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이 집과 여기 있는 모든 이에게 있기를.” 매우 호화로운 현관으로 들어가시며 예수께서 이렇게 인사하신다. 아직 낮인데도 현관에는 불이 환히 밝혀져 있다. 그런데 등불들이 쓸데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아직 낮이고, 밖에는 거리와 회를 하얗게 바른 집 정면들을 해가 눈부시게 비추고 있지만, 현관노릇을 하는 이곳의 넓고, 특히 매우 긴 복도에는 보통 희미한 빛이 있기 마련이어서 쨍쨍 비치는 햇빛으로 부신 눈으로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어두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복도는 육중한 정문에서부터 정원에 이르기까지 집 전체를 건너지른다. 정원 안쪽에는 햇빛을 받은 푸른 초목이 우거져 있는데, 복도를 통해서 보이기 때문에 더 멀리 있는 것 같다.
쿠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양쪽 벽에 많이 붙여 충은 돋을무늬 세공을 한 넓은 구리난로들과 중앙에 있는 큰 촛대도 불을 밝히게 마련하였다. 큰 촛대는 분홍색 설화석고(雪化石膏)로 만든 넓은 수반 모양의 초받침이 있는데, 설화석고 투명한 살색 속에 벽옥(碧玉)과 여러 가지 빛깔의 귀중한 조가비들이 박혀 있어, 안에 켜져 있는 불빛 때문에, 많은 별들처럼 빛나며 짙은 파란색을 칠한 벽과 얼굴들과 흰색과 초록색 줄무늬가 있는 대리석을 판 바닥에 무지개 빛깔을 비춘다. 작은 별들이 벽과 얼굴과 바닥에 내려앉는 것 같은데, 그것들은 여러 가지 빛깔의 움직이는 아주 작은 별들이다. 움직이는 별이라고 한 것은 매달려 있는 큰 촛대가 현관을 건너지르는 통풍 때문에 가볍게 흔들려 값진 조가비의 결정면(結晶面)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집에 평화”하고 예수께서 들어가시며 되풀이하시고, 한편 땅에까지 몸을 구부려 인사하는 하인들과 호화로운 저택에, 선생님 바로 가까이 이곳에 모인 것을 놀라워하는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강복 하신다
손님들! 예수의 생각이 분명히 보인다. 착한 여자 제자의 집에서 베풀기를 원하신 사랑의 잔치는 복음서 한 페이지의 실천이다. 거지들이 있고, 불구자와 소경과 고아와 늙은이와 옷에 매달리거나 영양이 부족한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젊은 과부들이 있다. 요안나는 많은 재산으로 인하여 찢어진 옷들 대신에, 조출하지만 깨끗한 새 옷을 갈아입도록 이미 마련을 하였다. 깨끗하게 하려는 용의 주도한 심려로 벗긴 머리와 하인들이 줄을 맞추고 그들의 자리로 가도록 도와주는 불행한 사람들의 깨끗한 옷으로 인하여, 요안나가 그들을 불러 오라고 하인들을 보냈을 때의 그들의 모습보다는 분명히 덜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요안나는 그들을 데려오라고 골목과 네거리와 예루살렘에 가는 길로, 즉 그들이 부끄러운 비참을 숨기거나 동냥을 얻기 위하여 그것을 내보이는 곳으로 하인들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한편 얼굴에는 궁핍, 수족에는 불구, 눈길에는 불행과 고독이 분명히 그대로 남아 있다….
예수께서는 지나가시며 강복하신다. 불행한 사람이 하나같이 예수의 강복을 받는다. 그리고 오른손은 강복하느라고 쳐들리지만, 왼손은 노인들의 떨리는 백발이 된 머리나 어린아이들의 순진한 머리를 쓰다듬기 위하여 내려진다. 예수께서는 현관을 이렇게 두루 왔다 갔다 하시면서 모든 사람에게 강복을 주시는데, 강복을 하시는 중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주신다. 아직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그들은 겁을 내고 쭈빗쭈삣 하며 숨는데, 마침내 하인들이 친절하게 다른 데로 데려가서 먼저 온 사람들과 같이 씻기고 깨끗한 옷을 입혀 주고 한다.
한 젊은 과부가 아이 여럿을 데리고 지나간다.…정말 불쌍하다! 제일 어린 아이는 발가벗은 채 엄마의 찢어진 베일로 감싸여 있고…더 큰 아이들은 그저 헐벗음을 면할 정도의 옷을 입었다. 다만 야윈 소년인 맏아들만이 옷이라고 할 만한 것을 입었으나, 그 대신 신발을 신지 못하였다.
예수께서 살펴보시고, 여인을 불러서 말씀하신다. “어디서 왔소?”
“사론 평야에서 왔습니다. 주님, 레위는 성인이 되었습니다.…그래서 성전에 이 애를 데리고 가야 했습니다.…아비가 죽었기 때문에…제가…”그러면서 여인은 소리 없이 운다. 너무 많이 운 사람의 우는 조용한 울음이다.
“남편이 언제 죽었소?”
“1년전 스밧달에 죽었습니다. 저는 임신 2개월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어린아이에게로 몸을 숙이고 흐느낌을 억제한다.
“그러니까 아기가 여덟달이 됐군요?”
“그렇습니다, 주님.”
“남편은 뭘 했었소?”
여인이 하도 가만히 속삭이는 바람에 예수께서 알아듣지를 못하신다. 그래 들으려고 몸을 구부리시며 말씀하신다. “겁내지 말고 다시 말하시오.”
“편자 만드는 대장간의 대장장이였습니다.…그러나 그 사람은 병이 대단히 중했습니다.…상처들이 덧났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끝맺는다.” 그 사람은 로마의 병사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스라엘 여자지요?”
“그렇습니다, 주님. 고르낼리오가 죽은 다음에 동정을 구하러 갔을때 오빠들이 그렇게 한 것처럼, 부정하다고 저를 내쫓지 마십시오….”
“그런 겁은 내지 마시오! 지금 당신은 무슨 일을 하오?”
“사람들이 받아주면, 하녀도 되고, 이삭도 줍고, 빨래도 하고, 삼을 이기기도 하고…이 애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다합니다. 레위는 이제 농사를 할 참입니다.…사람들이 써주면요.…이애는 인종이 다른 사생아이니까요.”
“주님께 의지하시오!”
“만일 제가 주님께 신뢰를 가지지 않았으면, 이 애들하고 자살을 했을 것입니다. 주님!”
“가 보시오. 또 만납시다.” 그러시면서 그 여인을 보내신다. 이 동안 요안나가 달려와서, 선생님이 자기를 보기를 기다리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실제로 예수께서 몸을 돌리시고 요안나를 보신다.
“요안나, 네게 평화! 너는 내게 완전히 순종했구나.”
“주님께 순종하는 것은 제 기쁨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원하신 것처럼 주님께 ‘조신’(朝臣)들을 마련해드리는 일은 저 혼자서 하지 않았습니다. 쿠자가 여러 가지로 저를 도와 주었고, 마르타와 마리아도 도와 주였습니다. 또 이들과 같이 엘리사도 도왔구요.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하인들을 시켜 필요한 것을 가져오게 했고, 제 하인들을 도와 손님들을 모아오게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목욕을 시키는 하인들과 하녀들을 도와, 주님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르시는 사람들을 씻는 일을 거들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주님께서 허락하시면,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너무 시장하지 않게 모두에게 먹을 것을 좀 줄까 합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여자제자들은 어디 있느냐?”
“식탁들을 차리게 한 옥상에 있습니다. 제가 제대로 생각했습니까?”
“그렇다, 요안나야. 저 위에서는 저들도 우리도 편안할 것이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긴 다른 어떤 방에도 저는 저 많은 사람들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그리고 저는 질투와 고통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구별을 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불행한 사람들은 감수성이 몹시 예민하고, 너무나 쉽게 괴로워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그 사람들은 온통 상처투성이이라, 눈길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그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 요안나야. 네 마음은 동정심이 강해서 이해를 한다. 하느님께서 네 동정심을 갚아 주시기 바란다. 여자 제자들이 많이 있느냐?”
“오! 예루살렘에 있었던 여자 제자들이 모두 있습니다!…그러나…주님…어쩌면 제가 실수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주님께 비밀히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외딴 곳으로 가자꾸나.”
둘만이 어떤 방으로 간다. 그 방에는 사방에 장난감이 놓여 있기 때문에 마리아와 마티아의 노는 방이라는 것을 알겠다. “요안나야, 그러면 말해봐라.”
“오! 주님. 제가 틀림없이 조심성이 없었습니다.…그러나 그 생각이 아주 자연스럽고, 매우 세차게 제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쿠자는 그 때문에 저를 나무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쁠라우띠나의 노예가 성전으로 서찰을 가지고 왔습니다. 쁠라우띠나와 그의 동무들이 주님을 뵐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래, 오늘 오후 우리 집에서’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들이 올 참입니다.…제가 잘못했습니까? 오! 주님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두 이스라엘 사람들이고…또 주님처럼 사랑이 아닌 다른 사람들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만일 제가 과오를 범했으면 속죄하도록 힘쓰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상이, 온 세상이 주님을 사랑하기를 너무도 바라기 때문에… 세상에서는 주님만이 완전하시고, 주님을 닮으려고 애쓰는 사람은 너무도 적다는 것을 그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잘했다. 오늘 나는 너희 모두에게 행동으로 전도한다. 그리고 구세주 예수를 믿는 사람들 가운데 이방인들이 있는 것은 나를 믿는 사람들이 장차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이다. 아이들은 어디 있느냐?”
“사방에 있습니다, 주님”하고 요안나는 안심이 되어 미소 지으면서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마친다.” 아이들은 축제로 인해 흥분해서, 행복한 새들처럼 이리저리 뛰어 다닙니다.”
예수께서는 요안나를 떠나 현관으로 돌아오셔서, 당신과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눈짓을 하시고, 넓은 옥상으로 올라가시기 위하여 정원으로 가신다.
집에는 지하 저장고에서 지붕에 이르기까지 즐거운 활기가 가득 차있다. 음식과 가구, 옷꾸러미와 의자들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한다. 물어보는 말에 항상 명랑하게 다정하게 대답하며 손님들을 안내한다.
관리인의 임무를 점잖게 수행하는 요나타는 지치지 않고, 지도하고, 살펴보고, 조언을 한다.
늙은 유모 에스텔은 요안나의 활기와 행복을 보고 기뻐하며, 가엾은 어린아이들이 빙 둘러 앉은 가운데에서 웃으며 비스킷을 나누어 주면서 신기한 이야기들을 해준다. 예수께서는 잠깐 발을 멈추시고 그 이야기중 하나의 훌륭한 마무리를 들으신다. 이 이야기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자기 집에 뜻밖에 닥쳐온 고통에 대해서 주님께 절대로 반항한 일이 없는 5월 착한 새벽에게 하느님께서는 많은 특별한 배려를 내려주셔서 5월의 새벽으로 하여금 오빠들에게까지도 보호와 재산을 가져다 줄 수 있게 했다. 착한 소녀를 돕기 위하여 천사들이 빵 반죽 그릇을 가득 채워 주고, 베틀에 있는 일감을 끝마쳐 주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웃을 사랑하니까 우리의 자매이다. 우리가 이 소녀를 도와주어야 한다’ 하고….”
“에스델, 하느님께서 자네에게 감복하시기 바라네! 나도 여기 멈추어서 자네의 비유를 듣고 싶을 지경일세! 내가 있는 것을 원하나?… 하고 예수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오! 주님! 제가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주 어린아이들에게는 저같이 늙고 어리석은 보잘 것 없는 것이 아직 적합합니다!”
“자네의 의로운 영혼은 어른들에게도 유익하네. 계속하게 에스델 계속해…”그리고 그곳을 떠나시면서 에스텔에게 미소를 보내신다. 넓은 정원에서는 손님들이 이제는 흩어져서 휘휘 둘러보고, 놀란 눈으로 서로 바라다보면서 간단한 음식을 먹는다. 그들은 서로 말을 하면서 이 뜻밖의 행복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보고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어나서 경배를 하려고 몸을 굽힌다.
“드시오, 마음 턱 놓고 드시오. 그리고 주님을 찬미하시오.” 예수께서 넓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바깥 층층대가 시작되는 정원사들의 방들이 있는 쪽으로 가기 위하여 지나가시며 말씀하신다.
“아이고! 선생님!”하고 어린애들에게 입힐 배내옷과 반소매 샤쓰들을 한아름 안고 어떤 방에서 뛰어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가 외친다. 그리고 금으로 된 파이프 오르간 소리 같은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장미꽃 줄 장식으로 그늘진 길에 가득 울려 퍼진다.
“마리아,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를. 어디를 그렇게 급히 가느냐?”
“아이고! 저는 아이 열 명에게 옷을 입혀야 합니다! 그애들을 씻어 주었는데, 이제는 옷을 입혀야 합니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꽃처럼 신선하게 된 그애들을 선생님께 데려오겠습니다. 선생님, 저는 빨리 가겠습니다.…아이들 소리가 들리시지요? 꼭 매애매애 하고 우는 어린 양들 같아요…”하고 말하면서 소박하면서도 귀족다운 천 아마포 옷을 입고 화려하고 차분하게 웃으면서 뛰어 간다. 옷은 가는 은 허리띠로 허리를 졸라맸고, 머리카락은 수수한 리본으로 묶어 목덜미에 얹었고, 이마에 맨 흰 리본으로 고정시켰다.
“진복팔단의 산에 있던 마리아와는 정말 너무도 다릅니다!”하고 열성당원 시몬이 부르짖는다.
층계의 첫째 층계참에서 그들은 야이로의 딸과 안나리아를 만났는데, 그 처녀들은 어떻게 빨리 내려오는지 꼭 날아오는 것 같다.
“선생님!”, “주님!”하고 그 처녀들은 외친다.
하느님께서 너희와 함께 계시기를. 어디를 가느냐?”
“식탁보를 가지러 갑니다. 요안나의 하녀가 저희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하실 겁니까?”
“물론!”
“오! 그럼 뛰어 가자, 미리암아! 빨리 서두르자!”하고 안나리아가 말한다.
“너희들 일을 하는데 시간은 넉넉히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기다린다. 그런데 얘야, 언제부터 네가 미리암이라는 이름을 가졌지!”하고 야이로의 딸을 바라다보시며 말씀하신다.
“오늘부터요, 지금부터요. 선생님의 어머님께서 이 이름을 제게 주셨어요. 그것은…그렇지 안나리아? 오늘은 제 처녀에게 중요한 날입니다….”
“오! 그래. 주님께 우리가 그 말씀을 드릴까, 그렇지 않으면 마리아 어머님께 이 일을 맡겨 드릴까?”
“마리아 어머님께, 마리아 어머님께. 주님, 가십시오. 가 보세요. 어머님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뛰어 가는데, 꽃다운 젊음 속에서 아름다운 형태로는 사람 같고, 빛나는 눈길로는 천사와 같다….
그들이 셋째 층계참에 올라갔을 때 필립보의 아내와 같이 무겁게 내려오는 벳수르의 엘리사를 만난다.
“아! 주님! 주님은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빼앗아 가시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주시는군요!…그러나 두 경우에 쪽같이 찬미 받으십시오!”하고 필립보의 아내가 외친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아시게 될 겁니다.…얼마나 큰 고통이고, 또 얼마나 큰 영광입니까, 주님! 제 수족을 자르시면서 제게 왕관을 씌워 주시는군요.” 예수 곁에 있던 필립보가 말한다.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무엇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당신은 내 아내이니까 당신이 당하는 일은 내게도 관계가 있소….”
“아이고! 필립보, 당신도 알게 될 거예요. 가세요, 선생님을 모시고 가셔요.”
그러는 동안 예수께서는 엘리사에게 병이 다 나았느냐고 물으신다. 지난날의 큰 고통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는 여왕과 같은 위엄을 가지게 된 여인은 말한다. “예, 주님. 그러나 마음속에 평화를 가지고 고통을 당하는 것은 고통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마음속에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곧 더 많이 가지게 될 거요.”
“무엇입니까, 주님?”
“갔다가 오시오. 그러면 알게 될 거요.”
“예수님이다! 예수님이다!”하고 당초문(唐草紋)으로 장식한 난간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두 어린이가 소리를 지른다. 난간은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의 두 쪽 면에 둘러쳐져 있고, 거기서 꽃이 핀 장미덩굴과 쟈스민 가지들이 내려온다. 옥상은 공중에 매달려 있는 정인이기 때문인데, 해가 쨍쨍 내리쬐는 이 시간에는 여러 가지 빛깔로 된 휘장이 둘러쳐져 있다. 옥상에서 준비하는 일에 골몰하던 사람들이 마리아와 마티아의 외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는, 하던 일을 놔두고 예수께로 마주 온다. 예수의 무릎에는 벌써 두 어린이가 매달려 있다.
예수께서는 몰려드는 많은 여자들에게 인사하신다. 엄밀한 의미의 여자 제자들과 사도와 제자들의 아내와 딸, 또는 자매들 사이에 덜 알려지고 덜 친밀한 여자들이 섞여 있는데, 그들은 예수의 사촌 시몬의 아내, 나자렛의 나귀몰이들의 어머니들, 갈릴래아의 베들레헴의 아벨의 어머니, 유다의 안나(메론 호수 근처에 있는 집 ), 가리옷의 유다의 어머니인 시몬의 마리아, 에페소의 노에미, 베다니아의 사라와 마르첼라(사라는 예수께서 진복팔단의 산에서 병을 고처주시고, 늙은 이스마엘과 함께 라자로에게로 보내신 여자인데, 지금은 라자로의 마리아의 하녀인 것 같다), 그리고 야이아의 어머니, 아르벨라의 필립보의 어머니,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의 젊은 어머니 도르카와 그의 시어머니, 남편과 같이 예루살렘에 온 기적으로 문둥병이 고쳐진 보즈라의 마리아 같은 사람들이고, 다른 여자들도 있는데, 그 다른 여자들은 얼굴은 알겠는데, 이름을 정확히 말하지는 못하겠다.
예수께서는 시스트시내에 면한 정사각형의 넓은 옥상으로 들어가셔서, 안쪽에 있는 층계가 끝나는 방 가까이에 가서 앉으실 참인데, 그 방은 옥상의 북쪽 모퉁이에 있는 별로 높지 않는 정 육면체와 같다. 거기서는 예루살렘 전체가 보이고, 예루살렘과 더불어 거기 인접한 주변도 보인다. 놀라운 전망이다. 모든 여자 제자들과 제자가 아닌 여자들도 모두 식탁의 일들을 그냥 놓아두고 예수 둘레로 몰려든다. 하인들은 일을 계속한다.
성모님은 아드님 곁에 계신다. 옥상에 쳐놓은 큰 휘장을 통해서 새어들어 오는 환한 금빛 광선이, 녹음의 정자를 이루도록 배치된 우거진 쟈스민과 장미나무들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곳에서는 에머랄드 빛깔이 되는 그 환한 빛 속에서 성모님은 한층 더 젊어 보이시고 더 날렵해 보이신다. 가장 젊은 여자 제자들보다 나이가 좀 더 들었을까 말까 한 언니 같으시며, 공중에 매달린 정원과 빙 둘러 가며 배치된, 장미나무, 쟈스민, 은방울꽃, 백합, 그밖의 매력 있는 화초들이 들어 있는 수반들안에 피어 있는 장미꽃 중에서 가장 눈부신 장미꽃처럼 아름답고 또 아름다우시다.
“어머님, 제 아내가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무슨 일이 있었기에 제 아내가 손발이 잘림과 동시에 영광이 베풀어졌다고 말합니까?”하고 몹시 알고 싶은 시몬이 묻는다.
성모님은 조용히 웃으시면서 그를 들여다보시고, 속내 이야기에는 그렇게 저항을 느끼시는 성모님이 그의 손을 잡으시며 말씀하신다. “자네는 가장 자네에게 소중한 것을 내 예수에게 바칠 수 있겠나? 자네는 정말 그렇게 해야 할 걸세.…예수는 자네에게 하늘을 주고, 하늘에 가는 길을 주니까 말일세.”
“어머님, 그야 물론이지요. 제가 알기만 하면요.…특히 제가 드리는 것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요.”
“필립보, 내 아들은 그 기쁨을 가겼네. 자네 둘째 딸도 자기를 주님께 바치네. 방금 많은 여자 제자들이 있는 앞에서 자네 딸이 제 어머니와 내게 그 말을 했네….” 필립보는 깜짝 놀라, 성모님께 보호해 달라는 듯이 꼭 달라붙는 얌전한 딸을 검지로 가리키면서 “네가?! 네가?!”하고 묻는다. 사도는 후손에 대한 희망을 영영 잃게 하는 이 두 번째 타격을 꾹 참기가 어렵다. 그는 이 소식으로 갑자기 흘리게 된 땀을 닦으며…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본다.…그는 싸우고…괴로워한다.
딸은 신음한다. “아버지…용서하세요.…그리고 축복을 주세요….” 그러면서 아버지의 발 앞에 미끄러지듯 달려든다.
필립보는 딸의 갈색머리를 기계적으로 쓰다듬으며, 꽉 죄어지는 목을 가다듬기 위하여 기침을 한다. 마침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죄를 짓는 자녀들에게 용서를 하는 거다.…그런데 너는 선생님께 너를 바침으로써 죄를 짓지 않는다.…그리고…그리고…이 불쌍한 아비는 그저…‘축복을 받아라’하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아! 얘야! 내 딸아!…하느님의 뜻은 얼마나 다정스러우면서 무서우냐!” 그러면서 몸을 굽혀 딸을 일으켜서 껴안고 울면서 이마와 머리에 입맞춤을 한다.…그리고 여전히 껴안은 채 예수께로 가서 말한다. “저는 이 애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 애의 하느님이십니다.…선생님의 권리는 제 권리보다 더 큽니다.…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주님, 이…이 기쁨을….” 그는 계속하지 못한다. 그는 예수의 발 앞에 무릎을 끊고 예수의 발에 입맞춤하려고 몸을 굽히며 탄식한다. “이제는 영영, 이제는 영영 손자를 못 보게 됐군요.…제 꿈이!…제 노후의 웃음이!…주님, 제 눈물을 용서하십시오.…저는 보잘 것 없는 인간입니다….”
“이 사람아, 일어나거라. 그리고 천사들의 화단에 맏물을 바치는 것을 기뻐하여라. 이리 오너라. 내 어머니와 나 사이로 오너라.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어머니에게서 듣기로 하자. 나는 정말이지 이 일에는 아무상관이 없으니까 말이다.”
성모님이 설명하신다. “나도 별로 아는 것이 없네. 우리 여자들끼리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자주 그런 일이 있는 것처럼 내 동정 서원에 대해서 물어들 보았네. 또 미래의 동정녀들이 어떨 것인지, 그 동정녀들의 역할과 영광이 어떠할 것으로 내가 예견하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네. 나는 아는 대로 대답했지.…그리고 미래에 대해서는, 세상이 내 예수에게 줄 고통에 대한 기도와 위로의 생활을 예상했네. 나는 이런 말을 했지. ‘동정녀들이 사도들을 지원할 것이고, 더럽혀진 세상을 씻어주고, 그들을 순결로 세상을 감싸고 세상을 향기롭게 할 걸세. 동정녀들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찬미를 노래하는 천사들이 될 걸세. 그러면 예수는 그것을 기뻐하고, 세상에 은총을 줄것이고, 늑대들 가운데 들어져 있는 저 어린 양들의 덕택으로 그의 자비를 줄 걸세…’ 하고. 그리고 다른 말도 또 했네. 그때에 야이로의 딸이 내게 이렇게 말했네, ‘어머니, 동정녀로서의 제 장래를 위해 이름을 하나 주세요. 예수님이 다시 살려 주신 이 몸을 남자가 즐기는 것을 저는 허락할 수 없으니까요. 제 몸은 무덤 속의 몸이 되고, 제 영혼은 하늘에 가 있을 때까지 오직 예수님께만 속해 있습니다’ 하고. 그러니까 안나리아가 이렇게 말했네. ‘저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일체의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에 오늘은 제가 제비보다도 더 가벼워요’하고. 필립보, 그때에 자네 딸이 이렇게 말했네. ‘나도 너희들같이 되겠어. 영원한 동정녀!’ 하고. 저기 오는 어머니가 그런 결정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곰곰히 생각해 보라고 했네. 그러나 이 애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네. 그리고 그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말하고, 그런 생각이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것은 제 마음을 꿰뚫고 지나가는 빛의 화살 같았어요. 그리고 제가 예수님을 어떤 사랑으로 사랑하는지를 깨달았어요’ 하고 말했네.”
필립보의 아내가 남편에게 묻는다. “당신 들으셨어요?”
“응, 육체는 탄식하오.…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영광스럽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육체가 노래를 불러야 할 거요. 우리의 둔한 육체가 천사들을 낳았소. 여보, 울지 마오. 당신이 아까 그런 말을 했었지 . 주님께서 당신에게 왕관을 씌워 주셨다고.…여왕은 왕관을 받을 때에 울지 않는거요….”
그러나 필립보도 아직 울고 있고, 모두가 옥상에 모여 있는 지금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여러 사람이 운다. 시몬의 마리아는 한구석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막달라의 마리아는 또 다른 구석에서 자기 옷의 아마포를 기계적으로 잡아당기고, 가장자리를 장식한 실들을 기계적으로 뽑으면서 울고 있다. 아나스타시카는 눈물에 젖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려고 애쓰면서 운다.
“왜들 우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주님은 아나스타시카를 부르셔서 다시 물어보신다. 그러니까 그 여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주님, 저는 단 하룻밤 혐오감을 주는 기쁨을 맛본 것 때문에 주님의 동정녀 중의 한 사람이 될 자격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신분이든, 그 안에서 주님을 섬기기만 하면 좋은 것이다. 미래의 교회에서는, 세상에서의 하느님의 나라의 승리에도 유익하고 형제들인 사제들의 일에도 모두 유익한 동정녀들과 결혼한 여자들이 필요할 것이다. 벳수르의 엘리사, 이리 오시오.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 이 여자를 위로하시오….”
그리고 당신의 손으로 아나스타시카를 엘리사의 품에 안겨 주신다. 예수께서는 엘리사가 아나스타시카를 쓰다듬어 주고, 아나스타시카는 어머니 같은 팔 안에 몸을 맡기는 동안 그들을 살펴보시다가 물으신다. “엘리사, 이 여자의 내력을 아시오?”
“압니다, 주님. 그리고 둥지 없는 불쌍한 것이 몹시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엘리사, 이 자매를 사랑하시오?”
“이 여자를 사랑하느냐 구요? 몹시 사랑하지요, 그러나 동생처럼이 아닙니다. 이 여자는 제 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여자를 품에 안고 있으니까 다시 지난날의 행복한 어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다정스러운 영양(羚羊)을 누구에게 맡기실 참입니까?”
“엘리사, 당신에게.”
“제게요?” 여인은 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의심쩍게 주님을 쳐다본다….
“당신에게. 이 여자를 원하지 않소?”
“오! 주님! 주님! 주님!”…엘리사는 무릎을 꿇은 채 기어서 예수께로 온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해야 자기의 기쁨을 나타낼지를 모른다.
“일어나시오. 그리고 이 여자에게 거룩하게 어머니가 되시오. 그리고 이 여자는 당신에게 거룩하게 딸이 되고, 그래서 둘이 모두 주님의 길로 전진하시오. 라자로의 마리아야, 너는 왜 우느냐? 조금 전에는 그렇게 명랑하던 네가? 내게 데려오겠다고 하던 열 송이 꽃은 어디 있느냐?
“그들은 깨끗하게 되고 배불리 먹고 자고 있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제가 우는것은 제가 결코 동정녀들의 깨끗함을 가지지 못하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영혼은 항상 울 것이고,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그것은 제가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내 용서와 네 눈물은 너를 동정녀들보다도 더 깨끗하게 한다. 이리오너라. 그리고 이제는 울음을 그쳐라. 눈물은 무엇인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남겨 두어라. 자, 가서 네 꽃들을 따오너라. 너희들 아내와 동정녀들도 가라. 가서 하느님의 손님들에게 올라오라고 말하여라. 그중의 많은 사람이 들판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으니까 성문이 닫히기 전에 돌려보내야 한다.”
그들은 순종하여 떠나간다. 옥상에 남아 있는 것은 마리아와 마티아를 쓰다듬으시는 예수님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로 손을 잡고, 기쁨의 눈물을 빛나게 하는 미소를 지으며 서로 눈을 들여다보는 엘리사와 아나스타시카, 시몬의 마리아와 그에게로 연민을 가지고 몸을 굽히고 계시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뿐이다. 그리고 요안나는 문지방에서 주저하며 안을 조금 들여다보기도 하고, 바깥쪽을 조금 보기도 하고, 예수님 쪽을 보기도 한다. 사도들과 제자들은 하인들을 도와 불구자들, 소경들, 절름발이들, 꼽추들, 노인들을 긴 층층대로 해서 옮겨 오려고 여자들과 동시에 내려갔다.
예수께서는 두 어린아이에게로 숙이고 계시던 머리를 드신다. 그리고 유다의 어머니에게로 몸을 굽히고 계신 성모님을 보신다. 예수님은 일어나셔서 그들에게로 가신다. 그리고 반백이 된 시몬의 마리아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아주머니, 왜 우세요?”
“아이고! 주님! 주님! 저는 마귀를 하나 낳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어떤 어머니도 저 만큼 고통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리아, 다른 한 어머니도 아주머니와 같은 이유로 내게 말을 했고, 그 말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가엾은 어머니들!….”
“아이고! 주님! 그러면 제 유다같이 주님께 대해 신의가 없고 죄를 지은 다른 사람이 있단 말씀입니까? 오! 그럴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입김을 호흡하는 그애가 음란하고 도둑입니다. 어쩌면 살인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애는…오! 그애의 생각은 거짓말입니다. 그애의 생활은 열병입니다. 주님, 그애를 죽게 하십시오! 제발! 죽게 하세요!”
“마리아, 아주머니의 마음이 아주머니에게 그를 실제보다 더 나쁘게 보게 하는 것입니다. 공포로 인해서 아주머니가 미치다시피 되는 것입니다. 진정하고 차근차근 이치를 따져보세요. 그의 비행에 대해서 무슨 증거가 있습니까?”
“주님께 대해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건 눈사태가 무너져 내려 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애가 잘못하는 현장을 불시에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애는 증거를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증거들은…그애가 저기 옵니다.…제발, 아무 말도 마십시오! 저를 바라다봅니다. 저를 의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 고통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어떤 어머니도 저보다 더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성모님이 속삭이신다. “나요.…나는 내 고통에다 모든 불행한 어머니들의 고통을 합치니까요.…내 고통은 다만 한 사람의 미움으로 주어지지 않고, 모든 사람의 미움으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요안나가 불러서 그를 보러 가신다. 그동안 유다는 성모님이 아직도 용기를 돋우어 주시는 그의 어머니에게로 오며 심한 말을 한다. “어머니의 헛소리를 모두 할 수 있었어요? 저를 중상하는 말을요? 어머니는 이젠 행복하세요?”
“유다! 자네 어머니께 그렇게 말하는 건가?”하고 성모님이 엄하게 물으신다. 성모님이 그렇게 하시는 것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 저는 이제 어머니가 귀찮게 구는 것이 지긋지긋하니까요.”
“아이고! 얘야, 이건 귀찮게 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다. 너는 내가 병이 있다고 말하지마는, 네가 병이 있는 거다! 너는 내가 너를 중상하고, 네 원수들의 말을 듣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네가 너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너를 유혹할 해로운 사람들을 따르고 그들과 어울린다.
얘야, 그건 네가 마음이 약하고, 그들이 네 마음이 약한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네 어미 말을 믿어라. 나이 먹고 슬기로운 아나니아의 말을 들어라. 유다야! 유다야! 너를 불쌍히 여기고, 어미를 불쌍히 여겨라! 유다야!!! 유다야, 어딜 가니?!”
거의 뛰다시피 하며 옥상을 건너지르던 유다가 되돌아보며 외친다. “제가 유익하고 존경받는 곳에요.” 그러면서 층계를 급히 내려간다. 불행한 어머니는 난간 위로 몸을 굽히며 그에게 부르짖는다. “가지마라! 가지 마라! 그들은 너를 파멸시키려고 한다!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유다는 아래에 내려갔다. 그리고 나무들에 가려서 어머니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빈 공간에 잠깐 잠시 나타났다가 현관으로 들어간다. “그애는 떠나갔습니다!…그애는 교만에 사로잡혔습니다!”하고 그의 어머니가 탄식한다.
“마리아, 그를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 둘이 함께 기도합시다….” 성모님은 장차 하느님을 죽일 사람의 침울한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씀하신다.
그러는 동안 손님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예수께서는 요안나와 말씀하신다.
“좋다. 그 여자들 더러 오라고 하여라. 그 여자들이 여러 사람의 편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히브리 여자의 옷을 입은 것은 잘한 일이다.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 가서 불러 오너라.” 그리고 문틀에 기대서서, 사도들과 남녀 제자들이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다정스럽게 인도하는 손님들이 몰려오는 것을 살펴보신다. 한가운데 에는 어린이들의 낮은 탁자가 있고, 그 양쪽으로 다른 모든 식탁들이 평행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소경, 절름발이, 꼽추, 불구자, 노인, 과부, 거지들이 그들의 고통스러운 내력이 새겨진 얼굴로 자리를 잡는데, 꽃바구니처럼 귀여운 요람으로 바꿔 바구니들을 가져오고, 작은 상자들까지 가져온다. 그 안에는 거지 어머니들에게서 떼어놓은 어린 아기들이 배부르게 먹고서 방석 위에 누워 자고 있다. 그리고 다시 명랑해진 막달라의 마리아는 예수께로 달려가며 말한다. “꽃들이 왔습니다. 주님, 오셔서 강복해주셔요.”
그러나 동시에 요안나가 안쪽 층계에서 올라오며 말한다. “선생님, 이교도 여자들이 여기 왔습니다”하고. 히브리 인들의 옷을 입은 여자가 일곱 명이 없다. 그 여자들은 모두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발까지 내려오는 겉옷으로 몸을 감싼다.
두 여자는 키가 크고 위풍당당하며 다른 여자들은 중키이다. 그러나 선생님께 경의를 표한 뒤에 겉옷들을 벗으니, 쁠라우띠나, 리디아, 발레리아, 그리고 라자로의 정원에서 예수의 말씀을 적은 해방된 노예 플라비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세 여자가 있다. 명령해 버릇한 눈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님 앞에 무릎을 끊으면서 “그리고 저와 더불어 로마가 선생님 앞에 엎드립니다”하고 말하는 그중의 한 여인과 그 다음에는 50세 가량 된 뚱뚱한 품위 있는 부인과, 끝으로 날씬하고 들에 핀 꽃처럼 청초한 아주 젊은 여자이다.
막달라의 마리아는 로마 여자들이 히브리인의 옷을 입었는데도 그들을 알아보고 “글라우디아!!!”하고 속삭인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나야. 이제는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 듣는데 싫증이 났어! 진리와 지혜는 근원에서 직접 접해야 하는 거야?”
“저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볼 것 같아?”하고 발레리아가 막달라의 마리아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이름을 말해서 본색을 드러내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거야. 그뿐 아니라, 당신들을 안전한 장소에 데려다 줄께.”
“아니다, 마리아야. 거지들 시중을 들게 식탁에 앉게 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히브리인 사회의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시중을 드는 이들이 귀족 부인들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 훌륭한 생각입니다. 저희는 교만을 타고 낮으니까요.”
“그런데 겸손은 내 가르침의 가장 뚜렷한 표입니다. 나를 따르고자하는 사람은 진리와 순결과 겸손을 사랑해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대하여 사랑을 가져야 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폭군들의 억압을 무릅쓸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자, 갑시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 소녀는 노예들의 딸로 노예입니다. 이 아이가 이스라엘 출신이기 때문에 제가 속량(賤良)해서, 지금은 쁠라우띠나가 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아이를 선생님께 바칩니다. 이름은 에글라입니다. 이 아이가 이제는 선생님의 것입니다.”
“마리아야, 그애를 받아들여라. 그리고 생각해 보기로 하자.…부인, 고맙습니다.”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에게 강복하시려고 옥상으로 가신다. 귀부인들은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히브리식 옷을 입고 베일을 쓰고, 거의 초라한 옷을 입고 있어서 의심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예수께서는 옥상 한가운데 로 어린이들의 식탁 곁으로 가셔서 기도하시고, 모든 음식을 주님께 바치시고, 강복하신다. 그리고 식사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리신다.
사도들과 남녀 제자들과 귀부인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하인이 된다. 예수께서 당신 붉은 옷의 넓은 소매를 걷어 올리시고 야이로의 미리암과 요한의 도움을 받으시며 당신의 어린이들 시중을 드심으로 본보기를 보여 주신다.
모든 사람의 입이 놀라울 만큼 움직인다. 그러나 눈들은 모두 주님께로 향하고 있다. 저녁이 되었다. 그래서 휘장을 치우고, 그동안 하인들은 아직은 없어도 될 등불들을 가져온다.
예수께서는 식탁들 사이로 돌아다니신다. 격려와 도움을 주지 않고 지나가시는 식탁은 하나도 없다. 이렇게 해서 예수께서는 수수하게 빵을 나누어 주고, 포도주를 소경들과 마비환자들과 손이 없는 사람들의 입술에 갖다 대주는 위엄있는 글라우디아와 쁠라우띠나 곁을 여러번 스치고 지나가신다. 예수께서는 여인들을 돌보는 당신의 동정녀들에게 미소를 보내시고, 불행한 사람들에게 크나큰 동정을 베푸는 어머니제자들과 불쌍한 노인들이 앉아 있는 식탁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막달라의 마리아에게 미소를 보내신다. 그 식탁에는 잔기침하는 사람, 몸을 떠는 사람, 이가 빠진 턱으로 씹는 사람, 입에서 침을 흘리는 사람이 가득 차 있어서 모든 식탁 중에서 가장 한심하다. 예수께서는 또 비스킷 하나를 빨고 새로 나온 이로 깨물다 잘못 삼킨 어린아이를 흔드는 마태오를 도와주시고, 식사가 시작될 때에 와서 고기를 썰어 주는데, 경험이 많은 하인처럼 잘 해내는 쿠자를 치하하신다.
식사가 끝났다. 벌겋게 된 얼굴과 더 즐거운 눈길에서는 가엾은 사람들의 만족을 분명히 볼 수 있다.
예수께서는 몸이 떨려서 흔들리는 한 노인에게로 몸을 굽히시고 말씀하신다. “할아버지는 지금 웃고 계시는데, 무슨 생각을 하세요?”
“나는 이게 정말 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나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걸로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이게 사실이라는 걸 느낍니다. 그러나 누가 선생님을 이렇게도 착하게 만드나요? 제자들을 그렇게도 착하게 만드는 선생님을? 예수 만세!”하고 외치는 것으로 말을 마친다.
그러니까 한 백 명쯤이나 되는 그 불쌍한 사람들의 모든 목소리가 “예수 만세!”하고 외친다.
예수께서는 다시 한가운데로 가셔서, 입을 다물고 있는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하는 표를 하시려고 팔을 벌리신다. 그리고 어린아이 하나를 무릎에 안고 앉으셔서 말씀하기 시작하신다.
“만세, 그렇습니다. 예수 만세. 내가 예수이기 때문에가 아닙니다. 그것이 아니고, 예수란 사람이 된 하느님의 사랑,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위하여, 그리고 새 시대의 표가 될 사랑을 알게 하기 위하여 사람들 가운데 내려온 하느님의 사람이란 뜻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란 ‘구세주’ 라는 뜻이기 때문에 예수 만세 입니다. 그리고 내가 여러분을 구원합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를, 부자이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아이이거나, 노인이거나, 이스라엘 사람이거나, 이도교이거나 모두 구원합니다. 여러분이 구원받고자 하는 뜻을 내게 주기를 원하기만 하면 말입니다. 예수는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 예수는 모든 사람의 것이고,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있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자비로운 사람이고 확실한 구원입니다. 예수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는, 그러니까 구원을 받기 위하여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까? 별것이 아니면서도 큰  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왕들이 하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큰 일이 아니라, 그 일들이, 사람이 그것들을 하고 예수의 차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워지라고 하기 때문에 큰일인 것입니다. 따라서 사랑과 겸손과 믿음과 인종(忍從)과 동정이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제자들인 여러분은 오늘 무슨 큰일을 했습니까? 여러분은 ‘큰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식사 시중을 들었습니다’ 하고 대답할 것입니다. 아닙니다. 여러분은 사랑을 대접했습니다. 여러분은 갖가지 종족의 모르는 사람을, 그들이 누구인지, 건강한 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묻지 않고, 형제로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주님의 이름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여러분의 교화를 위해서 내게서 굉장한 말을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나는 여러분에게 큰 행동을 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이 날을 기도로 시작했고, 문둥병자들과 거지들을 도와주었고, 지극히 높으신 분을 그분의 집에서 흠숭했으며, 형제적인 사랑의 회식과 순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봉사를 한 것은 사랑으로 봉사하는 것이 하느님의 종들 중의 종인 나와 비슷해지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구원을 마련해주기 위해 기진맥진하여 죽기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종입니다….”
한 마디 외치는 소리와 발소리로 예수의 말씀이 중단되었다. 광포한 이스라엘 사람 한 떼가 층계를 뛰어서 올라온다. 가장 잘 알려진 로마 여인들, 즉 쁠라우띠나, 글라우디아, 발레리아, 리디아는 베일을 내리며 어두운 곳으로 간다.
교란자들은 옥상으로 갑자기 뛰어 들어오는데, 무엇인지를 찾는 것 같다. 쿠자는 기분이 상하여, 그들 앞으로 가서 묻는다. “무슨 일이오?”
“당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오. 우리는 나자렛의 예수를 찾지 당신을 찾지 않소.”
“내가 여기 있소. 당신들은 나를 보지 못하오?” 하고 예수께서 어린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위엄 있게 일어나시며 물으신다.
“여기서 뭘 하오?”
“당신들이 보는 바와 같소. 나는 내가 가르치는 것을 행하고, 해야 할 것, 즉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오. 당신들은 무슨 말을 들었소?”
“폭동을 선동하는 외침을 들었소. 그리고 당신이 있는 곳에서는 소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보러 왔소.”
“내가 있는 곳에는 평화가 있소. 사람들은 ‘예수 만세’ 하고 외쳤소.”
“바로 그거요. 성전에서도 헤로데궁에서도 여기서 사람들이 공모한다고 생각했소….”
“누구에게? 누구에게 대항해서? 이스라엘에서 누가 왕이오? 성전도 아니고 헤로데도 아니오. 로마가 지배자요. 그리고 로마가 지배하는 곳에서 왕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단히 분별없는 사람이오.”
“당신은 당신이 왕이라고 말하지요.”
“나는 왕이오. 그러나 이 나라의 왕은 아니오. 이 나라는 내게는 너무 보잘 것 없소! 제국도 너무나 초라하오. 나는 하늘나라, 사랑과 영의나라의 왕이오. 평안히들 가시오. 혹 남아 있고 싶으면 남아 있어서 내 나라에 어떻게 가는지를 배우시오. 내 시민들은 이 사람들이오. 가난한 사람들, 불행한 사람들, 압박을 받는 사람들, 그리고 착하고, 겸손하고, 자비로운 사람들이오. 남아 있어서 이들과 합치시오.”
“그러나 당신은 항상 호화로운 집에서 아름다운 여자들에 둘러 싸여 잘 먹고 있소. 그리고….”
“그만 해 두시오! 선생님께 대해서 암시를 하는 것은 안 되오. 그리고 내 집에서 선생님을 모욕해서는 안 되오. 나가시오!”하고 쿠자가 고함친다.
그러나 집안에 있는 층계로 베일을 쓴 계집아이의 예쁜 몸매가 옥상으로 뛰어 들어온다. 그 여자는 나비와 같이 가볍게 예수께로 달려가, 거기서 베일과 겉옷을 벗어 던지고, 예수의 발 앞에 엎디어 발에 입맞춤을 하려고 한다.
“살로메!”하고 쿠자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외친다. 예수께서 그의 접촉을 피하시려고 어떻게나 급히 뒤로 물러나셨던지 앉으셨던 의자가 쓰러 졌다. 예수께서는 당신과 살로메 사이를 떼어놓기 위하여 그것을 이용하신다. 예수의 눈이 어찌나 인광을 발하고 무시무시한지 겁이 날 지경이다.
날To고 뻔뻔스러운 살로메는 잔뜩 응석을 부리는 어조로 말한다. “예, 저예요. 환호소리가 왕궁에까지 들렸어요. 헤로데는 선생님을 보고 싶다는 말을 하라고 사절을 보냅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절을 앞질러왔지요. 주님, 저하고 같이 가십시다. 저는 주님을 몹시 사람하고, 몹시 원합니다! 저도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네 집으로 가라.”
“조정에서는 선생님께 경의를 표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 조정은 이것이다. 나는 다른 조정도 알지 못하고, 다른 존경도 모른다.” 그러시면서 식탁에 앉아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키신다.
“이 조정을 위해서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제 보석들이 여기 있습니다.”
“필요 없다.”
“이걸 왜 거절하세요?”
“그것들은 부도덕한 것이고, 또 불순한 의도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라!”
살로메는 당황하여 다시 몸을 일으킨다. 그 여자는 한 팔을 들고 불을 뿜는 눈으로 자기를 노려보시는 무시무시한 분, 지극히 깨끗하신 분을 몰래 쳐다본다. 모든 사람을 살짝 쳐다보고, 얼굴들에 나타나는 조소와 심한 불쾌감을 보게 된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이 강렬한 광경을 구경한다. 로마 여자들은 더 잘 보려고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온다.
살로메는 마지막 시도를 해본다. “선생님은 문둥병자들까지도 가까이 하시면서요…”하고 겸손하게 애원하며 말한다. “그 사람들은 병자이다. 너는 더러운 여자이다. 썩 물러가라!”
“썩 물러가라!”고 하시는 마지막 말씀은 너무도 강력해서 살로메는 베일과 겉옷을 주워 가지고 몸을 숙이고 기다시피하며 층계 쪽으로 간다.
“주님, 조심하십시오!…저애는 능력이 있습니다.…주님께 해를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하고 쿠자가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신이 내 쫓으시는 여자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매우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상관없소. 나는 악과 결합하기보다는 죽임을 당하는 길을 택하오. 음탕한 여자의 땀과 창녀의 금은 지옥의 독이오. 겁 많음으로 권력자들과 결합하는 것은 잘못이오. 나는 진리요, 순결이요, 구속이오. 그리고 나는 변하지 않소. 자, 저 여자를 데려다 주시오….”
“그를 통과시킨 하인들을 벌하겠습니다.”
“아무도 벌하지 마시오.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저 여자뿐인데, 그 여자는 벌을 받았소. 그리고 그 여자의 생각을 나는 알고, 거기 대해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그 여자도 알아야 할 것이고, 당신들도 아시오. 뱀이 제 굴로 돌아가니, 어린 양은 그의 정원으로 돌아오오.”
예수께서는 앉으신다. 땀을 흘리신다. 그리고 잠자코 계신다. 그러다가 말씀하신다.” 요안나야, 이 사람들의 생활이 며칠 동안 덜 고통스럽도록 각자에게 동냥을 주어라,…고통의 자식들아, 내가 무슨 다른 일을 해야 하겠느냐? 내가 너희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느냐? 나는 마음 속을 환히 들여다본다. 믿을 줄 아는 병자들에게 평화와 건강!”
잠깐 동안 조용하더니 외치는 소리가 일어난다.…그리고 병이 나아서 일어나는 사람이 많다. 매우 많다. 예수를 불시에 붙잡으려고 왔던 유다인들은 질겁을 하고, 기적과 예수의 순결로 인하여 모두 열광하는 가운데 무시당한 채 가버린다.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을 안아 주시며 미소를 지으신다. 그리고 손님들을 떠나보내시고 과부들은 붙잡아 두시고, 그들을 위하여 요안나에게 말씀하신다. 요안나는 그것을 기억해 두고, 다음날 오라고 과부들에게 말한다. 그런 다음 과부들도 간다. 노인들이 맨 마지막으로 떠난다.…남아 있는 것은 사도들과 제자들과 로마 여자들이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미래에는 일치가 이렇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말은 없고, 행위가 정신과 영혼에 명백하게 말할 것입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예수께서는 집안에 있는 층제 쪽으로 가셔서 사라지신다. 요안나와 다른 사람들이 뒤를 따른다.
층계 아래에서 예수께서는 유다를 만나신다. “선생님, 게쎄마니에 가지 마십시오! 거기에는 선생님을 찾는 원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이젠 뭐라고 하시겠어요? 저를 비난하시는 어머니! 만일 제가 거기 가지 않았더라면, 선생님께 파놓은 함정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른 집으로 가십시다! 다른 집으로 가십시다!”
“그러면 저희 집으로 가셔요. 라자로의 집으로. 하느님의 친구인 사람밖에는 들어오지 못합니다”하고 막달라의 마리아가 말한다. “그러자. 어제 게쎄마니에 있던 사람들은 누이들과 함께 라자로의 저택으로 가도록 하여라. 내일 일은 나중에 마련하기로 하자.”