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제자들은 들판을 건너질러 가고 있다. 이곳에는 밀 수확이 벌써 끝나서, 밭에는 햇볕이 내리쬐는 그루터기들이 보인다. 예수께서는 그늘진 오솔길을 가시면서, 사도들의 무리와 합쳐진 사람들과 말씀하신다.
“그렇습니다” 하고 어떤 사람이 말한다. “아무 약을 써도 낫지 않습니다. 미친 사람보다 더 합니다. 그리고 아시겠어요? 그 사람은 누구나 무서워하지만, 특히 여자들이 무서워합니다. 외설한 농담을 하면서 쫓아오니까요. 그에게 붙잡히는 날이면 불행한 일입니다!”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고 다른 사람이 말한다. “산 위에도 있고, 수풀 속에도 있고, 풀밭 고랑 속에도 있습니다…. 뱀처럼 뜻하지 않은 때에 불쑥 나타납니다…. 여자들은 그를 몹시 무서워합니다. 강에서 오던 아주 어린 처녀가 그 미치광이에게 붙잡혀 봉변을 당하고 그 후 대단한 열병에 걸려서 며칠 사이에 죽고 말았습니다.”
“저번 날은 제 처남이 장인을 잃었기 때문에 자기와 가족들을 위해서 무덤을 마련해 둔 곳에 가서 매장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덤 안에 마귀들린 사람이 벌거벗은 채로 있다가, 늘 그러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돌을 던지며 위협하는 바람에 도망쳐야 했습니다…. 마귀들린 사람은 그를 거의 마을에까지 따라왔다가 무덤으로 돌아갔고, 제 처남은 돌아가신 분을 제 무덤에 묻어야 했습니다.”
“또 토비아와 다니엘이 그를 강제로 붙잡아서 묶어 가지고 그의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을 그가 기억한 한번은 어떡하구요? 그 사람이 강가의 갈대와 진흙 속에 반쯤 파묻혀서 그들을 기다렸다가, 그들이 고기잡이를 하려고 그랬는지 강을 건너가려고 그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배를 탔을 때, 그의 악마와 같은 힘으로 배를 쳐들어 엎어 놓았습니다. 그들은 기적적으로 살아나기는 했지만, 배에 있던 것을 모두 잃었고, 배는 용골(龍骨)이 부수어 지고 노가 부러져서 겨우 나왔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그를 사제들에게 보이지 않았습니까?”
“보였습니다. 봇짐처럼 묶어서 예루살렘에까지 데려갔었습니다…. 기막힌 여행이었습니다! 기막힌 여행!… 제가 갔었기 때문에 말씀인데, 지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려면 지옥에 내려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전과 마찬가지였소?”
“더 나빠졌습니다!”
“그렇지만… 사제가!….”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성공하려면….”
“뭐요? 계속하시오….”
침묵이 흐른다.
“말하라니까요. 염려 마시오. 나는 당신을 비난하지 않겠소.”
“이렇습니다…. 제 말은… 그러나 저는 죄를 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말은… 그렇지요… 사제가 성공할 수 있으려면….”
“사제가 거룩했더라면 성공했을 것이라고 맡하고 싶은데, 감히 말하지 못하는 거지요.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판단하는 것을 피하라고 말하겠소.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것은 사실이오. 비통하게도 사실이오!….”
예수께서는 입을 다무시고 한숨을 지으신다. 거북한 침묵이 잠시 흐른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용기를 내서 다시 말한다. “만일 우리가 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고쳐 주시겠습니까? 이 지방을 구해내 주시겠습니까?”
“당신은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왜요?”
“선생님은 거룩하시니까요.”
“하느님께서 거룩하십니다.”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소?”
“네! 그렇게들 말하니까요. 또 그리고 저희들은 강 사람들인데, 석달 전에 선생님이 하신 일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면, 누가 물이 붇는 것을 막습니까?”
“그러면 모세는? 또 여호수아는?”
“그 사람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거룩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들보다 더 거룩하십니다.”
“선생님,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그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하겠소.”
그들은 길을 계속 간다. 더위가 점점 더해져서 그들은 큰 길을 버리고 강 옆에 있는 작은 수풀을 찾아 들어가 휴식을 취하게 된다. 강은 물이 불었을 때처럼 흐리지 않다. 그렇지 않고, 비록 아직 물이 많지마는 잔잔하고 파라며,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오솔길이 넓어지고, 흰 집 한 떼가 보인다. 어떤 마을에 가까이 가는 모양이다. 마을 근처에는 매우 휜 작은 건축물들이 있는데, 한편 벽에 구멍 하나만이 나 있다. 더러는 열려 있고, 더러는 꼭 닫혀 있다. 주위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건축물들은 버려진 것같이 메마르고 경작되지 않은 땅에 흩어져 있다. 잡초와 조약돌들밖에 없다.
“가라! 가! 물러가. 그렇지 않으면 너를 죽이겠다!”
“마귀들린 사람이 우릴 본 겁니다! 나는 갑니다.”
“나도.”
“나도 자네들을 따라 가겠네.”
“조금도 두려워 마시오. 여기 남아서 보시오.”
예수께서 하도 자신을 보이시니까 용맹한… 사람들이 복종한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 뒤로 간다. 제자들도 뒤에 남아 있다. 예수께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이 혼자서 엄숙하게 앞으로 나아가신다.
“가라!” 가슴을 찢는 듯한 부르짖음이다. 사람의 목구멍에서는 그런 부르짖음이 나을 수 없을 것 같다. “가라! 물러가! 너를 죽이겠다! 왜 나를 쫓아오느냐? 나는 너를 보고 싶지 않다!” 마귀들린 사람은긴 수염과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 발가벗은 갈색 몸으로 뛰어오른다. 마른 나뭇잎과 먼지투성이의 텁수룩한 검은 머리채가 눈구멍 속에서 구르는 핏발이 선 무서운 눈 위로 늘어져서, 악몽 같은 소리를 지르고 깔깔거리고 웃느라고 벌어진 입에까지 내려온다. 입에서는 거품이 나고, 미치광이가 뾰족한 돌로 자신을 치기 때문에 피가 난다.
“왜 내가 너를 죽일 수 없는 거냐? 누가 내 힘을 묶어놓느냐? 너냐? 너야?”
예수께서는 그를 바라보시며 나아가신다.
미치광이는 땅에서 구르고, 자기의 몸을 물고, 거품을 더 내뿜고, 조약돌로 제 몸을 때리며 일어나서, 깜짝 놀라 예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검지를 예수께로 내밀며 말한다.
“들어라들! 들어! 여기 오는 사람은….”
“입 다물어라. 사람 안에 있는 마귀야! 명령이다.”
“싫다! 싫다! 싫어! 잠자코 있지 않겠다. 입을 다물지 않겠어. 우리와 너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왜 우리를 못살게 구는 거냐? 우리를 지옥의 나라에 가둔 것이 부족하더란 말이냐? 우리에게서 사람을 빼앗아 가려고 오는 것이, 아니 이미 온 것이 너는 충분하지 않단 말이냐? 왜 우리를 저리로 밀어내는 거냐? 우리가 우리 희생물 안에서 사는 것을 가만 놔둬라! 위대하고 능력 있는 너는 지나가면서할 수 있으면 정복해라. 그러나 우리가 즐기고 해치게 가만 내버려둬라. 우리는 이 때문에 있는 것이다. 오! 저주… 아니다! 그 말을 할 수는 없다! 네게 그 말을 하게 하지 말아라! 네게 그 말을 하게 하지 말아! 나는 너를 저주할 수 없다! 나는 너를 미워한다! 나는 너를 괴롭힌다! 나는 너를 고문하기 위해서 너를 기다린다! 나는 너를 미워한다. 너와 네가 나온 그를 미워한다. 나는 너희들의 영도 미워한다. 증오인 나는 사랑을 미워한다! 나는 너를 저주하고 싶다! 너를 죽이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할 수 없다! 아직은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야, 나는 너를 기다린다. 너를 기다린다. 나는 네가 죽은 것을 보겠다! 오! 기쁨의 시간! 아니다! 기쁨이 아니다! 네가 죽어? 아니다, 죽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진다! 져! 언제나 진다!…. 아!….” 발작이 극도에 달하였다.
예수께서는 빛나는 그 매력적인 눈으로 마귀들린 사람을 지켜보시며 그에게로 다가가신다. 이제는 예수 혼자뿐이시다. 사도들과 일반대중은 뒤에 남아 있었다. 일반은 사도들 뒤에 있고, 사도들은 적어도 삼십 미터 가량 예수에게서 떨어져 있다.
인구가 매우 많고, 또 부유한 것 같게도 상각되는 마을 주민들이 외치는 소리에 끌려 나와서 광경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들도 다른 무리의 사람들과 같이 도망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 현장의 배치는 이러하다. 가운데에 마귀들린 사람과 예수님이 이제는 몇 미터 거리만 떨어져 있고, 예수 뒤 왼쪽에는 사도들과 일반 대중, 오른쪽에는 마귀들린 사람 뒤에 이 도시 사람들이 있다.
예수께서 마귀들린 사람에게 입을 다물라고 명령하신 다음, 더 이상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다만 마귀들린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하신다. 그러나 이제는 예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두 팔을 올려 마귀들린 사람에게로 내미시고, 말씀을 하려고 하신다. 부르짖음이 정말 끔찍해진다. 마귀들린 사람은 몸을 뒤틀고 오른쪽 왼쪽으로, 또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그는 도망을 치거나 뛰어나오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는 거기에서 꼼짝 못하고, 끊임없이 몸을 뒤트는 것 외에는 아무렇게도 움직일 수가 없다.
예수께서 팔을 내미시고, 선서를 하시려는 듯이 손을 뻗치시니까, 미치광이는 더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많은 저주를 하고 웃고, 모독하는 말을 하고 나서는 울고 애원하기 시작한라. “지옥으로는 보내지 마세요! 아니, 지옥에는 안 돼요! 저를 지옥으로 보내지 마세요! 내 생활은 여기 이 사람의 감옥 안에서도 소름끼칩니다. 나는 세상을 두로, 다니면서, 당신의 인간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여기, 여기, 여기!…. 아니! 아니! 아니! 나를 밖에 놔두시오!….”
“이 사람에게서 나가라. 명령이다!”
“안 나갑니다!”
“나가라!”
“안 나갑니다!”
“나가라!”
“안 나갑니다!”
“참 하느님의 이름으로 나가라!”
“오! 왜 나를 이기십니까? 그러나 나는 나가지 않습니다. 안 나가요.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요. 그러나 나는….”
“너는 누구냐?”
“나는 베엘제불이오. 세상의 지배자 베엘제불입니다. 그래서 나는 굴복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나는 당신에게 도전합니다!”
마귀들린 사람은 갑자기 움직이지 않게 되어, 뻣뻣하고 거의 엄숙하게 되면서, 인광(燐光)을 발하는 눈으로 예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 입술을 겨우 움직여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팔꿈치를 구부리고 손을 어깨 쪽으로 올리며, 가볍게 움직인다.
예수께서도 걸음을 멈추셨고, 이제는 팔을 가슴 위에 十자로 포개시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신다. 예수께서도 겨우 입술을 움직이신다. 그러나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관중은 기다린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쫓아내지 못하는구먼!”
“아니야, 이제는 그리스도께서 쫓아내실 거야.”
“아닌데, 마귀가 우세하단 말이야.”
“맞아.”
“아니야.”
예수께서는 팔을 풀으신다. 예수의 얼굴은 거역할 수 없이 빛난다. 목소리는 천둥소리 같다. “나가라. 마지막으로 말한다. 사탄아, 나가라! 내가 명령한다!”
“아아아아아!” (무한한 격렬한 아픔을 나타내는 긴 부르짖음이다. 검으로 천천히 꿰뚫리는 사람의 부르짖음보다 더한 부르짖음이다). 그러더니 부르짖음이 말로 변한다.  “나갑니다. 예, 당신이 나를 이겼습니다. 그러나 나는 복수를 하겠습니다. 당신은 나를 쫓아내십니다. 그러나 당신 곁에는 마귀가 한 놈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온 힘을 다해 그를 공격해서, 그의 안으로 들어가 차지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명령이 그를 내게서 억지로 빼앗아 가지 못할 겁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악의 창시자인 나는 아들을 낳아 가집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자기 스스로 생긴 것과 같이, 나도 나를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나는 사람의 마음속에 나 자신을 잉태하면, 사람은 나를 낳습니다. 즉 그 자신인 새로운 사탄을 낳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몹시 기뻐합니다. 그런 후예를 가진 것을 몹시 기뻐하는 겁니다! 당신과 사람들은 내 사람들인 이런 인간들을 언제나 만날 건데, 그들은 모두 제2의 나 자신입니다. 그리스도, 나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내 새 나라를 차지하러 가고, 내게서 학대를 받은 이 넝마조각 같은 것을 당신에게 남겨 놓습니다. 사탄이 하느님인 당신에게 주는 동냥인 이 사람 대신 이제 나는 이런 자를 천명, 만명 차지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너덜너덜한 몹시 불쾌한 살덩어리로 개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을때 그들을 만날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그런 자들을 만명이고 십만명이고 차지해서 내 연장을 만들고 당신의 고통이 되게 하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표를 높이 쳐들어서 나를 이긴다고 생각합니까? 내 사람들이 당신을 쓰러뜨릴 것이고, 내가 이길 것입니다…. 아! 아닙니다. 나는 당신을 이기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당신 자신과 당신의 사람들을 통해 당신을 괴롭힙니다!….”
벼락 치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번갯불 빛도 없고 천둥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다만 여운이 없는 격렬한 파열음이 있을 뿐이고, 마귀들린 사람이 죽은 사람처럼 땅에 쓰러진 채로 있는데, 제자들 곁에는 굵은 나무줄기 하나가 마치 벼락같은 톱으로 땅에서 1미터 가량 되는 곳이 베어진 것처럼 땅에 떨어진다. 사도의 무리는 겨우 옆으로 비킬 수가 있었고, 일반 대중은 사방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땅에 쓰러진 사람에게로 몸을 굽히시고 그의 손을 잡으신 예수께서는 몸을 돌리시고, 몸을 굽히시고 해방된 사람의 손을 잡으신 채 말씀하신다. “이리들 오시오. 아무 염려 마시오!” 사람들은 쭈뼛쭈뼛 다가온다. “이 사람은 나았습니다. 옷을 가져오시오.” 어떤 사람이 뛰어 간다.
그 사람은 천천히 제 정신으로 돌아온다. 그는 눈을 뜨면서 예수의 눈길과 마주친다. 그는 앉는다. 붙잡혀 있지 않은 손으로 자기 얼굴에 있는 땀과 피와 침을 닦는다. 머리카락을 뒤로 젖히고, 자기 몸을 내려다 본다. 그러다가 자기가 그 많은 사람 앞에 벌거벗은 몸으로 있는 것을 보고 부끄러워한다. 그는 몸을 움츠리며 묻는다. “무슨 일입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내가 왜 여기 벌거벗은 몸으로 있습니까?”
“아무 것도 아니요 이제 당신에게 옷을 갖다 줄 것이고,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게 되오.”
“내가 어디서 왔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는 병자의 피로하고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갈릴래아 바다에서 왔소.”
“그런데 나를 어떻게 아십니까? 왜 나를 구합니까?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옷을 가지고 와서 기적을 받은 사람에게 내민다. 그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불쌍한 노파가 와서 병이 나은 사람을 가슴에 껴안는다.
“내 아들!”
“어머니, 왜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내버려 두셨어요?”
가엾은 노파는 더 크게 울며 그를 껴안고 쓰다듬는다. 아마 아들에게 다른 말을 할 것 같다. 그러나 예수께서 눈길로 노파를 억제하시어 더 다정스러운 다른 말을 찾아내게 하신다. “너는 몹시 아팠단다. 얘야! 너를 고쳐 주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신 하느님의 메시아를 찬미해라.”
“이분이? 이름이 뭔데요?”
“갈릴래아의 예수님이시다. 그러나 이분의 이름은 자비이다. 얘야, 이분의 손에 입맞춤 해라. 그리고 네가 했거나 말한 것에 대해서 용서를 청해라. 네가 말한 것은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열에 들떠서 말했습니다” 하고 예수께서 조심성 없는 말을 막으시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말을 한 것은 이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는 엄하게 굴지 않습니다. 이제는 착하게 사시오. 그리고 욕정을 끊어버리시오.” 예수께서는 이 말에 힘을 주신다. 그 사람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 사람에게 면하게 해 주시는 것을, 이제야 가까이 온 읍내 사람들은 면하게 해 주지 않는다. 그들 가운데에는 그야말로 훌륭하다는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있다.
“이게 자네에겐 도움이 되었네. 자네가 마귀의 우두머리인 이 사람을 만난 건 자네에겐 다행한 일일세.”
“마귀 들렸었다구요, 내가?” 하고 그 사람은 겁을 먹고 말한다. 작은 노파가 화를 버럭 낸다. “저주받은 사람들! 동정심도 없고, 존경심도 없는! 밉살스럽고 잔인한 독사 같은 사람들! 그리고 당신, 쓸데없는 회당장, 거룩하신 분을 마귀의 우두머리라구!”
“그럼 마귀들의 왕과 아비 말고 누가 마귀들에 대해 이런 능력을 가졌단 말입니까?”
“오! 독성자들!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들! 저….”
“할머니, 입 다물고, 아들과 같이 행복하게 사시오. 저주는 하지 마시오. 이것이 내게는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습니다. 모두 안녕히들 가시오. 착한 사람들에게 내 강복을. 자, 가자.”
“선생님을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병이 고쳐진 사람이 말한다.
“아니오. 그대로 있으시오. 내게 대한 증언과 어머니의 기쁨이 되시오. 가시오!”
그리고 당신께 칭찬하는 소리와 업신여기는 중얼거림이 들리는 가운데, 예수께서는 작은 읍내를 부분적으로 건너질러 가신 다음 강을 끼고 서 있는 나무 그늘로 다시 들어가신다. 사도들이 예수께로 바싹 다가온다.
베드로가 묻는다. “선생님, 더러운 악령이 왜 그다지도 저항을 했습니까?”
“그 놈은 완전한 악령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내 말을 잘 들어라. 주요한 악습 하나에 문을 열어 주는 것으로 사탄에게 자기를 바치는 사람이 있고, 두번, 세번, 일곱번 자기를 바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그의 정신을 일곱 가지 악습에 열어주면, 그 때에는 그의 안에 완전한 악령이 들어간다. 검은 왕인 사탄이 들어가는 것이다.”
“저 사람은 아직 어린데, 어떻게 사탄에게 붙잡힐 수 있었습니까?”
“오! 이 사람들아! 사탄이 어떤 오솔길로 해서 오는지 아느냐? 일반적으로 잘 다져진 길이 셋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없는 때가 결코 없다. 세 가지는 육욕과 돈과 정신의 교만이다. 그리고 육욕은 절대로 없는 때가 없는 것이다. 다른 사욕들의 속달 파발꾼으로서, 육욕은 그 독을 뿌리면서 지나가고, 그러면 사탄의 꽃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너희들에게 ‘너희 육신을 억제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예속이 다른 모든 예속의 시초인 것과 같이 이 억제가 다른 모든 억제의 시작이어야 한다. 음욕의 노예는 그의 지배자를 섬기기 위하여 도둑과 배임자(背任者)를 가리고, 잔인한 자, 살인자가 된다. 권력에 대한 갈망조차도 육욕과 맺어져 있다. 그렇게 생각되지 않느냐? 사실 그렇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라. 그러면 내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사탄은 육욕을 통해서 사람 안에 들어왔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아하는데, 사람 안에 다시 들어오는 것은 육욕을 통해서이다. 하나이면서 부하 마귀떼가 많아지는 것과 더불어 일곱마리가 되어 다시 들어오는 것이다.”
“막달라의 마리아는 마귀를 일곱 마리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음란의 마귀였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그 여자를 아주 쉽게 구해내셨습니다.”
“그렇다, 유다야.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면요?”
“그러면 내 이론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지. 아니다, 이 사람아. 그 여자는 앞으로는 마귀들린 것에서 해방되기를 원했었다. 의지, 이것이 전부이다.”
“선생님, 왜 우리는 마귀에게 붙잡힌 많은 여자, 말하자면 이런 마귀에게 붙잡힌 많은 여자를 보게 됩니까?”
“이것 봐라, 마태오야. 여자는 그 형성과 원죄에 대한 반응이 남자와 같지 않다. 남자는 많게든 적게든 좋은 그의 욕망에 있어서 다른 목적들을 가지고 있다. 여자는 한 가지 목적 즉 사랑만을 가지고 있다. 남자는 구성이 다르다. 여자는 다정다감한 그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를 낳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충 더 완전한 구성이다. 너도 알다시피 어떤 완전이든지 감성을 더해 준다. 완전한 청력은 덜 완전한 귀가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그것을 즐긴다. 눈도 이와 마찬가지이고, 미각과 후각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여자는 세상에서 하느님의 다정스러움이 되기로 되어 있었고, 사랑이 되고, 스스로 계신 분을 움직이는 그 불의 화신(化身)이 되고, 사랑의 표현, 사랑의 증언이 되기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여자에게 뛰어나게 민감한 정신을 주셔서, 여자는 언젠가 어머니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녀들을 하느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눈뜨게 할 줄을 알고 할 수 있게 하였고, 마찬가지로 남자는 자녀들이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그들의 지능의 눈을 뜨게 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스스로 당신 자신에게 ‘아담에게 짝을 하나 만들어 줍시다’하신 명령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라. 인자하신 하느님께서는 아담에게 좋은 짝을 만들어 주기를 원하실 수밖에 없었다. 착한 사람은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담의 짝은 행복스러운 낙원에 있어서의 남자의 생활을 끝내 지극히 행복하게 하기 위하여 넉넉히 사랑할 능력이 있어야 했다. 여자는 하느님의 피조물인 남자의 사랑에 있어서 하느님과 버금가고 협력자이고 대신이 될 수 있도록 넉넉히 능력을 갖추어, 천주성께서 당신 사랑의 목소리로 당신을 피조물에게 나타내지 않으실 때에도 남자가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자기가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게 되어 있었다.
사탄이 이 완전을 알고 있었다. 사탄은 아주 많은 것을 안다. 괴사(怪蛇)의 입술을 통해서 진리에 섞인 거짓말들을 하는 것은 사탄이다. 그는 거짓말의 화신이기 때문에 미워하는 이 진리들을 말하는 것은 다만 –너희들 모두와 나중에 올 너희들도 모두 이것을 잘 기억해 두어라.- 어두움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빛이 말하는 것이라는 망상으로 너희들을 유혹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교활하고 음험하고 잔인한 사탄은 이 완전 속에 슬그머니 들어가고 깨물어서 거기에 그의 독을 남겼다. 사랑에 있어서의 여자의 완전은 이렇게 해서 여자와 남자를 지배하고 악을 퍼뜨리는 데 쓰이는 사탄의 연장이 된 것이다….”
“그럼 저희의 어머니들은요?”
“요한아, 너는 어머니들 때문에 걱정을 하느냐? 모든 여자가 사탄의 도구는 아니다. 감정에 있어서 완전한 어머니들은 행동에 있어서도 항상 극단적이다. 하느님께 속해 있기를 원하면 천사가 되고, 사탄에게 속해 있기를 원하면 마귀가 된다. 거룩한 여자들은 – 그런데 네 어머니는 이들 축에 낀다.- 하느님께 속해 있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천사들이다.”
“선생님, 여자에 대한 벌은 불공평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남자도 죄를 지었는데요.”
“그러면 상은 또 어떠냐? 여인에 의하여 세상에 선이 다시 오고 사탄이 패배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느님의 하시는 일을 절대로 판단하지 말아라. 우선 이렇다. 오히려 너희는 이렇게 생각하여라. 즉 여인에 의해서 악이 세상에 들어왔으므로 여인에 의해서 선이 세상에 들어오는 것이 공평한 일이라고. 사탄이 쓴 글 한 쪽을 없애야 하는데, 한 여인의 눈물이 이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사탄이 영원히 소리를 지를 것이므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노래를 불러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할 것이다.”
“언제 그렇게 됩니까?”
“나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하지만, 그 여인이 알렐루야를 영원히 부르던 하늘에서 그의 목소리가 벌써 내려왔다.”
“그 여인은 유딧보다 더 위대하겠습니까?”
“어떤 여인보다도 더 위대할 것이다.”
“그분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대관절 무슨 일을 할 것입니까?”
“그 여인은 하와의 세 가지 죄를 뒤엎을 것이다. 절대적인 순종, 절대적인 순결, 절대적인 겸손으로, 그 여인은 여왕과 승리자로서 그 위에 우뚝 설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선생님의 어머니가 아니십니까. 예수님, 선생님을 낳으셨기 때문에 가장 위대하신 여인?”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은 위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아는 위대하시다. 다른 공로는 어떤 것이나 하느님에게서 온다. 그러나 이 공로만은 완전히 마리아의 것이다. 그래서 그로 인해 복된 여인이 되기를 바란다.”
–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너는 사탄에게 사로잡혔던 사람을 보았다. 내 말에는 많은 대답이 들어있다. 너를 위해서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 대답들이 소용이 있을 것인가? 아니다. 이 대답들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평안히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