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온 세상의 모든 더러움이 씻어진 것처럼 평온하고 깨끗한 아름다운 이 니산달에 온통 꽃으로 뒤덮인 화려한 베다니아에 계신다. 그러나 군중들이 예수께서 계신 그곳으로 왔다. 그들은 틀림없이 예수를 예루살렘에서 찾았을 것인데, 예수의 말씀을 듣지 않고는 떠나고자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마음속에 예수의 말씀을 가지고 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이 하도 많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가르침을 베풀 수 있도록 모으라고 명령하신다. 다시 숫자를 채운, 또는 그 숫자에 조금 모자라는 열두 사도와 일흔 두 제자들이 최근에 그들과 합쳐진 새 제자들과 함께 그들이 받은 명령을 이해하기 위하여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동안 라자로의 집 정원에서는 예수께서 여자들, 특히 당신 어머니와 작별을 하신다. 예수의 명령으로 그들은 알패오의 시몬, 야이로, 사라의 알패오, 마륵지암, 수산나의 남편, 그리고 제베대오와 동행하여 갈릴래아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사가 있고, 눈물이 있다. 순종을 하고 싶지 않은 욕망, 선생님에 대한 사랑으로 생겨나는 욕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거룩하신 말씀이신 분에 대한 완전한 사랑의 힘이 더 강한데, 그것은 그 사랑이 아주 초자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힘이 그들로 하여금 괴로운 이별을 받아들임으로 순종하게 한다.
말이 제일 적은 사람은 성모 마리아이시다. 그러나 성모님의 눈길은 다른 모든 여자들이 함께 말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말을 한다. 예수께서는 그 눈길을 판단하시고, 어머니를 안심시키시고, 위로하시고, 애무로 만족시켜 드리신다. 한 어머니를, 특히 온전히 사랑이시고, 박해받으시는 아드님 때문에 극도의 불안 그 자체이신 이 어머니를 그것으로 만족시켜 드릴 수가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마침내 여자들은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그들의 아들들과 아직 선생님과 같이 남아 있을 수 있는 행복한 여자제자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또 다시 돌아다보며 길을 떠난다.
“여자들은 떠나는 것이 괴로웠습니다….”하고 열성당원 시몬이 지적한다.
“그러나 여자들이 떠난 것이 좋다. 시몬아.”
“마음 아픈 날들을 예상하십니까?”
“적어도 불안스러운 날들을. 여자들은 우리처럼 피로를 견디지 못한다. 게다가 이제는 유다 여자와 갈릴래아 여자가 거의 같은 숫자이니, 그들이 나누이는 것이 좋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나를 차지하고, 번갈아가며 내게 봉사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고, 나는 그들의 거룩한 애정의 위안을 차지할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난다. 나자로의 집과 전에 열성당원의 것이었던 집 사이에 있는 과수원에 군중이 들어 있다. 모든 계급과 모든 신분의 사람들이 있고, 유다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최고회의의 의원들과 베일을 쓴 여자들도 있다.
라자로의 집에서는 라자로를 운반하는 가마를 둘러싸고, 과월절의 토요일 예루살렘의 라자로의 저택을 찾아왔던 최고회의 의원들과 또 다른 사람들이 떼를 지어 나온다. 라자로는 지나가면서 예수께 기쁜 손짓과 미소를 보낸다. 예수께서는 군중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시기 위하여 작은 행렬을 따라가시면서 그에게 답례를 하신다. 사도들은 예수와 합류한다. 며칠 전부터 의기양양하고 기분이 더 없이 좋은 가리옷의 유다는 그 까맣고 빛나는 눈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그가 발견한 것들을 예수의 귀에 속삭인다.
“오! 보십시오. 사제들도 있습니다!…저기요, 저기! 최고회의의 시몬도 있고, 엘키아도 있습니다. 얼마나 거짓말쟁이인지 보십시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저 사랑은 나자로에 대해서 매우 나쁘게 말했었는데, 지금은 신처럼 찬양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저기에는 장로 도로와트리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요셉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십니까? 그리고 율법학자 사무엘이 사울과 같이 있고…또 가믈리엘의 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에는 헤로데의 사람이 한 떼 있습니다.…그리고 저 베일 쓴 여자 한 떼는 틀림없이 로마 여자들입니다. 그 여자들은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자리를 옮겨서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얼마나 선생님이 어디로 가시는지를 살피는지 보시지요. 저는 겉옷을 입은 사람들도 알아봅니다. 아시겠습니까? 두 여자는 키가 크고, 한 여자는 키는 그렇게 크지 않은데 동등하고, 다른 여자들은 중키에 균형이 잘 잡혔고요. 가서 인사를 할까요?”
“아니다. 그 여자들은 무명인(無名人)처럼, 선생님의 말을 갈망하는 이름없는 사람처럼 왔다. 우리도 저 여자들을 그런 사람으로 생각해야한다.”
“선생님,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는…글라우디아에게 그의 약속을 환기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 또 반대의 경우에라도, 절대로 귀찮게 애걸하는 사랑이 되지 말자. 유다야, 그렇지? 믿음의 용맹은 어려움 가운데에서 생겨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선생님을…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적인 대성공에 대한 네 깨뜨리기 어려운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 유다야, 내 미래의 행동 방식에 대해서나, 네가 받은 약속에 대해서나 환상을 품지 말아라. 너는 너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구세주가 되고, 영적인 나라의 왕이 되라는 것인 하느님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유다는 아무 말도 대꾸하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사도들 가운데, 당신 자리에 계신다. 거의 예수의 발 앞에는 가마를 타고 있는 라자로가 있고, 아주 가까운 곳에는 유다 지방의 여자 제자들, 즉 라자로의 누이동생들과 엘리사, 아나스타시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요안나, 안나리아, 사라, 마르첼라, 니까가 있다.
로마 여자들, 또는 적어도 유다가 그렇게 부른 여자들은 더 뒷쪽, 거의 끝쪽에 많은 서민충의 사람들과 섞여 있다. 최고회의 의원들과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과 사제들은 으레 그런 것처럼, 맨 앞줄에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병자들이 누워 있는 들것 세 개가 들어갈 자리를 내 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하신다. 예수께서는 병자들에게 말을 물어보시지만, 병을 이내 고쳐 주시지는 않는다.
예수께서는 당신 연설의 개념을 제시하기 위하여, 라자로의 정원의 나무들의 잎 사이와 청중이 모여 있는 과수원에 깃들어 있는 많은 새에 주의를 끄신다. “살펴보시오 텃새도 있고, 철새도 있고, 종류도 가지가지, 크기도 가지가지입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 새들 대신 밤새들이 나타날 터인데, 비록 우리가 그놈들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놈들을 잊어버리기가 쉽지마는, 역시 여기에 많이 있습니다. 왜 새들이 여기에 이렇게도 많이 있습니까? 그놈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을 여기에서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해가 있고, 휴식처가 있고, 풍부한 먹이가 있고, 안전한 안식처가 있고, 신선한 물이 있습니다. 그래서 철새들은 동서남북 사방에서 모여 오고, 텃새들은 이곳에 충실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니 그래서요? 도대체 새들의 지혜가 사람의 지식들보다 더 나은 것을 우리가 보게 되었습니까? 이 새들 가운데에는, 지금은 죽었지만, 지난해나 또는 그보다도 훨씬 오래 전에, 여기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여기에 깃들었던 새들의 새끼가 얼마나 됩니까? 그 새들이 죽기 전에 새끼들에게 그 말을 했고, 이곳을 일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새끼들은 순종해서 이리로 왔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모든 사람의 아버지께서는 혹 당신 성인들에게 당신의 진리들을 말씀하지 않으시고, 당신 자녀들의 안락을 위한 가능한 모든 지식을 주지 않으셨습니까? 모든 지시를. 육체의 이익에 관한 지시와 영의 이익에 관한 지시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우리가 보는 것은 육체를 위하여 가르쳐진 것을 -첫째 조상들의 눈에 죄로 인하여 그들의 무죄라는 옷이 찢어져 헐벗었음으로 비쳤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지어 주신 가죽옷에서부터 -기억하고, 전하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영에 관하여는 가르치고, 명령하고, 지시한 것이 보존되지도 않고, 가르쳐지지도 실천되지도 않습니다.” 성전에서 온 많은 사람이 중얼거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손짓으로 그들을 진정시킨다.
“사람이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인자하신 아버지께서는 당신 종을 보내셔서, 당신의 가르침을 상기시키게 하고, 새들을 건강에 이로운 곳으로 모으게 하시고, 그들에게 유익하고 거룩한 것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주게 하시고, 어떠한 천사 같은 새나 사람도 은총과 평화, 지혜나 구원을 얻을 나라를 세우게 하십니다. 나 정말 진정으로 여러분에게 말합니다만, 봄에 이곳에서 태어난 새들이 다른 곳에 있는 새들에게 ‘우리와 같이 가자. 너희들이 주님의 평화와 풍성함을 누릴 좋은 곳이 있다’고 말해서, 내년에는 많은 새가 이곳으로 몰려오는 것을 볼 것과 같이, 예언자들이 말한 것처럼, 사방에서 많은 사람이 하느님에게서 온 가르침을 향하여, 하느님 나라를 세울 구세주를 향하여 몰려오는 것을 우리가 볼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낮새들이 밤새들, 즉 착한 작은 새들 사이에 공포와 죽음을 뿌려놓을 수 있는 교란하는 사나운 새들과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새들은 여러 해째, 여러 새대째 그런 새들이며, 그놈들의 일은 어두움 속에서, 그리고 사람이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그놈들을 둥지에서 끌어낼 수가 없습니다. 이 새들은 그 잔인한 눈을 가지고 몰래 날아다니며, 탐욕스럽게 잔인하게 어둠속에서 일하며, 더럽게 불순과 고통을 퍼뜨립니다. 이 새들을 누구와 비교할까요? 이스라엘에서 어두움을 비추기 위하여 온 빛을, 가르치기 위하여온 말씀을, 거룩하게 하기 위하여 온 정의를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교하겠습니다. 그들에게는 내가 온 것이 쓸데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박해하고, 내게 충실한 사람들을 박해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내가 죄의 원인이 되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미 여러 번 말한 일이 있는 말을 하겠습니다. ‘동쪽과 서쪽에서 많은 사람이 와서, 하늘나라에 아브라함과 야곱과 함께 앉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자식들은 바깥 어두움 속에 내던져질 것입니다’ 하고.”
“하느님의 자식들이 어두움 속에? 당신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오!”하고 예수를 반대하는 최고회의 의원들 중의 한 사람이 외친다. 이것은 뱀이 내뿜는 첫번째 침이다.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 왔는데, 이제는 그들의 독이 그들을 질식시키기 때문에 침묵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느님의 자식들이 아니오”하고 예수께서는 대답하신다.” 당신이 그렇게 말했소! 당신이 ‘이 나라의 자식들은 바깥 어두움 속에 내던져질 것’이라고 말했소.”
“그러면 되풀이해서 말하겠소. 이 나라의 자식들이라고, 살과 피와 인색과 부정과 음란과 죄악이 지배하는 나라의 자식들 말이오. 그러나 이것은 내 나라가 아니오. 내 나라는 빛의 나라요. 당신들의 나라는 어두움의 나라요. 빛의 나라에는 동서남북에서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올 것인데, 이스라엘이 보기에 지금은 이교도이고, 우상숭배자이고, 멸시할 만한 사람들까지도 올 것이오. 그리고 그들은 하느님의 빛을 자기들 안에 받아들였기 때문에 하느님과의 거룩한 일치 안에서 살 것이고, 마침내는 눈물도 없고, 고통도 없고, 특히 거짓말도 없는 진짜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것이오. 거짓말은 지금 어두움의 세상을 이끌어 가고, 세상의 아들을 가득 채워, 하느님의 빛의 아주 작은 빛살도 그들 속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하오. 오! 새로운 아들들이 와서 배반자 아들들의 자리를 차지하여라! 어서 오너라! 그러면 그들이 어디에서 오든지, 하느님께서 그들을 비추실 것이고, 그들은 영원무궁토록 군림할 것이오!”
“당신은 우리를 모욕하려고 말했소!”하고 적의를 품은 유다인들이 외친다.
“나는 진리를 말하기 위해 말했소.”
“당신의 능력은 새로운 뱀인 당신이 군중들을 농락하고 타락시키기 위해서 놀리는 당신 혀에 있소.”
“내 능력은 내 아버지와의 결합에서 내게 오는 힘에 있소.”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다!”하고 사제들이 외친다.
“구세주요! 내 발에 누워 있는 당신은 어디가 아프오?”
“아주 어렸을때 척추가 부러졌습니다. 그래서 30년째 누워 있습니다.”
“일어나서 걸으시오! 그리고 아주머니는 어디가 아프오?”
“제 남편과 함께 저를 메고 있는 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제 다리가 꼼짝하지 않고 늘어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여인은 적어도 열여섯 살은 된 소년을 가리킨다.
“당신도 일어나시오. 그리고 주님을 찬미하시오. 그리고 이 아이는 왜 혼자서 걷지 않습니까?”
“이애는 바보요, 귀머거리요, 소경이요, 벙어리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숨을 쉬는 살덩어리입니다”하고 불행한 아이와 같이 있는 사람들이 말한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총명과 말과 시력과 청력을 가져라. 내가 명한다!” 그리고 셋째 기적을 행하신 다음, 당신께 적의를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몸을 돌리시고 말씀하신다. “당신들은 이제 무슨 말을 하겠소?”
“의심스러운 기적이오. 만일 당신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으면, 왜 당신 벗이요 지지자인 사람을 고치지 않소?”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오.”
“아! 아! 좋소! 하느님이라! 편리한 핑계로군요! 만일 우리가 병자한 사람을, 아니 그보다도 두 사람을 데려오면, 그 사람들을 고쳐 주겠소?”
“그들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면 그러겠소.”
“그럼 우리를 기다리시오.” 그리고 그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간다. “선생님, 조심하십시오! 저 사람들은 선생님께 계략을 꾸밉니다!”하고 여러 사람이 말한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시오!”하고 말씀하시려는 것 같은 손짓을 하신다. 그리고는 부모를 떠나 살금살금 당신께로 가까이 온 어린아이들을 쓰다듬어 주시려고 몸을 굽히신다. 몇몇 어머니도 그 어린아이들을 본받아, 걸음걸이가 확실하지 않거나, 아직 엄마 품에 있는 어린아이들을 예수께로 데려온다.
“복되신 선생님, 저희 아이들이 빛의 벗이 되게 강복을 주십시오!”하고 어머니들이 말한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강복하시려고 손을 얹으신다. 이로 인하여 군중 가운데 소란이 일어난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강복을 원한다. 그들은 자리를 내 달라고 밀고 소리를 지르고 한다.
사도들은 한편으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습관적인 악의로 인하여 홍분하고,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강복을 받게 하려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밀물 같은 부모들의 무리에 의하여 쓰러질 위험이 있는 나자로에 대한 연민으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이러저러한 사람은 야단치고, 이 사람 또는 저 사람을 떼미는데, 특히 혼자서 오는 어린이들을 떼민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친절하고 다정스럽게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안 된다. 안 돼! 그렇게 하지 말아라!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절대로 막지 말고,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막지 말아라. 나라는 바로 이 죄 없는 어린이들의 것이다. 이들은 그 큰 죄악을 짓지 않을 것이고, 내 믿음 안에서 자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들을 내 믿음에 바치게 내버려두어라. 이들의 천사들이 이들을 내게 데려오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제 당신을 황홀해서 쳐다보는 어린이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 계신다. 쳐든 수많은 얼굴, 죄 없는 수많은 눈, 미소를 머금은 수많은 입들이다.… 베일을 쓴 여자들은 혼란을 이용하여 군중 뒤를 돌아서, 마치 호기심에 끌리는 것처럼 예수의 뒤로 왔다.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과 그 일당은 매우 고통을 겪는 것 같아 보이는 두 사람을 데리고 다시 온다.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특히 들것 위에서 겉옷으로 몸을 완전히 감싼 채 신음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덜 아픈 것 같지만, 바싹 마르고 숨을 헐떡이는 것으로 보아 병이 대단히 중한 사람이다.
“여기 우리 친구들이 있소! 이 사람들을 고치시오! 이 사람들은 정말 병자들이오. 특히 이 사람이!” 그러면서 신음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예수께서는 눈을 내리떠서 병자들을 보신 다음, 다시 눈을 들어 유다인들을 바라다보신다. 예수께서 당신의 적들을 무서운 눈길로 쏘아보신다. 허리아래에나 겨우 닿는 어린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 뒤에 꼿꼿하게 서 계신 예수께서는 마치 응징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당신의 힘을 그 깨끗함에서 얻어내시는 것처럼, 응징하는 사람이 되시기 위하여 깨끗한 수풀에서 일어나시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리시고 외치신다. “거짓말쟁이들! 이 사람은 병자가 아니오! 내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소. 그것을 밝히시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께 속임수를 써보려고 한 것 때문에 이 사람이 조금 있다 실제로 죽을 거요.”
그 사람은 들것에서 튀어 나오면서 말한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저를 해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저주받은 사람들, 당신들의 돈을 받으시오!” 그러면서 돈주머니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발 앞에 던지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난다….
군중은 웅성거리고, 웃고, 휘파람을 불고, 손뼉을 친다.…다른 병자는 말한다. “그럼 저는요, 주님? 저는 제 침대에서 억지로 끌려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이 폭력을 겪고 있습니다.…그러나 저는 제가 주님의 원수들의 손아귀에 들어 있는 줄은 알지 못했습니다….”
“가엾은 당신은 병이 낫고 축복을 받으시오!” 그러면서 어린이들의 살아 있는 울타리를 뚫고 그에게 손을 얹으신다. 그 사람은 잠깐 그의 몸에 덮여 있는 담요를 쳐들고 무엇인지 들여다본다.…그리고는 꼿꼿이 일어선다. 그렇게 하니까 넓적다리에서 발까지는 옷이 입지 않은 것이 나타난다. 그는 목청이 터지라고 소리를 지르고 또 지른다. “내 발이! 내 발이! 아니 선생님은 누구시기에 잃었던 신체까지 돌려주십니까?” 그리고는 예수의 발 앞에 엎디었다가 다시 일어나고, 그 다음에는 들것 위에서 깡총깡총 뛰면서 외친다. “병이 제 뼈를 갉아 먹고 있었습니다. 의사는 제 손가락을 자르고, 살을 지지고, 무릎 뼈까지 제 살을 잘라냈습니다. 여러분 보십시오! 자국들을 보세요. 그래도 저는 죽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모두 다 나았습니다! 내 발이! 내 발이 다시 생겨났습니다!…그리고 이제는 아프지도 않아요! 힘이 생기고, 안락하고…가슴이 후련하고!…심장이 건강하고!…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한테 기쁨을 갖다 드리겠어요!”
그는 뛰어서 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내 감사하는 마음 때문에 멈칫한다. 그는 예수께로 다시 와서 복되신 발에 입맞춤을 하고 또 한다. 마침내 예수께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신다. “가시오! 가서 어머니를 만나고, 착하게 사시오.” 그리고 어리둥절한 당신의 적들을 바라다보시며 우뢰 같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래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해야 하겠소? 내가 당신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겠소? 여기 모인 여러분, 하느님의 이 심판이 있은 후이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군중이 외친다.”하느님을 모욕하는 자들은 돌로 칩시다! 죽어라! 성인께 계략을 꾸미는 건 이제 그만 둬라! 저주나 받아라!”그러면서
그들은 흙덩어리와 나뭇가지와 작은 조약돌을 집어서 당장이라도 치기 시작하려 한다.
예수께서 그들을 말리신다. “이것이 군중의 말이고, 군중의 대답이오. 그러나 내 말은 다르오. 나는 이렇게 말하오, 가시오. 나는 당신들을 쳐서 나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소.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당신들을 떠맡으시기 바라오. 그분이 불경건한 사람들에 대하여 나를 보호하시는 분이시오.”
죄지은 자들은 하층민에 대하여 겁이 나는데도 입을 다물기는 고사하고, 선생님을 계속 모욕하며, 성이 몹시 나서 외친다. “우리는 유다인이고, 유력자들이오! 우리는 당신에게 떠나라고 명령하오. 우리는 당신이 가르치는 것을 금하오. 당신을 내쫓소. 여기서 나가시오! 우리는 당신이 진저리가 나오. 권한은 우리 손에 있고, 우리는 그 권한을 쓰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우리 권한을 쓰겠소. 저주받은 자, 참칭자(潛稱者)….”
그들은 외치는 소리와 울음과 휘파람이 소란스러운 가운데에서 다른 말을 하려고 하는 참인데, 베일을 쓴 한 여자가 빠르고 거만한 동작으로 예수와 원수들 사이에 와서 얼굴을 드러내고, 한층 더 거만한 눈길과 목소리로, 죄수들을 후려갈기는 채찍과 목에 갖다 댄 도끼보다도 더 세차게 후려 때리는 날카로운 어조로 그의 말을 내뱉는다. “누가 로마의 노예라는 것을 잊고 있는 거요?” 글라우디아이다. 그는 베일을 다시 내린다. 글라우디아는 선생님 앞에서 가볍게 몸을 구부리고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갑자기 진정된다. 한 사람만이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비굴한 노예근성으로 말한다. “마님,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저 사람은 이스라엘의 오래된 정신을 흐리게 합니다. 마님은 유력하시니, 그것을 막으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평하고 친절하신 총독님으로 하여금 금지시키게 하셔야 할 것입니다. 총독님은 만수무강하시기를!”
“그것은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오. 이분이 로마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으시면 그것으로 족하오. 그런데 이분은 로마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으시오!”하고 귀족부인이 멸시하듯 말한다. 글라우디아가 동무들에게 무뚝뚝한 명령을 내리니, 그들은 오솔길 끝에 있는 작은 숲 쪽으로 가서, 그 뒤로 사라졌다가 포장을 친 마차를 타고 다시 나타난다. 마차는 삐걱 소리를 내고, 글라우디아는 모든 커어튼을 내리게 한다.
“우리가 모욕을 당하게 해서 만족하오?”하고 유다인, 바리사이파 사람, 율법학자 및 일당이 다시 공격을 시작하며 묻는다.
군중은 멸시하여 소리를 지른다. 요셉과 니고데모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모든 사람은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는, 그들과 섞이지는 않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가믈리엘의 아들도 있다 -모두 정도를 지나치는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며 개입할 필요를 느낀다. 말다툼은 예수의 적들에게서 서로 대립하는 두 집단으로 옮아가서, 거기에 가장 관련이 많은 분은 내버려둔다.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시고 입을 다물고 계신데, 군중과 특히 성이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된 사도들을 억제하기 위한 힘을 내뿜으시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하고, 금지해야 하오”하고 유다인 광신자한 사람이 외친다.
“저 사람에게 홀려서 군중들이 따라 다니는 것만 보아도 충분하오”하고 다른 사람이 말한다.
“우리는 유력자요! 우리만이!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말만 듣고 우리만 따라야 하오”하고 율법학자 한 사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저 사람은 여기서 떠나야 하오. 예루살렘은 우리의 것이오!”하고 한 사제가 홍당무같이 새빨개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당신들은 배신자들이오!”
“당신들은 소경보다도 더 눈이 멀었소!”
“당신들이 그런 취급을 당해 마땅하니까 군중들이 당신들을 버리는거요.”
“당신들이 사랑을 받고 싶으면 거룩하게 되시오. 권력은 다스리는 사람들에 대한 백성의 존경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것이니까. 불의를 행하는 것으로 권력을 보존할 수는 없는 거요!”하고 이번에는 반대편 사람들과 군중에서 여러 사람이 외친다.
“조용하시오!”하고 예수께서 명령하신다. 그리고 조용해지자 이렇게 말씀하신다. “압제와 속박은 우리가 받은 선에 대한 애정과 그 결과를 바꾸지 못하오. 나는 내가 준 것, 즉 사랑을 거두오. 당신들은 당신들의 박해로 당신들의 사랑의 결핍을 벌충해 주기를 원하는 이 사랑을 더 자라게 할 뿐이오. 당신들은 당신들의 모든 지혜를 가지고서도, 어떤 가르침을 박해하는 것은 그 힘을 더 크게 하는 데만 소용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오? 특히 가르침이 가르쳐진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 사실로 나타날 때에 말이오. 이스라엘 사람들, 내 예언 중의 하나를 들으시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갈릴래아의 선생의 가르침을 압제로 없애버리려고 하며 그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당신들이 박해하면 박해할수록, 당신들은 그 가르침을 더 번창하게 할 것이고, 그 가르침이 세상에 더 퍼질 거요. 당신들이 이제는 하느님의 율법과 일치하지 않게 된 당신들의 타락하고 위선적인 법과 계명들로 성공을 거두고 지배하기를 바라면서 당신들이 흘리게 할 순교자들의 피 한 방울 한 방울과 당신들이 짓밟을 성인들의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미래의 믿는 이들의 씨가 될 거요. 그래서 당신들이 승리자라고 생각할 그때에 당신들은 패배자가 될 것이오. 가시오. 나도 떠나겠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유다의 경계와 요르단강 건너편으로 나를 찾아오든가 기다리시오. 마치 번개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것과 같이, 사람의 아들의 움직임도 빠르겠기 때문이오. 마침내 사람의 아들은 대사제와 왕으로서 제단과 옥좌에 올라가, 다만 선인들만이 이해할 줄 아는 수많은 공현(公現)중의 하나로 세상과 우주와 하늘 앞에서 튼튼하게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적의를 품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들의 동조자들과 떠났다. 다른 사람들은 남아 있다. 가믈리엘의 아들은 예수께 오려고 자기 마음속으로 싸운다. 그러나 곧이어 말없이 떠나간다….
“선생님, 저희가 같은 일당이라고 해서 미워하지는 않으시겠지요?”하고 엘르아잘이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 속해 있는 계급이 죄가 있다 해서 개인을 저주하지는 않습니다. 걱정 마세요”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이제는 저들이 우리를 미워할 거야….”하고 요아킴이 중얼거린다.
“우리에게는 저들의 미움을 받는 것이 영광이야!”하고 최고회의 의원 요한이 외친다.
“하느님께서 흔들리는 사람을 튼튼하게 하시고, 강한 사람들에게 강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그러시면서 팔을 벌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모세의 축복을 주신다.
그런 다음 라자로와 그의 누이들과 막시민과 여자 제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시고, 걸음을 시작하신다….
예리고로 가는 길 양쪽에 있는 푸르른 들판은 호화로운 황혼이 붉게 물들이는 푸르름 속으로 예수를 맞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