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수께서 어떤 집 안마당에 앉아 계신 것을 본다. 그 집은 호화롭지는 않지만 적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매우 피로하신 것 같다. 전이 별로 높지 않은 우물 곁에 있는 돌 걸상에 앉아 계신데, 우물 위에는 둥근 지붕 모양으로 초록색 덩굴을 올린 것이 있다. 포도송이들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꽃이 떨어 진지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어서, 포도알들은 푸른 꽃자루 끝에 달린 좁쌀알 같다. 예수께서는 오른 무릎에 오른 팔꿈치를 얹으시고, 손바닥에 턱을 괴고 계신다. 때로는 더 편한 자세를 찾아내려고 하시는듯 팔을 구부려 우물 전에 얹으시고, 주무시려는 것처럼 팔위에 머리를 얹으신다. 그러면 예수의 피로한 얼굴이 머리카락에 가려지는데, 그렇지 않으면, 적갈색을 띤 금발의 굽슬굽슬한 머리카락 사이로 얼굴이 창백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 여인이 손이 밀가루 투성이가 된 채 집의 어떤 방에서 마당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작은 방에는 화덕이 있는 모양이다. 그 여자는 매번 예수를 바라보지만, 그의 휴식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해가 지붕 위의 옥상 꼭대기를 겨우 스치는데, 점점 덜 스치다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저녁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비둘기가 열 마리쯤 마지막 식사를 하려고 구구거리며 마당으로 내려온다. 그 놈들은 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려는 듯이 예수 둘레를 맴돌며 감히 땅바닥에 내려앉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깊은 생각을 하시던 것을 그만두시고, 미소를 지으시고,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손을 내미시며 말씀하신다. “너희들 배가 고프니? 이리 오너라”하고 마치 사람들에게 말씀하듯 하신다. 가장 대담한 비둘기가 그 손에 내려앉는다. 그 비둘기 다음으론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신다. “나는 아무 것도 없다” 하고 비둘기들이 자주 구구거리는 앞에서 말씀하신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부르신다.
“여보시오! 당신의 비둘기들이 배가 고파요! 비둘기 모이가 있소?”
“예, 선생님 문간 아래 자루에 들어 있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내가 할 테니 그만두시오. 내가 주겠소. 이렇게 하는 것이 나는 좋아요.”
“비둘기들이 오지 않을 텐데요. 그 놈들이 선생님을 알지 못하니까요.”
“오! 내 어깨에 안아 있고 머리 위에까지 앉아 있소!….”
사실 예수께서는 가슴이 납빛깔인 비둘기로 만들어진 이상한 깃털장식을 달고 걸으신다. 비둘기의 납빛깔 가슴은 빛깔이 여러 가지로 변하는 값진 갑옷 같다.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타나더니 “오!” 하는 소리를 지른다.
“보시오. 비둘기들이 사람들보다 낫소. 비둘기들은 누가 그 놈들을 사랑하는지 아오.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데.”
“선생님, 지난 일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기에는 선생님을 미워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선생님을 사랑하고, 적어도 존경은 합니다.”
“오! 나는 그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지는 않소.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짐승이 사람보다 나은 때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한 것이오.”
예수께서는 자루 주둥이를 벌리고 긴 손을 넣어 황금색 낟알을 꺼내서 당신 겉옷자락에 놓으신다. 자로, 주둥이를 다시 묶으시고, 저희들이 직접 먹으려고 하는 비둘기들의 침입을 막으면서 마당 가운데로 돌아오신다. 그리고 겉옷 자락을 펴서 모이를 땅바닥에 쏟아 놓으시고, 탐욕스러운 비둘기들이 싸우고 다투는 것을 보고 웃으신다. 식사는 이내 끝났고, 비둘기들은 아직 예수를 쳐다보면서 우물곁에 있는 오목한 접시에 있는 물을 먹는다.
“이제는 가라. 이젠 아무 것도 없다.”
비둘기들은 좀 더 예수의 어깨와 무릎 위로 포롱포롱 날아다니다가 그 놈들의 둥지로 돌아간다. 예수께서는 다시 명상에 잠기신다. 대문을 꽝꽝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가 달려 나가 문을 연다. 제자들이다.
“오너라”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돈을 거지들에게 나누어 주었느냐?”
“그랬습니다, 선생님.”
“동전 한닢 남기지 않고? 우리가 받은 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선을 위한 것임을 기억하여라. 우리는 가난해서 남의 동정으로 살아간다. 자기의 임무를 인간적인 목적에 이용하는 사도는 불행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빵이 떨어지고, 참새들처럼 밀 이삭을 비벼 밀알을 먹는다고 해서 율법을 어긴다는 비난을 받으면 어떡합니까?”
“유다야, 무엇이 부족한 때가 있었느냐? 나와 같이 있은 뒤로 절대로 필요한 어떤 것이 없는 적이 있었느냐? 어떤 때 쇠약해서 길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느냐?”
“없었습니다, 선생님.”
“내가 네게 ‘오너라’ 하고 말했을 매, 내가 안락과 재물을 약속했느냐? 내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 말할 때, ‘내 사람들’에게 이 세상에서 행복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느냐?”
“없었습니다.”
“그러면 유다야? 왜 이렇게까지 변했느냐? 네 불만족과 네 냉담이 내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그 불만족이 네 형제들에게 번지는 것을 보지 못하느냐? 벗 유다일 어찌하여 이와 같은 운명에 불리고, 그렇게도 열광적으로 내 사랑과 내 빛에 온 네가 이제는 나를 버리느냐?”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버리지 않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선생님의 이익과 선생님의 성공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입니다. 정말입니다.”
“나도 그것은 안다. 너는 그것을 인간적으로 원한다. 내 벗 유다야,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나는 인간적인 대성공과 인간적인 왕권과는 아주 다른 일을 위하여 왔다…. 내가 온 것은 친구들에게 인간적인 승리의 조각들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크고 풍성한 상을 듬뿍 주려고 온 것이다. 그것은 하도 가득 차서 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이니, 내 영원한 나라에 참여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자녀의 권리에 한몫 끼는 것이다…. 오! 유다야! 왜 이 숭고한 상속에 네가 열광하지 않느냐? 이 상속에는 포기로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 상속은 황혼을 모른다. 유다야, 더 가까이 오너라.
알겠지? 우리는 지금 단 둘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내… 재물, 사람의 아들이며 하느님의 아들인 내가 하느님과 사람의 이름으로 사람에게 주라고 받는 기부금을 나누어 주는 사람인 너에게 말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다야, 우리의 마음이 멀리 있는 우리 집 쪽으로, 우리 어머니들에게로 날아가는 저녁의 이렇게도 아늑한 이 시간에 우리 단 둘이 있다. 우리 어머니들은 혼자 드실 저녁을 준비하시면서, 아마도 지극히 거룩하신 뜻이 하느님을 영과 진실로 사랑하게 하라고 우리를 받아들이신 이 하느님의 시간 이전에 우리가 앉던 자리를 손으로 쓰다들으실 것이다.
우리 어머니들! 어머니의 예수의 벗들인 너희를 극진히 사랑하시고,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시는 지극히 거룩하시고 지극히 깨끗하신 내 어머니…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의 모성의 고민 가운데에서 내가 너희들의 애정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아시는 그 평화밖에 가지지 못하신 내 어머니… 벗아, 내 어머니의 그 마음을 실망시키지 말고 상해 드리지 말아라. 다만 나쁜 행동 하나만으로도 그 마음을 상해 드리지 말아라! 유다야, 네 어머니는, 네 어머니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리옷에 들렀을 때 내게 축복하기를 그치지 않고, 내 발에 입맞춤을 하려고 했다. 그것은 어머니의 유다가 하느님의 빛 속에 있는 것이 기쁘기 때문이었다. 네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 선생님! 제 유다를 거룩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어머니의 마음이 자식의 행복 말고 무엇을 원하겠습니까? 그리고 영원한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이 어떤 행복입니까?’ 유다야, 사실 내가 너희를 데려 가고자 하는 행복, 내 길로 가야만 거기에 이르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이 어떤 행복이냐? 유다야, 네 어머니는 거룩한 여인이고, 참된 이스라엘의 딸이시다. 나는 네 어머니가 내 발에 입맞춤하는 것을 못하게 했다. 그것은 너희가 내 벗들이기 때문이고. 너희 모든 어머니들을, 착한 모든 어머니를 내 어머니로 보기 때문이다. 유다야, 그리고 나는 너희가 너희 어머니를 볼 때에 공동구속자(共同救贖者)라는 아주 무서운 운명을 가지신 내 어머니로 보기를 바라며, 내 어머니를 죽이는 것은 너희들의 어머니를 죽이는 것같이 너희들에게 생각되겠지…. 때문에 너희가 내 어머니를 죽이기는 원치 않기를, 정말 그렇게 원치 않기를 바란다.
유다야, 울지 말아라. 왜 우느냐? 만일 네 마음에 네 어머니와 내 어머니에 대한 가책이 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면 왜 그 눈물을 흘리느냐? 이리 와서, 네 머리를 내 어깨에 얹고, 네 벗에게 네 고민을 말하라. 실수를 했느냐? 실수를 하려고 하느냐? 오! 혼자 있지 말아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으로 사탄을 이겨라. 유다야, 나는 예수이다. 나는 병자들을 고치고, 마귀를 내쫓는 예수이다. 나는 구원하는 예수이고… 너를 몹시 사랑하고, 네가 그렇게 약해진 것을 보고 괴로워하는 예수이다. 나는 일곱번씩 일흔번을 용서하라고 가르치는 예수이다. 그러나 나는, 나는, 내게 관해서는 일곱번씩 7백번을, 7천번을 용서하는 예수이다… 그리고 만일 죄지은 사람이 뉘우치면서 ‘예수님,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하고 말하면, 내가 용서하지 않는 죄가 없다, 유다야 내가 용서하지 않는 죄가 없다, 유다야. 내가 용서하지 않는 죄가 없다, 유다야 그보다도 더 못하게 ‘예수님!’하고 부르기만 해도 아니 그보다도 더 못하게, 애원하면서 나를 쳐다보기만 해도. 그리고 벗아, 내가 제일 먼저 용서해 주는 죄들을 누구에게 용서해 주는지 아느냐? 가장 죄 많은 사람들과 가장 많이 뉘우치는 사람들에게 용서해 준다. 또 내가 제일 먼저 용서해 주는 죄가 어떤 것인지 아느냐? 내게 대해 지은 죄들이다.
유다야?… 네 선생에게 대답할 말이 없느냐?… 네 고민이 너무 커서 네 말문을 막는단 말이냐? 내가 너를 고발할까봐 염려하느냐? 염려하지 말아라! 너를 내 가슴에 안고 이렇게 네게 말을 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이다. 함께 태어나서 한 요람에 누워 있었던 두 쌍둥이처럼, 거의 한 육체로 되어 있고, 따뜻한 젖가슴을 서로 바꾸며, 엄마젖의 단 맛과 동시에 형제의 침맛을 느낀 두 어린 아이처럼. 지금 나는 너를 차지하고 있으니, 내가 너를 고쳐 주었다고 네가 말해 줄 때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 유다야, 염려 말아라. 내가 원하는 것은 고백이다. 이 대화가 끝난 다음에는 우리 얼굴이 서로의 평화와 서로의 사랑으로 하도 빛날 것이니까 네 동료들은 이것이 사랑의 대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 식사 때에 너를 내 가슴에 안고, 내 자신의 빵을 소스에 담가서 귀염둥이에게처럼 네게 주어서, 그들이 점점 더 그렇게 믿도록 하겠다.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다음 포도주 잔을 제일 먼저 네게 주겠다. 유다야, 너는 축연의 왕이 될 것이고, 또 실제로 왕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영혼아, 만일 네가 네 먼지를 깨끗하게 하는 내 가슴에 털어서 너를 깨끗하게 자유롭게 하면, 너는 신랑의 신부가 될 것이다.
너는 아직도 네 괴로움을 내게 털어놓지 않겠느냐?”
“선생님은 어머니에 대해서… 집에 대해서… 선생님의 사랑에 대해서… 몹시 다정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몹시 지쳤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선생님이 저를 그렇게 사랑하시지 않게 된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네 말에는 한 가지 진실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은 네가 지쳤다는 것이다. 길, 먼지, 햇볕, 진흙, 군중 때문에 지친 것이 아니라, 네게 지친 것이다. 네 영혼은 네 육체와 네 정신에 싫증이 났다. 하도 싫증이 나서 마침내 치명적인 권태로 죽고야 말 것이다. 내가 영원한 찬란함을 누리라고 부른 가엾은 영혼!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내 사랑에서 그를 억지로 잡아 떼어 낸다고 너를 비난하는 가엾은 영혼! 내가 내 사랑으로 너를 어루만져도 소용없는 것과 같이, 네 선생에 대해서 음험하게 행동한다고 너를 나무라지만 효력을 얻지 못하는 가엾은 영혼이다. 그러나 네가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너를 미워하고 나를 미워하는 자가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게 ‘혼자 있지 말아라’ 하고 말한 것이다. 자, 잘 들어라. 내가 밤을 대부분 기도로 보낸다는 것을 너는 안다. 만일 어느 날 네가 사람이 되겠다는 용기와 새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을 느끼거든, 네 동료들이 자는 동안에 내게로 오너라. 별들과 꽃들과 새들은 조심성 있고 착하고 침묵을 지키고 동정심이 가득한 중인들이다. 별들은 그 빛 아래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그의 형제를 죽인 카인이오’하고 말할 수 있는 목소리가 없다. 알아들었느냐, 유다야?”
“예, 선생님. 그러나 정말이지, 저는 권태와 흥분 외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됐다, 그만 해 두어라.”
“제게 입맞춤을 안 해 주십니까, 선생님?”
“그러마, 유다야. 그리고 다른 입맞춤도 여러 번 주겠다….”
예수께서는 괴롭게 깊은 한숨을 쉬신다. 그러나 유다의 뺨에 입맞춤 하신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으시고, 그 머리를 당신 앞에 몇 센티미터 되는 것에 꼭 붙잡으시고, 뚫어지게 들여다보시고, 살펴보시고, 당신의 매혹적인 시선으로 꿰뚫어보신다. 그런데 그 불행한 유다는 몸을 떨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검사를 받으면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태연하게 있다. 다만 조금 창백해지고, 잠잔 동안 눈을 감기만 한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내리깔린 그의 눈꺼풀에 입맞춤 하시고, 그다음에는 제자의 심장을 찾아내려고 머리를 숙이시고 그의 심장 있는 곳에 입맞춤 하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자, 이것은 구름을 흩어버리기 위한 것이고, 네 예수의 다정스러움을 네게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고, 네 마음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를 놓아 주시고, 집으로 향하여 가시니, 유다도 따라온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선생님! 모든 것이 준비되어서 선생님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좋다. 나는 유다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 유다야? 아들이 피살된 그 가엾은 노인을 보살펴야 할 것이다.”
“아!” 하고 유다는 마음을 완전히 안정시키고, 또 혹 다른 사람들이 의심을 하면 그 의심을 딴 데로 돌리게 하려고 재빨리 기회를 붙잡는다. “아! 선생님, 아십니까? 오늘 저희들은 그리이스의 로마 식민지의 유다인들과 섞인 이방인들의 일단에게 붙잡혔었습니다. 그들은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저희들은 능력껏 대답했습니다만, 물론 저희들은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친절해서 저희들에게 돈을 많이 주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많은 자선을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유다는 호화로운 가죽으로 만든 큰 주머니를 탁자 위에 내놓는다. 주머니는 은소리를 낸다. 그 주머니는 어린 아이 머리만 하다.
“좋다, 유다야. 돈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어라. 그 이방인들이 무엇을 알고자 하더냐?”
“내세에 대한 일들입니다…. 사람이 영혼을 가지고 있는지, 영혼이 불멸의 것인지. 그들은 그들의 선생들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습니까?”
“그 사람들에게 오라고 말해야 하는 건데 그랬다.”
“저희들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마 올 겁니다.”
식사가 계속된다.
예수께서는 유다를 당신 옆에 앉히시고, 구은 고기 접시에 있는 소스에 빵을 담가서 그에게 주신다. 그들이 작은 검정올리브를 먹고 있는 중인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집주인 여자가 들어와 말한다.
“그 사람들이 선생님을 뵙겠다고 합니다.”
“누구요?”
“외국인들입니다.”
“아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오!”
“선생님은 피곤하셔요!”
“하루, 종일 걸음을 걸으시고 말씀을 하셨어요!”
“또 그리고 이방인들을 집에 들이다니! 안 될 말이오!” 열두 제자는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떠들썩하다.
“쉬! 조용히 해라! 나를 찾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은 내게 있어서 피로가 아니다. 그것은 내 휴식이다.”
“이런 시간이니, 혹 계략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다, 계략이 아니다. 너희들 조용히 있으면서 쉬어라. 나는 너희들을 기다리면서 벌써 쉬었다. 나는 가겠다. 너희들에게 나와 같이 오라고 부탁하지는 않겠다. 하기는… 하기는 너희들이 바로 이방인들 가운데에 유다교를 전해야 할 터인데 그 유다교는 이미 그리스도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겠다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혼자서 가십니까? 아!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하고 베드로가 말하며 일어난다.
“그대로 있어라. 나 혼자 가겠다.”
예수께서는 나가신다. 그리고 길로 향한 문에 나타나신다. 황혼 속에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당신들이 나를 보겠다고 했습니까?”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로마식 옷을 입은 위엄 있는 노인인데, 그 옷은 머리에 쓴 두건이 달린 둥근 겉옷 아래로 비죽 나와 있다. “우리는 오늘 선생님의 제자들과 말을 했습니다만, 그 사람들은 많은 설명을 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당신들이 많은 기부금을 주신 분들입니까? 하느님의 가난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집주인 여자에게 말씀하신다. “아주머니, 나는 이분들과 같이 나갑니다. 내 제자들에게 해변 근처로 나를 찾으러 오라고 말하시오. 내가 보는 것이 틀림없다면, 이분들은 상점의 상인들이니까요….”
“또 항해자들도 있고요. 선생님께서 잘 보셨습니다.”
그들은 환한 달빛으로 비추어친 길로 모두 함께 나간다.
“당신들은 멀리서 오셨습니까?” 예수께서는 집단의 가운데에 계신데, 제일 먼저 말한 노인이 곁에 있다. 뚜렷한 라틴족의 얼굴 모습을 한 잘 생긴 노인이다. 다른 쪽에는 뚜렷하게 히브리인 얼굴을 가진 중년의 다른 사람이 있고, 그 둘레로는 살갗이 올리브 빛깔인 꽤 마른 두세 사람이 있는데, 쾌활하고 약간 빈정거리는 듯 한 눈을 하고 있으며, 여러 연령충의 튼튼한 다른 사람들이 또 있다. 모두 해서 한열명중 된다.
“우리는 그리이스와 아시아의 로마 식민지에서 왔습니다. 더러는 히브리인들이고 더러는 이방인들입니다. 이 때문에 감히 오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이방인들을 업신여기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한 것은 세심한 유다인들, 이스라엘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도 유다인들이 있는데… 그들은 덜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로마인이지만 아내는 리카오니아의 유다인이고, 이 사람은 에페소의 히브리인인데, 아내는 로마 여자입니다.”
“나는 아무도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물주가 한 분뿐이시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같은 혈족이라는 것을 아직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철학자들 가운데에서도 위대한 분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그것을 확인합니다. 위대하고 착하시다는 것을.”
“선을 행하는 사람이 착하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착한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은 말씀도 잘 하시고, 착하게 행동도 하십니다. 그러니까 착하십니다.”
“내게서 무엇을 알고 싶으십니까?”
“선생님! 오늘, 저희 호기심으로 선생님을 피곤하게 해 드린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좋은 호기심도 있습니다. 그것은 진리를 찾는 호기심이니까요…. 오늘 저희들은 고대 그리이스의 철학자들이 희미하게 나타낸 학설에 대한 지식을 선생님의 제자들에게서 알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 학설을 더 광범하고 더 아름답게 다시 가르치기 시작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 아내 에우니카가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유다인들과 말을 했는데, 그 말들을 제게 되풀이해 주었습니다. 그리이스 여자인 에우니카는 교양이 있고, 조국의 현인들의 말을 알고 있거든요. 제 아내는 선생님의 말씀과 그리이스의 한 위대한 철학가의 말 사이에 일치하는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이 에페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장사를 하려고, 또 어떤 사람들은 종교의식을 행하려고 이 항구에 와서, 친구들끼리 서로 다시 만나서 말을 했습니다. 사업을 한다고 해서, 더 고상한 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이제 가게에 물건을 가득 채우고, 배에 짐을 실어 놓았으니까. 저희는 이 의문을 풀 시간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영혼이 영원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소크라테스도 영혼이 불멸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이스 선생의 말을 아십니까?”
“아니오. 나는 로마와 아테네의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말하시오. 그래도 당신의 말을 알아듣습니다. 그리이스 철학자의 생각을 모르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우리 로마 사람들이 믿는 것과는 반대로, 또 선생님네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믿는 것과도 반대로,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고,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장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영혼은 그러하기 때문에, 영혼에게 있어서는 죽음이 감옥에서 해방되어,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합쳐지는 자유로운 곳으로 건너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곳에서 영혼은 그들의 생각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들었던 현자들을 ? 되고, 위인, 영웅, 시인들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불의도 고통도 당하지 않고, 의롭게 산 불멸의 영혼들을 받아들이는 평화의 거주지에서 영원한 지복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거기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진정으로 말합니다만, 그리이스의 선생은, 참되지 않은 종교의 오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혼이 죽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진리를 말한 것입니다. 진리를 찾고 덕행을 닦는 그분은 그의 정신 속에서, 알지 못하는 하느님, 참 하느님, 유일한 하느님의 목소리가 속삭이는 것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 하느님은 내가 사람들을 진리로 데려오기 위해서 떠나온 지극히 높으신 아버지이십니다. 사람은 하나이고, 참되고, 영원하고, 주인이며, 상이나 벌을 받을 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방인인 당신들은 사실은 감탄할 만한 작품이고, 그 위에 영원한 분의 엄지손가락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육체를 예찬하는데 너무 골몰합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머리의 보석상자속에 들어 있으면서 거기에서 숭고한 광선을 흘러나오게 하는 보석인 지능을 너무 찬미합니다. 지능은 여러분을 당신 생각에 따라서 당신 생각에 비슷하게, 그러니까 기관과 사지가 있는 완전한 작품으로 만드시고, 당신들에게 당신의 생각과 당신의 영과의 유사성(類似性)을 주신 창조주 하느님의 큰 선물, 고급 선물입니다. 그러나 완전한 유사성은 정신에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육체의 지체(肢體)와 불투명성을 가지고 계시지 않고, 또 오관과 음란의 원인도 가지고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극히 순수하시고, 영원하시고, 완전하시고, 변치 않으시고, 지치지 않고 일을 하시는 영이시며, 당신의 활동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셔서, 당신의 피조물이 올라가는 길에 자애롭게 적응시키십니다. 같은 능력과 착함의 근원에서부터 모든 사람을 위하여 창조된 정신은 그 시초의 완전에 있어서 차이가 없습니다. 완전하시고, 또 그런대로 계신 창조되지 않으신 영은 오직한 분뿐이십니다. 창조된 완전한 영은 셋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중의 하나이시겠군요.”
“나는 아닙니다. 나는 내 육체 안에 창조되지 않고, 아버지께서 넘치는 사랑으로 낳으신 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창조된 완전한 영은 누구입니까?”
“인류의 근원으로, 처음에 완전하게 창조되었다가 자기의 의지로 불완전에 빠진 첫째 조상 두 사람입니다. 셋째 사람은 하느님과 우주의 기쁨을 위하여 창조된 분인데, 지금 세상의 생각과 믿음의 가능성을 너무나 초월하는 분이어서, 내가 당신들에게 가르쳐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한 것처럼 같은 근원에서 동등한 완전의 정도로 창조된 영들은 그 후 그들의 공로와 그들의 의지에 따라서 두 가지로 변하게 됩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제2의 인생을 인정하시는군요?”
“인생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 인생에서 애초에 사람이 가졌던 하느님과의 유사성을 가진 영혼은 모든 일에 충실하게 실천한 정의의 덕택으로 더 완전한 유사성으로, 말하자면 자기 자신의 제2의 창조로 건너가는데, 그것으로 인해서 그 영혼은 완전한 정의와 아들들의 아버지와의 유사성인 거룩함을 차지할 수 있게 됨으로써, 창조주와의 이중의 유사성을 향하여 발달하는 것입니다. 이런 영혼은 지극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 즉 당신들의 소크라데스가 저승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영원한 지혜가 말을 하고, 그 말을 자기의 피로 확인한 다음에는 그들은 천당의, 나라의, 즉 하느님의 지극한 행복을 받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럼 그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을 기다립니까?”
“희생을, 용서를, 해방을.”
“메시아는 구세주일 것인데, 선생님이 메시아시라고 말들 하는데… 참말입니까?”
“사실입니다. 당신들에게 말하는 내가 메시아입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돌아가셔야 합니까? 왜요? 세상에는 빛이 몹시 필요한데, 선생님은 세상을 떠나기를 원하십니까?”
“그리이스인인 당신이 그것을 내게 물어보십니까? 소크라테스의 말이 군림하는 당신이 말입니다.”
“선생님, 소크라테스는 의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성인이십니다. 세상에 성덕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십시오.”
“그 거룩함이 고통 하나하나, 상처 하나하나, 내 핏방울 하나하나에 대해서 천만배나 되는 힘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아이고! 목숨을 업신여기라고 설교하시는데 그치지 않고, 목숨을 버릴 채비를 하시는 선생님보다 더 위대한 극기심이 있는 사람은 일찌기 없었습니다.”
“나는 목숨을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나는 목숨을 세상의 구원을 사는데 가장 유익한 것으로 사랑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돌아가시기에는 너무나 젊으십니다!”
“당신의 철학자는 거룩한 사람은 신들이 애지중지하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당신은 나를 거룩한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내가 거룩한 사람이면, 내가 떠나온 거룩함에로 돌아가기를 갈망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갈망을 가지지 못할 만큼 젊을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소크라테스도 거룩한 사람은 신들의 뜻에 맞는 일들을 하기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죄로 인하여 멀리 떨어진 자녀들을 아버지가 껴안을 수 있게 도로 데려오고,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과의 화해를 사람에게 마련해 주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무엇입니까?”
“선생님은 소크라테스의 말을 알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어떻게 아십니까?”
“나는 무엇이든지 다 압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그것이 좋은 생각인 한, 내 생각들의 반영에 지나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것은 내게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데 따라서 내가 그것을 읽었고, 그 말을 하였고, 또 장차 할 때에, 나는 그것을 알았고, 지금도 알고, 미래에도 알 것입니다. 나는 압니다.”
“주님, 세계의 등대인 로마로 오십시오. 여기서는 증오가 선생님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저기에서는 공경이 선생님을 감쌀 것입니다.”
“그 공경은 사람을 감싸겠이지만, 초자연적인 것을 가르치는 선생을 감싸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록 하느님의 백성의 자식들이 말씀에 대하여 가장 냉혹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초자연적인 것을 갖다 주어야합니다.”
“그러면 로마와 아테네는 선생님을 모시지 못하겠군요?”
“로마와 아테네가 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염려 마시오. 그 도시들이 나를 차지할 것입니다. 나를 차지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 사람들이 선생님을 죽이면요?”
“영은 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의 영도 안 죽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아들의 영인 내 영이 불멸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내 영으로 가서 활동할 것입니다…. 내가 갈 것입니다…. 나는 지금 수 없이 많은 군중과 내 이름으로 세우는 집들을 봅니다…. 나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나는 대성당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말하겠습니다…. 내 복음 전파는 휴식을 모를 것입니다…. 기쁜 소식이 세상을 두로, 다닐 것입니다…. 모든 착한 사람이 내게로 올 것입니다…. 자, 그래서… 나는 내 성인들의 군대의 앞장을 서서 그들을 하늘로 데려갑니다. 진리에로 오시오.”
“오! 주님! 저희들은 주문(呪文)의 말투와 오류로 둘러싸여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혼의 문을 열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나는 지옥의 문을 열겠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말하는 저승과 내 임보*의 문을 열겠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의 영혼의 문을 열 수 없겠습니까? ‘나는 원한다’하고 말하시오. 그러면 그 문이 마치 나비 날개로 만든 자물쇠처럼, 내 광선이 지나면 먼지가 되어 무너질 것입니다.”
“누가 선생님의 대리자로 올 것입니까?”
“소년티를 겨우 면한 다른 사람과 지금 오고 있는 저 사람이 보이지요? 저 사람들이 로마와 온 세계에 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다른 많은 사람이 갈 것입니다. 그들을 자극하고 내 곁에 있어야만 마음이 놓이게 하는 내게 대한 사랑 때문에 지금 열의가 있는 것과 같은 열의를 가지고, 내 희생으로 구속된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당신들을 찾아 모아 가지고 빛으로 데려오기 위해서 갈 것입니다. 베드로야! 요한아! 오너라. 다 끝낸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너희 차지다. 다른 말 또 할 것이 있습니까?”
“드릴 말씀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가지고 떠나겠습니다.”
“그 말들이 당신들 안에서 싹이 트고 영원히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를 바랍니다. 가 보시오. 평화가 당신들과 함께 있기를.”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환영이 사라졌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아직 말씀을 하신다. “몹시 지쳤느냐? 매우 힘드는 받아쓰기였지. 환영을 보는 것보다는 받아쓰기였다. 그러나 이것이 어떤 사람들이 바라는 설명이다. 누구들이냐고? 내 날이 되면 알 것이다. 지금은 너도 평안히 가거라.”
나 자신이 덧붙여 말할 것은 예수와 이방인들 사이의 대화가 어떤 해안도시의 부둣가에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달빛을 받아 잘 보이는 조용한 물결은 해안파와 함께 배들이 가득 찬 큰 항구의 쑥 내민 방파제의 현초(顯礁)에 와서 부딪혀 사라지곤 하였다. 그 사람들이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말을 전에 할 수가 없었다. 만일 내가 그곳을 묘사하였더라면, 대화의 연결을 잃었을 것이다. 그들은 항구 근처의 해변의 일부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을 했었다. 길은 쓸쓸하였다. 행인들이 없었고, 뱃사람들은 그들의 배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그 배들의 붉은 현등(舷燈)들은 밤하늘에 홍옥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는 모르겠다. 그 도시는 틀림없이 아름답고 중요할 것이다.

* 역주 고성소(古聖所). 예수에서 구속 사업을 이루시기 전에, 중죄가 없으므로 지옥에는 가서는 안 되고, 천당에 갈 수 없는 영혼들이 머무르는 장소 (가톨릭 대사전에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