두가 가족의 종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종교는, 따라서 종교 사상은 우리가 믿고 사랑하고 원하는 분이나 분들이 있는 곳을 사랑하고 생각하고 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아! 그럼 제가 저 하느님을 믿으면 종교를 가지게 되겠군요…. 쉽군요!”
“좋다. 무엇이 쉽단 말이냐? 종교를 가지는 것 말이냐, 저 하느님을 믿는 것 말이냐?”
“이것두 저것두요. 저분처럼 좋은 하느님은 쉽게 믿게 되니까요. 로마 사람도 신의 이름을 많이 부르면서 맹세를 했어요…. 이렇게 말했어요. ‘비너스 여신을 걸고!’, ‘큐피드 신을 걸고.’ 그렇지만, 그 신들은 좋지 않았던가 봐요. 그 사람은 그 신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좋지 않은 짓을 했으니까요.”
“이 소녀는 바보가 아닌데”하고 베드로가 낮은 목소리로 주를 단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 하느님이 뭔지 보지 못해요. 난 아저씨 같은 사람을 봐요…. 그럼 저분은 사람이고 하느님인가요? 그럼 어떻게 저분을 이해할 수 있어요? 무엇으로 모든 사람보다 더 힘이 세다는 거예요? 검도 없고, 하인들도 없는데….”
“선생님, 도와주십시오….”
“아니다. 나타나엘아! 너는 아주 잘 가르친다….”
“선생님은 친절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어떻든 계속 해보자. 얘야, 내 말을 들어라…. 하느님은 사람이 아니시다. 하느님은 빛과 눈길과 소리와 같은 분이시고, 하도 크셔서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시고, 모든 것을 비추시고, 모든 것을 보시고,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모든 것을 지배하신다….”
“로마 사람두요? 그럼 좋은 하느님이 아니예요. 저는 무서워요.”
“하느님은 착하시고, 좋은 명령을 내리신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전쟁을 하지 말고, 노예를 만들지 말고 어린 아이들을 그들의 엄마에게 그대로 남겨 두고, 계집아이들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명령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나 하느님의 명령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아저씨는 따르지요….”
“나는 따르지.”
“그렇지만 그분이 모든 사람보다 더 강하면, 왜 복종하게 만들지 않아요? 또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말을 해요?”
“하느님은… 아이고! 선생님!”
“바르톨로메오야, 계속해라. 너는 아주 슬기로운 선생이다. 너는 가장 고상한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할 줄을 안다. 그런데 무서워하느냐? 성령께서 정의를 가르치는 사람들의 입술에 계시다는 것을 모르느냐?”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때는 아주 쉬워 보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모든 말씀이 이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하시는대로 해야 할 때에 그 말씀을 나오게 하는 것은!… 아이고! 불쌍한 저희들, 불쌍한 사람들! 얼마나 보잘것없는 저희들입니까!”
“너희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빠라끌리또 성령의 가르치심에 너희를 대비하게 하는 것이다….”
“좋습니다. 얘야, 들어봐라. 하느님은 강하시다. 매우 강하셔서 카이사르보다도, 성을 부수는 데 쓰는 도구와 무기를 가진 모든 사람을 함께 모은 것보다도 더 강하시다. 그러나 하느님은 언제나 예, 하고 말하라고 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채찍으로 때리는 무자비한 주인이 아니시다. 하느님은 아버지이시다. 네 아버지는 너를 많이 사랑했니?”
“아주 많이요! 아버지는 저를 아우레아 갈라(Aurea Galla : 황금의 갈리아 여자라는 뜻)라고 불렀어요. 황금은 귀중한 것이고 갈리아는 조국이니까요. 아버지는 제가 아버지가 전에 가지고 있었던 황금과 조국보다도 더 귀중하다고  말했어요….”
“아버지가 너를 몽둥이로 때렸니?”
“아니오, 한번도 안 때렸어요. 제가 못되게 굴어도 아버지는 ‘내 가엾은 딸!’이라고 말하면서 울곤 했어요….”
“그렇다! 하느님께서도 그렇게 하신다. 하느님은 아버지시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나쁜 짓을 하면 우시지. 강제로 복종시키지는 않으신다. 그렇지만 나쁜 사람은 언젠가 무서운 형벌로 벌을 받을 것이다….”
“아이고! 아주 잘 됐어요! 저를 어머니에게서 빼앗아다가 섬으로 데려간 주인과 그 로마 사람이 형벌을 받는다! 그런데 제가 그 사람들을 보게 되나요?”
“네가 하느님을 믿고 착하게 굴면, 하느님 곁에 있으면서 그를 보게 될 거다. 그렇지만 착하게 되려면, 너는 로마 사람까지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
“안 돼요? 그럼 어떻게 해요?”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거나….”
“기도하는게 뭐예요?”
“하느님께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거다….”
“그렇지만 저는 주인들이 재앙으로 죽기를 원해요!” 하고 소녀가 야성적으로 세차게 말한다.
“안 된다, 네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예수님이 너를 사랑하지 않으신다….”
“왜요?”
“우리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는 그 사람들을 사랑할 수는 없어요….”
“지금 당장은 그들을 잊어버려라… 잊어버리도록 애써라. 그리고네가 하느님에 대해서 더… 배우게 되면,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라… 그러니까 우리는, 하느님은 능하시지만, 당신 자녀들을 자유롭게 놔두신다는 말을 하고 있었지.”
“제가 하느님의 딸이라구요? 저는 아버지가 두 분이예요? 하느님은 자녀가 얼마나 돼요?”
“모든 사람은 하느님께서 만드셨으니까. 그들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이다. 저 위에 별들이 보이지?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이다. 또 저 나무들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거다. 또 우리가 있는 이 땅도, 노래를 하는 저 새도 아주 넓은 바다도,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만드셨고, 모든 사람을 만드셨다. 그리고 사람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하느님의 자녀이다. 그것은 영혼이라고 하는 것 때문인데, 영혼은 빛과 소리와 눈길이다. 사람들의 빛과 소리와 눈길은 하늘과 땅을 완전히 채우는 하느님의 빛과 소리와 눈길만큼 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하느님께서 돌아가시지 않는 것처럼 절대로 죽지 않는다.”
“영혼은 어디 있어요. 저도 영혼이 있어요?”
“그럼, 네 마음속에 있다. 그리고 그 로마 사람이 나쁘다는 것을 네게 알게 했고, 또 틀림없이 네가 그 사람과 같이 되기를 바라지 않게 할 것은 그 영혼이다. 그렇지?”
“예…” 소녀는 그가 확실치 않게 예, 하고 대답한 후 곰곰이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자신 있게 말한다.
“예! 제 안에 있는 어떤 목소리 같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 같은 거였어요…. 그리고 제 안에 또 다른 목소리로 저는 엄마를 불렀어요. 그런데 그건 제 목소리였어요…. 저는 하느님이 있다는 것과 예수님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거든요…. 제가 그걸 알았더라면, 제 마음속에 있는 그 목소리로 불렀을 거예요….”
“얘야, 너 잘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너는 빛 안에서 자라겠다. 내가 분명히 네게 말한다. 참 하느님을 믿고, 네 영혼의 목소리를 들어라. 네 영혼은 네가 얻은 지혜가 도무지 없고, 또 나쁜 뜻도 도무지 없다. 그러니까 너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살 것이다. 참 하느님을 믿는 착한 사람들은, 죽는 것이 세상에서 하늘로 건너가는 것인데, 그때에 너는 하늘에서 네 주님 곁에 자리를 하나 얻을 것이다” 하고 예수께서 소녀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며 말씀하신다. 소녀는 자세를 바꾸어 무릎을 꿇으며 말한다.
“선생님 곁에 말이지요. 선생님과 같이 있는 것은 기분 좋아요. 저한테서 떠나지 마세요. 예수님, 이제는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압니다. 그래서 엎드립니다. 가이사리아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겁났어요…. 그렇지만 그 때는 선생님이 사람으로 보였어요. 이제는 선생님이 사람 안에 숨어 있는 하느님이시고, 제게는 아버지와 보호자라는 것을 알아요.”
“또 구세주이고, 아우레아 갈라야.”
“또 구세주이구요. 선생님이 저를 구해 주셨어요.”
“그리고 너를 더 구해 주겠다. 너는 새 이름을 하나 가지게 된다
“선생님은 제게서 우리 아버지가 준 이름을 없애세요? 섬에 있던 주인은 저를 아우레아 귄띨리아라고 불렀어요. 그 주인은 우리들을 살갗 빛깔 숫자로 분류했으니 까요. 그래서 저는 다섯째 금발이었어요. 그렇지만 왜 아버지가 준 이름을 제게 그대로 두지 않으세요?”
“그 이름을 네게서 빼앗지는 않는다. 다만 너는 네 이전 이름에 덧붙인 영원한 새 이름을 가질 것이다.”
“어떤 이름인데요?”
“크리스티아나, 그리스도가 너를 구제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하늘이 훤해진다. 떠나자…. 나타나엘아, 빈 구렁에게는 하느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쉽다는 것을 알았지…. 너는 말을 아주 잘 했다. 소녀는 진리를 빨리 배울 것이다…. 아우레아야, 내 형제들과 같이 앞으로 가거라….”
소녀는 복종한다. 그러나 불안해하며 복종한다. 소녀는 바르톨로메오와 같이 있었으면 더 좋겠다. 바르톨로매오는 그것을 깨닫고 약속한다. “나는 이내 가마. 시키시는대로 해라….” 그리고 베드로와 시몬과 마태오와 같이 예수 곁에 남아서 이렇게 지적한다. “저 애를 발레리아가 데리고 있는 것은 아깝습니다. 그래도 이교도이거든요….”
“저 애룰 라자로에게 떠맡길 수는 없다….”
“니까가 있습니다, 선생님”하고 마태오가 권한다.
“또 엘리사도…”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또 요안나요… 요안나는 발레리아의 친구이니까. 발레리아가 틀림없이 기꺼이 양보할 것입니다. 저 애가 좋은 집에 있게 될 것입니다”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예수께서 곰곰이 생각하시며 잠자코 계신다….
“선생님이 생각하실 일입니다…. 저는 소녀에게로 돌아가겠습니다. 그 애는 자꾸 돌아봅니다. 제가 나이가 많기 때문에 나를 믿습니다…. 제가 데리고 있어도 될 텐데요…. 딸 하나 더 있는 셈이지요…. 그렇지만 이스라엘 아이가 아니라….” 그러면서 착하기는 하지만 너무나 이스라엘 사람인 바르톨로메오가 간다.
예수께서는 그가 가는 것을 보시며 머리를 저으신다.
“선생님, 왜 그런 몸짓을 하십니까?”하고 열성당원이 묻는다.
“그것은… 지혜로운 사람들까지도 선입관에 사로잡힌다는 것을 보는 것이 괴롭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우리끼리 얘깁니다만… 바르톨로메오의 말이 옳습니다…. 그리고 또… 이 생각도 하셔야 할 것입니다…. 신디카와 요한을 생각하십시오….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지요…. 저 애를 신디카에게로 보내십시오…” 하고 어린 이교도 소녀가 그들 가운데 있음으로 인하여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염려해서 베드로가 말한다.
“요한은 오래지 않아 죽을 것이다… 신디카는 저 애와 같은 소녀의 선생이 될 만큼 성숙하지는 못했다…. 분위기가 그에게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저 애를 데리고 계실 수는 없습니다. 유다가 오래지 않아 저희와 같이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유다는 -이 말을 제가 하게 내버려 두십시오.- 음란한 사람이고, 또… 거기서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쉽게 말하고… 또 바리사이파 사람들 가운데 친구가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하고 열성당원이 뒷받침한다.
“보십시오. 시몬의 말이 맞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시몬의 말을 들으십시오, 선생님!…”
예수께서는 곰곰이 생각하시며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그러다가 이렇게 말씀하신다. “기도하자! 그러면 아버지께서 우리를 도와주실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뒤에서 그들은 열심으로 기도를 드린다….
첫새벽이 볼그레한 새벽빛으로 변한다…. 그들은 어떤 작은 마을을 지나서 들판을 지나가는 길로 다시 들어선다…. 해가 점점 더 뜨거워진다. 그들은 엄청나게 큰 호두나무 그늘에서 식사를 하기 위하여 멎는다.
“피곤하니?”하고 예수께서 마지못해 음식을 먹는 소녀에게 물으신다. “말해라, 그러면 여기서 쉬겠다.”
“아니예요, 아니예요, 가요….”
“저희가 여러번 물어보았지만 항상 아니라고만 말합니다…”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갈 수 있어요! 갈 수 있어요! 멀리 가요….”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우레아가 생각해낸다. “저는 돈주머니를 하나 가지고 있어요. 부인들이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산이 시작될 때에 그걸 드려라’ 하고 그런데 산이 있으니 드리겠어요.” 그러면서 리디아가 옷 몇 벌을 넣어준 배낭을 뒤진다…. 거기서 돈주머니를 꺼내서 예수께 드린다.
“기부금이다…그 여자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를 원치 않았다. 우리 중의 많은 사람보다 나은 여자들이다…. 마태오야, 이 돈을 받아서 보관해라. 이 돈은 비밀히 애긍하는데 쓰일 것이다.”
“가리옷의 유다에게 말해서는 안 됩니까?”
“말하지 말아라.”
“그 사람이 소녀를 볼 텐데요….”
예수께서는 대답을 하지 않으신다. 그들은 심한 더위와 먼지와 눈부신 빛으로 인하여 피로하게 하는 걸음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갈멜산으로 생각되는 산의 첫번째 지맥(支脈)들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이 더 있고, 더 시원한데도 불구하고 아우레아는 자주 비틀거리며 천천히 걸어간다.
바르톨로메오가 뒤로 돌아와 선생님 곁으로 온다. “선생님, 소녀가 열이 있고 기진맥진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의논을 한다. 일시 정지를 해야 하는가? 업고서 계속 가야 하는가? 그렇게 하자. 안 된다. 마침내 그들은 타는 짐승이나 마차를 가진 어떤 여행자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하여 적어도 시카미논으로 가는 길까지는 가야 한다고 결정한다. 그리고 그들은 소녀를 안고 갔으면 하지만, 소녀는 멀리 떨어져서 가고 싶은 용맹한 의지를 가지고 “갈 수 있어요! 갈 수 있어요!” 하는 말을 되풀이 하며 혼자서 걸어가려고 한다. 소녀는 얼굴이 붉어졌고, 눈이 열에 들떴고, 정말 기진맥진하였다. 그러나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바르톨로메오와 필립보가 붙들어주는 것은 받아들이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그러나 걸어 간다…. 그들은 모두가 기진맥진이다. 그러나 걸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걸어간다….
고개를 넘었다. 이제는 반대면 비탈이다…. 밑 아래로는 에스트렐론 평야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는 나자렛이 있는 구릉들이 있다…
“만일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농가에서 쉬기로 하자…”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들은 가고 또 간다…. 거의 평야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일단의 제자를 만난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 가운데 에페소의 이사악이 어머니와 같이 있고, 베들레헴의 아벨이 그의 어머니와 같이 있다. 여자들을 위하여는 튼튼한 노새가 끄는 촌스러운 마차가 한 대있다. 목자 다니엘과 베냐민이 있고, 뱃사공 요셉과 다른 사람들도 있다.
“섭리가 우리를 도와주시는구나!” 하고 예수께서 외치시고 멈추기를 명하신다. 그동안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특히 여자 제자들에게 가서 말씀하신다.
예수께서 여자들을 이사악과 함께 따로 부르셔서 아우레아의 시련을 부분적으로 이야기 하신다. “우리는 그 소녀를 더러운 주인에게서 벗어나게 했소…. 그 애가 공포와 피로로 병이 들었기 때문에, 그 애를 돌보기 위해서 나자렛으로 데려갔으면 하오. 그러나 우리는 수레가 없소. 어디로 가던 길이오?”
“갈릴레아의 베들레헴의 미르타의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평야의 더위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하고 이사악이 대답한다.
“우선 나자렛으로 가게, 사랑으로 그렇게 해 주기를 청하네. 소녀를 내 어머니께 데려다 드리고, 2, 3일 후에는 내가 집에 갈 것이라고 말씀 드리게. 소녀는 열이 있으니까, 그 애가 하는 헛소리에는 신경 쓰지 말게. 나중에 내가 말해 주겠네….”
“예,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지금 곧 떠나겠습니다. 가엾은 계집애! 그 사람이 그 애를 때렸습니까?” 하고 세 사람이 묻는다.
“그 애를 더럽히려고 했소.”
“오!… 몇 살인데요?”
“열세 살쯤….”
“비열한 사람! 더러운 녀석! 그러나 저희가 그 애를 사랑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머니들이지요, 노에미?”
“그러믄요, 미르타. 주님, 그 애를 제자로 삼으실 겁니까?”
“아직 모르겠소….”
“선생님이 그 애를 데리고 계신다면, 저희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에페소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처분하라고 친구들을 보냈습니다. 저는 미르타와 함께 있겠습니다…. 그 소녀에 대해서는 저희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선생님은 저희 아들들을 살려 주셨으니, 저희들은 그 소녀를 구제하기를 원합니다.”
“두고 봅시다.”
“선생님, 이 두 제자는 성덕에 대한 보증은 무엇이든지 다 줍니다…” 하고 이사악이 변호한다.
“그것은 내게 달린 것이 아닐세…. 많이 기도하시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알겠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마차를 끌고 오게.” 그러시면서 예수께서는 뒤로 돌아오신다. 이사악이 마차를 끌고 따라오곤 두 여자도 따라온다. 소녀는 그의 심한 열을 좀 식히려고 풀 위에 누워 있다….
“가엾어라! 그러나 죽지는 않겠지요?”
“정말 예쁜 계집애로구나!”
“얘야, 염려 말아라. 나도 어머니다, 알겠니? 이리 오너라…. 미르타, 좀 붙잡아요…. 비틀거리는군요…. 이사악아, 우릴 도와다오…. 덜 흔들리는 이리로… 배낭을 베게 하고… 우리 겉옷을 깔아 주고… 이사악아, 이마에 얹게 이 수건들을 물에 적셔라…. 펄펄 끓는구나, 가엷게도!”
두 여인은 열의가 있고 모성적이다. 아우레아는 열로 인하여 얼이 빠져서 말하자면 정신없이 멍하니 있다….
모든 것이 정돈되었다…. 마차는 떠날 수 있다. 이사악은 채찍질을 하기 전에 생각이 나서 말한다. “선생님, 다리에 가시면, 가리옷의 유다를 만나실 것입니다. 거기서 거지처럼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이리로 지나가실 거라고 그 사람이 말해 주었습니다. 선생님께 평화. 저희들은 밤에 나자렛에 도착할 것입니다!”
“당신들에게 평화!…”
마차는 속보(速步)로 떠난다.
“주님께 감사하자!…”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예, 소녀를 위해서도 잘 됐고, 또 유다 때문에도 잘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 그게 낫다. 너무도 잘 되었기 때문에, 너희들 마음에 한가지 희생을 부탁한다. 나자렛에 이르기 전에 헤어지자. 그래서 호수사람 너희들은 유다와 같이 가파르나움으로 가거라. 그동안 나는 사촌들과 토마와 시몬과 함께 나자렛으로 가겠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우리가 도착한다는 것을 내 어머니께 급히 알려드릴 필요가 있었다고… 가자….” 그러면서 제자들 있는 데로 가시니, 제자들은 선생님을 모시는 것이 너무 기뻐서 질문을 꿇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