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리아에는 로마인들의 세련된 식탁을 위하여 고급 식료품들이 모여드는 넓은 시장들이 있고, 또 얼굴과 얼굴빛과 인종의 만화경(萬華鏡)속에 더 보잘 것 없는 양식이 있는 광장 근처에는 사방에서 온 더 풍부한 양식들을 파는 상점들이 있다. 그 양식들은 여러 군데에 있는 로마 식민지에서 온 것도 있고, 고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덜 고생스럽게 하기 위하여 먼 이탈리아에서 온 것도 있다. 포도주와 다른 데에서 온 값진 요리의 거래가 깊숙한 회랑 밑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로마인들이 연회에서 먹을 양식들을 그들의 세련된 입을 위하여 장만할 때에 햇볕에 타거나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쾌락주의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식구들의 보호에도 마음을 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늘진 서늘한 회랑들과 비를 맞지 않게 하는 회랑들이, 해변길과 병영과 조세 관청이 있는 광장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총독 관저주위에 거의 모두 몰려 있다시피 한 로마인들의 동네에서 유다인들의 시장 근처에 있는 로마인들의 상점으로 통한다.
시장 쪽으로 면한 끝에 있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편리한 회랑에는 사람이 많이 있다. 가지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노예들과 해방된 노예들이 있고, 때로는 노예들에 둘러싸인 돈 많은 향락자도 어쩌다 있는데, 그는 가마를 길거리에 남겨둔 채, 이 판매대에서 저 판매대로 느릿느릿 걸어 다니면서 물건을 사고, 노예들은 그것을 집으로 가져간다. 부유한 로마인 두 사람이 만날 때의 습관적으로 하는 한가로운 회화는 날씨, 멀리 떨어져 있는 이탈리아의 기쁨을 주지 못하는 이 나라의 권태, 웅장한 구경거리에 대한 아쉬움, 연회의 식단, 그리고 난잡한 이야기들이었다.
부대와 짐꾸러미를 짊어진 열 명 가량의 노예를 앞세운 한 로마인이 같은 신분의 다른 로마인 두 사람을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눈다.
“엔니우스, 안녕하시오?”
“플로루스 뚤리우스 꼬르넬리우스, 안녕하시오? 마르꾸스 헤라끌레우스 플라비우스 안녕하시오?”
“언제 돌아오셨소?”
“그저께 새벽에 돌아와서 피로하오.”
“당신이 피로하다구? 대관절 당신이 언제 땀을 흘리오?” 하고 플로루스라고 불린 젊은이가 농담을 한다.
“놀리지 마시오. 플로루스 뚤리우스 꼬르넬리우스, 지금 마침 친구들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오!”
“친구들을 위해서라구? 우리는 당신더러 애쓰라고 요구하지 않았소”하고 마르꾸스 헤라끌레우스 플라비우스라고 불린 나이 좀 더 먹은 다른 사람이 반박한다.
“그러나 내 마음은 당신들을 생각하고 있소. 나를 업신여기는 잔인한 사람들, 짐꾸러미를 짊어진 저 노예들의 행렬을 보시오? 다른 노예들은 다른 짐을 가지고 저들보다 먼저 갔소. 그런데 이것이 모두 당신들을 위해서요. 당신들을 대접하려고”
“그러면 당신 일이 그것이오? 연회?”
“그런데 왜?” 두 친구가 요란스럽게 소리 지른다. “쉬! 고귀한 로마 귀족들끼리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니! 당신들은 우리가… 지치게 되는 이 나라의 천민과 같구려.”
“진탕 먹고 마시고 하는 일이 없어서 지친단 말이지요. 우리는 그일 말고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으니까. 나는 우리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아직 의아하게 생각하오. 우리가 무슨 의무를 가지고 있는 거요?”
“죽도록 권태로운 것이 의무 중의 하나지요.”
“저 가련한 곡녀(哭女)들에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또 하나의 의무이고”
“또 히브리 여자들의 신성한 골반에 로마의 씨를 뿌리는 것이 또 하나의 의무요.”
“그리고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우리의 재력과 권력을 누리는 것이 또 하나의 의무요.”
세 사람은 호칭기도(呼稱祈禱)에서 하듯이 번갈아가며 말하고 웃는다. 그러다 젊은 플로루스가 중단하고 침울해지며 말한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빌라도의 즐거운 궁정에 안개가 내려 덮히기 시작했소.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이 순결한 처녀들처럼 행동하고 남편들도 그 여자들의 변덕을 돕고 있소. 이것은 관례적인 축제에 대단한 피해를 주오….”
“그렇소! 이 변덕은 저 세련되지 못한 갈릴레아 사람 때문이오…. 그러나 이것은 이내 지나갈 거요….”
“엔니우스, 당신 생각은 틀렸소. 글라우디아까지도 그가 사로잡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아오. 그리고 이 때문에 그의 저택에는 도덕관념에 이상한 조심성이 자리 잡았소. 그 곳에는 엄격한 공화정치시대의 로마가 되살아나는 것 같소….”
“쳇! 곰팡이 냄새가 나는군! 그런데 언제부터 그렇소?”
“사랑에 유리한 따뜻한 4월부터 그렇소. 당신은 모르지요…. 당신은 여기 없었으니까. 그러나 우리 귀부인들은 유골 단지 앞의 곡녀들같이 침울하게 되었소. 그래서 우리 남자들은 다른 데에서 많은 위로를 찾아야 하오. 정숙한 여자들이 있는 곳에서는 그런 위로조차 허락되지 않소!”
“이것으로 내가 당신들을 구제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오. 오늘 저녁에는 큰 만찬이 있고… 게다가 우리 집에서는 진탕 먹고 마시는 판이 벌어지오. 내가 갔던 친띠움에서 나는 이곳의 불쾌한 놈들이 부정하다고 생각하는 더 없는 즐거움을 발견했소. 공작, 자고(??), 가지가지 뜸부기, 그리고 죽인 어미에게서 산 채로 떼어서 우리의 식사를 위해 기른 산돼지 새끼요. 그리고 포도주… 아! 로마의 구릉지대와 내 고향 리떼르눔의 더운 해안지대, 그리고 당신의 고향 아치리 근처의 양지바른 해변에서 나는 달고 값진 포도주요!…. 또 키오와 친띠움이라는 진주를 가지고 있는 섬에서, 나는 향기로운 포도주. 그리고 마지막 향락을 위해 성욕을 불지르기에 알맞은 이베리아의 취하게 하는 포도주. 오! 이것은 굉장한 축제일 거요! 이 귀양살이의 권태를 쫓아내기 위해서. 우리가 아직 남자답다는 것을 화신하기 위해서….”
“여자들도 있소?”
“여자들도… 그리고 장미꽃보다도 더 아름답고, 피부색도 각각이고… 흥취도 각각인 여자들. 모든 상품 중에는 여자들도 끼여 있는데, 그것을 장만하는데 큰돈이 들었소…. 그러나 나는 친구들에 대해서 너그럽소!…. 나는 여기서 마지막 물건들을 사고 있었소. 여행하는 동안에 상할 수 있는 것을. 연회가 끝난 다음에는 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소!….”
“여행은 잘 했소?”
“썩 잘 했지요. 바다의 비너스가 나를 도와주었소. 그뿐 아니라, 오늘밤의 의식을 비너스에게 바치오….”
세 사람은 머지않아 누릴 그들의 가증할 기쁨을 미리 맛보면서 상스럽게 웃는다….
그러나 풀로루스가 묻는다. “왜 이 멋진 축제를 벌이는 거요? 무슨 동기로?….”
“세 가지 동기가 있소. 내 사랑하는 조카가 요사이 성인(成人)의 토가(Toga.고대 로마의 길고 펑퍼짐한 옷)를 입게 되오. 이 사건을 축하해야지요. 가이사리아가 슬픈 체류지가 되고, 그래서 비너스에게 하는 의식으로 운명을 거슬러서 가야 한다는 전조(前兆)를 따르는 것. 셋째는… 당신들에게 살그머니 말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는 거요….”
“당신이? 설마!”
“내가 결혼을 하오. 꼭 닫힌 항아리에서 첫모금을 맛볼 때마다 ‘결혼식’을 하는 거요. 오늘 저녁에 내가 이렇게 할 거요. 나는 2만 세스테르티우스(Sestertius. 고대 로마의 은화. 2.5 온스의 값어치가 있었음), 또 혹 당신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 금화 200을 주고 그 여자를 샀소. -이 만한 돈을 사실 브로커들과… 그런 종류의 다른 사람들한테 주고야 말았소.- 그러나 비너스가 그 여자를 사월의 어느 날 새벽에 낳고, 거품과 금빛 광선으로 빚었다 하더라도, 그 여자를 더 아름답고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요! 꽃봉오리, 벌어지지 않은 꽃봉오리…. 아! 그런데 내가 그 여자의 주인이란 말이오!”
“신을 모독하는 사람!” 하고 마르꾸스 헤라끌레우스가 농조로 말한다.
“이보다 더 나을 것이 없는 당신은 비평가인 체하지 마시오!… 발레리아누스가 떠난 뒤로는 우리가 여기서 권태로워 죽을 지경이었소. 그러나 내가 그를 대신 하오….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의 경험을 이용해야 하오. 나는 내가 갈라 치쁘리나라는 이름을 붙인 꿀보다 더 황금빛 금발의 그 여자가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거세된 자들의 우울과 철학으로 타락하기를 기다릴 만큼 그처럼 어리석지는 않을 거요….”
“좋아! 하지만… 발레리아누스의 여자 노예는 유식했고 또….”
“…또 철학서적을 읽는데 미쳤었지요…. 그러나 무슨 영혼! 무슨 내세! 무슨 덕행이오!…. 사는 것은 즐기는 것이오! 여기서는 우리가 살고 있소. 어제 나는 두루마리를 모두 불속에 던졌소. 그리고 노예들에게 어기면 죽을 것이라고 하면서, 철학자들과 갈릴레아 사람들의 궁상을 상기시키지 말라고 명했소. 그러면 계집아이는 나밖에는 모를 거요….”
“그 여자를 어디서 발견했소?”
“음! 사려 깊은 어떤 사람이 갈리아 전쟁 후에 노예들을 취득해서 대우를 잘하면서 생식용으로만 사용하면서, 새로운 아름다운 꽃들을 주기 위해 아이들을 낳아 주기만을 요구했소. 그런데 갈라는 그 새로운 아름다운 꽃들 중의 하나요. 지금은 그 애가 사춘기의 소녀가 되었는데, 주인이 팔았소…. 그래서 내가 산거요…. 아! 아! 아!”
“색골!”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었을 거요…. 그러므로… 여자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거요….”
“그 사람이 당신 말을 듣는다면… 오! 저기 온다!”
“누구 말이오?”
“우리 귀부인들을 홀린 나자렛 사람말이오. 당신 뒤에 있소….”
엔니우스는 등 뒤에 독사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돌아본다. 그는 당신 주위에 몰려드는 보잘것없는 서민들과 로마인들의 노예들까지 있는 사람들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오시는 예수를 바라본다. 그리고 비웃는다. “저 거지?! 여자들이 타락했소. 그러나 저자가 우리 마저 홀리지 못하게 피합시다! 너희들은”하고 마침내 불쌍한 그의 노예들에게 말한다. 노예들은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그동안 줄곧 여인상주(女人像柱)처럼 서 있었는데, 그들에 대하여는 동정도 없다. “너희들은 집으로 가라. 지금까지 시간을 허비했으니까 빨리 가라. 그리고 음식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향신료와 향료를 기다리라고 해라. 빨리! 그리고 황혼 때에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채찍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
노예들은 뛰어서 가고, 그 뒤를 로마인과 그의 두 친구가 더 천천히 따라간다….
예수께서는 앞으로. 나아오신다. 엔니우스의 마지막 말을 들으셨기 때문에 슬퍼하시며, 키가 크기 때문에 위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뛰어 가는 노예들을 무한한 연민으로 내려다보신다. 예수께서는 휘 둘러보시며, 로마인들의 다른 노예들의 얼굴을 찾으신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군중에 섞여서, 관리에게 들키거나 히브리인들에게 내쫓길까봐 벌벌 떨고 있는 노예 몇 사람을 보시고, 걸음을 멈추시며, 말씀하신다. “여러분 가운데 이 집의 사람이 아무도 없소?”
“없습니다, 주님. 그러나 저희들은 그 사람들을 압니다” 하고 거기 있는 노예들이 대답한다.
“마태오야, 저 사람들에게 동냥을 듬뿍 주어라. 그들은 그것을 동료들과 나누어 가져서, 그들을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은 고역 중에서 착하고 정직하게 산 사람들에게는 인생과 더불어 끝나는 것은 고통뿐이고, 고통과 더불어 부자와 가난한 사람, 자유인과 노예 사이의 관계가 끝난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말을 하시오. 그 다음에는 오직 한 분뿐이시고, 모든 사람에 대해 공평하신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재산이나 속박은 상관하지 않으시고, 착한 사람들에게는 상을 주시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벌하실 것입니다. 이것을 기억하시오.”
“예, 주님. 그러나 글라우디아와 쁠라우띠나의 집에 딸린 저희들은 리디아와 발레리아의 사람들과 같이 꽤 행복합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저희들의 운명을 낫게 해 주셨기 때문에 선생님을 찬미합니다”하고 한 늙은 노예가 말한다. 그의 말을 모두가 우두머리의 말처럼 듣는다.
“내게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점점 더 착하게 되시오. 그러면 참 하느님을 영원한 친구로 모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그들을 떠나보내고 강복하시려는 것처럼 손을 드신다. 그런 다음 한 기둥에 기대서시어 군중이 주의를 기울이고 조용한 가운데 말씀을 시작하신다. 노예들은 떠나가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듣기 위하여 남아 있다.
“들으시오.
자식을 많이 둔 어떤 아버지가 어른이 된 자식 각자에게 가치가 큰 돈 두 닢씩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는 너희들 각자를 위해서 일할 생각이 없다. 너희들은 이제 생활비를 벌만한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너희들 각자에게 너희들 마음에 더 드는 대로, 그리고 너희들의 이익을 위해서 쓰라고 똑같은 양의 돈을 준다. 나는 여기 남아서 기다리면서, 너희들에게 조언을 할 마음을 가지고, 또 고의가 아닌 어떤 불행으로 인해서 내가 지금 주는 돈을 전부 또는 일부분 잃게 되면, 너희를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겠다. 그러나 고의적인 악의로 돈을 잃는 사람과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악습으로 돈을 써버리거나 돈을 놀고 있게 하는 게으름쟁이에 대해서는 용서가 없으리라는 것을 기억해라. 나는 모두에게 선과 악을 가르쳤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인생살이를 시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모두에게 슬기롭고 올바른 활동과 정직한 생활의 본보기를 주었다. 따라서 너희들은 내가 나쁜 본보기로 너희 정신을 타락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내 의무를 다했다. 이제는 너희들이 바보도 아니고, 준비가 안 되지도 않았고, 문맹도 아니니까 너희 의무를 해라. 가거라.” 그러면서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집에 혼자 남아 기다렸습니다.
그의 자식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가치가 많은 돈 두 닢과, 건강과 정력과 지식과 아버지의 본보기라는 그 보다 더 큰 보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똑같이 성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습니까? 자식들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돈을 잘 써서, 지칠 줄 모르는 성실한 일과 아버지의 가르침에 맞추어서 한 처신 덕택으로, 빨리 정직한 큰돈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자식들은 처음에는 정직하게 재산을 만들었지만, 곧이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만 먹어서 재산을 흩뿌렸습니다. 또 어떤 자식들은 고리대금과 파렴치한 장사로 재산을 모았습니다. 또 어떤 자식은 무기력하고 게으르고 우유부단한 탓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직 어떤 일거리를 발견하지도 못한 채, 가치가 많은 그들의 돈을 다 쓰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가장은 자식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방으로 하인들을 보내면서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자식들에게 집으로 모이라고 말해라. 나는 내 아이들이 그동안 한 일에 대해서 내게 보고하기를 원하고, 내가 직접 그들의 처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래서 하인들은 주인의 아들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들은 전갈을 가지고가서 각기 그들이 찾아간 주인의 자식과 같이 돌아왔습니다.
가장은 그들을 아버지로서, 그러나 또 심판자로서 매우 장엄하게 맞아들였습니다. 거기에는 집안의 모든 친척이 와 있었고, 친척들과 더불어 친구들과 친지들과 하인들과 동향인들과 근처 마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큰 모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장의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둘레로는 반원형으로 모든 친척, 친구, 친지, 하인 마을 사람이나 이웃 마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자식들이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질문을 받지 않아도, 그들의 여러 가지 모습은 진실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품행이 바르고 거룩하게 재산을 모은 아들들은 넉넉한 재산과 훌륭한 건강과 편안한 양심을 가진 사람다운, 기운차고 편안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착하고 고마워하고 겸손하면서도 동시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버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미소는 아버지와 가정을 명예롭게 하고, 훌륭한 아들, 훌륭한 시민, 훌륭한 신자였던 것에 대할 기쁨으로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게으름과 악습으로 그들의 재물을 낭비한 아들들은 창피 해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초라한 모습에, 그들의 몸 전체에 흔적이 남아 있는 진탕 먹고 마신 것이나, 굶주림의 표가 나는 허술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위법인 술책으로 재산을 모았던 아들들은 길들이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반항할 차비를 하고 있는 야수들과 같은 딱딱하고 공격적인 얼굴과 잔인하고 불안한 눈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이 마지막 아들들부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떠날 때에는 아주 평온한 모습을 가졌던 너희들이 대관절 어떻게 이제는 할퀼 차비를 하고 있는 야수들같이 보이느냐? 그 모습이 어디서 오는 거냐?’
‘인생살이가 저희들에게 이런 모습을 주었고, 또 저희를 집 밖으로 내보내신 아버지의 냉혹 때문에 이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저희들을 세상과 접촉하게 하셨습니다.’
‘좋다. 그래 너희들은 세상에서 무엇을 했느냐?’
‘아버지가 주신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생활비를 벌라고 하신 아버지의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좋다. 이쪽 구석으로 가 있어라…. 이제는 야위고 병들고 옷도 변변히 입지 못한 너희들 차례다. 어떻게 해서 그 꼴이 되었느냐? 너희들이 떠날 때에는 그래도 건강하고 옷을 제대로 입었었는데?’
‘10년이 되니까 옷이 해 졌습니다…’하고 게으름쟁이들이 반박했습니다. ‘세상에는 사람의 옷을 만드는 데 쓰이는 천이 다 없어졌느냐?’
‘천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너희들은 돈이 있었는데.’
‘10년이 되니까…. 돈이 떨어 진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시작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끝이 있는 것입니다.’
‘돈을 꺼내 쓰기만 하고 갖다 넣지 않으면 그렇다. 그러나 왜 갖다 쓰기만 했느냐? 만일 너희가 일을 했더라면, 돈을 갖다 넣고, 또 끝없이 꺼내 쓰고, 비축을 늘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 병이라도 들었었느냐?’
‘아닙니다, 아버지.’
‘그러면?’
‘저희들은 길을 잃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적당한지 몰랐습니다…. 저희들은 일을 잘 못할까봐 걱정이 돼서, 잘못하지 않으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 호소할 너희 아비가 있지 않았느냐? 혹 내가 까다롭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아비 노릇을 한 적이 있었느냐?’
‘아!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아버지께 (저희들은 솔선해서 일을 할 능력이 없습니다) 하고 말씀드리기가 창피스러웠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몹시 활동적이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부끄러워서 숨었습니다.’
‘됐다. 너희들은 방 한가운데 로 가거라. 너희들 차롄데, 너희들은 내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 굶주림과 병으로 고통을 당한 것 같은 너희들은? 아마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병이 난 모양이지? 솔직히 말해라. 그러면 야단을 치지 않겠다.’
부름을 받은 아들들 중의 어떤 아들들은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아버지, 용서하십시오! 벌써 하느님께서 저희들을 벌하셨는데, 저희들은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아버지이신 아버지는 저희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시작은 잘 했지만, 끝까지 꾸준하지 못했습니다. 쉽게 부자가 됐기 때문에, 저희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아! 친구들이 권하는 것처럼 좀 즐기자. 그런 다음 일을 다시 해서 축난 것을 보충하자)하고. 그리고 사실 저희들은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돈 두 닢을 도로 찾아서 장난으로 하는 것처럼 다시 이익을 내게 하려 구요. 그리고 두 번이나(그중 두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세 번이나(그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저희들은 성공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운이 다해서 저희 돈을 전부 잃었습니다.’
‘그러나 어째서 처음 잘못한 다음에 다시 정신을 차리지 않았느냐?’
‘악습으로 양념이 된 빵은 미각을 타락시켜서,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비가 있었는데….”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후회와 향수를 가지고 아버지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상해 드렸었습니다…. 저희들은 아버지의 책망을 듣고 용서를 받기 위해서, 아버지께 저희를 부를 생각을 일으켜 주시도록 하늘에 애원했습니다. 저희들은 그걸 청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재산보다도 오히려 용서를 더 청합니다. 재물은 저희들을 빗나가게 했기 때문에, 이제는 재물을 원치 않습니다.’
‘좋다. 너희도 앞서의 형제들과 같이 방 한가운데에 가 있어라. 그리고 저들과 같이 병들고 가난하면서도 말을 하지 않고 고통도 보이지 않는 너희들은 무슨 말을 하겠느냐?’
‘처음 형제들이 말한 대로 말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무모한 행동방식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기 때문에 아버지를 미워한다구요. 우리를 아는 아버지는 우리를 유혹 가운데로 내몰아서는 안 됐던 것입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미워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아버지를 미워합니다. 아버지는 우리를 몰아내려고 우리에게 덫을 놓았습니다. 저주를 받으세요.’
‘됐다. 첫번 형제들과 같이 저 구석에 가 있어라. 그러면 이제는 건강해 보이고 침착하고 부유한 내 아들들인 너희들 차례다. 말해 보아라.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느냐?’
‘아버지의 가르치심, 아버지의 본보기, 아버지의 충고, 아버지의 명령 모두를 실천에 옮겨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에게 생명과 지혜를 주신 축복받으신 아버지, 아버지께 대한 사랑으로 유혹에 저항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됐다. 너희들은 내 오른편으로 오너라. 그리고 모두 내 심판과 내 변호를 들어라. 나는 모두에게 돈과 좋은 본보기와 지혜를 똑같이 주었다. 내 자식들은 여러 가지 다른 모양으로 응하였다.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품행이 좋은 아버지에게서 그를 닮은 아들들이 나왔고, 그다음에는 게으름쟁이들, 유혹에 쉽게 빠지는 약한 자들, 그리고 아버지와 형제들과 이웃을 미워하는 잔인한 아들들이 나왔다. 이 아들들은 이웃에 대해서 고리대금을 하고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안다. 그런데 약하고 게으른 아들들 가운데에는 뉘우치는 사람들과 뉘우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내가 심판한다. 완전한 아들들은 벌써 내 오른편에 있으며, 일하는 데에 있어서나와 동등했던 것과 같이 영광 속에서도 나와 동등하다. 뉘우치는 아들들은 배워야 하는 어린 아이들 같이, 다시 어른이 되게 하는 능력의 정도에 이를 때까지 다시 시련을 겪을 것이다. 뉘우치지 않는 자들과 죄있는 자들은 내 집 밖으로 내던져져서, 이제는 그들의 아버지가 아닌 사람의 저주로 괴롭힘을 받아라, 이제는 그들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한 것은 그들의 증오로 인해서 우리 사이에는 부자의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모두에게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은 각자가 제 운명을 제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모든 아들에게 똑같은 것들을 주었는데, 그것들이 그것을 받은 사람들에게 네 가지 다른 운명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불행을 원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가 없다.’
비유를 듣는 여러분, 비유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이 비유가 무엇을 나타내는지를 말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자식이 많은 가정의 아버지로 상징되십니다. 모든 아들이 세상에 보내지기 전에 그들에게 준 돈 두 닢은, 율법과 의인들의 본보기로 교육을 받고 훈련된 다음,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쓰라고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주시는 시간과 자유의지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똑같은 선물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각 사람은 그것을 자기 뜻대로 씁니다. 시간과 그들의 능력, 교육, 부, 재산, 모두를 선을 위하여 모으고, 자기 자신을 건강하고 거룩하게 유지하며, 그들이 불린 재산으로 부유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작은 잘 했다가 싫증이 나서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일을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기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아버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뉘우치고 속죄를 할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뉘우치지 않고, 마치 그들의 파멸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강요된 것처럼 비난하고 저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의인들에게는 즉시 상을 주십니다. 뉘우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뉘우침과 속죄로 상을 받게 될 수 있도록 속죄할 시간과 자비를 주십니다. 그리고 죄를 지은 다음 뉘우치지 않음으로 사랑을 짓밟는 자에게는 저주와 벌을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십니다.
그러므로 시간과 자유의지라는 돈 두 닢을 낭비하지 말고, 올바르게 써서 아버지의 오른편에 가도록 하시오. 그리고 만일 위반했으면, 뉘우치고 자비로운 사랑을 믿으시오.
가시오. 평화기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강복하시고, 광장과 길거리들을 환히 비추는 햇빛을 받으며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신다. 그러나 노예들은 아직 거기에 있다….
“아직 여기 있소, 가엾은 친구들? 아니, 벌을 받게 되지 않소?”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고 말하면 벌을 받지 않습니다. 저희 주인마님들은 주님을 숭배합니다. 주님, 이제는 어디로 가실 것입니까? 주인마님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주님을 뵙기를 갈망합니다….”
“항구의 밧줄 장수의 집으로 가오. 그러나 나는 오늘 저녁에 떠나는데, 당신들의 여주인들은 연회에 가 있을 것이오….”
“그래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인마님들은 주님이 지나가시는 것을 알리라고 아주 여러 달 전부터 명령했습니다.”
“좋소, 가시오. 그리고 당신들도 시간과 또 사람이 속박을 당해도 항상 자유로운 생각을 잘 쓰도록 하시오.”
노예들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몸을 구부려 인사하고 로마인들의 동네를 향하여 간다. 예수와 제자들은 수수한 거리로 해서 항고, 쪽으로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