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가 탄 나귀의 고삐를 잡고 몰고 가는 열성당원의 앞장을 서 가시는 예수께서 베델의 관리인의 집 문을 두드리신다. 그들은 지난번과 같은 길로 오지 않고, 그 위에 저택이 서 있는 산의 서쪽 비탈에 펼쳐져 있는 작은 마을에 있는 요안나의 소유지에 도착하였다.
주님을 알아본 문지기는 그의 작은 집 옆에 있는 격자 대문을 서둘러 활짝 연다. 그 대문으로 해서는 건물 앞에 있는 정원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여기는 요안나의 장미 밭이라는 꿈의 장소의 시작이다. 신선한 장미꽃과 장미꽃 향유의 짙은 냄새가 황혼의 더운 공기 속에 감돌고, 동쪽에서 불어오는 저녁의 가벼운 바람이 꽃이 만발한 장미나무들을 스치면서 지나가면, 향기는 더 짙어지고, 더 신선해지고, 더 진짜가 된다. 그 향기는 장미나무들을 심은 작은 언덕에서 와서, 소유지의 서쪽 담에 기대서 지은 작고 넓은 헛간에서 나오는 진한 정유(精油)의 향기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문지기가 설명한다. “주인마님이 여기 계십니다. 저녁마다 꽃 따는 일과 향유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에 오십니다. 그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말을 물어보고, 그들을 돌보고, 기운을 북돋아 주곤 하시지요. 오! 우리 주인마님은 착하십니다! 늘 그랬지만, 주님의 제자가 된 후로는!… 이제 부르러 가겠습니다. 지금은 일이 많은 시기여서, 과월절 이후로 새로 남녀 하인들을 또 채용했는데도 늘 일하는 꽃따는 사람들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님, 기다리십시오….”
“아니오, 내가 가겠소.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강복하시고 평화를 주시기를!” 하고 예수께서는 그때까지 참을성 있게 말하는 것을 들으신 후에 늙은 문지기에게 강복하시기 위하여 손을 들면서 말씀하신다.
그러나 정원 길의 단단한 땅을 디디는 발소리에 꽤 호기심이 있는 마티아는 고개를 쳐들게 되었고, 어린 아이는 소리를 지르면서, 그가 원하는 포옹을 해 달라고 청하느라고 벌써 팔을 벌려 쳐들고 밖으로 달려 나온다. 그는 뛰어 오면서 “예수님이 오셨어요! 예수님이 오셨어요!” 하고 외친다. 그리고 그가 벌써 주님의 품에 안겨 입맞춤을 받고 있을 때 요안나가 하인들에 둘러싸여 나온다.
“주님께서!” 하고 이번에는 요안나가 외치고, 그가 있는 장소에서 즉시 예수께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무릎을 꿇는다. 요안나는 땅에 엎드렸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는데 그의 얼굴은 감격으로 인하여 활짝 핀 장미꽃잎과 같은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런 다음 예수께로 와서, 발에 입맞춤하기 위하여 다시 엎드린다.
“요안나야, 네게 평화. 네가 나를 보고자 한다지. 그래서 내가 왔다.”
“제가 주님을 뵙고자 했습니다…. 맞습니다, 주님….” 요안나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진지하게 된다. 예수께서 그것을 알아차리신다. “일어나거라, 요안나야. 쿠자는 잘 있느냐?”
“예, 주님.”
“그리고 지금 여기에 보이지 않는 어린 마리아는?”
“마리아도 잘 있습니다, 주님… 그 애는 에스텔과 같이 병든 하인에게 약을 가져다주러 갔습니다.”
“그 하인 때문에 나를 불렀느냐?”
“아니올시다, 주님…. 주님… 때문입니다.” 요안나는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자 하지 않는 것이 아주 분명하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알아차리시고 말씀하신다. “알겠다. 네 장미나무들을 보러가자….”
“주님은 피곤하실 텐데요. 주님은 무엇을 좀 드실 필요가 있습니다…. 목도 마르시구요….”
“아니다. 우리는 더운 때 몇 시간 동안은 목자들의 제자들 집에서 머물렀다. 나는 피곤하지 않다….”
“그러면 가시지요…. 요나타, 자네는 주님과 주님을 모시고 온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하게… 마티아야, 내려 가거라….” 요안나는 그의 곁에 공손히 서 있는 지배인과, 예수의 팔 안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다정스럽게 그의 작은 갈색머리를 마치 멧비둘기가 어미 날개 밑에 그렇게 하듯이 예수의 목 오목한 데에 기대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 명령한다. 어린 아이는 슬퍼서 한숨을 쉰다. 그러나 순종할 채비를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아니다. 이 애도 우리와 같이 갈 거다. 그리고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애는 그 앞에서는 얼굴을 찌푸리게 할 행위가 있을 수 없고, 사람들의 마음에 아주 가벼운 의심도 일어날 수 없게 하는 작은 천사일 것이다. 가자….”
“선생님, 엘리사와 저는 집안으로 들어갈까요.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 바로 가까이에 있는 것을 원하십니까?”하고 열성당원이 묻는다.
“너희들도 가거라.”
요안나는 정원을 가로지르는 넓은 길로 해서 예수를 인도한다. 그들은 내려가다가 제자의 꽃이 만발한 소유지를 이루는 반대편 비탈을 다시 올라가는 장미밭을 향하여 간다. 그리고 요안나는 계속 간다. 요안나는 정말 장미나무와 다른 나무, 그리고 잘 자리를 서로 다투거나 그들의 둥지를 마지막으로 한번 둘러보는, 나뭇가지 속에 있는 새들밖에 없는 곳에 외따로 있으려고 하는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아직 봉오리로 있지만, 내일에는 가위에 잘려 떨어질 장미꽃들은 이슬을 맞고 잠들기 전에 짙은 향기를 풍긴다. 두 사람은 심한 굴곡을 이룬 땅 두 부분 사이에 있는 작은 계곡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 위에는 한쪽에는 살색의 장미꽃, 또 한쪽에는 엉기고 있는 피얼룩처럼 새빨간 장미꽃이 아름다운 꽃줄장식을 만들어 놓았다. 거기에는 꽃 따는 사람들이 바구니들을 놓는데 쓰이는 바위가 하나 있는데, 걸상노릇을 하거나 몸을 의지하는데 소용될 수 있다. 풀 위나 바위 위에는 낮에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들은 장미꽃들과 꽃잎들이 있다.
요안나는 반지를 여러 개 낀 손으로 자리에서 그 지저분한 조각들을 치우고 말한다. “선생님, 앉으십시오. 저는 오랫동안 말씀드려야합니다.”
“예수께서는 앉으시고, 마티아는 짧은 풀 위에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기 시작하다가 마침내 저녁에 바람을 쐬러 온 큰 두꺼비를 쫓아다니는데 몹시 흥미를 느껴서, 그 가엾은 두꺼비 뒤를 왔다 갔다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좋아서 깡총깡총 뛰어오르고 하다가, 나중에는 땅강아지 굴에 정신이 팔려, 작은 풀줄기로 그 굴을 쑤시기 시작한다.
“요안나야, 네 말을 들으러 여기 왔는데… 말을 안 하느냐?”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예수께서 물으시며, 아이를 살펴보시던 것을 그만두시고, 심각한 얼굴로 말없이 당신 앞에 서 있는 제자를 바라보신다.
“예, 선생님, 그러나…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듣기가 고통스러우리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신뢰를 가지고 말하여라….”
요안나는 풀 위로 미끄러져 내리며 예수에 비하여 아랫쪽에 발꿈치를 괴고 반쯤 앉아 있다. 예수께서는 남자로서는 여러 미터, 그리고 수많은 장애물로 분리되어 있는 것보다도 더 거리가 있게 근엄하고 꼿꼿한 자세로, 그러나 하느님과 벗으로서는 그 인자한 눈길과 미소의 덕택으로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바위에 앉아 계신다. 그리고 요안나는 5월의 어느 날 저녁의 온화한 황혼 속에서 예수를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마침내 요안나는 말한다. “주님… 말씀 드리기 전에… 저는 선생님께 여쭈어보고… 선생님의 생각을 알고… 선생님의 말씀의 뜻을 잘못 생각하지 않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여자, 어리석은 여자입니다…. 어쩌면 제가 꿈을 꾸었는지 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에야 비로소… 사실들을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선생님이 준비하신대로, 선생님의 나라를 위해 원하시는 대로, 깨닫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쿠자의 생각이 옳고, 제 생각이 틀렸는지도 모릅니다….”
“쿠자가 너를 나무랐느냐?”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주님, 쿠자는 다만 남편의 권력으로, 만일 사정이 최근에 일어난 일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대로라면 제가 선생님을 떠나야 한다고만 말합니다. 왜냐 하면 남편은 헤로데의 고관인데, 아내가 헤로데에 대해서 음모를 꾸미는 것을 허락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너는 언제 음모를 꾸몄느냐? 누가 헤로데에게 해를 끼칠 생각을 한다는 거냐? 구역질나는 그의 보잘것없는 옥좌는 장미나무들 사이에 있는 이 자리만한 가치도 없다. 나는 여기에는 앉지마는 그의 자리에는 앉지 않을 것이다. 쿠자더러 안심하라고 해라! 헤로데의 옥좌도, 카이사르의 옥좌도 나는 탐나지 않는다. 그것들은 내 옥좌가 아니고, 내 나라가 아니다.”
“오! 그렇습니까, 주님?! 주님, 찬미 받으십시오! 주님은 제게 얼마나 큰 평화를 주시는지 모릅니다. 그 때문에 제가 괴로워하는 것이 여러 날이 됩니다! 거룩하시고 숭고하신 내 선생님, 내 사랑하는 선생님, 제가 이해하고 보고 사랑한 것과 같은 처음부터의 내 선생님, 제가 믿은 것과 같이 그렇게도 고결하시고, 세상을 몹시 초월하시고, 그렇게도… 숭고하신 처음부터의 내 선생님, 오, 내 주님이시며 하늘의 임금님!” 그러면서 요안나는 예수의 손을 잡고 공손하게 손등에 입맞춤하며, 여전히 예배하는 것과 같이 무릎을 꿇고 있다.
“그러나 대관절 무슨 일이 있었던 말이냐? 너를 그다지도 불안하게 만들고, 네 머리 속에서 나의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모습의 맑음을 흐려놓을 수 있는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단 말이냐? 말해라!”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요? 선생님, 오류와 교만과 탐욕과 고집의 연기가 냄새가 고약한 분화구에서처럼 올라와서 어떤 남자들과 여자들의 생각 속에서 선생님의 모습을 흐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도 같은 일을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저는 선생님의 요안나이고, 선생님의 은총입니다! 그래서 저는 파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인자하신지를 알기 때문에 적어도 그렇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형성되기 위해서는 싸우는 태아와 같은 영혼에 지나지 않는 사람은 실망 때문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찬 흐름으로 흐려진 더러운 바다에서 해변의 항구에 이르려고 애를 쓰고, 자신을 깨끗하게 하고 평화와 정의가 있는 다른 곳을 알려고 애쓰는 사람은 이곳, 바닷가에서 확신을 잃으면 피로로 쓰러져서 다시 해류에, 진흙탕에 휩쓸려 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위해서 빛에 간청하는 영혼들의 파멸로 인해서 몹시 슬퍼하고 괴로움을 당했습니다. 저희가 영원한 빛을 위해 도야하는 영혼들은 저희가 이 세상의 빛을 주는 육체들보다 한층 더 소중합니다. 이제 저는 육체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이고, 영혼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저희들은 죽은 저의 어린 아이 때문에 웁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저희 고통일 뿐입니다. 저희가 선생님의 빛 안에서 자라게 하려고 애썼는데, 죽는 영에 대해서는 저희들을 위해서만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 선생님과 더불어, 하느님과 더불어 괴로워합니다…. 어떤 영혼의 영적인 죽음에 대한 저희들의 고통은 선생님의 고통이기도 하고, 하느님의 무한한 고통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을 잘 설명 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오! 썩 잘 설명했다. 그러나 내가 너를 위로해 주기를 바라거든,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 다오.”
“그러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열성당원 시몬과 가리옷의 유다를 베다니아에 보내셨지요? 로마 여자들이 선생님께 드린 것을 니까에게 보내신 그 히브리 처녀 때문에요….”
“그랬다! 그런데?….”
“그 처녀가 착한 여주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시몬과 유다가 그 처녀와 같이 안토니아에 갔습니다. 그걸 아십니까?”
“안다… 그래서?”
“선생님… 제가 선생님께 고통을 드리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정말 정신의 왕이실 뿐입니까? 이 세상의 나라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안 생각하고말고, 요안나야! 네가 어떻게 아직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
“선생님께서 하느님다우신 것을, 오직 하느님다우시기만 한 것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선생님께 고통을 드리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 가리옷 사람은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선생님을 현자로, 위대한 철학자로, 이 세상에 있는 덕행의 화신으로 공경하고 그러나 다만 그 때문에 선생님을 우러러보고, 그 때문에 선생님의 보호자가 되는 여자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생님의 사도 중의 한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선생님을 모시고 있고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교도 여자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그 사람은 인간성, 인간적인 사랑 때문에 눈이 어두웠다.”
“선생님께서는 그 사람을 관대하게 보아주시는군요…. 그러나 그 사람은 선생님께 해를 끼칩니다. 시몬이 쁠라우띠나, 리디아, 발fp리아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유다는 글라우디아와 선생님의 이름으로, 선생님의 사자(使者)처럼 말했습니다. 유다는 글라우디아에게서 이스라엘 왕국의 재건을 위한 약속을 얻어내려고 했습니다. 글라우디아는 그에게 오랫동안 질문을 했고… 그 사람은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 사람은 분명히 그의 터무니없는 몽상의 일보직전에, 꿈이 현실로 변하는 순간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글라우디아는 거기에 분개해 있습니다. 그 여자는 로마의 딸입니다. 그 여자의 피에는 로마제국이 있습니다…. 그 여자가 글라우디아 일족의 딸인 바로 그 여자가 어떻게 로마에 대항해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글라우디아는 그 때문에 너무나 심한 충격을 받아서 선생님과 선생님의 가르침의 거룩함을 의심했습니다. 그 여자는 선생님의 근본이 거룩함을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착한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 여자가 선생님에 대해 안심하게 되었을 때 그렇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선생님이 그에게는 반역자로, 참칭자(僭稱者)로, 탐욕스럽고, 거짓된 사람으로 보이십니다. 쁠라우띠나와 다른 여자들이 그를 안심시키려고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선생님에게서 즉각적인 대답을 원합니다.”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라. 난 왕들의 왕이고, 왕들을 만들고, 그들을 심판하는 왕이다. 그러나 나는 우선 제헌되고, 그 다음에는 하늘에 개선하는 어린 양의 옥좌 아닌 다른 옥좌를 가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지체하지 말고 그에게 알려라.”
“예, 선생님.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그 여자들이 예루살렘을 떠나기 전에요. 글라우디아는 하도 분개해서 안토니아에 더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적들을 보지… 않기 위해서 라고… 그 여자는 말합니다.”
“누가 그 말을 하더냐?”
“쁠라우띠나와 리디아가 그랬습니다. 그 여자들이 왔는데… 쿠자도 거기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남편은 저를 진퇴유곡의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선생님께서 정신적인 메시아이시던가, 그렇지 않으면 제가 선생님을 영원히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요안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고통으로 인하여 창백해진 얼굴에 지친 미소를 지으시고 말씀하신다.
“쿠자는 여기 오지 않느냐?”
“내일은 안식일이니까 올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그를 안심시키겠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무도 걱정할 것 없다. 쿠자도 궁중의 지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헤로데도 있을지도 모르는 참칭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고, 글라우디아도 로마에 대한 사랑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고, 잘못 생각했을 까봐. 그리고 갈라질 수도 있을 까봐 염려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나 혼자만이 걱정해야 하고… 고통을 당해야 한다….”
“선생님, 이 고통을 선생님께 드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잠자코 있는 것은 속이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선생님, 유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시겠습니까?…. 그의 반발에 겁이 납니다…. 선생님 때문에, 언제나 선생님 때문에 그렇습니다….”
“진실하게. 나는 내가 알고 있다는 것과 그의 행위와 그의 고집에 내가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에게 알아듣게 하겠다.”
“그 사람은 선생님께서 저를 통해서 아신다는 것을 눈치 챌 터이니까 저를 미워할 것입니다.”
“그것이 괴로우냐?”
“선생님의 미움은 제게 고통이 될 것이지만, 그 사람의 미움은 고통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여자입니다만, 선생님께 봉사하는데 있어서는 그 사람보다 더 씩씩합니다. 제가 선생님께 봉사하는 것은 선생님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선생님에게서 존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일 제가 선생님 때문에 재산과 남편의 사랑과 자유와 목숨까지 잃는 다해도, 저는 선생님을 더 사랑하겠습니다. 그 때에는 제가 사랑한 분이 선생님 한 분뿐이실 것이고, 저를 사랑해 주실 분도 선생님 한 분뿐이실 터이니까요”하고, 요안나는 일어나면서 격렬하게 말한다.
예수께서도 일어나시면서 말씀하신다. “요안나야, 그 말 때문에 축복받아라. 그리고 안심하고 있어라. 유다의 미움도 사랑도 하늘에 씌여 있는 것을 바꾸지는 못한다. 내 사명은 결정된 것과 같이 완수될 것이다. 결코 가책을 느끼지 말아라. 저 어린 마티아처럼 안심하여라. 저 애는 제 딴에는 더 아름다운 집을 땅강아지에게 만들어 주느라고 애를 쓰고 나서 장미꽃잎에 이마를 얹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땅강아지가 장미꽃들 위에 있는 줄로 생각하고… 방그레 웃고 있다. 사람이 죄가 없을 때에는 인생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내 인간 생활에는 꽃이 없고, 따서 시들은 꽃잎만이 있지만, 나도 미소 짓는다. 그러나 나는 하늘에서 구원을 받은 사람들의 모든 장미꽃을 가질 것이다. 가자. 밤이 되어간다. 조금 있으면 길을 볼 수 없게 되겠다.” 요안나가 어린 아이를 안으려고 한다.
“놔둬라… 내가 안으마. 얼마나 아름답게 웃는지 보아라! 분명히 하늘나라와 제 엄마를 꿈꾸는 거다. 또 너도… 나도 시간마다 겪는 마음 고통 중에서 하늘과 어머니와 착한 여자 제자들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천천히 집을 향하여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