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황혼이 될 무렵 주요한 광장으로 향하여 가신다. 엔갓디의 하얀 집들을 붉게 물들이고, 사해에 검은 자개와 같은 광택을 주는 불과 같은 황혼이다. 예수께서는 당신께 숙소를 제공한 청년을 데리고 계신데, 정말 동방적인 건축으로 된 도시의 꾸불꾸불한 길로 예수를 인도한다. 짠 바다의 무거운 느낌이 드는 수면을 이렇게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곳에는 햇볕이 매우 강할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곳은 해가 사정없이 내리쬐어 땅을 뜨겁게 할 것이 틀림없는 메마른 사막 가운데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만큼, 여름 몇 달 동안은 이곳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올 것 같다. 그것을 막기 위하여 엔갓디 주민들은 거리를 좁게 냈는데, 길들은 넓게 앞으로 내민 집들의 물받이 홈통들과 박공으로 인하여 훨씬 더 좁아 보인다. 그래서 눈을 들어도, 저위에 나타나는 좁은 띠 모양의 새파란 하늘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집들은 높고, 거의가 이층이고, 위에는 옥상이 있는데, 그렇게 높은데도 포도덩굴들이 기어 올라가 퍼져서 그늘을 만들어 주고, 포도송이의 즐거움도 준다. 그 포도송이들은 벽과 옥상 바닥에 반사하는 몹시 뜨거운 햇볕을 받아 익고 나면, 다마스커스의 건포도처럼 달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포도나무들은 사람들과 엔갓디에 둥지를 트는 참새에서 비둘기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많은 새들을 즐겁게 해주는데 있어서, 사방에서 자라는 키가 큰 종려나무들과, 집들 사이에 있는 좁은 마당과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열매를 많이 맺는 과일나무들과 경쟁한다. 이 과수들은 즐거운 햇볕에 익어가는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들을 골목길 위로 늘어뜨리고, 횐 벽에서 미끄러져 내려, 매우 많은 장식 홍예창틀 밖으로 비죽 나온다. 그 장식 홍예창틀이 어떤 곳에서는 건축술상의 요구로 군데군데 끊어진 참다운 회랑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과일나무들은 아주 판판하고 새파란 하늘을 향하여 올라간다. 하늘 빛깔이 어떻게나 보드라운지, 만일 그것을 만 질수가 있다면, 터키옥(玉) 보다는 더 진하고 사파이어 보다는 덜 진한 매우 아름다운 잊을 수 없는 빛깔로 칠하고 물들인 두꺼운 벨벳이나 매끈매끈한 가죽을 만질 것 같은 인상을 가지게 될 지경이다.
그리고 물은…수많은 초목의 푸른 빛 사이로 집들의 마당과 정원에서 솟아나는 샘물과 분수는 얼마나 많은가! 주민들이 아직 일을 하고 있거나 집에 있기 때문에 아직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골목길을 지나가노라면, 찰랑거리고 졸졸거리며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숨어있는 예술가가 뜯는 하프의 곡조와도 같이 들린다. 그리고 물소리의 매력을 더하기 위하여 장식 홍예창틀과 끊임없는 길모퉁이들이 그 물소리를 받아서 증폭(增幅)하고 메아리의 효과도 그 수를 증가시켜서 완연한 아르페지오를 만들어낸다.
또 종려나무, 종려나무, 종려나무! 사람이 사는 집의 방 넓이 만큼밖에 안 되는 아무리 작은 공간에도 날씬하고 매우 높은 줄기들이 하늘을 향하여 올라가고, 저 위에는 줄기 꼭대기에 깃털장식처럼 빽빽한 잎들이 살랑거리며 흩날릴 뿐이다. 한낮에는 손바닥만 한 공간에 수직으로 내려와서 그것을 전부 덮어버리는 그늘이 지금은 더 높은 옥상의 낮은 담들에 이상하게 반사한다.
그런데도 이 도시는 팔레스티나의 도시들에 비하면 깨끗하다. 아마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어느 집에나 마당과 정원이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모든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지 말고, 오히려 그것들을 거두어서 짐승들의 오물과 함께 두엄 더미를 만들어서 나무와 화단에 쓰도록 가르치는데 이바지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드물게 보는 질서에 대한 관심으로 그랬든가. 골목길들도 햇볕에 말라서 깨끗하고 별로 우아하지 않은 허접쓰레기에 버린 야채 무더기, 뒤꿈치가 망그러진 샌들, 더러운 걸레, 짐승들의 배설물, 그밖에 예루살렘 자체에서도 조금 변두리에 가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불쾌한 물건들이 없다.
회색 나귀를 타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첫번째 농부가 저기 온다. 나귀를 파리들에게서 보호하기 위하여, 그 사람은 그의 나귀에 재스민 가지를 완전히 갑옷처럼 덮었다. 나귀는 귀를 쫑긋거리고, 물결치는 향내 나는 풀 이불 아래서 방울들을 흔들며 종종걸음을 친다. 그 사람은 바라다보고 인사를 한다. 젊은이가 그에게 말한다. “큰 광장으로 오세요. 저회 집에 머무르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실 겁니다.”
양떼가 그 뒤쪽으로 들판이 보이는 작은 공간북서 거리로 들어와 휩쓴다. 양들은 서로 꼭 붙어서 걷는데, 앞에 가는 놈이 굽을 놓았던 자리에 굽을 놓으며, 마치 지나치게 살이 찐 몸에 달려 있는 너무 가느다란 목에는 머리가 너무 무거운 것처럼 머리통을 숙이고 걷는다. 양들은 그 놈들의 이상한 걸음으로 종종걸음을 치는데, 너무 살찐 그 놈들의 몸은 말뚝 네 개에 꽃아 놓은 보따리 같다…. 예수와 요한과 베드로는 그들과 같이 있는 젊은이가 하는 대로 양들을 지나가게 하기 위하여 어떤 집의 뜨거운 벽에 착 기대선다. 어른 한 사람과 어린 아이 하나가 양떼를 따라온다. 그들은 바라다보고 인사를 한다. 젊은이는 말한다. “양들을 우리에 넣고, 부모님과 함께 큰 광장으로 오세요. 갈릴레아의 선생님이 우리 읍내에 와 계십니다. 우리에게 말씀을 하실 겁니다.”
어디를 가는지 한 떼의 어린 아이들에 둘러싸여 나오는 첫번째 여자가 저기 온다. 젊은이는 여자에게 말한다. “요한과 아이들과 같이 메시아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러 오세요.”
저녁이 되면서 집들은 차차 문을 열어 푸르른 정원이나 비둘기들이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는 작은 마당들이 조금 들여다보인다. 젊은이는 열린 대문마다 머리를 들이밀고 말한다. “주님이신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러 오세요.”
그들은 마침내 곧은 거리로 들어섰다. 그것은 이 도시의 유일한 곧은 거리다. 이 도시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건설되지 않고, 종려나무들이나 틀림없이 수백년 묵은 커다란 유향나무들이 원하는 대로 건설되었다. 주민들은 그 덕택으로 일사병(日射病)에 걸려 죽는 것을 면하는 그 나무들을 유력자처럼 존중하는 것이다. 저 안쪽에 광장이 있는데, 수많은 종려나무 줄기가 기둥 노릇을 한다. 지붕을 떠받치는 돌로 된 숲을 만들기 위하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세운 기둥이 곽 들어찬 널은 공간으로 된 아주 옛날 신전이나 궁궐의 저 다주식(多柱式)의 큰 방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는 종려나무들이 기둥 노릇을 하는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섰기 때문에 서로 맞닿은 잎들과 더불어 흰 광장 위에 에메랄드 빛깔의 천장을 만들어 놓는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수반 중앙에 세운 작은 기둥에서 솟아나와 짐승들이 물을 먹을 수 있는 더 낮은 수반으로 다시 떨어지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가득한 사각형의 높은 분수대가 있다. 지금은 조용한 집비둘기들이 분수대를 점령하여 물을 마시거나, 제일 윗부분이 불그레한 다리로 미뉴에트 춤을 추거나, 저희들의 깃에 물을 튀겨 잠시 깃털에 달라붙은 물방울로 인한 광택을 만들어 내거나 한다. 사람들이 오고, 숙소를 구하려고 여기저기로 갔던 여덟 사도도 오는데, 그들은 각기 그가 약속된 메시아라고 일러준 분의 말을 들으려고 하는 그의 신자들을 모아 온다. 사도들은 사방에서 서둘러서 선생님께로 달려오는데, 마치 그것들이 획득한 것을 뒤에 딸리고 오는 꼬리별과 같다.
예수께서는 손을 들어 사도들과 엔갓디 사람들에게 강복하신다.
알패오의 유다가 모두를 대신하여 말한다. “여기 왔습니다. 주님이신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오늘 하느님의 은총이 그들 가운데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말씀도 듣기를 원합니다. 소문을 들어서 선생님을 아는 사람도 여럿 있고, 어떤 사람들은 선생님을 예루살렘에서 뵈어서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특히 여자들이 선생님을 알기를 갈망합니다. 그리고 우선 회당장이 그렇습니다. 여기 계십니다. 아브라함 어른, 앞으로 나오십시오.”
정말 매우 나이 많은 사람이 앞으로 나아온다. 그는 감격하여 있다. 그는 말하고 또 하고 싶다. 그러나 감격한 나머지 그가 준비하였던 말을 한마디도 생각해 내지 못한다. 그는 지팡이에 의지하면서 무릎을 꿇으려고 몸을 구부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을 말리시고 우선 그를 껴안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연로하시고 의로우신 하느님의 종에게 평화!” 그러니까 노인은 점점 더 감격하여 이렇게 밖에 대답 못한다. “하느님께 찬미! 제 눈이 약속되신 분을 뵈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하느님께 무엇을 더 청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엄숙한 태도로 팔을 올리면서 다윗의 시편(34)을 읊는다. “‘나 애타게 주를 기다렸더니, 주께서 나를 돌아보셨다.’”
그러나 그는 다 읊지를 않고, 이 사건과 더 관련이 있는 대목들을 읊는다. “주께서는 내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나를 불행의 구렁과 진구렁에서 꺼내 주셨다….
주께서는 내 입술에 새로운 찬미가를 놓아주셨다.
주께 바라는 사람은 참으로 복되다.
주 내 하느님, 당신은 놀라운 일을 많이 하셨고, 당시의 계획과 같은 계획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그 계획들을 세고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마는, 그 수가 너무 많아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제물도 봉헌도 원치 않으셨지만, 내 귀를 열어 주셨습니다…(그는 점점 감격한다).
내가 당신의 뜻을 행해야 한다고 일러졌고… 당신의 율법은 내 마음 안에 있습니다.
나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당신의 정의를 전했습니다. 보십시오. 나는 입술을 다물고 있지 않았습니다. 주째서 그것을 아십니다. 나는 당신의 정의를 내 안에 감추어 두지 않았고, 당신의 진리와 당신에게서 모든 구원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주여, 당신은 나에게서 당신의 연민을 멀리하지 마십시오.
수없이 많은 불행이 제 위에 떨어졌습니다…(그리고 눈물로 인하여 더 늙어지고 떨어지게 된 목소리를 이 말을 하면서 정말 운다).
나는 거지이고 곤궁합니다. 그러나 주께서 나를 보살펴 주십니다. 오! 내 하느님, 당신은 내 도움이시고 내 보호자이시니, 지체하지 마십시오! ….”
주님, 이것이 시편입니다. 그리고 제편에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제게 (오너라) 하고 말씀하십시오. 그러면 저는 시편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기 왔습니다!)하고 말하겠습니다!’”
그는 입을 다문다. 그리고 나이로 인하여 흐려진 눈에 그의 온 믿음을 담고 운다.
사람들이 설명한다. “이분은 딸을 잃고 손주들이 남아 있습니다. 부인은 많은 고통 때문에 눈이 멀고 바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외아들이 어떻게 됐는지 도무지 모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예수께서는 노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의인들의 고통은 영원한 상급의 기간에 비하면 제비와 같이 빨리 지나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할아버지의 사라이에게 옛날 눈을 돌려주고 젊었을 때의 지능을 돌려주어서 할아버지의 노후를 위로해 드리게 하겠습니다.”
“할머니의 이름은 골롬바입니다”하고 군중속의 어떤 사람이 알린다….
“할아버지에게는 당신의 왕비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말하는 비유를 들으시오.”
“먼저 제 아내의 눈과 정신을 어두움에서 구하셔서 지혜를 맛볼 수 있게 해 주지 않으십니까?”하고 늙은 회당장이 애타게 청한다.
“할아버지는 하느님께서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고, 그분의 능력이 다른 세상에서 온다는 것을 믿으실 수 있습니까?”
“예, 주님. 여러 해 전 저녁이 생각납니다. 그때 저는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기쁨 가운데에서도 믿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이렇게 생겼으니까요! 행복할 때에는 하느님까지도 잊을 수 있습니다. 저는 기쁜 그 때에도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그때 저는 젊었었고, 제 아내는 건강했고, 제 딸 엘리사는 커서 종려나무처럼 아름다운 처녀가 되어 벌써 약혼을 했었고, 엘리세오는 아름답기는 엘리사와 같았지마는, 남자는 으례 그런 것처럼 기운은 더 세었습니다. 저는 혼수감을 짜는 베틀 일을 하는 아내와 딸을 남겨 두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골롬바가 시집을 때 가져온 포도밭 근처에 있는 온천에 갔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 지실지도 모르겠군요. 그 애의 지난날의 기쁨을 생각나게 하는 불행한 꿈…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흥미가 없는 일입니다….”
“말씀하십시오, 말씀하세요!”
“저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갔었습니다… 온천에 만일 선생님께서 서쪽 길로 해서 오셨으면, 그 온천이 어디 있는지 아실 것입니다. 온천은 축복받은 곳의 경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멀리 바라다보면, 저쪽에 사막이 보이고, 그 때에는 유다의 사막에 아직 잘 보이던 로마의 이정표(里程標)때문에 흰 도로가 보였습니다…. 나중에는…그 표도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떤 표가 모래 속에 묻혀 버린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가리키기 위해 이스라엘 사람들의 정신에 보내진 하느님의 표가 지워진다는 것은 나쁜 일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의 정신에서 말입니다! 제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버지, 저거 보세요! 큰 대상과 말들과 약대들과 하인들과 양반들이 엔갓디 쪽으로 갑니다. 아마 밤이 되기 전에 온천으로 오는 모양이군요….” 저는 풍성한 포도 수확이 있은 다음 땅에 늘어져 있던 것을 일으켜 세우던 가지들에서 눈을 들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분명히 온천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내려서 저를 보고, 그곳에서 하룻밤 야영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엔갓디에는 인심 좋은 집들이 있는데, 여기서 아주 가깝습니다’ 하고 저는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도망할 준비가 되어 있기 위해서 깨어 있을 겁니다. 헤로데가 우리를 찾고 있으니까요. 여기서는 파수 보는 사람들이 도로 전체를 볼 것이고, 그래서 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서 빠져 나가기가 쉬울 것입니다.’
저는 놀라서, 그리고 저희들에게는 박해받는 사람들에 대한 신성한 의무로 되어 있는 것처럼 저희들 산 여기저기에 있는 동굴들을 일러줄 생각을 하며 ‘당신들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당신들은 외국인들이고, 여러 군데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당신들이 어떻게 헤로데에게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유다의 베들레헴에서 나신 메시아께 경배했습니다. 주님의 별이 우리를 그리로 인도했습니다. 헤로데는 메시아를 찾습니다. 그러므로 메시아가 계신 곳을 일러 달라고 우리를 찾는 것입니다. 그런데 헤로데는 메시아를 죽이려고 찾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사막에서 이 멀고 알지 못하는 곳에서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오신 거룩하신 분을 고발하지 않겠습니다.’
메시아!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 누구나의 꿈! 그런데 그 메시아가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언대로 유다의 베들레헴에 계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들을 가슴에 안고서 소식을 묻고 또 물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엘리세오야! 기억해라! 너는 틀림없이 그분을 뵐 거다!’ 저는 그때 쉰 살이었습니다. 그래서 메시아를 뵙기를 바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메시아가 어른이 되신 것을 볼 만큼 오래 살기를 바라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엘리세오는… 이제 메시아께 경배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은 다시 운다. 그러나 다시 침착해져서 말한다. “세 현자는 참을성 있고 친절하게 말했습니다. 그분들은 선생님의 거룩한 어린 시절과 어머니와 아버지를 묘사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분들과 함께 밤을 지내고 싶었습니다….그러나 엘리세오가 제 품에서 잠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세 현자에게 인사를 하면서, 있을지도 모르는 고발로 그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입을 다물고 있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부부의 방에서 골롬바에게는 모든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후 저희들을 엄습한 불행 중에 태양이 되었었습니다. 그 다음 대학살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선생님께서 무사하신지 몰랐습니다. 이제는 그것을 압니다. 그러나 저 혼자뿐입니다. 엘리사는 죽었고, 엘리세오는 없어졌고, 골롬바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독실하던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서로 종족이 다른 세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경배하기 위한 하느님의 길에서 기적적인 별의 덕택으로 이룩한 그들의 영혼의 일치로 하느님의 능력을 증언한 오래전의 그 저녁 이래로 완전해졌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믿음은 상을 받을 것입니다. 이제는 여러분 들으시오. 믿음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때로는 ‘하느님은 계시다’고 하는 짧은 말로 형성되고, ‘나는 하드님을 뵈었다’고 하는 유일한 단언으로 강화된 아주 작고. 단단한 종려나무 씨와도 같습니다. 동방의 세 현자의 말의 덕택으로 내게 대한 아브라함 할아버지의 믿음이 이러했습니다. 가장 오래된 우리 성조들 이래로, 아담에게서 그 후손에 이르기까지, 죄인이기는 하였으나 그가 ‘하느님은 계시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하느님을 알았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은 아담 이래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믿음이 이러했습니다. 점점 더 드러났기 때문에 점점 더 완전해지고, 그 뒤에 와서 우리의 상속이 되고, 하느님의 여러 가지 표시와 천사의 발현과 성령의 빛으로 비추어친 이 믿음이 항상 이러했습니다. 무한에 비하면 언제나 아주 작은 씨앗, 아주 작은 씨앗이었습니다. 그러나 뿌리를 내리고, 의심과 나쁜 경향을 가진 동물성의 단단한 껍질을 쪼개고, 격정과 죄와 타락의 곰팡이와 악습이라는 쏠아먹는 벌레 따위 모든 것을 이기고, 마음속으로 올라오고, 커서 해를 향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올라가고 또 올라가서…마침내 육체의 한계에서 해방되어, 삶과 죽음의 저 너머로 참 생명 안에서 하느님을 완전히 알고 완전히 차지하는 가운데 하느님 안에 섞이게 됩니다.
믿음을 가진 사람은 생명의 길을 차지합니다. 믿을 줄 아는 사람은 방황하지 않습니다. 그는 보고, 알아보고, 주님을 섬기고, 영원한 구원을 차지합니다. 그에게는 십계명이 필요불가결한 것이고, 거기서 오는 명령은 어느 것이든지 장래의 그의 월계관을 꾸미는 진주입니다. 그에게는 구원이 있고, 구세주의 약속이 있습니다. 내가 세상에 오기 전에 믿던 사람이 이미 죽었습니까? 상관없습니다. 그의 믿음 때문에 그는 지금 사랑과 믿음으로 내게 가까이 오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됩니다. 세상을 떠난 의인들은 그들의 믿음이 상을 받겠기 때문에 머지않아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한 다음에 나는 가서 ‘오시오!’하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믿음을 가지고 죽은 사람들은 모두 나와 함께 주님의 나라로 올라갈 것입니다. 믿음에 있어서 여러분은 여러분의 땅의 종려나무들을 본받으시오. 저 종려나무들은 작은 씨에서 나왔지만, 자라고 아주 곧게 올라가겠다는 몹시 강한 의욕을 가지고, 땅은 잊어버리고, 다만 해와 천체와 하늘을 사랑합니다. 내게 대한 믿음을 가지시오. 이스라엘에서 별로 믿는 사람이 없는 것을 믿을 줄 아시오. 그러면 나는 여러분이 원죄에 대한 용서와, 하느님의 완전한 십계명의 아주 쉬운 완성인 내 가르침을 실천하는 모든 사람에게 대한 정당한 상으로 하늘나라를 차지할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나는 여러분들과 같이 오늘과 거룩한 안식일인 내일을 지내고, 안식일 이튿날 새벽에 떠나겠습니다. 슬퍼하는 사람은 내게로 오시오! 의심하는 사람은 내게로 오시오! 생명을 원하는 사람은 내게로 오시오! 나는 자비요 사랑이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오시오.” 그리고 예수께서는 청중이 저녁 식사와 휴식을 취하러 갈 수 있도록 보내시기 위하여 커다란 강복의 손짓을 하신다. 예수께서 떠나려고 하시는데, 그 때까지 골목길 모퉁이에 숨어 있는 작은 노파가 아직 선생님과 남아 있기를 원하는 군중을 헤치고, 그 군중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가운데 예수의 발 앞에 와서 무릎을 꿇으며 외친다. “선생님과 선생님을 보내신 지극히 높으신 분은 찬미 받으십시오. 그리고 선생님을 낳으신 태는 복되십니다. 그분은 선생님을 가지셨었으니까 그 태는 보통 여자의 태 이상입니다!”
남자의 외침이 그 여자의 외침과 섞인다. “골롬바! 골롬바! 오! 당신 눈이 보이는구려! 당신 귀가 들리는구려! 당신은 주님을 알아보고 지혜롭게 말하는 주려! 오! 하느님!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 예언자들의 하느님! 예언자 요한의 하느님? 내 하느님! 아버지의 아드님! 아버지와 같으신 임금님! 아버지께 순종하심으로 구세주가 되신 분! 아버지와 같으신 하느님, 내 하느님, 당신 종의 하느님! 찬미 받으시고, 사랑받으시고, 추종 받으시고, 영원히 흠숭 받으십시오.”
그리고 늙은 회당장은 미끄러지며 그의 작은 노파의 곁에 무릎을 꿇고, 왼팔로 그를 안고 가슴에 꼭 껴안으며 몸을 숙이고, 아내의 몸도 숙이게 하여 구세주의 발에 입맞춤 한다. 그리고 온 군중의 기쁨의 환성은 어찌나 큰지 종려나무 줄기를 떨게 하고 벌써 둥지에 들어가 있던 비둘기들을 놀라게 한다. 비둘기들은 날아올라서 구세주께서 그 안에 와 계시다는 소식을 온 시내에 퍼뜨리려는 것처럼 엔갓디 상공을 빙빙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